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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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전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JMS라는 종교의 실체를 보면서 그것이 한 사람의 카리스마나 사기 성향 그리고 교주 한 사람에게 내재한 이상심리만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원인과 조건 그러니까 불교적으로 볼 때는 인연에 의한 문제라는 감상이 일었다. JMS가 등장하는 해당 다큐에서 보면 피해자로 나오던 한 여성은 외모와 목소리와 어조까지 조신하고 순수하고 단정한 천상 고전적인 여성상의 모습이었다. 그런 여성이 이상형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성은 해당 교주가 수감 중일 때 교도소에서 보이는 고층 빌딩 내부에서 그에게 수건을 흔들고 그가 보라고 옷을 벗어젖혔으며 출소한 70세가 넘는 교주와 성관계를 갖고 그와 동침할 여성들을 제공하는 등 공범의 행태를 보였다. 아직도 그 다큐멘터리에서 해당 여성의 목소리가 녹취된 영상에서 성관계 도중 교주가 좋아?”라고 묻자 허헝 허허헝 좋아요. 교주님이라고 신음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잊혀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 여성을 위력에 의한 강간 피해자라고 말하며 전적인 피해자로 보고 있다.

 

본서에서도 살인 등에 신도들이 자원하거나 동원되고 강간당했다면서 성관계에 동참하고 피해자라며 다른 피해 여성들을 물색하고 교주에게 동원해준 사례가 등장한다. 본서에서는 집단 살인을 포함한 살인 문제, 성적인 착취사례부터 물적 착취, 마약 범죄를 시작으로 한 조직 범죄, 정신적 육체적 폭력 등 다양한 사례들이 각기 또는 복합적으로 얽힌 9건의 사이비 집단 범죄가 등장한다. 집단 살인 시도에 그친 오쇼 사원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제적 피해가 상당했던 사례들이 모여있다.

 

사이비 교주 자신의 카리스마나 정신적 문제를 전문가들의 연구를 들어 설명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문제 있는 지도자를 구별해내도록 제시되는 연구 성과들도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본서는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처럼 해외 팟캐스트에서 유명했던 시리즈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며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제기에서는 남다르나 뚜렷이 가해자가 될 문제적 인물을 분별해내는 것 이상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슈를 화제성 높은 미디어로 만드는 게 애초의 목적이지 문제해결의 전문성까지 갖춘 관점은 아니다. 오쇼 사원의 경우 라즈니쉬 자신이 집단 살인 시도까지를 지시하였거나 부추긴 정황은 없고 신도 중 높은 계층의 여성이 모든 범죄의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권력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더 자세히 등장하는데 이렇게 피해자에서 멈추지 않고 공모자나 주도자로 변모하는 추종자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경우가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가해자인 교주나 우두머리의 이상심리만이 아니라 피해자가 되는 심리,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하지 않더라도 즐겨 피해자가 되어 우두머리를 따라 끝까지 함께하는 이런 이상심리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서에서는 넷시움(피라미드 기업)과 마약 악마 숭배파(원시종교와 마약 조직의 결합), 그리고 오쇼 사원(일종의 수행처)의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기독교의 이단 종파들의 범죄를 담고 있다. 나로서는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20세기 초에 한국에 존재했던 백백교의 사례가 떠올라 기독교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든 맹신하고 추종하는 심리가 더 문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 주목받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존재로 각인 되고 싶어하는 심리는 비율의 차이지 조금씩은 다 있지 않나 싶고 이런 심리가 문제적으로 큰 이들이 사기꾼이나 사이비 종교 교주로 전락하는 것이지 않은가 싶다. 또 그 피해자가 되는 심리는 의존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 소속되어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와 비교우위의 해답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들,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가치 있는 무엇에 속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심리도 말이다. 인간에게 내재한 선한 본성과 악한 바람들 그리고 취약한 심리들이 복합되어 일어나는 이런 문제들을 다룬 매체가 [컬트]라는 본서이기에 더더욱 어느 수준의 답이라도 제시해 주었으면 싶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공학이라던가 최면과 세뇌에 대한 배경지식 그리고 최면과 세뇌에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내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법을 알고 있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본서 [컬트]와 같은 책을 읽어보며 유사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범죄 사례들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대는 기술과 과학의 혁신으로 인해 인간이 지니고 있던 패러다임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은 시대이다 보니 내적 안정감이 깨어지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심정이 커지는 시대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본서에서 언급된 사이비 집단들의 범죄 행각은 높아질 것이고, 대중 가운데 정서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은 더더군다나 무엇으로든 안정감을 찾고 싶어할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다 보니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 무언가를 기대하는 심리가 더욱 극대화된다는 말이다. 이런 시절에 [컬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세뇌에 무너지고 싶지 않다면, 홀린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기보다 깨어있는 한 사람이고 싶다면, 어떤 경우에 사람들이 빠져버렸는지를 알기 위해서 본서를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컬트 #맥스커틀러 #케빈콘리 #박중서 #을유문화사 #사회문제 #종교 #사회학 #역사 #도서협찬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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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혁명으로의 초대 IFS - 내 마음속 독재자로부터 탈출하는 법
리처드 슈워츠 지음, 권혜경 옮김 / 싸이칼러지 코리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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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심리치료체계들을 접하면서 보다 나은 그리고 보다 쉬운 심리치료법은 무얼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선입관 때문에 정신과를 찾기보다 먼저 마음이 이끌리는 치료법, 스스로 대처할 수 있을 치료법을 찾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은 다양한 심리학파들의 학술서들이나 여러 심리치료 체계들에 대한 저작들에 열려있게 마련이다. 종래에는 자기 대처만이 아닌 상담가의 치료과정을 따르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이에 이르기까지 공부하고 내면의 치유에 접근하려는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리뷰를 쓰고 있는 본인도 스스로에 문제들을 자각하고 있기에, 다양한 매체와 저작들을 통해 내면의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가닿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본서도 그 과정에 알게 되어 다가선 책이다.

 

본서 [내면 혁명으로의 초대 IFS]IFS기법의 창시자인 리처드 슈워츠 박사가 쓴 최초의 IFS에 대한 소개서 [Introduction to Internal Family Systems]에 대한 번역서로서 내면 가족 체계에 대한 국내 최초의 번역서라고 한다. 역자인 권혜경 씨도 IFS 트레이너이자 뉴욕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IFS 전문가이다. 본서의 본문을 조금이라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이 접근하기 쉽도록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다만 1장의 번역은 다소 읽기에 난해하기도 한데, 난이도가 디오도어 루빈의 [절망이 아닌 선택]의 국내 번역서만큼이나 쉽게 읽히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치유 체계의 이론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는 본론이 시작되는 2장부터는 개념도 서술도 상당히 쉬운 편이라 그런지 쉬운 문장들로 이어진다.

 

IFS[Internal Family Systems]의 약자로, 인간을 기본적으로 내면에 하위체계로나 다층적으로 여러 부분(인격)을 소유한 복합적인 존재로 보며, 이러한 인격의 다양한 측면에 충돌 해소를 치료 여정에 필수적인 요소로 보는 심리치료 체계이다. 본서에서는 순간에 따라 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는 이유를 저자가 파트라고 명명한 각 하위 인격들의 활동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파트에 대해 알아보기 이전에 저자가 전하는 참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True Self라는 다른 심리학파에서는 참자기로도 번역하는 개념에 대해 저자는 이해와 연민과 호기심, 자신감, 관점이 긍정적이고 선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불가의 불성과도 연계를 지으며 설명하는데, 사실 불가에서는 불성이나 원성실성에 대해 분별이 없고 무아로 정의하기에, 저자가 정의하듯 정의롭다는 개념과도 같은 윤리적인 차원의 분별심을 나타낼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동서양 철학과 심리학의 융합적 차원의 관점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시 내면 가족 체계라는 이 심리치료법의 근본 이론에 관해 설명하자면, 인간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의 범주를 갖고 있는데, 이는 분화되어 각각의 인격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정의하고 있다. 이 다양한 인격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각기 그 사람을 보호하거나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유년기에 지니게 되는 트라우마나 마음의 상처들이 이 인격들 곧 파트마다 다른 역할을 부여하게 되고, 이 영향으로 개인이 문제를 드러내게 되거나 내포하게 된다는 것이다. 파트는 각각 추방자, 매니저, 소방관으로 분류할 수 있고, 각 범주에서도 개인에 행사하는 영향력으로 다양한 분류가 일어날 수 있다. 매니저는 다른 인격들과 소통하거나 다른 인격들을 제어함으로써 일상을 지속하며 삶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인격이며, 추방자는 트라우마 등으로 상처를 입고 내면에서 추방당하는 인격으로 이 인격으로 인해 삶에 대한 관점이 정해진다고 한다. 소방관은 추방자가 생겨나며 동시에 일어나는 인격으로 심리적인 반응과 육체적인 반응들을 일으켜 내적 외적 문제를 촉발하는 존재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특정 사건 등의 순간에서 갖게 되는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마음의 짐으로 갖게 되어 개인의 특화된 문제를 드러내는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참나로서 살아가는 데 이 파트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면의 문제들 다시 말해 파트들이 갖게 된 마음의 짐이 해결되면 파트들은 다시 참나로서의 나를 지지하는 지지자로 돌아선다고 한다. 이 파트들을 내면의 가족으로 보고 가족치료의 체계를 적용하였기에 내면 가족 체계라는 이 기법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치유기법은 잠시 파트들에게 물러나 달라고 요구하여 참나가 활동하도록 만드는 것과 각 파트들에게 문제의 시기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여 그 시간을 목격하는 게 치료기법의 핵심이다. 치유기법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내담자의 트라우마에 따라 또 내담자의 상이함에 따라 치료 여정이 짧을 수도 비교적 길 수도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샤먼이 행하는 주술 같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 붐을 이루는 치료기법이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이 기법의 근본 이론이 대중의 이해에 가닿았기도 한 듯하다. 과거에는 기독교의 원죄론이나, 다윈의 진화론에 근거한 이기적 본성, 또 학업을 통해 인간이 무지한 상태에서 계몽된다고 하는, 변화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관점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최면이나 외상학이라는 트라우마학 등을 통해 인간의 인격이 다양한 차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상식이 되고, 고대의 주술이나 영성 체계 등을 통해, 일상을 향유하게 하는 인격들에 대한 인식이 과거부터 있었다는 것을 밝혀낸 현재에는, 인간의 다중인격적인 심리상태가 이해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이런 고대와 현재를 잇는 심리치료 체계를 통해 자신의 내적 문제들을 바라보고 치유할 수 있다면 그저 간과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태어나 살게 되며 괴로움과 상처를 안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가며 그 괴로움과 상처를 떨쳐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으려 애를 쓰는 것도 인간의 당연한 본성일 것이다. 나으려는 과정에 다양한 치유의 방식을 시도해 보는 것도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는 나으려는 누구나 가까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싸이칼러지 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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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 리얼라이프 시리즈
김수연 지음 / 리얼러닝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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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인간의 개성 곧 자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그 속에서 부모의 역할 또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은 개인이 그런 부정적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되어 일독을 원하게 된 책이다. 저자 김수연이라는 분의 [쉽게 읽는 보웬 가족치료]라는 책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접해보지 못해서 본서에 대한 짐작과 기대는 딱 앞서 언급한 그만큼이었다. 본서를 통해서야 저자분이 상담치료 전문가란 걸 알았고, 책의 전체적인 인상과 감상으로 무척 전문적인 내용을 입문자나 문외한에게 다소 상세히 전달하는 책이라는 소감이 남았다.

 

사실 대부분에 사람들이 대상관계학파나 자아심리학파 등 정신분석학의 학파들이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유년시절을 거치지는 못했을 것이기에 본서의 내용은 읽는 동안 자기가 보낸 어린 시절에서 문제점들이 주로 눈에 들어오고 이상적인 엄마가 또 부모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걱정을 불러오기도 하는 거 같다.

 

본서에서도 언급하듯 탄생부터 6세 사이의 경험이 자아를 구축하고 그 이후의 세계관과 대상에 대한 반응(역동)의 근간이 된다고 하는 이 정신분석학의 결정론은 언뜻 난감하고 불안하고 무겁게 다가왔다. 저자의 말마따나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면서 배우고 연마하는 사람에게는 이 이론은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은 틀렸다싶기도 하지만, 분명 변화의 계기와 여정을 거치기 이전까지 절대적으로 그 영향력 아래 놓인다고 생각하면, 분명 결정론적 삭막하고 짓누르는 무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본서를 읽으며 답답함이 다소 해소되는 듯한 대목도 있었다.

 

그건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도, 관계는 관계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각으로도 문제 해결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저작 몇 권만을 읽고는 정신분석학은 본능과 욕망의 심리학으로 생각했지만, 본서의 서문을 펼치고 정신분석학이 발전해오며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거나 다른 반석을 밟고 있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본능과 욕망 충족과 그 박탈에서 이상적이 되거나 문제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의존과 부모의 돌봄은 아기가 참자기로 자라나도록 돕는 첫걸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충족되지 않은 의존욕구가 성인기가 되어 관계에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때로는 충족되고 어느 자리에서 박탈되는 여정을 거치고야 성숙한 인격으로 즉 참자기로 자라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다만 문제적 양육환경이 성인이 된 내담자에게 영향을 미칠 때 과연 내담자는 그 사실을 알게만 된다고 문제에서 벗어나는가 하는 문제는 사뭇 무겁고 펏펏하게 다가온다. 상담자의 역전이와 돌려주는 과정이 전체적인 회복의 결과를 온전히 가져올 수 있을까 미심쩍기도 했다.

 

나으려는 벗어나려는 은은한 바람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자신과 배우자의 문제를 인식한다고 해서 뚜렷하고 변혁적인 문제의 해결은 가져오지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면, 자신의 문제를 자각할 수 있기라도 하다면, 분명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지속될 것이고, 이전보다는 나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있으리라 싶기도 하다.

 

본서는 그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문제의 시작이 무엇인지 자각하게 해주기 위한 이제까지의 심리학의 성과를 일부 담고 있다. 보다 나은 나와 보다 나은 배우자 그리고 문제의 요소를 적게 갖는 (이만하면 충분히 좋은) 양육자가 되기 위해 다가설 필요가 있는 학설들을 모아놓았기에, 자신이 온전히 행복하고 완벽한 배우자이며 내세울 만한 양육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일독하고 싶어할 만한 저작이 아닌가 싶다.

 

[쉽게 읽는]이라고 표현된 책 치고는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들이고 학술적인 대목들이 이어져서 가끔 따분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서 또 관계에서 그리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려움이나 문제를 자각하는 분들이라면 몰입하게 될 것이다. 자아나 개성 또 관계도 그렇겠고 부모가 된다는 것 역시 대부분 누구나가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이고, 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에 대해 근현대에서 현재까지 연구가 이어져 온 성과를 정리해 담아놓은 책이기에, 누구에게나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기도 하다. 물론 본서를 읽는 것만으로 이 성과들로부터 치유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각하고 상담이든 치료든 다각도의 치유를 위한 접근을 하려는 동인을 얻게 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감상에 이르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나와 우리 그리고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그 누구보다 자녀를 위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

 

리얼러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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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반도체 대전략 -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다음 10년, 대한민국은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권순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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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라기 보다는 짧은 감상만 남기려고 한다.

전작이 반도체 발전의 면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어주었다면
이번 신작은 반도체 산업의 면면을 
반도체에 대한 대중적 이해와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미국의 반도체법과 중국의 기술굴기, 일본의 재기 발판 등으로 시작해서 
삼성, 애플, 구글, 테슬라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엔비디아, TSMC 등을 두루 돌아보며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예측해 보고 있다. 

저자 자신이 반도체 소재 전공자이며 
해당 분야에서 개발자로서의 경력이 있으며 
현재에도 활발히 이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기술혁신들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로서 갈고 닦은 대중적 이해도를 높이는 그의 역량이 
빛을 발할 대로 발하는 서술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로 이해 못할 대목이 아니라면
어느 수준까지는 반드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앞으로 다른 기술 혁신 저작들을 저술한다고 해도 순순히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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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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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인생수업]서양 철학 2000년은 모두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화이트 헤드의 말이 너무 인상 깊어, 서양 철학의 정수가 담겨있을 듯한 플라톤의 가르침으로부터 삶을 살아가는 길에 조금 더 나은 지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로 선택하게 되었다. 다만 본서를 건네받고 처음엔 그저 24개의 아포리즘이 담긴 책인가 싶어 다소 실망이 일기는 했다. 맥락 없고 파편적인 아포리즘이라면 왠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서는 Idea, Arete, Eudaimonia, Episteme의 이상, 미덕, 행복, 지식이라는 4가지 기준으로 아포리즘을 정리하고 있고 제목처럼 인생 즉 사람의 삶이라는 화두로 가르침을 주고 있어 다 읽으며 또 읽고 난 후의 묵상으로 맥락이 정리된다.

 

본서의 내용을 모두 정리할 수는 없고 이해한 바를 약술하자면 첫째로 본서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정리된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이 바라보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그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 그의 견해를 이 시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세상은 시뮬레이션 세계(가상세계)이다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학창 시절 배웠듯 동굴 그림자의 비유처럼 그는 이 세계는 실재가 아니며 허상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Idea설이 장자의 호접몽과 같은 비유가 아니라 우리는 매트릭스 속에 있다는 모피어스의 일갈과 한치의 다름도 없다니 새삼 충격이었다.

 

이 실재가 아닌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만 어떡해야 실재를 인식하고 실재 세계로 전향하거나 이 세계라는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뜬금없지만 붓다와 생몰연대가 거의 비슷한 피타고라스는 지혜를 사랑하고 영혼을 정화해야 해탈해서 윤회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붓다께서 해탈과 열반을 말씀하신 것과 유사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그럼 플라톤은 어떻게 말했을까? 본서에서는 해탈을 말하기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플라톤의 해탈은 열반과 같은 완전한 초월이라기보다는 실재가 아닌 것을 인식하고 실재를 인지하는 데서 그치고 있다. 본서의 주제 자체가 인생수업이다보니 해탈보다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플라톤의 가르침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덕을 갖추어야 하는데 미덕이란 다름 아닌 탁월함이고 탁월함이란 좋은 것이며 좋다는 것은 다시 말해 행복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요소 3가지인 이성, 기개, 욕망은 절제를 통해 탁월한 이상적인 상태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가상 세계의 가상의 것일 뿐인 몸이지만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도 절제와 함께라면 영혼의 바름을 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플라톤 논리대로라면 오감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이 허상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오감을 훈련하면 보다 나은 영혼의 경지를 가질 수 있다고, 바른 자기 훈육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플라톤의 주장과는 다르게 요가에서는 프라티야하라(Pratyahara, 제감)와 다라나(Dharana, 집중)를 말하고 있고 한국의 부도지라는 신화서에서는 오미(五味, 오감을 은유)를 알게 되면서 인간이 타락하고 훼손되었다며 복본(復本)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한국 선도에서는 조식, 지감, 금촉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도의 요가도 한국의 선도로 감각을 제어하고 마음을 산란히 하지 않으며 집중하는 것을 주지시키며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분이 플라톤의 오감 훈련에 대해서 감각하고 향유하는 것으로 묘사하셔서 동양과 한국의 가르침과는 플라톤의 접근이 다른 것 같았다. 가짜 세상을 즐기며 벗어날 길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주 크게 모순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세계에서의 삶은 거듭 반복되는 환생 속에서 다시 태어나기 직전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전생을 모두 잊어서이기 때문에, 전생과 저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안다면 세상의 모든 비밀을 확연히 알 수 있다며 상기론을 펼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는 직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기는 회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다시 떠올릴 수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지혜로 가는 길로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묻고 또 물음으로써 실재를 알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런 지혜와 지성, 지식을 플라톤은 이 거짓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추구해야 할 가치로 보았다고 한다. 완전하고 충족되고 택할만한 것이 진정한 가치인데 그것은 이성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리스어로 진리를 알레테이아(Aletheia)라고 했다는데 a가 부정어이고 Iethe가 망각을 뜻하는 말로서 진리란 다시 말해 망각했던 것을 회복하는 것이라 한다. 앞서 말한 한국 신화서 부도지의 복본 개념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회복의 길을 플라톤은 가장 탁월한 것 가장 나은 행복으로 여긴 것이다. 불가에서도 불교 가르침의 정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 했다. 괴로움을 떠나고 즐거움을 얻는 것 다시 말해 괴로움을 떠나 행복해지는 것을 이른다. 플라톤의 가르침을 통해서 얻는 행복의 길은 이성의 길을 통해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는 길이다. 세상이 허상의 것, 허구의 세상이라면 이 세상에서 괴로워하고 허상인 물질이나 권력이나 명성을 탐하는 것은 더더욱 허무의 길이니 말이다. 플라톤은 그 길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혼자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독이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로 인해 유명해진 아폴로 신전의 말씀은 붓다께서 하신 너 자신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라라는 말씀과 같다고 여겨진다. 자신을 알고 스스로 자신을 돌보며 고독하게 나아가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붓다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허상의 세계에서 거짓을 초월하고 자신의 이성과 기개로 욕망을 절제하며 나아가는 것은 저자가 말했듯 공자께서 말씀하신 극기(克己)와 다름없다. 크게는 상호 호환되는 면들이 있는 성현들의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허상에 빠져 사는 삶에서 벗어나 지혜를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플라톤과 서양 철학의 가르침은 동양의 가르침과 어느 수위까지는 유사한 부분도 있다. 현대에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기는 하다지만 사람들은 다양한 수위의 바람이 있고 저자가 에로스를 언급하며 말하듯 자기의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다 보면 더 나은 삶, 진정한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때 플라톤의 가르침이나 붓다의 말씀들이 와닿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과 삶의 방식에 회의가 들 때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싶을 때 너무도 상식적인 가르침이며 너무도 과거의 이상 같은 이 가르침들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바가 있다면 그때는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한다. 그런 변화의 길에서 한 번쯤 하나의 안내서로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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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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