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처럼 만들고 에르메스처럼 팔다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브랜드 수업
박소현 지음 / 다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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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 관한 책은 이전에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한번 읽어보기는 했다. 그 책은 각각의 브랜드 자체로부터 브랜딩에 대해 돌아보는 인문학적인 책이었지만 브랜드, 브랜딩 자체가 주제인 책은 나로서는 본서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저자 박소현 님은 패션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대학원 전공과목으로 브랜드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브랜드가 패션 자체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당시에는 브랜드에 관한 공부가 떨떠름했던 모양인데 이후 자신의 커리어를 만드는데 브랜드에 대한 배움이 유익했다는 감상도 초반에 담고 있다.

 

본서는 브랜드, 브랜딩에 관한 내용을 전하면서도 [아이팟처럼 만들고 구글처럼 팔아라]를 변용한 [웹소설처럼 만들고 에르메스처럼 팔다]라는 제목마따나 웹소설의 형식을 빌려 전문적인 내용을 부담없는 분량으로 무리없이 전하는 책이다. 소설 형식이라고 밝히고 있는 책이지만 실제로는 소설과 대본이 결합된 형태이기도 하다.

 

보이그룹 빅뱅에 관한 대화로 브랜드의 정의와 성격을 설명하면서 시작하는데 브랜드 관리와 테스트 방법론 등 전문적인 내용을 대화체에 잘 녹여내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멘토와 멘티의 브랜드 커피챗 대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방적인 교습 방식이 아니라 멘티가 멘토에게 통찰을 제공하기도 하며 이야기 속의 배경지인 은해군이라는 가상 마을의 빈센츠 카페의 메뉴 구성이나 가치 등 배경을 통해서도 브랜드를 이해해 나가도록 구성하고 있다. 브랜드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간간이 등장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저자로서는 브랜드를 설명하며 인문학적인 통찰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술한 것 같지만 소설 형식이다 보니 대화가 주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저술의 주제 전달도 흐릿해질 것을 염려해서 인지 광범위한 대화는 아니고 소소한 대화가 30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꾸준히 고흐의 그림들이 QR코드로 이어지기도 하며 웹소설의 재미와 에르메스적 분위기를 두루 조성하고자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본서는 각 브랜드들로부터의 통찰을 얻기를 바라거나 브랜드를 주제로 인문학 정보를 얻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브랜드의 정의가 무언지 브랜딩이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지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무겁지 않게 배울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유익할 수도 있을 책이다. 브랜딩이 무언지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궁금하지만 전문서는 부담스러운 분들이 읽기에 부담 없을 것 같다.

 

이런 구조와 이런 주제의 책은 흔치 않지만 그래서 실험적이기도 신선하기도 한 느낌의 책이다. 브랜드와 브랜딩이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시대이기도 해서 비슷한 주제의 책이 더러 있겠지만 주제에 대한 시각도 서술하는 방식도 다 다를 것이다. 본서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다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웹소설처럼만들고에르메스처럼팔다 #박소현 #다반 #브랜드 #브랜딩 #커피챗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dava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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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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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선정 이후 본서를 정말 늦고 늦게 받아보게 되었다. 기대하던 부분이 있던 책이라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읽어볼 작정이었는데 늦게라도 서평단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본서의 저자 댄 애리얼리 씨는 행동경제학자로서 유명 저자이기도 하다는데 본서를 통해 처음 접해 봤다. 본서는 음모론을 비롯한 대중적이면서도 보수 언론이 전하는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상식적이고 보수적인 관점과 보수적 시각에서 부정적 관점으로 비판하고, 그런 이들에 대해 저자 나름으로 분석했으나 굉장히 일반적이고 보수적인 비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을 굉장히 귀찮게 했다는 음모론자와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음모론자들을 몇 차례 실례로 들기도 하는데 그들에 대한 서술이 본서의 서술 방향을 이야기해주지 않나 싶다. 대개의 경우 저자가 묘사한 내용들을 몇 마디로 정의하자면 상식적이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광신도적이거나 이단의 교주 같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을 묘사하고 있다. 물론 과격한 표현은 직설적으로 하지 않았으나 읽어보면 알겠지만 상식을 벗어난 신경증적인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음모론이라는 개념과 대중의 중론이 아닌 시각을 잘못된 믿음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동일시하고 있고,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오신자로 번역하고 있던데, 이 말 자체가 음모론이란 개념처럼 하나의 밈으로 다가왔다.

 

책 전체적인 내용이 대중적 상식이나 보수 여론의 주장에서 벗어난 개념을 수용하는 이들을 오신자로 정의하며 이런 사람들의 정신과 이성과 감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요소로 저자는 심리적, 인지적, 성격적, 사회적 요소의 4가지 요소를 들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맥락을 짓는 인간의 속성(나라는 착각에서 그레고리 번스도 언급했다)에도 따르면서, 성격적인 개인차에 따라, 소외받고 있거나 소외받지 않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을 따른다는 것이 책 한 권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견해다. 저자의 주장에 이르는 예들을 보면 저자는 일반 상식으로도 대중이 되돌아볼 만한 견해들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견해들을 섞어서 나열하며 이것이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들의 견해들이라고 아우르는데 포용하기에는 보수적인 식견을 넘어서 다분히 선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이런 사례로 가장 자주 드는 예가 코로나와 백신 음모론에 대한 예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이 저작이 미국에서 출간된 2023년부터 미국의 상식이 바뀌기도 했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인구감축을 위해 제작되고 유포되었다는 설과 미국이나 중국의 연구실에서 특정 목적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설까지 들며 낭설이고 음모론이라고 싸잡아서 논하고 있다. 이런 문제 중 인구 감축을 위해 제작되었다거나 미국에서 개발되었다는 설은 낭설일지 모르겠으나 저자가 든 예에서도 그렇고 시중에 떠돌던 정부와 보수 언론이 주장하던 설들이 오히려 가짜뉴스였던 사례들이 코로나와 백신 문제에서는 더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개발설이나 개발에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설이 트럼프 전 정권 때부터 있었지만 트럼프 전 정권에서는 중국을 언급도 못하게 했고 이런 언급 자체를 음모론과 가짜뉴스라며 검열하고 삭제했었다. (각 매체의 자체 검열의 사례는 유투브의 계정 폭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권에 와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개발설이 기정 사실로 확정되었으며 몇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정권까지 우한 연구소에 미국 CDC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개발과 치료 목적으로 (팬데믹으로 전파되었을 경우 대응안을 마련하기 위해 바이러스 개발에서 의례있기도 하는) 인간에게 전파되도록 바이러스를 개량하는 기능획득 연구에도 미국 CDC에서 연구 개발비를 중국의 우한 연구소에 지급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백신 문제에 있어서도 집단 면역력이 형성된다던가 아이들에게는 접종하지 않을 거라던가 부작용이 있으면 정부가 책임진다던가 백신 부작용은 미미할 거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 가짜뉴스가 되어버리는 현실도 각국 국민들이 보았다. 오히려 가짜뉴스의 전파자들이 진짜 백신과 면역학의 선구자들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바이러스학자 뤽 몽타니에 박사(2022년 중 별세)mRNA 기법의 최초 개발자인 로버트 말론 박사 그리고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된 한국의 면역학자 이왕재 박사님 같은 경우 모두 mRNA 백신 접종을 급구 만류했다. 백신에 대한 저항이 음모론에 입각해 있다면 이들 전문가들이 백신 음모론의 최선봉에 서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법원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망자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소송에서 백신 접종으로 사망할 것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문제였으므로 그로 인한 사망은 자살과 같다며 자살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백신 접종 사망건은 자살이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가짜뉴스급 사건인데 이 음모론적인 판결이 사실이다. 2022년 중반에 미국 보험사 조사로는 백신 접종 이후 미국 근로자 보험 가입자 중 34~44세 사이의 미국 근로자 보험 가입자의 초과 사망률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통계로 백신 접종 개시 이후 2022년 중반까지 35세 이하 운동선수 895명이 사망했는데 동일한 조건의 운동선수 사망률의 통계로는 급격한 최고치이다. 또 미국 법원이 화이자에게 백신에 대한 자료를 단계적으로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그 이후 밝혀진 사실로는 코로나 백신의 치명률은 3%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 다들 아시는 사실이겠지만 코로나19의 치명률은 각국마다 다르기는 해도 대개 0.01~0.1%였다. 한마디로 10000명 중에 1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10000명 중에 10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10000명 중의 300명을 죽이는 길을 각국의 질병청이 각국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 모두가 가짜뉴스 같은 현실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핵심 언론이 아닌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이 진실을 알리면 정부와 매체들이 검열하고 삭제해온 것이 팬데믹 시기의 현실이었다.

 

이런 가짜뉴스 같은 현실을 사는 대중에게 다수가 믿는 것만 믿고 대중이 믿지 않는 모든 정보와 주장을 잘못된 믿음이라는 밈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은 음모론이라는 밈과 함께 잘못된 믿음이라는 밈을 더해 대중 스스로가 진실에 다가서는 판단을 검열하고 삭제하도록 만들려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판단되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의 편견 또한 무섭다는 사실로 다가서게 만든다. 행동경제학이 태동한 이후 서구의 각국이 행동경제학자들을 유입해 정부 산하 조직으로 대중심리 유도를 위한 부서들을 창설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1984]라는 소설의 진실부라는 조직처럼 대중적 정보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조직까지 갖추었다. 이런 조직이 정부 산하에 있다는 것은 대중의 상식을 정부가 통제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선 이상의 정보에 대중이 접근하는 것을 정부가 꺼린다는 말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는 정부가 아닌 자기 자신이 정보를 선별할 판단력을 길러야 하는 수밖에는 없다.

 

20세기까지 음모론이라고 치부되다가 21세기 들어 진실인 것이 밝혀진 사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 흑인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차원에서 매독균을 살포하고 연구 관찰했다는 사실과 미국 정부와 군부가 미국 자국인을 상대로 한 최면과 LSD라는 마약을 통한 심리통제를 ‘MK 울트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실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군부가 이런 실험들을 민간인이나 군인 등 국민에게 시행하던 시대를 가까운 과거에 거친 것이 인류다. 그리고 UFO(미확인비행물체)에서 현재는 UAP(미확인공중현상)으로 달리 명명되기는 했으나 과거부터 은폐되고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사실들에 대해 미국에서부터 실제 경험자인 군인들과 담당자들의 법정 증언들이 잇따르며 뉴스화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상식이라고 정의하고 어디까지를 개인적 문제들이 야기한 잘못된 믿음으로 정의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인 관점에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 본서가 아닌가 싶다. 어디까지가 보수적인 학자의 편견이 개입한 서술이고 어디까지가 상식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대중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일 것이다. 문제의식을 지니면 읽어볼 만한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확증편향을 부추길 수 있을 책일 것이다. 가려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겠지만 읽어봐도 좋을 책임은 분명하다.


@book_withppt 님을 통해 청림출판으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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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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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을 인상 깊게 감상했었는데 바로 그 저자의 저작이다. 다만 본서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의 경우는 비단 국제정치학만의 경계를 넘어선 시야가 요구되는 저작이라 국제 정치학자가 과연 이런 저술이 가능한가 하는 우려 속에서 독서를 이어갔지만 완독을 하며 우려가 무색했다는 감상이다. 

카오스 이론을 통해 역사, 양자물리학, 진화생물학, 철학 등을 근거하며 전방위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개인의 삶 속에서 수렴성(운명)과 우발성(우연) 가운데 무엇이 지배적인가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서술되는 본서는 결론적으로 필연적 우연성으로 우주의 모두는 곧 나는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데 이른다. 저자는 사소한 우연성이 역사의 향방을 결정하고 생물의 진화에마저 우연이 작용했으며 양자우연성이 우주적 진실임을 주지시키기도 하며 우연이라지만 결국에는 필연이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게 만든다. 합리적 판단이나 계획에 우연이 미치는 영향은 사소한데서 그치지 않는다. 극단적이며 운명적인 귀결을 가져오는 것이다. 목적과 의도는 변수 제거라는 과정만으로 이루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여정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쩌면 이런 결론이 벅찬 마음의 격동을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개인의 의사는 무력한 것인가 하는 낙담도 일게 하는 결론이었다. 필연적 우연이라는 것이 운명론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갖는 감상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감상일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방향의 필연적 우연은 결코 운명결정론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 어디에도 인간의 의지를 무시하거나 운명론으로 인간의 의도를 폄하하는 서술은 없다. 하지만 [자유 의지는 없다]에서 본서에 이르기까지 과학자와 정치학자의 저서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상이 무력감이라니 이것도 필연적 우연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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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세가 한눈에 읽히는 부의 지정학 - 앞으로 5년, 글로벌 경제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이재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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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를 통해 경제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며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 인플루언서들 중 유명한 분들도 많다. 본인도 그 가운데 미르라는 분의 블로그를 이웃추가한 상태인데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경제적 혜안을 가진 분들의 현실 분석이나 미래예측이 놀라울 때가 있다. 본서도 그런 시각으로 지정학적 관점에서 세계 정세를 돌아보며 경제 현실을 분석하고 경제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을 담은 책이다. 다만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기준을 경제에 입각하는 것과 다르게 본서의 저자분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이셨던 분으로 지정학을 논하는 책이지만 지정학에 관한 방점이 더 짙은 책이기도 하다.

 

본서는 현재의 어떤 변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미래를 가늠해보는 일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다. 정치학에서는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을 중시한다는데 이 원인을 분석하고 원인으로부터 야기되는 결과를 예측하는 과정을 예시하면서 9가지의 리스크와 그로 예측 가능한 경제 현실과 미래를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려보도록 하고 있다.

 

10장인 본서는 1장에서 2020년 전후해 경제안보의 가치가 부각되었다며 경제안보의 정의를 주지시키며 시작된다. ‘자유로운 국제무역질서가 국가 간 갈등이나 정치적 의도에 의해 교란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자국의 경제와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안보라고 정의라고 한다. 이러한 정의와 정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일깨운 후 미국 대선 리스크, 중국 공산당 리스크, 강대국 복합 경쟁 리스크, 인도*태평양 리스크, 대만해협 리스크, 유라시아 리스크, 중동 리스크, 북한 리스크, 일본 리스크 이렇게 9가지 리스크를 들어 세계의 정치 군사 현실을 담론하고 있다. 9가지 분류로 세분화했지만 미국 행정부가 바뀌며 복귀하는 트럼프 리스크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 이스라엘이 야기한 중동의 격동, 미중 간의 전쟁 가능성이 불러올 위협에 북한과 일본이 주는 불안정성을 대략적으로 돌아보는, 지정학에 근거한 대전략서라는 느낌이다. 세계 경제의 미래가 경제안보를 추구하는 각국의 운영 아래 향방이 어찌될지를 분석하고 예측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막연히 세계 경제를 우려하거나 전쟁은 잠잠해지겠지 하며 안도하고 있는 분들에게 트럼프가 처음 당선되던 시기에도 이전 오바마 정부와 결이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으며 과도하게 고립주의를 내세우던 공약과는 다르게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었던 걸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 국제적인 개입을 주춤하던 건 이미 오바마 정부 때부터이지만 트럼프의 대외적인 코멘트 자체가 미국 고립주의와 자기 나라는 자기가 지키라는 선을 긋는 발언들이라 각국을 더 불안하게 했다는 기조의 발언이 실려 있기도 하다. 그러다 바이든 정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며 군수산업이 활성화되었고 우리 군수산업 역시 수혜를 입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중국의 대만 흡수 의지가 어떠한 양상의 문제들을 보이는지 반도체 산업을 위시해 대만 해협에서 충돌한 상황들을 예로 들며 전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쟁 이전에 중국 공산당 자체에서 문제가 있음을 직언하기도 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전쟁과 그 파장으로 중동이 격동하는 과정을 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함선 축조가 미국 자국내에서 활발하기 어려운 이유와 한국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을 기술하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320페이지 정도 밖에는 안되는 분량을 고려할 때 이 시절에 주요 정치 군사 이슈를 두루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미 뉴스에서 상당히 언급된 부분들에 대해 더 깊은 시각을 느껴 보고 싶기도 했는데 분량 때문인지 저자가 대략적인 윤곽만 그린 대목들이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다.

 

본서는 부의 지정학이라는 주제이지만 분명 보다는 지정학에 더 방점이 찍혀 있고 사실 그래서 더 깊은 흥미와 몰입을 불러오는 책이기도 하다.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다룬 유투버들도 있지만 어떤 유투버들은 분량이 상당한 강의를 하다보니 다 들어보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까닭에 국제 정세에 관한 최근 이슈를 두루 다룬 본서는 자신이 더 상세히 알고 싶은 대목만 분별한 후 해당 부분만 파고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세계 정세와 군사적 변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빠져들 만한 책이고 이미 해당 분야들에 대해 나름 정보를 쌓아나가고 있다는 분들도 전체를 정리하는 입장에서 읽어볼 만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 본서의 특징 및 장점

1 세계의 정치 군사 현실이 어떠한 경제적 여파를 불러오는지 돌아볼 수 있다.

2 주요 시각과 관점은 지정학, 정치외교적 시각이므로 그런 부분의 시야가 생길 수 있다.

3 세계의 정치 외교 군사적 흐름이 우리 경제와 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가늠해 보도록 한다.

4 세계의 변화에 무감각했다면 우리에게 실제 피부로 와닿는 영향을 주는 변화라는 것을 직시하도록 해 준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정세가한눈에읽히는부의지정학 #이재준 #비즈니스북스 #경제경영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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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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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상흔을 그려낸 소설이다.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강 작가의 시대를 향한 시선과 생존자들의 시절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돌아보기에 좋은 작품인 건 사실이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경우는 부커상 수상 이후 자신의 경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진 소설 같다. 그럼에도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는 시절을 보는 관점이 작가와는 다른 이들의 비판을 듣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 논란 때문에 역사 해석 논란이 없는 [채식주의자]부터 읽고 이 소설을 읽었는데 채식주의자의 시선과 같은 시선이라고 느껴졌다.

 

[채식주의자]에서는 폭력과 방관 내지는 목격만이 태연히 이어지고 자신에게도 야만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며 야만을 벗어나려는 영혜가 느껴졌다면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시절의 상처를 건네받은 인선과 그 시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멈춘 숨이 느껴졌다.

 

나무의 우듬지와 그를 덮고 있는 눈꽃송이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새가 먼저 죽어가고 살아남은 새도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징, 그리고 손가락이 절단되어 접합수술을 받고 신경이 죽지 않도록 3분마다 상처를 찔러 피를 내야 하는 인선의 손가락 등 여러 상징으로 시절을 묘사하고 있는 소설이지만 초반의 이 상징들이 이 책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상징화한 것이 나무의 우듬지였다면 그 우듬지를 덮고 있고 하염없이 내리며 세상을 덮어버린 눈송이들은 상처를 낫지도 드러내지도 못 하게 하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덤덤하게 흘러가고 있는 세상과 시절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우듬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을지 눈물이 흐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눈송이 같은 시절과 세상은 그 모두를 덮어버리고 얼려버려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세월이 흘러가도록 만든다. 하지만 인선의 절단되었다가 접합한 손가락을 신경을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3분마다 찌르듯이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살아남아 상흔과 비명을 모든 순간 삼키고 있다. 인선과 인터뷰를 한 한 생존자와 그의 딸의 모습처럼 이 상흔과 괴로움은 되물림되고 있다. 한 시절에서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만 왜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는 생존자의 말은 살아남은 것마저 죄로 느끼고 있는 생존자들의 심정을 드러내는 말이지 않은가. 이들은 죄인마냥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감당해내야 했다. 말하는 새가 먼저 죽어버린 새장처럼 표현할 수 있는 자격은 죽어간 사람들과 함께 죽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살아남은 새는 눈길로 반려인이 돌보러 갈 수 없어지자 하루 동안 물을 못 마시면 죽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다. 그 새의 하루는 도대체 어느 만큼의 시간을 말하는 걸까를 헤아리려는 마음이 생존자들에게 향한다면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감당하고 언제까지 입을 막고 살아야 했다는 말인가 하는 물음이 든다.

 

제주 4.3 사건은 2000년경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진실규명이 시작되었지만 사실 자체의 규명만큼이나 피해자의 심정을 공감하는 기회가 과연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의 손아귀에 숨겨져 있다 바닥에 떨어진 물려 뜯어 죽어버린 작은 새의 사체처럼 대부분에 사람도 갑작스레 시대가 사람이 야성을 드러내면 언제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사위가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두려움이 몰려들 듯 사람은 사람의 야만성 또 사람이 만드는 시대의 야만성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다. 지금 이 시절의 시대 상황이 두려운 이유도 바로 사람이 자신의 그리고 집단의 야만성이 드러날 수 있는 시절임을 알고 있어서가 아닌가. 어쩌면 어느 시절에나 그 시절을 제대로 통찰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사람이 모두 뒤집어져 보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 세상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로 보려면 누구라도 채식주의자의 영혜처럼 물구나무를 서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난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물구나무를 선다 해도 우듬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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