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와 헤어진 후 요기를 하러 새거모어 요트 정박장으로 갔다. 잡화상과 우편엽서 가게가 나란한 작은 항만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강렬한 색의 풍경과 거대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닿을 정도로 물가에 인접한 색색의 작은 집들이 잘 손질된 작은 정원과 함께 눈에 띄었다. 우리는 말뚝을 박아 바닷물 위로 테라스를 만들어놓은 식당으로 들어가 스테이크와 맥주를 주문했다. (2권, p.163)

















뭘 준다고 했더라, 여튼 뭘 준다고 해서 이 책의 1권을 사두고 있었다. 근데 뭐였지?... 여튼 1권 읽으며 2권을 살지말지 결정하자, 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와- 엄청 빨려들어가는거다. 재미있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어지는거다. 마구 속도가 붙고.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1권의 절반도 채 읽지 않았을 때 당일 배송으로 2권을 주문했다. 


이 책은 재미있다. 팍팍팍팍 책장이 잘도 넘어간다. '조정래'의 <정글만리>도 그랬고, '스콧 스미스'의 <폐허>도 재미있게 팍팍팍팍 넘어갔다. 그러나 이 책,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포함해서 이들 모두를 내가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가 물으면 재미있다고 답할것이고,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달라면 이 책들을 추천해주기도 하겠지만, 누가 그 작품들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고민없이 '아니' 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그 작품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사건'이 필요한 게 아니라,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는게 아니라, '엄청난 속도감'이 있는게 아니라,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우아한 문장' 이 필요하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에서처럼 대단한 사건은 없어도, 그 인물이 되어 그 감정을 느껴볼 수있게 하는게 내게는 더 중요하다. 나는 그런 작품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기 보다는 '나였다면' 할 수 있는게 더 중요하다. 아, 그런데 내가 뭘 사랑하는지 얘기하려고 한 게 아니니까 이쯤하고.


위의 인용한 문장을 보며 나름대로 그 풍경을 상상하다가, 너무 좋아서 자지러질뻔 했다. 요트정박장과, 우편엽서 가게를 떠올려보니 너무 좋은거다. 현 빈같은 남자랑 손을 잡고 요트정박장 앞에 멈추어 한껏 요트와 바다를 바라보다가 우편엽서 가게로 들어가 엽서 몇 장을 고르는거다. 이거 좋지? 이건 어때? 이거 살까? 그리고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하고...홍홍홍. 완전 좋아. 나는 이곳의 풍경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인지 궁금해져서, 새거모어 항만이 있는 뉴잉글랜드의 이미지를 검색해봤다.





밑에 사진은 출처를 모르겠고, 위에 사진은 출처가 써있는데, 저기에 써있는 대로라면, 뉴잉글랜드는 '대서양에 면한 미국에서 제일 작은 주' 란다. 아..좋다. 내가 떠올린 풍경은 위의 사진에 더 가깝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천천히 꼭꼭 씹어 육즙을 느끼고, 그것을 와인으로 삼키고...아 쓰읍. 침나온다. 굉장히 행복한 그림이 떠올라서, 내가 살면서 언젠가는, 기필코, 꼭 한 번은, 단 며칠이라도 뉴잉글랜드에 가보겠다고 결심했다. 새거모어 항만으로 가서 레스토랑에 들어가야지. 불끈!




"내 조카 중에 보스턴에 사는 애가 있는데, 금융 쪽 일을 하지. 매달 엄청난 돈을 벌고, 결혼을 해서 자식도 셋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멋진 차가 있고, 이를테면 이상적인 삶이었어. 그런데 그애가 어느 날  자기 아내에게 떠나겠다고 선언한 거야. 사랑을 찾았다고, 강연회에서 만난 딸 또래의 하버드 대학생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이야. 다들 정신이 나갔느냐고 펄쩍 뛰었지. 청춘에 대한 회한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하지만 난 그냥 사랑을 찾은 거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보통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면 결혼을 하잖아. 그런데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랑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찾아오고, 그렇게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되지. 주위에서는 욕을 하고 난리가 나고 말이야. 수소가 공기와 섞이는 순간처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모두 휩쓸려 가지. 30년의 결혼 생활이 한순간 날아가버리는 거야. 거대한 분뇨 정화조가 끓어오르다가 폭발해 주위 사람들한테 오물을 튀기듯이 말이야. 사십대의 위기, 중년에 찾아오는 육신의 유혹이라는 건 결국 사랑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닫는 사람들, 그로 인해 삶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사람들 얘기인 거야." (2권, p.190)



오래전에. 짧은 연애가 끝났을 때,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슬펐다. 다시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지 않아서, 내 삶에 사랑이 이게 마지막일 것 같아서. 그 연애 전에도 그랬다. 이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야. 그 생각이 차오르면, 그게 슬펐다. 그러나 그 뒤로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거나 내가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은 나타났고, 그 뒤로도 연애는 이어졌고 헤어짐은 반복됐다. 이제는 앞으로 내 남은 삶에 얼마나 다른 남자가 나타나고, 얼마나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게 될까를 기대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설렌다. 정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랑은 한가지 종류가 아니고, 상대가 바뀔때마다 그 사랑의 빛깔도 달랐다.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나는 어느 남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지는거다. 그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서 숱하게 사랑 고백을 주고받고, 또 내가 그들에게 미칠듯한 사랑을 느껴 뒤로 넘어가고도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어느 날에는, 그게 당장 내일이든 일흔넷이 되었을 때건간에, '엄청난 폭발' 이라고 느껴지는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내가 그 때 그 순간,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건간에, 모든걸 뒤로 내팽개치고 그 사랑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주변 누군가가 뜯어말릴지도 모르고,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도, 다 감당하며 그 폭발속으로 걸어들어갈지도 모른다. 이건, 진짜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만약 내가 그 때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로 묶여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을 지키고 내 사랑을 포기하겠다'고 감히 단언할 수가 없다. 만약 그게 진짜, 진짜, 진짜 사랑을 찾은거면 어떡해. 그런데 어떻게 이를 악물고 남편 옆에 있기로 할 수 있느냐고. 아이까지 낳은 상황이라면 결정은 더 힘들어지겠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할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지금은 정말이지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다. 


쉽게 예로 들자면,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그렇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연인이 되었다고 했을 때, 우아- 만날 사람들이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는 결혼한 상태였고, 졸리를 만나면서 이혼해야 했다. 그 이혼은 그의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졸리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했다는 사실 때문에 속상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트와 졸리가 서로 '사랑을 찾은'거라면, 거기다대고, 바람을 핀 나쁜놈이라고 무조건 욕하기가 너무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그래도 되나.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남편과 아내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살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가정을 지키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쉽게 비난해도 될까. 나는 이걸 잘 모르겠는거다. 물론 가정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찾았다'는 이유로 가버리는 건 아니니까, 대부분은 순간적인 욕망이나 욕심 때문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외도는 나쁜짓이 되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이들은, 정말 어떤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랑을 맞닥뜨린 게 아닐까. 아, 이런게 사랑이구나, 이게 사랑이야, 하는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면. 그러면 어떡해. 할 수 없지 우리는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야, 이렇게 늦게 만나면 안되는 거였어, 하고 뒤돌아 가야하나. 아, 젠장. 뭘 어째야하는거야!!




가족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언젠가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젊은 남자랑 바람도 피고 연애도 하고 그러면서 살어. 뭐라고 안그럴게. 엄마도 새로운 남자가 있고 새로운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아야지. 많은 남자를 만나봐야 할 거 아냐. 그러자 엄마가 내게 말했다.


미친소리 하지말고 너나 잘해.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남자 없었는데 엄마한테 남자 생기라고 그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해놓고 웃겨서 웃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니. 사랑이 도대체 뭐니. 사랑이 뭘까. 모든일의 이유가 되고 변명이 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쑤셔놓기도 하는, 대체 그 사랑이 뭘까.



"사실 전 별로 소심하지 않은 편인데, 이상하게 제니만 보면 말문이 막혀요. 왜 이러는지 저도 ‥‥‥"

"사랑이지."

"그럴까요?"

"그럼."

"제니는 너무 멋져요. 부드럽고, 똑똑하고, 아름답죠!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전 이따금 제니를 보려고 일부러 클락스 앞을 지나가요. 그냥 보기만 하죠‥‥‥ 제니를 보고 있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 사랑인 거죠?"

"그렇다니까." (1권, p.337)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으면 어떡해야할까. 그 사랑을 드러내고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럴 때면 차에서 내려 클락스에 들어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고, 혹시 일 끝나고 같이 극장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용기가 안 나요. 이것도 사랑일까요?"

"아니, 그건 바보라서 그래. 그런 식으로 했다간 사랑하는 여자를 놓쳐버리지. 소심하게 굴면 안 돼. 넌 젊고 잘생겼고 능력도 뛰어나잖아." (1권, p.337)



나는 많은 순간 바보였고, 바보가 아닌 용기를 택했을 때 절망을 맛보았던 적이 있다. 그것은 내 인생의 쓰라린 실패로 기억되는데, 그러니 나는 어쩌면 앞으로도 몇 번이고 또 바보가 될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뒤늦게 '이거구나!' 하는게 찾아왔을 때도, 바보가 되어 바이, 사요나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내 자신을 찔러댈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사랑이 오지 않는 것보다는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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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3-11-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거 참 쉽죠.
예전엔 가정을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내가 뭐라고.
똑같은 고민을 해봤어요. 다른 사람이 생겼는데 하필 그 사람이 내가 기다려온 바로 '그'사람이였을때, 끝까지 가정을 지켜야 하는건지 마음이 가는대로 해야 하는건지. 어느쪽으로든 선택을 하겠지만 제3자가 그 선택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건 잘못된거죠.
무튼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켜야 하는건지, 마음가는대로 해야하는 건지.


현빈같은 남자랑 같이 있다면 마산앞바다 어시장이라도 좋겠수..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11-07 12:20   좋아요 0 | URL
마산앞바다 어시장 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음. 광어회 먹고 싶네요. 크- 차디찬 소주랑 먹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게 현빈같은 남자라면 어디든 안좋겠습니까!! ㅎㅎ

아무개 2013-11-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젊을 적에 죽을것 같은 싸랑 한번 하고 나면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해서
어차피 어떤 놈이랑 살아도 그게 그거인 삶이란 생각이 들꺼고
손해보고 산다는 생각은 안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그러다가도 심장이 터질것 같은 사람을 늙으막에라도 만난다면
쫒아가야죠 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8 08:53   좋아요 0 | URL
저는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그 사람을 따라서 여정을 함께할 것 같진 않아요. 아마 저는 정말 사랑하는, 가슴 뜨거워지는 사람이라면 소울메이트로 지내면서 옆에 둘듯. 헤어지기 싫으니까요. 하하하하. 모르죠 뭐. 성적 매력이 폭발해서 소울메이트는 얼어죽을, 하면서 매일 붙어 있을지도. ( ")

아주아주 늙어서까지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헤헷
말씀하신대로, 결국 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말이죠.

단발머리 2013-11-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페이퍼 진짜 좋아요. 진짜 사랑이란 뭘까요? 사랑이란 건..... 참....

사실 저도 생각 바뀐지 얼마 안 됐는데요 (웬, 커밍아웃?) 뒤늦게 사랑을 찾아서 사랑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을 욕할 수만은 없더라구요. 가정을 깬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무한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일단, 욕은 좀 먹어야겠구요.
하지만, 어떻게요. 찾았는데요. 사랑을요.
인제서야 눈이 떠졌는데 어떡해요? 사랑을 잡아야지요. (엥? 잡아?)

근데.... 어떤 사람과 느끼는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느낌, 감정, 이런 것들도 사실 그렇게 오래가는 거 아니잖아요. 그 사람하고도 언젠가는, 짧게는 3개월, 길게 3년 안에는 시들해지는 거잖아요. 그 때, 또! 아, 이 사람이이야! 하면 또 그건 아닌거 같구요.

결론은 나두 잘 모르겠다는건데.
그래서, 결혼 앞둔 후배들에겐 얘기하죠.
죽도록 좋은 사람, 없으면 안 되겠는 사람하고 결혼해. 그래두 맨날 싸워.

참고로 전 싸우진 않습니다^^ 이게 뭐죠?

다락방 2013-11-08 08:57   좋아요 0 | URL
나는 내 사랑과 감정을 희생해서 이 가족을 지키는데 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왜 못하냐, 하며 비난의 눈빛과 손길은 무서운 것 같아요. 더 커지고요. 자신은 포기했으니 말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는 못했는데 너는 왜그래' 라는 속상함이 아니라, 내가 저걸 포기한 대신 이걸 꽉 쥐었지, 하는 수긍과 확신일 것 같아요.

뭐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잘 못할 것 같긴해요. 이런 문제 말고 여러가지 문제들에 있어서 말이지요. 어휴.

아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제가 뭘 어떻게 결정할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앞으로도 모를것 같아요. (이게 뭔 말인지, 원..)

자작나무 2013-11-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스는 내 안에 결핍된 것에 대한 갈구지요.
상대방을 원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 안의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투영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는 것.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이 괴로우면서도 그것을 다시 느끼고 싶어하는 건 그것이 젊었던 옛날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일 거예요.

다락방 2013-11-08 09:00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의 이 댓글은 뭐랄까...좀 추상적이에요. 현실적으로 확 손에 잡히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어떤 개념에 대한 뭐 그런거요.

'젊었던 옛날' 이라니. 하윽- 네, 벌써 그런걸 떠올릴 때가 되어버렸나보네요.

자작나무 2013-11-08 10: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내가 락방 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안에 결핍된 현실감과 생동감 때문이지요~

네꼬 2013-11-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너무 쿨싴 ㅋㅋㅋㅋ
사랑이라고 하면 언제나 뜨거운 여자 다락님. 나는 그래서 다락님이 좋아요. (너무 단순한가!)

다락방 2013-11-11 17:08   좋아요 0 | URL
울 어머니 쿨싴? ㅋㅋㅋㅋㅋ
나는 요즘 네꼬님이 리뷰를 올려줘서 너무 좋아요! >.<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완전 정신못차리고 빠져들어 읽었지만,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작가의 욕심과 의욕이 너무 과해 요란해져버린 느낌.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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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3-11-0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자신감(자만감?) 충만인 소설이었죠!

다락방 2013-11-07 12:20   좋아요 0 | URL
전 나중엔 이렇게까지 꼬아놓을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흐음.

가넷 2013-12-01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서 많이들 빌려가시더라구요. 재미있나?하고 빌릴까 했었는데, 더 궁금해지네요..ㅇㅇ....

다락방 2013-12-01 22:23   좋아요 0 | URL
진짜 빨려들어가서 읽었는데요, 가넷님. 음, 너무 자극적으로 꼬아놓은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굳이 여자주인공을 십대소녀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자극을 위한 자극이었던 게 아닌가 싶고..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권을 미리 사두지 못한게 후회될 정도로 마구 빨려 들어간다. 뒤가 궁금하고 또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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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3-11-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궁금한데..ㅎㅎ

다락방 2013-11-07 12:20   좋아요 0 | URL
2권은 하루만에 읽었네요. ㅎㅎ

유부만두 2013-11-0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은 자꾸 롤리타 생각이 나더라구요..

다락방 2013-11-07 12:21   좋아요 0 | URL
전 롤리타랑은 좀 다르더라고요. 차라리 롤리타가 좀 더 솔직한 느낌이랄까요.
 
추운 날

줌파 라히리의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보면요, 미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 아시마가 고향인 캘커타를 방문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할머니를 위해 엄마를 위해 이것저것 쇼핑을 하죠.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서요. 고향에 가서 그들이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스레 이것저것 골라요.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아시마는 그만 졸아버리고 말아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시마가 내려야할 역에 지하철이 정차해있고 문이 열려있는거에요. 아시마는 화들짝 놀라서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내려요. 내리고서야 지하철안에 있던 승객이 자신에게 짐을 놓고 갔다고 말하는 걸 듣고, 아, 쇼핑한 걸 놓고 내렸구나, 라는걸 알아챘을 땐 지하철 문이 닫혀버렸죠. 결국 아시마는 펑펑 울어요. 다시 쇼핑한다고 해도 처음의 그 마음과 그 정성 같지 않을테고, 오늘 쏟아부은 정성이 너무나 허탈하고 허무하고 속상해서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이 일을 말하니, 남편이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전화를 하는거에요. 그리고 잃었던 물건을 찾게되죠. 하나도 없어지지 않은채로. 



네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아시마 생각이 났어요. 아시마에게 그 순간 지하철유실물센터에 전화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꼬님에게 그 지친 하루의 위로가 되는 짜장면을 사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또있어요. '최은영'의 [오래된 거짓말]요. 그 책에서 여자는 자신이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남자를 결혼한 후 오랜만에 만나게 되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를 만나러 갔는데, 대학시절 그녀의 영웅은 자동차세일즈맨이 되어있었어요.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지금의 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그녀는 그 선배에게 차를 한 대 뽑기로 하죠. 그와의 만남이 파한 뒤,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해요. 평소 남편에게 살갑게 전화하던 여자가 아니어서 남자는 뜻밖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죠. 여자는 남편에게 짜장면을 사달라고 해요. 남편은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아내와 마주앉아 짜장면을 먹어요. 넥타이를 와이셔츠 의 단추와 단추 사이에 꽂아넣고.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참고로, 오래된 거짓말의 남자 주인공은, 젓가락질을 잘해요.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전 탁탁, 젓가락을 바로 쥐죠.



이 대리는 테이블 한켠에 있는 플라스틱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어 내 앞과 자신의 앞에 열 맞춰 놓았다. 칼날 같은 인상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행동이라 의외다 싶어서 몰래 남자를 훔쳐보았다. 뜨끈한 국수 국물을 들이켜더니 쇠 젓가락을 식탁 위에다 탁탁 작게 두드리며 키를 맞췄다. 그리고는 도시락 안에 담겨 있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내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지만 난 그 평범한 행동에 이상하게도 시선을 빼앗겼다.
지난번 식사 때는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했지만 이 대리의 손놀림은 근사했다. 단지 젓가락질을 하는 것뿐인데도 무기를 갖추어 든 병사처럼 날렵하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손놀림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 
(p.67) 




남편과 짜장면이라면, 충분한 것 같아요, 네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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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11-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어제 페이퍼가 너무 길어져서 못다 쓴 말이 있어요. 원래 남편은 음식 많이 시키는 걸 걱정하는 사람이라, 평소 같았으면 고추잡채 + 짜장면 한 그릇, 이렇게 주문하자고 했을 텐데, 어제는 제가 그러자고 해도 안 된다고, 오늘은 남기는 한이 있어도 요리 따로 식사 따로 양껏 먹자는 거예요. 진심으로 감동 받았음.

다락님 이러니까 내가 다락님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여기서도 감동받았어요.(아시마 사연 조마조마 ㅠㅠ)
저 책들 다 읽어볼게요. 고마워요. (네꼬남도! 고마워요!!)

* 이 페이퍼 근데, 트랙백을 떠나서도 정말 좋아요.

웽스북스 2013-11-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이런 댓글이라니....!!!

치니 2013-11-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참 다정해요. 대놓고 어제 고생 많았구나 위로하는 게 아닌데도 참 따스하고요. 네꼬님은 행복한 사람. :)

자작나무 2013-11-0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도 이런 댓글 달아주세요~

단발머리 2013-11-07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네꼬님 완전 부러워요~~ 이런 댓글이라니~~
네꼬님, 좋으시겠당! (네꼬님, 완전 고생하셨는데, 쏘리~~)

레와 2013-11-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다.. ^^

turnleft 2013-11-0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 신작 "The Lowland"를 읽고 있는데, 등장 인물 한 명의 선택이 영 공감이 가지 않아서 좀 답답하네요.
제가 여성이 아니라서, 혹은 여성의 삶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빨리 다락방님한테 읽혀 보고 싶어요.

절대 먼저 읽는다고 자랑하는거 아닙니다. :p

다락방 2013-11-08 09:07   좋아요 0 | URL
쳇.
저도 빨리 읽고 싶단 말입니다. ㅠㅠ
미쳐서 원서 살 뻔 했어요. 읽지도 못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방통대 영문과 다시 들어갈까요? ( ")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평소에 회사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니 지각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급해서 서둘러 움직였다. 밥을 먹고 방에 들어와 어제 배달온 기모스타킹의 포장을 뜯으려 했는데 잘 안 뜯어지는거다. 난 이렇게 언제나 닥쳐셔야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 어제 뜯어 놓았으면 좀 좋아.. -_- 여튼, 그래서 칼을 가지고 포장을 뜯으면서, 설마 병신같이 스타킹을 찢어버리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포장과 함께 스타킹이 찢어졌다. 


.........스바...



이것을 신을것인가 말것인가 오래 갈등하고 싶었지만, 난 지금 몹시 바쁘니 오래 갈등할 시간이 없다. 다행히도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뜯어졌으니 걍 신자, 라고 생각하고 신었다. 집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버스가 오는 시간을 조회해보니 앞으로 이 분 뒤. 앗, 이거 타야돼! 나는 아파트 입구를 나가면서 다다다다닥 뛰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면서 또 다다다닥 뛰었다. 내가 뛰어 버스정류장으로 도착하는 그 즈음, 버스도 저 쪽에서 오고 있었다. 다행. 탑승.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다리가 포근하고 따뜻하다. 캬. 역시 기모스타킹이 짱이야. 이건 바지보다 따뜻해. 지상 최고의 발명품이야. 크. 따뜻해. 이러면서 만족만족 하고 있다가 지하철 역에 내려서 또 다다다닥 뛰었는데 지하철이 막 출발해버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책을 꺼내들고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하철이 와서 탔는데, 사람들이 몇 없는 지하철안, 내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 자리는 비어 있었고, 여성용 지갑이 떨어져 있는게 보였다. 헐.



나는 책을 읽으려다 틈틈이 그 지갑을 노려봤다. 분명 지금 이 안에 저 지갑의 주인은 없다. 누군가 주인을 찾아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누군가 저 지갑을 들고 간다고 해도 저 지갑의 주인을 찾아줄 거란 걸 보장할 순 없다. 그래, 내가 내릴 때까지 아무도 저 지갑을 들고 가지 않으면 내가 들고가자, 내가 들고가서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정직하지 않을거야, 나만이 저 지갑안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은채로 주인에게 돌려줄 사람일거야,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지갑 안의 현금은 빼겠지, 그래, 내가 하자, 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내리는 오금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아무도 그 지갑을 건드리지 않더라. 할 수 없이 내가 그 지갑을 주워 들었다. 내가 그 지갑을 줍는 걸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보셨는데, 그 눈길이 도둑을 보는 것 같았는지는 모르겠다. 주인 찾아줄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내가 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것 같아 걍 아무말도 안하고 그 지갑을 들고 서 있었고, 그 할머니는 자꾸 나를 쳐다봤다. 아씨...줍지 말걸...괜히 주웠나...이제와서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자니 그게 더 이상하고.



그리고 오금역에서 3호선을 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너무 찜찜하고 걱정이 쌓이는거다. 지갑을 뒤져서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뒤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 나에게 받으러 오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랬다가 괜히 뭔가 나를 의심하면 어쩌나 싶으니 찜찜하고....그래, 경찰서에 갖다 주자. 라고 생각하다 보니 마침 양재역에서 내려 5번출구로 나가면 지척에 파출소가 있지 않은가. 그래, 바로 거기야, 거기다 가져다 주자. 그러면 주인을 잘 찾아주겠지, 경찰아저씨들은 그 지갑안의 내용물을 가져가지 않겠지, 그래, 바로 그거야! 라고 생각하고 안심한것도 잠시, 그렇지만 내가 양재역까지 가는 동안엔 그 지갑이, 남의 지갑이 내 가방 안에 있다. 나는 주인을 찾아줄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만약 지갑 주인이나 혹은 다른 사람이 지금의 나에게 남의 지갑이 있다는 걸 알고 내 가방에서 그것을 꺼내면, 나는 그 물건을 훔친 게 되는건가? 이런 걱정이 또 생겨버리는거다. 그러니까 나는 어쨌든 그 파출소에 가서 지갑을 제출할 때까지는, 훔친...뇬 인건가. 만약 지금 누가 내 가방에서 그 지갑을 꺼내어 '이건 네 지갑도 아닌데 왜 가지고 있지?' 라고 캐묻고, 내가 '경찰서에 가져다 주려고 했어요, 주인 찾아주려고 했어요' 라고 했을 때 과연 상대는 내 말을 믿을것인가, 를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은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갑자기........김기덕의 <나쁜 남자> 가 생각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무서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바. 이 미친 오지랖. 괜히 주웠어. 이제와서 그렇다고 꺼내어 버릴 수도 없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안주웠다면, 다른 사람이 주워서 그녀의 신분증이 타인에게 노출된다면, 지갑 주인이 험난한 미래를 맞이할 수도 있을테니 잘한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자꾸 김기덕의 나쁜 남자가 생각나서 ㅠㅠ 그 여자가 서점에서 남의 지갑을 주웠던 게, 그러다 결국 나쁜놈들에게 끌려가버렸던 게, 자꾸 생각나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을 읽으려고 펼쳤지만 활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아, 이 재미있는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 나는 자꾸만 지금 도착한 역이 어디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양재역. 내가 양재역에서 내려 파출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으면 돼, 그러면 돼. 라고 바쁘게 걸음을 옮겨 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로 가는 길의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보니 내가 타야할 버스가 앞으로 3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래. 파출소에 가서 이 지갑을 주고 돌아나오는 데에는 2분정도면 충분하다, 저 버스 탈 수 있어. 



그리고 파출소에 도착해 지갑을 주웠다고 하며 경찰의 손에 건넸다. 경찰 아저씨들이 많았고 젊고 잘생긴 경찰은 그들중 아무도 없었다. 저 이제 가도 되나요? 라고 돌아서 가려는데 경찰아저씨 한 분이 내용물을 같이 확인하자고 했고, 한 분이 내게 아가씨 연락처를 적으라며 무슨 노트를 내밀었다. 거기엔 어디서 주웠는지를 써야했다. 그 과정을 마치고 가도 될까요? 저 출근해야 해요, 라고 물으니, 아 출근하시는 중이구나 네 가셔도 돼요, 라고 한다. 나는 바쁘게 움직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마침 버스가 온다. 꺄울. 나이쓰. 버스를 탔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거다. 그건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게 되어서가 아니라 경찰아저씨가 '아가씨' 라고 했기 때문. 지난 주말에 산에 가다가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아줌마 길 좀 물읍시다' 라고 했었는데, 그 상처가 아직 지워지지 않고 깊이 깊이 남아있어서.........그랬는데...............아가씨라고 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에 도착했는데 타부서의 직원 한 명이 모카번이라며 빵을 준다. 나는 그 직원에게 말했다.



내가 우리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라고.






나도 눈동자 이런 색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런 색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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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3-11-0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동자만요???

다락방 2013-11-05 09:01   좋아요 0 | URL
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3-11-0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좋은일 하셨으니 나중에 복 받을거예요 근데 찢어진 스타킹이라니...웬지....

다락방 2013-11-05 14:0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로또 한 번 사볼까요.. 찢어진 스타킹이 왜요. 아무도 몰라요. ㅎㅎ

세실 2013-11-0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스바~~~ 시원해라!
스타킹만 찢어져서 다행이예요~~~~
참 착하고 반듯한 다락방님^^
그나저나 '내가 우리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라는 멘트를 받은 그 분 하루종일 행복했겠다.

다락방 2013-11-05 14:01   좋아요 0 | URL
전 별로 착하지도 않고 반듯하지도 않습니다, 세실님. 착하고 반듯하면 스바- 이런걸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겠습니까. ㅋㅋㅋㅋㅋ 불량한 여자사람인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 동료직원은 조만간 다른 빵도 또 사와서 준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게 일 년뒤가 될 지도 모른대요. 므흐흐흐

레와 2013-11-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프겠다.
(모카번 하나로는 부족할텐데... ( ") ㅋㅋㅋㅋㅋㅋ)

난 니콜 키드먼 같은 사파이어+블루로다가..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5 14:02   좋아요 0 | URL
님하..왜 하나일거라고 생각해요. 두 개 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 개 번개같이 흡입! 동료가 커피 내려준다고 했는데 내리는중에 이미 흡입완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11-05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11-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이렇게 험난한 출근길이라니요. 오늘 점심은 고기를 꼭 드셔야 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낮술도 한잔 곁들어서요.^^

2.저는 지갑을 가끔 줍는데 내용물이 아무것도 없는것만 줏었어요.
아마 볼일 보신 분들이 다 끝나고 그냥 휙~버린 지갑들인듯. 아쉽게도!

3.이제야 <참을수 없는~>읽기 시작했어요. 첫 문장부터 니체의 영원회귀라뇨.
이건 기대하던 바가 아닌데요. ㅜ..ㅜ

4.너무 투명한 눈동자는 제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좀 징그럽드만요.
저는 따뜻해 보이는 다락방님의 갈색 눈동자가 좋던걸요*^^*

5.참...모카번 따위로 회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직원이라면...
저는??????

다락방 2013-11-05 14:07   좋아요 0 | URL
1. 점심은 잡채밥 먹었는데 오늘 잡채가 다 불어있어서 별로 맛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살아야 하니까 싹싹 긁어 말끔하게 다 먹었습니다.

2. 지갑을 줍는다는 건 선의로 하기 참 껄끄러운 행동인 것 같아요. 아마도 김기덕 감독의 영향 탓이겠지만-_- 참..또 이런일이 생기면 또 이래야 하나...고민스럽네요. 에휴.. orz

3. 아, 그 책의 첫 문장에 그런 말이 나오나요? 전 읽던 도중 베토벤에 대한 얘기 나왔던 게 기억나네요. <꼭 그래야만 했나?> 라는 그 문장요. 거기에 대해서도 쿤데라가 아주 길게 말했던 것 같은 기억이....나중에 제가 다시 읽게 되면 또 다시 얘기해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쿨럭.

4. 아무개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아무개님은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기대하는 분입니다. 앞으로 엄청 크게 되실 거에요. 그정도를 통크게 쏘시는 분이시라면(!!) 크게 되실 게 분명해요!!!!!!!!!!!!!!!!!!!!!!!!! >.<

에르고숨 2013-11-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으로는 무슨 범죄물의 후기인줄 알았어요. 파출소와 눈동자의 이런 조합은 정말 다락방 님밖에 쓸 수 없는 따듯한 페이퍼, 에긔! 좋아요. (댓글 아직 20개 아니지요..? 아임인.)

다락방 2013-11-05 14:08   좋아요 0 | URL
파출소와 눈동자......라니 생뚱맞네요(라고 마치 내가 쓴 게 아닌것처럼 외면한다).
에르고숨님은 다락방의 페이퍼를 좋아하고 다락방은 에르고숨님을 좋아하고.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흣

관찰자 2013-11-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이 버스 잡으러 뛰는 내내,

'저러다 스타킹 올이 계속 밑으로 내려가서 결국 다 보이는 위치까지 내려오지 않을까'

괜히 조마조마 했네요.

그치만 이야기는 해피엔딩. ^^V

다락방 2013-11-05 14:09   좋아요 0 | URL
이게 기모스타킹이라서 그런지 올이 풀려서 밑으로 내려오고 그러진 않네요, 다행스럽게도. 사실 저도 그 부분을 약간 걱정했었거든요. 희희희희. 집에가서 꾸매가지고 신어야겠어요. 기모니까 가능하겠죠? 홍홍홍.

네꼬 2013-11-05 23:31   좋아요 0 | URL
꼬매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실 무게 때문에... (근거는 없습니다만..)

단발머리 2013-11-0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입니당 ㅋㅎㅎㅎㅎ

오늘은 11월 5일입니다.

다락방 2013-11-05 14:22   좋아요 0 | URL
일단 제 댓글은 갯수에서 빼야되는 거고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 ")

단발머리 2013-11-05 14:29   좋아요 0 | URL
아? 그러는 거예요?
11월은 30일뿐이란거 잊지 마세요~~~~~ *^^*

다락방 2013-11-05 14:30   좋아요 0 | URL
네? ( ") 네...............( __)

네꼬 2013-11-0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헝 다락님, 나도 오늘 힘든 하루였어요. 으헝헝헝헝.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으응. 그래도 짜장면하고 탕수육이 있었으니까. 같이 먹어줄 사람도 있고. 따뜻해져요, 네꼬님.

2013-11-0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흣
네네 좋아요, 좋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11-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같아요.
대사도 들리고 졸리가 막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여요 ㅎㅎㅎ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하아- 실제로 보면 졸리가 아니라 돼지가 뛰어다니는 걸텐데...하아-

아지라엘 2013-11-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이 와서 우연히 들어왔다 갑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른글도 읽다갈게요~~~

다락방 2013-11-11 17:09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포오브 2013-11-1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이 와서 첫대목이 평소에 출근-지각 어쩌고 하는 말에 호기심이 와닿아서 클릭해봤다가 읽게 되었네요.. *_~
(제가 소시적에 지각대장이였던 관계로;;)
후훗.. 다락방님, 글 잼나게 자알~ 읽었어요.. 착한 일 하셨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짝짝짝 ))))) ^^*
글 잼있게, 실감나게, 잘 쓰셨네요 ㅎㅎ 남의 서재에다가 댓글 달아보기는 알라딘을 따랑하면서도 첨이네요..^^*
언제나 일이 닥쳐야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는 거 어쩜 저하고 똑같으세요..^^; ㅋ_ㅋ
(아.. 나도 찔려..ㅋ 그래서 언제나 일상생활에서 정신없이 허둥댈때가 많지요?! 긁'적')
아만다 사이프리드 좋아하시나 보네요.. ㅎㅎ 사진도 잘 보고 가요.. ~_~

다락방 2013-11-11 17:10   좋아요 0 | URL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눈동자 색깔이 좀 특이하고 예쁜 색깔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