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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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에세이 제목 가운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책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말 그래도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들이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의미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게 행복을 안겨주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 <옥수수빵파랑>을 보면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우일의 딸 은서의 해맑은 모습의 사진(이런만해서 이우일씨에겐 미안하지만 은서는 만화같이 생겼다)이 담긴 이 책은 이우일의 favorite things에 관련된 이야기다. 복사지, 후드 달린 트레이닝복, 소포상자와 같은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하이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줌 스코프, 라디오헤드와 같은 인물, 김밥, 귤, 에스프레소, 포와 같은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그것에 얽힌 사연이나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게 된 이유 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렇게 두꺼운 책도 아니고 만화가 함께 실려있기때문에 한 권의 잡지를 읽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오늘 날의 많은 사람들은 부나 명예를 쫓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채찍질을 해서 성공을 하는데서 얻는 행복도 있겠지만 그런 행복은 잠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 속에서 이우일이 언급한 것과 같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깨끗한 A4용지를 하나 꺼내서 내 삶에서 힘이 되어주는, 행복을 안겨주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적어봐야겠다. 가볍긴 했지만 이우일이 좋아하는 것을 옅보는 재미, 의외의 물건이 주는 행복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나만의 Favorite Things에 대한 생각으로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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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피필름 2006-09-0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우일씨에겐 미안하지만 이우일씨랑 은서랑 정말 똑같이 생겼는데 은서는 못생겼어요 ㅋㅋ 그래도 너무 사랑스러운 딸 같아요.
저도 이책 읽으며 행복해지는게 무얼까 떠올려 봤었는데..^^

이매지 2006-09-0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서가 선현경씨를 닮았더라면 좀 더 예쁘장했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아니 니가 왜 아쉽누-_-). 은서는 왠지 코믹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같은 느낌. 팔다리도 길쭉길쭉하고 생김새도 그렇고^^;; 이우일씨가 이런 글을 보지 않길 바랄 뿐이죠-_-;;

하늘바람 2006-09-09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부러운 가족이죠

i00111 2006-10-0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딸이라 이쁘답니다.^^

이매지 2006-10-0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
i00111님 / 이런 상황은 원치 않았건만 보시고 말았군요. 털썩. ㅋ 화목한 것 같아 늘 보기 좋은 가족이예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부탁드려요^^
 
이우일, 카리브 해에 누워 데낄라를 마시다
이우일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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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내가 들은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카스트로가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쿠바의 독재자 카스트로가 쓰러졌다니. 그럼 이제 쿠바도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로 전환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쿠바로 떠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하기사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알아간다고는 하더라). 하지만 쿠바에 가려면 경유해서 갈아타야하고, 비행기표값도 비싸고, 알아보니까 생각보다 여행비도 비쌀 것 같다는 생각에 우선은 포기.(결정적으로 난 아직 여권도 없다.) 그러던 차에 이전에도 재미있는 여행기(도쿄여행기나 신혼여행기)로 찾아왔던 이우일이 쿠바를 다녀왔다기에 홈페이지로 소식을 접하다가 이렇게 책으로도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이우일과 그의 가족들은 위험한 도시라는 소문을 듣고 주위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여행한 멕시코 시티, 뒤이어 긴장을 조금 풀어준 휴양지 도시인 칸쿤을 거쳐, 아직까지는 자본주의의 때가 덜 탄 쿠바의 아바나, 그리고 긴 여행을 마치고 푹 쉬자는 의미에서 경유한 '여자들의 섬'인 이슬라 무헤레스를 거치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은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이우일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쓴 글에서 유럽에 가는 것보다 시간과 돈이 두 배 이상 든다고 투덜거렸듯이(실제로 내가 남미와 쿠바쪽 여행을 찾으면서 본 8개국 25일짜리 패키지는 팁같은거 제외하고도 900만원돈이었다.) 꼬박 하루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물론 경유포함) 신체적인 고생이나 금전적인 압박이 이 여행에는 존재한다. 뭐 물론, 쿠바를 꼭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인 요소이겠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 돈과 시간으로 다른 곳을 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이 없는 편이고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종종 이렇게 책으로 만나보는데 책으로만 만나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 부담되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계속 들어서인지 이런 책들에 자꾸자꾸 손이 가는 것 같다.

  대개의 여행자들은 여행기를 쓸 때면 자신들의 글과 함께 사진을 통해 자신들의 여행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우일은 만화나 일러스트를 그려와서인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과정을 보여준다. 그 뿐 아니라 부인인 선현경도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고, 심지어 딸인 은서도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상을 보여주고 있다. 온 가족이 자신의 손길이 담긴 그림을 통해 독자와 여행에 대한 느낌을 교류하는 것. 그렇기에 글만 빼곡하게 써있는 책보다 훨씬 쉽게 읽어갈 수 있었다. 물론, 사진과 글도 실려있기에 그림만 보는 지루함이나 구성상의 지루함은 없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감상, 그리고 경험. 이런 것들을 그만의 그림으로 녹여서 보여주기때문에 마치 옆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쿠바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 멕시코시티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 아니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이런 저런 사정때문에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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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들 가족 참 재밌죠. 이 작품은 보지 못했는데 궁금해요. 쿠바 가는데 그리 비싸게 먹힐 줄은 몰랐어요...;;;;

이매지 2006-09-0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신혼여행기나 도쿄여행기는 두꺼운 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얇아서 엑기스같은 느낌^^ 쿠바는 학생신분에 엄두가 안나요. -_ ㅠ 제가 본 여행사가 비싼걸 수도 있을텐데 대개 500 이상은 드는거 같더라구요^^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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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들을 읽을까하고 힐끔힐끔 쳐다볼 때가 있다. 그렇게 내가 힐끔거리면서 본 많은 책들 중에 유독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제목이 많이 보였다. 이미 이전에 교육심리학 시간에 마시멜로 실험을 하는 비디오를 본 적이 있었기에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고, 자기계발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손에 잡지는 않았지만 과연 어떤 책이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에서 읽게 됐다.

  이야기는 자신의 운전기사인 찰리에게 사장인 조나단이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나단은 마시멜로 실험이 무엇인지, 실제로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인내한 사람들에는 누가 있는지에 대해서 찰리가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마시멜로 이야기는 눈 앞에 놓여진 마시멜로를 당장 먹지 않는다면 더 큰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훗날의 커다란 성공, 혹은 목표를 위해서 현실의 소소한 즐거움은 잠시 접어두자는 것. 이렇게 접어놓은 소소한 즐거움은 훗날 더 큰 즐거움(성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그 즐거움을 참는 동안에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준비'와 '행동'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찰리처럼 눈 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덥썩 잡아먹곤 한다. 잠시만 해야지하고 시작해서 몇 시간이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 딱 3판만 해야지하고 몇 판이고 오락을 하는 사람, 이거만 먹고 다이어트해야지하고 생각하고 그 다음날에도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 딱 한대만 피고 끊어야지하면서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 이제 계획적인 쇼핑을 해야지하고 생각했지만 세일이라는 마시멜로에 지갑을 여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이 눈 앞에 마시멜로에 눈이 멀어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시멜로 이야기>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자극, 혹은 반성의 시간을 마련해주고 이를 통해 좀 더 긍정적인 삶, 좀 더 성공에 다가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물론,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천'이 문제겠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 이 책도 어떻게 보면 다소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뭐 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책의 행간도 넓은 편이고, 삽화도 간간이 있어서 순식간에 읽어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양장에 행간까지 넓으니 좀 더 비싸게 책팔아먹으려는 수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만) 이런 구성과 가볍지만 따끔한 내용때문에 선뜻 책을 집어들지 못했던 많은 독자들이 책을 접하게 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서점에 가서 한 번 쓱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가끔 눈 앞에 마시멜로를 먹고 싶어질 때 이 책을 보며 마음을 다스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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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2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시기에 읽고 비슷하게 느꼈네요. 정말 뼈있는 책이었어요.

이매지 2006-08-2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리뷰쓰려고 했더니 마노아님의 멋진 리뷰가 있어서 멈찟했었어요^^
 
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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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말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의 이 말은 어째 오늘 날에는 조금은 무색해져 버린 것 같다. 친구나 가족,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우리는 실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면서 혹여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데 되려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나이가 어린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면 많은 사람들은 비뚤어진 시선으로 자신보다 능력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옛 사람들은 어떠했는가? 비록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배울 점이 있다면 마땅히 스승으로 모셨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미물을 보고 그들은 하나의 교훈을 얻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는 그렇게 우리의 스승이 되어줄 만한 옛 선인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역사적인 위인이 아닌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얻은 교훈들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자득의 묘'에서는 도둑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것(혹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분수를 지킨 도둑'에서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둑질은 당연히 나쁜 일이지만 만약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생물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쥐와 노는 고양이'라는 이야기에서는 고양이답지 못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통해 제각각 하늘이 부여한 할 일을 수행함의 중요성과 함께 쥐와 같이 명예를 훔쳐 의를 좀먹고 이익을 탐하여 남은 해치는 자들을 비난하기도 하고, '개이야기'에서는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은혜를 갚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3부에서는 다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효자 왜가리'에서는 왜가리라고 불린 한 사내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에 관한 이야기를, '책 속에 돈이 있으니'에서는 한 어리석은 선비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흑과 백', 명당설의 허실' 등과 같이 어떤 개념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4부의 구성에서 총 47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때로는 우회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개 사람들은 우리의 고전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손에 잡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꺼려하는 고전에는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고, 교훈이 담겨있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들은 나의 스승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했다. 그동안 고전이라면 입시때문에 읽어왔던 학생들에게도 좋겠지만 고전이라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반 성인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책을 엮으면서 '번역문은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고, 주석은 가급적 달지 말 것,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난해하지 않은 내용일 것' 등의 원칙을 지키려 했기 때문인지 어렵지 않게 매끄럽게 넘어가는 편이고, 짤막한 이야기가 모여있다보니 이야기 한 편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전이라면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 고전이라면 으레 붙는 각주가 귀찮았던 사람들, 옛 이야기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 누구라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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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수 우잘라 - 시베리아 우수리 강변의 숲이 된 사람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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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르수 우잘라>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솔직히 그것이 사람의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불어 이 책이 논픽션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나는 이 책에 대해 무지했고, 어쩌면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나서 나는 낯선 곳에서 자연과 교감했던 한 남자 데르수 우잘라를 알게 되었고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데르수 우잘라라는 고리드 족 원주민 사냥꾼의 이야기이다. 그는 이 책의 저자인 아르세니에프의 탐사대와 동행하여 그들에게 여러가지 도움과 교훈을 준다. 탐사대는 연해주 해안지역을 거쳐 테르네이만, 비킨강, 우수리강에 이르는 멀고 험한 길을 탐사하며 만약 데르수 우잘라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자연의 힘에 의해 죽을뻔한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곤 한다. 바람이나 안개, 소리를 듣고 큰 비가 내릴 것을 안다던지, 발자국을 보며 어떤 사람이 그 곳에 머물렀는지를 안다던지, 근처에 위험한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들은 단순히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측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사냥꾼이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자연을 존중하며 자연과 교감하고자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직관들이 그에게 스며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늘 날의 사냥꾼들은 무차별적으로 사냥을 행한다. 생존에 필요하지 않아도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 사냥을 하곤 한다. 하지만 데르수는 사냥꾼이지만 자신이 사냥해온 동물은 늘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먹는다던지, 동료를 의심하지 않는다던지, 혹은 우연히 마주친 호랑이를 총으로 쏜 뒤 죽은 호랑이의 살을 파먹던 구더기를 떠올리며 몇 날 며칠을 괴로워하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의 사냥은 오늘날 많은 사냥꾼들이 하는 것처럼 단순히 동물을 잡아 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것이고 생존을 위해 행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그는 자연 속에서 동물의 우위에 선 사람이 아닌 '인간'이라는 하나의 개체로 살아갔을 뿐이었다. 때문에 그는 자연을 우리가 마음껏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대했다. 떨어지는 혜성들을 보며 누군가는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다 누군가는 홍수도 혜성때문에 일어난 것 같다며 이야기할 때 데르수는 "저건 언제나 하늘을 간다. 사람들, 방해하지 않는다."며 그저 심드렁하게 중얼거린다. 이런 태도에 저자도 '자연을 인격으로 보는 데르수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의 말이 논리적으로 오류인 적도 없었다. 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판단했고, 또 인정할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며 데르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데르수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고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단순히 데르수에 대한 이야기만 펼쳐졌다면 다소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탐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문명과 약간 거리가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탐사대가 만난 그런 사람들의 삶을 잠시나마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슈거)때문에 자꾸만 사는 곳을 옮겨다니는 중국인들의 모습, 황금을 쫓아 지기트만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이야기, 가장이 죽으면 주위 사람들이 재산을, 심지어 어린 자녀까지 앗아가버린다는 타즈여인들의 삶, 30년간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타쿤치 일대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듯한 노인의 고독한 삶 등. 잠시 스치고 지나갈 뿐이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나름대로의 삶의 애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생활터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가끔씩은 낯선 개념이어서 아리송한 부분도 있었지만.)

  책의 결말부는 코끝이 찡해지게 만들었다. 모닥불을 피우고 잠든 데르수를 러시아인들이 데르수의 돈과 총을 노리고 죽게 만들기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서장과 같은 문명인에게 데르수와 같은 야만인의 죽음은 그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는지 서장은 시체를 확인하러 온 아르시네에프에게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사뭇 유쾌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내며 심지어 가해자가 누구인지 수사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다른 사람의 욕심때문에 죽음을 당하지만 가해자를 밝혀낼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버린 데르수의 죽음. 이 것이 문명의 이기심, 자만심이 아니고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왜 문명은 문명이라는 가면을 쓴 채 야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작은 동물에도 하나의 인격으로, 하나의 생명체로 공정하게 대한 데르수같은 사람은 문명과는 동떨어진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 데르수의 모습을 보며 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데르수는 비록 이 세상을 떠난지 100여년이 지났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와 생각거리는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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