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우평 선생님이 집필한 <모자이크 세걔지리> 소개 기사를 스크랩을 한다. 기사 말미에 나오는 아주 인상적인 문구다. '책으로 돌려 보는 지구본'. 더이상 이 책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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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1.7.30  [주목 이책!] 모자이크 세계지리

저자가 교사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세계지리와 관련하여 궁금하게 여겼던 내용들을 정리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각 대륙별, 국가별로 각각의 주제를 선정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흥미롭게 구성했다. 저자는 각 주제별로 씨줄과 날줄이 엮여 옷감이 짜이듯이 세계 지표 공간상의 다양한 인문, 자연 현상들은 역사와 지리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지리적이면서 역사적이고 또한 문화적이다. '중국인들이 가을을 싫어하는 이유는?' '추우면 추울수록 교통 사정이 좋아지는 나라는?' '잉카 제국의 공중 도시 마추픽추의 비밀은?' 등 145가지의 질문을 통해 탄탄한 교양과 상식을 쌓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와 통신 발달로 ‘먼 나라 이웃 나라’의 경계조차 사라지고 세계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 된 지 오래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세계의 소식은 곧바로 우리 삶 속을 파고들며 일상에 영향을 끼친다. 요란하게 들썩이는 세계의 뉴스를 접할 때 그곳의 역사와 문화의 맥락이 궁금하지 않은가? 오늘 세계의 흐름 밑바탕에는 분명한 지리적 요인이 존재한다. 지리는 지도 속에만 잠자코 있는 정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이다. 지금의 세계 지도가 만들어진 결정적이고 우연적인 사건들의 조각들을 ‘아하 그렇구나!’ 끄덕이며 재미나게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로 가는 여행 가방을 준비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와 방식, 역사와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가십으로만 만나는 세계 곳곳은 이질적이고 생소하여서 멀기만 하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로만 흘려버리는 각국의 현상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원인을 좇아가며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책으로 돌려 보는 지구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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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을 다녀왔다. 요즘 하도 게을러 졌는지 공연을 본지가 20여일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감상평을 쓴다. ㅋㅋ 

 

표를 늦게 예매해서 합창석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전 살짝 핸드폰으로 찍어봤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네 공연장은 좀 과도하게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것 같다.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 시간때는 좀 찍어도 될 듯 싶은데, 직원들이 뭐라 하니 그럴수도 없다.(그런데 가끔 내가 보기에도 플래쉬 터지고 사진기 전면에서 빨간불이 나오고 그러면 좀 신경이 쓰이긴 한다.) 

이날 지휘자는 마티아스 바메르트(Matthias Bamert)란 분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좀 젊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덩치도 크고 나이도 꽤 들어보였다. 다음은 월간 SPO에 나온 그의 소개글이다.  

마티아스 바메르트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인 로린 마젤을 보좌하며 상주 지휘자로 일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에 그는 스위스 방송교향악단,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의 음악감독을,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하였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임기를 마쳤다. 7년간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의 음악감독으로서, 50곡이 넘는 모차르트 동세대의 교향곡을 성공적으로 녹음하였으며, 1999년 이 악단의 50주년을 맞아 BBC 프롬스와 빈,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하였고, 이듬해 1월에는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는 필하모니아, 런던 필하모닉, BBC 심포니 등과 공연 및 녹음을 가졌으며, BBC 필하모닉, 버밍엄 심포니 등도 자주 지휘하였다. 영국 외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NHK심포니 등을 지휘하였다.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 지휘자와 1985년부터 90년까지 글래스고의 현대음악 페스티벌인 무지카 노바의 음악감독을 지낸 바메르트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케미츠 도루, 제임스 맥밀란, 볼프강 림 등의 작품을 초연해왔다.

상상력 넘치는 프로그래밍으로 루체른 페스티벌의 감독을 1992년부터 98년까지 맡아서, 새로운 콘서트홀의 개관을 책임졌으며, 새로운 부활절 페스티벌, 피아노 페스티벌을 만들었고,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페스티벌의 활동을 대폭 늘렸다. 수많은 레코딩을 진행해온 바메르트는 80여장의 음반을 녹음하여 많은 찬사를 받았다. 샨도스 레코드에서 주로 녹음하였으며,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즈와의 모차르트 동세대 작곡가의 녹음, 패리 교향곡 전곡 녹음, 런던 필하모닉과의 5장짜리 프랭크 마틴 녹음, BBC 심포니와의 로베르토 게르하르트 교향곡 녹음, 레지덴티 오케스트라와의 네덜란드 작곡가 녹음, BBC 필하모닉과의 스토콥스키의 편곡 녹음, 코른골트와 도흐나니 녹음 등이 있다.

주요 음반들은 샨도스 것들이 많으며 찾아보니 눈에 띄는 음반들이 있다.  

    

특히나, 존 필드의 피아노협주곡은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클래식을 처음 들을때 우연히 존 필드의 야상곡을 듣고 너무 좋아 그의 피아노 곡들을 이러저리 찾아 듣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왔던 음반이 샨도스에서 나온 저 음반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 음반의 지휘자가 바메르트였다. 우연치고는 재미있다. 왠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지휘자에 대해서 좀 정이 가는 듯 하다. 또한 L.모차르트 교향곡 앨범은 모든 곡이 세계 초연으로 녹음되었다고 한다. 앨범의 의미와 가치가 클 듯 하다.(그런데 하도 살 음반들이 많아서 이 음반에 까지 나의 '총알'들이 미칠지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공연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노르웨이 출신의 신예 빌데 프랑(Vilde Frang)이다. 공연 전 월간 SPO통해 그의 약력을 살펴보니 그녀의 데뷔앨범 애기가 나오더라. 왼쪽에 있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는 앨범이 그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앨범은 두번째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이다.(그런데 앨범 발매 시기 간격이 약 2년 정도인데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너무 간극이 커 보인다. 데뷔 앨범 속 그녀는 정말 소녀같은 이미지이며 신비로운 반면에 소나타 앨범 표지 속 그녀는 퉁퉁한 '부인'의 이미지다.) 다음은 월간 SPO에 나온 그녀의 소개 글이다.

 

12세의 나이로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오슬로 필하모닉과 협연한 빌데 프랑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이다. 최근 할레 오케스트라, 말레 체임버, 체코 필하모닉,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NHK심포니, BBC 필하모닉, 프라하 필하모니아 등과 협연한 빌데 프랑은 앤드류 맨즈, 아담 피셔, 데이비드 진먼, 바실리 시나이스키, 자난드레아 노세다 등과 호흡을 맞췄다.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로서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바트 키싱엔, 라인가우, 베르비에, 루체른 등의 페스티벌에 출연하였다. 기돈 크레머, 유리 바슈메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카퓌송 형제, 레이프 오베 안즈네스, 트룰스 뫼르크 등과 실내악 활동을 해왔으며, 2007년과 2008년에는 안네 조피 무터와 함께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미국, 유럽 투어에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공연하였다. 2007년 빌데 프랑은 런던 필하모닉 무대에 데뷔하였고,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는 2009년에 다시 그를 초청하였으며, 뒤이어 위그모어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져 찬사를 받았다.

1986년 오슬로에서 태어난 빌데 프랑은 오슬로 바라트 두에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함부르크 음대에서 콜랴 블라허를 사사하였다. 덴마크 여왕 명예상, 소닝 음악펀드, 함부르크 리터 재단 대상, 볼레트 뷔토니 펠로우십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빌데 프랑은 EMI 클래식의 2010년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이며, 시벨리우스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수록한 데뷔 레코딩은 전세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노르웨이 그래미의 ’최고 클래식 부문’에 선정되었다.

데뷔 앨범을 안들어볼 수 없을 듯 하다.  

이 날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초기의 과도한 기대로 인해 기가 죽어버린 공연'이었다. 나에게는... 첫 곡은 ROSSINI의 세미라미데 서곡(Semiramide - Overture)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오는 지휘자의 모습은 생각보다 덩치가 컸으며 나이가 들어보였다. 초반 호른 독주 파트는 듣는 내내 안절부절했다.(악기에 대해 모르지만 금관악기로 작고 길게 빼는 음은 좀처럼 불기 어려울 것 같긴 하다.) 호른 소리가 내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지휘자의 지휘 동작을 관찰하는 것인데, 바메르트의 지휘 동작에 대한 첫 느낌은 '기풍'있어 보였다. 리드미컬 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마지막 프로그램인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 기대되었다.(기대로 끝났지만..ㅠ.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베교 7번 음반과 DVD다. 특히 클라이버는 보는 재미가 있는 지휘자 같다. Concertgebouw Orchestra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는 꼭 봐야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베토벤 교향곡 7번 지휘자의 모습. 카를로스 클라이버.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첫곡에 대한 느낌은 괜찮았다. 박력은 조금 부족한 듯 하였으나 리드미컬한 리듬감은 최고였다. 그리고 곡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 피콜로로 이어지는 파트는 다시 한번 서울시향 목관파트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듯 했다. 

두번째 프로그램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이 날 들은 이 곡에 대한 느낌은 '서늘한 운궁'이었다. 북구 출신이라는 선입견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소리는 너무 차가웠다. 아니 '서늘하다'는 표현이 좀 더 내가 느끼는 뉘앙스에 맞는 듯 하다. 곡 전체에서 느껴지는 부분은 좀 실망스러웠다. 1악장 말미에서는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와의 어긋남이 보였으며, 2악장에서는 지휘자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에 내가 당황스러웠다. 이유는 총보때문이다. 세미라미데 서곡에서는 암보로 지휘하였으나 협주곡에서는 총보를 보고 지휘를 하는데 자꾸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지휘자가 악보를 잡느라 한 손을 사용하는 바람에 좀 재미없어졌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3악장 초반부였다.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다. 당시 느낌을 표현해보면 계단을 오를때 한계단 한계단 차분히 오르거나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2개, 3개의 계단을 오르느라 몇 번 오른 후 숨이 차 헉헉 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 악장은 부악장인 신아라씨였는데, 내가 앉은 합창석이 딱, 신아라씨와 대각선 정면 방향이었다. 그래서 표정까지 살필 수 있었는데, 이 여자 표정이 장난아니었다. 물론 내가 오버해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뭐랄까? 독주자를 경계하면서 "에게 별거 아니네,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하는 표정이었다. 좀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끼리의 경쟁심리였을까?

하여튼 이날 협주곡은 나에게는 실패작이었다. 나에게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알려준 이는 라두 루푸의 대타였던 바딤 레핀이었다. 작년 이맘때 즈음이었는데, 카리스마 있고 오케스트라(지휘 정명훈)와 주거니받거니 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세번째 곡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우선 1악장의 런닝타임은 12분 30초 정도로 14분 정도인 다른 곡들에 비하면 약간 빠른것 같았다. 비슷한 런닝타임을 보이는 곡은 텐슈테트의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1989년 앨범 정도이다. 1악장에서는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팀파니의 타격이 일품이었다.

예당 콘서트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대부분 그럴듯 하다) 자리는 2층 B, C블록 1, 2열이다. 가끔 자리가 없을때 합창석에 앉곤 하는데, 이 날은 유독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장점은 있다. 지휘자와 단원들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번 서울시향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제2바이올린 수석인 임가진씨의 밝은 표정은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바이올린은 그녀의 연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는 느낌이다. 

2악장의 런닝타임은 약 8분으로 역시 좀 빠른 편이었다. 초반 콘트라베이스와 이어지는 첼로의 우울한 음은 공연장에서만 느낄수 있는 소리였다. 3악장의 런닝타임은 9분으로 다른 악장에 비하면 조금 느린 템포였다. 가장 특이한 부분이 3악장 초반부였다. 

 

초반부 팀파니 소리인데, 음반으로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히 경쾌하고 무게감있는 소리인데 이 날 공연에서는 소리가 아주 확연하게 달랐다. 둔탁한 소리였다는 것 말고는 지금은 탁히 뭐라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마 공연장에서 들었던 사람이라면 소리가 좀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팀파니스트를 잘 보니 발을 까닥까닥 거리는게 아닌가.(사실 이날 팀파니에도 페달이 있는 걸 처음 알았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페달을 이용해 글리산도의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페달로 음을 조절한 듯 하다.

그리고 트렘펫니스트가 중간중간 트럼펫을 분리해 내부에 고여있는(?) 침을 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잘 보니 의자 주변에 침으로 보이는 물방울들이 상당히 있었다. ㅋㅋ 그러고 생각해보면 트럼펫이나 클라리넷 같은 경우는 공연 중간중간에 침을 빼거나 작은 수건을 이용해 침을 닦는 모습을 봤는데 같은 부류의 오보에, 플루트, 바순 같은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어찌 된 일일까? 

하여튼 마지막 4악장이다. 이 부분에서는 시간을 보지 못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8분 정도의 런닝타임이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4악장이겄만, 내 생각과는 달랐다. 힘있게 몰아부치는 모습은 좋았으나 극도의 리듬감은 보여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 억제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특히 후반부에 내가 좋아하는 일명 '귀신 나오는 소리'인 콘트라베이스 저음의 광란이 기대에 못미쳤다. 아마도 자리 때문인 듯 하다. 콘트라베이스 바로 뒷편이었다. 완벽하게 콘트라베이스 뒷편 윗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ㅠ.ㅠ) 그러나 시원하게 내빼는 트럼펫은 아주 일품이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공연장에 자주 가야할 듯 하다. 이번에 IBK 챔버홀 개관 공연도 아주 관심가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미루다미루다 결국 김대진씨의 공연과 임선혜씨의 공연도 놓치고 말았다. 김대진씨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쇼팽 발라드는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 이번에 김대진씨가 직접 만든 레이블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신보가 나왔다.(앨범은 꼭 구입해야 겠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 알라딘에 올라오지 않아 다른 곳에서 퍼왔습니다. 앨범 표지와 수록곡입니다.

 

Schubert Piano Sonata in A Major, Op.120  D.664

    1. Allegro moderato
    2. Andante
    3. Allegro

Schubert Piano Sonata in A Minor, Op.143  D.784
    4. Allegro giusto 
    5. Andante
    6. Allegro vivace

    7. 12German Dances, Op.171  D.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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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6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는데.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으셨군요. ^^

햇빛눈물 2011-10-16 18:54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묘하네요. 저는 다음주에 말러 6번 공연보러 또 갑니다. 혹시 바람결님도 오시는지요? 혹 오시면 감상 잘하시길 바랍니다. 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집 서재에 널부러져 있는 여러 글들을 읽고 있다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0년 10월에서 표시해 둔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웃기다 딱 1년 전에 읽은 글이다.  언제나 좋은 것들은 시간을 무시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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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익어가는 것일까?

유용주


우기에 접어들었다

바람 거세게 불고 비 퍼붓다. 고맙다. 비 내리니 조용하다. 아랫집 여자 목욕탕 양은대야로 타일 긁는 소리 안 난다. 윗집 개새끼 짖지 않는다. 게이트볼장 술 취한 노인네들 출근하지 않는다. 모든 소음이 빗속과 바람소리에 파묻힌다. 빗속에서 절간처럼 고요해진 집이다. 도라지꽃이 피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도 피었다. 거센 비바람을 맞고도 꽃은 기어코 피어난다. 텃밭 주위에 나뭇가지가 함부로 부러져 나뒹군다. 부러져 봐야 멀쩡할 때의 고마움을 안다. 다시 이어 붙여 쓰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르겠는가. 큰비 그치고 잔비 온다. 사물들, 잠 깨어 기지개 켜다. 나는 얼마나 젖어 있으냐. 얼마나 부러졌느냐.


어두워지면 가로등 한꺼번에 들어오듯, 달맞이꽃이 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의 배신을 섭섭하게 생각 마라. 원래 배신이란 없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 물 흐르듯 인연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고, 돌에 채어, 수초에 걸려, 나무뿌리 속으로 모래나 낙엽 속으로 새의 깃털 속으로 뿔뿔이 흩어질 뿐이다. 가엾는 허허바다로 스며들 뿐이다. 수평의 눈으로 보면 배신은 없다. 다만 자기 자신, 믿는 마음이 부족할 때 생기는 어리석은 병일 뿐이다. 쓸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인생이라는게 쓸쓸한 거다. 마음의 흐름을 그대로 따를 것!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둘 것!


'새 소리는 어떻게 참지!'

이 무슨 시적인 얘기인가. 개 짖는 소리에 스트레스 받아 항의하는 내게 윗집 아저씨가 반문하는 소리다. 아뿔싸. 졌다! 완벽하게 졌다. 하긴 개는 짖는 것으로 존재감을 얻는다는 아랫집 젊은 개새끼도 있다. 새 소리와 개 소리가 인간 청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으로 분석한 적이 없는, 그 방면에는 무지에 가까운 내가 진 거다. 생활쓰레기를 폐드럼통에다 태울 때 항의하는 내게 '그러니 어척헌대유'하던 아주머니가 그나마 더 인간적이다. 숲이 좋아 이사 왔던 내가 땅을 치고 통곡할 판이다. 옮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카시아 샘물을 너무 오래 먹었다. 꿀은 독이다. 달콤한 꿀에 취해 저 막무가내를 키웠구나. 뻔뻔함에다 거름 주었구나. 한 20년 글 써서 밥 벌어왔지만, 이런 무례는 처음이다. 오늘 졌다. 완벽하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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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규진이와 저녁 시간에 자주 산책을 한다. 아파트 주변 시장, 골목길을 뽀로로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도는 것이 규진이와의 산책 코스다. 동네를 이리저리 돌면서 규진이는 연신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온통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미용실 돌아가는 간판. 일명 '싸인볼'을 보고 "미요용실"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덛붙인 한마디 "머리 위이잉~~"하며 기계로 머리 깍는 흉내도 낸다. 덕분에 요즘 주변에 미용실이 엄청 많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싸인볼 이름을 몰라 검색을 해보니 규진이 같은 애기들이 많은가 보다. 여기저기 비슷한 물음이 많이 있더라.

어제는 와이프가 일이 있어 잠시 장모님집에서 규진이가 놀고 있었다. 학교 끝난 이후 규진이를 데리고 집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을 보더니 '반달' 그런다. 또 그러다 달이 보이지 않자. "달 어디있어?"라고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규진이랑 아빠랑 대화하라구 달이 잠시 쉬러 갔어"라고 대답했다. 규진이와의 산책은 아주 유쾌하다. 그리고 신기하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천재'다. 모두 다! 그런 천재를 이 세상의 교육과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이 평범한 아이로 또는 둔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알라딘 대문에 <모든 아이는 무한계 인간이다>라는 책이 떠있다. 책을 좀 살펴보니 이런 글귀가 있다.

 

치과에 갔는데 치과의사가 썩은 앞니를 내보이며 웃고 있다면 어떻겠는가? 치료를 해야 하는 의사가 담배 연기를 당신 얼굴에 내뿜는다면 또 어떻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생각이 싹 사리지고 말 것이다. 생활 태도를 가르치는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긍정적인 가치관과 삶을 즐길 줄 아는 능력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면 먼저 부모로부터 생활 속에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부모만큼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롤모델은 없다.

아주 쉬운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육아 지침은 말처럼 그렇게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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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이다. 그리고 현실에 부합하는 면도 크다. 범야권 진영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씨가 선출되었다. 한동안 보수 언론의 공격이 예상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흠집내기'에 선봉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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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10.4   좋은 사람 나쁜 놈 현상

어쩌다 좋은 일 하면 칭찬 바가지
어쩌다 실수하면 몹쓸 놈 손가락질
이런 검증은 얼마나 불공정한가 
 
가령 수십년 동안 악랄한 이름을 떨치던 고문기술자가 사업가로 변신하여 인권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치자. 고문기술자란 전력 때문에 더 강렬한 미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평생을 인권운동가로 헌신한 이가 회계처리 미숙으로 횡령의 실수를 했다고 치자. 인권운동가란 전력 때문에 더 호되게 비판받을 수 있다.  

모두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두 사례의 당사자들이 공적인 활동을 위해 동시에 검증받는 순간이 오면 그 차이는 명확해진다. 고문기술자에겐 냉소와 의혹보다 반성과 대견함이 키워드로 적용되지만, 인권운동가에겐 그간의 활동에 대한 존중과 신뢰까지 의심하며 혹독하고 집요하게 실수를 문제 삼는다. 늘 나쁜 놈이다가 어쩌다 좋은 일 한번 하면 칭찬이 바가지고, 대개 좋은 사람이다가 어쩌다 한번 실수하면 몹쓸 놈으로 손가락질 받는 그 유명한 ‘좋은 사람 나쁜 놈 현상’이다. 형들에게 떠밀려 병든 부모를 묵묵히 수발하는 막내 부부는 걸핏하면 욕먹고, 어쩌다 찾아와 비싼 물건으로 환심 사는 형제들이 효자효부로 자리매김된다면 얼마나 불공정한가. 그러므로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검증의 잣대는 더없이 공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일부 보수언론이 들이대는 검증의 잣대는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유치하다. 그가 단일화 후보가 되고 말고를 떠나, 그를 지지하고 안 하고의 정파적 관점을 떠나서 그렇다.

시민운동가란 모름지기 ‘변두리 판잣집에 살아야 한다’는 자기들 나름의 터무니없는 윤리규정을 적용한 ‘박원순, 강남 호화아파트 거주 논란’ 등의 자가발전은 민망하다. 재벌 후원금을 받아 사회사업을 했다는 지적질은 자가당착이다. 평소 보수언론들의 친재벌적 행태를 고려하면 재벌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 박원순을 칭찬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시민운동가 주제에 자녀를 해외유학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대목에 이르면 찌질함의 원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다 결국엔 부부 금실의 정도까지 자신들이 개발한 잣대로 검증하겠다고 나설 태세다.

검증을 한다면서, 온몸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똥 묻은 이들에겐 거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작은 티끌 하나를 빌미로 승냥이떼처럼 물어뜯는 일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아마도 우리 역사상 가장 기막히고 부끄러운 검증의 기억은 1997년 대선 당시 한 극우 잡지가 주최한 사상검증 토론회일 것이다. 모든 대선 후보를 다 초청하는 형식이었지만 그들이 겨냥한 것은 자기들 기준에서 빨갱이라 단정한 김대중 후보였다. 그들은 김 후보를 모욕 주고, 훈계하고, 반성을 강요했다. 기막힌 것은 이런 특정 후보에 대한 심리적 테러를 공중파 3사가 몇시간씩 생중계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그런 언론 환경에서 살고 있다.

검증의 잣대는 공정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정책능력이나 리더십을 평가하는 검증은 얼마든지 신랄할 수 있다. 하지만 온몸에 똥 묻은 이가 얼굴에 재 하나 묻은 사람을 일방적으로 나무라는 식의 검증이라면, 희망은 없다. 더구나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유권자들조차 똥 묻은 이의 곁에 가면 악취가 밴다는 핑계로 그놈은 제껴두고 티끌 묻은 이만 비난하는 식의 프레임에 갇힌다면 더 그렇다.

그런 나쁜 놈 프레임이 깨지지 않는 한, 도덕적이고 헌신적인 삶에 충실한 이들은 공적 영역에 진출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결국 유권자들은 계속 악취가 풍기는 나쁜 놈들 곁에서 코를 막으며 차악의 선택을 해야 한다. 좋은 사람 나쁜 놈 현상은 이번 기회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명수 마인드프리즘 대표·심리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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