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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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재료로 쓰는 유머는(아무리 자조라도) 이제 더는 웃기지 않다. 바라건대, 다음 책은 업데이트 해 주시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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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6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졔졔 2020-09-1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뱃살과 머리카락이야기가 또 나오나보군

공쟝쟝 2020-09-16 11:56   좋아요 0 | URL
대머리까지는 좋았어.. 엄청 웃었지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전히 웃긴데 웃기려고 든 예시의 무리수가 점점...

비연 2020-09-16 16: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역시 신문에서 가끔 보는 게 나은것인가요. 컬럼을 책으로 묶어 내면 늘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eBook]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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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좋다. 고단한 생계는 계속 따라붙겠지만, 호호할머니가 되어서도 그가 만들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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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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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읽고 생각해야지. 자존감이 핵 쪼그라 들었으니까. 폭풍을 뚫고, 10시 퇴근을 하면서 떠올린 것은 읽다만 김상욱의 물리책이었다. 우주를 생각하면 엄청 거대한 걸 생각하면, 비루한 하루가 아주아주 작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책은 나를 양자 역학-작고작은 원자와 전자의 운동-으로 안내하였고...)

“(p.23) 138억년 전, 빛이 처음 생겨난 이후 우주는 팽창을 거듭했다. 빛은 점차 묽어지고 우주를 압도한 건 어둠이다. 어둠은 우주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으며, 어둠이 없는 비좁은 간극으로 가녀린 별빛이 달린다.”

어둠을 통과하고 있었다. 저저번주는 정말정말 극강 힘들었고 일주일에 두번 이틀 연속 눈물이 났고, 안되겠다 이대로 가다간 우울증이 돋을것 같아... 그래서 살짝 퇴사의 뜻을 내비쳤다가 잘해왔으니 좀더 버티라는 소리 듣고 ‘맞아 이시국에 답도 없지’ 급 철회했더란다. 그리고 저번주는 저저번주의 뜻을 내비친 댓가로 정말로 그럴거냐, 불편눈치가 보였고 (요즘은 모두가 퇴사를 원하므로 먼저하는 사람이 역적되는 암묵의 눈치게임 중이다...) 설상가상 월요일 부터 건물에 확진자가 생겨서 (한 층이 폐쇄되었지만 나는 정상 출근을 했다ㅠㅠ)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고 싶었다... (아프다는 구실로 회사를 그만둬도 후회없을 만큼 힘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7월 중순부터였다. 뭔가 100% 다쓰고, 20% 더짜내는 느낌.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잠을 설치자 업무하중이 더 심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은 ‘무한한 가능성(젊음의 특권...?)’이라고 곱게 포장되는 실은 무지 하염없는 삶의 선택지가 정리된다는 거다. 이제 중년을 향해가는 어엿한 어른으로서! 내가 하는 선택은 대체적으로 사지선다형도 아니고 O 아니면 X의 문제인데, 예를들면 출근을 할건가 말건가. O. 이미 하기로 했으면 버스인가 지하철인가. (자가용 없음. 택시비 없음. 전세기는 당연히 없음) 환승2번 버스-지하철. 과 같은 것들. 보통의 나는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만 고민한다.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으니까 안하고, 꼭 할 필요 없는 일이라면 해야만 하는 것들을 넘어서고 난 후에 한다.

이를테면 꼭 해야만 하는 출근 길에 그다지 내 인생에 필요는 없을 물리학 책을 읽는 달지. 현실과 밀접한 선택지에서 필요는 없지만 좋아하는 어떤 것을 끼워넣어 must를 변용하는 소소한 기쁨, 가능성 없는 으른의 삶, 나쁘지 않다. 책을 읽다 어떤 구절이 엄청 마음에 든다고 해서 뜬금없이 물리학자가 되겠어, 나사에 들어가겠어!! 가 아닌 응 그렇군 다음번에 해야하는 프로젝트는 루빅스 큐브를 이용해 보는 게 좋겠어, 김상욱 글이 좋은데 추석에는 알쓸신잡3를 봐볼까, 정도를 고민할 수 있는 건 정말 좋다. 만약 읽은 책에 압도되어 우주배경복사와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졌다면, 너무 힘들었을 거다. 암흑물질 너무 궁금한데 수포자가 이공계 대학 갈 수 있나요? 따위를 네이버에 묻고 있을 어린 나를 상상해본다. 다행이다, 증가하기만 한다는 엔트로피 덕에 내가 과거로 갈 수 없어서. 역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좋고, 선택지는 양자택일이 좋다.

“(p.112) 과거에서 미래로 간다는 것은 결국 형태를 이루는 경우의 수가 작은 상황에서 많은 상황으로 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경우의 수’에 ‘엔트로피’라는 이상한 이름을 주면 열역한 제2법칙은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라는 멋진 문장으로 바뀐다.”

OX의 문제로 다시 돌아와서. 나의 우울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더 버틸건지, 확 도망칠건지. 일상에 어떤 사고(accident)가 끼어들지 않고서 4지선다형의 상황에 도달하는 건 드물다. 그런데 지속적인 업무압박에 불안해서 잠을 설치는 사고가 생겼다. 안그래도 불안한데, 피곤하니까 더 불안해졌고, 드디어 그만둬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는 순간 생각할 일이 사지선다가 되어 더 불안해져 버렸다. 도망친다면 그냥 막도망을 칠건지, 퇴로를 만들어 놓고 칠건지. 버틴다면 지금과 똑같이 버틸건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견디는 방법이 있기는 한지.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지니까-, 난 아무 생각없이 ‘3.똑같이 버티기’를 기꺼이 해 볼 요량이었다. 3번을 살면 벅찬 일상 중에 아주 포~도~시 물리학 책(정말 나와는 아-무-상관없는 데 그래서 나를 자유롭게 하는)같은 걸 읽을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풍족하진 않지만 그 자유가 흔치 않아 더 달콤하게도 느껴졌더랬다. 그런데 정말 힘들다는 건, 읽을 시간이 생겨도 읽지 못한다는 것. 틈틈히 만들어놓은 일상의 숨쉴구멍들 틈으로 걱정과 불안들이 꽉 들어차서 숨쉬기가 더 어려워 진 다는 것.

그러고보면 도망치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 인생에 몇번의 도망침(그만 버티기)들이 있었는 데. 돌이켜보니 도망을 결단할 때의 나는 진짜 용감했고, 될대로 되라지 나는 나를 믿어(!) 자존감도 있었고, 어떤 말들을 튕겨낼 수 있는 기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의 도망에 대한 불타오르는 욕구.....를 봉쇄(?)당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차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견딜만해서/견뎌야만해서’ 가 아니라 “그래도!!!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을 못.....해서 였다는 걸 깨달았다. 아 맞아. 생각해보니까. 난 그만한다는 말 되게 못하는 사람이었어. 그..그랬지. (되풀이 되는 버티기의 악몽이여)

왜 그만둔다는 말도 못하냐, 가슴을 치고 돌아와 도망의 선택지를 지웠다. OX의세계로 돌아 온 것이다. 주말에는 잠을 푹잤다. 움찔움찔 기미가 보이는 이내 찾아올 우울을 그냥 기다리기로했다. 모르지, 축 쳐져서 다니면 그냥 그만두라고 할지도? 도망의 권리마저 회사에게 넘겨버리자. 그렇게 맘을 먹었고 또 월요일이왔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업무압박도 야근도 가스라이팅도 여전한데, 그냥 정말로 괜찮아져 버린거다. 복잡한 생각을 안하게 되니 다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 빛과 물질. 가장 큰것과 가장 작은 것. 최소작용의 원리와 양자역학. 중력의 법칙 같은 것들. 그렇게 안 읽히던 것들이 잘도 읽혔다. 모르는 데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퇴근 후 제법 긴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집에와서 김상욱의 신간이 들어있는 책 택배상자를 뜯고, 고양이 발톱을 깎아주고, 355ml 맥주를 두캔 따라마셨다.

“(p.250) 물리는 한마디로 우주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뜻하지 않은 복잡성이 운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다. 생명체는 정교한 분자화학기계에 불과하다. 초기에 어떤 조건이 주어졌는지는 우연이다. 하루가 24시간이거나 1년이 365일 인 것은 우연이다.”

물리를 좋아하기로 했다.
해야할 일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암 때고 도망가도 물리는 잡지 않을 거다.
못해도 상관없는 데, 의미마저 없다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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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9-05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상평을 넘어선 진정한 과학에세이에 감동했어요! 힘내시구요, 즐건 주말되십시요!

공쟝쟝 2020-09-05 09:08   좋아요 1 | URL
진정한 과학을 1도 모르는 에세이지만, 일상을 잊는데 물리는 제격이었습니다! 즐거운 주발 보내세요~!

초딩 2020-09-05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데도 알 것 같다
떨림과 울림 만큼 마음에 드는 제목입니다 ㅎㅎ

공쟝쟝 2020-09-05 09:11   좋아요 2 | URL
이 책의 제목이 제가 책을 집어드는 데 한몫했어요.. 역시 제목은 중요해~~~~~

2020-09-05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5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9-05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이 오랜만에 길고 길게 써줄 땐 늘 좋지만, 이렇게 힘들고 아프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ㅠㅠ 아침부터 넘넘 슬픔...떨리고 울림...이 책 나도 봤는데 역시나 기억이 안 나요 ㅋㅋ그런데도 김상욱님 과학공부책 이 책 보고 야심차게 양자공부책까지 샀어!!! 무용한 것에 비비대는 삶...도망치는 기준은 도망치고도 뒤도 안 돌아보고 침도 그쪽으로 안 뱉고 후회없다! 하면 당장 그곳을 나오시구... 빈 주머니와 비우지 못하는 장바구니 등등으로 결국 작은 후회라도 할 거 같으면 존버하는 겁니다...그래서 저는 존버,...존덴버...존버거...주말 푹 쉬고 조금조금 나아지길.

공쟝쟝 2020-09-05 09:16   좋아요 1 | URL
좀 배워야 할 것들이 있어서 ㅠㅠㅠ 존저 존덴버 존버거.........
퇴로를 준비하고, 도망칠거야!!!!!!! 그땐 존버거도 읽을 겁니다.. 히히..

비연 2020-09-05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상욱님의 책을 또 사야 하나... 쟝쟝님이 물리에 관심을 가진다니 왜 이리 기쁜지.

공쟝쟝 2020-09-05 09:17   좋아요 1 | URL
독서 느무 좋아요. 과학책 애송이가 비연님께 의지하며, 아는 기쁨을 누려볼것입니다!

2020-09-05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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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은 읽지 않는 장식용 책들로 가득하다. 그냥, 너무 장식용 책들이라서 눈길조차 주지 않지만 그 날은 뭐라도 빼들고 가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무의미했다. 정확히는 살아가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 어느 영화의 장면처럼 툭 치거나 후 하고 불면 사라지는 입자들처럼 남김없이 흩어지고 싶은 아주 늦은 저녁의 퇴근 길.

“(p.38) 먼지. ... 작고 쓸모없는 물질, 청결을 위해 제거되어야 하는 것, 모든 생명체가 덧없이 소멸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형태. ... 한곳에 정주하는 일 없이 작은 바람에도 속절없이 흩날리며 지금껏 나는 살아왔으니까. 태어나지 않았다면, 하고 가정할 때 마다 세상 곳곳을 누비는 먼지를 떠올리던 날들이 있었으니까.”

단순한 제목의 단순한 표지. 소설의 시작은 무심하고 물끄러미 흘러갔다. 나 역시 무감각하게 읽기 시작했다. 더웠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생각하기 싫을 때는 역시 누군가가 안내하는 이야기가 최고지 하면서.

“(p.43) 파리 한 마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위를 맴도는데도 노파는 거푸집으로 찍어낸 조각상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년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관성이 되어버린 외로움과 세상을 향한 차가운 분노, 그런 것을 꾸부정하게 굽은 몸과 탁한 빛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타인을 보며 세상으로부터 버려지는 나의 미래를 연상하고 싶지는 않았다. 복희는 노파의 이름일까.”


그러고 보면 나는 시시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 꽤나 노력해왔다. ‘꽤나’라는 부사는 나 자신에게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실은 아주 애써왔으니까. 이따금 견딜수 없어지는 것은, 계속 애써야 하니까. 너무 바빠 혹은 너무 힘에 부쳐 정신 줄을 놓고 싶은 순간에, 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도 ‘그래도’를 꼭 마음 한켠에 품고 사니까. 숨막혀 하면서도 숨쉴 구멍 하나를 머릿속에 만들고 있을 때 나의 표정은 살아있기 보다는 정물같은 모습일 것이다. 매일 아침의 지하철에서 나는 그런 정물에 가까운 사람들의 표정을 곰곰이 뜯어보기도 했었더랬지. 요즘은 꽉 낀 마스크 때문에 그 조차도 어렵지만.

그래도 정물은 아니니까. 사람이니까. 아무리 표정이 없어도, 내가 알아챌 수 없다고 해도. 그러니까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내 고통이 아주아주 크다고 해서 쉽게 단정짓지는 말아야할. 누군가의 삶. 곡진한. (아직은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

“(p.176) 이제 내게 추연희 라는 이름은 복희 식당에서 노동하던 노년의 여성만을 지칭하지 않았다. 상실하면서도 꿈을 꾸던, 상처 받았으면서도 그 상처가 다른 이의 삶에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애를 썼던, 너무도 구체적인 한 인간이었다. 추연희, 1948년 생, 백복희의 두 번째 엄마.....”

사람은,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온기를 지닌 존재라는 건. 너무도 구체적이고 복잡한 궤적의 총체라 쉽게 알려하거나 품으려 들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난 아직 나 자신도 모르잖아, 나 하나로도 이렇게 벅차잖아. 하면서.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퇴근길 꼬박, 늦은 밤 꼬박. 길지 않은 소설을 몰입해서 읽고 “사느라 살아내느라 너무 고생한” 한(혹은 여럿) 여성의 삶과 이별하며 정말 많이 울었다. (울고 싶어서 소설을 이용한 것인가.... ) 이 눈물의 의미는 뭔가, 생각하다 나에게 그런 마음이 여적 남아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아프다고 해서 누군가가 아프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 그냥 나도 덜 힘들고, 너도 덜 힘들었으면 좋겠는 마음. 사랑하고 싶은 마음 끝에 매달리는 나약한 나에 대한 불신의 마음. 완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머리로 알면서도 아직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기는 힘들겠다는 마음까지도.

내가 이렇게 치사해 엉엉.

그렇게 울고 나니까 그래도 쪼금은 더 잘 살고 싶어지더라. 뭐 어떻게 구체적으로 방법은 생각안나지만 누군가를 사랑은 못해도 너무 나만 생각하며 살지는 말아야지 그랬다. 그래, 나는 먼지가 될 것이고 언제고 암흑으로 돌아가겠지만. 사는 건 어차피 고생이고, 이,그,저 고생하다 헤집어진 마음의 상처에 단정하지도 않은 짧은 댓글을 다는 것 말고는 맞서는 방법을 모르는 나이긴 하지만. 얼른 단단해져서, 조금은 더 강해져서, 스스로 믿는 구석이 손톱만큼이라도 생겼을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만약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내가 허락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 한 조각은 내어주자고.
그냥, 계산 없이, 단순하게.
가능한 만큼만, 진심으로.

시시 때때로 비릿한 냉소가 올라오긴 하지만, 난 역시 착하고 따뜻한 게 좋다.
위악보다는 위선이.
위선보다는 진짜로 선한게.
그리고 기왕 선할거면 너무 무르기보단 적당히 단단했으면 좋겠어.
물론 단단함이 선함을 압도하면 안되지.
적당히 무른 단단함으로 선하게 살고 싶다. 으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너무 쉽게 살지는 말자.

그러다 사는 게 너무 어렵고 아파지면,
어렵지 않고 착한 소설 한편 읽고 울다 자야지.
그런 날 읽기 맞춤했던 좋은 소설이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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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1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1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1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1 0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ex 2020-09-07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진심 / 조해진 지음˝ 읽으란 얘기인지, 말란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독후감‘과 ‘외로움‘이 겹쳐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사서 읽어도 될까요?

공쟝쟝 2020-09-07 18:21   좋아요 0 | URL
사서 읽으셔도 되는 소설입니다!
 


일시품절이 바뀌자 마자, 바로 겟겟! 한겨레21 이 대놓고 작가들 덕질했다기에 (하아- 너무 세상에 이로운 덕질 아닌가!) 내 비록 한국문학 잘 모르는 데다, 저 21인 중에 10명도 채 읽어보진 못했으나 오로지 최은영 작가님을 향한 지독(?)한 팬심으로, 떨리는 마음으로..읽기에 앞서.. 워밍업으로 먼저 우럭 한 점, 상영찡을 읽다가.... ㅠㅠㅠㅠㅠㅠ 

헉... 가장의 무게라니...(머야... 의외의 짠내...) 전업 작가 됐다고 해서, 회사 안다닐만큼 벌겠지 싶었는 데 가정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니 ....... ㅠㅠㅠㅠㅠㅠㅠㅠ 

크허엉.... 그의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에세이까지 사서 읽으랴 싶어서 빌려읽자 미뤄놨는 데... 사야겠다.... 한 달 보험료... 백만워뉴ㅠㅠㅠ 상영찡..누님이 다음달 월급받으면 꼭 에세이 사서, 천원이라도... 보태드릴게... 글 써요, 열심히 쓰고, 쉬어요 좀 쉬도록해.... 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난 실비랑 암보험만 들어서 어떻게 해야 백만원 보험료가 나오는 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궁금증은 제쳐놓고.... 열심히 세일즈 하신대니까, 뭔가 영업하는 친구 보는 것 같아서.. 커피쿠폰 선물 하는 느낌으로다가...) 내 꼭 사고 리뷰도 쓸테니 우리존재 화이팅! 청년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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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8-28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요. 쉬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이게 제 모토인데..ㅜ

공쟝쟝 2020-08-28 21:37   좋아요 1 | URL
안놀고 페미니즘 공부중인 비연님..ㅋㅋ

비연 2020-08-28 21:40   좋아요 0 | URL
홋!!!!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