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쑥대밭 만들고
돌아서 떠나는 모습을
나는
딱 한번
뒤돌아 볼 것이다
3초간 딱 한번
만약
네 뒷모습이
못나고 보잘것 없어보이면
그땐 너를
불러 세워
꼭 붙잡고 말테니
그런 줄 알아라
-2012.9.7-
이 속의 '너'는 누구일까.
미워하지만 버릴 수 없는 또 하나의 나 일수도.
...
서글픔이란 물체는 지뢰처럼
어디에나 깔려 있어
걷다가 발에 밟히고
더듬다가 손에 걸리고
눕다가 머리와 부딪힌다
창 밖엔 보름달
높이 안맞는 앉은뱅이 책상
그 앞에 졸음 참고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면서도
온기 찾아 기어오르는
강아지란 짐승
너를 보며 드는 서글픔
네가 오늘의 지뢰이구나
- 2012.9.1 -
열두개의 초록
초록을 열두가지 색으로 볼줄 안다고
너는 나를 부럽다고 했지만
초록 속에서 열두가지 색을 보기 시작하고부터
내 삶이 열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숨기고 살고 있음을
또 숨겨야 했다
초록은 초록
나는 나
너는 너
삶은 삶
죽음은 죽음인데
내 눈은 가끔 프리즘이 되어
초록을 산산이 분해하여
열두가지, 아니
수백가지 색깔로 보게 되었을까
나 역시 어쩌면
어떤 것에서 분해되어 나온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
영원히 모르리
나란 무엇의 분산의 결과인지
네가 부러워하는
내가 누군지
나는 영원히 모를 것
어떤 포만
내 땀냄새 맡고 달려드는 버러지
홀랑 마셔버리다
노랗지도 푸르지도 않은 달빛도 재수없어
깜깜한 가운데 슬쩍 지나가는 바람 한줄기
끈적끈적 스며나오는 눈물 줄기
휘리릭 마셔버리다
죽었나 하면 가끔씩 비집고 고개내미는 꿈
너도 괘씸해 후루룩 마셔버리다
나는 이제 부른 배를 끌어안고
나를 마셔줄 깊은 바다를 향해 간다
내게 악기가 하나 있어
노래를 연주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몰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늙은 새가 날아가며 말하네
그 악기는 백년에 한번 소리를 낸다지
부서지는 바위가 말하네
살아있는 동안 한번도 소리를 못듣는 수도 있다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악기
버릴까보다
들고 나갔다가
다시 들고 들어오며
백년에 한번이
오늘일지 몰라
내일일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