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의 장점은 뭐랄까 지식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데(…) 아무리 별로인 이야기라도 진심💕인 것 같으면 일단은 귀를 열고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는* 보겠다는 그런 태도를 갖고 있달까.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었나, 무엇을 알지 못하는 데에는 모르고자 하는 욕망과 노력이 있는 거라고(페미니즘에 유독 관심 없는 저 많은 지식인들을 보라. 심지어 우치다 선생도 이퀄리스트 ㅋㅋ) 하더라. 여튼 딱히 따르고자 하는 학파가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공부나 학문의 장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 때 그 때 삶에 필요한 것들을 다양하게 찾아서 읽는다. 그러다 보니 읽는 것들의 장르가 너무도 날뛰어서 어느덧 나도 나를 모르게 되버리고 마는 데…ㅋㅋㅋ 안 가리고 다 읽는 잡식성 독서종족이라고 생각해온 내게도 읽고 싶지 않은 분야가 있었으니….
아, 내가 기어코 모르고저 하는 그것은 바로 재테크다. ㅠㅠ 재테크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고 알라딘 뒤지다가, 이런 저런 심란한 마음에 오랜만에 글을 써 본다. 모처럼 만지는 맥북의 타격감이 어색하군! (안녕? 페이퍼? 오랜만이지? 나 그동안 시골에서 멍때리면서 잘 지냈어!)
새해를 맞이하여 흰 머리를 다섯개 뽑으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일만하면서 늙어갈 수는 없어, 파이어족이 되고 싶은 욕망에 김짠부 유튜브를 구독하였다!! 개그맨 황현희가 나오는 편도 비호감을 꾹 참고 봤다. 이 정도면 나 자신의 모르고 싶어하는욕망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결단>, <부의 추월차선> 왜 읽기 싫니? 왜 사기도 싫니? 응? 나 왜 부자되니 싫니? 🥲 나여, 정말 부자가 싫은 거니? (진짜 사서 읽고 싶지는 않아서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는 데, 잘나가는 책들이라 무기한 예약 다 걸려있다… 킁…)
나는 대학 시절 지나가듯 배운 칸트의 정언명령에 이상하게도 여전히 사로잡혀있는데 (내가 좋아했던 교수님이 하필 칸트 전공자셨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보편적 입법원리가 될 수 있게 행하라”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물론 칸트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 어떤 뜻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말은 이상하리 만큼 뇌리에 딱 박혀서 순간 순간 내게 큰 영향을 미친다.
잠깐 옆으로 새자면, 얘랑 비슷한 말이 하나 더 있는 데 “기소불욕을 물시어인하라”고 ㅋㅋㅋ 아무래도 공자님 말씀인 듯한데… 중학교 2학년 한문시간에 배우고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해서 책상에 조각 칼로 새겨뒀었다(이것도 똑똑히 기억나네, 난 그런 아이였던가). 여틋 뜻은 대략 니가 당하기 싫은 일, 니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거나 하지 말라는 소리 🤔 요 말도 묘하게 칸트의 말과 비슷한 것 같은 데, 어쨌든 공자와 칸트 때문에 내가 요모냥 요꼴로 사는 것 같아서 갑자기 화딱지가 난다능.
다시 돌아가서 저 칸트의 말은 정말 쓰잘데기 없이 내게 작용하곤 하는 데… 나는 습관처럼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슬그머니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런 행동을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아… 오지랖🙄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 해서 그걸 기준에 놓고 생각했을 때 세상이 좀 괜찮아질 것 같으면 하는 편이고, 아니면 안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며, 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밖에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고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이와 관련된 예시는 진짜 허버진데 난 정말 이런 나를 싫어하고 싶지 않아서 독서를 했던 것 같다. 끙.) 그렇게 살다보니 혼자 일종의 도덕 기준(?)이랄까 그런게 높아져서 좀 힘들었던 적도 많았고. (지금은 많이 내려놓고 산다…)
어쨌든 칸트님 덕분에 내가 일찍이 손대(?)지 않았던 것이 바로 결혼(증여와 상속)과 부동산 투자인데 (왜 얘기가 이렇게 튀어?ㅋㅋ 라고 생각하시나요…? 근데 정말 그렇다니까?) 막연히 생각해도 그 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 자식만큼은 보란듯이’ 키우싶어하는 욕망이 기준이 되고, 용인이 된 세상(은 바로 한국사회)은 지옥에 가까울 것 같고, 그런 식으로 모두가 건물주가 되고 싶은 세상(은 가능할리 없으니)에서 세입자의 처지는 비참할 게 뻔하다.
사람 마음이야 변하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겠습니다🙋♂️ 선언하는 건 아니지만ㅋㅋㅋ 그런 나름의 칸트적 마인드로 인해 만약에 결혼을 해도 애는 안낳거나 낳는대도 자식한테는 아무것도 물려줄 생각이 없고ㅋㅋㅋ 부동산도 투자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게 뿌리내릴 내 자가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바로 나의 소망.이 라고 쓰면서 지금 스스로 웃고 있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라도 저만큼은 안 소박하겠으며…ㅋㅋㅋ 막상 애를 낳고 보면, 가능한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몰라서 역시 애시당초 결혼을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 🤣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가난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며 자신의 투자 성공 신화를 세O시 같은데서 이야기하는 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피딱지 얹을 정도로 들으며 (여수에서 한 일 = 재테크 유튜브 본 일) ㅋㅋㅋㅋㅋ 다짐했다. 1. 자신의 욕망을 가족을 위한다는 욕망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치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족을 만들지 말아야지. 2. 이따위 마인드로 살다가 만에 하나 운이 터져 성공하거나 부자가 된다면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사적 욕망이었다라고 말해야지.
정말인지 어디에다 붙여도 찰떡같이 좋은 이유가 되는 가족이라는 핑계는 그것이 굴레인지라 유해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쉽게 쓰다보니 세상이 이꼬락서니인 것 같다. 당장 저 성투하신 분만 놓고 봐도 사후에 성공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가족을 위해서 투자를 했는 데 실패해서 더 가난해졌으면 어쩔 거였으며…(내가 다 가족을 위해서 잘해보려다 그랬다며 억울해할거 아니냐고?) OO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리하고, 도전하는 거 (보통 OO에는 너, 가족, 대의 등이 들어간다) 나의 경우 이젠 진짜 안 믿는다. 그 마음을 안 믿는다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대체로 가장 그럴 듯한 구실이게 사용하는 게 빤해서. 사실은 구실인데도 알고도 모르고도 서로 속아주는 그 맹점이 싫은 거겠지만.
어쨌든 혼자 사는 맛을 뒤늦게 제대로 알아 버린 나는 가족이 없다 하여도(어쩌면 없으니까 더욱더!) 언제고 죽는 날 고스란히 사회에 반납(자식이 생겨도 증여하지 않겠습니다!)할 나의 소박한 집을 한채 마련하고 싶어졌고, 시골에서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열심히 그런 종류의 너튜브를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이제 노동만으로는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는 가버렸다. 이미 집값을 다 올려놔버렸기 때문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없다… 그러니까 수도권 말고 지방에 집 사라. 이거 볼 시간에, 투자해라. 갭 투자해라…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 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모처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칸트가 제대로 돋아 버렸다.
쉬바. 이런 방식의 투자가 모이고 모여서 집값이 올라가서 노동으로 집을 살 수 없어져버린거 잖아? 아 모두가 이런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면, 그럼 정말 모르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바로 바보, 내 부모도 바보!!) 나는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다시 재고해야하는 것인가. 애초에 이것은 나의 욕망인가… 타자의 욕망인가… 또 나만 이런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건가 하면서 밑에 달린 댓글 1000개 살펴봤는 데, 비슷한 댓글이 딱 한 개 있었고, 우리의 김짠부가 자기도 그 생각 안해본 건 아니라며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며 <부의 인문학>과 <레버리지> 책을 추천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자산… 유동성… 이런 것들을 다루고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그러니까 비슷한 상황진단에서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랬던 거고, 레버리지는 재빠르게 나의 노동소득을 자산화 하라고 할것 같고… 아무튼 넘겨짚지 말고 편견없이(?) 읽어보자 이러면서 아, 솔직히 넘 베스트셀러라서 사기 싫은데??? (베스트셀러는 왜 안사고 싶을까요) 하며 장바구니에서 넣다 빼다 심란하던 차에.
저는. 쉬는 날을 맞이하여 몰아서 은행업무를 보고 있는 아빠의 택시안에서 이런 말을 듣고 맙니다.
“적금 탄걸 찾아서~ 대출을 갚아야지~”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분명히 쾌활했고 곧 사라질 적금이나마 탄 것이 즐거운듯 하였다. 아무래도 작년에 집 리모델링 한 것 때문에 소액 대출을 받았지 싶은 데…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 이야기 듣다가 적금 탄거 찾자 마자 빚 갚을 생각하는 아빠를 보니까 가슴 너무 먹먹해져버린 것. 😭
작년 봄, 막내가 취직하자 마자 65세로 셀프 정년을 한 아빠는 쉰지 두 달을 못참고 택시 드라이버~가 되셨다. 어디냐고 물어보면🎵 양화대교~가 아닌 돌산대교~일 아빠는 인터넷 뱅킹도 잘할줄 몰라서 택시기사를 하면서 폰뱅킹으로 손님들의 계좌이체를 확인하고 계셨다. 그걸 알게 된 나는 문자 서비스 알림 등을 등록해드리다 오류가 발견되어 은행에 따라갔고… 아무튼 (가난한) 아빠의 적금타서 대출금을 값는 성실한 자세 때문에 좀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이미 한번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집에 가는 길에 보이던 신축 아파트🏣
를 가리키며 택시 기사님이 한번 더 날린 쐐기 박는 대사.
“저거 청약 당첨됐는데, 6천만원 계약금 없어서… 지금 2억인가 3억인가 올랐다?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롸?!! 뭐??!! 아빠는 속이 쓰려?!!! 나는 속이 터져…!!! 왜 우리한테 말 안했어…. 하긴 뭔 말을 하겄어…. 아니… 여수에 아파트값이 2억이 올랐다고? 워매~, 이미 우리 집 빼고 다 이러고(부동산 투자) 있는 거였어?!!! OMG 😱!!
이 일화를 동생한테 말하자 마음만 영끌족인 그녀는 속이 터지다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왜… 계약금을 챙길 생각을 안한 거여… 못한 거것제? 우리는… 왜… 우리집은… ~!@#$!#%^$%듀ㅠㅠ”
이후에 이어진 더 참혹한 대화들은 차마 글에 옮길 수가 없다.. 어쨌든… 아, 이럴 때 벌지도 않은 2억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는 구나. 그거 였으면… 아빠가 하루에 16시간 씩 택시 몰 일은 없었겠지? 뭐,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습니다.
*
아빠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즉, 타고나기를 인싸 자질이 없는 외골수다. (하지만 울아빠 싸움 잘함ㅋㅋ) 그래서 평생 열심히 일을 했다. 새로 시작한 택시 운전에서 카카오 네비를 비롯한 신문물 적응도 힘들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다고 (아아, 나는 그의 딸이다) 전해지는 아빠는 특유의 성실함과 오기(?)로 석달만에 택시 회사에서 실적 1등을 달성했다고 했다. 딸들은 엄마에게서 그 소식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빠… 제발, 제발 좀… 열심히 안살면 안돼?😭
아빠는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근해 잠깐 손님없는 시간대에 집에 들러 점심을 후루룩 먹고 바로 나가서 저녁도 굶고 일하다 밤 12시 무렵에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내가 여수에 머무는 보름내내 설 연휴에도 딱 하루만 쉬고 그렇게 일했다. 몸 축나는 거 아냐? 걱정해도 본인이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자라는 내내 아빠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자식 넷에 할머니, 할아버지 때로는 한량 삼촌까지… 유일한 가장이었던 아빠는 언제나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평생 해온 노동에 비하면 5일에 한번 쉬는 날도 있고, 집에서 잠도 잘 수 있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있으니, 어쩌면 그 기준에선 16시간에 가까운 노동시간이 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 가족은 거의 완벽하게 젠더 분업화가 이루어진 각자의 롤에 충실한 집이었다.)
이어지는 엄마의 말에 따르면 아빠 왈, 기껏 나가서 사납금만 채워주고 올거면 회사만 좋은 일 아니냐고. 그래서 자기는 무조건 20만원을 채우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그러니까… 이 코로나 오미크론 시국에…? 응 그렇대….
…….
이러한 연유로해서 마중 나온 딸들에게도 깎듯이 택시 미터기를 꺾는 아빠가, 평생 그런 아빠의 밥을 해주고 싶었다는 엄마가 (엄마는 시부모 말고 늬들 말고 아빠 밥을 해주고 싶었다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이런 나의 부모가 아주 조금만 약았다면. 세상 돌아가는 거에 눈치가 빨라서 살뜰히 제 잇속을 좀 더 챙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우리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자니 좀 마음이 서글펐다. 현생 우주 속의 우리 들은 부모를 닮아서 ‘요즘 애들’ 치고는 성실하고 성실하고 또 성실하였다… 젠장!! (4남매 모두 초중고 개근한 전설의 레전드…) 보고 배운 사회적(?) 전략이 그런 거라 씩씩함과 우직함으로 승부하다 보니 모두 조금씩 화가 나있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하거나 듣기 싫어 자신한테 가혹하다.
얼마 전에 자매들과 찍어 올린 유튜브(https://youtu.be/dyhCSkvV6SY)에서는 이 책 <새 마음으로>가 나온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세계의 속도에 맞춰서 혁신을 이루는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변하지 않는 세상 쪽의 일을 묵묵히 담당하며, 적은 급여의 일을 ‘일이기에’ 정성들여해 온 이웃들의 인터뷰다. 한 쪽의 빛이 너무 밝아지면, 어느 쪽의 빛은 의식되지 못한 채 점점 더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조명이 빗겨나 있는 그곳에 카메라와 펜을 들고 다가간 젊은 작가 이슬아가 고마웠다.
당신은
어떻게 헌 마음도
그렇게 빈 마음도 아닌
새 마음으로 오랫동안
일했나
책의 뒷표지에 놓여있는 문장. 우리들은 이 문장을 보고 마음이 지잉- 울렸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겨워했다. 나는 나를 먹여살린, 지금의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일에 진심인 근본적인 이유(원흉일지도)인, (칸트말고) 대책없이 성실하게만 사는 소박한 사람들의 노동을 너무도 잘알고 있고 보아왔다.
당연히 난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어쩌면 도망칠 수 없어) 부지런하게 노동하는 단순한 세계 속의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동시에 순수하게 낭만화할 수 만은 없는 시선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들의 어떤 속성을 똑 닮게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살아갈 수록 *열심히 마음을 다해서 일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할바에야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아!*라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내 안에서 점점 작아진다. 한번 콱 물리면 바로 전염되는 독성강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계에서 화살도 야구 방망이도 없이 선량하게 살아남으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나의 여수 한달 살기는 보름만에 장렬하게 실패했고, 또 다시 돈 벌러 서울로 올라왔다. 쉬면서도 안쉬고 자꾸 뭐를 하려고 들어서 내린 특단의 조치였는 데, 읽고 쓰는 걸 못하니 유튜브만 주구장창 보다가 사상이 피폐해졌다. ㅋㅋㅋㅋㅋㅋ 자기계발이랑 재테크 영상을 보면서 둔너있으려니 스스로가 그토록 루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상태를 이야기 해보고 싶어 서울로 올라오자 찾아가 만난 친구는 살아있는 칸트였다. (ㅋㅋㅋㅋㅋㅋ) 그 분은 주식으로 돈을 조금 번 적이 있었는 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진정한 노동 숭배론자(...)의 마음을 증언 한 적이있다. 나는 그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안돼, 그러면 평생 일해야된다구!!! 우리 자신 안의 지독한 노동 중심주의를 깨야해!!! 우리, 마음을 바꿔 먹자!!! 나한테 집사라며!! 그런 태도로는 집을 살 수가 없다구!! ㅠㅠㅠ 라고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ㅋㅋㅋㅋㅋ 솔직히… 고작 재테크 동영상을 보면서 쓸데 없이 칸트 돋아 버리는 내가 더하면 더했지… 에효😮💨 할말이 없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이러는 내가 싫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삶에 대해. 가난을 그토록 두려워하면서도 일해서 벌지 않는 돈을 저어하는 이상한 습성에 대해. 빌붙기가 태생적으로 안되는 독립적인 (독고다이…) DNA 대해. 여기서 퀴즈, 그 친구는 누구인가?(힌트, 그는 자신이 칸트를 닮았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나에겐 부모님이 물려주신 고맙기는 하지만 이제는 고쳐야할 몇가지 태도들이 있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하느니 차라리 손해보고 발뻗고 자는 것. 재테크 뿐만이 아닌 모든 (정신적, 물리적, 시간적) 투자에 따르는 당연한 리스크가 겁이나 도전하지 않는 자세. (좋게 말하면 안전 지향인거고 나쁘게 말하면 평생 일만하다 죽을 팔자…) 세상에는 정말 별로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꿰뚫어볼 줄 모르는 눈(좋게 말하면 인간에 대한 신뢰…? 인건 데 대책없이 이러면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세상인 것 같다.) 그 밖에도 등등.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계산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이 걸어지고, 터프해지고, 아무튼 그래도 가끔 내 안의 칸트가 돋아나곤 해서 점점 애매하고 이상한 혼종이 되어가고 있고 ㅋㅋㅋ 그래서 매일 매일 혼신의 힘을 다해 숙면이라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생애의 절반은 아주 행복했노라...) 이렇게 쓰고 나니 진짜 한국사회 정글이고 천박한 것 같네….
신나게 쓰다보니 팔천자가 넘었다. 무튼 이 이상한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내 안의 칸트를 모셔와서 예의 그 기준으로 부모님의 삶을 대입해 보면… 모두가 내 엄마, 아빠처럼 산다면? 다행스럽게도 그 세상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ㅎㅎ ㅎㅎㅎ
하지만 이미 천박해져 버린 이 사회에서 앞으로도 50년 이상은 생존해야하는 건 부모님이 아닌 나니까….
나는 😤 나를 😫 지킨다🗽
그러기 위해 레버리지를 아무래도 읽어야겠는데…
왜죠?
왜 내 보관함에 이런 책들을 함께 담고 있는 거죠?
훠이~ 물러가라! 칸트 귀신아~ 물러가라!!
그러고 보면 살짝 끓어오르다 말았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눈녹듯 사라져버린 대선이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떤 무엇이 난 조금 두렵다.
덧붙임. http://www.gotoquiz.com/which_philosopher_are_you <--당신의 나랑 닮은 철학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