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권력 - 화폐의 힘이 만들어낸 승자독식의 세계
폴 시어드 지음, 이정훈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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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권력]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화폐의 힘이 만들어낸 승자독식의 세계라는 부제도 그렇고 많은 부분에서 껄끄럽기도 하고 혹하게도 만드는 책이었다. 다만 경제 관련 책을 읽을 때면 전문적 이야기들에서 주눅이 드는 편이라 다소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직시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어 어렵더라도 읽어보고 싶었다. 본서를 통해 돈의 힘이 나아가는 방향이 어디로 가닿을지 알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자인 폴 시어드 씨는 약력부터가 주목되는 데 우선 크게 전 S&P글로벌 부회장과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인 것을 주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는 이전부터 S&P, 노무라 증권, 리먼 브라더스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했었으면 무엇보다 가장 주목되는 약력은 그가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의제 위원회에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위한 새로운 의제를 다루는 위원을 맡고 있고, 외교관계위원회CFR와 브레튼우즈위원회, 뉴욕경제클럽, 외교정책협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하나 같이 NWO의 산하 조직체들이라 음모론에서 이야기하는 조직들이다. 왠지 어떤 방향성의 주장과 이야기를 펼치려는지 읽기 전부터 감이 왔지만 읽고 보니 확인 사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장들이니 말이다.

 

물론 나로서는 경제 전문 지식이나 경제학적 사고를 지배적으로 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 보니 본서의 내용 중 대다수를 겉핥기식으로 읽게 되었지만, 저자의 견해와 입장이 상당히 사회 주도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건 명백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돈을 생산했을 때 개인이 100을 획득하면 정부가 그 100만큼의 채무를 개인에게 지는 것이라는 논리 그리고 개인이 그 100을 은행에 입금하면 정부의 100의 채무가 은행의 100의 채무로 이양해 간다는 논리까지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가정일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소득과 불평등을 이야기하며 파이를 나누려는 시도로 인해 결국 파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라는 발언이나 주주 우선주의 모델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에서 최고 경영진이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더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라는 발언까지 그의 입장은 대중이나 다수의 입장이 아니었다. 소수가 이익을 창출할 때 세금은 다수가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더더욱 그가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계층이 어디인지 뚜렷이 와닿았다. 초부자들은 정부에게서도 은행에게서도 갑의 위치이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분배를 고려한다는 건 그들의 부를 훔치려는 행위라고 대응하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저자는 뼛속 깊이 초엘리트층이고 초특권층인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국가의 부채는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갚을 필요가 없이 장부상에 기입만 하다가 상쇄하면 되는 것으로 주장한다. 국가 채무라는 것은 결국 사회 인프라와 제도로 변해 남게 되는 것이라고 그걸 결국 미래 세대가 향유하게 되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서 무언가를 뺏어오거나 짐을 지우는 게 아니라 되려 가치를 생산해 전달하는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한다. 정부 파산이나 채무불이행을 겪으며 망국으로 향한 국가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유딩, 초딩들이나 혹할 논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저자의 해당 논리와 주장은 아마도 반드시 민주당이 인용하고 볼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는 세금은 소수의 부유층이 아니라 절대다수인 중산층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예를 든 초부자들이 갑이라는 식의 예찬과 초부자들의 파이를 뺏으려 하지 마라는 경고와 함께 니네 빚 그거 빚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라는 기만까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한국어 부제 화폐의 힘이 만들어낸 승자독식의 세계라는 제목이 승자독식 문화에 대한 조롱이기를 바랬는데 진짜로 독식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일런지는 짐작 못 해서 사뭇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을 포식자와 비포식자로 나누려는 시도를 한다면 대부분은 포식자가 되어 살고 싶어할 시대라는 생각이 드니 어느 부분 이해와 수긍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 원서의 부제인 정부와 은행은 어떻게 화폐를 창출하고 우리 모두를 번영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에 걸맞게도 화폐의 탄생부터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거쳐 암호화폐와 CBDC의 등장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남다른 색으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경제학적 시야를 갖추신 분들께서는 더 나은 시각으로 폭넓은 리뷰를 담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서 원제의 부제를 먼저 알았다면 다른 감상을 남기는 독서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한국어 제목에 권력이란 말에 꽂혀서 알력 관계에 주목하는 독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각도에서 이 책에 대한 접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독서의 이면에서 이런 시야도 가질 수 있구나 하고 재밌어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되어 부끄러운 리뷰이지만 남겨보려 한다.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남기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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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할 필요 없는 타로 웨이트 카드 세트 - 타로카드가 처음인 사람을 위한
미미코 지음, 김수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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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네요. 암기할 필요가 없다고 내세울 정도면 카드 간의 연결과 맥락을 스토리텔링으로 좀 더 이해가 용이하고 회상하기 쉬운 방식으로 풀어냈어야 할 텐데 그런 부분에서도 미흡하고 상징 해석도 간결을 너머 모자란 수준입니다. 그냥 다른 책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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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 우리가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맹성렬 지음 / 생능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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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물리학자들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중은 물리학자로서가 아니라 UFO 전문가로 또 [UFO 신드롬]이란 저작의 저자로서 그를 기억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나로서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몇 가지 소개하는 정보 말고, 충실한 하나의 저작으로서 UFO에 대해 전달하는 책은 그의 [UFO 신드롬]이 처음이었다. 워낙에 넓게 다룬 내용이라 그의 책만 읽고도 20세기에는 해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21세기 이후에도 몇 차례 개정판을 출간하기도 했다는 데 개정판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본서는 [UFO 신드롬]을 그저 UFO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새로운 종교의 양식이나 방식으로 접근한 책을 출간하려다 출판사의 편집으로 의도와는 다소 다른 책이 출간되었다는 내용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1995년의 한국의 UFO 사례와 현재 UAP로 바뀐 미국의 UFO에 대한 반응과 대응들 그리고 1947년의 로스웰 사건을 비롯한 그 당시 출몰한 UFO에 대한 미국에서의 목격 사례 그리고 1952년 미국 백악관 상공에서 시위하듯 위협하듯 집단으로 출현한 UFO 출현 사례 또 미 해군의 목격과 촬영 영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오무아무아의 특이 비행 사례까지도 언급하고 있어 분량에 비해 상당히 폭넓게 다룬 저작이다.

 

사실 UFO는 미국 백악관만이 아니라 21세기 어느 정부 시기 청와대 상공에서도 목격되어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었기 때문에, 대중에게도 이젠 UFO가 존재하느냐 마느냐가 논란이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된다. 실제 목격 사례들도 즐비한 편인데 나로서도 2002년인가 2003년경 당시 교제 중이던 여친의 차 안에서 목격한 적이 한 번 있고 2023731일 거창에서 목격되었다는 시기 즈음에 목격했었다. 기존의 비행기와의 차이는 비행 속도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아마 눈을 깜빡이던 순간이었다면 목격을 못 했을 수도 있다.

 

20세기의 나는 UFO를 우주에서나 지구 공동설에서 말하는, 인류가 아닌 지구내 지적생명체들에 의한 현상으로 확신했다. 지금은 20세기 후반부터 목격된 UFO의 경우에는 인류가 개발한 신형비행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고대부터 기록되고 있는 비행체는 한국에서도 조선시대 목격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있고, 일본 에도시대인가 일본 기록으로도 남아있는 UFO 목격(조선)이나 추락과 함께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생존자들(일본 에도시대)에 대한 기록 등은, 그 당시의 상상력만으로는 허위로 기록하기 쉽지 않게 구체적으로 기록이 남아있다 보니까 거짓이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이다. 사실 캐틀뮤티레이션(X-파일이란 미드에서도 등장하고 동아 출판사 리더스다이제스트 편집부의 [상식의 허실]이나 [세계 진문 기담]에서도 등장하는 사례)이라고 주로 소를 피 한 방울 안내고 구멍을 내어 특정 내장만 적출한 20세기 초의 사건들이, 본서를 보면 20세기 후반인 1990년대에도 같은 지역에서도 보고되고 있다고 하는데, 저자의 말로는 이것이 북미 원주민들의 전설로는 아주 먼 옛날부터 그 지역에서 목격되는 사례들이라고 한다. 이런 사례들과 르네상스까지의 유럽 미술에서 등장하던 그림 한 켠의 비행체 묘사나 남미의 벽화와 이집트 벽화에서 등장하는 비행체와 비행사 묘사 등은, 지구의 과학 발전사를 볼 때 인류의 상상력만이라거나 인류가 그런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20세기 초기까지 목격된 UFO는 분명 외계이거나 지구 공동 내부에 사는 지적생명체들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조선의 기록으로도 솥뚜껑 같이 생긴 물체가 하늘 높은 곳에 머물다가 돌연 위로 치솟으며 사라졌다고 기록되어 있고 일본 에도시대 기록에도 상공에 떠 있던 원형의 물체가 바다 가운데로 떨어져 그 물체와 내부에 있던 파란색 피부의 남녀 아이를 구조했다는 기록이 구체적인 정황을 담아 남아있다.

 

UFO20세기 초 목격 사례를 보면 음속의 20배로 추정되거나 보통 음속의 7~9배의 속도로 보이는 비행 속도를 보였다고 하며, 나뭇잎이 떨어질 때처럼 지그재그로 하강하거나 상승하고 수직 상승과 하강이 자유롭고 직각으로 비행했다는데, 20세기 초로서는 이런 비행이 가능한 지구내 비행선이 전무했다. 음속을 돌파한 게 겨우 1952년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음속 돌파 후에도 한참을 이런 비행 궤적을 인류가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런 수준의 비행이 가능한 비행체를 만들자면 인간의 기술로는 원자력 에너지로 운행해야만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1953년인가 인류는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했고 이 역시도 비행체에 탑재할 수준으로 원자로를 초소형화하는 건 이 당시에는 불가능했다. 결국 20세기 초반과 중반까지 목격된 UFO는 인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1947년 로스웰 사건 즈음부터 미국내에서 UFO들이 다수 목격된 것과 1952년 미국 상공과 백악관 상공까지 다수의 UFO가 편대를 이루며 위협하듯 출현(당시 미국 방송과 기사로는 미국이 대공포를 쏘아대며 UFO를 공격했지만 전혀 격추하지 못했다고 한다)한 것을 약간의 억측을 동원하자면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과학자이든 정치 경제적 인물이든 그들 문명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 중요 인물인 외계인을 (로스웰의 UFO 추락에서 외계인 생존자를) 미 정부가 나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외계문명이 그를 송환하도록 하기 위해 UFO 편대가 미국 상공에 떼로 출몰하고 미국 백악관 위협이 실재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미 수뇌부와 외계인 간의 협약이 있었기 때문에 외계 기술을 도입해 인류가 UFO와 같은 비행이 가능한 앞선 기술의 비행체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20세기 후반부터 현재 출몰하는 UFO는 인류가 건조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인으로서는 사실이 무엇이든 그 정보에 접근하기 힘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뿐이라 다양한 SF 소설과 드라마, 영화들이 풍성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참 고급진 재미와 위협이 가득한 세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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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목도 좋으시군요.

이하라 2024-04-21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부분에서 안목이 좋다는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 수천 년 세계사의 흐름이 통째로 이해되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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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순으로 정리하기보다 테마별로 추린 전쟁사 책이다. 전쟁이 남긴 의미도 저자분 나름의 해석을 더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가독성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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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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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간의 편향성과 뇌의 기능적 영향으로 인한 특이성향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과학의 잔혹사라는 본서가 출간된 것을 알고 인간의 독특한 성향(인간성)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들이다 싶어 관심이 갔다. 책 소개와 목차를 보고 더욱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인간의 잔인성과 야만성, 그리고 자기기만과 자기 합리화가 어우러져 펼쳐진 이야기들이라 생각되어 관심이 깊어졌다.

 

저자가 샘 킨이라니까 다수의 독자들이 더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반응을 보이기에 누구지 싶어서 검색도 해봤다. 주기율표를 테마로 한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 [사라진 스푼]과 뇌가 손상되거나 수술이나 사고 등으로 기능이 달라진 경우를 들어 뇌의 기능적 특이성을 다룬 [뇌과학자들], 기체의 화학적 특징과 그와 얽힌 일화들을 다룬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천재와 장애 등을 가르는 유전자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등 과학을 대중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들을 집필한 유명한 작가였다. 전공도 물리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하고 미국 과학작가협회상을 특별수상하기도 했다고 하니 과학저작에 대해 믿고 선택할 만한 작가임에는 분명했다.

 

[과학 잔혹사]라는 본서는 과학과 의학 전반에 얽힌 잔혹하고 기만적이고 폭력적이며 야만적인 인간의 광기와도 같은 이야기들을 전하는 책으로 전문성과 서사 능력을 두루 갖춘 저자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책이다. 프롤로그부터 클레오파트라의 야만적인 의학적 실험들로 시작하는데 책의 내용 전반을 작가가 충격적인 전달이나 이것이 옳다고 하는 정의를 강조하기 위해 무겁게 서술하고 있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담담히 각 시대에 따른 과학과 의학의 개가를 위해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하나의 업무로서 진행해온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다. 물론 그 자체로도 이 시대에 범죄로 인식될 역사이지만 실제 미국의 핵폭탄 실험 정보들을 소련에 넘기려 한 간첩 행위나 흑인들의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진행시키면서 관찰한 사례, 해부용 시신을 만들기 위해 살인을 자행하는 사례, 남의 고고학적 발굴을 자신의 경력을 위해 훔쳐 가는 사례,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를 검사하며 하지도 않은 검사를 했다고 거대한 횟수의 허위 보고를 한 사례 등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납득할 수 없는 경우를 이 책에서 보자면, 본서에서는 그대로 기록하지 않았고 케네디가 사람으로만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을 그의 아버지 요청으로 뇌수술해서 폐인으로 만든 사례와 대중적인 쇼처럼 다수의 뇌를 절단해버린 사례, 지능지수가 160이 넘는 천재를 실험과 연구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심리적 고문을 가해 연쇄 폭탄테러범이 되도록 만든 사례(흥미 위주의 방송들에서는 천재의 광기 어린 테러 사례로만 방송되었던 그 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으로 다가왔다), 에디슨이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 전기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들을 전기 처형하고 인간의 범죄에 대한 사형 방식에 교류전기를 사용하도록 한 사례 등에서는 범죄라기보다는 해당 과학자와 의학자, 관계자들의 금전욕과 성취욕과 명예욕, 무책임함과 잔인성, 야만성이 드러난 경우들이 아니었나 싶었다.

 

본서를 읽으면서 각 개인의 내재적 문제라고 여겨지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시대 상황에서는 당연했거나 별 거리낌 없이 자행될 수 있는 사안들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각 시대 기준의 원칙들과 문화적으로 수긍되는 상식들을,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들도 분명 있지 않나 싶다. 왜 사람들은 내가 겪고 싶지 않은 일은 상대에게 해선 안 된다는 단순하고 명징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걸까? 본서에서 짧게 언급된 2004년의 스테튼아일랜드의 장의사가 육군에 시신을 3만 달러를 받고 팔아 해당 국가의 육군이 시신의 다리에 방탄 신발을 신기고 지뢰의 성능 실험을 했다는 기록과 2010년대 후반 말라리아 백신 모스퀴릭스의 다양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있음을 고지하지도 않은 채 권장해서 대대적 피해사례가 나타난 경우, 그리고 본서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화이자사가 백신 보급 이전 임시 임상 실험에서 백신의 치명률이 3%인 것을 확인하고도 치명률 겨우 0.1%에 불과한 팬데믹 상황에 백신의 치명률을 숨기면서 대대적으로 보급한 사례 등도 이 과학과 의학의 잔혹사라는 게 20세기까지 이전 시대의 사건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재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도 우리는 이런 잔혹성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부정할 수 없는 특성이지 싶으니 말이다.

 

금전욕, 성취욕, 명예욕, 무책임함, 잔인성, 야만성과 광기만이 인간의 본성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인간의 속성 중 이런 면들은 부정할 수 없는 내재적 성향이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본서의 부록에서도 일부 언급되고 있지만, AI가 개발되고 특이점을 앞둔 현재 인간이 감당해야 할 건 인간의 속성뿐만이 아니라 기계의 속성이기도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내재적 문제들이 해소되거나 완화되는 미래를 꿈꾸게 된 이들에게는 암울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본서는 과학의 잔혹사가 과거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렀으며 그것은 인간에게 내재한 속성이 드러난 것이기에 미래는 인간의 속성과 기계의 속성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시대이겠구나 하는 감상이 드는 저작이기도 하다. 더 나아지고 보다 개선된 것 같겠지만 매 시대에는 그 시대에 인식 못 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고 우리는 그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본서는 우리가 인식 못 하는 현재의 문제들은 무엇일까를 돌아보게 해 주기에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과학잔혹사 #샘킨 #이충호 #해나무 #서평단 #도서협찬

 

(인디캣책곳간 블로그를 통해 해나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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