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의 특별한 여름 - 국제독서협회 아동 청소년상, 뉴베리 영예상
재클린 켈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때는 1899년. 장소는 미국의 텍사스 펜트레스. 주인공은 열한 살된 여자 아이 캘퍼리나 테이트, 모두가 캘리비라고 부른다. 가족 구성은 할아버지, 아빠, 엄마, 위로 오빠 셋 아래로 남동생 셋, 그 밖에 요리사와 남녀 하인들의 대가족이다.
주인공 캘퍼리나 외에 관심가는 인물은 할아버지이다. 일찌기 목화 농장 일은 아빠에게 가업으로 물려주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뒤의 헛간에 틀어박혀 보내는 할아버지는 그곳을 일종의 실험실 삼아 각종 표본과 오래된 서적들, 현미경과 실험 기구들ㅇ르 갖춰 놓고 혼자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한다. 이 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이 대가족중 유일하게 캘퍼리나이다. 바느질과 요리, 피아노를 배우기를 원하는 엄마의 바램과 달리 캘리비는 할아버지를 쫓아다니며 표본 채집을 도와드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할아버지가 하는 일에 호기심을 느끼며 재미있어 한다. 맨 위 큰오빠 해리는 이 깜찍한 여동생에게 빨간 표지의 노트를 한권 주며, 보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주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한다. 캘리비는 글을 쓸 자기만의 공간이 생기자 흥분하여 그날 자기가 본 신기한 것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한다. 첫날의 기록은 더위에 지쳐 꼼짝 않고 누워있는 개. 건드려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때를 포착한 캘리비는 개의 입천장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개의 표정이 주로 눈썹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기록하던 중 개는 왜 눈썹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도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적어간 노트를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자 할아버지는 캘리비를 자신이 하고 있는 실험의 조수이자 동료로 인정하고 자신의 실험에 동참시키기 시작한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조신한 숙녀로 자라게 하기 위해 이것 저것 가르치려는 엄마의 눈길을 요리 조리 빠져나가는 캘리비의 머리 쓰는 모습이 재미있다. 머리를 기르게 하는 엄마의 눈을 피해 치렁치렁한 머리를 일주일에 3cm씩 자름으로써 결국 한달 후엔 12cm나 되는 머리를 자르고야 마는 일, <종의 기원>을 읽고 싶지만 쓸데 없는 책을 읽으려 한다는 엄마의 걱정을 미리 피하기 위해 식구들 몰래 도서관에 가서 사서에게 조심스레 혹시 다윈씨의 책이 있냐고 묻지만 어머니의 허락하는 편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서의 말에 불그락 푸르락 해지는 대목, 할아버지가 시험적으로 만들고 있는 술을 마셔보고는 저녁 식사 시간에 식구들 있는데에서 계속 딸꾹질을 해대는 장면, 할아버지의 현미경으로 처음 수중 미생물을 관찰하고 자기 눈 아래 보이는 꿈틀거리는 미생물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 등을 귀엽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채집한 식물의 종명 (種名)을 찾아보다가 이것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신종일거라는 확신을 갖고 할어버지와 캘리비는 함께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편지를 써서 보내고 결과 통보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캘리비는 자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차츰 발견해 나가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저자 재클린 켈리는 의사 겸 변호사이면서 뉴베리상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주인공 캘퍼리나를 통해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북돋아 주려는 의도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텍사스 펜트레스에 있는 백년도 더 된 자신의 집에서 무더운 여름을 보내던 중 염감을 받았고, 이 책 내용중에도 나오는 노랑 메뚜기와 녹색 메뚜기에 대한 관찰이 그 영감을 더욱 자극했다는데 주인공 캘퍼리나는 자신과 약간 닮았다고 털어놓는다.

누구의 기대와 지시에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서 미래의 꿈을 찾아가는 일을 스스로 해내는 일을 열한 살 소녀가 당당히 해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누구가 제1간섭자이고 영향력을 미치는 자신의 부모일지라도.
책의 후반부, 스미스소니언 협회로부터 결과를 통보받고서 할아버지와 캘퍼리나의 반응은 서로 달랐지만 두 경우 모두 과학자는 언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를 제대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읽는 사람도 함께 뿌듯하고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고, 1900년이 되는 새해 첫날 가족들 앞에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고 용기 있게 얘기하는 캘퍼리나의 모습은 요즘의 청소년들 뿐 아니라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서도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다.
요즘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서도 읽으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고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주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표본 채집이라든가, 분류, 진화 등은 요즘 생물학서는 이제 더이상 많이 하고 있지 않은 일이고, 주류를 이루는 분야는 아니라서 혹시 이 분야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읽고서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이 책에서 그 너머의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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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2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열한살 소녀가 아니더라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서 꿈을 찾아가는 사람은 항상 아름답더라구요.
저두 아름다와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래요. 아자!

날이 너무 따스해요, 봄이 오려나 봐여~

hnine 2011-02-24 10:04   좋아요 0 | URL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가려면 다른 사람의 이런 저런 의견으로부터 소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님은 지금도 자신의 꿈을 쫓아서 열심이 가고 있지 않나요? 제가 보기엔 그렇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순오기 2011-02-27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베리상 수상작이거나 작가라면, 순오기는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구나 여자라서 차별받는 아이에게 자존감을 주기 위한 책이라니~ 훌륭한 의도에도 박수를!!
오랜만에 댓글로 건재함을 알려요.^^

hnine 2011-02-27 07:14   좋아요 0 | URL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뉴베리상만큼 신뢰성이 가는 상이 또 있을까 싶어요. 우리 나라 어린이, 청소년 문학에도 이에 버금가는 신뢰성을 보장하는 지표가 있었으면 싶고요.
400쪽 정도 되는 분량이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열두살 아이들이 무난하게 읽을 책이라고 기대하면 안될 것 같아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안인희의 북유럽신화를 찾아 인터넷 서점은 물론이고, 서울의 교보, 영풍문고에 찾아도 없고, 오늘은 대전의 좀 크다는 서점에 갔는데도 없어서 다른 책 구경만 하고 왔다. 

앉아서 볼 수 있게 폭신한 의자도 있길래 여유있게 앉아서 보게 된 책 <위즈덤 라이프 (Wisdom)>.  

 

 

 

 

 

 



거기 실린 명사의 한마디 중 내 마음에 제일 크게 들어온 것은 이 두편 이었다. 

Above all, avoid cynicism.
무엇보다도 우선 냉소주의를 피하라. -Garret FitzGerald- 

Writing is a discovery.
글쓰기는 발견이다. -Nadine Gordimer- 

 

어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들른 서울의 영풍문고에서는 어린이책 세권을 사가지고 왔다. 이 중 두권은 그림책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지만 소장하고 싶어서 샀다. 얼마나 좋았으면! 

 

 

 

 

 

 

 

  

 

 

 

 

 

 

 

 


또 한권은 <식물 이름 수수께끼> 라는 책인데 우리 나라 식물들을 소개하고 이름에 얽힌 유래와 생김새 등을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꾸며놓았다. 미루나무와 미류나무, 어떤 것이 맞을까? 그리고 이것이 포플라나무와 같은 나무였다는 것은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과꽃이 우리나라 토종 국화꽃이라는 것, 갈등이라는 말의 갈과 등이 각각 칡과 등나무를 가리킨다는 것은 한문 수업 시간에 배운 것 같고. 
'술술논술프로젝트'시리즈로 기획된 책이라지만 무시하고,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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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0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2-21 18:01   좋아요 0 | URL
서울은 일 때문에 가기도 하고 모임이 있어 가기도 하고, 한달에 몇 차례씩은 가는 것 같아요. 대부분 할일만 마치고 바로 집으로 내려오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버스 탈 시간까지 여유가 있길래 서점을 좀 둘러봤지요.
식물원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하나 올린 적이 있는데 그러고나니 새삼 식물 들어가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생겨서 더 찾아보게 되었어요.

마녀고양이 2011-02-2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냉소주의를 피하라.
저 이거 왕공감해요, 언니. 아주 안 좋아하거든요. ^^
냉소도 애정을 갖고 해야 제 맛인거 같아요~

hnine 2011-02-21 08:15   좋아요 0 | URL
냉소적으로 말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우월감을 누리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사람까지 생각할 것도 없고 저도 가끔 그러는 걸요.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정말 든 사람은 최소한의 말로,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자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이겠지요. 저에게는 너무나 요원한...ㅠㅠ

2011-02-22 0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11-02-2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방에 책상을 들여놓느라 책을 몽땅 뺐다가 꽂으면서 '책 그만 사야지' 하는데 .. '식물 이름 수수께끼'가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

hnine 2011-02-23 07:0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래서 있는 책들을 부지런히 처분하는 편이어요. 아이가 더 이상 안보지만 그렇게 걸러낼때마다 여전히 남겨두게 되는 책이 그래도 있더군요. 식물 수수께끼는 비슷한 다른 책들도 있겠지만 저 책이 눈에도 머리에도 제일 잘 들어오더라고요. 식물의 모양, 이름, 유래, 관련 속담 등, 아주 재미있어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지난 발렌타이 데이 전날 나는 남편에게 절대 초코렛 같은 것 사오지 말라는 다짐을 받아두었다. 혹시 어디서 선물을 받더라도 사무실에 두고 혼자 먹을 일이지 집에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이유는 초코렛을 보면 바닥이 보일때까지 단번에 먹어치우는 괴력이 있는 나와 아이 때문이다. 어쩌다 생각나면 한번에 하나씩 집어먹는 남편 같은 사람과 나는 어딘가 달라도 크게 다른 사람일 것이다.
내가 남편에게 발렌타이 데이에 초코렛 대신 주려고 산 것은 <주말엔 나도 예술가> 란 책.
"나도 주말에 그림이나 배워볼까? 도예나 배워볼까? 목공예 배워볼까?" 이런 말을 종종 하는 남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나도 읽어보고 싶어서 ^^
막상 받고 보니 나 같이 미술 실기에 거의 초보인 사람에게는 괜찮은데, 남편 처럼 미술을 좀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거 보고 혹시 코웃음만 치는거 아냐?' 이러면서 그래도 선물로 샀으니 속지 첫장에 내가 사주는 책이라고 커다랗게 써서 주었더니 보겠다고 가져간다. 다행 ^^ 

 


아래 두 권의 책을 이달의 리뷰 상금 받은 것으로 확! 사버렸다. 아이책이 아닌 내 책을 한번에 두 권 씩이나! 지금 우리 집을 향해 뛰어오고 있을 아이들아, 환영한다.
 
<열두살의 특별한 여름> 이란 제목이 원제와 무척 달라서 느낌도 다르다. 원제는 Evolution of Calpurnia Tate

요조 숙녀로 키우려는 엄마의 소원과는 달리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열두살 소녀 Calpurnia Tate의 이야기이다. 요즘에도 이런 엄마가 있을까 싶은데. 

 

 

 

 

 

 (리뷰 --> http://blog.aladin.co.kr/hnine/4555584)


 
 <창의성의 발견>
이 책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소개된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경력을 보고 생긴 호감도 한몫 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평생 한우물을 판 사람, 경로 변경을 하여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 원래 분야를 다른 식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안목과 시야를 제시한 사람 등, 이 모두 의미있는 행로이고 얼마든지 가능한 삶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여전히 한길로 계속 간 사람 아니면 일단 특이한 사람이라고 보는 경향이 남아있는 것 같다.
창의성이란 천재의 영감처럼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 창의성 역시 노력이 필요한 산물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입장에서 읽어보고 싶다.
 

 

 

 

 (리뷰 --> http://blog.aladin.co.kr/hnine/4569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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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2-17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닥이 보일때까지 먹는거 좋아하는데 초콜렛은 최대한 참아요. 초콜렛 한알에 1킬로씩 늘어날듯한 생각이 욕구를 감소시키더라구요. ㅎㅎ
창의성도 노력의 산물이군요....

오늘 아무 이유없이 땡땡이 치려고 휴가 하루 내고는 괜히 불안해서 새벽에 일어나 이러고 있습니다. 가끔 만용을 부리면서 후회하는 그 느낌이랄까.

보림이랑 만추보고 '불편해도 괜찮아' 읽으면서 뒹글거리려구요.

hnine 2011-02-17 12:56   좋아요 0 | URL
ㅋㅋ 바닥 보일 때까지 먹기, 저도 그래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지요.
이유가 있어서 내는 휴가는 진짜 휴가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오늘 보림이랑 휴가를 만끽하세요. 여기는 새벽에 내린 눈이 녹기 시작해서 길이 질척질척하네요.

울보 2011-02-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집 여기저기에는 초콜릿이 돌아다니는데,,
종류도 다양하게 좋아라하는데 먹으면 바로 살로 직결,그래서 참고 가끔 하루에 한두개정도 먹고 있답니다,,전 좀 있으면 돌아올딸을기다리며 청소 끝내고 딸친구들과 함께 귀가할것같아요, 종업식인데 일교시도 안해요,,ㅎㅎ

hnine 2011-02-17 13: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울보님도 하루에 한두개 정도만 드시는게 가능한 분이시군요 ㅠㅠ 그 맛있는걸 어떻게 한두개만...
이 시각이면 류가 학교에서 돌아왔겠군요. 봄방학 지나고 나면 류가 벌써 2학년 되는건가요? 우와~~

무스탕 2011-02-1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성이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려서는 초콜렛을 마구마구 먹었었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먹질 않구요, 정성이는 초콜렛이라하면 일단 입부터 막고봐요.
정성이는 콜라다 하면 마구마구 먹어대고 지성이는 입부터 막았었는데 이젠 지성이도 조금씩은 마셔요.
두 녀석이 이렇게 다르더라구요 ^^

hnine 2011-02-17 13:01   좋아요 0 | URL
하하, 지성이와 정성이 취향이 꼭 저와 제 남편 같아요. 뭐든지 달라요 아무튼 ㅋㅋ
전 콜라는 보고도 안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초코렛은 그렇게 안되요 ㅠㅠ
댓글 쓰다보니 예전에 본 영화 '초코렛'도 생각나네요. 줄리엣 비노쉬가 나왔던...

stella.K 2011-02-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간을 사고 싶은데 정작 많이 못 사고 있어요.ㅜ
헉, 근데 리뷰대회 상금 받으셨나요?
몰랐네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hnine 2011-02-17 13:03   좋아요 0 | URL
아, 또 실수. 리뷰대회가 아니고 이달의 리뷰였어요. 수정했습니다 ^^
저도 신간 사서 보는 것은 어쩌다 한번, 대부분 빌려서 봅니다. 내 책 살 여유있으면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책 한권 더 사주자는, 어쩔 수 없는 애엄마이다보니... 어제가 그러니까 어쩌다 한번에 해당하는 날이었던거죠. 이달의 리뷰 상금 받은 것으로 모자라서 제 돈 쬐금 보탰어요 ^^

stella.K 2011-02-17 15:2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면 그러치!
그건 보긴 했어요. 이달의 리뷰.
별점 높은 책에 이달의 리뷰 되기는 나름 쉬워도
별점 낮은 책으로 이달의 리뷰되긴 쉽지 않은데
뽑아준 알라딘 보다 그렇게 해서 된 h님 내공이 대단하다
싶었죠. 그래서도 제 축하 인사는 철회하지 않으렵니다.ㅋ

hnine 2011-02-17 17:44   좋아요 0 | URL
ㅋㅋ 이달의 리뷰에 된 것만 해도 저는 영광이지요. 책 한권 읽고 나면 습관처럼 쓰는 리뷰라서 별로 정성들여 쓰지는 못하거든요.

(그런데 이 페이퍼의 제목을 알라딘에서 보면 못마땅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ㅋㅋ)

비로그인 2011-02-1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hnine님은 그런 유혹에 약하시군요.
전 점심 먹고 커피에 키세스 세 알 먹었어요~ (많이 먹으면 얼굴에 뭐가 나는지라..)

주말에 수원서 서울 가는데 나무들이 지난 주랑은 또 다르게 약간 물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봄이 오려나봐요..

hnine 2011-02-17 17:42   좋아요 0 | URL
세알이요? 세알 밖에 없었나요? ^^
봄이 오고 있는 건 분명할텐데 저는 아직도 내복 입고, 새벽에 일어나면 전기난로부터 키고 잘때 이불 두개 겹쳐 덥고, 그러고 살아요 ㅠㅠ
수원에서 서울 다니실만 한가요? 그때는 저 혼자 멀리 다니는 양 막 유세했는데 이렇게 더 먼곳으로 이사 올지 모르고 그랬어요.

상미 2011-02-1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넌 30년 전에도 다른 욕심은 하나 없으면서, 책 욕심은 늘 많았지..ㅎㅎ
<책> 그러면 난, 너희 아버지 서재가 떠오른단다.

hnine 2011-02-18 13:06   좋아요 0 | URL
그나마 있던 책욕심도 줄여서 이렇게 당장 읽을 책만 구입하며 살고 있구나 ㅠㅠ

꿈꾸는섬 2011-02-1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공감은 하는데 어째 그게 쉽지가 않네요. 매번 안 읽은 책 먼저 읽고 사야지 결심하다가도 끌리는 책 있으면 구매하고 마네요.

전 예전에 초콜릿 참 좋아했는데 요샌 잘 안 먹어요. 이상하게 잘 생각도 안 나더라구요. 거의 달고 살았는데 말이죠. 이럴때 나이가 들어가나 싶어요.ㅎㅎ

hnine 2011-02-18 13:09   좋아요 0 | URL
사고 싶은 책은 지금 곧 사지 않아도 언제든지 살수 있음에도 마음이 끌리는 책이 눈에 띄는 순간 일단 사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요. 저도 그래요. 그런데 그 상태로 하루 보내고 이틀 보내고, 그러다보면 그 유혹이 점점 약해지더라고요.

초콜렛 좋아하는 것은 꼭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저를 보면 말이지요 ^^

sslmo 2011-02-18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편의점에서 페레로로쉐 2개 샀어요, 남편 것과 아들 것.
거의 다 제가 먹었어요~

<주말엔 나도 예술가>, 재밌겠어요.
'우리집을 향해 뛰어오고 있을 아이들아'라는 표현도 재밌구요~^^

hnine 2011-02-18 13:12   좋아요 0 | URL
금박 종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울퉁불퉁 페레로로쉐~ 음~ 생각만 해도 달콤해요, 그런데 언젠가 프랑스아이 말로는 그렇게 달콤한건 설탕 맛이지 진정한 초코렛 맛이 아니라면서 진짜 초코렛을 언제 한번 먹어보자고 하더군요. 쓴맛이 난데요.
우리집을 향해 뛰어온 아이들중 하나는 지금 저와 붙어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나가면서 가방에 넣어가지고 나갔다왔어요.
 

 

 

 

 

아이를 야단치고, 아이는 화를 내며 방에서 나가 버리고, 나는 혼자 분을 삭히다가 그 다음 단계, 즉 반성과 우울 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 ......  이 어제였다.
이 나이 먹도록 산뜻하고 쿨한 구석이라곤 없는 나는 오늘도 하루 종일 그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와 남편은 내가 그렇든 말든 자기들끼리 치고 받으며 장난 치고, 체스 두고, 기니픽 얘기 하고. 방 안에서 여전히 침울 모드인 나는 투명인간 취급 하고 있었다. 이젠 그게 더 속이 상하다.

마음 가라앉히기 목적으로 노트를 꺼내 옆에 있던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을 연필로 베껴 쓰기 시작했다. 한손으론 턱을 괴고.
무얼 가지러 들어왔다가 아이가 나를 보고 뭔가 엄마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나보다. 이리 저리 말을 시켜보다 나의 대꾸가 시원찮자 내게 커피를 타다 주겠다고 하며 부엌으로 나간다.

주전자에 물 끓이는 소리가 나고 달그락 거리길 한동안 하더니, 조금 후 커피가 담긴 컵을 조심조심 들고 돌아와 내게 내밀었다.
더 이상 속을 끓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마흔 넘은 이 엄마보다 어떨 땐 네가 마음 쓰는 것이 더 낫구나.'
생각하며 감동의 커피를 마시려던 순간, 커피를 보니 녹지 않은 커피 알갱이가 둥둥 떠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 원두 커피를 가지고 커피를 탄 것.

마실 수는 없었지만 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 한장 남겨 놓고, 내가 기분이 나아진 것을 본 아이는 흐뭇해하며 자러 들어갔지만 마시지도 못할 커피를 지금도 옆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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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2-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같은 이야기입니다. 무척 부러운데요.

hnine 2011-02-16 06:16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아이 키우다 보면 이런 저런 얘기 거리가 늘 생기는 것 같아요. 아이를 야단 치고 나서의 일을 쓰니 그렇지 야단치기까지의 과정은 또 별개라는 것도 이해하시지요? ㅋㅋ
울리고 웃기고, 화나게도 하고 풀어주기도 고, 반복하며 아이는 커가는 것 같습니다.

춤추는인생. 2011-02-1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글이 따뜻한 커피향같아요.
마치 알콩달콩 다린이와 님이 부부사이같은거 있죠?ㅎㅎ 옆지기님 질투하시겠어요^^

hnine 2011-02-16 06:19   좋아요 0 | URL
옆에 두고 있으니 냄새는 인스탄트 커피보다 훨씬 좋았어요. 누가 선물로 준 원두 커피인데 저희 집에는 커피메이커가 없어서 그냥 병에 담아 한쪽에 치워놓았던 것인데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다린이가 그것으로 커피를 탔지 뭐예요.
ㅋㅋ 부부 사이... 실제 부부 사이인 옆지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랍니다 슬프게도 ^^

꿈꾸는섬 2011-02-1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시지 못하는 커피지만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커피군요. 다린군 멋져요.^^ 나인님 좋으시겠어요.^^

hnine 2011-02-16 06:21   좋아요 0 | URL
아이 야단 치고 이틀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계속 이렇게 나갈 수는 없다, 가정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까지 자식의 일에 관여를 해야하는가...이런 생각들로 머리도 마음도 무거웠었어요. 아이가 타준 커피향에 다 녹아들어갔습니다 꿈꾸는 섬님 말씀대로요 ^^

울보 2011-02-1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아드님이네요,
우리딸은 엄마가 화나도 잘모르는데,,에고 요즘 전 아주 힘듬니다,,ㅎㅎㅎ

hnine 2011-02-16 06:23   좋아요 0 | URL
류도 엄마에게 야단 맞으면 화내면서 방에서 휑 하니 나가버리기도 하나요?
"엄마는 왜 이랬다 저랬다 해요? 다른 사람 생각은 안 해줘요?" 이러면서 한참을 실랑이가 오고간 후의, 진정기 과정만 써서 그렇지 다린이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더 저런 작은 일들을 기록해놓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울보 2011-02-16 09:47   좋아요 0 | URL
류는 정말 화가나거나 속상하면 "엄마 미워,,"라면서 그냥 울어버려요,
그럴땐 정말 자신이 억울하거나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에게 반항하는것 같아요,,
요즘 기싸움아닌 기싸움에서 항상 밀린다는 기분은 드는데
정말 힘들어요, 제가 뭘 잘 못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그것을 고치기가 쉽지 않고 딸에 대한 엄마에 너무 큰 관심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건아닌지,
나와 아이만 이런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까,,정말 요즘 고민이 많아요,,ㅎㅎ

hnine 2011-02-21 14:16   좋아요 0 | URL
엄마가 정말 미워서가 아니라 류가 현재 자기 감정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자기 의사 표시 없이, 늘 부모 말에 고분고분하는 것이 저는 제일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아이가 그러면 엄마는 편하겠지만 자기의 감정보다 엄마의 감정대로 행동하고 엄마의 주도하에 결정하고 행동하는 성격으로 가기 쉬운 타입이니까요. 저도 아이가 대들고 따지고들때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기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것이 말도 못하고 속으로 억누르는 것 보다는 낫다...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위로를 삼는답니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알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엊그제는 아침마다 똑같은 잔소리 하면서 깨우는 것이 싫어서 6시 30분에 깨우던 것을 일부러 안깨우고, 자는 것 보고 아침 운동을 나와버렸어요. 분명히 늦게 일어나 지각하지 않았으면 아침도 못 찾아먹고 학교에 간신히 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제가 나가는 문소리 듣고 일어나 아침도 먹고 늦지 않게 학교 잘 갔더라고요. 진즉에 그렇게 알아서 하면 좀 좋으냐고 했는데, 그러면서 문득 엄마가 옆에서 끌고 가는 한 아이는 스스로 하려고 안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울보님과 류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집이나 다 비슷해요. 아시잖아요~ ^^ 너무 걱정 마세요. 자식을 키우는 것, 우리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툰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거예요.

프레이야 2011-02-1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너무 감동받으신 거죠? ^^
다린인 참 사려깊고 다정한 아이네요.
전 오늘 저녁 작은딸한테 잠시 버럭했는데 완전 서로 모른척모드 하다가
아이는 티비 보며 낄낄거리고 전 책 보다 씩씩대며 딴생각하다 그랬어요.

hnine 2011-02-16 06:26   좋아요 0 | URL
무뚝뚝하고, 제가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와서 왜 그런지 물어주기보다는 그냥 내버려 두는 남편과는 좀 다르지요. 남편은 아마 그게 더 저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위안도 해보지만 저는 그렇게 투명인간 되는 것 별로 안 먹히거든요. 다린이 방법이 훨씬 더 효과 있는데...^^
프레이야님 작은 딸은 다린이보다 몇배 더 애교있고 사랑스럽다는 것 전 알고 있는데?? ^^

세실 2011-02-1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보면 다린이가 우리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 들어요.
배려심도 많고, 의젓하고....ㅎㅎ
님 그러면서 풀어지는 거죠 뭐~~~
이젠 괜찮아 지셨죠?

hnine 2011-02-16 06:27   좋아요 0 | URL
세실님, 맞아요. 전 그러면 금방 풀어져요 ^^
세실님은 아이가 둘이니 키우시면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으시겠어요.

순오기 2011-02-16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사려 깊은 아이로 키운 분이 누구죠?^^
아이한테 배우는 이쁜 엄마에 저도 껴 주세요~ 나도 막내에게 위로받고 힘을 얻었거든요.

hnine 2011-02-16 06:30   좋아요 0 | URL
아이쿠, 순오기님. 저는 절대 사려 깊은 엄마가 아니랍니다. 즉각 반응하고 인내성 부족한 엄마인걸요. 아이가 무언가를 잘못 행동할 때마다 속이 상한건,아이의 잘못된 행동 그 자체도 있지만 저게 다 나를 보고 잘 못 배워서 그런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거예요. 하지만 자식 키우는게 단기전은 아니니까 이렇게 화르륵 했더라도 풀어지고, 다시 마음 먹고, 이러면서 끝까지 가보렵니다 ^^

상미 2011-02-1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가 <화해>하는 법을 아는구나.기특하다....
일요일 우연히 본 EBS 다큐 <정서지능>편을 봤는데, 배울점이 많더라 한번 봐봐.
화,짜증,슬픔....부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 하도록 배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거.
그 감정은 부모한테 배우더라는....
근데 <한게임> 써있는 연필은 어디서 득한걸까??

hnine 2011-02-16 13:36   좋아요 0 | URL
부모로부터 배우는게 어디 그것 뿐이겠니. 하나에서 열까지.
그런데 저런 방법은 나도 잘 못하고 다린 아빠도 잘 못하는 것인데 그나마 다행이지?
부정적인 감정은 일단 누르고 감추고 안 나타내게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 무의식 중에 박혀있는 것 같아. 정서 지능에 대한 것은 예전에 문용린 교수의 다중 지능 책에서 읽었는데 EBS에서 다큐로 했구나. 책으로 읽는 것 보다 더 머리에 쏙쏙 들어왔을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다시보기로 한번 봐야겠다.
저 연필은 내가 어디서 받아온거야. 플라스틱 CD케이스를 재생해서 만들었다네.

bookJourney 2011-02-1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는 법, 싸웠던(?) 사람과 화해하는 법, 이런 거 알기 어려운데 ... 예쁜 다린이에요.
울 아들녀석도 좀 배우면 좋으련만 .. 흑.

hnine 2011-02-16 13:38   좋아요 0 | URL
먼저 화해하는 것, 저도 정말 못하거든요. 오죽하면 부모님께 꾸중 듣고 나서도 결국 부모님께서 먼저 풀어주어야 할 정도로 못났어요. 제가 다린이에게 배워야 할까봐요.

다락방 2011-02-1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지만 누구나 맛볼수 없는 그리고 어디서도 팔지 않는 커피네요, hnine님.

hnine 2011-02-16 13:42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다락방님? ^^ 딱 저 상황에서만 나올 수 있는 커피네요. 그렇게 풀어질 기분이면서 하루 종일 꿍~ 하고 있던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요.

하늘바람 2011-02-1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마음이 참 예뻐서 감동입니다
님 정말 다린이 근사하네요

hnine 2011-02-16 13:43   좋아요 0 | URL
아이때문에 울고 웃는다는 말. 아이 키우다 보면 참 여러번 하게 되지요.
아이때문에 속상했던 것이 또 아이때문에 저렇게 풀리고 말았어요 ^^

토토랑 2011-02-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끔은 아이들 시근이 어른 보다 나을 때가 있다니 깐요 ^^;;
인스턴스 커피로 깔끔하게 타줘서 맛나게 먹었다는 것보단
원두커피 알갱이 때문에 마시지 못한 커피지만 너무 흐믓한 이야기 네요~~
(어디 남미에 가니까, 커피를 원두가루 주전자에 넣고 저렇게 끓여서 윗물만 따라 먹더군요^^;;)

hnine 2011-02-16 13:45   좋아요 0 | URL
토토랑님, 원두가루에 끓는 물 직접 부어 우려내어 먹는 곳도 있군요. 한번 해볼까봐요.
흐뭇하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2-1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사랑스럽고 향기로운 커피를 또 어디서 대접받을 수 있겠어요. 한 장의 사진에 넘치도록 많은 것이 담겨있어요.^^

hnine 2011-02-16 1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런 커피를 제가 어디가서 또 대접받을 수 있을까요. 사진 찍어 두길 잘 했어요. 오래 오래 기억하게요.

반딧불이 2011-02-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커피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보일듯 말듯한 잔 속의 커피를 훔쳐봤네요. 마음 사나울 때 글을 베껴보는 습관은 배우고 싶어집니다.

hnine 2011-02-16 13: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딧불이님. 저 원두커피는 누가 선물로 준 것인데 인스턴드 커피인줄 알고 봉지를 개봉했는데 아니길래 누구 주지도 못하고 그냥 병속에 보관만 되어 있는 아까운 커피랍니다. 겉에서 보면 구분이 안가니까 아이가 그것으로 어제 커피를 탄 모양이어요.
글 베껴쓰는 것은 처음엔 좋은 글을 볼 때마다 했던 것을 요즘은 저렇게 마음 가라앉히기용으로 많이 하고 있네요 ^^ 효과가 있던데요.

무스탕 2011-02-1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애들은요, 야단 맞으면 일단 자리를 피하고 한동안 엄마를 피하고 그 다음엔 스리슬쩍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글고 전 맨날 같은 수법에 당하고 살고요. 아.. 이건 야단치는 보람이 없잖아?!

다린이는 엄마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나봐요. 향긋한 커피 향이 나는 글이에요 :)

hnine 2011-02-17 06:00   좋아요 0 | URL
일단 피하고 본다 --> 다린이도 좀 크면 그러지 않을까요? ^^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표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것을 상대방이 알아서 헤아려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고요. 제가 잘 못하니 아이에게는 제가 이런 것을 막 부추켜요. 자기 못하는 것을 자식에게 바라는, 앞 뒤 안맞는 부모의 전형이지요 제가^^

비로그인 2011-02-16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조금밖에 겪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종종 아이를 볼 때 마다 전 저라는 인간의 원형질을 마주하는 기분이에요. 그 모습은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고, 생각해 오지 않았던 부분인지라 `이것이 인간인가' 라는 생각까지 합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대하기는 늘 어려워요.

hnine 2011-02-17 06:03   좋아요 0 | URL
Jude님, 아이를 낳고 나서 더 철저한 자기 분석에 들어가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이 속에서 나를 보게 되는 것이요. 특히 보고 싶지 않던 것을 보게 될 때는 머리카락이 쭈삣 설 정도이지요.
맘 먹고 노력하지 않는 한, 자식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 나와 별개의 한 인간으로 보기란 무척 힘들어요.

마녀고양이 2011-02-1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때문에 몸도 춥고, 손도 곱시리고... 그랬는데여.
나인 언니의 유일한 커피의 따스함이 전해지려 해요. 갈린 원두로 탄 커피. ^^

저는 혼자 화나있는데, 밖에서 깔깔거리는 신랑과 코알라 볼 때
진짜 더욱 외롭고 화나구 그렇더라구요.... 어떨 때는 일부러 그러나 싶지만
어떨 때는 나 역시 신랑이나 코알라가 외로운 때 모르고 지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hnine 2011-02-17 06:0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은 저보다 마음 씀씀이가 나아요. 그들이 외로울 때 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전 그 생각은 미처 못했거든요. 그러면서 힘들고 아프고 걱정 있을 때 함께 해주는 것이 가족이라고, 아이에게 이러면서 훈계만 했으니...

가시장미 2011-02-1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예쁘고 기특해요..^^ 저도 주로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오히려 배운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어요.. 강한척.배운척.아는척 하는 사이에 정말 중요한걸 잊은것은 아닌지..반성도 많이 했는데.여전한 것 같아서 한심스러울때도 있답니다^^;

hnine 2011-02-18 13:14   좋아요 0 | URL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말씀하신 그 '척'인가보네요. 그래도 아이들을 늘 상대하다보면 아이들 마음과 가까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어딥니까~ ^^
 
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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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도보여행을 한다. 우리 나라도 아니고 남의 땅, 자그마치 1,200 km를.  
용기, 모험심, 낭만적 여행을 떠올리면 오해.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둘은 소년원에 가는 대신 수행해야할 숙제로서 가는 것이고, 여기에 보호책임자로서 미주언니라고 불리는 미혼처자가 동행하는 여행인 것이다.
비룡소에서 주관하는 블루픽션상 1회 수상작인 이 책은 출판서 공모전 수상작들이 그렇듯이 광고 효과 덕에 제목이 눈에 많이 익었으나, 언젠가 읽어보려고 펼쳤다가 첫 장부터 지도, 그것도 중국 지도가 커다랗게 나오고 낯선 지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냥 덮어버렸던 책이었다. 다시 이 책을 찾아서 읽게 된 것은 지난 번에 '스프링 벅'을 추천해주었던 지인으로부터 이 책 얘기를 듣고 나서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벌써 첫 작품을 펴낸 작가의 글 쓰는 방식이 재미있다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과연 술술 읽힌다. 책 읽을 때 라디오의 음악도 방해가 되는 내가, 앞에서 아이가 뭐라고 떠들어도, 음악 소리가 들려도 책 읽는데 거의 방해가 안되었다. 동전의 양면이랄까? 재미는 있지만, 주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을 덜 요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 여자 아이들이 소년원에까지 가야했던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래야 했던 개인적인 가정 환경이라든가 마음의 상처가 있을 것이고, 더위 속에 하루 20km나 되는 거리를 걸으며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우리 나라가 아닌 다른 민족이 사는 곳이니 70일 동안 걸으며 보고 듣고 경험한 얘기만 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즉 장편을 쓰기에는 더없이 좋은 플롯 아닌가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이은성.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미혼모의 딸이다. 자식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 엄마보다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큰 은성은 커가면서 누가 자기의 신분을 들먹거리며 놀릴 때마다 주먹으로 해결하는 버릇이 있다. 결국 폭력 사건으로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마자 정학을 당해 1년 쉬어야 했고 다시 복학하지만 또다시 급우에게 폭력을 휘두름으로 해서 결국 소년원에 갈뻔 하는데, 다행히 중국의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70일동안의 도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오는 것으로 소년원에 가는 것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결정에 내려지고 은성을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다.
동행하게 된 주보라는 은성과 같은 학년이지만 1년 휴학했던 은성보다 한살이 어리다. 처음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보였기 때문에 은성은 왜 보라 같은 아이가 소년원에 가게 되었을까 의아했지만 보라는 입을 열지 않는다. 소년원에 가게 된 이유는 고사하고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보라가 결국 입을 열게 되는 계기를 작가는 많이 고심했을까? 보라가 미주언니의 지갑을 들고 일행으로부터 도망나오는 사건이 책의 중반부에 들어간다. 그런 돌발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특별한 이유와 목적이 약간 부실한 감이 있다. 그런 보라를 무작정 따라가는 은성의 행동 역시 그랬다. 행동이 돌변해버린 보라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단지 저렇게 혼자 가게 두어선 안된다는 마음 하나로 배낭도 다 두고, 여권, 돈 아무것도 없이 보라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좀 억지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소소한 헛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진행이 지루하지 않고 페이지 터너로 손색이 없는 것은 작가의 스토리 텔링 능력때문일 것이다. 장편 정도 될때 기대되었던 글의 깊이랄까, 그것이 기대만큼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좀 아쉽다.
이번 생에 소설의 덕을 많이 보았으므로 그 빚을 갚기 위해 다음 생에는 꼭 소설 기계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 소설만큼이나 재미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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