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하지 않는 것중 하나가... 먹는 것...
나는 대충 아무거나 끼니만 때우면 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다지 먹는데 집착하진
않는다. 어렸을때 부터 반찬 등을 가리고 좀 까탈스럽게 굴어서 엄마 속을 무던하게
썩혔지만,,, 그렇다고 밥을 건너뛰고 굶지는 잘 못해서 그냥 주는대로 먹는 스타일
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할 줄 아는 음식은...라면(이것도 음식인가??), 계란부침...이 전부다.
주말에 옆지기가 좀 일이 많으셔서리...몇가지 임무를 주고 외출을 했더랬다.
머 임무야 아침에 먹은 식기 세척하기, 세탁기에 빨래 널기, 청소기로 청소 한 번하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분기수거해서 버리기...등인데...
이거 은근히 사람 신경쓰이게 하는 일들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막상 하려고 하니
귀찮고 잡손길이 가는 것이 티나지 않게 피곤하게 한다.
점심은 중국집에서 시켜 먹고 나니 저녁이 문제다. 점심에 면을 먹은 애들에게 다시
라면을 먹이자니 그렇고...밑반찬과 찌게까지 있는데 밥이 없다.
나 혼자라면...그냥 뭐든 한 끼 때우고 말것을... 애들 눈치보니 더 시켜 먹는 것도
불만스러워 하는 표정들이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내가 밥을 하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밥이야 전기밥솥이 하니까... 신경 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요즘 쌀에 돌이 들어 있는것도
아니고... 대강 씻어서 밥솥에 넣고 어림짐작으로 물을 맞추고 나서 취사만 누르면.. 끝!
그런데 처음 하는 밥이라 살짝 긴장이... 밥하는 걸 처음 본 아이들도 우려의 눈빛을 보낸다.
(어느덧 아이들에게 아빠는 라면...엄마는 밥...이라는 공식이 자리잡혀 있었던가 보다.)
먹을 만 했다. 살짝 물이 부족했는지... 꼬들꼬들 했지만...신기했는지 아이들은 잘 먹는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냥 지어주는 밥 얻어먹는게 습관이
되서 그런가보다. 하기사 학교다닐때, 몇달 가출해서 독립된 생활을 했지만...그때도 구내
식당을 이용할 생각만 했지 밥을 지어 먹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볼 일 마치고 들어온 옆지기 밥해 먹은 사실을 두고 한마디 한다.
"니가 급하긴 급했구나... 왠일로 밥 지어 먹을 생각을 다했냐?"
그래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건 싫어도 굶는건 더
싫었으니까... 뭐든 사람은 필요하면 하게 된다.
나의 애들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음식하는 것을 즐기며 남자의 멋으로
자기만의 음식만들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투영해서
만든 바램이고...지금까지 자라온 걸로 봐서는 그리 될 확율은 없어 보이지만....
다음 목표는 미역국 끓여보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