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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학교에서 겪은 일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간단하게 적어본다.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되새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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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운동장 한 켠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보였습니다. 아침 조회를 하고 산책을 하려는 저에게 그 학생들은 순간 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냥 지나칠까, 가볼까? 가면 분명히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
살짝 고민을 하다, 그래도 가보자 하는 마음에 가보았습니다. 역시나, 운동장과 3호관 사이 수풀 사이에서 1학년 2명이 내려오더군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그리고 근처에 있던 2학년 3명에게 인사를 하더군요. 저는 1학년 학생과 2학년 세명을 불렀습니다. 1학년 한 명은 순간 도망을 가고 나머지 한 명만 이 저에게 잡혔죠. 그 놈은 제가 아주 잘 아는(?) 사이라 도망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학년 학생들이었습니다. 제가 오라고 하니, 대뜸 한다는 말이, "왜요, 저 담배 안 피웠어요..." 그래서 제가 "야, 내가 언제 담배 피웠냐고 물었냐, 나한테 오라고 했지!"

 

그 다음부터 그 놈과 저의 혈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살짝 건드리니, 경찰에 신고한다. 그래서 저는, 신고해라. 그리고 그 놈이 옆에 있는 친구한테 왈 "야 어디에 신고해야 하냐?" 친절한 친구 왈 "교육청에 하면 되" 옆에서 지켜보는 저의 생각은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도대체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능숙해졌는지, 화의 감정을 누르고 조곤조곤 따지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은 저에게 반말까지 하며, 저의 속을 긁더니 제가 살짝 강한 행동을 하자, "때리시려구요, 때려보세요..."하더군요. 순간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잘 참았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놈이 강적인게, 수업 시간(8시 10분 정도였습니다)이 좀 지나니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저한테 "확인증 써줄거죠, 빨리 써줘요"하더군요. 그것도 저에게 요청이 아닌 거의 지 동생한테 강제하듯이 말이죠. 이 정도되면 저는 거의 요즘 말로 표현하면 '멘붕' 상태에 빠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침 10분간의 산책 시간이 사라지며 아주 기분이 '뭐'같아 지더군요. 그런데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기분을 배설하려 하는 것 보다. 그 어떤 조금의 깨달음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때문입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을 읽으니 혜민스님의 아주 가벼운(?) 칼럼이 있더군요. 제목이 '단비'였습니다. 제목이 아주 심플하면서도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중에서 저에게 깨달음을 준 문구는 이렇습니다.

 

"잠을 청하기 전에 도량을 잠시 돈다. 어느덧 비가 멎고 하얀 구름 사이로 달님이 살짝 얼굴을 드러내신다. 은은한 달빛 덕분에 산봉우리를 하얀 구름이 고고히 휘감고 지나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도량을 몇바퀴 돈 뒤 잠을 청하기 위해 내 처소로 발길을 돌린다. 엊저녁과는 달리 발밑 촉촉해진 땅이 느껴진다. 그 순간 퍼뜩 작은 깨달음이 하나 있었다. 오늘과 같은 단비는 사실 비 자체가 달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비를 받아들이는 땅이 비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단비로 느껴진 것이구나 하는 사실을 말이다. 즉 똑같은 비가 와도 받아들이는 토양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단비로 느껴질 수도 있고, 홍수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사실 좋게 생각하면 조금의 사명의식과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육적인 의식에서 출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혜민스님의 위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당연히 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그런 의도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마음 받아들이는 자의 태도도 중요하구나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Action'은 사실 저의 '일방통행'

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거나나 사랑하는 마음, 부모자식간의 관계에도 듣고 말하는, 행동하고 바라보는 자 서로의 상호소통의 상태가 중요한데, 하물며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는 더 할텐데, 이점을 지금까지 저는 망각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덧, 개인적으로 곽노현 교육감님에게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고, 학생인권조례도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쩔수 없이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점은 이 조례로 인해 가장 변한 점은 학생들을 생활지도 할때 학생들이 교사에게 "저 신고할거예요"라는 협박아닌 말씀들을 아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 들을 때마다 기분이 아주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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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졸업식이 있었다. 고3 담임이라 더욱더 다가온다. 졸업식이.

졸업 포토 보기

졸업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마이크 니콜스 감독,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영화 <졸업>이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아마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동안 영화에 빠져있던 시기일 것이다. 그때 <베를린 천사의 시>, <레인맨> 등 여러 영화들을 봤다. 하루에 두세개편씩), 이 영화의 엔딩 장면만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 여인의 딸과 또 사랑에 빠진 주인공. 엔딩 장면은 그 여인의 딸 이레인의 결혼식장에서 난입해 이레인과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달린다. 그리고 버스에 탄다. 버스에 탄 후 벤과 이레인의 표정이 사뭇 다르게 보여진다. 흐믓한 벤, 그리고 걱정스러운 이레인. 그들은 지금도 달릴수 있을까?


Simon and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가 흐른다. 40년 가까이 지난 영화지만, 난 요즘 영화보다 오히려 이때의 이런 분위기 영화가 좋다. 음악도 너무 좋다. 젊은 더스틴 호프만의 턱이 정말 얄쌍하다. 


졸업식하면 생각나는 두번째는 '쥐불놀이'이다. 좀 생뚱맞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등학교 졸업식 전날이 대보름이어서 밤에 친구들이랑 논에서 쥐불놀이를 했다. 분유통에 구멍을 뚫어서 통을 만들어 신나게 돌려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이상했다. 눈물이 나고 눈이 붉게 충혈되고. 그런데 졸업식에 온 고모와 부모님은 나의 눈물을 보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인줄 알고 "아쉬워도 그만 울어라"하고 위로를 해주는게 아닌가. 난 아파서 우는건데. ㅋㅋ 좀 웃겼다.


그리고 세번째는 재미'없음'이다. 졸업식 따분하고 재미없었다. 항상. 뭐, 특출난 재능이 있지 않은 평범한 아이였으니,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상장이라고는 달랑 '개근상' 하나 받았었다. 그 긴 졸업식에서 내 이름이라고는 불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심심할 수 밖에. 따분할 수 밖에. 그때 난 졸업식을 인생의 '시작과 끝'이라는 삶의 중요 지점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으니깐.


그런 나에게 이제 졸업식은 주체가 아닌 객체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더군다나 올해처럼 고3 담임을 했을 경우 떠나는 학생들을 보며, 음 뭐랄까? 복잡한 생각이 든다. 


부디 나랑 1년 동안 치고받던 그 놈들 앞 길에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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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2-0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졸업식 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한...제 옛날 졸업식을 떠올리거나 모교 졸업식을 기웃거렸었는데,
올해는 중3인 아들이 졸업이예요, 감회가 새롭네요.
중3, 고3 떠나보내는 아이들 담임 선생님들은 매해 그렇겠네요.
마지막 문장을 보니, 다시금 햇빛눈물님이 존경스럽습니다~!

햇빛눈물 2012-02-12 17:2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저도 지나고 보면 많은 것들이 후회되고 그러네요. 저도 고등학교 생활을 해봤던지라, 어떤 선생님을 학생들이 좋아하는지 알지만 현실은 그런 교사를 양상하지 못할뿐 아니라 때론 '무능'하다 치부하는 분위기와 사회적 현실이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양철나무꾼님도 자제분이 중3이었군요. 고등학교 1학년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1학년때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군요. 학교 분위기, 반 분위기 등등...자제분이 부디 보람있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기를 기원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2-0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을 그린 영화의 주제가로 졸업시즌에 가장 많이 방송을 타는 노래는 역시 룰루가 부른 'To Sir with Love'가 아닐까 합니다.

햇빛눈물 2012-02-12 17:24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 보는 제목인데,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 겠군요.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2-02-0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시험 치고, 합격 발표 나고,
친구들이랑 새해 맞이로 '졸업'을 보러 갔어요, 영화관에.
그런데 미성년자라고 쫓겨난 기억이.......... 아하하.

정말 졸업이라는 영화에 걸맞는 졸업 즈음의 추억이랍니다.

햇빛눈물 2012-02-12 17:25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어찌보면 <졸업>이란 영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죠. ㅋㅋ 저도 다시 보고 싶네요. 더스티 호프먼의 얄쌍한 턱이 그립네요. 이 양반 지금은 뭐하고 지낼까요?
 

지금 학교는 방학이다. 가장 여유있는 시기이다. 하루에 보충 한 타임하고, 준비하고 약간의 일만 하면 되는. 그런데 얼마 전에 일이 생겨 좀 바쁘다. 내가 바쁘다기 보다는 내가 있는 부서가 바쁜거지만(생활지도부다). 덕분에 얼마 있으면 퇴임하시는 우리 부장님은 일복이 터지셨다. ㅠ.ㅠ 군대에서도 제대하기 전 말년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하는데. 부장님 성격이 워낙 열정적이고 직선적이어서 걱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20분이다. 학교에서 보충이 끝나고 4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끝난 시간이 11시 20분이다. 장장 7시간을 넘게 회의를 하고 좀 전에 들어왔다. 맘이 씁쓸하고 답답하여 김치에 소주한 잔하고 있다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듯하여 키보드를 두드린다. 

학교에 폭력 사건이 일어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오늘 회의에 참석은했지만 난 위원회의 위원은 아니었다. 위원인 선생님이 연수가 있어 참석하지 못해, 대신 들어가 발언권 없는 서기 역할을 했다. 그러니 말 한마디도 못하고 7시간 동안 서기 일만 하고 온 것이다. 가해자쪽 아이들 중에 내가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이 몇 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씁쓸하다. 다 끝난 마당에 이런 사건이 터지니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애기는. 내가 맏고 있는 아이들이 내가 알기로 그리고 같은 반 학급아이들에게는 폭력을 사용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나름대로 싸움도 좀 하고 문제가 있었던 과거는 알고 있지만, 내가 담임을 맏고 있는 작년 동안은 적어도 그랬다. 그래서 난 나름대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담임으로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은... 그런데 피해자, 가해자 학부모들 특히 가해자 학부모들의 진술을 들으며 느낀점은. 하나 같이 '우리 아이는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는 애기를 한다는 것이다. 난 이 말이 정말로 싫었다. 아니 그러면 원래 그런 애가 어디있나? 어떻게 부모가 되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고 다니는데 모를 수 가 있나, 하물며 '원래 그런 애가 아니'라는게 말이 되나? 그런데, 오늘 문득 드는 생각, 어찌보면 진정한 부모는 그들이고, 학교에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이 담임 즉,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에게도 책임이, 그리고 학교에도 책임이 있는건 사실이라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어떤 예방 조치와 행동을 했던 것을 따지길 떠나서 말이다. 하지만 학교건 나도 책임을 인정하기 보다는 방어적 태도 취하기만 급급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일본의 문화적 강점을 애기할 때 언급하는 사례가 일본 기업인들의 사과하는 자세를 애기하는 경우가 있다. IMF때 일본의 모은행장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며 머리를 깍듯하게 숙이고 해고된 직원들을 다른 회사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자신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본인 보신의 애기를 하는게 아니라, 직원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세)  그 은행장은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서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와 대처를 했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인들, 그리고 얼마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자연산 발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서 보여준 사과의 자세는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며 사과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과는 발생된 문제 사태에 대한 진정한 '받아들임'과 직접적, 간접적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역지사지'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학교 문제도 잘 해결돼었으면 하고, 우리 사회에 문제가 물론 발생되면 안되겠지만,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진정한 책임지는 자세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위한 노력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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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목도리 네트   


올해 학교에서의 나의 업무 분장은 생활지도부 기획B이다. 뭐 옆에 앉아 계신 기획A 선생님께서 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나는 그 옆에서 몇 가지 일만 하는 처지라 솔직히 기획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기획은 기획인지라, 나름 여러가지 일을하며 배우고 있다.

솔직히 이 학교에 와서 생활지도부에 배정받고 정말 좌절했다. 왜, 내가 가장 가기 싫어하는 생활지도부로...그러나 3년 있어보니 오히려 지금은 잘된 일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내가 3년 동안 있지 않았다면 평생 모를 여러가지 학생지도에 대한 노하우를 배운 듯 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의 업무 중 연말에 하는 '사제동행' 프로그램이 있다. 뭐 거창하게 이름 붙일것도 없긴하지만. 흡연, 폭력, 벌점 상위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활지도부장선생님과 대화, 운동, 식사 등을 하는 시간을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거 뭐더러 하는지. 돈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해에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내 느낌은 '의미 있다'이다.

교실에서는 그렇게 기운없고, 목표없고, 맹한 녀석들이 자기네들끼리 족구를 하는데 정말 적극적으로 재미있게 하는게 아닌가. 물론 거기서도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 어디가나 예외와 주류를 벗어나는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니.
근데 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아이들이 족구를 하려 하는데, 족구 네트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네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네트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난 "체육부 가서 물어볼끼?"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어떤 한 아이가 자기 목도리를 벗더니, "야 목도리 있는 사람 다 나 줘봐"하더니 목도리를 서로 연결해서 네트에 묶는것이다.  



"아 이거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 내에서의 교실은 억압과 실패, '재미없음'의 공간이겠지만, 교실 밖 운동장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친구와의 시간과 공간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평소와는 너무도 달랐다. 저절로 웃음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노는'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난 저 아이들이 교실에서도 저런 모습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은 어쩔 수 없이 들었다.

그런 교실이 현실화될수는 있는 걸까? 요즘 유행처럼되다시피 한 핀란드 교실의 모습을 보면 그런 교실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한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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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0 11:30  경복궁역 카페 디비 베스에서

위선자 교사 or 위선자이기 쉬운 교사

토요일이다. 학교가는 토요일. 쌀쌀한 아침과는 다르게 점심인 지금 날씨는 너무 화창하다. 떨어지는 낙엽만 없다면 봄같이 느껴질만큼.

며칠 전 1학년 학생 한명이 야간자율학습실에서 PSP와 MP3 player를 잃어버렸다. 자기가 책상위에 엎어져 자는 사이에 책상 위에 놓아둔 물건을 몰래 누군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생활지도부에서는 너의 과실도 있고 하루 지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 했고, 아이는 우선 담임교사에게 보냈다. 뻔한 일이지만 담임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을거고, 그 아이는 화가 났을 것이다. 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건지, 학생의 일에 대해 교사들이 학교가 너무 무관심하다. 그런 맘을 가졌던 것 같다. 그 아이가.

그리고 오늘 그 아이가 다시 생활지도부에 왔다. 1학년 담당 교사가 불른 듯 하다. 이 아이가 교장선생님한테 가서 또 애기를 한 듯 하다. 그래서 학년 담당 교사가 또 부른 것이다. "너 왜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냐"며 애기를 하는데 내가 너무 답답해서 아이와 장장 1시간(?)동안이나 애기를 했다. 우리 반은 그 덕분에 종례도 늦고. 어떻게 보면 내일도 아니고 끼어들 필요도 없는데...또 끼어들고 말았다. 그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점 두가지는 이 아이는 약간의 '피해의식'이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어느정도의 피해의식은 가지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으니, 그로 인해 나의 부족함에 의해 내가 무언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낄수 있다. 나 역시 그렇고. 정도의 문제가 있지만.

학교에 있다보면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설득해야 할지 난감할때가 많았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설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이럴때 나의 존재상황을 배반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는 교사는 참으로 위선적이다, 또는 위선적이기 참 쉽구나 하는 것이다. 그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자기 물건(물론 그 아이는 교사 개인의 물건이 아니라 교실 열쇠같은 것을 지칭했다) 잃어버리면 애들한테 막 혼내고 추궁하잖아요"하는 것이다. 왜 니들은 그러면서 내가 내 물건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애기하는데 왜 자꾸 니 과실 애기하며 못 찾는다는 애기만 하냐는 것이다. 아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뻥'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아이들의 눈에는 입장에서는 교사의 그런 행동들이 어쩌면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내가 깨달은 것은 오늘이지만 사실 아이들은 오랜 전부터 알고 있었고 교사들만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학생과 교사는 다르다. 존재 목적과 현실 상황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교사는 교사이다. 그러기 때문에 남다른 도덕성과 지성, 판단력, 세상을 옳바르게 볼 수 있는 눈과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바로 그런 교사의 생각과 행동을 아이들이 보고 배우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는 다르며 또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의 이 구조는 교사를 그런 교사로 교육시키지도 않고 또한 그만큼의 책임에 따른 권위와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교육 문제의 책임을 교사에게 지우고 있다. 답답하다. 교사에게 많은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한국의 현실 교육이 이 정도 유지되는 것도 어찌보면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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