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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일을 하다 인터넷 공간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 문득 내 싸이에 들어가 예전 글들을 보게되었다. 자연스럽게 과거의 사람들과 일들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2006년 9월의 어느 밤에 적은 글이 하나 있어 다시 한번 그 때를 추억하며 옮겨 본다. 다시 읽어보니 그래도 그 해 그 일 이후 나란 인간은 조금은 성숙해진듯 하여 나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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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집에 오는 길

 

매번 오는 길이다. 매일 보는 것들 매일 지나가는 길...하지만

가끔 그 길을 걷을 때 문득 우울해진다. 사소한 풍경 사소한 글들

다분히 사소한 것들로 인해 나는 우울해 진다. 우울해진 나는, 나의

우울하고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주를 마신다. 조금이나마

이런 나의 우울하고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하지만 단지 내

마음을 달랠뿐이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듯이...본질적으로

나의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럴땐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프고 아파서 내 머리 속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ㅋㅋㅋ 사람의 마음이란 참 알 수 없다.

비록 지금은 고민이 많고 힘들지만 이런 나의 괴로움이 나의 마음의

살을 찌운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듯이 내 마음도 인격도 성장하겠

...시간이 지난다고 누구나 다 이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전거를 탈때 힘든 고갯길을 만나면 난 생각한다. "힘들어도

조금만 오를면 내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줄 내리막길이 있겠지"

그런 기대를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내리막길이 있다. 지금 난

어디에 있나? 아마도 아주 심한 언덕길을 오르고 오르고 있을

것이다. 땀을 흘리고 다리와 허리는 아파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하지만 나는 내리지 않는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는 할 수 있기 때문에...

I can do it !  몇번씩 되뇌어 본다....I can do it !  I can do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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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7-2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예전 글을 다시 읽으면 감회가 새롭지요? 저도 아주 가끔 제 알라딘 서재 글을 읽었었는데
저는 좀 창피하더라고요,^^;;
언제 시간이 나면 맞춤법이라도 좀 고쳐야지 하는데 그럴 시간은커녕 다시 읽지도 않아요, 요즘은.^^;;
I can do it !은 요즘의 제게도 필요한 메시지네요.^^
내일부터 올림픽이 시작되는 게 너무 기대되는 밤입니다.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새벽부터 억척스럽게 비가 왔다. 일요일 오후. 언제나 그렇듯이 기분이 꾸리꾸리했다. 거기다 비까지 오다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일요일 저녁 8시 30분 부터 스르륵 잠이 오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눈이 감겼다. 눈을 떠보니 밤 10시였다.  

와이프는 규진이 방에서 규진이 잠을 재우고 있었다. 문득문득 규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규진이도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자꾸 보채는듯 하다. 눈을 뜬 김에 좀 일이나 하고 잘까 잠시 고민했다. 누워서...천장을 보며...그러나 이내 그냥 자기로 했다. 눈을 감았다. 제길, 잠이 오질 않는다. 제길... 가장 기분 나쁜 순간이다. 자기 싫을 때는 기어이 눈은 감기고 잘 수 있을때는 기어이 눈이 떠진다. 눈 뜬 장님처럼 거실에서 밍기적밍기적 거리고 있는데, 규진이 방에서 와이프가 나온다. 주방으로 가더니 달그락달그락 거린다. 설거지 하나보다. 아 눈 뜬 장님 모냥으로 있을바에야 설거지나 할껄? 살짝 후회한다.  

노래나 듣자. mp3를 꺼내 말러 3번을 듣는다. 고클래식에서 다운 받은 Bruno Maderna의 1973년 앨범. 처음에 들을때는 상당히 거칠면서도 유려한 느낌이었는데, 기분이 그래서 그런가 누워서 들은 느낌은 '지루'했다. 심지어 그 좋은 마지막 6악장마저도...

  

지루하다. 지루하다,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다 새벽 새찬 빗소리와 규진이의 우는 소리에 잠깐 깼다. 베란다 밖을 내다 보니 비가 무지하게 오더라. 출근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살짝 잠이 오지 않기는 했지만, 귀찮은 듯 다시 눈을 감았다. 비는 역시 내리고 있었다. 자고 있는 와이프한테 애기해 차를 가지고 간다 애기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나가려하니 규진이가 깨 거실로 나왔다. 배가 고팠는지 나는 본체만체 하고 엄마따라 주방으로 간다. 말을 들어보니 '슝아슝아'한다. 복숭아 달라는 소리같다.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면 시간이 짧아 아주 여유있는 반면, 책을 읽는 시간이 없어져 내심 아쉬운 마음이 크다. 난 버스가 좋다. 단, 버스에서 라디오 트는 기사분들은 정말 싫다. 정말...매번 기사분들에게 라디오 소리 줄여달라고 애기하는 것도 힘들다. 정말. 

아침 7시 17분 학교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손을 씻는다. 물을 한잔 먹는다. 자리에 앉는다. 손에 로션을 바른다. 출근하면 매번 하는 짓이다. 특이한거라고는 손에 로션 바르는 것. 이상하게 사무실에 들어오면 손이 건조하다는 느낌이다. 찝찝한 기분도 들고. 기말고사 주관식 점수를 입력하고 1교시 2교시 수업을 연달아 한 후 컴퓨터를 조금한다. 그러다 화장실에 간다. 응가...ㅋㅋ 핸드폰을 꺼내 기사를 본다. 그 중 시사in 기사를 보게됐다. 김진숙씨의 <소금꽃나무> 특별판을 후마니타스에서 1500부 인쇄했다는 소식. 그것도 일반 정가의 절반 정도로 냈다는 소식.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후마니타스 좋은 출판사다.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187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이. 김진숙. 난 이 사람을 잘 모른다. 그저 <소금꽃나무>의 저자라는거. 과거 그의 노동운동 경험을 담아 쓴 책이 <소금꽃나무>라는거. '소금꽃'이라는게 노동자들의 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정도. 정말 하잘것 없는 것들 뿐이다.  어찌보면 이 정도도 많이 알고 있는 축에 속할지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그리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은 187일째 크레인 위에 있다. 무엇을 위해서 그럴까... 하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어떤 추상적인 거시적 담론에 의해서든 이 사람의 정신을 표현해낼 수 없다는 걸. 특히나,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언사로는. 얼마 전 김선우 작가와의 만난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희망버스' 애기를 처음 들었다. 그러나 난 그 버스에 타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거 같아, 내심 맘이 쓰리다.

  

오마이뉴스_ 권오성 

화장실 일 보며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희망버스'. 아, 1500부 중 한권은 내가 사야겠다. 그래서 사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찾아 보았다. 역시 절판은 아니다. 어찌보면 1500부 정말 얼마 안되는 양인데... 비도 오고 기분도 꾸리해서. 주문하는 김에 찜해두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주문한다.  

       

어떤 이들은 기분이 꿀꿀할때 쇼핑을 하거나 폭식을 한다는데, 거기에 비하면 난 좀 나은 편인가. 난 책과 음반을 사는거 같다. 다 평소에 내가 사고싶은 것들이다. 특히 Michael Tilson Thomas의  <Keeping Score - Mahler : Origins and Legacy>는 정말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던 물건이었다. 말러의 음악도 그렇지만 말러의 음악 이전 '말러'에 대해 알수 있는 영상자료이기 때문이다. 집에 오자마자 아내 눈치보며 틀어보았다. 2번째 DVD 먼저. 2009년 교향곡 1번 라이브 실황이다. 토마스 아저씨는 사진으로만 보았지 지휘하는 영상은 처음이었는데, 생김새와 다르게 지휘 동작은 좀 촌스럽다는 인상이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음색은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평소 TV 보는 걸 싫어하는 아내 성격상 살살 눈치보며 보고 있다가, 규진이와 아내와 밥을 먹으면서도 끄지 않고 보고 있는데, 아내가 "이건 누구꺼야"하고 물어본다. 아내의 이 질문은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이다. 아내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낸 부분은 바로 2악장이었다.

바람결님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매번 바람결님의 스케치가 눈에 들어온다. 부러울 따름이다. 나처럼 악필에 그림 못그리는 이들에게는 더군다나.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오늘 아침에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드로잉에 대한 입문서를 스크랩해 놓으셨길래, 어이야 잘됬다. 이거다. 한번 사서 보자 대뜸 주문했다. 이걸 애들 용어로 낚시에 걸렸다고 해야하나. ㅋㅋ 

<옛그림 보면 옛생각 난다>도 다른 블로거(갑자기 기억이..)의 소개로 알게된 책이다. 제목만 봐도 딱 이 책이다 하는 'feel'이 오는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책중 가장 기대되는 물건은 유성용씨의 <다방기행문>이다. 부제가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이란다. 왜 굳이 '세상 끝'이라고 했는지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듯 하다. 난 아주 이런 소소한 그러면서도 아주 '사적'인 내용들에서 흥미를 느낀다. 책 소개글 중 일부이다.

"전국 다방의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저자는 그 맛을 되도록 이야기가 있는 어떤 맛으로 느껴보고자 했다. 이 책은 그 의도를 묵묵히 이행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여행기보다도 담담하게, 만나고 스치고 흘러간 것들에 대한 기억을 옮긴다. 그리하여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그대로인 것'들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음반으로는 Wyn Morris와 London Symphony Orchestra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 기대된다. 어찌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유명지휘자(?)들의 음반과 음원만 들어도 시간이 모자를텐데도 계속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가시지 않는다. 윈 모리스라는 지휘자는 고클래식 사이트에서 알게되었는데, 아직 음반의 내지를 보지 않아 내용은 잘 모르겠다. 특이한건 이 전집에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이 베리쿠퍼의 판본으로 있다는 것이다. 이 미완성 교향곡은 1988년 처음으로 나왔는데 이 음반이 최초라고 한다. 시간 날때마다 차근차근 들어봐야 겠다. 그리고 Arte Nova에서 나온 Dennis Russell Davies의 브루크너 교향곡 음반들은 어떻게 하다보니 몇개 구입하게 됐고(물론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컸다) 그러다 보니 짝을 맞추고 싶은 생각에 하나씩하나씩 구입하고 있다. 그러다 이번에는 8번이다. 안그래도 요즘 브루크너 8번을 새롭게 듣고 있어서이다. 듣는 음반은 첼리비다케의 뮌헨필과 함께한 1993년 EMI 앨범이다. 라뮤지카 7월호에 보니 반트 옹의 신보에 대한 소개글이 있다. 이번 Altus에서 나온 음반은 1990년 11월 3일 도쿄 산토리홀 실황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 구입하기는 힘들듯하다. ㅠ.ㅠ 그런데 소개글을 보면 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첼리비다케의 1993년 EMI 음반을 듣다보면 좀 숨이 막힌다는 생각이 드는 나로서는 어쩌면 반트 옹의 음반이 내 취향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사 중 일부이다. "첼리비다케 실황의 무거운 흐름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라면 작품의 굴곡을 자연스레 넘나들면서 듣는 이를 연중에 몰입케 만드는 반트의 강한 흡인력에 보다 호감을 느낄 것이다."(여기서 말하는 첼리비다케의 실황은 Altus 레이블에서 나온 1990년 10월 20일 뮌헨필과 함께한 산토리홀 실황 앨범을 가리킨다.)

  

  

 

찾다보니 카를로스 파이타의 브루크너 8번 앨범도 있다. 파이타의 스타일상 빠를거라 예상은 했지만 찾아보니 런닝타임이 장난 아니다. 74분이다. 반면, 첼리비다케의 런닝타임은 무려 97분이다. 무려 20분 넘게 차이가 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파이타의 앨범도 진짜 한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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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기분이 영 별루인 날들이네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군요. 비가 참 많이 와요....

저도 제가 희망버스를 탈 것 같지는 않고, 맘은 쓰리고 그렇네요.
다른 여러가지에서도 맘은 쓰리고 손도 창피하고 머 그렇네요.
그래도 하루를 시작해야겠죠! 즐거운 일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햇빛눈물 2011-07-13 00:15   좋아요 0 | URL
마고님도 이래저래 복잡한 심정이시군요. 그래도 즐거운일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또한 그렇지만요. 화이팅입니다~~
ps : 문득 대학동기 여자애의 인사말이 생각나는군요. '밝은 미래' ㅋㅋ

비로그인 2011-07-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님의 관심반, 구매하신 책, 그리고 건네시는 다양한 얘기들.. 모두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하 장마.. 얼른 지나갔음 합니다. 세상 어딘가 많은 사람들에겐 청명한 가을이 되어도 또 다른 고민과 생각할 거리들이 있겠지만요~ 그래도 요즘같은 장마보다는 덜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흠 그리고~ 나중에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읽어보시고 후기 부탁 드립니다. ^^ 제가 낚시질을 잘 했나, 못했나 궁금해지네요~

햇빛눈물 2011-07-13 0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는 책을 볼때 첫 느낌을 중시하는 편인데,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꽤나 느낌이 좋더군요. 제가 지리과이다 보니 답사라든가 필드에서 사진을 찍을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드는 생각이 사진보다 가끔은 연필같은 필기구로 대략적인 풍경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완전,완전 그림 실력이 꽝이라는 사실이죠. ㅋㅋ
최근에 하도 사들인 책들이 많아 언제 읽을지 장담할수 없지만 바람결님의 부탁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바람결님도 음반, 음악에 대한 글 자주 남겨주세요.
 

2011.6.14  23:44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오후에 회의가 있어 밥도 먹지 못하고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회의를 했다. 내가 출제한 문제와 다른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제를 가지고 상호 검토하는 회의였다. 나를 제외한 다른 2분 선생님들은 나이도 있으시고 경력도 워낙 풍부한 선생님들이었다. 뭐, 결론적으로 애기하면 엄청나게 깨졌다. 내가 수정해야할 분량이 엄청나게 생겼다. 그런데, 놀라웠다. 나의 문제에 대해 이러저러한 애기를 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에 대해 내가 메모를 하며 "네. 네, 알겠습니다. 수정해보겠습니다."라며 애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보기에도 이런 내 자신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며 사실 조금은 대견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일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무지 '거만'했다. 조금 순화시켜 '자신만만'했다. 다른 부분이 아닌 내 '전공'분야에 대해서. 그런데 공부를 조금씩 하고 여러 내공있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들어난 나의 '부족'함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그런 부족함을 일깨워준 이들에게 반감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오늘 좀 우울했다. 나의 마지막 남아있는 자존심의 마지노선이 무너진듯 하여... 생각해보니 난 욕심도 많고 약간의 허영심도 있으며 야망이라는 것도 조금은 있는듯 하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에 나의 기본적인 스펙이, 학벌이 미치지 못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난 지방 국립대 출신이다.) 

재수를 했다. 2교시 수리탐구 영역 시험 답안지 작성때 실수를 해서 밀려서 마킹을 했다. 당연히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겠지. 내내 아쉬운 마음이 컸다. 무려 10년도 지난 지금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제대로 시험만 봤어도...

내가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서울대 출신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고려대. 그러다 보니 나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발령받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시기에 '학벌'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았었다.(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라든가 현재의 와이프도 이 문제를 가지고 언쟁을 한 경우가 많았다. 둘 다 나의 '학벌'문제에 대한 생각에 대해 '콤플렉스'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여자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나라의 '학벌'문제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5년 전 나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의 지향성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햇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은 욕구의 발생 가능성도 그 '지향성'의 변화에 대한 나의 인식(깨달음)에 있는것 같다.

일정부분 '콤플렉스'였던 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면은 보지 않은채 '콤플렉스'때문이야 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건. 잔인한 언행이다. 지금이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듯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그럴수 없었다. 콤플렉스를 나의 치부를 치유하는 데에는 나름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나에게도 몇 년의 시간과 많은 사건이 필요했다.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지는 것 같다. 학생들이 '오늘 하루만 놀자'라는 선택의 순간에 있듯이 나 또한 그렇다. 특히 술을 먹은 상태에서는 많은 감정적 출렁임에 나도 어쩔수 없는 상황에 내던져지곤 한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오늘도. 그런데, 캔 맥주 하나와 춥파숩스 오렌지 맛 하나가 유혹의 바다에서 구해주었다.  

  



밤 늦은 야심한 시각. 귀를 감싸고 있는 헤드폰에는 말러의 교향곡 5번 5악장이 여유있게 흘러나오고 있고, 입에는 막대사탕 하나가 사치스럽게 나의 입안에서 혀와 놀고 있다. 또한 나의 오른손에는 볼펜이 나의 머리와 가슴의 애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나의 목을 적셔주는 맥주도 옆에 있다. 이 모든 나의 친구들은 내가 부르면 언제든 나에게 달려오는 놈들이다. 바쁘다고 너무 늦었다고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부르면 언제나 '콜'하는 나의 영원한 친구들이다. 그 친구 덕분에 오늘도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ps : 그래도 진짜 친구가 보고싶은건 어쩔 수 없다.

ps2 : 오랜만이다. 캔맥주 + 춥파춥스. 찰떡궁합이다, 나에게는. 남들은 이 애기하면 기겁하더라. ㅋㅋ

ps3 : 글을 쓰기 시작한지 30분이 지났다. 맥주 1,800원, 춥팝춥스 200원. 글을 다 쓴 지금도 춥파춥스의 절반이 나의 입안에 있다. 너무 행복하다, 웃기다. 200원짜리 행복.

ps4 : 집에 가서 맥주 한 캔을 더 깔까? 지금 입에 남아 있는 춥파춥스를 안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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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6-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님 ~
캔맥주 + 츄파춥스가 찰떡궁합이군요 +_+ 한번 실험해봐야겠습니다. 좀 아니다 싶음 와서 떼쓰는 댓글 달지도 몰라요 ~ ㅎ

햇빛눈물 2011-06-27 16:22   좋아요 0 | URL
ㅋㅋ '떼쓰는 댓글'도 바람결님의 것이라면 환영입니다. 하하~~

마녀고양이 2011-06-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와 츄파춥스의 궁합.. 좋은데요.

학력 컴플렉스, 저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구요.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대학 갈 사람만 가면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제 문제만 되면 가혹한 이중 잣대를 들이밀게 됩니다.
제 한계라 할 수 있고, 완화시켜야 할 부분이이고 합니다만,
없애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이 가끔 제 추동력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콜하면 오는 친구들이라니, 너무 부럽습니다.

햇빛눈물 2011-06-27 16:23   좋아요 0 | URL
때론 그런 '부정적'인 것들이 현실의 인간들에게 긍정적인 추동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마고님처럼 이 부정적인 것을 없애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메모한 종이를 한동안 가방에 넣고 다니다 이제서야 블로그에 옮겨 적는다. 쓰면서도 참 어이없는 일 같다. 사람의 신념이란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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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4.27 21:51 집 앞 주차장에서

개신교인들의 무례한 행동들

오늘 시험 마지막 날이다. 이제 이렇게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평소에 갖고 싶었던 볼룸슈테트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과 카라얀 60년대 관현악 전집 세트를 구입해 기쁜 마음이 큰 날이다.(그러나 한편으로 걱정. 나의 '지름신'이 최근에 자주 출몰하신듯 하여..) 

 

학교에서 퇴근 하는 길. 버스에서 창 밖을 보다 한 교회 소속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할머니분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교회 홍보 활동을 하기 위해 홍보책자와 요구르트(?)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들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동이니 내가 싫으면 그만이지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불특정 다수(거의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 혹은 나처럼 그들이 모르는 사이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사실 난 그들의 그런 행동을 그 어떤 신념, 믿음이기 보다는 좀 더 가벼운 생각에 기인한다고 보는 편이다.)을 강요하거나 자신들의 믿음(?)을 느끼지 못하는 대중들에 대한 시혜적 태도(요구르트 하나에...?)가 느껴지는 순간 상당히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오는 길, 비슷한 교회 홍보활동을 하는 한 무리의 교인들과 또 마주쳤다. 그것도 두번이나!! 마지막에 본 한 교인은 교회 건너편(차도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맞은편 교회에서 나온듯하다.)까지 와 차 한잔 마시고(?) 가라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게 아닌가?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다.

왜들 이러고 있나 하고 생각해본다. 요즘 교회가 힘드나, 하는 생각도 들고, 위기가 기회다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을 펴나 했는데, 메모하며 하늘을 보다 건너편에 있는 교회를 보니 큼지막하게 '심령부흥성회' 어쩌구 하는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무슨 행사기간인가 보다. 하여튼 우리나라 개신교인들의 무례한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다. 지하철같은 공공장소나 광장같은 곳에서 마이크로 크게 떠는 행동,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과연 이 말을 하늘에 계신 그 분이 들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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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1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행동이 너무 싫다가도
정말 그 행동이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는거니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라는
복잡미묘한 생각에 시달리면 갑자기 머리가 아파옵니다.

사실 길거리야 무시하면 되는데,
친한 사람이 종교를 권유하면 정말 난감해요.
그것은 친한 사람이 보험이나 암웨이를 시작했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예요. 물론
종교와 생업을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요.

햇빛눈물님, 즐거운 한주되셔요.

햇빛눈물 2011-05-14 22:43   좋아요 0 | URL
좋은 교인들도 있으나 왠지 상식이하의 행동과 말을 하는 이들이 많은듯하여,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물론 와이프가 오늘 저에게 "넌 니 자신한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완고해"하는 말을 들으니 제가 좀 그런가 하는 자책도 드네요. ㅋㅋ 마고님도 좋은 주말 되시길~~

청지기 2015-05-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직도 그때의 일로 불편한 마음이 있으신가요?
여전히 그들이 왜 그러는지에 대한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데에는 적극적인 생각이 작용해서 일거예요
좀더 마음을 열고 편향된 마음이나 타인에 대한 사고의 틀이 커져야 할 것 같습니다.

미겔리또 2019-08-2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치집회 또한 비슷한 류의 짜증이 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이 있는데 밖에서는 농민들 집회때문에 정말 기분이 잡치더군요. 하지만 그분들은 또 무슨 이유가 있겠죠? ㅎㅎ
 

명륜해장국. 해장국 하나 공기밥 두개. 소주 두병 

내가 먹은 점심 겸 저녁이다. 일이 있어 공주에 왔다. 오랜만에 오니 옛 생각도 나고 기분이 아주 멜랑콜리하다. 사람이 그런듯 하다. 10년 전 그곳에서 풀빵을 팔던 아저씨가 지금도 그곳에서 풀빵을 팔고 계신 모습을 보니 삶이, 사는게 바뀌는 듯 바뀌지 않는 듯 하다는 생각이다. 단지, 바뀌는 것이라고는 예전에 있던 건물이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깔끔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대치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곳에서 나와 같이 술을 먹고 애기를 나누며 추억을 공유하던 친구들은 모두 각자 자기들의 삶의 공간들을 차지하고 자기만의 삶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듯. 그렇기에 가끔 오늘처럼 과거의 공간, 시간으로 내몰리면 난 여지없이 지금의 내가 아닌 1990년 말 2000년 초반의 나로 돌아가 버린다. 지금의 나를 잠시 잊어버리고.  

내가 술을 먹고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 옆 테이블에는 갖 제대한 군복을 입는 남자와 그 보다 어려보이는 남자 대학생이 밥을 먹고 있다. 그런데, 군복을 입은 남자의 말이 귀에 너무 거슬린다.(난 참 거슬리는 것도 많다.) 딱 보기에 2-3살 정도밖에(?) 차이나는 것 같은데, 말 끝마다 '형이 군대에서...', '형이 다 아는데...'같은 말을 자주 한다. 괜시리 짜증이 난다. 나도 대학때 저랬을까? 두 입장 모두 겪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내가 한 '짓'은 기억하지 못하고, 지금의 내모습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철없는 짓도 나름 할만한 것 같다. ㅋㅋ 

나이라는게 나이 차이라는게 절대적인 숫자의 차이는 없는듯 하다는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취기가 서서히 밀려온다. 서서히...그런데 기분은 아주 좋다!! 내가 좋아하는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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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0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까지 햇빛눈물님께서 여자분이라는 사실을 추어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ㅎㅎ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셨군요. ㅋ

음, 햇빛눈물님의 페이퍼로 인해, 오늘 안 그래도 기분 쳐지는데,
냉장고로 맥주(제가 좋아하는 호가든) 찾으러 갑니다. 지금은 일요일 오후 1시랍니다. ^^

햇빛눈물 2011-04-03 21:12   좋아요 0 | URL
여자도 군대갔다왔을 수 있죠...ㅋㅋ 물론 저는 남자이지만. 호가든 저도 무지 좋아하는 맥주인데, 한때는 집에 항상 상비할때도 있었는데...같이 근무하는 제 또래 여자들이 저보고 하는 말이 "니 안에 여자 있다."라고 하더군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0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질과 칠레의 인구통계를 보면 재밌는게 있어요.브라질 백인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나왔는데 물론 객관식 시험에 대비해선 그렇게 외워야겠죠.그런데 속사정을 알면 재밌습니다.브라질이 워낙 혼혈이 많이 된 나라라서 지금 백인인 사람들도 그 윗대에는 혼혈인 경우 후손이 흑인이나 물라토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해요.그러니 공식통계에 비해 혼혈이 훨씬 더 있을 거라는 거죠.
또 칠레의 통계인데...칠례 백인 비율이 절반이 안 된다고 하는 통계도 있는데 가끔 90%가 백인이라는 통계도 있어요.이건 칠레의 혼혈인인 카스티조가 백인비율이 많은 혼혈인데 이들과 백인을 합쳐 백인으로 분류하면 백인비율이 훨씬 많아지지요.카스티조는 메스티조와 백인의 혼혈인데 메스티조가 백인과 현지 인디오의 혼혈이니, 백인 백인 현지인디오의 비율로 피가 섞인 거죠.백인에 더 가까운 외모구요.공식통계의 이면에 이런 사정이 있어서 재밌죠.

햇빛눈물 2011-04-03 21: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혼혈인구 비중을 보며 과연 누구는 백인, 누구는 흑인, 메스티소, 물라토 등 어떻게 그렇게 구분할 수 있을까(물론 기계적인 구분이야 가능하겠지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서 저도 학교 시험문제나 제도권의 공식적 자료같은 것들이 어쩌면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일일이 이런 애기를 다 하기도 힘들고...정말 노자님 박학다식하십니다. 전공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04 17:37   좋아요 0 | URL
외신기사를 정독하고 방송의 여행다큐, 자연다큐,문화유산다큐를 열심히 보지요. 물론 유명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국적,인종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버릇도 들여서 그런가 봐요.

cyrus 2011-04-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필자이지만,, 군대 경험 가지고 자랑의 장광설을 펼친다거나 군 복무 부대에 대해서 최전방이냐 후방이냐고 따지는 거 싫어하는 편이에요. ^^

햇빛눈물 2011-04-12 08:45   좋아요 0 | URL
그렇죠...근데 남자들 중에 그런거 따지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심지어 여자들도 그런 사람 있습니다. 후방에서 근무했다고 하면 무지 편하게 근무한지 알고 무시하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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