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동물 - 파국적 결말을 예측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심리
더글러스 T. 켄릭 외 지음, 조성숙 옮김 / 미디어윌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데칼코마니’인가요? 물감을 칠한 종이의 가운데를 접었다가 펼쳤을 때 무늬가 좌우 대칭으로 나타나는 거 말이에요. 검은 옷을 입고 손으로 허리를 짚은 남자의 뒷모습이 좌우대칭으로 서 있는 책 <이성의 동물>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좌우대칭은 아니더군요. 뒤돌아선 남자의 얼굴 색깔과 그 주변을 둘러싼 물방울이 한 쪽은 빨강, 다른 쪽은 파랑. 정반대의 색깔이었거든요. 같은 모습이지만 정반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남자의 모습 위로 드리워진 글, ‘파국적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심리’.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인간인 나 역시도 모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습니다.

 

<이성의 동물>은 진화심리학의 선구적인 학자인 더글러스 T. 켄릭 교수와 마케팅겸 심리학 교수인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이 두 명의 심리학자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진화심리학과 경영심리. 이것만 봐도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한 인간에게 당시의 경제적인 욕구, 상황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인간의 심리는 어떠했을까.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죠?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버트런드 러셀, 오스카 와일드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은 인간이 ‘이성의 동물’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철학자들도 과학자들도 모두 동전의 한쪽에 초점을 맞춰 인간이 이성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들의 논쟁 대부분은 동전의 다른 한쪽인, 이성의 동물에서 ‘동물’ 부분을 간과했다. 이 책은 바로 이 동물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 11쪽.

 

책에는 이성적인 인간의 ‘동물적인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아홉 가지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비이성적 선택과 케네디가의 저주’인데요. 이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된 바로 그 ‘케네디’냐고요? 아니지만 맞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케네디家’거든요. 25살의 나이에 미국 최연소 은행장이 되었고 주식거래로 엄청난 차익을 올려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지닌 그는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운이 자식들에게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미국 대통령이 된 차남 존 F. 케네디를 비롯해서 그의 아들과 딸은 암살이나 전사, 비행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케네디家의 불행과 비극이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의 손자들 역시 비운의 사고로 죽음을 맞으면서 ‘케네디가의 저주’라고 불리고 되는데요. 두 저자는 여기서 의문을 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인가, 아니면 허점투성이 바보인가. 치명적일만큼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담하게 일을 저지르는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심리를 밝히기 위해 하나하나 추적해나가는데요. 그들은 그것이 모두 인간의 뇌가 어떻게 진화를 거쳐 왔는지에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어떻게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려면 뇌가 지금의 특정한 선택을 내리도록 진화해온 이유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 -48쪽.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항해 흑인의 인권운동을 펼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누구보다 도덕적이라고 칭송받던 그였지만 다른 여성들과 외도를 한 이력이 있다는데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 반대의 행동을 일삼는 원인이 바로 다중인격에 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다중인격,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하는데요. 약 일곱 개에 달하는 자아가 각각이 어떤 상황에서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인간의 결정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최고의 대학, 최고의 두뇌로 통하는 하버드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을 아마존 밀림의 한 부족, 그것도 문맹의 원주민들이 통과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는 부분은 우리 인간의 미처 생각지 못했던 허점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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