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업 

 

양력 1월 14일
오늘은 내가 죽은 날
꽉 찬 보따리가 나를 짓눌러
죽기로 한날
눈물과 한탄
비겁과 미움
우물 쭈물 얼렁 뚱땅에
어느새 그 큰 보따리가
미어터지고 있었네
그 보따리를 미련없이
깨끗이 비우기로
다 쏟아버리기로
오늘은 내가 죽은 날 


비워진 보따리를
다시 채워갈
내일 나는 태어나는 날
행여 보따리에
티끌 하나 남아 있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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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 참 좋네요.
그런데 사진은 h님 육필 원고인가요? 소설?
깎아지른 연필하며.
뭐라고 쓰신 건가요? 유서도 보이고, 외롬도 보이고, 음악도 보이고...
왠지 밝은 글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궁금해요.

hnine 2011-01-16 12:14   좋아요 0 | URL
아침에 심심해서 성미정 시인과 안현미 시인의 시를 행 구분 없이 쭉 베껴쓰고 있었어요. 말씀하신 단어들은 안현미 시인의 시 일부일거예요.
위에 끄적거린 것은 제가 썼고요...^^

프레이야 2011-01-1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기분이 이상해져요, 나인님.
날마다 나를 죽이고 날마다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hnine 2011-01-16 12:15   좋아요 0 | URL
새로 태어나기 위한 죽음. 즉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죽을 것 같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할까요...버텨내기 위한 일종의 '작업'이지요.

비로그인 2011-01-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지금 막 뭔가를 적으며 휴일의 저녁을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 직접 쓰신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와 글자 모두 직접 쓰신 거군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을까요? 저는 지금 라디오 들으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편안히 시간이 가는게 좋습니다. 아 조금 이따가는 잠시 밖이 얼마나 추울까 잠깐 산책을 좀 하려고요.

손글씨.. 다른 분의 손글씨 보니 왠지 더 정겨운 음악, 정겨운 저녁시간입니다. ㅎ

hnine 2011-01-17 07:25   좋아요 0 | URL
추운 날, 저녁 산책 잘 하셨는지요?
밖으로 나설 때 느껴지는 찬공기가 쨍~하고 머리를 탁 트이게 할 때가 있지요.
전 지금 막 남편과 아이 배웅을 하고 들어왔는데 추운 공기 속으로 나서는 가족들을 보며 혼자 다시 따뜻한 집안으로 돌아들어오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손글씨 저는 종종 써요. 글씨를 쓰는 동작 자체가 좋지 않나요? 바람결님도 웬지 그러실 것 같은데...^^
오늘도 좋은 출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루체오페르 2011-01-1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간디의 말도 생각나네요.

'나는 매일 잠이 들때 죽고, 다음 날 깨어날때 다시 태어난다'

hnine 2011-01-17 07:38   좋아요 0 | URL
간디 옹의 그런 말씀도 있었군요. 제가 저 글을 끄적거릴 때 바로 그 마음이었어요.
살다 보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살만한 순간이 아니라 절망의 순간에 말이지요.
공감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sslmo 2011-01-17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어렵지만, 멋져요.

사각사각, 연필로 글씨쓰는 소리가 제게도 들리는 것 같아요.
전 샤프를 주로 사용하는데 말예요.
글씨도 동글납작하니 정겨워요~^^

hnine 2011-01-17 07:36   좋아요 0 | URL
어려운 시 아니어요, 그냥 글에 있는 그대로인걸요.
연필로 뭔가를 쓸때, 쓰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쓴다는 행위 자체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때가 있어서, 늘 마음이 울렁울렁 파도치는 저 같은 사람에게 좋은 것 같아요.
제 글씨, 동글납작~ 주인 닮았답니다. ^^

하늘바람 2011-01-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참 예쁘네요
전 글씨가 아주 엉망인데.
니 페이퍼를 읽으며 아침부터 반성합니다

hnine 2011-01-17 10:55   좋아요 0 | URL
급하게 하는 메모가 아니라서 좀 여유있게, 또박또박 썼어요.
하늘바람님 글씨 엉망 아니던데요?? ^^

세실 2011-01-1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나는 태어나는 날....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날. 그 맘으로 살아가면 좀 더 열심히 살아 가겠죠...... 비움. 저도 필요해요.

hnine 2011-01-17 10:57   좋아요 0 | URL
예, 바로 그런 마음이었어요. 비워내고 다시 채우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요.
오늘도 무척 추운 날이네요. 조금 후에 따뜻한 점심 드세요~

마녀고양이 2011-01-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곡하게 쓰인 글씨와 정갈하게 깍인 연필이 참 좋아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아아, 요즘은 너무 추워서 만사가 심드렁한가봐요. ㅠ

hnine 2011-01-17 18:51   좋아요 0 | URL
앙상한 가지에서 새싹이 돋는 것 역지 다시 태어남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은 이렇게 춥지만 곧 봄이 오겠지요?
내일 모레부터는 날이 좀 풀린다는데, 며칠만 잘 견뎌보기로해요.

차좋아 2011-01-1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른 나무 향내 나는 연필 냄새가 그리어지는 사진입니다. 심이 부러지고 까맣게 손때 탄 제 연필을 깍아야겠어요. 그리고 깍은 연필로... 연필로... 뭐하지?

hnine 2011-01-17 18:55   좋아요 0 | URL
연필을 기계로 깎았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깎을 때 나는 냄새는 맡지 못했네요 ㅋㅋ
볼펜으로는 글씨를 별 생각없이 흘려쓰게 되는데 저렇게 깎은 연필로는 그렇게 안되더라고요. 연필을 잘 깎은 후에 아이에게 쥐어주고 아빠 얼굴 한번 그려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

잘잘라 2011-01-1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한 주간 시작부터 울그락불그락 이씨신발 저씨신발 찾다가 님의 글을 읽으니 푸르르르(바람빠져나가는 소리^^;;).. 다행이네요. 화난 거, 속상한 거, 오늘로 끝내버려야지. 내을 다시 시~작. 덕분에 다시 힘내고 갑니다~~~

hnine 2011-01-18 08:15   좋아요 0 | URL
하하...이씨신발, 저씨신발~
오늘, 좋은 시작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