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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편 언덕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 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 류시화 -
 
  
 
 
 
 
 
  
... 어떤 것에 의지하되, 그것의 소유가 되지 않는 법.
누가 알면 좀 가르쳐주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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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묻고 싶네요
님 오늘은 날씨가 좋아졌어요
힘내시고 좋은 휴일 되시길 빌게요

hnine 2011-05-22 22:24   좋아요 0 | URL
아는 분 블로그에 갔다가 좋아서 허락받고 퍼왔어요.
제가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
좋지요?
 

  

언젠가,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침이었다.
마을 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는 아파트 단지내 유치원이 있다. 방금 전 유치원 버스는 이미 아이들을 태우고와 다 내려놓고 갔는데 그 후 10분 쯤 지났을까?
작은 승용차가 한대 급하게 서더니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점멸등을 켜놓고 운전석에서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허둥지둥 내렸고 옆에서 유치원 가방을 맨 대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를 따라 내렸다.
내리자 마자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걷는다기보다 나르다시피 하여 계단을 올라 아이를 유치원 들어가는 입구에 올려다 놓고 어서 들어가라며 손을 흔드는 둥 마는 둥 하고 세워놓은 승용차를 향해 급하게 돌아나온다. 아마 엄마도 출근시간에 이미 늦었는가보다 생각했다.
"엄마, 빠이빠이~~"
아이는 엄마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바로 유치원으로 뛰어들어가는 대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침착하게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보낸다.
엄마도 대답을 했던가 안했던가.
급하게 다시 올라탄 엄마의 승용차가 유치원 앞을 벗어나고, 내가 아이를 돌아 보니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탄 차가 저 멀리 시야를 벗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타박타박 걸어서 유치원 문으로 들어갔다.
대여섯 살 정도 밖에 안되는 그 아이가 나는 왜 그렇게 안쓰럽던지.
그날 하루가 아니라 매일을 그렇게 허둥지둥 아이 보내고 출근하는 엄마 역시, 직장에서 일하다가 가끔 아이가 눈에 밟히지 않을까?
 

그 후 누군가에게 이날 아침 본 것을 얘기했더니 그녀가 하는 말,
"그렇게 매일 유치원이라도 갈 수 있는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이어요. 봐줄 사람 없이 하루 종일 혼자 집 지키는 애들, 장사하는 엄마 옆에서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이 혼자 먹고 놀고 낮잠 자고 칭얼거리며 크는 애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요."
그런다.

그날 이후 나는 아침의 그 풍경이 종종 생각이 난다. 

******************************************************

 

   하   루  


아침마다 채워지는
엄마의 트럭
짐칸엔 한가득 뻥튀기 과자
엄마와 아이는 나란히 앞자리
 
 

차들이 줄줄이 선
찻길 한편에
소나무 그늘 밑
트럭의 자리 


엄마는 기울어진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과 눈을 맞추고
아이는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돌멩이 소꿉놀이 살림 차리고 
 

나란히 앉아 점심 도시락
먹고 나면은
아이는 트럭에서 낮잠을 자고
엄마는 의자에서 꾸벅꾸벅 

 

아이는 
지나가는 차 구경
차들은 
길에서 노는 아이 구경 

 

어둑어둑 해거름녘
집에 갈 시간

엄마는 트럭에 아이를 태우고
노란 달빛 한 자락도 함께 태우고 

 

어느새 잠이 든 아이 얼굴을
옆으로 슬쩍 쳐다본 엄마
달님이 거기에 앉아 있었네
둥글고 환한 아이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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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초등학교 1학년인 코알라는
아침 7시 10분에 자명종 듣고 혼자 일어나서 혼자 옷 입고 혼자 차려놓은 밥 먹고 혼자 시간 맞추어 학교에 갔는데............. 정말 불쌍하죠.. ㅠㅠ
저는 아직두 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hnine 2011-04-15 21:0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참 힘든 시기를 보내셨구료...

프레이야 2011-04-1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해지는 풍경이에요.
아이가 어떨 땐 어른에게 더더 위안이 돼요.
엄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주던 그 아이,
엄마는 룸미러로 끝까지 보고 있었을까요? 아마 그랬을 거에요.

hnine 2011-04-16 09:32   좋아요 0 | URL
저날 아이가 엄마 같고 엄마가 아이 같았어요. 나중에 아이가 크는 동안에도 그렇게 서로 의지가 되며 살겠지요? 그런데 옆에서 보는 제가 참 마음이 짠 하더라고요.

순오기 2011-04-1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을 서두르며 빨리 하라며 아이를 다그치던 모습에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참담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ㅜㅜ
인용된 시는 누구의 시일까~~~ 자작시일까요?

hnine 2011-04-16 08:01   좋아요 0 | URL
그런 경험들 참 많지요. 제가 아이를 얼마나 다그쳤으면 아이가 연속으로 세번을 오줌을 싸더라고요. 출근 시간은 이미 늦었는데 옷을 갈아입히면 또 싸고 또 싸고, 나중엔 주저 앉아서 아이 붙잡고 엉엉 울었던 기억... 그 순간 자체는 참담한 심정, 맞아요. 순오기님은 그렇게 아이들 셋을 키우셨으니, 존경스럽습니다.
인용된 시는 제가 끼적거린 시여요 ^^

무스탕 2011-04-1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상황을 두고요, 어떤 엄마는 저 아이 안스럽다, 저 엄마 힘들겠다 같이 힘들어 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요,
저 엄마는 조금 더 부지런 떨어서 애랑 인사도 제대로 하고 여유있게 할것이지 저게 뭐야.. 가볍게 입만 놀리는 엄마들도 많아요.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건 그래서 중요한가봐요. 저 역시 동동거리는 엄마들 보면 참 안스러운 맘이 들때가 많아요. 애고.. 저 엄마는 오늘도 애가 눈에 밟혀 순간순간 맘 아프겠네.. 하고요.
나인님은 많은걸 안아 주실수 있는 마음을 갖고 계시니 얼마나 좋아요?

hnine 2011-04-16 14:29   좋아요 0 | URL
저 엄마가 일하는 곳의 상사는 혹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루 이틀도 아니면서 매일 허둥거린다고... 그래도 아이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아이를 보면 아이가 안스럽고 엄마를 보면 엄마가 안되었고, 그렇더군요.
무스탕님, 지성이 좀 어떤가 모르겠네요. 집에만 있자니 갑갑했겠지만 쉴때 완전히 회복이 되었어야 하는데. 남편분도 괜찮으시나요?

paviana 2011-04-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참 좋네요.
그렇게 갈수밖에 없는 엄마맘은 얼마나 짠하겠어요.

깨워도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이 보고 있으면 열통이 나다가도,
그래도 내가 아침에 깨워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생각하곤 해요.
자고 있는 아이 놔두고 출근하던 땐 아침마다 아이얼굴 한번 쓰다듬는 걸로 아침인사를 대신하고는 했지요.

hnine 2011-04-17 09:57   좋아요 0 | URL
아이맘도 엄마맘도 다 이해가 될 수 있는 건 우리가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엄마이기 때문이겠지요.
자고 있는 아이 놔두고 출근하던 때 말씀하시니, 읽으면서도 마음이 뭉클합니다. 깨우지않고 얼굴 한번 쓰다듬고 출근하는 마음이 어떠셨겠어요...

책가방 2011-04-1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참 많이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땐 아침마다 맛사지로 아이들을 깨웠거든요.
오늘은 유빈이가 좋아하는 카레라이스 나오는 날이네..
오늘은 머리를 묶을까 땋을까??
곰돌이 고무줄로 묶을까, 리본 고무줄로 묶을까??
그날 그날 아이가 관심가질만한 내용의 말들을 하면서 쭉쭉~~
그렇게 5분에서 10분정도 하면 아이도 기분좋게 아침을 맞거든요.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다보니...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알아서 일어나질 못하네요..ㅜ.ㅠ
깨우다 깨우다 언성이 높아지면 그제야 부시시 일어난답니다.
전... 지금 힘들어요~~~~~

신혼땐 남편도 그렇게 깨웠다지요...ㅎㅎㅎㅎㅎ

hnine 2011-04-17 10:01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제가 좋아하고 또 영향을 많이 받은 책 중에 <엄마학교>라는 책이 있거든요. 책가방님 댓글 읽는데 마치 그 책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거기 나오거든요. 아침에 아이들을 소리지르고 야단치며 깨우지 말고 속삭임과 스킨쉽으로 깨우라고요. 기분좋게 아이의 아침을 시작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도 아이들이 엄마의 그런 속삭임과 맛사지가 그리운가봐요 ^^
저는 아주 평범하게 시계 옆에 맞춰주고 자는데... 듣고 일어나라고요 ^^
 

 

보은(報恩) 

  

밥을 안치는 것도
국을 끓이는 것도
빨래를 너는 것도
과일을 씻는 것도
숭배의 일부임을 알 것 같다 

 

걷는 것
자는 것
먹는 것
쓰는 것
쉬는 것 

 

모든 악덕은 시작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결례 

 

그 앞에서
우리의
가장 늦은
성불

  

 

 

추억은 추억하는 자를 날마다 계몽한다 

 

추억은 짐승의 생살
추억은 가장 든든한 육식
추억은 가장 겸손한 육체
추억은 추억하는 자를 날마다 계몽한다 

 

추억은 실재보다 더 피냄새가 난다
추억은 도살장
추억은 정육점
붉게 점등한 채
싱싱한 살점을 냉동보관한다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게 없구나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라 

 

  

 

나무 그림자 안에 내 그림자 

 

누군가 두고 간 우산처럼
공원 벤치에 앉아
저녁을 기다리자니 

 

몸 늙는 대로
마음 늙기를 원해 보네
마음 가는 곳에 몸이 가 있어야 했던
청춘은 그러나 노예처럼 

 

멀찌감치 서 있던 나무 하나
그림자 끝을 뻗어 내 그림자에게로 와 있네 

 

한 걸음만 자리를 옮겨도
나무 그림자 안에 내 그림자
이 서늘함 속에 쪼그리고 앉아 있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도
여기에서 이 자세로
몸 썩는 대로 마음 썩겠네 

 

몇 날 며칠
햇볕 짱짱하고 바람 칼칼하면
재처럼 휙, 날려서
나는 흔적 없겠고 

 

나무 그늘 아래 벗어둔
운동화 한 켤레는 남겠지만
펼쳐둔 경전처럼 남겠지만
펼쳐둔 경전처럼 펄럭일 거네 

 

노예처럼 한 청춘
경솔하게 읽었던 성구들이
쟁쟁쟁 음악처럼 놀고 있겠네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보다 나무, 구름, 돌 같은 것들에 마음 가는 때가 많아지는 것
누군가 두고간 우산처럼 벤치에 앉아 저녁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은 것  

한때 서울 근교에서 어린이 도서관도 운영했던 이 시인.
나보다 한살 적다.
이 시집 이후로 또 나온 시집이 있나 검색해보아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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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4-0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페이퍼네요~~ 추천 꾹!

대전에서 좋은 강연회가 있어 님께 알려드려요.
내 서재에도 올려두었지만, 명창순 작가 강연회가 있네요.

2011. 4. 2 (토) 오후 1:00~3:00 꾸러기 어린이 도서관

2011. 4. 8 (금) 오전 10:30~12:30 도산회관 5층 YWCA강당에서요~~~

전에 명창순 선생님 독서치료의 첫걸음 읽고 리뷰 썼던 게 생각나서요.^^

hnine 2011-04-02 08: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페이퍼에서도 이 시인의 다른 저서들 소개하신 것 본 기억이 나요.
위의 두 강연,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분이 대전분이시던데 활동도 대전을 중심으로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서 들어보면 여러 가지 궁금하던 것들을 더 많이 알 수 있겠지요? 꼭 가볼께요.

순오기 2011-04-05 23:53   좋아요 0 | URL
지금 보니 토요일 강연은 이미 끝난 것을 알려드렸네요.ㅋㅋ
그래도 금욜 강연에 참석하면 되겠네요~ ^^

hnine 2011-04-06 05:09   좋아요 0 | URL
금요일 강연도 벌써 벌써 마감되었다네요 흑흑...

순오기 2011-04-08 01:35   좋아요 0 | URL
미리 신청해야 되는 거였군요.
그래도 강연장에 가면 신청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못하게 하지는 않을거에요.^^

꿈꾸는섬 2011-04-0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소연 시인의 시집을 저도 찾아봐야겠네요.^^
너무 좋아요.^^

hnine 2011-04-02 08:05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아마 꿈꾸는 섬님도 이 시인의 시들을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아요. 마음 저 깊은 속을 쿵~ 때리는 느낌이랄까요. 지금 찾아보니 이 시인의 다른 책들도 꽤 많네요.

양철나무꾼 2011-04-02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이 쓰신 '마음사전'도 참 좋았어요.
이렇게 만나니 반가운걸요~^^

hnine 2011-04-02 08:07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 책 나왔을때 관심이 갔었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지나쳤네요. '마음사전' 다시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어요 ^^
저는 이분의 '은행나무처럼'이라는 그림책 가지고 있는데 참 독특했어요. 역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공감할 내용이었고요.

꿈꾸는섬 2011-04-04 11:39   좋아요 0 | URL
아, '마음사전' 쓰신 분이군요.
저도 마음사전은 보았어요.
아, '은행나무처럼'도 우리집에 있어요. 이 책 참 좋잖아요.
와, 너무 좋은 작가를 이제야 알아보게 되었네요.^^

Joule 2011-04-02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도 갸름하고 서늘하고 정갈하게 생기셨어요. 일산에서 작가들 낭송회 하면 주로 이분이 사회 많이 보시더라구요.

hnine 2011-04-02 08:09   좋아요 0 | URL
이분이 일산에 사신다고 들은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네요. Joule님은 직접 뵌적이 있으신가봐요. 전 라디오에서 목소리만 들어봤는데 무척 차분하고 천천히, 하지만 한마디 한마디를 진심을 다해 꼭꼭 씹어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저도 한번 보고 싶어라~ ^^

섬사이 2011-04-0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늙는대로 마음 늙고
몸 썩는대로 마음 썩고..
그래야 하는 건데, 그게 맞는데 말이에요.
보관함에 담아놓아요.

hnine 2011-04-02 21:47   좋아요 0 | URL
순리대로,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야하는데, 우리는 그걸 거스르려고 해요.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져요.

마녀고양이 2011-04-0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찌감치 서 있던 나무 하나
그림자 끝을 뻗어 내 그림자에게로 와 있네

를 읽다가, 갑자기 숨을 천천히 쉬기 시작했어요.
오늘 꼬옥 외식하고, 천천히 호수 공원을 걷겠어요....... 꼬옥
늘어진 그림자를 보려구여. ^^

hnine 2011-04-02 21:50   좋아요 0 | URL
일산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운영하시던 분이어요. 아마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것 같던데...
저런 어휘를 쓸 수 있고 시를 엮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유전자를 타고 났을까, 부러움 반, 감탄 반입니다.
호수공원이 가까이 있나봐요? 말로만 많이 듣던 호수공원, 언젠가 한번 가볼 수 있겠지요?

2011-04-03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4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4-0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하시며 지내실까 궁금해서 좀 들렸다 갑니다.
저물어가는 일요일에 시도 읽고 가고요.

요새 약 먹고 있어서 그런지 좀 피곤하기도 하고 일찍 잠에 들게 되는데, 일요일 마무리하기 전에 hnine님 서재에는 좀 들려보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ㅎ

다시 시작하는 일주일, 좋은 일 많으시길 빌겠습니다.

hnine 2011-04-04 07:09   좋아요 0 | URL
저도 서재 들어올때마다 바람결님 어찌 지내시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들러서 소식 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약은 무슨 약인지요? 약 먹는 동안은 피곤하기도 하고 소화가 잘 안되기도 하고 졸음이 오기도 하고 그런데, 열심히 잘 드시고 얼른 나아지셨으면 좋겠어요.
부족한 점보다 가진 것, 밝은 쪽을 보는 노력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한 주일이요. 바람결님도 잘 지내세요.

달사르 2011-04-1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습니다. 마음이 정결해지는 느낌이네요. 저도 hnine님 따라 읽어봐야겠어요.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몰래 가서 그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어져요.

hnine 2011-04-20 19:25   좋아요 0 | URL
오늘도 서점에 들렀다가 안 읽은 이 시인의 시집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왔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시가 마음에 들어오니 시인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식물원 주인 

 

문 정희 

 

시인을 꿈꾸다가 시 대신 땅에 나무를 심어
식물원 주인이 된 그가 말했네
상처없는 시가 없듯이
지상에 상처 없는 나무는 한 그루도 없더라고 했네
살아서 바람 앞에 흔들리는 목숨에
상처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빛나는 증표
쓰라린 아픔으로 진물을 흘리지만
깊은 성찰을 던진다네
시건 나무건 상처가 있어 가엾고 사랑스럽지, 그러니까
상처는 그 자체로 참혹하고 아름다운 생명!
그것을 알아본 식물원 주인! 그는 벌써 빛나는 시인이었네
그가 키운 저 푸른 상처를, 바람 앞에 나풀거리는 생명들
뿌리의 감옥에 갇혀서도 자유롭게 흔들리며
하늘로 치솟는 나무들을 보며
누가 보라고 저리 푸르렀을까 물었더니
주인이 없지! 보는 사람이 보는거지! 라고 대답하네
시도 시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다 가지듯이 

  

 

 

 

 

 

 

 

 

 

 

 

 

: 시어로서 '상처'라는 단어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상처를 미화시키는 방식도 식상 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는 아니다.
그래도 라디오에서 시인이 직접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을 들은 날 나는 무엇이 떠올라 끄적이게 했으니 고마와해야할 시라서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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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들에 관한 동화책에서, 이제 시집으로요?
그러다가 이 시 제목처럼 '식물원 주인'이 되시는 건 아닐까요?
제게 '문정희'의 시들은 극과 극이에요, 앞에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는...

hnine 2011-03-01 06:16   좋아요 0 | URL
너무 좋거나 너무 싫거나, 그런가요? ^^
저 시집의 시들을 아직 다 본게 아니니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뭐 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요 ㅋㅋ

비로그인 2011-03-0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요 책 다시 찾아 보겠습니다.

어느 시집 앞에

떠돌이 시들 마침내 집을 얻었다.
아니 관인들 어떠랴!

라고 하는 글이 있던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 보는 시들은 이상하게도 지금 이시대의 상처들이 나타나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hnine 2011-03-01 21:03   좋아요 0 | URL
인용해주신 구절, 좋은데요?
다시 찾아봐주세요 ^^

상처를 직접 상처라고 하지 않고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을까...생각해봅니다. 감히 시인이 고른 어휘에 딴지를 걸다니. ㅋㅋ

프레이야 2012-09-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문정희 시집을 고르다 땡스투유~~~~ ^^

hnine 2012-09-16 23:25   좋아요 0 | URL
제가 문정희 시인의 이 시를 읽고 <식물원>이라는 제목의 동화도 써봤잖아요 ㅋㅋ
문정희 시인은 이제 그 모습에서도 어떤 아우라가 팍팍 뿜어져 나오더군요.
땡스투유에 감사드립니다~
 

 
작 업 

 

양력 1월 14일
오늘은 내가 죽은 날
꽉 찬 보따리가 나를 짓눌러
죽기로 한날
눈물과 한탄
비겁과 미움
우물 쭈물 얼렁 뚱땅에
어느새 그 큰 보따리가
미어터지고 있었네
그 보따리를 미련없이
깨끗이 비우기로
다 쏟아버리기로
오늘은 내가 죽은 날 


비워진 보따리를
다시 채워갈
내일 나는 태어나는 날
행여 보따리에
티끌 하나 남아 있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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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 참 좋네요.
그런데 사진은 h님 육필 원고인가요? 소설?
깎아지른 연필하며.
뭐라고 쓰신 건가요? 유서도 보이고, 외롬도 보이고, 음악도 보이고...
왠지 밝은 글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궁금해요.

hnine 2011-01-16 12:14   좋아요 0 | URL
아침에 심심해서 성미정 시인과 안현미 시인의 시를 행 구분 없이 쭉 베껴쓰고 있었어요. 말씀하신 단어들은 안현미 시인의 시 일부일거예요.
위에 끄적거린 것은 제가 썼고요...^^

프레이야 2011-01-1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기분이 이상해져요, 나인님.
날마다 나를 죽이고 날마다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hnine 2011-01-16 12:15   좋아요 0 | URL
새로 태어나기 위한 죽음. 즉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죽을 것 같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할까요...버텨내기 위한 일종의 '작업'이지요.

비로그인 2011-01-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지금 막 뭔가를 적으며 휴일의 저녁을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 직접 쓰신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와 글자 모두 직접 쓰신 거군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을까요? 저는 지금 라디오 들으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편안히 시간이 가는게 좋습니다. 아 조금 이따가는 잠시 밖이 얼마나 추울까 잠깐 산책을 좀 하려고요.

손글씨.. 다른 분의 손글씨 보니 왠지 더 정겨운 음악, 정겨운 저녁시간입니다. ㅎ

hnine 2011-01-17 07:25   좋아요 0 | URL
추운 날, 저녁 산책 잘 하셨는지요?
밖으로 나설 때 느껴지는 찬공기가 쨍~하고 머리를 탁 트이게 할 때가 있지요.
전 지금 막 남편과 아이 배웅을 하고 들어왔는데 추운 공기 속으로 나서는 가족들을 보며 혼자 다시 따뜻한 집안으로 돌아들어오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손글씨 저는 종종 써요. 글씨를 쓰는 동작 자체가 좋지 않나요? 바람결님도 웬지 그러실 것 같은데...^^
오늘도 좋은 출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루체오페르 2011-01-1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간디의 말도 생각나네요.

'나는 매일 잠이 들때 죽고, 다음 날 깨어날때 다시 태어난다'

hnine 2011-01-17 07:38   좋아요 0 | URL
간디 옹의 그런 말씀도 있었군요. 제가 저 글을 끄적거릴 때 바로 그 마음이었어요.
살다 보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살만한 순간이 아니라 절망의 순간에 말이지요.
공감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7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어렵지만, 멋져요.

사각사각, 연필로 글씨쓰는 소리가 제게도 들리는 것 같아요.
전 샤프를 주로 사용하는데 말예요.
글씨도 동글납작하니 정겨워요~^^

hnine 2011-01-17 07:36   좋아요 0 | URL
어려운 시 아니어요, 그냥 글에 있는 그대로인걸요.
연필로 뭔가를 쓸때, 쓰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쓴다는 행위 자체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때가 있어서, 늘 마음이 울렁울렁 파도치는 저 같은 사람에게 좋은 것 같아요.
제 글씨, 동글납작~ 주인 닮았답니다. ^^

하늘바람 2011-01-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참 예쁘네요
전 글씨가 아주 엉망인데.
니 페이퍼를 읽으며 아침부터 반성합니다

hnine 2011-01-17 10:55   좋아요 0 | URL
급하게 하는 메모가 아니라서 좀 여유있게, 또박또박 썼어요.
하늘바람님 글씨 엉망 아니던데요?? ^^

세실 2011-01-1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나는 태어나는 날....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날. 그 맘으로 살아가면 좀 더 열심히 살아 가겠죠...... 비움. 저도 필요해요.

hnine 2011-01-17 10:57   좋아요 0 | URL
예, 바로 그런 마음이었어요. 비워내고 다시 채우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요.
오늘도 무척 추운 날이네요. 조금 후에 따뜻한 점심 드세요~

마녀고양이 2011-01-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곡하게 쓰인 글씨와 정갈하게 깍인 연필이 참 좋아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아아, 요즘은 너무 추워서 만사가 심드렁한가봐요. ㅠ

hnine 2011-01-17 18:51   좋아요 0 | URL
앙상한 가지에서 새싹이 돋는 것 역지 다시 태어남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은 이렇게 춥지만 곧 봄이 오겠지요?
내일 모레부터는 날이 좀 풀린다는데, 며칠만 잘 견뎌보기로해요.

차좋아 2011-01-1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른 나무 향내 나는 연필 냄새가 그리어지는 사진입니다. 심이 부러지고 까맣게 손때 탄 제 연필을 깍아야겠어요. 그리고 깍은 연필로... 연필로... 뭐하지?

hnine 2011-01-17 18:55   좋아요 0 | URL
연필을 기계로 깎았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깎을 때 나는 냄새는 맡지 못했네요 ㅋㅋ
볼펜으로는 글씨를 별 생각없이 흘려쓰게 되는데 저렇게 깎은 연필로는 그렇게 안되더라고요. 연필을 잘 깎은 후에 아이에게 쥐어주고 아빠 얼굴 한번 그려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

잘잘라 2011-01-1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한 주간 시작부터 울그락불그락 이씨신발 저씨신발 찾다가 님의 글을 읽으니 푸르르르(바람빠져나가는 소리^^;;).. 다행이네요. 화난 거, 속상한 거, 오늘로 끝내버려야지. 내을 다시 시~작. 덕분에 다시 힘내고 갑니다~~~

hnine 2011-01-18 08:15   좋아요 0 | URL
하하...이씨신발, 저씨신발~
오늘, 좋은 시작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