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면목이 없다 못해 참담하다. 즐거워해야 할 어린이날이 다가오는 것을 잊은 채 어른들의 폭행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다. 다름이 아닌 보육과 교육이 함께 하는 어린이집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이다. 부모와 보내는 시간보다 선생님과 보내야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 아이들에게 하루하루가 얼마나 공포였을까.

몇 년 전에도 전국 곳곳의 어린이집에서 폭행과 폭언 등으로 아동을 학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 문제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특히 한 어린이집 원장이 오줌을 쌌다고 아이에게 매서운 손찌검을 하고, 점심 후 바로 낮잠을 자지 않으면 독방에 감금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도 없지는 않다. 친자식이든 아니든, 어른이라는 힘과 권위를 이용해 어리고 약한 아이들을 폭행하는 것은 폭력배보다 무섭고 잔인하다. 교사의 직위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아이들의 약점을 잡고 어린이집 운영을 비교육적으로 하는 것도 물리적 폭력 못지않은 학대다.

잔인한 학대의 실상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거의 알려졌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절망적인 울음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폭력에 의한 피해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은 주변의 편견과 무관심 때문에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대표적인 스피치리스(speechless) 그룹으로 자신들의 불편함을 제대로 호소할 수 있는 능력이 전무하다. 우리 사회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여러 분야의 인권문제가 개선됐는데도 어린이 인권은 사회적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과거 아동 폭력 문제는 일과성 보도로 그쳤다. 사건이 발생할 때만 언론은 관심을 둘 뿐 오래가지 않았다.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언론의 기획 보도가 필요하다. 인면수심의 원장이 아이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사실, 아이들의 몸에 남겨진 피멍 자국의 모습은 경찰의 수사발표에 따른 보도물에 불과하다. 경찰의 수사결과물을 일제히 보도하는 정도에 그칠 일만은 아니다. 잊힐 때마다 나오는 어린이집 아동인권유린 문제는 언론이 좀 더 나서줘야 할 취재의 사각지대다.

요즘 언론은 온통 개성 공단 철수 문제, 일본 우익화 문제 등 사회·정치적 사안으로 소란스럽다. 물론 국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뉴스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해 언론이 먼저 따스한 시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할 때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 역할을 해준다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 확산할 수 있다. 이제 언론도 폭력에 방치되고 있는 어린이 인권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회복지를 내세우며 연약한 어린이를 폭행하는 일부 무자격 원장과 그 보육시설 등에 대해서 언론이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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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5-0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집을 보니 정말 어린이 집에는 어린이들을 못 보내겠더군요ㅡ.ㅡ

cyrus 2013-05-08 21:29   좋아요 0 | URL
어제 신문에 봤는데요. 국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까지 횡령하는 어린이집 교장이 적발되었더군요. 이제부터 폭행 사건이 있는 어린이집을 명단 공개한다던데 확실한 재범 방지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