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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란 무엇인가 - 문화와 예술을 넘나드는 패션의 세계
정인희 지음 / BOOKERS(북커스)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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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커스_서평단 으로서 #도서제공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하며 북커스에서는 “나에게 패션이란” 물음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남기라 했다. 내가 남긴 답은 아래와 같다.
“유년시절엔 대개 부모의 취향이 나의 스타일이 되고, 청소년시절엔 좋아하는 스타의 코디가 나의 스타일도 꾸미게 되며, 중년이 되면 사회와 집단의 요구에 갇히게도 된다. 하지만 자유로운 하루의 내 모습이 진짜 자기를 찾은 패션이고 스타일이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패션이란, 인간의 삶과 자연의 역사가, 미래로 나아가는 개인에게 미친 영향이, 그 자신의 개성과 어우러져 드러나는 하나의 인격이다.”
패션은 일상이고 멋이고 개성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다. 이는 인류에게 하나의 환경이고 이 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솟아난 게 아니다. 인류의 삶에 흐름 속에서 역사와 함께 완성되었고 발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완성이란 말은 패션에 있어 부적절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발전해갈 그 패션이란 문화의 여정에서 이 시절의 불완전한 패션에 우리의 개성을 완전히 다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본서는 알고 보니 참 재미난 구성이었다. 리뷰를 쓰기 전 온라인 서점 책 소개와 출판사 리뷰를 읽어봤는데 본서의 목차가 참 참신했다. ‘THE FASHION’이란 영문을 이니셜 삼아 이론(Theories), 역사(History), 환경(Environments), 자유(Freedom), 예술(Art), 스타일(Style), 조화(Harmony), 발명(Invention), 오브제(Objects), 네트워크(Network)라는 의미를 부여한 어휘로 목차를 삼았으니 말이다. 저자분이 패션을 전공한 분이라 감각이 달랐지 않나 싶다.
본서는 이 10가지 주제에서 각 4가지 소주제로 서술해 나간다. 10개의 주제가 각각 시작하는 장에 패션 이론이랄까, 패션에 주는 영향이 큰 개념이랄까를 담아 전달하고 있다. 1장 ‘이론’에서는 “시대정신”을 “한 시대의 사회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정신”이라 정의를 알려주며 시작한다. “패션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특정 공간과 특정 시간의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역할을 해 왔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패션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으로 패션이 한 시대의 사회라는 시공간 안에서 공유되는 것임을 주지시키며 전개한다.
이 책에는 10개의 주제만이 아니라 각 4개씩 모두 40개의 소주제가 있기에 이 모두를 다 언급할 수 없을 듯하다. 패션을 옷이라고만 생각하기도 쉬운데 저자는 “어느 시대 누구나가 모두 늘 같은 옷만 입는다면 그걸 패션이라고 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서만 바꿔 입는다고 그걸 패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패션이란 변화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찌 보면 무생물인데도 살아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패션 리더는 어떤 새로운 유행을 빨리 채택하여 그것이 널리 확산되도록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본서의 중후반 즈음에 ‘프렛 매듭’이나 ‘윈저 매듭’처럼 넥타이 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을 창조해낸 사람들도 패션 리더라고 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패션 리더는 유행을 빨리 채택한 사람만이 아니라 유행을 창조한 사람이기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패션”을 변화라고 했으니 그 변화의 “주기”는 어떻게 될까? 시대마다 달랐다는데 “고대에는 이 주기가 1000년”인 지역도 있었고 “그 이후 100년의 주기”를 가지다가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10년의 주기”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클래식”은 ‘긴 주기’를 이야기하고 “패드”는 ‘짧은 주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 오버사이즈 모델에 대한 기사가 나오며 주류 패션계에서도 저체중인 모델들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체중을 낮추지 말라고 권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모델도 대중도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기본적 미의 원형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대부분이 날씬하길 원하니 말이다. 뚱뚱한 여성이 미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육덕지다고 평해지는 여성들의 체중도 과한 경우는 드무니까 말이다.
내용이 전개되며 여성의 미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하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여성들 스스로 재정립한 시대에 대해 그려지기도 한다. 코르셋의 형태가 시기별로 변화하며 점차 뒤에서만 묶는 형식이 되어가고 마침내 “디자이너 샤넬은 남성복을 참고한 편한 여성복 더 이상 여성을 억압하지 않는 의상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크리스티앙 디오르 같은 경우는 다시 코르셋을 부활시키다시피 했다”는데 “이걸로만 보더라도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원형적 기준이 억압과 탈피를 외친다 해도 기존 사회에서 지속되던 미적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 아닌가” 하는 감상도 들었다.
무엇보다 패션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만 패션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시대의 영향만으로 바뀌지 않는 것도 같았다. 조선시대 의복에 대한 책과 일본의 의복에 대한 책을 본 기억이 있는데 당시 의복인데도 신발과 장신구만이 아니라 헤어스타일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본서에서도 “패션 책인데 헤어스타일이 서술”된 장이 있다. “패션은 위에서 이미 언급한 데로 옷이 아니다”란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패션은 인간을 가꾸는 모든 것”이 아닌가 싶다.
본서에서는 3장 환경에서 “패션은 우리에게 환경이 될 수도 있는 한편, 패션에 영향을 미치는 더 광범위한 환경도 존재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를 ‘거시 환경’이라고 일컫는데 이 거시 환경에는 “기술 발달”, “법적 규제”, “정치적 주장과 사건” 등이 있다. 직조 양식의 발전이 의복 개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왕족과 귀족층이 민중의 의상에 법적으로 제재를 두기도 하며, 과거의 미니스커트나 (내가 예를 든) 현재의 나체 활보 등은 법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대립을 부르기도 한다. 이를 보면 “패션은” 결코 옷도 헤어스타일도 장신구 착용만도 아니라 “그 자체가 인류의 문명이자 문화”인 것이다.
기술 발달만이 아니라 “과학의 발전도 인류의 의상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데 나일론이라 불리는 “레이온의 발명”이나 본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현대의 “쿨 원단 발명”이나 여성용 “레깅스의 발명”도 과학 발전이 패션에 미친 영향일 것이다. 그런데 ‘여성용 레깅스의 재료에서는 불임을 극단적으로 유도하는 물질이 대량 검출되어 여성들에게 심각한 불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뉴스가 국내외에서 ‘방송된 이후에 남성용 레깅스마저 생산’되고 있으니 이건 의도성이 있는 건가 의심될 때마저 있다. ‘여성용 레깅스 전체가 피부에 닿는 자체가 불임을 유도’할 수 있는데 ‘특히나 사타구니에 마감을 완벽하게 해서인지 그 부위에서 다량의 불임 유도 물질이 다량 검출’된다고 한다. 이걸 방송하고도 레깅스 판매는 중단되지 않고 있다. 패션은 유행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에도 극단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 다큐멘터리 방송도 있었는데 유럽과 중국과 한국에서도 머리에 붙이는 가짜 머릿결인 가채가 너무 무겁다 못해 어느 나라들에서는 목이 꺾여 사망한 사례들도 있다. 말 그대로 멋 부리다 죽은 격이다. “패션은 때론 목숨도 거는 것이었다”는 말이다.
본서에서는 스타일을 “외관을 지칭할 뿐 아니라 정신의 표현까지 담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스타일은 “정신적인 것이 형태를 갖추었을 때 완성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패션 리더라고 할 법한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케네디 전 대통령의 영부인 재키와 시대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 비틀스, 앙드레 김 등이다. 재키를 언급하며 패션 디자이너 올렉 카시니가 등장하기도 하고, 오드리 헵번이 아꼈다는 지방시라는 브랜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비틀스의 헤어컷 스타일인 비틀스컷이나 패션 스타일 등이 언급되기도 한다. 고인이 되신 앙드레 김 님과 함께 동문수학한 디자이너분들도 언급되는데 패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분들이 아마도 당시 한국 패션계를 대표하는 분들이셨던 듯하다.
“조화”와 “발명”의 각 장에서는 패션의 예술적 측면, 미학적 구성 등을 그려주고 어떤 과학과 기술 발전이 패션의 생태적 변화를 가져왔는지 서술하고 있다.
이후 “오브제”의 장이 서술되는데 패션은 옷만이 아닌 여러 아이템으로 완성되는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심지어 향수까지도 패션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에서는 패션을 가까이하거나 소개하거나 패션 취향이 만들어지는 데 작용하는 매체와 자신의 패션을 드러내기 위한 매체들이 소개된다. 제목만으로 보자면 ‘백화점’, ‘잡지’, ‘영화’, ‘소셜 미디어’라는 소주제들이 전개되고 있다.
본서는 패션에 대한 전방위적인 개념 정립을 위한 일반인 대상의 대중 교양서이다. 디자이너나 코디, 모델, 그리고 미술감독 같은 진로를 꿈꾸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문학과 극문학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나, 인문학적 감상을 가지려는 필요에서도 충분히 가치를 다할 책이지 않은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