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 사회 -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12가지 사회 쟁점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7
윤용아 지음, 문지후 그림 / 꿈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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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지인 몇 명이 모닝커피를 하자고 했다. 내가 커피숍을 찾았을 땐 이미 두 무리의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어있는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뒤 테이블의 누군가가 ‘디베이트’ 얘기를 꺼냈다. 요즘 공부 좀 한다는 애들한테 국영수는 기본, 역사나 과학, 논술은 선택이라는 얘길 듣긴 했다. 이젠 여기에 ‘디베이트’도 추가가 된 모양이었다. 두세 개의 학원을 두고 열심히 비교하던 엄마들이 결국 실력 있는 과외선생님을 알아보자고 결론을 내리는가 싶더니 한 명이 문득 이렇게 말했다. “근데 디베이트가 뭐야?” 그러자 한 명은 “@@엄마, 토론 아냐. 토론!”, 또 한 명은 “토론? 토의 아니고?”. 잠깐의 침묵에 이어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걸로 상황은 종료.

 

사실 토론과 토의. 언뜻 생각하면 혼동하기 쉬운 말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단어는 다른 말이다. 하나의 주제, 문제해결을 위해 형식이나 방법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토의’라면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서로 자기의 주장이 정당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어떤 주제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먼저 정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눈다는 점에서 두 가지 모두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훈련하면서 쌓아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학원에서 해결한다고?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와 같은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잡이 책을 펴낸 꿈결에서 이번에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꿈결 토론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제목은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할 12가지 사회 쟁점’을 주제로 어떤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지 매 주제마다 가상의 토론자를 등장시켜 토론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주제에 따라 관련 보도기사를 비롯해서 사진이나 도포, 그래프 같은 자료도 함께 수록해놓아서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도 있다. 일종의 [TV토론]을 책으로 만나는 셈이랄까.

 

책은 먼저 크게 3가지의 대주제(내가 선택하는/ 우리가 함께 생각하는/ 국가가 움직이는 사회 쟁점 이야기)로 나뉘고 각각의 대주제마다 4개씩, 모두 12개의 쟁점을 다루고 있는데 토론을 다루고 있는 책이니만큼 토론의 형식과 절차를 엿볼 수가 있다. 해당 주제가 왜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열띤 토론이 펼쳐지는데 책은 그 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테면 가장 먼저 소개되어 있는 ‘성형수술 열풍 어떻게 봐야 할까요?’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문을 연 다음 번화가에 즐비한 성형외과에는 성형 기술의 선진국이라 통하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로 인해 또 다른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한다. 외모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외모로 인해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 잃기도 하는 사람들. 책은 성형외과 전문의 이성형과 미학과 교수 박자연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수술,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토론을 벌인다. 그런 다음 ‘생각 정리하기’에서 본문에 언급되었던 부분에 대해 독자가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형식으로 ‘인터넷 언어의 사용’ ‘길고양이에게 먹이주는 것’ ‘학교 안의 CCTV설치’ ‘교복자율화’ ‘양심적 병역거부’ ‘인터넷 실명제’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나’로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범위가 점점 크게 확대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인 것 같다. 게다가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본문 속에 12가지의 사회쟁점을 담다보니 핵심인 토론이 좀 더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그동안 무심히 넘겼던 사회의 쟁점들을 <토론콘서트, 사회편>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출간될 <토론콘서트>에서는 어떤 것들이 다뤄질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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