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현실적 방안
송원근.강성원 지음 / 북오션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근데, 왜 ‘사다리 걷어차기’죠?”

지난해 여름, 지인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서 토론할 책을 선정할 때였다. 장하준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가 추천 책에 올랐다. 당시까지 그의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 국방부에서 그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호기심이 생기던 찰라였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21세기인 지금 불온서적 운운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경제학에 완전무지하다는 건 논외였다. 그렇게 나는 장하준을 만났다. 아니, 만났다고 할 수 있나? 그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었으되 아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없는, 읽지 않은 거나 다름없으니.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란 책이 출간됐을 때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어찌 보면 도전이었다. 저자는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설욕이었다. 예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을까? 알고 싶었다.




그. 러. 나.




막상 책을 손에 들고 보니 표지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좌우가 바뀐 ‘23’이란 숫자. 그 위로 적힌 제목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그것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 난 과연 잘 해쳐나갈 수 있을까?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송원근, 강성원이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 언급된 내용과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책이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본문의 구성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3가지의 주제마다 장하준의 주장을 [장하준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반론, 비판을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에서 전하고 있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언급되고 있는 ‘Thing 1. 자유시장은 존재한다’에서 저자는 장하준의 주장 ‘자유시장이란 것은 없다’가 어떤 점에서 오류가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우선 자유시장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부의 개입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봐야 하는지 설명한 다음 그에 대한 반론으로 자유시장은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런 형식의 글이 모두 23가지 수록되어 있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읽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반론을 먼저? 사실 초반부터 험난한 여정이 예견되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은연중에 기대를 했다. 그런데 다르긴 뭘... 장하준의 주장과 그에 대한 저자의 반론, 비판을 제기하는 글 23가지를 읽으면서 난 또 다시 대혼란을 겪었다. 초대형 쓰나미가 몰려와 모든 것이 무너지고 뒤엉킨 것처럼 내 머리상태도 꼭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장하준과 저자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는 건 무리였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이라고 위안(?)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의 극히 일부, 몇 가지의 주제에 대해서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하준은 정보통신의 효과가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에 대한 저자들의 반론, 21세기 들어 정보통신은 눈부시게 발전해서 제2차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하다는 내용(Thing 4)에 공감할 수 있었고 교육이 나라를 더 잘 살게 하는 게 아니라는 장하준의 주장에 수준 높은 교육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저자의 반론(Thing 17)은 아이를 기르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나는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제학과 관련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그 진짜 개념을, 모습을 나 자신이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시장경제’, ‘계획경제’란 개념부터 아리송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래도 낙심하지 말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내겐 아직 시간이 있다.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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