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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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잠깐 잠이나 깰 겸 어슬렁 어슬렁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다소곳하게 꽂혀있는 이 책을 잡았다. 누군가 읽으면서 한 번쯤 배꼽 빠지게 웃은 책을 추천할 때 주워들었던 제목이 바로 이 책 <개를 위한 스테이크>였기 때문에 '대체 어떤 책이길래'하는 호기심에 집어든 것. 이스라엘 작가의 책은 처음이나 나름 두근두근한 마음을 갖고 읽어가기 시작. 그리고 표제작인 '개를 위한 스테이크'를 읽으며 그 조용한 도서관에서 혼자 바보같이 베시시 웃고 말았다. 

  저자와 그의 잘나신 아내, 그리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아들에 수다쟁이 딸, 거기에 이 가족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제대로 된 훈련조차 먹히지 않는 멍청한 개까지 괴짜 가족의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지만, 저자가 풍자 작가이기 때문인지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들의 학예회에 가서 벌어지는 일들.)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는 에프라임 키숀. 하지만 노벨문학상 후보라면 은근히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등장하니 부담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과장스러운 사건들이라 '이게 정말 실화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뭐 아무렴 어떠랴 실화던 아니던 내게 웃음을 안겨줬다는 사실 만으로도 고맙고 또 고마웠던 책.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역시 표제작인 '개를 위한 스테이크'를 비롯해서 '고무젖꼭지 체치의 비밀', '족보 있는 개를 찾아서', '옆집 라디오와 우리집 면도기', '제발 안녕이라고 말해!', '계란 반숙은 이제 그만' 등등. 뭐 하나 빠지는 에피소드들이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만족도가 높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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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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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번에 출간된 하이델베르크에 대한 평들이 썩 좋지 않아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을 때도 읽을까말까 고민했다. 뭐 크게 건진 건 없지만, 뭐 그런대로 도쿄와 김영하의 일면을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무런 정보없이 읽었기에 첫 번째 등장하는 이야기 <마코토>를 읽으며 처음에는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주인공이 여자길래 나름 깜짝 놀라며 읽었다. 뒤이어 등장하는 사진과 김영하의 짧은 이야기들은 한 편의 잡지처럼 다가왔다. 

  평범한 여행기는 아니기에 도쿄 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바라고 있는다면 실망하겠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도쿄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 지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앞에서 작게 나온 사진이 뒤에 다시 나온다던지,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여백을 채우듯이 써진 짤막한 글이 뒤에 완전한 형태로 등장하는 식으로 책 한 권을 보면서도 본 거 또 보고, 읽은 거 또 읽고 하게 만드는 점이 좀 짜증났다랄까. 사진집도, 소설집도, 에세이도 아닌 그런 점이 김영하 여행자 시리즈의 콘셉인 것 같기도 하지만. 총 8권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달랑 하나만 읽고 판단하기는 미안하지만 앞으로 또 여행자 시리즈를 읽게 될 지는 미지수. 사실 김영하니까 이런 책도 그나마 내는구나 싶었고,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지나치게 무성의하다는 생각 뿐. 작가는 자신의 팬에게 팬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앞으로 김영하는 소설로만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뭐 이런 아쉬움은 있었지만 도쿄와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롤라이 35를 들고 여행을 하는 김영하의 모습을 보며 왠지 나도 수동 필름 카메라가 하나쯤 갖고 싶어졌고(이건 예전부터 그랬었지만) 도쿄에 가서 개성있는 가게들에 슬쩍 들어가 이것 저것 구경하고 싶어졌다는 점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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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0
이민숙 지음 / 갤리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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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하루에 세 잔씩 벌컥벌컥 마시는 커피를 대체하고자 마시기 시작한 홍차. 그렇다보니 대중없이 멋도 모르고 마셨는데, 마시다보니 홍차에 대한 정보도 알고 싶어져서 관련된 책을 골라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아직 홍차 인구가 많지 않아서인지 관련된 책도 구하기 어려워서 아쉬워하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홍차를 좋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왠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기 전에는 홍차에 대한 가벼운 입문서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탐닉 시리즈를 몰라서 그랬던 것. 읽다보니 이 탐닉 시리즈는 블로거들이 자신이 탐닉하고 있는 주제로 책을 꾸며간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 책은 홍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홍차를 즐기는 법을 통해 독자에게 홍차를 즐기는 티타임은 그렇게 고급스럽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초반에는 기분에 따라, 때에 따라 다른 홍차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저자의 모습을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 소개된 홍차들을 대부분 아직 마셔보지 못해서 대체 어떤 향과 맛을 가진 홍차일까 마구마구 상상하면서 읽어나갔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마리아쥬 프레르 초코 민트와 실버 포트의 캐러멜 포와르!) 

  단순히 저자의 홍차 애정담을 들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도의 3대 홍차에 대한 설명, 다구 관리 요령, 티백 보관 방법 등의 홍차와 관련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어느 정도 구색을 맞췄다. 대체로 초보자가 읽어도 어렵지 않을 내용들이라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한 나도 가볍게 읽어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홍차를 즐기는 법이 등장했는데, 아직 해보지 못한 우유 냉침과 소주냉침(!)에 꼭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홍차에 탐닉하는 저자의 일상을 보고 있자니 나도 왠지 홍차에 대한 사랑이 뭉글뭉글 솟아나는 기분. 점점 날이 쌀쌀해지니 따뜻한 홍차 한 잔이 고맙고, 즐거워지는 것 같다. 어느덧 하루에 한 잔 이상을 마시지 않으면 아쉬움이 남는 홍차. 세상은 넓고 홍차는 많으니 부지런히 사마셔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봤다. 쌀쌀한 가을에 홍차 한 잔 하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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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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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부모님께서 주말마다 등산을 시작하셨고, 지금은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까지 배우실 정도로 열정적인 산행을 하신다. 부모님의 다소 광적인(?) 산행에 시큰둥한 나는 그저 '어차피 올라가면 내려와야할 거 뭣할라고 죽어라 올라가나'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별로 보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산에 대한 자료를 접하면서 가장 많이 본 문구는 '백두대간 00구간'이 아닐까 싶다. 산행 좀 한다는 사람들은 도전한다는 백두대간 종주. 약 1600km에 달하는 구간을 종주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거리도 대체 나로써는 왜 그렇게 고생을 해서 가나 싶었는데, 이 책을 쓴 빌 브라이슨은 다소 엉뚱한 계기로 백두대간의 2배쯤되는 애팔래치아 산맥 종주를 시작한다. 
 
  애초부터 등산이 취미였다라면 모를까, 어느 날 새로 이사한 마을에서 애팔래치아 트레킹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극을 받아 등산을 시작하게 된다는 계기에서부터 종주를 위해 장비를 하나씩 구입해가고, 종주의 위험성(예를 들어 곰)에 대한 글을 읽고 겁에 질려 같이 산행을 할 사람을 구하다가 원수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을 카츠와 함께 드디어 산행을 시작한다. 둘 다 산행, 아니 운동은 퍽 오랫만에 했기에 헉헉거리며 18kg이나 되는 배낭의 무게에 압박을 느껴 내용물을 던져가면서 시작하는 종주.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튿날은 그런대로 괜찮아지고, 점점 속도를 내서 숲을 걷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자연과 사람들. 

  사실 이런 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사는 산을 걸으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했다는 식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만약 빌 브라이슨 혼자서 산행을 했더라면 어쩌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는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사람 한 명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한적한 산 속에서 그저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았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동행인 카츠의 존재로 이 책은 위트있는 산행기가 되었다. 시작부터 배낭에서 식량을 미친듯이 던져대며 웃음을 안겨주더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대피소에서 쥐를 몇 마리나 때려잡았다고 의기양양해하기도 하고, 눈보라가 쳐서 마을에 내려와 묵을 때 크림소다를 잔뜩 사놨다가 저자가 다시 산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자 "오늘 X파일하는데."라며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 등은 자칫 반복될 수 있는 서사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1부에서는 함께 산행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2부 초반에는 카츠가 사정상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 빌 브라이슨 혼자 종주를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카츠가 없어서 그런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다소 밋밋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카츠가 다시 등장하면서 급 생기가 돌긴 하지만.)

  이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애팔래치아 종주에 성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어쨌든 시도했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걸으며 그들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고, 그 자연이 파괴되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더불어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편리함에 대해서도 새삼 느끼게 되고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해도 산책은 좋아하기에 이번 주말에 살랑살랑 바람 맞으며 산책이나 하며 삶을 즐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빌 브라이슨의 작품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예전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다가 접은 적이 있지만.) 입소문이 영 헛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기대보다는 실망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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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 드라마에선 절대 보여주지 않는 CSI 수사현장 이야기
데이너 콜먼 지음, .김양희.이주만.신상수 옮김 / 뜨인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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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TV에서 CSI 데이라고 하루종일 CSI만 틀어주는 날이 있을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CSI는 낯설지 않은 드라마가 됐다. 언제나 쫙 빠진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여자 CSI 요원들은 왠지 모르게 "멋있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실제 CSI의 생활은 어떨지 CSI의 실상(?)을 알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10년 간 민간인 과학수사대원(CSI)로 일한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이 책은 마치 드라마 CSI를 보는 듯한 긴박감은 없지만, 그보다 군데군데 녹아있는 코믹함때문에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저자는 '텔레비전과 현실세계는 완전히 별개'라고 초반에 아예 못박아 놓고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 TV에서는 도저히 방송할 수 없을 것 같은 광경(예를 들어, 구더기가 시체를 덮고 있다던지, 얼어붙은 손가락에서 지문을 얻기 위해 입 안에 넣어 입김으로 녹인다던지, 천정에서 바퀴벌레들이 물방울 떨어지는 것처럼 뚝뚝 떨어지는 등)들이 펼쳐지는데 그런 현실감이 오히려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줬다. 

  한밤중의 교대근무는 기본이고, 중요한 행사가 있어도 참여도 못하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멀어지는 관계를 더 참지 못하고, 저자는 아이를 입양하면서 CSI를 그만둔다. 일종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읽으면 정말 CSI야 말로 3D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더럽고, 게다가 아무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드라마 속에서 CSI 요원들의 모습들을 보며 "재밌다", "멋지다"라고만 생각해왔었던 게 조금은 미안해질 정도. 이 부분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된 상황은 아니기에 다시 한 번 이 시간에도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인 한국 과학수사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졌다. (사촌오빠가 국과수에서 일하고 있는데 정말 큰 사건 하나 터지면 심할 때는 몇 주씩 집에도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

  유명한 사건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오물과 벌레로 가득한 현장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와 그의 동료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후반으로 갈수록 코믹함이 더해져서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 CSI만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해서 읽었는데, 그런 부분이 적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키득키득할 수 있을 책을 찾는다면 의외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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