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옛 말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의 이 말은 어째 오늘 날에는 조금은 무색해져 버린 것 같다. 친구나 가족,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우리는 실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면서 혹여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데 되려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나이가 어린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면 많은 사람들은 비뚤어진 시선으로 자신보다 능력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옛 사람들은 어떠했는가? 비록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배울 점이 있다면 마땅히 스승으로 모셨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미물을 보고 그들은 하나의 교훈을 얻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는 그렇게 우리의 스승이 되어줄 만한 옛 선인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역사적인 위인이 아닌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얻은 교훈들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자득의 묘'에서는 도둑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것(혹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분수를 지킨 도둑'에서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둑질은 당연히 나쁜 일이지만 만약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생물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쥐와 노는 고양이'라는 이야기에서는 고양이답지 못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통해 제각각 하늘이 부여한 할 일을 수행함의 중요성과 함께 쥐와 같이 명예를 훔쳐 의를 좀먹고 이익을 탐하여 남은 해치는 자들을 비난하기도 하고, '개이야기'에서는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은혜를 갚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3부에서는 다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효자 왜가리'에서는 왜가리라고 불린 한 사내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에 관한 이야기를, '책 속에 돈이 있으니'에서는 한 어리석은 선비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흑과 백', 명당설의 허실' 등과 같이 어떤 개념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4부의 구성에서 총 47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때로는 우회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개 사람들은 우리의 고전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손에 잡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꺼려하는 고전에는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고, 교훈이 담겨있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들은 나의 스승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했다. 그동안 고전이라면 입시때문에 읽어왔던 학생들에게도 좋겠지만 고전이라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반 성인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책을 엮으면서 '번역문은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고, 주석은 가급적 달지 말 것,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난해하지 않은 내용일 것' 등의 원칙을 지키려 했기 때문인지 어렵지 않게 매끄럽게 넘어가는 편이고, 짤막한 이야기가 모여있다보니 이야기 한 편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전이라면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 고전이라면 으레 붙는 각주가 귀찮았던 사람들, 옛 이야기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 누구라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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