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7-9월 도서 안내, 그리고 기록

책은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원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 자체를 완전히 해설해줄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책에 나온 언어를 규정하고 알게 해주는 근원이 된다. 물론 그런 해설이 종결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결코 없다. 
 - <젠더트러블> 초판 서문 79페이지


주디스 버틀러의 말대로 책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을 아우르며 이어져 있다. 


책의 원천이 되는 책들을 읽어두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온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소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떤 책이 낯선재료로 조리되어 속에 얹히더라도 역시 읽어두는 게 좋은 것은, 그러니까 때때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눈으로라도 읽어놓는 것을 권하는 이유는, 어차피 "해설이 종결되리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책들은 내가 이해한만큼을 열어 보여줄테고, 또 나는 남은 여분의 이해를 위해 이어지는 책들을 읽어가겠지. 혹시라도 이 책에 대한 거의 완전에 가까운 인식에 닿게 되는 날, 그날이 바로 그 책이 내게서 만큼은 흥미를 다한 죽은 책이 될테니 이제는 읽기 어려운 책이 몇년 전 처럼 많이 겁나지는 않는다. 


서문을 읽으면서 약간의 당혹감과 또 약간의 흥분에 휩싸였는 데, 내가 지난한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의 과정을 통해서 이 책을 어느 정도 이해할수는 있을 만큼의 독서 근육이단련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오래 전부터 나 자신도 놀랄만큼 후기 구조주의자들을(-_-;;;;) 이미 좋아하고 있었다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서다.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들의 방식으로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데에 이미 포섭되어 있었다? 아아. 당혹스럽다.


버틀러의 이런 문장들에 엄청 동의한다. 


(p.61) 게다가 문법이나 문체는 둘 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 지적 화술을 지배하는 법칙을 배운다는 것은 *규범화된 언어를 주입당한다는 뜻이고, 그에 순응하지 않은 대가는 가독성 자체의 상실*이 된다.  

(p.63) 나는 또한 배제당한 삶의 폭력성의 실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삶'이라는 이름을 갖지 못하며, 그런 삶의 유폐 상태는 삶의 중지나 유예된 사형선고를 의미한다. (…) 이러한 탈자연화의 글쓰기는 단순히 언어와 유희하려는 욕망에서 행해지거나, (…) 극적인 익살극을 지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기 위한 욕망, 삶이 가능해지도록 만들려는 욕망, 그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보려는 욕망에서 행해진 것이다.

(p.69) 나는 후기구조주의(…), 그것은 '나'라는 것이 유효한 언어로 표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당신이 읽고 있는 이런 '나'는 부분적으로 언어 속에서 인칭의 가능성을 지배하는 문법의 결과이다. 나는 나를 구성하는 언어 바깥에 있지 않지만 그런 '나'를 가능하게 만드는 언어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해하기로 그것은 자기 표현의 결속이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당신에게 나의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문법을 떠나서는 당신이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문법을 투명한 것으로 간주하면 인식 가능성을 설정하고 해체하는 바로 그 언어의 국면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설명한 대로 그것은 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좌절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까다롭게 굴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 없이는 어떤 '나'도 나타날 수 없는 어떤 문제에 관심을 모으려는 것뿐이다. (…) 언어 안에서 '나'의 불투명성을 이해하려는 노력(…)  


허허..😂. 저 글들을 또 내 맘대로 거칠게 정리하면, 목 넘김이 좋은 진부하고 자연스러운 언어의 사용과 글들은 사회가 환영하는 문법들 속에 있는 언어이므로 소화하기 수월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사회가 배제하는 이들의 말과 글은 부담스럽고 괴이하다. 그것들은 때때로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내 안에 사회가 소외시키고 있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을 말하고 쓰고자 한다면, 아마 그 언어들은 괴상하고 혼란스러운 모양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와 소통하고 싶어 그것을 사회화된 글로 다듬는다면?! (사회화에 성공하면 소수자의 글쓰기가 아닐테고, 그러나 사회가 배제하는 것들을 지적해야는 겠으니) 그 어려운 소수자-지식인의 줄타기로서의 몸부림이 버틀러 식의 어떤 난해한 글쓰기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 같다는~~ 정도로 풀어쓰고,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져 와보는 다음의 문단(참고로 아래 에세이의 저자는 주디스 버틀러의 충실한 역자기이도 하다).





그들은 다시 살기 위해, 제대로 살기 위해, 계속 살기 위해, "주어진 말이 아니라 찾아내야만 하는 말"(모리스 블랑쇼)을 발굴하려고 한다. 그것은 첫 번째 말이기에 터무니 없고, 들릴 수 없는 말이기에 미친 것이고, 삶으로 충만할 말이기에 쾌락이고, 가난한 말이기에 맑다. "A는 A"라고 하는 사회적 언어는 살아 있는 존재들을 위한 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죽은 말이다. 죽은 말 속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많이 아플까. 아니 그것은 모욕이다. *나의 유일무이한 느낌과 경험, 삶을 위한 말은 남들도 쓰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 지금까지 나의 말은 장황하고 뒤죽박죽이었다. 나의 말, 결함이 많은 말, 말 같지 않은 말을 알아들으려고 계속 여기에 머물렀다면, 이제 당신은 당신의 동의를 구하길 거부하면서 어쩌면 당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다음의 문장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불구의 삶, 사랑의 말> 89~90페이지.


저자가 이후에 인용해온 글은 모리스 블랑쇼의 글들로 블랑쇼는 누구냐면 우리의 미셸 푸코가 탐독했다던 문학평론가 되시겠다.ㅋㅋㅋ 나는 지난 달에 신나서 블랑쇼의 책을 사고 한문단 읽고 바로 책장 꼭대기 층 맨 오른쪽에 박아 두었다. 단 한 줄도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살아생전 은둔자셨다고 하니, 본인의 책이 유폐당한 들 제자리를 찾았구나 싶을 거다 생각한다. 어쨌든 난해하기로 유명한 버틀러의 글쓰기가 이러저러저러이러한 근거에 의한 글쓰기였다면, 조금은 읽어보마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러분. 너무 겁내지 마. 주디스버틀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닌 것 같아.) 


렇다 하더라도 어렵기는 분명한 책이라서 나역시 가까스로 읽어나가겠지만, 

그래도 이 책 <젠더트러블>을 읽으면서 기뻤던 것은 이미 함께 읽어둔 책들이 있어 든든했기 때문! 

(우리 개 멋짐 뿜뿜 🥰)



- 먼저 읽었기를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던 책 - 





























모두 알라딘 서재안의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멤버들과 함께 읽었거나, 읽다보니 목록이 겹쳐진 책들이다.  위의 세권은 함께 읽지 않았으면 절대 완독 못했을 책이었다. 이 글이 함께 읽기의 아름다움으로 끝맺어진다면 좋았으련만...그러나 문제는... 이 책이라는 잔혹한 뫼비우스의 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나를 이런 가당치도 않은 장바구니 보관함으로 인도하고 있다. (끔찍한 혼종 같아 보이지만 나름 내적 일관성이 있는 도전 목록이다) 푸하하하하하하!!!


게일루빈이랑 맥키넌 꼭 읽어야겠고, 이리가레 크리스테바 너무 읽고 싶어졌고, 그러려면 프랑스 현대철학이랑 현상학, 실존주의, 여타등등 좀 더 알고 싶고... 으아앙!!! 😭 나 부양 고양이 있는 가장인데, 언제 다 읽노..  미쳐따. 이와중에 기본소득 - 사회주의 - 젠더분업화 - 가사노동 - 등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으아아// .... 



- 버틀러를 만나 장마 때 개천 불어나듯 불어나고 있는 나의 알라딘 장바구니 - 


































책들이 막 다 한권에 삼만원 넘는것도 있고.

문제는 저 책들을 집에 꽂아둘 데가 없고. 저놈의 책들 이고 지고 2년마다 이사다닐 생각을 하면 으어어. 

책도 사고 집도사야 하니까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주식... 주식으론 부족해... 그래... 코인... 펀드...!!!!...중얼중얼...

그렇다! 나는 신자유주의 페미니스트!!다!!!!!



미니즘 책 읽기로 시작하여 어느덧 채콴자(책환자)가 되어버린 이의 결론은 부동산. 자본의 자기증식보다 더 빠르고 심각한 욕망의 도서목록 증식. 제가 하고 있는 이 말같지도 않은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너무 어렵게 느껴지신다고요? 이것은 문체 스타일의 문제로 근대가 채 포섭하지 못한 사회화되지 않고 남은 잔여물이 마저 사회화되기 위한 몸부림.

책은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원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 자체를 완전히 해설해줄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책에 나온 언어를 규정하고 알게 해주는 근원이 된다. 물론 그런 해설이 종결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결코 없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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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7-06 14: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악 저런 문장들을 읽고 동의하시다니 ㅜㅜ 전 뭔소린가 싶습니다..(먼산)

공쟝쟝 2021-07-06 15:11   좋아요 4 | URL
저 개정판 서문은... 책이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하여... 자기가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합리화의 문장인듯 하옵니다.

난티나무 2021-07-06 15: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존경합니다. 많이!!

공쟝쟝 2021-07-06 15:28   좋아요 2 | URL
우리 함께 읽다보면 자기 자신을 존경하고 있는 모습을 1년안에 발견하실 겁니다. 나만믿어요. 함께하자!!

다락방 2021-07-06 15: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젠더트러블 읽는 동안 쟝님 페이퍼 여러번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기 살구칵테일 저거 나 있다? 있기만 해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7-06 15:2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버틀러 안좋아한다고 ㅋㅋㅋ해놓고 버틀러 옹호하고 있고…. 푸코 싫다고 하면서 푸코 구글링하고 있고…. ㅋㅋㅋㅋㅋ 클났어 우씨…

유부만두 2021-07-07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채콴자 365호 인사 전합니다. 앗, 제가 0을 두개 빼먹…

공쟝쟝 2021-07-07 10:28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365호라니 높은 기수!!! 저는 4865호입니다!! 슨배님!

syo 2021-07-07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겁나 똑똑이!

공쟝쟝 2021-07-07 16:47   좋아요 1 | URL
시끄럽지만 그와즁에 똑똑함이 바로 내 코어!

잠자냥 2021-07-07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콴자 이거 너무 좋네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7-07 16:48   좋아요 2 | URL
그쵸 ㅋㅋㅋ 이거 유행어로 밀어봐야지 !!! 채콴자!!!! 알라딘 채콴자들~~~

단발머리 2021-07-13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내 생각이에요. 쟝쟝님 열씸히 부지런히 버틀러 읽게 해놓고, 천천히 쟝쟝님 페이퍼 따라 읽으면서 버틀러 정리해야겠어요.
방법은 그거 하나뿐이에요! from 아직 버틀러 시작 안 한 1인

난티나무 2021-07-13 16:48   좋아요 3 | URL
어쩜, 제가 한 생각과 꼭 같습니다. 저도 공쟝쟝님 페이퍼 따라 갈려구요.

공쟝쟝 2021-07-13 17:52   좋아요 2 | URL
오늘치 버틀러는 다 읽었고 (젠더트러블 집어던지고 버틀러 해설서 읽음ㅋㅋㅋ) 저는 어쩐지 그리워진 여혐문청 스팅고를 만나러 소피의 선택을 펴봅니다…

유수 2021-07-14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 글은 일단 참말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먼저 읽었기를 다행인 책 저는 아무것도 안읽었으니까. 나에게 우쭈쭈…! 저는 구월부터 하는 젠더트러블 공부모임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니까 칠월에 글자만 구경할거예요 글자만..

공쟝쟝 2021-07-14 22: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글자 구경!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꾸준히 해야하는 것! 그러다보면 나의 자산이 되는 것! 걍 읽기 ㅋㅋㅋ 함께 읽으면 글자만 읽어도 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