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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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도보여행을 한다. 우리 나라도 아니고 남의 땅, 자그마치 1,200 km를.  
용기, 모험심, 낭만적 여행을 떠올리면 오해.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둘은 소년원에 가는 대신 수행해야할 숙제로서 가는 것이고, 여기에 보호책임자로서 미주언니라고 불리는 미혼처자가 동행하는 여행인 것이다.
비룡소에서 주관하는 블루픽션상 1회 수상작인 이 책은 출판서 공모전 수상작들이 그렇듯이 광고 효과 덕에 제목이 눈에 많이 익었으나, 언젠가 읽어보려고 펼쳤다가 첫 장부터 지도, 그것도 중국 지도가 커다랗게 나오고 낯선 지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냥 덮어버렸던 책이었다. 다시 이 책을 찾아서 읽게 된 것은 지난 번에 '스프링 벅'을 추천해주었던 지인으로부터 이 책 얘기를 듣고 나서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벌써 첫 작품을 펴낸 작가의 글 쓰는 방식이 재미있다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과연 술술 읽힌다. 책 읽을 때 라디오의 음악도 방해가 되는 내가, 앞에서 아이가 뭐라고 떠들어도, 음악 소리가 들려도 책 읽는데 거의 방해가 안되었다. 동전의 양면이랄까? 재미는 있지만, 주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을 덜 요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 여자 아이들이 소년원에까지 가야했던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래야 했던 개인적인 가정 환경이라든가 마음의 상처가 있을 것이고, 더위 속에 하루 20km나 되는 거리를 걸으며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우리 나라가 아닌 다른 민족이 사는 곳이니 70일 동안 걸으며 보고 듣고 경험한 얘기만 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즉 장편을 쓰기에는 더없이 좋은 플롯 아닌가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이은성.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미혼모의 딸이다. 자식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 엄마보다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큰 은성은 커가면서 누가 자기의 신분을 들먹거리며 놀릴 때마다 주먹으로 해결하는 버릇이 있다. 결국 폭력 사건으로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마자 정학을 당해 1년 쉬어야 했고 다시 복학하지만 또다시 급우에게 폭력을 휘두름으로 해서 결국 소년원에 갈뻔 하는데, 다행히 중국의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70일동안의 도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오는 것으로 소년원에 가는 것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결정에 내려지고 은성을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다.
동행하게 된 주보라는 은성과 같은 학년이지만 1년 휴학했던 은성보다 한살이 어리다. 처음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보였기 때문에 은성은 왜 보라 같은 아이가 소년원에 가게 되었을까 의아했지만 보라는 입을 열지 않는다. 소년원에 가게 된 이유는 고사하고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보라가 결국 입을 열게 되는 계기를 작가는 많이 고심했을까? 보라가 미주언니의 지갑을 들고 일행으로부터 도망나오는 사건이 책의 중반부에 들어간다. 그런 돌발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특별한 이유와 목적이 약간 부실한 감이 있다. 그런 보라를 무작정 따라가는 은성의 행동 역시 그랬다. 행동이 돌변해버린 보라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단지 저렇게 혼자 가게 두어선 안된다는 마음 하나로 배낭도 다 두고, 여권, 돈 아무것도 없이 보라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좀 억지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소소한 헛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진행이 지루하지 않고 페이지 터너로 손색이 없는 것은 작가의 스토리 텔링 능력때문일 것이다. 장편 정도 될때 기대되었던 글의 깊이랄까, 그것이 기대만큼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좀 아쉽다.
이번 생에 소설의 덕을 많이 보았으므로 그 빚을 갚기 위해 다음 생에는 꼭 소설 기계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 소설만큼이나 재미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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