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을 다녀왔다. 요즘 하도 게을러 졌는지 공연을 본지가 20여일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감상평을 쓴다. ㅋㅋ 

 

표를 늦게 예매해서 합창석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전 살짝 핸드폰으로 찍어봤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네 공연장은 좀 과도하게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것 같다.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 시간때는 좀 찍어도 될 듯 싶은데, 직원들이 뭐라 하니 그럴수도 없다.(그런데 가끔 내가 보기에도 플래쉬 터지고 사진기 전면에서 빨간불이 나오고 그러면 좀 신경이 쓰이긴 한다.) 

이날 지휘자는 마티아스 바메르트(Matthias Bamert)란 분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좀 젊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덩치도 크고 나이도 꽤 들어보였다. 다음은 월간 SPO에 나온 그의 소개글이다.  

마티아스 바메르트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인 로린 마젤을 보좌하며 상주 지휘자로 일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에 그는 스위스 방송교향악단,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의 음악감독을,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하였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임기를 마쳤다. 7년간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의 음악감독으로서, 50곡이 넘는 모차르트 동세대의 교향곡을 성공적으로 녹음하였으며, 1999년 이 악단의 50주년을 맞아 BBC 프롬스와 빈,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하였고, 이듬해 1월에는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는 필하모니아, 런던 필하모닉, BBC 심포니 등과 공연 및 녹음을 가졌으며, BBC 필하모닉, 버밍엄 심포니 등도 자주 지휘하였다. 영국 외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NHK심포니 등을 지휘하였다.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 지휘자와 1985년부터 90년까지 글래스고의 현대음악 페스티벌인 무지카 노바의 음악감독을 지낸 바메르트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케미츠 도루, 제임스 맥밀란, 볼프강 림 등의 작품을 초연해왔다.

상상력 넘치는 프로그래밍으로 루체른 페스티벌의 감독을 1992년부터 98년까지 맡아서, 새로운 콘서트홀의 개관을 책임졌으며, 새로운 부활절 페스티벌, 피아노 페스티벌을 만들었고,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페스티벌의 활동을 대폭 늘렸다. 수많은 레코딩을 진행해온 바메르트는 80여장의 음반을 녹음하여 많은 찬사를 받았다. 샨도스 레코드에서 주로 녹음하였으며,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즈와의 모차르트 동세대 작곡가의 녹음, 패리 교향곡 전곡 녹음, 런던 필하모닉과의 5장짜리 프랭크 마틴 녹음, BBC 심포니와의 로베르토 게르하르트 교향곡 녹음, 레지덴티 오케스트라와의 네덜란드 작곡가 녹음, BBC 필하모닉과의 스토콥스키의 편곡 녹음, 코른골트와 도흐나니 녹음 등이 있다.

주요 음반들은 샨도스 것들이 많으며 찾아보니 눈에 띄는 음반들이 있다.  

    

특히나, 존 필드의 피아노협주곡은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클래식을 처음 들을때 우연히 존 필드의 야상곡을 듣고 너무 좋아 그의 피아노 곡들을 이러저리 찾아 듣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왔던 음반이 샨도스에서 나온 저 음반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 음반의 지휘자가 바메르트였다. 우연치고는 재미있다. 왠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지휘자에 대해서 좀 정이 가는 듯 하다. 또한 L.모차르트 교향곡 앨범은 모든 곡이 세계 초연으로 녹음되었다고 한다. 앨범의 의미와 가치가 클 듯 하다.(그런데 하도 살 음반들이 많아서 이 음반에 까지 나의 '총알'들이 미칠지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공연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노르웨이 출신의 신예 빌데 프랑(Vilde Frang)이다. 공연 전 월간 SPO통해 그의 약력을 살펴보니 그녀의 데뷔앨범 애기가 나오더라. 왼쪽에 있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는 앨범이 그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앨범은 두번째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이다.(그런데 앨범 발매 시기 간격이 약 2년 정도인데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너무 간극이 커 보인다. 데뷔 앨범 속 그녀는 정말 소녀같은 이미지이며 신비로운 반면에 소나타 앨범 표지 속 그녀는 퉁퉁한 '부인'의 이미지다.) 다음은 월간 SPO에 나온 그녀의 소개 글이다.

 

12세의 나이로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오슬로 필하모닉과 협연한 빌데 프랑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이다. 최근 할레 오케스트라, 말레 체임버, 체코 필하모닉,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NHK심포니, BBC 필하모닉, 프라하 필하모니아 등과 협연한 빌데 프랑은 앤드류 맨즈, 아담 피셔, 데이비드 진먼, 바실리 시나이스키, 자난드레아 노세다 등과 호흡을 맞췄다.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로서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바트 키싱엔, 라인가우, 베르비에, 루체른 등의 페스티벌에 출연하였다. 기돈 크레머, 유리 바슈메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카퓌송 형제, 레이프 오베 안즈네스, 트룰스 뫼르크 등과 실내악 활동을 해왔으며, 2007년과 2008년에는 안네 조피 무터와 함께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미국, 유럽 투어에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공연하였다. 2007년 빌데 프랑은 런던 필하모닉 무대에 데뷔하였고,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는 2009년에 다시 그를 초청하였으며, 뒤이어 위그모어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져 찬사를 받았다.

1986년 오슬로에서 태어난 빌데 프랑은 오슬로 바라트 두에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함부르크 음대에서 콜랴 블라허를 사사하였다. 덴마크 여왕 명예상, 소닝 음악펀드, 함부르크 리터 재단 대상, 볼레트 뷔토니 펠로우십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빌데 프랑은 EMI 클래식의 2010년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이며, 시벨리우스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수록한 데뷔 레코딩은 전세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노르웨이 그래미의 ’최고 클래식 부문’에 선정되었다.

데뷔 앨범을 안들어볼 수 없을 듯 하다.  

이 날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초기의 과도한 기대로 인해 기가 죽어버린 공연'이었다. 나에게는... 첫 곡은 ROSSINI의 세미라미데 서곡(Semiramide - Overture)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오는 지휘자의 모습은 생각보다 덩치가 컸으며 나이가 들어보였다. 초반 호른 독주 파트는 듣는 내내 안절부절했다.(악기에 대해 모르지만 금관악기로 작고 길게 빼는 음은 좀처럼 불기 어려울 것 같긴 하다.) 호른 소리가 내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지휘자의 지휘 동작을 관찰하는 것인데, 바메르트의 지휘 동작에 대한 첫 느낌은 '기풍'있어 보였다. 리드미컬 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마지막 프로그램인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 기대되었다.(기대로 끝났지만..ㅠ.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베교 7번 음반과 DVD다. 특히 클라이버는 보는 재미가 있는 지휘자 같다. Concertgebouw Orchestra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는 꼭 봐야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베토벤 교향곡 7번 지휘자의 모습. 카를로스 클라이버.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첫곡에 대한 느낌은 괜찮았다. 박력은 조금 부족한 듯 하였으나 리드미컬한 리듬감은 최고였다. 그리고 곡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 피콜로로 이어지는 파트는 다시 한번 서울시향 목관파트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듯 했다. 

두번째 프로그램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이 날 들은 이 곡에 대한 느낌은 '서늘한 운궁'이었다. 북구 출신이라는 선입견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소리는 너무 차가웠다. 아니 '서늘하다'는 표현이 좀 더 내가 느끼는 뉘앙스에 맞는 듯 하다. 곡 전체에서 느껴지는 부분은 좀 실망스러웠다. 1악장 말미에서는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와의 어긋남이 보였으며, 2악장에서는 지휘자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에 내가 당황스러웠다. 이유는 총보때문이다. 세미라미데 서곡에서는 암보로 지휘하였으나 협주곡에서는 총보를 보고 지휘를 하는데 자꾸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지휘자가 악보를 잡느라 한 손을 사용하는 바람에 좀 재미없어졌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3악장 초반부였다.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다. 당시 느낌을 표현해보면 계단을 오를때 한계단 한계단 차분히 오르거나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2개, 3개의 계단을 오르느라 몇 번 오른 후 숨이 차 헉헉 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 악장은 부악장인 신아라씨였는데, 내가 앉은 합창석이 딱, 신아라씨와 대각선 정면 방향이었다. 그래서 표정까지 살필 수 있었는데, 이 여자 표정이 장난아니었다. 물론 내가 오버해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뭐랄까? 독주자를 경계하면서 "에게 별거 아니네,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하는 표정이었다. 좀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끼리의 경쟁심리였을까?

하여튼 이날 협주곡은 나에게는 실패작이었다. 나에게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알려준 이는 라두 루푸의 대타였던 바딤 레핀이었다. 작년 이맘때 즈음이었는데, 카리스마 있고 오케스트라(지휘 정명훈)와 주거니받거니 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세번째 곡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우선 1악장의 런닝타임은 12분 30초 정도로 14분 정도인 다른 곡들에 비하면 약간 빠른것 같았다. 비슷한 런닝타임을 보이는 곡은 텐슈테트의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1989년 앨범 정도이다. 1악장에서는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팀파니의 타격이 일품이었다.

예당 콘서트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대부분 그럴듯 하다) 자리는 2층 B, C블록 1, 2열이다. 가끔 자리가 없을때 합창석에 앉곤 하는데, 이 날은 유독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장점은 있다. 지휘자와 단원들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번 서울시향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제2바이올린 수석인 임가진씨의 밝은 표정은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바이올린은 그녀의 연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는 느낌이다. 

2악장의 런닝타임은 약 8분으로 역시 좀 빠른 편이었다. 초반 콘트라베이스와 이어지는 첼로의 우울한 음은 공연장에서만 느낄수 있는 소리였다. 3악장의 런닝타임은 9분으로 다른 악장에 비하면 조금 느린 템포였다. 가장 특이한 부분이 3악장 초반부였다. 

 

초반부 팀파니 소리인데, 음반으로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히 경쾌하고 무게감있는 소리인데 이 날 공연에서는 소리가 아주 확연하게 달랐다. 둔탁한 소리였다는 것 말고는 지금은 탁히 뭐라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마 공연장에서 들었던 사람이라면 소리가 좀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팀파니스트를 잘 보니 발을 까닥까닥 거리는게 아닌가.(사실 이날 팀파니에도 페달이 있는 걸 처음 알았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페달을 이용해 글리산도의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페달로 음을 조절한 듯 하다.

그리고 트렘펫니스트가 중간중간 트럼펫을 분리해 내부에 고여있는(?) 침을 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잘 보니 의자 주변에 침으로 보이는 물방울들이 상당히 있었다. ㅋㅋ 그러고 생각해보면 트럼펫이나 클라리넷 같은 경우는 공연 중간중간에 침을 빼거나 작은 수건을 이용해 침을 닦는 모습을 봤는데 같은 부류의 오보에, 플루트, 바순 같은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어찌 된 일일까? 

하여튼 마지막 4악장이다. 이 부분에서는 시간을 보지 못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8분 정도의 런닝타임이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4악장이겄만, 내 생각과는 달랐다. 힘있게 몰아부치는 모습은 좋았으나 극도의 리듬감은 보여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 억제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특히 후반부에 내가 좋아하는 일명 '귀신 나오는 소리'인 콘트라베이스 저음의 광란이 기대에 못미쳤다. 아마도 자리 때문인 듯 하다. 콘트라베이스 바로 뒷편이었다. 완벽하게 콘트라베이스 뒷편 윗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ㅠ.ㅠ) 그러나 시원하게 내빼는 트럼펫은 아주 일품이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공연장에 자주 가야할 듯 하다. 이번에 IBK 챔버홀 개관 공연도 아주 관심가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미루다미루다 결국 김대진씨의 공연과 임선혜씨의 공연도 놓치고 말았다. 김대진씨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쇼팽 발라드는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 이번에 김대진씨가 직접 만든 레이블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신보가 나왔다.(앨범은 꼭 구입해야 겠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 알라딘에 올라오지 않아 다른 곳에서 퍼왔습니다. 앨범 표지와 수록곡입니다.

 

Schubert Piano Sonata in A Major, Op.120  D.664

    1. Allegro moderato
    2. Andante
    3. Allegro

Schubert Piano Sonata in A Minor, Op.143  D.784
    4. Allegro giusto 
    5. Andante
    6. Allegro vivace

    7. 12German Dances, Op.171  D.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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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6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는데.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으셨군요. ^^

햇빛눈물 2011-10-16 18:54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묘하네요. 저는 다음주에 말러 6번 공연보러 또 갑니다. 혹시 바람결님도 오시는지요? 혹 오시면 감상 잘하시길 바랍니다. 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