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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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전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JMS라는 종교의 실체를 보면서 그것이 한 사람의 카리스마나 사기 성향 그리고 교주 한 사람에게 내재한 이상심리만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원인과 조건 그러니까 불교적으로 볼 때는 인연에 의한 문제라는 감상이 일었다. JMS가 등장하는 해당 다큐에서 보면 피해자로 나오던 한 여성은 외모와 목소리와 어조까지 조신하고 순수하고 단정한 천상 고전적인 여성상의 모습이었다. 그런 여성이 이상형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성은 해당 교주가 수감 중일 때 교도소에서 보이는 고층 빌딩 내부에서 그에게 수건을 흔들고 그가 보라고 옷을 벗어젖혔으며 출소한 70세가 넘는 교주와 성관계를 갖고 그와 동침할 여성들을 제공하는 등 공범의 행태를 보였다. 아직도 그 다큐멘터리에서 해당 여성의 목소리가 녹취된 영상에서 성관계 도중 교주가 좋아?”라고 묻자 허헝 허허헝 좋아요. 교주님이라고 신음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잊혀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 여성을 위력에 의한 강간 피해자라고 말하며 전적인 피해자로 보고 있다.

 

본서에서도 살인 등에 신도들이 자원하거나 동원되고 강간당했다면서 성관계에 동참하고 피해자라며 다른 피해 여성들을 물색하고 교주에게 동원해준 사례가 등장한다. 본서에서는 집단 살인을 포함한 살인 문제, 성적인 착취사례부터 물적 착취, 마약 범죄를 시작으로 한 조직 범죄, 정신적 육체적 폭력 등 다양한 사례들이 각기 또는 복합적으로 얽힌 9건의 사이비 집단 범죄가 등장한다. 집단 살인 시도에 그친 오쇼 사원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제적 피해가 상당했던 사례들이 모여있다.

 

사이비 교주 자신의 카리스마나 정신적 문제를 전문가들의 연구를 들어 설명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문제 있는 지도자를 구별해내도록 제시되는 연구 성과들도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본서는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처럼 해외 팟캐스트에서 유명했던 시리즈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며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제기에서는 남다르나 뚜렷이 가해자가 될 문제적 인물을 분별해내는 것 이상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슈를 화제성 높은 미디어로 만드는 게 애초의 목적이지 문제해결의 전문성까지 갖춘 관점은 아니다. 오쇼 사원의 경우 라즈니쉬 자신이 집단 살인 시도까지를 지시하였거나 부추긴 정황은 없고 신도 중 높은 계층의 여성이 모든 범죄의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권력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더 자세히 등장하는데 이렇게 피해자에서 멈추지 않고 공모자나 주도자로 변모하는 추종자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경우가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가해자인 교주나 우두머리의 이상심리만이 아니라 피해자가 되는 심리,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하지 않더라도 즐겨 피해자가 되어 우두머리를 따라 끝까지 함께하는 이런 이상심리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서에서는 넷시움(피라미드 기업)과 마약 악마 숭배파(원시종교와 마약 조직의 결합), 그리고 오쇼 사원(일종의 수행처)의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기독교의 이단 종파들의 범죄를 담고 있다. 나로서는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20세기 초에 한국에 존재했던 백백교의 사례가 떠올라 기독교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든 맹신하고 추종하는 심리가 더 문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 주목받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존재로 각인 되고 싶어하는 심리는 비율의 차이지 조금씩은 다 있지 않나 싶고 이런 심리가 문제적으로 큰 이들이 사기꾼이나 사이비 종교 교주로 전락하는 것이지 않은가 싶다. 또 그 피해자가 되는 심리는 의존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 소속되어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와 비교우위의 해답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들,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가치 있는 무엇에 속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심리도 말이다. 인간에게 내재한 선한 본성과 악한 바람들 그리고 취약한 심리들이 복합되어 일어나는 이런 문제들을 다룬 매체가 [컬트]라는 본서이기에 더더욱 어느 수준의 답이라도 제시해 주었으면 싶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공학이라던가 최면과 세뇌에 대한 배경지식 그리고 최면과 세뇌에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내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법을 알고 있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본서 [컬트]와 같은 책을 읽어보며 유사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범죄 사례들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대는 기술과 과학의 혁신으로 인해 인간이 지니고 있던 패러다임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은 시대이다 보니 내적 안정감이 깨어지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심정이 커지는 시대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본서에서 언급된 사이비 집단들의 범죄 행각은 높아질 것이고, 대중 가운데 정서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은 더더군다나 무엇으로든 안정감을 찾고 싶어할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다 보니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 무언가를 기대하는 심리가 더욱 극대화된다는 말이다. 이런 시절에 [컬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세뇌에 무너지고 싶지 않다면, 홀린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기보다 깨어있는 한 사람이고 싶다면, 어떤 경우에 사람들이 빠져버렸는지를 알기 위해서 본서를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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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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