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기같은 놈 

 

                                             -다락방 

 

 

모기장을 치고 잤는데도
모기가 들어왔어
너는 모기같아
모기장 친 내 마음에도 들어왔지 

내 피를 쪽쪽 빨고 있을때 알았으면
때려 잡아 죽였을텐데
언제나 그렇듯이
물린뒤에야 알아챘어 

빨갛게 부어올랐고
너무나 간지러워서 박박 긁었어
괘씸해서 이놈의 모기 죽이리라 결심했는데 
내 피먹고 힘내서 도망갔나봐 

어디,
한번 더 물겠다고 달려들기만 해봐
살려두지 않겠어 

그래도 에프킬라는 못뿌리겠다
너라는 모기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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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10-2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게 썼으니까, 웃기죠 ^^
모기 같은 놈이라니! 그건 들어도 괜히 웃음 나올 것 같은 말이에요.
오랜만에 올린 시, 너무 반가워요.

다락방 2010-10-20 13:23   좋아요 0 | URL
쪽쪽 이란 단어를 써써, 때려 잡아 죽인다고 해서 웃기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쓰면서 막 웃었어요. 아 웃겨, 나 이런거 왜 쓰고 있지, 하면서요. ㅎㅎ
저도 제가 오늘 시를 쓸 줄은 몰랐네요.

아치 2010-10-20 14:4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나만 웃긴가봐. 왠지 감상을 수정해야할 것 같고. ㅡ,ㅜ;;

다락방 2010-10-20 15:13   좋아요 0 | URL
아치 바보. 감상을 수정하는게 어딨어요. 그리고 웃긴거 맞아요. 나도 쓰다가 뿜었다니깐. 웃긴걸 봤으면 웃으면 되고 슬픈걸 봤으면 슬프면 되는거지.

아, 직딩 아치 마음에 쏙 들어요! 아치 계속 직딩해요, 응? 이렇게 업무시간에 댓글도 달고 완전 좋잖아! ㅠㅠ

웽스북스 2010-10-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슬프지. 이상해.

다락방 2010-10-20 13:23   좋아요 0 | URL
안 이상해요, 웬디양님. 다 쓰고 났을때는 슬펐으니깐요.

웽스북스 2010-10-20 14:38   좋아요 0 | URL
내 피먹고 힘내서 도망갔나봐


여기가 제일 슬퍼요

다락방 2010-10-20 15:13   좋아요 0 | URL
난 죽이고 싶다고 하면서 에프킬라도 못 뿌리는게 젤 슬퍼요. 병신같잖아.

레와 2010-10-2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읽어주는 다락방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고..

모기가 '너'라서 에프킬라를 못 뿌린다니..!! 어쩔어쩔..

:)

다락방 2010-10-20 15:14   좋아요 0 | URL
캬. 레와님 댓글은 정말 소주를 부르네요. 차디찬 소주를 가운데 두고 우리 원샷해요. 목구멍에 털어 넣읍시다. 식도로 확 쓸려내려가게. 타들어가는 위장을 붙들고 함께 울어봅시다. ㅎㅎ

무스탕 2010-10-20 16:24   좋아요 0 | URL
캬. 레와님

요길 카레님이라고 읽다니..;;;;;;

에프킬라 뿌려서 단박에 죽이지 말고요 모기향 피워서 정신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어 떨어지면 주워서 투명상자에 가두세요. 빨린만큼 괴롭혀야죠!
(아.. 적고보니 괴기다...;;;)

다락방 2010-10-20 18:3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한테 댓글달고 퇴근해야지. 히히)
못죽이겠어요, 무스탕님. 애초에 죽일 마음이 있었으면 때려 잡아 죽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전 때리면서도 사실 죽일 마음이 없었던거죠. 전 모든 생명체를 사랑해요.(읭?)

바이런 2010-10-2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는 싫지만 모기같은 너한테는 어쩔 수 없는거군요. 어쩐지 저도 슬퍼요, 이 시가 ㅜㅜ

다락방 2010-10-20 15:14   좋아요 0 | URL
다음부턴 반드시 때려잡아 죽이겠어요! 불끈!!

슬퍼하지마요, 바이런님!
:)

전호인 2010-10-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에겐 아직도 모기에게 떨쳐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남아있군요.
그것이 애절함 있는 사랑일까요?
미련은 아니길 바랍니다만. ㅎㅎ

다락방 2010-10-20 15:38   좋아요 0 | URL
물파스를 발라주면 금세 낫는다는데, 물파스가 없어요. 계속 긁고 있습니다.
:)

무스탕 2010-10-20 16:24   좋아요 0 | URL
급한대로 침이라도... =3=3=3=3=3

다락방 2010-10-20 18:33   좋아요 0 | URL
침이라면 얼마든지!! ㅎㅎㅎㅎㅎ

차좋아 2010-10-2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내일 파리나 바퀴벌레로 지어봐야지~~

다락방 2010-10-20 18:34   좋아요 0 | URL
바퀴벌레로 해주세요. 바퀴벌레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좀 났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바퀴벌레 정말 보기 힘들텐데. 윽. 싫어요.

플레져 2010-10-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려잡아 죽였을텐데

내 피 먹고 힘내서 도망갔나봐

이 두줄에 각각 500줄의 밑줄을 그었습니다.
다락방 매거진, 시를 한편 지어봤어요 카테고리는 역시 흡족합니다 :)

그놈의 모기 잡히기만해-
그 입술에 파스를 붙여주겠어!
(어설픈 패러디를 마치며 총총)

다락방 2010-10-20 23:28   좋아요 0 | URL
무는 모기는 몰랐겠죠. 물린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지. 아, 이렇게 써놓고 나니 모기 나쁘다. 그쵸?

그놈의 모기 잡히기만 하면 숨구멍 작게 트인 유리어항 같은데 넣어두고 아무데도 못가게 가둬놓겠어요! 그러나 그 모기가 죽지 않게 하려면 가끔 제 피를 수혈해줘야 겠죠? 그러다가 저 모기인간 될까요?

전 지금 알 켈리의 고담시티를 듣고 있어요. 방안 가득 사랑이 가득차있는 기분이에요. (이건 대체 뭐라는건지.....)

poptrash 2010-10-2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한번 이상은 모기 때문에 자다 깨는 거 같아요.
죽여도 죽여도 모기는 계속 나오나 봐요.
그러니까 걱정말고 에프킬라 뿌리세요.

다락방 2010-10-21 08:31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번번이 저는 모기에 물려야 하나요?
이 모기 저 모기한테 계속 피 빨려야 하나요? ㅜㅡ

잘잘라 2010-10-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하고 사람하고,
덩치로 보나 뭘로 보나 상대가 안되는데,
그런데도 게임이 되는 이유,
모기는 죽기살기로 덤비고, 사람은 그냥 귀챦아서, 괘씸해서 그러고 잊고.

다락방 2010-10-21 10:19   좋아요 0 | URL
아!
죽기살기로 덤빈거군요! 그래서 저는 결코 죽일 수 없었던 거에요. 어쩌면 모기의 몸에 제 피가 흘러서 죽이고 싶지 않았던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었을지도 몰라요. 흑.

맞아요. 그 작은게, 그 작은게! 괘씸해라. ㅜㅜ

유부만두 2010-10-2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 물려봤어요? 것도 양쪽 발 모두? ....을매나 괴로운지... ㅜ ㅜ

다락방 2010-10-23 22:59   좋아요 0 | URL
윽! 끔찍해요! 발바닥 물리면 또 완전 간지럽고 손으로 긁으면 간지럼 더 타고 이래서 막 방바닥에 대고 발바닥 비벼야 되잖아요. 알아요, 알아요. 괴로워요 ㅠㅠ

비로그인 2010-11-0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한편 바꿔봤어요 21




- 바람결



촘촘한 모기장을 치고 자는데도
나는 들어갔어
그 모기장 너머로 내 마음에 들어왔지


내가 피를 쭉쭉 빨고 있을때도 알았지
때려 잡아 죽일수도 있었지
언제나 그렇듯이
물린뒤에 슬며시 손을 들었어


너는 빨갛게 부어올랐고
너무나 간지러워서 박박 긁었어
괘씸해서 나를 죽일거라 생각했는데
자기 피먹이고도 안쓰러워 애처롭나봐


어디,
한번 더 그 연한 살결을 물어볼까?
그런다면,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그치만 모기장을 쳐도,
에프킬라를 뿌려도,
손으로 내리쳐 나를 박살내도..
그래도 좋아 너의 손안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태그 아 왜이리 슬프지, "불쌍한"모기같은놈





다락님!! 잠자기 전에 뭔가 하나 생각나서..ㅋ 굿나잇입니다요~^^

다락방 2010-11-02 08:22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침부터 뿜었어요. 이게 말이죠, 시는 좋은데 어쩐지 바람결님에게서 나올만한 시가 아니잖아요! 안어울려요, 바람결님. 바람결님은 우아하고 고상한 시를 쓰셔야 되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결론은, 모기도 나 좋아서 물었다는 거죠, 지금? ㅎㅎ
 
가을방학 - 정규 1집 가을방학
가을방학 노래 / 윈드밀 이엔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소주도 못마시면서 소주마실땐 언제나 마주앉아 건배를 해줄것 같은 친구'같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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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0-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가 어쩜 이렇게 생활적일까요. 이렇게 담백해도 좋을까요. 난 요새 가을방학 중인 것 같아요. ^^

다락방 2010-10-20 10:08   좋아요 0 | URL
너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라는 가사가 정말 이 가을에 가슴 시리게 하지 않나요? 흑흑.

레와 2010-10-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방학, 나도 원합니다. 간절히..

다락방 2010-10-20 10:53   좋아요 0 | URL
나도 마음에 방학을 좀 주고 싶어요. 마음이 너무 열렬해. 이 마음을 좀 쉬게 해줘야 되는데. ㅠㅠ

nada 2010-10-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락방님 왜 그렇게 방황하는 거예요. 안타깝게시리...
방황을 끝내요, 이제 그만!

다락방 2010-10-20 11:44   좋아요 0 | URL
나의 의지는 끝내려고 하지만 나의 마음은 못끝내겠대요. 아 눈물나 ㅠㅠ
좀 안아줘요. ㅠㅠ

2010-10-20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0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0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0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icia 2010-10-2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정말 소주 못마셔도 언제나 마주앉아 건배해줄 것 같은 그런 앨범인가요?
그런 앨범말고 그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

다락방 2010-10-20 23:30   좋아요 0 | URL
전 그런 친구로는 제 욕심이 감당안되요. 물론 좋지만, 고맙지만, 행복하지만, 저는 그 이상을 원해요. 그래서 이 앨범에도 별을 완전하게 줄 수가 없었어요. 전 더 큰 것을 원하니까요. 욕심쟁이.

네, 다정한 친구같은 앨범이에요, 알리샤님.
:)

2010-10-21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 - Letters to Juli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예뻐져야지.예뻐져서 잘생긴 그의 앞에 짠,나타나야지. 사랑을 고백해야지.마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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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0-1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해요!!!!! 이땅엔 '그'가 없어

다락방 2010-10-19 23:22   좋아요 0 | URL
나의 고백은 한국어로 할때 가장 빛을 발하는데... 제발 이 땅에 있다고 해주세요, 네? 네? ㅠㅠ

웽스북스 2010-10-19 23:24   좋아요 0 | URL
외대 어학당 쪽으로 한번...ㅋㅋ

다락방 2010-10-19 23:25   좋아요 0 | URL
내가 너무 늙은건 아닐까요? ㅠㅠ

웽스북스 2010-10-19 23:27   좋아요 0 | URL
갑자기 자학으로 넘어가네요 다락방님 -_-

다락방 2010-10-20 09:00   좋아요 0 | URL
자학은 나의 특기. 훗 ^^v

마노아 2010-10-2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줄리엣에게 편지를 써야할까봐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다락방 2010-10-20 09:36   좋아요 0 | URL
갑시다. 가서 줄리엣에게 편지를 씁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영어 공부를 죽도록 합시다.

아, 할 필요 없겠어요.

나는 한국남자를 사랑하니까.

유부만두 2010-10-2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싫었던 사람은 저 혼자 인가봐요. - -;; 내가 이상한 건지?

다락방 2010-10-23 23:00   좋아요 0 | URL
아뇨, 그게 뭐가 이상해요, 유부만두님!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모두가 좋아한다고 해서 나까지 좋아하란 법은 없잖아요. 전 그런거 엄청 많은데요. 전 모두가 좋다고 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다가 던질 뻔 했는걸요! 읽자마자 누구 줘버렸어요. 꼴도 보기 싫어서요. ㅎㅎ 누구에게나 그런게 있는 것 같아요.
 
거짓말의 한가운데 - At the Heart of the Li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거짓말로 우리는 상대와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진실을 말하면 휘청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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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0-1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큰 거짓말은 상대의 거짓말을 알면서 속아주는 것' 이라던 대사가 인상깊었다.

moonnight 2010-10-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어제 EBS에서 상영했던 거죠? 보고 싶었는데 그만 '호타루의 빛'에 푹 빠져버렸다는. ㅠ_ㅠ;

다락방 2010-10-17 17:2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문나잇님! 어제 아침에 신문을 넘기다가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꼭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봤습니다. 헤헷

... 2010-10-1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그렇고, 지금 무슨 책을 읽고 계신가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10-19 17:58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 특별봉사대]를 읽고 있습니다! :)

판탈레온 때문에 완전 슬픔에 쩔어있어요. 사람들이 판탈레온한테 몹쓸짓을 해요. 다 나빠요. ㅠㅠ

... 2010-10-19 18:23   좋아요 0 | URL
요사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고자(?) 저도 요사작품 몇 권을 구입해 두긴 했습니다. <판탈레온 특별봉사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그리고 <염소의 축제>도 예약주문상태... ^^;;
음, 저는 지금 <거미여인의 키스>를 읽을까, <나의 미카엘>을 읽을까 고민중이예요.

다락방 2010-10-19 23:17   좋아요 0 | URL
저는 판탈레온 특별봉사대를 조금 남겨두었는데, 페루에서, 군대에서 판탈레온을 데리고 오고 싶어요. 제가 손잡고 도망치고 싶어요. 여기서는 당신이 살고싶은대로 살고, 하고싶은 말을 하도록 해요, 하면서 데리고 도망치고 싶어요. 흑흑.

거미여인의 키스도, 나의 미카엘도 좋아서 뭘 하나 먼저 추천을 못해드리겠네요. 선택하셨어요? ㅎㅎ

... 2010-10-19 23:42   좋아요 0 | URL
나의 미카엘로 가보려구요. 읽고 있는 책들이 몇 권되서 읽는 게 더딜 것 같네요.

다락방 2010-10-20 09:02   좋아요 0 | URL
나의 미카엘 읽고 어땠는지 얘기해주세요, 브론테님. 아 쓸쓸해.. ㅠㅠ

sslmo 2010-10-20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노벨상 수상작들은 너무 앞서거나 뒷북을 치는 경향이 있는데,다락방 님때문에 <판탈레온 특별봉사대>주문해야 겠습니다여~^^

다락방 2010-10-20 09:01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세상 모든 소설속 캐릭터들 중에서 판탈레온을 가장 사랑하겠다고 막 결심한 참입니다, 양철나무꾼님. 그에게 바치는 페이퍼를 하나 쓸까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하핫
 

나는 책임감이 무서웠다. 초등학교시절, 반장선거를 하면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반장으로 나를 뽑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반장이 되어 학급을 대표한다는 생각만 하면 무서웠고,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실망할지도 모르니 내가 선택한 합의점은 부반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한번도 반장을 해본적이 없다. 내가 다 아이들한테 나를 뽑지 말라고 해서 그런거지, 나는 뽑았다 하면 반장일테니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내가 했었던 건 부반장과 회장과 부회장이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었나, 전교부회장 선거가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나가보라고 하셨다. 학급 임원들만 모여 전교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데 회장은 6학년 중에서 부회장은 5학년 중에서 후보가 나와야 했다. 나는 부회장 후보로 나갔고, 후보에는 나를 포함하여 네명이 올라있었다. 나는 답답했다. 전교 부회장이 되면 어떡하지? 싫은데.. 전교 부회장은 너무 커...감당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모인 5,6학년 임원들은 다들 내가 모르는 아이들이었고 그래서 나는 나를 뽑지 말아 달란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러다가 뽑힐텐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데, 오, 이런! 

 

나 뒤에서 두번째였다. 부회장 된 애는 총 34표를 얻었고 나는 단지 10표를 얻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나는 부회장이 될 수 없었고, 나는 그때 패닉이었다. 나...... 원래 표 못받는 애였던거구나! 내가 그동안 반장을 하지 않았던 건 내 의지가 아니었구나. 나는 반장으로는 표가 나오지 않는 그런 아이었구나! 아무말 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냥 부반장 정도였던거구나. 그러나 그마저도 안되었던게 중학교에 올라가서 투표를 할 때는 이도저도 못했다. 후보에 간신히 올라(여섯명 올랐는데 6등했었음) 표는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난....안 뽑히는 애였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한 투표에서 나는 임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완전 충격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친구에게 참으로 말이 많았었던 것 같다. 엄마를 붙들고도 얘기했었다. 내가 .. 안될 수도 있는거였는데, 몰랐어, 라고.   

 

고등학교 2학년, 어느 점심시간 때의 일이다. 절친이나 베프라고 부를수는 없지만 그래도 친했던 한 친구가 다른 아이로부터 나에 대한 험담을 듣게 됐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전하면서 '정말 다락방이 나쁜 아이일지도 몰라'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내가 나쁜 아이이든 아니든 '나의' 친구가 별로 친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순간 나에 대한 가치 판단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어떻게 그러지? 대체 어떻게? 그 말을 전해들은 친구는 '야, 너 다락방한테 들은 말 아니잖아. 왜 그아이 말을 들어.' 라고 대응했다고 했는데, 내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고, 결국 5교시가 시작하고 나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수업이 끝나기 직전 소리내서 울었다. 아주 크게. 도무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울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 친구가 다른 사람말로 휘둘리지? 어떻게? 나는 엎드려 통곡을 했고 결국 선생님은 수업을 그만두셨다. 나는 내내 울었고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선생님은 나가셨다. 6교시 시작할때는 울음을 그쳤었다.  

나에 대해 나쁜말을 했던 친구에 대해서는 워낙에 무관심 했었던 터라 그 뒤로 졸업할때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한마디에 휘둘려 버린 친구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기는 했지만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게 되었다. 신뢰를 잃었으니까. 나도, 그 친구도. 설사 그 일이 없었다 한들 우리가 지금까지 친구였을까, 를 생각해본다면 그랬을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나는 그 뒤로 모든 맹세를 믿지 않게 되었다.  너 어차피 그래봤자 한마디에 휘둘릴 수도 있을 걸, 이라는 생각을 늘 가슴속에 하고있다. 내 앞에서 나를 좋아한다고 아무리 외쳐봤자 그것이 굳건할거라는 믿음 같은것도 그다지 가지고 있질 않다. 너는 어차피 한번에 떠날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마음가짐은 연애할때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나는 연인으로부터 비싼 선물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 안에 가치가 담겨있다면 더 못받을 것 같았다. 한번은 좀 오랜시간 만난 연인이 왜 대체 너는 뭐 사달라는 말을 하질 않냐고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물었다. 니가 뭔가를 사달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그를 사귀어 오면서 사달라고 했던 건 시디 한장이 다였으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얘기했다. 반지를 사달라고. 그러자 그는 알았다고 했다. 이번주에 반지 사러 가자고 했다. 그 때는 5월이었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말고 12월달에 사줘. 12월에 당신 인센티브 받으니까. 그때까지 우리가 헤어지지 않으면, 그때 사줘, 라고. 나는 항상 헤어질걸 전제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리고 그와는 8월에 헤어졌다. 

당연히 반지는 받을 수 없었다. 

 

 

어제 오랜만에 남자사람친구녀석 둘을 만나 술을 마셨다. 우리가 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연애와 이성에 관한 얘기였는데, 나의 시덥잖은 연애 몇건에 대한 얘기를 듣던 한명이 어제 내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병신' 이었다. 누나 병신이다, 진짜 병신이다. 남자 말 못알아듣네, 라고.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들으며 집에 가는 동안 내가 모르는 것들이 아주 많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모르고 있는 그 많은 것들을 내가 앞으로 다 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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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애편지 101015-for re-approval-r1
    from Blue veil 2010-10-15 12:55 
    사랑을 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할까. 어떤 이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껏 늘 나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이 중요했다. 한번은 나는, 내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가 나의 어떤 모습에 반응하는지, 어떤 눈빛과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다가와서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그가 모든 것을 깨뜨렸다.&#
 
 
치니 2010-10-1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나는 이 좋은 글에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네요. ^-^

다락방 2010-10-15 16:44   좋아요 0 | URL
음..댓글은 달리지 않고 즐찾만 늘었네요. ㅎㅎ

2010-10-1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10-15 17:33   좋아요 0 | URL
알아요. ㅎ


2010-10-1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0-1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글을 비공개로 했습니다.

다락방 2010-10-16 22:13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하세요.

2010-10-16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