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먹기 전 거실에서 규진이가 나한테 한 말이다.

놀랐다. 이제 상대방의 '감정'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규진이가 저 말을 하게 된 상황은 간단하다. 와이프가 저녁밥을 준비해야 하는데 규진이가 엄마에게 주방놀이를 하자고 떼를 써서 내가 "규진아 아빠하고 놀자"했더니, "싫어 엄마하고 놀"거야 하는게 아닌가?

이해는 하지만 살짝 빈정이 상해 유치하지만 규진이한테 "아빠 규진이하고 다시는 안 놀아 준다"하고 거실에서 TV를 봤다. 살짝 화 낸 표정을 짓고, 그랬더니 이 놈이 나를 살짝 보며 눈치를 살피더니 와이프가 오니 "아빠 화났다"하는게 아닌가? ㅋㅋ

귀엽다. 하루가 다르게 단어 구사려과 표정, 행동이 발전해가는 요놈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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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2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서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좋네요........... ^^

햇빛눈물 2011-11-28 16: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하여튼 요즘 너무 귀엽습니다. 제 아들이지만....ㅋㅋ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좀 제목이 자극적이지만. <로쟈의 인문학 서재>란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이다. 책을 읽기 전 몇 년 전부터 '로쟈'님의 서재에 들락날락하며 그의 사유와 독서편력에 대해 감탄을 해왔던 터라 그의 능력에 대한 놀라움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책(난 개인적으로 종이에 찍힌 활자를 좋아해서 같은 글이라도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글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으로 읽고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는 그의 글을 읽으니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뇌'가 탐난"다!!  

아울러 위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지젝의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 겠다. 최근에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온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도 지젝이 어려운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할 것 같다. 그리고 현암사에 나온 <책을 읽을 자유>도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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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뒹글고 있는 지나간 신문들을 뒤져보다가 한겨레신문에서 월요일마다 나오는 '함께하는 교육'에 있는 기사 두 개를 스크랩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스티브잡스에 관한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들은 왜 '애플'의 제품에 열광할까? 또한 잡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것일까? 어찌보면 현실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잡스의 죽음과는 '무관'한 이들 아닌가? 하등의 관련도 없는 이들이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죽음에 슬품을 표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죽음에는 그리 쉽게 '애도'를 표하지 않는 것은 씁쓸할  따름이다) 그의 관련 서적들을 구입하고 있다. 

   

우리들은 단지 그의 죽음을 '돈'으로서만 이용할 뿐이다. 교보문고에 가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포인트에 잡스의 책이 '산떠미'처럼 쌓여 있다. 말 그대로 '산떠미'처럼. 그래서 더욱 손이 가지 않지만, 그건 나 같은 사람만 해당되는 듯 하다.(불티나게 팔리는 듯 하다. 그런데 들리는 애기로는 '오역'이 심하다고 한다. 하긴 번역을 그렇게 빨리 했으니...) 

서론이 길었다. 읽었던 기사를 옮겨본다. 

한겨레신문  2011.11.14  "어떻게"보다 "왜"가 중요하다. 

요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뜨고 있다. 지난해 3월 처음 나왔는데 채 2년도 안 돼 가입자가 25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위력을 보여줬다. 한데 카카오톡을 만든 회사 ‘카카오’ 이사회의 김범수 의장 이력은 독특하다.

1992년 삼성에스디에스(SDS)에 입사했던 그는 1998년 ‘한게임’을 만들었다. 이 한게임과 네이버커뮤니케이션이 2000년 합병해 탄생한 회사가 엔에이치엔(NHN)이다. 엔에이치엔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와 국내 최대 게임사이트 한게임 등을 운영한다. 2007년 8월 네이버를 떠난 뒤 몇 년 소식이 뜸했던 그는 갑자기 카카오톡을 들고 나타났다. 부침이 심한 인터넷 분야에서 한 사람이 여러 번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김범수 의장은 ‘스타 시이오(CEO)’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는 지난 10월19일 경제전문지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악착같이 살지 말라”고 했다. 성공한 사람은 대개 노력의 중요성을 말하는데 그는 달랐다. 김 의장 인터뷰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15년을 가두잖아요. 최민식이 ‘어떤 놈이 대체 날 가뒀나’ 고민하고 관객들도 그 느낌을 쫓아가죠. 하나씩 비밀이 풀어지니까 ‘저래서 가뒀구나’ 하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나 싶었는데 유지태가 딱 한마디 합니다. ‘당신이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만 찾을 수밖에 없다’고. ‘왜 가뒀나가 아니라 왜 풀어줬나가 올바른 질문이다’라고 말이죠. 거기서 땅 때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 의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인지하는 능력,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더의 능력은 답을 찾아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어떤 어떤 문제를 풀어봐’라고 말이죠. ‘어떤’ 문제를 풀어보라고 할지가 경쟁력이죠.”

김 의장은 ‘어떻게’보다 ‘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문학은 근본적으로 ‘왜’냐고 묻는 학문이다. 이에 비해 실용성 학문들은 ‘어떻게’를 중시한다. 10월5일 사망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사진)는 인문학을 중시했다. 잡스는 지난해 1월27일 아이패드 발표회장에서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liberal arts & technology)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다”는 말을 남겼다.

잡스는 항상 본질을 추구했다. 잡스는 리드대학을 한 학기 만에 중퇴한 뒤 철학과 인문학 강의를 몰래 들었다. 이러한 잡스의 성향은 독특한 경영 철학으로 발전했다.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과감히 덜어내고 본질만을 구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데 여기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쓸모없다던 인문학이 자본주의 극대 발전기에 다시 주목을 받는 건 역시 인문학이 ‘쓸모 있다’는 게 여러 사건을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2011.11.14  스티브 잡스 같은 프리젠터가 되고 싶다면?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셋을 설득의 기본으로 삼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토스, 즉 성품이다. 말이 좀 어눌하면 어떤가. 사람에게 신뢰가 가면 무슨 말을 하건 믿고 싶어진다. 반면, 사람 됨됨이가 의심스러울 때는 번지르르한 말에도 의심이 갈 테다.

파토스, 즉 감정은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기쁠 때와 슬플 때, 자신의 감정에 따라 똑같은 말도 달리 다가오는 법이다. 훌륭한 연설가는 듣는 이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안다. 때로는 필요한 감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적절히 흥분시키거나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식이다.

로고스, 즉 논리도 놓쳐서는 안 된다. 주장할 때는 ‘팩트'(fact·사실)를 정확하게 내놓아야 한다. 또한, 주장을 앞뒤가 맞게 펼쳐야 한다. 흐릿한 사실과 어물쩍대는 논리로 그럴싸하게 얼버무리려 해서는 안 된다.

맛깔스런 표현과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적절한 동작. 이런 ‘말의 장식’들은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갖춘 뒤에야 의미가 있다. 진실된 가치와 감동, 논리가 살아 있는 내용, 여기에 적절한 표현과 매력적인 목소리, 동작이 더해질 때 호소력은 한껏 높아질 테다. 이렇다면 말하는 법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무엇보다 에토스를 충실하게 다져야 한다. 그런 다음 파토스를 길러야 한다. 로고스 교육은 이 둘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주변의 논술학원들을 둘러보라. 대부분은 이 셋을 거꾸로 가르칠 테다. 학생들은 논리적으로 따지는 법부터 배운다. ‘논리 감각’을 익힌 뒤에는 ‘고급 논술 과정’이 이어진다. 감동적으로 말하고 쓰는 방법을 익힌다는 뜻이다. 파토스, 품성에 대한 교육은? 거의 보지 못했다. 논술을 배워서 인격이 훌륭해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이렇게 배운 학생은 ‘입만 까진 아이’가 되기 쉽다.  

2500년 전 소피스트들도 다르지 않았나 보다. 소피스트란 논·구술 교사, 프리젠터(presenter), 변호사를 합쳐놓은 듯한 직업이었다. 그들은 말하는 법을 가르쳐서 많은 돈을 벌었다. 다음의 이야기는 파토스 없는 논리 교육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한 젊은이가 소피스트를 찾아가서 가르침을 청했다. 자신이 첫 번째 소송에서 이기도록 가르쳐주면 엄청난 수업료를 내겠다면서 말이다. 소피스트는 반색을 하며 그를 받아들였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젊은이는 재판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수업료를 내려 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소피스트는 제자를 고발했다. 법정에 나란히 선 스승과 제자. 먼저 선생이 주장을 펼친다. 이 재판에서 이기건 지건 젊은이는 수업료를 내야 한다. 내가 이긴다면 당연히 수업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젊은이가 이겼다면? 그래도 수업료를 내야 한다. 젊은이는 첫 번째 소송에서 이기게 해주면 수업료를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학생의 변론이 뒤를 이었다. 나는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다. 재판에서 이긴다면 당연히 수업료를 줄 필요가 없다. 재판에서 져도 마찬가지다. 선생에게는 첫 재판에서 이겼을 때만 돈을 주기로 했다. 첫 재판에서 패배했는데, 왜 내가 그에게 수업료를 주어야 한단 말인가.

결국 스승과 제자는 똑같은 논리 위에서 정반대 주장을 펼친 셈이다. 이는 소피스트들이 주로 썼던 ‘디소이로고이'(dissoi logoi)라는 기술이다. 이렇듯 인격을 가다듬지 못하는 논리 교육은 사기꾼만 만들어낼 뿐이다.

<위대한 연설>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소피스트 10명을 소개하는 책이다. 지은이 김헌 교수는 앞의 예와는 다른 소피스트들의 모습을 들려준다. 큰 선생은 인품도 훌륭하기 마련이다. 소피스트들도 다르지 않았다. 굵직한 소피스트들은 에토스의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았다.

예를 들어보자. 리쿠르고스의 연설 기술은 아주 빼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진정성이 있었다. 조국 아테네를 사랑하는 마음과 정직함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였단다. 그는 돈을 주무르는 재무장관을 무려 12년 동안이나 했다. 사실, 아테네에서 재무장관은 1년씩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리쿠르고스는 편법을 썼다. 1년을 근무한 뒤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올리곤 했다. 일종의 ‘바지 장관(?)’을 쓴 셈이다. 이런데도 아테네 시민들은 너그러이 눈감아 주었다. 리쿠르고스의 깨끗한 돈 관리와 능력을 믿은 덕분이다. 훌륭한 성품은 원칙과 논리마저도 뛰어넘게 한다.

아테네 최고의 연설가로 꼽히는 데모스테네스는 또 어떤가. 그는 리쿠르고스와는 많이 달랐다. 데모스테네스는 돈에 약했고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럼에도 시민들은 데모스테네스를 언제나 환영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아테네를 집어삼키려는 마케도니아에 맞선 ‘독립투사’였다. 조국 독립을 향한 그의 ‘에토스’는 자잘한 잘못을 덮어버렸다.

이제 우리 시대 최고의 프리젠터인 스티브 잡스를 돌아보자. 그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애플의 제품을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 숱한 최고경영자(CEO)들은 잡스를 흉내 내기에 바쁘다. 최고경영자가 노타이 차림으로 회사 제품을 직접 소개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스티브 잡스처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왜 그럴까? 그들은 우리네 논술학원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지 않을까? 호소력의 뿌리는 논리가 아닌 에토스에 있다. 잡스의 매력은 ‘창조와 개척’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에토스에서 뿜어져 나왔다. 겉모습만 따라 해서는 결코 잡스처럼 되지 못한다.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진정성이, 에토스가 무엇인지부터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그리스 10대 연설가들의 명성은 하나같이 말재주가 아닌, 인간적인 매력에서 나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ps : 검색해보니 연설과 관련된 이런 책들도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책들이지만, 연설, 그들의 '말'에 대해서는 궁금해서라도 읽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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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1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라는 문구에서
깊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문제 해결에 주로 포커스를 맞추지만
왜 이러한 상황에 처해졌는가, 앞으로 어디로 나가야 하는가, 현재 어디인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왜만큼 어떻게도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아하하.

햇빛눈물 2011-11-18 08:4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상황판단'도 중요하죠. 문득 드는 생각. 현재의 정부, 특히 교육부에서는 현실 학교, 교육 현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상황도 정확히 모르니 내놓는 대책이 모두 X판인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머리 아프네요. ㅋㅋ
 

요즘 규진이의 고집이 장난 아니다. 청개구리 마냥 뭐만 하자고 하면, '싫어'를 연발한다. 퇴근후 돈가스가 먹고 싶어 와이프한테 얘기해 방배역에 있는 '댓짱돈가스'에 가기로 했다.(참고로 이 '댓짱돈가스'는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돈가스 집이다. 진심이다!!!) 

예전에는 규진이가 먼저 나가자고 떼를 썼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집에서 잘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가자고 하니, 나가기 싫다고 한다. 옷도 갈아입지 않으려 하더니 심지어, 지 엄마 옷도 입지 못하게 한다. 집에서 입는 옷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으니 울면서 벗은 옷을 집고 "이거 입어, 이거 입어..."라며 울면서 지 엄마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예전 같으면 좀 달래고 먹을 것으로 꼬시면 따라 나왔는데, 오늘은 아주 '장난'이 아니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가기 싫어..", "우유 주세요..."라며 자꾸 딴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그래도 간신히 와이프가 달래서 옷을 갈아 입히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아파트를 나와 현관에 이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 춥다...엄마 차 타자..."라며 빙긋빙긋 웃으며 애기한다.(애들은 애들인가 보다...) 

산책 겸 나오는 저녁 시간때의 드라이브는 나름 기분이 좋다. 돈가스를 먹고 규진이 장난감(오늘 규진이가 떼를 많이 써 와이프가 좀 화를 내서 마음이 쓰였는지, 규진이가 좋아하는 폴리 자동차를 하나 사주려 했다)을 사주러 가는 길에 보이는 노란 달도 아주 예뻤다. 

오후 9시 정도에 양재 O마트에 가니 사람도 없고 아주 한산했다. 다른때와 다르게 음식코너에는 가지도 않고 바로 아이들 장난감 코너에 갔다. 폴리를 찾으러... 그곳에서 만난 폴리, 아니 로이. 

 

아주 간단히 변신이 된다. 그런데 소방차보다 로봇으로 있을때가 훨씬 멋있다. 아주. 이 놈은 내가 가져야겠다. 규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책상위에 올려 놓으면 예쁠것 같다. ㅋㅋㅋ 

 

그 다음은 같이 산 블도저 '브루너'다. 깔려 계신 푸옹님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ㅋㅋ 이 놈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다이캐스팅 제품같다. 무게가 좀 나간다. 튼튼해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규진이가 갑자기 서재로 들어왔다. 귤을 먹고 있다. 

그런데, 오늘 일어난 에피소드에 대해 페이퍼를 만들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목에 있는 말 때문이다. 규진이랑 밖에서 잘 놀다 집에 들어온 후 규진이 신발을 벗겨주며 내가 물어봤다. "규진아 아빠 엄마랑 이렇게 재미나게 놀거면서 아까는 왜 그렇게 울었어?" 어떤 대답을 들으려 물어본 말은 솔직히 아니었다. 이 질문에 규진이가 내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할꺼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규진이 입에서 의외의 정곡을 찌르는 대답이 나왔다. 

규진이 왈 "아까는 가기 싫었어!" 

이게 26개월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다. 나와 와이프는 너무 웃기면서도 어이없어(긍정적인 측면에서) 한동안 웃었다. ㅋㅋㅋ 

어찌보면 너무 내 입장에서 어른 입장에서만 규진이를 아이들을 바라보는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그냥 '싫고', '좋을'뿐인데, 어른들은 너무 따진다.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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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할 때 부터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단체가 세계의 그 수많은 자연 경관중에서 7가지를 선정할 수 있으며, 그 어려운 선정을 어떤식으로 하는지? 그런데 듣도보도 못한 단체가 듣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선정했다. 물론 전문가만이 '7대 자연 경관'을 '선정'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단순히 인터넷 투표와 전화로 일반 대중의 의견을 반영한 투표는 충분히 조작(?)이 가능한 문제 있는 선정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어의없는 방식으로 어의없이 선정된 결과에 우리끼리 비행기 태우고 좋아라하는 식의 반응은 너무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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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11. 14  전화건수로 정한 ‘묻지마 7대경관’…수백억 들여 ‘샴페인’ 

뉴세븐원더스, 제주 등 ‘세계7대 자연경관’ 잠정 선정
공무원만 1억통 이상 총력
아마존 등 함께 선정 돼
득표수 공개안해 신뢰 의문
‘론리 플래닛’ 창업자
“재단 이름 들어본 적 없다” 

 

» 왼쪽부터 제주도, 베트남 할롱베이, 남미의 이구아수 폭포. 뉴세븐원더스재단이 12일(한국시각)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이들 지역을 선정했으나, 1인 무제한 전화투표 허용, 투표 결과 비공개 등으로 선정 결과의 신뢰도, 재단의 공신력 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이른바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로 선정됐다. 그러나 선정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공신력 등에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제적 기대효과도 차분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뉴세븐원더스재단은 12일 새벽 4시7분(한국시각) 재단 누리집을 통해 제주도를 비롯한 7곳을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단은 전화투표 결과나 순위 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번 발표는 ‘잠정’ 결과이며, 내년 초 최종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운동에 앞장섰던 제주도는 발표 순간 제주도민 등 1천여명이 참가한 행사를 열어 선정 결과를 환영했으며, 내년에 선정 기념 상징물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 공신력·신뢰도 논란 뉴세븐원더스재단의 공신력과 신뢰도를 두고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 재단은 투표 마감을 며칠 앞둔 지난 6일, 후보지 28곳 가운데 제주도 등 10곳이 상위 10위에 들었다고 누리집에 올렸다. 그러면서 “10위권 안에 들지 못한 후보지도 7대 경관에 뽑힐 수 있다”며 막판 경쟁을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상위 10곳 가운데 이스라엘 사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 등 6곳이 탈락했다. 레바논의 제이타 석회동굴, 인도의 순다르반스, 이탈리아의 베수비오화산도 떨어졌다. 반면 10위권 밖에 있던 아마존 강, 이구아수 폭포, 테이블 산 등 3곳이 포함됐다. 재단은 이날 7곳을 발표하면서도 “잠정 결과와 최종 선정 사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혀, 또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것처럼 여지를 남겼다. 재단은 애초 득표수나 순위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해, 선정 결과를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선정되든 탈락하든 재단만이 알 뿐이고, 이의를 제기하려 해도 제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재단은 최근 ‘세계 7대 도시’ 선정 캠페인을 시작해 상업적 성격을 또 드러냈다는 말도 나온다. 재단은 유엔과는 관계가 없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조직과 온 나라가 외국의 한 민간단체의 상업적 이벤트에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최근 제주를 방문한, 세계적 여행가인 ‘론리 플래닛’ 창업자 토니 휠러도 이 재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공무원 동원 선정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1인당 무제한 중복 전화투표를 허용한 방식에서도 비롯됐다. 이 재단이 전화요금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전화투표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선정된 데는 제주도 공무원들의 전화투표가 절대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1인당 하루 200~500통까지 목표치를 정해 전화투표에 매달렸고, 부서별로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전화투표 건수는 1억건을 훨씬 넘었다. 전화요금만 200억원(1건당 198원)을 훌쩍 넘는다. 또 민간인들을 상대로 전화투표 기탁운동을 벌여 3000만표(50억원)를 모았다.

홍보비까지 합치면 캠페인에만 수백억원의 세금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있을 공식 인증식 행사에도 꽤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2009년 7월 제주도가 후보지 28곳에 포함된 뒤에도 제주관광공사를 빼고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지난해 7월 취임한 우근민 제주지사가 바짝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정의 최우선 핵심 과제로 여겨질 정도로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매달렸다. 초등학생들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 짜맞추기식 기대효과 제주도는 7대 자연경관 선정 홍보 등의 효과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제주도 관광객이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획득, 제주올레 열풍 등에 힘입어 관광객은 2009년 12.1%, 지난해 16.2%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기대효과(생산 유발효과 연간 627억~1조2840억여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연간 355억~7318억여원)를 내세우지만, 제주발전연구원의 이 연구 결과는 외국사례에 산술적으로 대입시킨 것일 뿐이다. 그래도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잘 활용하면 지역경제와 관광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선정돼서 득볼 사람들은 누구일까요?”라고 비꼬았다. 또다른 이용자는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이든 아니든 1년에 한번은 가고픈 아름다운 섬이다. 근데 세계에 내놓아야 할 자연경관을 파괴하면서 해군기지 짓겠다고 난리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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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1-1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매년마다 장식하던 대국민이 뽑은 10대 제품 뭐시기....이런식으로다가 다 돈으로 선정되는 조작관행이 떠오르는건 대한민국에 특히 제주도에 불충한건가요-_-;

햇빛눈물 2011-11-18 08:4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사람들 참 '최초', '최대', '10대' 뭐시기 하는 순위 매기는 거 엄청 좋아하는 듯 합니다. 이정도면 '국민성'이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