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인에게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씨앗을 이용해 자기 아이를 유산시켰다. 아이들이 커서 자신과같은 노예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기니와 앙골라에서 온 흑인 여성노예들은…… 그들이 받는 가혹한 처우 때문에 이따금 자살하기도했다. 그렇게 하면, 고국에서 다시 자유롭게 태어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들이 내게 직접 해준 이야기다."
마리아 메리안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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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7-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화나는 😩

다락방 2021-07-08 10:40   좋아요 0 | URL
저 마리아 메리안 평전 읽고 싶은데 번역본이 없어요 ㅠㅠ

수이 2021-07-08 10:42   좋아요 0 | URL
원서는 있어요? 커피 다 마시고 컴퓨터 켤게요 락방님

다락방 2021-07-08 10:50   좋아요 0 | URL
원서는 있는데 독일어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천히 마셔요, 비타님!

수이 2021-07-08 10:53   좋아요 0 | URL
패스합시다 😜

얄라알라 2021-07-0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의 아름다움.
그리고 문구에 담긴 잔혹함.

다락방 2021-07-08 13:52   좋아요 0 | URL
왜 세상은 잔혹한걸까요, 북사랑 님? 언젠가는 그 답을 알 날이 올까요?
 
나비를 그리는 소녀
조이스 시드먼 지음,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림, 이계순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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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었고 교육과 직업이 허락되지 않았으며 마녀사냥까지 무참히 일어나던 당시에, 자신이 관심있어하던 곤충의 삶을 연구하고 기록하고 홀로된 여성으로써 아이를 키워냈던 일까지. 이 모든걸 곤충의 삶과 엮어낸 것도 참신하고 여남노소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기대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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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08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증거사진 올렸습니다-

다락방 2021-07-08 10:36   좋아요 2 | URL
오 그렇다면 달려갑니다! 고고씽!! =3=3=3=3=3
 

여러 분들이 같이읽기 7-8월 도서를 헷갈려하시길래 정리 한 번 하고 갑니다. 자꾸 8월달에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페미니즘의 투쟁》읽겠다고 하시는데, 아니야, 여러분.. 그거 9월달이야. 잘 따라와요. 자, 다시 한 번 정리할게요.



7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8월 '낸시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
















9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페미니즘의 투쟁》

















입니다. 10월은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입니다.

6월 출간예정이라던 이 책이 아아, 북펀딩.. 중이네요. 여러분 펀딩 하셨습니까. 저는 어제 했습니다.

펀딩 완료되면 8월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10월은 여성과 광기 갑니다.

여러분 펀딩 고고씽!!

















11월, 12월은 어떤 책을 정할지 계속 생각중입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하시는 분들은 같이읽기 도서 말고도 각자 따로 챙겨 읽으시는 것 같은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 이런 책들에 또(!) 관심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주의 책 읽기에 대한 다른 얘기.






카카오톡은 하지 않지만 카카오스토리에 계정은 있다. 여동생의 스토리를 보기 위해 가입한건데, 나는 거의 글을 올리지 않다가 한동안 책 산걸 올렸던 적이 있다. 며칠전 2018년 오늘이라며 위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읽고싶은 책들을 선물받았다고 되어 있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모두 다른 친구들로부터 받은 책들이다. 그리고 그 게시물에 여동생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이것들을 다 읽는데 얼마나 걸리겠냐고. 나는 아마 오래 걸리겠지, 답을 해두었는데,


2021년의 오늘 저 포스팅을 다시 보노라니, 와, 세상에, 위의 책들을 내가 다 읽은 게 아닌가. 난 이미 저 책들을 다 읽었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저 책들을 다 읽게 했다. 와.. 너무 멋있다. 누가? 내가.....





















차곡차곡 계속 해나가다보면 이렇게 차곡차곡 결과물이 쌓인다. 이것들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래서 아마 지금의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이중에서 내가 요즘 성경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부장제의 창조》를 다시 읽어볼 계획이다. 언제가 될진 나도 몰러..



매일 읽는 성경은 현재 191일까지 진행하였고 <시편>을 읽는 중이다. 시편 전에 <욥기> 읽을 때는 욥의 내면이 궁금해서 <욥기>는 조만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시편은 와, 세상 재미없어..... 시 같지도 않고...... 너무 재미없어. 그런데 겁나 길어서 요즘 매일 시편 읽고 있다... 후.......




자, 아무튼 여러분 매달 도서를 인지하시고(마리아로사는 9월!!!), 같이 읽고 싶은 도서 있으면 추천해주셔요. 제가 알아서 선택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모두 젠더 트러블 시작했나요? 전 아직... 서문과 해제 읽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서... 일단 다른 것들 좀 읽다가 가면..너무 늦을까요... 버틀러 님 왜케 어렵게 썼어요? 하아.


그럼 이만.



덧_ 아 그리고 혹시 래디쉬 2,3호 읽으실 분 말씀해주시면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미 본 책이고 판매되지 않는 책입니다. 필요하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보내드릴게요. 한 권씩만 있습니다.





이번달에 1,2일까지도 커피 안나오길래 어제 기존 커피 주문했는데 이렇게 오늘 아침 새로 나오기 있긔없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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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종결되지 않는 채콴자의 구매욕망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1-07-06 14:36 
    책은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원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 자체를 완전히 해설해줄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책에 나온 언어를 규정하고 알게 해주는 근원이 된다. 물론 그런 해설이 종결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결코 없다. - <젠더트러블> 초판 서문 79페이지 주디스 버틀러의 말대로 책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을 아우르며 이어져 있다. 책의 원천이 되는 책들을 읽어두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온 한 권의
 
 
청아 2021-07-06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경읽기도 아직까지 꾸준히 하고 계시군요! 👍부장님되시구 이래저래 분명 더 바쁘실텐데 놀랍네요. 이 페이퍼 읽고 자극이 팍팍 됩니다. 이미 읽으신 저 사진에 나온 책들 부터 일단 다 주워담아야겠어요. 팔로팔로!!👆

다락방 2021-07-06 13:05   좋아요 2 | URL
네 성경 읽기는 그런데 아직 구약도 못끝내서 얼른 끝내고 싶어요. 신약 내용도 너무 궁금하고요. 현재로서는 완독 마치고 나면 내년에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 후훗.
미미님 독서에 진지하게 임하시는 분이라 저 두꺼운 책들 읽으면서 얼마나 많이 밑줄 긋고 생각하게 되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화이팅!!

- 2021-07-06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리아 로사 ㅋㅋㅋㅋ 9월 뚜둔!!!
그리고 진짜 멋있어요 다락방님!’ㅜㅅㅜ (솔직히 나 자신도 멋있다) 우리 진짜 너무 멋있다…

다락방 2021-07-06 13:05   좋아요 3 | URL
너무 좋지요?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너무 좋지 않아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 2021-07-06 14:54   좋아요 1 | URL
멋있어서 진짜 ㅋㅋㅋㅋ 아우 나 너무 멋있는 데? 어쩔 ㅋㅋㅋ 이걸 고작 멋지다는 형용사 말고 더 한 용어 찾아내야한다곸ㅋㅋ 이 연사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락방 2021-07-06 15:40   좋아요 1 | URL
놀랍게도 여성주의 책을 같이 읽다보면 스스로의 멋짐에 가슴이 폭발해버리는 것입니다!!

독서괭 2021-07-06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짱 멋져요.. 전 저중에 제일, 아니 유일하게 얇은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도 절반 정도 읽고 완독을 못했네요 그러고보니;;

다락방 2021-07-06 13:06   좋아요 2 | URL
으하핫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잭 리처 시리즈 중에 무얼 살까, 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안읽고 가지고 있는거 있지만 종이책 사고 싶어서요. 하핫;;

독서괭 2021-07-06 13:1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신간 나왔다면서요. 신간 사시는 겁니다.. 근데 가불인가요??

다락방 2021-07-06 13:18   좋아요 1 | URL
사게 된다면, 네, 가불이 필요합니다.... 하아-

난티나무 2021-07-06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서 정리 해주셨네요. 저도 8월은 소설의 정치사인데? 하고 있었다는 ㅎㅎ

다락방 2021-07-06 15:38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 님은 알고 계셨군요! 아니, 자꾸 다른 분들이 8월에 마리아 로사.. 운운하셔서 ‘응? 내가 그거 8월 이라고 썼나? 8월 소설의 정치사 같은데?‘ 하고 다시 확인해봤더니 마리아 로사는 9월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님, 저 아직 젠더트러블 시작을 못하고 있어요. 무서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부만두 2021-07-06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젠더 트러블을 건너뛰고 ‘소설의 정치사’에서 만나겠습니다. (겁나서 반칙하는 거 맞고요)

다락방 2021-07-06 19:05   좋아요 1 | URL
네네 유부만두 님, 8월에 만납시다!!

유수 2021-07-06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같이 읽고 싶어요. 하필 젠더 트러블이라 두렵지만ㅎㅎ 입문자의 치기로 도전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21-07-06 22:01   좋아요 1 | URL
네, 환영합니다. 같이 읽어요! 같이 읽는데 딱히 어떤 규칙이 있는 건 아니고요, 7월 내에 완독하면서 읽는 중간중간 가능하다면 페이퍼(리뷰, 백자평, 밑줄긋기 모두 오케이) 쓰는 겁니다. 안 써도 괜찮고요, 쓴다고 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독서에 대해 읽는 본인의 감상과 기록이 남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 막 펼쳐서 옮긴이 해제 시작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몇 장 안읽고 일단 덮었습니다. 자려고요 ㅋㅋㅋ

자, 열심히 읽고 쓰세요!!

수이 2021-07-06 22:38   좋아요 1 | URL
얏호!

다락방 2021-07-07 08:32   좋아요 1 | URL
만세!!

얄라알라 2021-07-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미 저 책들을 다 읽었어! 와.. 너무 멋있다. 누가? 내가.....˝

다락방님 음성이 환청처럼 들리는듯!! ^^ 내가 다락방님 좋아하는 이유^^

피해갈래야 갈 수가 없는 주디스 버틀러의 압박^^;;;; 또 압박받고 갑니다^^;;;;

다락방 2021-07-08 13:51   좋아요 1 | URL
주디스 버틀러 너무 어려워서 해제읽다가 멈췄어요. 얼른 다시 시작해야 먼훗날 ‘내가 주디스 버틀러도 읽었다‘ 할텐데요. 하하하하하.

2021-07-08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8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키친 - 식재료 낭비 없이 오래 먹는 친환경 식생활
류지현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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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책의 실물이 궁금해 잠실교보에 갔다. 매대에 놓여진 이 책을 찾아 펼쳐보는데, 작가소개에 류지현 작가는 '냉장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식생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써있는 게 아닌가. 제로 웨이스트 키친, 이라는 제목에서 그리고 '식재료 낭비 없이 오래 먹는 친환경 식생활' 이라는 부제에서 나는 이미 낭비 없는 식생활에 대해 얘기할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냉장고 없이' 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좀 당황했다. 


저자는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하자 Save Food from the Fridge> 운동을 진행중이라 했는데, 당연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게 될까?'였다. 모든 음식과 재료를 구매하는 순간 냉장고에 넣어 쌓아두는 나로서는 그것이 될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거였다. 그것이 부정적으로 '안돼, 나는 냉장고 있어야 돼' 하고 책을 내려놓게 되는게 아니라, 그게 된다고? 하면서 펼쳐보게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부터 이 책을 읽는 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는 갈리게 될 것 같다. 무슨말이야, 현대에는 냉장고가 필수지, 하고 그냥 내려놓는 사람들도 다수일거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는데, 처음 부분은 저자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만들고 브런치를 먹고 그리고 점심 때는 있는 재료가 무언지 보고 이 재료들로 무얼 만들어 먹을까를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재료가 이게 있으니 이걸 만들자, 그런데 저게 없네 그러면 저걸 사오자, 하고 나가는 그저 식사를 챙기는 일상적인 모습.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나는 사람들이 자기 먹을 거 잘 챙기고 먹고 사는 게 너무 좋다. 혼자 먹더라도 예쁘게 먹고 또 잘 먹는 거, 끼니를 잘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하는 거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시작은 그 이야기 만으로도 내게 좋았다. 너무 좋았다. 아, 너무 좋다.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저기 멀리에서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그것만으로 나는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활자로 만나는 느낌이랄까. 나는 리틀 포레스트도 너무 좋아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한 이유는 어떻게든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데 있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어도, 밀키트를 이용한 요리를 해도 쓰레기가 엄청 나오는거다. 그렇지만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 직접 해먹는 걸 선택해도 쓰레기가 나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배달과 밀키트가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었다면, 내가 사는 재료들로 만들 경우엔 재료 낭비가 되는 거였다. 밀키트로 밀푀유나베를 만들면 필요한 재료가 적당한 만큼만 들어있는데, 내가 시장에 가 직접 재료를 사온다면 고기도, 배추도, 깻잎도 모두 남을 터였다. 그걸 다시 어떻게 쓰나 고민하면서 냉장고에 넣어둘 것이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잊히기 일쑤였다. 지금은 밀키트가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이 아닌가, 그것말고도 대안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보고자 한거였는데, 아니 이 책은 세상에나, 냉장고에 의존하지 않는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닌가!



냉장고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부지런해야 했다. 몸을 재게 놀리는 것도 그렇고 나에게 남은 재료가 무엇인지도 기억하고 들여다봐야 했다. 게다가 오래 두면 상하니 조금씩만 사둬야 했고, 그렇다면 시장에 더 자주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이 책이 너무 좋지만, 독립한 후에야 내게 쓸모가 있을 것 같다, 매대에 책을 다시 내려두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이 책이 너무 생각나는 거다. 거기에 음식 저장방법에 대해 써져있었는데, 거기에 남은 음식들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적혀 있었는데, 거기에 음식을 오래 두기 위해 어떻게 조리하는지도 나와 있었는데, 라고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나는거다. 몇년 내에 독립할 예정인 나는 나 혼자 살림을 살게 되면 늘 식탁 위에 이 책을 두어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왜 꼭 그때여야 하는가 스스로 묻게 되었고, 지금 미리 준비해도 되지 않나 싶었던 거다. 그렇게 나는 하룻밤이 지나 오늘, 점심을 먹고 이 책을 사러 천호 교보에 갔다.



천호 교보에 도착해 이 책을 찾기 위해 검색창에 넣었더니 F6-4 에 있다고 했다. 천호점은 잠실점처럼 크지가 않아 매대가 거의 한 눈에 보이는 수준인데, F 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직원에게 어디냐고 물어보니 저기, 에스컬레이터 지나서 우측으로 가라고 했다. 오, 거기에도 책이 있었어? 그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쪽인데. 그렇게 나는 F 를 찾았는데, 거기에는 생뚱맞게 아이들 학습지와 참고서가 있는거다. 하는수없이 근처에 있던 직원에게 F6-4 가 여기뿐이냐 물었더니 내가 찾는 책이 무어냐 했다. 나는 제로 웨이스트 키친이다, F6-4 에 있다고 했는데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가보다 했더니 그럼 다시 검색해보자는 거다. 그렇게 직원은 직원용 컴퓨터로 가서 책을 다시 검색창에 넣었고 거기에는 F6-4 대신 E6-4 가 써있는 게 아닌가. 아아, 제가 잘못봤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직원과 나는 서로 웃었는데 그러면서 나는 물었다. 그런데 E는 어느 쪽이지요? 직원은 저 쪽이라고 방향을 알려주면서 책 검색용지의 출력을 누르는 게 아닌가. 아아, 그렇게 종이가 쑥- 뽑혀버렸어... 이 내가, 그 종이 안쓸라고, 본 뒤에 쓰레기 되니까 굳이 안뽑고 외운건데, 아아, 이렇게 기어코 뽑혀버리는구나. 나는 아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내어 말했다.


"아아, 종이 안 뽑으려고 외운건데요.."


그러자 직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맞네요. 웨이스트....."


그렇게 함께 웃었다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책에 담긴 나의 사연이다.



나는 보통 도서관에 가도 그리고 서점에 가도 책 검색을 한 뒤에 종이를 뽑지 않는다. 여러권이거나 외울 힘이 없으면 핸드폰으로 화면을 사진 찍는다. 그것이 출력되고 이내 버려지는 게 영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그냥 외우면 되는데, 사진 찍으면 되는데 뭐하러 출력하나, 나는 이 종이 낭비에 보태지 말자, 싶어 늘 그러했는데, 아아, 외우면 어떤 일이 생기냐면, 내가 이렇게 잘못 외우게 되고 ... 그러면 기어코 시간과 노력을 들인 뒤에 낭비에도 보태버리게 되는 거다. 이 일은 내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걸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낭비 없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몸을 재게 놀리고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그것은 당연히 불편할 터였다. 냉장고가 없는 삶은 냉장고 있는 삶을 살았던 나로써, 당연히 더 불편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와 이 책의 책장을 한장씩 다시 넘기면서,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이탈리아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면, 내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지 못할 게 무어람. 내가 다른 식구들과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나 혼자라면, 그리고 혹여라도 내 앞으로의 삶에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이 나와 함께하게 된다면 나는 혼자 그리고 또 누군가와 함께, 냉장고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아예 냉장고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냉장고가 부엌 한 켠에 있다 하더라도, 모든 재료를 처박아두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하다. 냉장고 없이 보관하는 방법이 이 책에 있고, 오래 보관하는 방법 역시도 이 책에 있다. 맛있게 먹기 위해 최소한 며칠 내에 다 먹어야 하는지도 이 책에 있고, 심지어 채소들을 먹고난 껍질들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이 책에 있다. 


저자가 이렇게 살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쳐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음식과 재료에 대한 관심도 많고 또 요리도 잘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나 같은 경우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재료의 특징도 알지 못하니 처음부터 누가 알려주는대로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필수일 터였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 그리고 맛있게 먹기 위해 잼을 만들고 또 기름에 저장하면서, 양념 및 조미료로 저장하면서 산다는 것이 내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만든 걸 내가 먹는 삶. 잼을 만들거나 기름에 저장한다면 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겠지. 저자는 자신이 가진 재료들로 무엇을 만들어볼까, 잠깐 고민하면 요리가 뚝딱 나오는 사람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레 오늘은 이런 것들이 있으니 이걸 해서 저 채소들을 다 먹을까, 할 수 있지 않을까. 


텃밭을 가꾸며 산다면 상추며 깻잎, 토마토와 피망을 길러 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 책에 있는 것처럼 바질이나 부추도 가능할 것이다. 윽, 바질과 부추를 내가 먹을만큼 키우면서 사는 삶이라니. 너무 좋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부지런하고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은 이렇게 살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간 이런 거에 관심없이 살았던 내가 앞으로는 관심을 두면서 살 수 있을까? 나는 쓰레기를 줄이고 싶고 먹거리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 마음만으로 실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나를 설레이게 한다. 나는 이 책에 실린 모든 사진들이 좋고 모든 이야기들이 좋다. 저자가 지나치게 소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 점이 나랑 살짝 어긋나지만(왜 아침 그렇게 무시해요? 왜 그렇게 간단하게 먹어요?), 무엇보다 잘, 건강하게 먹고 사는 것 같아서, 그러면서 친환경적이라는 게 진짜 자지러지게 좋다. 


이 책에는 위에 언급한것처럼 재료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저장할 수 있는지 여러가지 방법이 실려있는데, 무엇보다 나는 생강술, 생강술에 아주 큰 관심이 있다. 생강술은 내가 꼭 한번 도전해서 맛보도록 하겠다. 생강술, 컴온!


아, 역시 이 책은 내 식탁위에 언제나, 언제나 있어야 된다. 나의 패이버릿이 될 것 같다.



생강술은 '시간이 만드는 저장 음식'(p.159) 이라는데, 여러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생강술을 가지고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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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7-04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 여러 모로 반성하게 되는 글이네요ㅜㅜ 생강술 궁금합니다ㅇ_ㅇ!

다락방 2021-07-05 10:29   좋아요 1 | URL
근데 생강술을 조미료처럼(그러니까 미림처럼)쓰려고 만들자는 의도인것 같아서 제가 생각하는 의도와는 빗나가는듯합니다. 하여, 생강술 대신 페스토를 만들어볼까.. 해요. 흠흠.

붕붕툐툐 2021-07-04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랑 공통점 발견~ 저도 종이 뽑는 거 싫어서 핸드폰으로 찍어요~ 냉장고 없는 삶을 지향하지만, 그러려면 진심 김치가 없어져야 할까요?ㅎㅎ 김치는 포기 못하겠다. 포기김치~

다락방 2021-07-05 10:32   좋아요 1 | URL
아, 툐툐님. 저는 이거 읽으면서 한 순간도 김치 생각을 안했거든요. 맙소사.. 김치 ㅠㅠ 저 김치 정말 너무나 사랑해요. 김치 만세입니다. 아파트에 살면 땅에 묻는 것도 불가하니, 흐음, 그렇다면 김치는 겉절이로만 먹어야 할까요.. 묵은지가 맛있는데.. 냉장고를 아주 없앨 순 없고 의존도를 줄이면서 살아가는 걸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 종이 한 번 보고 쓰레기 되는게 너무 싫어요 진짜 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1-07-04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학교 도서관 이용하고 집에 와서 가방 속을 보면 그 청구기호 종이들이 한 가득이였거든요..(언제 이렇게 뽑은거지?;;;)
뒤늦게 ‘한번 보고 나면 버려지는구나’ 라는 걸 깨닫고 요즘엔 검색대에서 청구기호 기억하고 책을 찾으러 가지요..
(까먹고 다시 돌아와 검색하는 건 가끔 있지많요..)
(이 글 보고 느낀것: 아! 검색 화면을 핸드폰으로 찍으면 되는구나!😅)

다락방 2021-07-05 10:32   좋아요 1 | URL
저도 한 권이니까 기억해야지 했다가 시간을 배로 들이는 바람에.. 아 정확히 기억하자, 그리고 가급적 내 머리 믿지말고 폰에 의존하자..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핸드폰으로 찍으세요, 앞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7-05 0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뭘 사도 깨알스토리를 덤으로 사오는 인생!! 🤓

다락방 2021-07-05 10:32   좋아요 2 | URL
나는 사람들이 참 좋아.. ♡

독서괭 2021-07-05 0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실천 어려울 것 같지만 참 좋은 생각이고 궁금한 책이다.. 이러며 읽다가 마지막 보고 왠지 빵 터졌네요 ㅎㅎ 생강술 ㅎㅎ

다락방 2021-07-05 10:34   좋아요 1 | URL
근데 생강술 대신 바질 페스토로 바꿔타야 겠어요. 생강술... 조미료로 쓰라는 말인 것 같아요. 먹으면 안되나? 소주 들어가는데... 흐음. 흐음...
중간에 아주 많이 재료 보관법이나 사용법 같은게 나와있긴 하지만 저는 처음 부분에 작가가 밥 해먹고 시장보러 나가고 하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제 취향의 책입니다!! >.<
 
제로 웨이스트 키친 - 식재료 낭비 없이 오래 먹는 친환경 식생활
류지현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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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먹거리에 신경을 쓰고 친환경을 고민하는 걸 읽는 것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자체 만으로도 완전 내 취향. 식탁 위에 두고 수시로 들춰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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