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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4.12  (2부)우리 안의 욕망…① 주거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ㆍ10명 중 9명 이상 “부동산이 빈부격차 키운다”

이번 설문조사는 경향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3월8~9일 이틀간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지역·성·연령대별 비례할당에 의한 층화무작위 추출법을 이용했다. 지역은 중부권(마포·서대문·용산·은평·종로·중구), 강북권(강북·광진·노원·도봉·성동·성북·중랑·강동구), 강서권(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으로 나눴다. 또 성별·연령·권역·결혼여부·소득수준·교육수준·가족구성·가족수·주택규모·거주형태·점유형태 등의 응답자 특성을 고려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오차 ±3.1%포인트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이 빈부격차를 낳느냐”는 질문에 설문 응답자 중 95.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집 보유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부동산’ 문제가 계급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우 큰 영향’이라는 응답이 64.0%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징표로 읽힌다.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모든 응답계층에서 90%를 상회했다. ‘매우 큰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40~50대, 중부권, 월소득 200만~299만원과 400만~499만원, 월세 임대층에서 조금 높은 경향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이 같은 통계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가장 손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는 데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로 이웃들의 이야기인 만큼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데 따른 지표라 할 수 있다. 주부 윤모씨(49)는 “한동네에 살며 매년 김장철이면 돕고 살던 이웃이 5년 전 2곳의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면서 왠지 사이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며 “2년 뒤 7억원 가까운 이윤을 챙긴 그 사람은 골프로 취미 생활을 하고 있으나 나는 여전히 예전처럼 가내수공업 부업을 하고 있다. 뼈빠지게 일해도 여전히 제자리라고 생각하면 소외감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치솟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으로 지방 사람들도 소외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에 거주하는 심모씨(47)는 “광주 토박이인 친구가 20대에 서울로 일자리를 구해 떠났을 때만 해도 비슷하게 사는 것 같았지만, 현재는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인데도 지방에는 미분양이 넘쳐나는 반면 그 친구 집값이 3배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변에서 그 친구가 ‘서울 가서 성공했다’고 칭찬할 때마다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서울에 사느냐, 지방에 사느냐에 따라 마치 인생의 ‘등급’이 나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터에서도 집 보유 여부는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통한다. 직장인 이모씨(34)는 “동료 중 하나가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3채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부러워한다”며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들을 하지 직장 다니면서 목돈을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주택의 기능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주택은 주거공간’이라고 본 응답자가 85.2%로 ‘주택은 투자재산이라고 본다’는 응답자(14.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람들의 양면성이 심한듯하다. 실제 맘과 뭔가 자신의 맘이 들어나는 곳에서는 실제 맘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강남권 거주자 사이에서 ‘투자재’로 보는 비율이 미미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을 뿐 각별한 편차를 보이지 않았다. 주택규모에 대해서는 ‘집은 가족수에 맞게 적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89.2%로, ‘집은 클수록 좋다’(10.8%)는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내 소유가 아니라 임대주택이어도 괜찮다’는 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이는 한국인의 ‘집’에 대한 인식에 있어 ‘투자재’보다는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전통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윗 부분에 나오는 주택의 기능에 관한 설문과 내용도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서의 사람들의 맘과 행동이 이럴까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절반 가까은 사람들이 '임대주택이어도 괜찬다'는 생각을 할까? 그리고 주택이 '투자재'보다는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할까? 이건 설문조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해야 현실과 부합하는 정말 정확한 내용일 듯 하다) 동시에 현재의 고가로 형성된 주택시장에서 ‘소유’ 중심의 정책보다는 생활 수준에 맞추면서도 부담없는 수준의 ‘임대’ 주택을 대거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필요성이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두고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8.7%가 ‘부동산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세력’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이익을 위해 분양가와 건축비를 높게 책정하는 건설사’(24.0%)와 ‘무능력하고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정책’(23.4%)이 엇비슷했고, ‘지역별로 편차가 큰 자녀교육 환경’(15.6%) 등도 지목됐다. ‘부동산 재테크를 조장하는 언론’(6.5%)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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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내용은 솔직히 딱히 공감이 가거나 유의미하지 않은 것 같다. 통계수치가 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세자금이나 주태구입 자금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적이 없는 사람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주택자금 압박이 출산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반적인 의미에서야 있겠다고 당연히 말할수 있지만, 아래 자료만가지고 애기하기는 설득력이 없어 뵌다. 오히려 마지막 부분에 나오듯이 어쩌면 "고소득자일수록 주거비용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것이 좋은 듯 하다.(그게 그건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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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4.12  집 때문에 출산 포기 경험 40대 < 30대 < 20대 

ㆍ젊을수록 더 심각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의 무게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설문조사 대상 중 기혼자 746명에게 “전세금이나 주택마련 문제로 2세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중 5명 중 1명꼴인 1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로 볼 때 젊을수록 이에 동의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실제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 중 40대는 20.7%에 불과했으나, 30대와 29세 이하는 각각 29.7%, 36.8%로 높아졌다.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더 큰 사회문제화할 소지다.

“살림이 어려워 출산을 미룬다”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소득수준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최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계층은 22.7%가 집 때문에 출산을 미룬 적이 있다고 응답, 전 소득계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현재의 저임금·비정규직 구조가 악화될 경우 주거 문제는 곧 인구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이지만 주택 점유형태로 볼 때 자가소유(14.3%)보다는 전세임대 23.7%, 월세임대 24.5%에서 집 때문에 아이 갖기를 망설였다고 밝혔다. 이사횟수에 있어서는 3회 이상(27.8%)인 경우에서 2세 계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입자가 이사를 자주하게 될수록 안정된 주거를 마련할 때까지 아이 갖기를 미루리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중산층 역시 ‘집’과 출산의 연계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는 응답자 가운데 월 300만~399만원대가 21.1%, 월 400만~499만원대가 20.5% 순으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중산층도 내집 마련이나 전세금 문제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 경향을 드러낸 것이다.

소득 수준별로 볼 때 출산에 가장 적은 부담을 갖고 있는 계층은 월소득 500만원 이상인 그룹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출산을 미뤄봤다’는 응답자는 9.2%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비교적 고소득에 속하는 이들 역시 비록 소수이긴 하나 출산과 ‘집’을 연계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출산과 집이 갖는 관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자녀의 교육과 ‘집’은 어떤 관계일까. “자녀 교육문제로 강남·목동 등에 거주 중이거나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라는 문항에 11.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현재 강남에 거주하는 응답자 가운데 20.9%도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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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4.11 (1부)뿌리 없는 삶…⑤주거와 계급사회 

ㆍ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몇평… 차별 낳는 ‘현대판 호패’

우리 사회에서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은 대학 배치표에서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가늠하듯, 우리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함축하는 질문이다. 거주공간과 형태가 ‘계급지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어느 지역, 어떤 도시의 어떤 형태의 주택에서 자가 또는 임대로 사는지 여부가 삶의 질을 가르고 바꿔놓는다. “강남에선 중학생부터 회사원들까지 자기 사는 동네를 엄청 내세워요. 자식이 자꾸 그러니 부모가 빚을 내서 오는 경우도 있고, 강남에 산다는 과시욕구와 교육문제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10명 중 6~7명쯤 되는 듯합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1동의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간판’을 중요시하는 사회풍토에서 ‘집’은 어쩌면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간판이다. 학원강사 한모씨(27)는 서울 강남의 원룸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100만원씩 월세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한달 소득의 절반을 집세로 낸다. 그래도 ‘강남 여자’라는 정체성을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만큼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명문대 음대에 재학하던 당시 그는 부잣집 친구들 속에서 기죽은 적이 많았다.

양천구 신월동의 단독주택에 살면서도 그는 “친구가 집까지 데려다줄 때는 목동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집이라고 둘러대곤 했다”고 말한다. 달동네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관악구가 2008년 신림4동을 신사동, 신림6·10동을 삼성동으로 변경한 일이나, 양천구 신월·신정동을 ‘신목동’으로 바꾸려다 기존 목동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일 등은 이미 ‘사는 동네’가 계급지표가 됐음을 반영한다.

아파트인지 주택인지, 몇 평짜리인지도 ‘현대판 호패’로 기능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08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에서도 “집의 크기나 형태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는 말에 얼마나 공감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응답은 74.6%에 달했다. 2001년 69.4%에서 더 늘어난 것이다.

왜일까. 서울의 집값은 뉴욕, 도쿄 수준에 맞먹는 세계적인 고가다. 임대료는 소득대비 세계 최고수준이다. 집은 곧 자신의 ‘벌이’, 경제력을 증명한다. 부동산 가격상승은 재산증가인 동시에 은행에서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싼 주택이 많은 지자체일수록 세수가 많아 쾌적한 환경조성이 가능해지고, 교육예산도 많이 배정해 ‘좋은 동네’로 매김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자본사회에서 소득의 차이에 따른 주거 차이는 일정수준 불가피하다. 학계는 그러나 여타 선진국가가 ‘주택계층’에 관한 연구를 통해 주거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온 반면, 한국처럼 ‘소유’에만 집중해온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가격폭등에 따른 경제 불평등의 심화 등 부작용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선임연구원은 “당대의 주택자산 격차는 후대까지 연결돼 빈부격차의 대물림 현상이 나타난다”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 저축을 해도 주택보유자의 자본이득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주택보유자의 반열에 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한편 성실한 노동가치는 평가절하되고 냉소적, 비관적 사회관이 생겨나면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정부정책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2001년부터 계속돼온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택보유자와 비보유자 간의 재산수준과 삶의 질은 크게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차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가.

첫째, 주택가격에 따른 빈부격차는 학력격차로 나타난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급이 추가적인 사교육비용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권영길의원실이 분석한 2009년 수능자료에서도 집값과 성적의 긴밀한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평당가격이 평균 1370만원으로 가장 비싼 강남구의 경우 영어 1~2등급 비율이 27.9%로 가장 높았고, 평당 450만원대인 중랑구는 6.5%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부모의 학력수준도 높아서 전문대졸 이상의 비율이 강남구와 서초구가 약 67%로 나타났다. 학력수준이 높으면 고소득의 전문직 종사자도 많아진다.

반면 집값이 저렴한 지역은 20~30% 수준에 그쳤다. ‘부모의 고학력-높은 집값-자녀의 고학력’으로 이어지는 계급대물림을 확인하는 셈이다.

반대로 빈곤층의 열악한 주거상태는 아동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08년 연구에서 “빈곤주거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학업성취가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분석했다.

둘째, 치안의 양극화다. 범죄발생과 관련한 가설 에 따르면 임대주택보다 자가소유 주택에서 범죄율이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고준호(한국교원대)는 <범죄와 두려움의 공간적 특성>(2009)이란 박사논문에서 서울 10개동을 경찰청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 자료를 통해 살펴본 결과 ㅁ동·ㄱ동·ㄷ동의 경우 “주민 소득수준이 높고 거주환경이 쾌적하고 아파트 비율이 높은”데다 “범죄에 대비한 보안시설이 잘 돼있고 이동시 주로 자가용을 이용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노출이 적다”고 분석했다.

반면 ㅅ동·ㅁ동 등의 경우 “전체 범죄율은 낮지만 살인비율이 2~3배 정도 높아 두려움이 높게 나타”났고 ㄷ동과 ㅅ동은 인근에 공단이 조성돼 있거나 시장 등 유동성이 높은 지역을 끼고 있어서 범죄율과 두려움 모두 높은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중하위계층인 전세·월세·임대주택 거주자들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느낀다. 국토해양부의 2008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소득이 감소하거나, 집세가 비싸거나,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현재의 거주지로 밀려난 가구의 경우 치안 불만족도가 30~35%에 달한 반면 평수를 늘려 이사한 경우에는 22%에 그쳤다.

특히 재개발 예정지역은 치안의 사각지대다. 서울 관악구의 한 주민은 “최근 옆 동네에 밝은 대낮에 2곳이나 좀도둑이 들어서 낮에도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고 말했고, 유모씨는 “직장에 다니는 딸이 밤에 퇴근하고 올 때마다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셋째, 건강의 차등화다. 일단 병원이 부유한 동네에 더 많다. 대한의사협회의 2007년 전국회원실태조사에 따르면 강남구에 의사가 가장 많아 서울 1만8482명 중 15%인 2500명이 강남에 분포돼 있다. 2008년 자료를 보면 회원 대부분(92.9%)이 도시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서울을 비롯한 6대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이 전체 회원의 58.7%다. 고소득층에 비해 돈을 못버는 저소득층의 사망위험이 2.4배 높다는 재산과 수명과의 연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있다.

반면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환경질환에 더 잘 걸린다. 천식·재채기·알레르기·아토피 등의 질환은 지하거주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11.6%가 더 많이 나타난다. 습기에 의한 곰팡이 등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택거주형태와 별개로 낮은 소득수준은 이미 저소득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07년 ‘한국복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원의 건강상태는 소득이 낮을수록 나쁘다. 우울증에서도 1분위는 우울증 판별기준에 가까운 상태로, 5분위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우울도가 높았다. 또 손미아 교수(강원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영아사망률의 사회계급적 차이가 증가,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대졸 이상인 경우에 비해 초등학교 이하인 집단의 자녀에서 신생아~소아의 사망률이 3.2~5.0배 더 높게 집계됐다.

서구사회에서 ‘복지’라는 개념이 ‘주거’의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껏 그 ‘복지’를 개인의 힘으로 풀어야 할 숙제 정도로만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폭등한 집값은 이제 사회라는 공동체에 균열음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심리학자 김태형은 “부자와 가난한 이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리현상이 심화된다면 사회적인 반목이 더 깊어질 수 있고,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회는 개개인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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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욕심', '욕망'이 있다. 좋은 집에, 좋은 차를 소유하고 싶은...그러나 어찌 보면 이 모든 것들이 나 자신의 만족이 아닌 주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상대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이들이 꿈꾸는 s대학에 들어가도 그 대학 내에서 과에 따라 서열이 나뉘어 하위 서열과에 다니는 학생은 또 그 그룹내에서 소외감 아닌 소외감과 열등의식에 빠지고, 강남에 집을 가진 이라 하더라도 그 그룹내에서는 어느 아파트, 자가용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나뉘며 나 보다 더 나은 이들을 '욕망'하고 있다.  

지금도 나이가 많지 않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에는 집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 집으로 재테크 잘해서 자산을 불린 사람들을 보면 시쳇말로 '속물'이라는 생각에 혀를 찼던 적도 많았다. 인간들이 왜 이럴까? 왜 그러고 사나? 집이야 가족이 편안히 살 수만 있으면 될텐데...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단순하며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을 끊임없이 '욕망'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 예를들면, TV에서 나오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아파트, 고급스러운 자동차, 암암리에 고착화시키는 '강남'='고급'이라는 등식 등 어떻게 보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탈물질적, 탈소유적 삶을 사는 이들은 현대 사회의 성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던, 탈소유적인 삶을 살든,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이 좀 더 올바른 아니 '행복한 삶'인지는 모르겠다. 좀 더 살아봐야겠다. 좀 더 책을 읽어야 겠다. 

   

   

 번뜻 이와 관련해서 읽었던 읽고 싶었던 책들이다. 내 필생의 '욕망' 중 하나 내가 읽고 싶은 모든 책들을 자유롭게 모두다 읽는것,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경향신문 2010.4.7 [주거의 사회학](1부)뿌리없는 삶-④같은 사람, 다른 삶  

ㆍ40대 자가 보유자 vs 40대 전세 거주자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여야 할 ‘집’이 사회 구성원 대부분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사는 곳’이 아닌 ‘재산’으로서의 집에 대한 욕망과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주택 및 전세가 폭등 탓에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까지 집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집을 보유한 이는 앉은 자리에서 재산이 불어났고, 집을 못가진 이는 가처분소득이 ‘블랙홀’처럼 집으로 빨려들어감을 경험한다. 주택보유 여부는 삶의 질까지 갈라놓고 있다. 이러한 사회를 살고 있는 보통의 한국인 가운데 결혼 당시 집을 갖고 시작한 40대 부부와 전세에서 출발한 40대 가장, 대출금에 허덕이는 30대 부부들과 고가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삶을 통해 본 한국 사회에서의 ‘집’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 40대 자가 보유자
- 남들이 부러워하는 강남 집 13년 살다보니 더 큰 집 욕심 -
 

이진규씨(44·가명)와 장선희씨(40·가명)는 집 문제로 걱정해본 일이 없다. 13년 전 결혼 당시 부모가 서초구 서초동에 82.645㎡(25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해준 덕분이다. 1998년 이씨가 결혼할 당시 그의 부친은 ‘자식들은 나처럼 집 때문에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며 지금의 집을 사줬다.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강남 부동산 가격이 30%가량 하락해 1억2000만원이면 집장만이 가능했다. 불과 12년 만인 현재 집값은 7억원으로 대략 여섯 배 뛴 상태다. 하지만 미끈하게 닦인 강남대로를 지나 서울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10년 묵은 ‘성냥갑’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때 가끔 이씨는 생각한다. 이 집 한 칸이 그렇게 비쌀 이유가 있는 걸까.

친구들은 그에게 “강남에 집 가진 운 좋은 놈”이라며 부럽다는 소리를 한다. 게다가 이씨는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고 아내는 구청 공무원이니 불경기에 언제 구조조정 당할지, 임금이 깎일지 불안하지도 않다. 이들 부부의 월 평균 소득은 약 550만원.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귀여운 아들을 월 44만원짜리 영어학원에 보낸다. 이들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낮에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에게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을 꼬박꼬박 통장에 붓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보니 살림이 만만찮음을 체감했다. 유치원비가 워낙 비싸 한달에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사교육비 규모가 확 불어났다. 아버지 병원비를 형제들끼리 월 80만원씩 분담한다. 가족의 식비 50만원, 각종 공과금 30만원, 통신비 20만원, 관리비 30만원, 이씨부부의 교통비와 점심값 등 용돈이 100만원이 든다. 한달이면 통장에 남는 돈은 약 40만원. 만약 집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치솟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는 주택구입 대출금 상환을 위해 허리띠를 조르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이씨는 황급하게 올라탄 차가 ‘막차’였음을 확인할 때의 아찔한 안도감을 느낀다.

이씨는 아버지가 사준 아파트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지만, 아이가 “나도 큰 방을 갖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해 고민에 빠져있다. 아내 장씨도 큰 집으로 이사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번쩍이는 유리로 몸체를 두른 초고층 아파트들이 주변에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지금의 콘크리트 아파트는 왠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학부모 모임을 나가면 더 넓은 평수에 사는 부모들 얘기도 자꾸 듣게 된다. 자신을 부러워하는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 앞에서 장씨는 차마 자신이 동네에서 주눅이 들 때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지는 못한다. 집값이 뛰어 어쩌다보니 6억원 가까운 불로소득을 거뒀지만, 그의 이웃들은 더 비싼 주택을 몇 채씩 갖고 외제 승용차를 굴리면서 살아간다.

장씨는 남편을 설득해보곤 한다. “우리도 지금까지 모은 돈에 은행대출을 받으면 근처 30평대 아파트 살 수 있을 거예요. 집값 좀 떨어졌을 때 생각해 보자고요. 아이가 크면 책장과 책상만으로도 비좁은 지금 방에서 어떻게 지내겠어요. 아이가 자라면서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는 게 보이는데, 얘가 기죽는 건 당신도 싫잖아요.”

하지만 이씨는 시큰둥하다. 친형이 강남에서 평수를 늘려 이사할 때 대출받은 돈을 몇년째 힘겹게 갚아나가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집에 대한 욕망이 어쩌면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그 무엇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훗날, 아이가 커서 장가갈 때 나도 집 한칸을 마련해서 보내야 할텐데, 이렇게 집값이 오르면 우리 부부의 저축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집 문제는 왠지 누가 이기는지 알 수 없는 게임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 40대 전세 거주자
- 외환위기때 내집 기회 놓쳐 평생 셋방살이 할줄이야… -
 

1994년 봄에 결혼한 중소기업 직원 이모씨(43)는 서울 은평구의 26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을 겪은 것도 아니고, 지난 17년 동안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셋방살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내집 마련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97년 4월 대형 건설사가 경기 구리시에 짓던 조합아파트에 분양신청과 함께 계약금 500만원, 중도금 3000만원을 냈다. 그런데 그해 12월 외환위기로 건설회사가 부도가 났고 아파트 완공은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씨가 다니던 회사의 연봉도 크게 삭감되자, 이씨는 결국 처음이자 마지막이던 내집 마련 기회를 포기했다. 계약금 500만원도 위약금 명목으로 떼였다. 부동산 가격 폭락이라는 뉴스가 연일 나왔지만 삭감된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서울에서 집을 사는 건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언했다.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전셋집에서 별탈없이 8년간 살아온 이씨 가족의 생활이 쪼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집주인의 사업이 망하면서부터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새 집주인은 다른 집들보다 싼 편이던 보증금 5000만원을 9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목돈이 없던 이씨는 보증금 5000만원을 올리지 않되, 월세 40만원씩을 더내게 됐다.

2008년 집주인은 급기야 재건축을 하겠다며 이씨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보증금 5000만원만으로는 네 식구가 살 만한 집을 찾지 못하다 보니 빚에 의존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고, 상해보험과 아이들 앞으로 들었던 보험도 대부분 해약했다. 모자란 돈은 모친의 도움을 받아 응암동 단독주택 1층에 1억2000만원짜리 전셋방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집주인이 좀 더 넓은 1층과 자신들이 살던 2층을 바꾸자고 요구한 것. 사실상 집세를 올리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들과 지내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이씨 가족은 다시 이삿짐을 꾸렸다.

천행인가. 비록 서울보다 경기 쪽에 가깝기는 했으나 지금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 5층의 24평짜리 전셋방을 같은 가격에 얻었다. 그간 전세 시세가 3000만원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운이 좋았다 싶었다. 이사를 하고 나서야 그 비밀이 풀렸다. 차 한잔 하자는 아내의 초대를 거절하던 이웃은 망설이던 끝에 말했다. “그 집이요, 사실 불나서 사람 죽은 집이에요.”

대출금과 아이들 학원비 부담이 커지면서 부인 김씨는 지난해부터 대형 마트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 가족의 형편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두 사람의 수입은 350만원. 이 중 매달 통신비, 가스비 등 생활비가 40만원, 대출금 상환액 40만원, 보험료 12만원, 모친의 빚 탕감 겸 용돈 20만원 등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여기에 두 아이의 학원비를 포함한 사교육비가 월 105만원이 들어가고, 이씨의 교통비와 점심값 50만원을 제외하면 식비만으로도 빠듯한 상황이다. 노후대책은 생각도 못한다. 그저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기를 희망할 뿐이다.

“나는 2년에 한번씩 경기도 쪽으로 2㎞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씨가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이다. 어떻게든 이 도시에서 살아나가지 못하겠느냐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먹먹해진다. 이 가난이 대물림되는 건 아닐까. 아이들 장가는 보낼 수 있을까. 아이들도 이씨처럼 세입자로 이리저리 떠돌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씨는 담배 한 대를 빼내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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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아파트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렇게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사실 아파트가 10억을 한다고 해도 그 가치는 내 주머니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 소득 없는 자산인 것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퇴직연령층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 중 하나가 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있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산은 10억인데, 정작 아파서 병원비를 낼 1000만원은 없어 고생한다는...물론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의 가치라는 것이 이렇게 허무맹랑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사에 나오는 모든 이들의 공통점은 집(아파트)이 편안한 나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굴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나도 이 부르주아적인 자본주의 체제에 아주 잘 순응(?)한 평범한 인간이긴 하지만 매번 가슴 한 곳이 찔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경향신문 2010.4.7 [주거의 사회학]강남 2주택 60대 은퇴부부 vs 내집 꿈 이룬 30대 신혼부부  

■ 강남 2주택 60대 은퇴부부
- 90평 ‘돈먹는 애물’ 팔기도 곤란, 세금·분담금 등 월 700만원 적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서모씨(60)는 1가구 2주택자다. 반포에 35억원짜리 297.521㎡(90평짜리) 아파트 한 채, 잠원동에 15억원짜리 148.76㎡(45평)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 부동산 합계로는 시가 50억원.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겠냐”며 부러워하지만 서씨에게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요즘엔 ‘집값이 미국·일본의 버블붕괴 직전과 비슷하다’는 뉴스로 밤잠을 설칠 지경이다.

“비싼 집이 있으면 뭐합니까? 난 은퇴해서 수입도 없는데 종합부동산세며 세금이 지난해 1000만원 나왔고, 재건축 추가분담금 등 금융비용만 한달에 175만원씩 나가요.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700만원 정도 적자가 납디다. 몇 억 떨어졌다는 얘기는 나오는데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서씨가 아파트로 골치를 앓게 된 것은 2000년. 그가 살던 82.645㎡(25평)짜리 주공아파트가 재건축 지정된 이후다. 당시 그의 가족은 살던 집을 전세주고 현재의 잠원동 ‘ㅎ’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했다. 9년 만인 지난해, 낡은 5층 아파트를 허문 자리에 초고층 ‘ㅈ’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는 재건축단지 평형 추첨에서 중소형 평수는 다 떨어지고 90평형대에 당첨됐다. 당시엔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지만 괜히 큰 평수가 되는 바람에 부담만 커졌다.

“왜 안 파냐고요? ‘ㅈ’아파트에 7억원짜리 전세를 놨는데, 아파트를 팔자니 7억원을 내줘야 해요. 또 재건축 때 추가분담금으로 낸 돈이 8억원입니다. 세무사를 구해서 계산을 해봤더니 지금 1가구 2주택자라서 양도세가 7억원에서 8억원에 달한다고 합디다. 35억원에 아파트를 팔아도 10억원 정도밖에 안남는다는 계산이 나와요. 게다가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나설지도 알 수가 없어요. 강남 부동산 시장이 요즘 예전같지 않아요.”

 현재 살고 있는 45평 아파트를 팔기도 망설여진다. 양도세는 90평짜리에 비해 한결 적은 3억~4억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당장 서씨 가족이 살 곳이 없어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세를 살아야 할 형편이다. 그는 “투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어쩌다보니 살고 있던 곳이 재건축되고, 또 어쩌다보니 축구장만한 평형의 아파트를 갖게 된 것”이라며 “얼른 아파트 하나는 처분하고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또다른 자가보유자 김모씨(51)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샀다가 은행융자를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는 ‘반포주공아파트가 재건축되면 거주민들이 가까운 방배동에 집을 얻을 것’이라는 지인의 ‘투자정보’를 입수하고 3년 전 4억원을 융자받아 297.521㎡(90평형) 빌라를 12억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반포의 대형평수는 재건축이 막막한 상황인 데다, 주변의 아파트 시세는 올라도 빌라는 별반 오르지 않았다.

그는 “집은 팔리지도 않고 이자하고 원금을 갚느라고 살림이 팍팍하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 거주하고 있는 한모씨(42)도 지난해 대출을 받아 집을 한 채 더 산 뒤로 원금상환 때문에 쩔쩔매고 있다. 7억원짜리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던 한씨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3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 한 채를 더 샀다. 그러나 새로 산 5억원짜리 아파트의 시세는 전혀 오르지 않았고, 가격이 떨어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매달 금융비용만 200만원이다.

일본의 부동산버블이 붕괴했을 때 주택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는 전례는 한씨에게는 애써 무시하고픈 이야기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거뜬했던 ‘강남불패’의 신화가 있고, 해방 이래 집값이 그렇게 하락한 적은 결코 없으며, 경기가 풀리면 예전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한씨는 굳게 믿고 있다.

■ 내집 꿈 이룬 30대 신혼부부
- 월 160만원 상환, 둘이 벌어도 허덕, 커피값도 없는데… 출산 엄두 못내 -

 

 지난해 초 결혼한 임상윤씨(35·가명) 부부. 집이 있고 두 사람의 월소득을 합치면 4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늘 쪼들린다. 한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즐겨마시던 원두커피를 끊고, 좋아하는 술은 한달에 한번 날을 잡아서 마신다. 월급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무섭게 모기지론 상환금으로 월 160만원씩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행신동에 장만한 85.95㎡(26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이 1억2000만원. 원래 갖고 있던 전셋방 보증금과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합쳐서 2억6000만원이 들었다.

모기지론 상환금에다 건강보험료와 연금보험료 80만원을 빼면 통장 잔액은 180만원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임씨와 국책연구소의 비정규직 연구원인 부부의 교통비와 점심값, 휴대전화료, 식비, 관리비, 수도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빼면 여윳돈이 없다. 극장 가본 기억이 흐릿하고, 점심 후 커피전문점에서 입가심하던 습관도 접은 지 오래다.

부부가 무리해서 집을 산 것은 셋집살이를 벗어나고 싶어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12년 동안 이삿짐을 싸는 데 질린 데다 전셋값 오를 때마다 속을 끓이느니 차라리 싼 이자로 대출을 받아 내 집 한칸을 장만해보고 싶었다.

어렵사리 ‘내집 장만’의 꿈을 이루고 나니 또 다른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출금 상환이다. 집값은 1년 사이에 오히려 2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집값 최정점에 물건을 사는 ‘상투 잡은 꼴’이 된 것 같아 내심 불안하다. 비정규직인 아내는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혼자 벌어서는 영락없는 마이너스 인생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은 속도 모르고 “아이 언제 갖느냐. 아기는 자기 밥숟가락 갖고 태어나니까 쑥 하나 낳으라”며 참견해올 때면 임씨는 말없는 웃음으로 응대할 뿐이다.

또다른 신혼부부인 박영한씨(34·가명)의 경우 주택구입 대출을 받았다. 원금상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매달 이자만 갚아나가고 있다. 월세를 내야 할 대상이 집주인이 아니라 은행인 ‘은행 월세’의 신세다. 재작년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76.033㎡(23평)짜리 아파트를 2억4000만원에 사면서 은행대출을 1억원 받았다. 부모에게 9000만원, 직장생활로 모은 돈 5000만원을 합쳐봐도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중은행에서 연리 5.77%로 돈을 빌렸다. 이자가 비싸다고 해도 어차피 집값이 오르면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주판알을 튕겼다. 주변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서 이번에 못사면 영영 무주택자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혼 초에는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박씨와 학원강사인 아내 소득이 적지 않았던 덕이다. 아내가 임신으로 학원을 그만두면서 사단이 났다. 월 수입은 절반으로 줄고, 매달 이자 50만원에다 양육비까지 생기면서 남는 돈이 없다. 저축은 꿈도 못꾼다. 아내는 이웃들이 육아강좌를 들으러 문화센터에 같이 가자고 채근할 때도 적자 상태인 통장잔액 숫자를 생각하면 발을 쉽게 뗄 수가 없다. 아내는 다시 학원강사로 나설까 고민 중이다.

아이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생각이다. 그렇잖고서는 내집 마련과 아이의 교육 모두 무너질까 두렵다. 이들 부부의 희망은 집값이 다시 오르는 것이다. 중대형 집값은 떨어져도 소형아파트는 강세라는 뉴스를 들으면 왠지 기대가 된다. 집값이 오른다면 지금 사는 집은 팔고 근처의 30평형대 아파트로 옮길 계획이다. 하지만 장래 계획을 세울 때마다 ‘집’ 문제가 가장 큰 변수다. 집값이 떨어진다면, 집이 ‘돈먹는 하마’가 된다면, 전 재산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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