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 주인 

 

문 정희 

 

시인을 꿈꾸다가 시 대신 땅에 나무를 심어
식물원 주인이 된 그가 말했네
상처없는 시가 없듯이
지상에 상처 없는 나무는 한 그루도 없더라고 했네
살아서 바람 앞에 흔들리는 목숨에
상처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빛나는 증표
쓰라린 아픔으로 진물을 흘리지만
깊은 성찰을 던진다네
시건 나무건 상처가 있어 가엾고 사랑스럽지, 그러니까
상처는 그 자체로 참혹하고 아름다운 생명!
그것을 알아본 식물원 주인! 그는 벌써 빛나는 시인이었네
그가 키운 저 푸른 상처를, 바람 앞에 나풀거리는 생명들
뿌리의 감옥에 갇혀서도 자유롭게 흔들리며
하늘로 치솟는 나무들을 보며
누가 보라고 저리 푸르렀을까 물었더니
주인이 없지! 보는 사람이 보는거지! 라고 대답하네
시도 시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다 가지듯이 

  

 

 

 

 

 

 

 

 

 

 

 

 

: 시어로서 '상처'라는 단어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상처를 미화시키는 방식도 식상 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는 아니다.
그래도 라디오에서 시인이 직접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을 들은 날 나는 무엇이 떠올라 끄적이게 했으니 고마와해야할 시라서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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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들에 관한 동화책에서, 이제 시집으로요?
그러다가 이 시 제목처럼 '식물원 주인'이 되시는 건 아닐까요?
제게 '문정희'의 시들은 극과 극이에요, 앞에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는...

hnine 2011-03-01 06:16   좋아요 0 | URL
너무 좋거나 너무 싫거나, 그런가요? ^^
저 시집의 시들을 아직 다 본게 아니니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뭐 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요 ㅋㅋ

비로그인 2011-03-0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요 책 다시 찾아 보겠습니다.

어느 시집 앞에

떠돌이 시들 마침내 집을 얻었다.
아니 관인들 어떠랴!

라고 하는 글이 있던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 보는 시들은 이상하게도 지금 이시대의 상처들이 나타나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hnine 2011-03-01 21:03   좋아요 0 | URL
인용해주신 구절, 좋은데요?
다시 찾아봐주세요 ^^

상처를 직접 상처라고 하지 않고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을까...생각해봅니다. 감히 시인이 고른 어휘에 딴지를 걸다니. ㅋㅋ

프레이야 2012-09-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문정희 시집을 고르다 땡스투유~~~~ ^^

hnine 2012-09-16 23:25   좋아요 0 | URL
제가 문정희 시인의 이 시를 읽고 <식물원>이라는 제목의 동화도 써봤잖아요 ㅋㅋ
문정희 시인은 이제 그 모습에서도 어떤 아우라가 팍팍 뿜어져 나오더군요.
땡스투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