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침이었다.
마을 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는 아파트 단지내 유치원이 있다. 방금 전 유치원 버스는 이미 아이들을 태우고와 다 내려놓고 갔는데 그 후 10분 쯤 지났을까?
작은 승용차가 한대 급하게 서더니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점멸등을 켜놓고 운전석에서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허둥지둥 내렸고 옆에서 유치원 가방을 맨 대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를 따라 내렸다.
내리자 마자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걷는다기보다 나르다시피 하여 계단을 올라 아이를 유치원 들어가는 입구에 올려다 놓고 어서 들어가라며 손을 흔드는 둥 마는 둥 하고 세워놓은 승용차를 향해 급하게 돌아나온다. 아마 엄마도 출근시간에 이미 늦었는가보다 생각했다.
"엄마, 빠이빠이~~"
아이는 엄마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바로 유치원으로 뛰어들어가는 대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침착하게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보낸다.
엄마도 대답을 했던가 안했던가.
급하게 다시 올라탄 엄마의 승용차가 유치원 앞을 벗어나고, 내가 아이를 돌아 보니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탄 차가 저 멀리 시야를 벗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타박타박 걸어서 유치원 문으로 들어갔다.
대여섯 살 정도 밖에 안되는 그 아이가 나는 왜 그렇게 안쓰럽던지.
그날 하루가 아니라 매일을 그렇게 허둥지둥 아이 보내고 출근하는 엄마 역시, 직장에서 일하다가 가끔 아이가 눈에 밟히지 않을까?
 

그 후 누군가에게 이날 아침 본 것을 얘기했더니 그녀가 하는 말,
"그렇게 매일 유치원이라도 갈 수 있는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이어요. 봐줄 사람 없이 하루 종일 혼자 집 지키는 애들, 장사하는 엄마 옆에서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이 혼자 먹고 놀고 낮잠 자고 칭얼거리며 크는 애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요."
그런다.

그날 이후 나는 아침의 그 풍경이 종종 생각이 난다. 

******************************************************

 

   하   루  


아침마다 채워지는
엄마의 트럭
짐칸엔 한가득 뻥튀기 과자
엄마와 아이는 나란히 앞자리
 
 

차들이 줄줄이 선
찻길 한편에
소나무 그늘 밑
트럭의 자리 


엄마는 기울어진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과 눈을 맞추고
아이는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돌멩이 소꿉놀이 살림 차리고 
 

나란히 앉아 점심 도시락
먹고 나면은
아이는 트럭에서 낮잠을 자고
엄마는 의자에서 꾸벅꾸벅 

 

아이는 
지나가는 차 구경
차들은 
길에서 노는 아이 구경 

 

어둑어둑 해거름녘
집에 갈 시간

엄마는 트럭에 아이를 태우고
노란 달빛 한 자락도 함께 태우고 

 

어느새 잠이 든 아이 얼굴을
옆으로 슬쩍 쳐다본 엄마
달님이 거기에 앉아 있었네
둥글고 환한 아이의 얼굴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고양이 2011-04-1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초등학교 1학년인 코알라는
아침 7시 10분에 자명종 듣고 혼자 일어나서 혼자 옷 입고 혼자 차려놓은 밥 먹고 혼자 시간 맞추어 학교에 갔는데............. 정말 불쌍하죠.. ㅠㅠ
저는 아직두 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hnine 2011-04-15 21:0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참 힘든 시기를 보내셨구료...

프레이야 2011-04-1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해지는 풍경이에요.
아이가 어떨 땐 어른에게 더더 위안이 돼요.
엄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주던 그 아이,
엄마는 룸미러로 끝까지 보고 있었을까요? 아마 그랬을 거에요.

hnine 2011-04-16 09:32   좋아요 0 | URL
저날 아이가 엄마 같고 엄마가 아이 같았어요. 나중에 아이가 크는 동안에도 그렇게 서로 의지가 되며 살겠지요? 그런데 옆에서 보는 제가 참 마음이 짠 하더라고요.

순오기 2011-04-1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을 서두르며 빨리 하라며 아이를 다그치던 모습에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참담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ㅜㅜ
인용된 시는 누구의 시일까~~~ 자작시일까요?

hnine 2011-04-16 08:01   좋아요 0 | URL
그런 경험들 참 많지요. 제가 아이를 얼마나 다그쳤으면 아이가 연속으로 세번을 오줌을 싸더라고요. 출근 시간은 이미 늦었는데 옷을 갈아입히면 또 싸고 또 싸고, 나중엔 주저 앉아서 아이 붙잡고 엉엉 울었던 기억... 그 순간 자체는 참담한 심정, 맞아요. 순오기님은 그렇게 아이들 셋을 키우셨으니, 존경스럽습니다.
인용된 시는 제가 끼적거린 시여요 ^^

무스탕 2011-04-1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상황을 두고요, 어떤 엄마는 저 아이 안스럽다, 저 엄마 힘들겠다 같이 힘들어 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요,
저 엄마는 조금 더 부지런 떨어서 애랑 인사도 제대로 하고 여유있게 할것이지 저게 뭐야.. 가볍게 입만 놀리는 엄마들도 많아요.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건 그래서 중요한가봐요. 저 역시 동동거리는 엄마들 보면 참 안스러운 맘이 들때가 많아요. 애고.. 저 엄마는 오늘도 애가 눈에 밟혀 순간순간 맘 아프겠네.. 하고요.
나인님은 많은걸 안아 주실수 있는 마음을 갖고 계시니 얼마나 좋아요?

hnine 2011-04-16 14:29   좋아요 0 | URL
저 엄마가 일하는 곳의 상사는 혹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루 이틀도 아니면서 매일 허둥거린다고... 그래도 아이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아이를 보면 아이가 안스럽고 엄마를 보면 엄마가 안되었고, 그렇더군요.
무스탕님, 지성이 좀 어떤가 모르겠네요. 집에만 있자니 갑갑했겠지만 쉴때 완전히 회복이 되었어야 하는데. 남편분도 괜찮으시나요?

paviana 2011-04-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참 좋네요.
그렇게 갈수밖에 없는 엄마맘은 얼마나 짠하겠어요.

깨워도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이 보고 있으면 열통이 나다가도,
그래도 내가 아침에 깨워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생각하곤 해요.
자고 있는 아이 놔두고 출근하던 땐 아침마다 아이얼굴 한번 쓰다듬는 걸로 아침인사를 대신하고는 했지요.

hnine 2011-04-17 09:57   좋아요 0 | URL
아이맘도 엄마맘도 다 이해가 될 수 있는 건 우리가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엄마이기 때문이겠지요.
자고 있는 아이 놔두고 출근하던 때 말씀하시니, 읽으면서도 마음이 뭉클합니다. 깨우지않고 얼굴 한번 쓰다듬고 출근하는 마음이 어떠셨겠어요...

책가방 2011-04-1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참 많이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땐 아침마다 맛사지로 아이들을 깨웠거든요.
오늘은 유빈이가 좋아하는 카레라이스 나오는 날이네..
오늘은 머리를 묶을까 땋을까??
곰돌이 고무줄로 묶을까, 리본 고무줄로 묶을까??
그날 그날 아이가 관심가질만한 내용의 말들을 하면서 쭉쭉~~
그렇게 5분에서 10분정도 하면 아이도 기분좋게 아침을 맞거든요.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다보니...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알아서 일어나질 못하네요..ㅜ.ㅠ
깨우다 깨우다 언성이 높아지면 그제야 부시시 일어난답니다.
전... 지금 힘들어요~~~~~

신혼땐 남편도 그렇게 깨웠다지요...ㅎㅎㅎㅎㅎ

hnine 2011-04-17 10:01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제가 좋아하고 또 영향을 많이 받은 책 중에 <엄마학교>라는 책이 있거든요. 책가방님 댓글 읽는데 마치 그 책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거기 나오거든요. 아침에 아이들을 소리지르고 야단치며 깨우지 말고 속삭임과 스킨쉽으로 깨우라고요. 기분좋게 아이의 아침을 시작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도 아이들이 엄마의 그런 속삭임과 맛사지가 그리운가봐요 ^^
저는 아주 평범하게 시계 옆에 맞춰주고 자는데... 듣고 일어나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