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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오프 더 레코드 -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
박진진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가 의외로 흥행(100만 좀 넘어서 상반기 관객수 19위더라.)하는 걸 보며 우리나라에도 캐리 일당의 이야기를 즐기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대체 <섹스 앤 더 시티>는 왜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일까? 매 회마다 삐까뻔쩍한 의상들을 입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인기를 끌 수도 있었겠지만, 나같이 명품이니 메이커니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가 어필한 것은 네 여자의 연애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뉴욕에 사는 캐리 일당이 겪는 이런 저런 연애 에피소드들은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 해본 이들에게는 공감을, 설사 경험이 없다하더라도 대리만족 비스무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국내에서도 먹힌 것 같다. (최근 인기 있는 <위기의 주부들>도 그런듯.) 연애는 백 사람이 있으면 백가지 모습의 이야기가 있지만, 뉴욕이던 한국이던 연애를 하는 큰 틀은 비슷하기에 더 공감을 하며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국식 담론은 어떨까? 이미 국내에도 연애 좀 해봤다하는 사람들이 쓴 연애서들이 출간된 바 있지만, 이 책은 연애, 사랑,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연애서보다 많은 도움을 줬다.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기본적인 타겟은 20, 30대 미혼 여성이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여성들이 읽으면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남성들이 읽는다면 여성의 심리를 알 수 있고, 한 수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섹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겠다고 밝혔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전체 6장 가운데 3장이 섹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밖에서 읽었는데 혹여 누가 훔쳐보고 오해라도 할까봐) 그만큼 솔직한 진짜 연애담이 그려지고 있어서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몇 권 안되지만 기존에 내가 읽어온 연애서들(화성남 금성녀 정도.)은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남자는 이러이러하게 다르고, 여자는 이러이러하게 다르다. 그러니 둘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느니라."가 대개 연애서들이 주는 교훈(?)이다. 이 책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남자들을 이해해주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게 당당하게 이야기하자!"라고 이 책은 말한다. 섹스에 관한 부분도, 연애에 관한 부분도 '이런 얘기를 하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고 주춤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행복한 연애를 하는 길이라고 밝힌다.
과거 연애를 하며 온갖 찌질한 행동들을 일삼아왔었기에 뜨끔한 부분도 많았지만 한 수 배운 부분도 많았다. 남자친구에게도 일독을 권했는데 (읽고나서 괜히 '역시 난 괜츈한 남자'라고 으쓱거리지 않을까 심히 걱정은 됐지만),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나름대로, 다가올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나름대로 얻어갈 부분이 있는 책이었다. 20대 초반의 순진한(?) 처자들이 보기엔 다소 얼굴이 발그레질 부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연애서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플라시보님의 페이퍼를 재미있게 읽어왔던지라 주저없이 읽었는데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를 재미있게 봤다면 혹은 연애를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특히 섹스와 관련한)에 번뇌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