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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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섬세하게 풀어낸 연작 단편집.
햇빛, 사소한 대화, 찰나의 순간 등을 행복으로(혹은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만큼 잘 써낼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비밀과 사연이 있고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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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4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쓰고 와서 이거 봣다! 흐흐, 스트라우트 인생 잘알… ㅠㅠ

다락방 2021-12-14 11:51   좋아요 1 | URL
크! 진짜 천재같아요. 어떻게 완전히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잘할까요..

- 2021-12-14 12:21   좋아요 0 | URL
스트라우트의 어린시절이 가난했던 걸까요.. 가난을 낭만화하지도 인간을 아름답게만 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쓸까요. 스트라우트 만세야… 진짜~ (다시 감격하며 울러간다)

다락방 2021-12-14 13: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어떤 삶도 작가가 끼어들어서 좋다 나쁘다 하질 않죠. 가난에 대해서도 낭만화하지 않고 가난한 삶을 살았어도 또 어떤 사람은 작가가 되고 어떤 사람은 집에 틀어박혀있고 정말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줘서 최고되는것입니다. 너무 좋아요. 천재천재 ㅠㅠ
 














린다가 자란 곳은 노던일리노이로, 아버지는 그곳에서 사료용 옥수수 농장을 성공적으로 경영했다.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는데 늘 부산스러웠지만 다정했다. 그들의 성은 나이슬리였고, 린다를 포함한 세 자매는 프리티 나이슬리 걸즈로 통했다. 그녀는즐거운 유년기를 보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린다에게는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그녀가 학교에 있는 사이 어머니가 집을 나가 작고 지저분한 아파트로 옮겨가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은 린다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 어머니가 죽은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다. 몇 달 뒤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했지만 아버지가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후 어머니가 작은 주택 - 지저분한 아파트에 이어에서 혼자 살아간 것, 딸들에게 신의를 요구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딸들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 그뿐 아니라 자유를 얻고자 한 어머니의 시도가 불치의 전염병이라도 된다는 듯 어머니의 친구 모두가 보인 공포반응에 어머니가 친구들과의 관계마저 포기한 것, 그 모든 것이 린다의 삶에서 - 지금까지는 가장 강렬한 사건이었다. 린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그 다음주에 빌 피터슨이라는 이름의 동네 청년과 결혼했고, 일 년 뒤 이혼했지만 그의 성은 유지했다. 그리고 위스콘신의 어느 대학에서 제이를 만났다. 똑똑하고 굉장한 부자인 그가 제공하는 삶이, 추방되어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무섭고 끈질긴 이미지로부터 그녀를 멀리 떼어 놓아줄 것만 같았다. -<금 간>, P118-119



왜 '신의를 요구'한 것이 어머니를 만나는 일을 해서는 안됐었는지, 그것을 딸들에게 신의라는 이름으로 강요한 아버지에 대해서라면 그것은 아버지의 잘못이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것은 아이에게 상처였겠지만 어머니랑 관계가 소원해지게 했던건 아버지의 잘못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왜 집을 나갔을까. 자녀들이 즐거이 유년기를 보냈다고 생각할만큼 가정주부로서 충실한 삶을 살던 어머니가 왜 집을 나갔을까. 아직 어렸던 린다에게는 학교에 다녀와보니 엄마가 집을 나간 것, 혼자인 엄마를 아빠도 받아주지 않고 친구들조차도 모두 외면했던 것, 그래서 작고 지저분한 아파트에서 혼자 늙어간 것을 목격하는 일은 충격이었고 강렬했다. 그 일은 린다에게 크게 영향을 미쳐 린다로 하여금 삶에서 '혼자 늙어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른식으로 반응하게 되고 또 다른 영향을 받는다. 린다의 자매들 역시 같은 엄마의 딸이었지만 그 삶의 형태는 제각각이며, 또한 린다의 남편과 같은 남편을 만났을 때도 혼자인게 두려워 차라리 그런 선택을 하게될지는 알 수 없다.


린다의 남편 제이는 자신의 집에 민박하러 며칠 묵게되는 젊은 여자들을 불법촬영한다. 욕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본다. 린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때로는 옆에서 다른 젊은 여자들의 몸을 자신도 보기도 한다. 그런 남편의 노트북에는 그런 여자들의 영상들이 많다. 남편은 자신의 집에 머무는 여자들의 파자마를 훔치기도 하고 강간을 시도하기도 한다. 린다는 알고 있다. 모르는 바가 아니다. 린다도 그런 남편이 싫다. 남편이 없는 다른 여자들을 부러워한다.



린다는 캐런-루시 토스에게 질투를 느꼈는데-그녀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은 억압된 감정이 아니었다- 캐런-루시가 유명하고 아이가 없고 여전히 예쁘기 때문이어고, 남편이 없기 때문이었다. 린다는 한때 남편의 똑똑함에 그토록 감동받았으나, 지금은 그저 그가 사라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금 간>, P92



심지러 린다 부부의 딸도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다. 어느날 아버지의 노트북을 보고 이 일을 알게된 딸은 이 사실을 너무 끔찍해하며 다시는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더 나쁘다고 소리지른다(왜 엄마가 '더'나쁠까. 범죄를 묵인한 건 물론 나쁘지만 범죄를 저지른게 더 나쁜데.) 그러니까 자녀로부터 외면당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욕을 얻어먹고 심지어 남편이 끔찍해서 같은 침실을 쓸 수 없는데도, 그녀는 남편의 죄를 잠자코 받아들인다. 남편이 저지르고자 했던 강간에 대해서도 모른척한다. 왜? 그녀는 '추방되어 혼자 사는 삶'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차라리 각방을 쓸지언정, 저 방에서 범죄를 저지를지언정, 그녀는 혼자 살아가는 일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절대로 자신에게 혼자 늙어가는 일을 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린다는 자신이 앞으로도 남편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성범죄자의 아내들이 남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저게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나라면 그런 남편 너무 끔찍해서 바로 갈라설 것 같은데, 라는 것이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의 심정이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단편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런 남편과 함께하기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이 끔찍함' 보다 더 큰 '다른 끔찍함'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차라리 혼자 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아니 그건 너무 끔찍해, 견딜 수 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거다. 엄마가 혼자 살고 늙어가는 걸 보는게 너무 그녀에게 컸으므로. 물론 이같은 상황에 같이 놓였다고 해서 모두가 이같은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이만큼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다 다른 사람이라서, 살인현장을 목격하고난 뒤 경찰이 될 수도 있고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혼자사는 게 너무 끔찍해서 성범죄자의 동조자가 되어버리길 선택하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가장 끔찍하다고 생각한 '혼자되기'에 놓이지 않을 수 있었지만 대신 성범죄자의 옆에 내내 있어야 한다.



그런 한편, 도티는 어떤가.



도티는 어른이 되기 전에 엄청 가난하게 살아서 그뒤로 오랫동안-필요 이상으로 오래-옷가게건 정육점이건 빵가게건 백화점이건, 어느 가게에 들어가든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다가 나가달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리라 예상했다. 도티는 그 수치감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고, 누구든 자신의 민박집을 찾는 사람은 결코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도티의 민박집>, P256



수치감을 간직하고 자신은 그런 수치감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같은 환경에서 자란다고 했을 때 모두가 다 도티같은 마음을 먹는건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수치심을 더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각자에게 내재된 성질이 있고 또 자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것들은 자기들끼리 결합하여 지금의 나를, 지금의 이런 선택을 만들어낸다. 만약 혼자인 집에서 초라하게 늙어가는 엄마를 보는게 도티였다면, 그런데 도티가 제이를 만났다면, 그랬다면 도티는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만약 린다가 가난하게 살아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랬다면 린다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쩌면 이런 가정들은 모두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선택은 없었을테니. 



2주연속 주말마다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걱정하던 일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임을 알게된 토요일에는 나를 완전히 풀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도 읽히질 않아 그래 기쁘자, 즐거운 걸 선택하자, 했고 나는 그렇게 와인을 따라 마셔가면서 내한공연 떼창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외국가수들이 내한공연 왔다가 한국 관객들의 떼창에 크게 감명받는 걸 보는 게 진짜 너무너무 좋다. 나라는 사람의 노래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고 돈을 내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감사한데 내가 부르는 노래를 죄다 따라부르다니, 게다가 내 노래는 이들에게 외국어인데 그걸 다 외워서 부르다니, 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심지어 나는 '미카'의 공연에서는 그 현장에 있기도 했다. 나는 가사를 다 외워가지 않았었는데(그 때까지는 떼창문화를 몰랐다) 그 공연장의 그 많은 사람들이 미카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걸 보고 와- 진짜 어메이징하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 뭐지? 우리나라는 영어교육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영어를 시키면 모두 천재가 되어있을지도 몰라! 여기에 와서 미카의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부르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학교에서 영어 점수가 높은 사람들인건 아닐터였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에미넴의 노래를 혹여라도 따라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감히 따라부를 수 없는 속도의 노래다.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고 가사 보면서 따라부르다가 어버버하며 포기했더랬다. 대체 이걸 우리나사 사람들이 어떻게 따라부르는거야. 대단하다. 그러니 에미넴이 왜 감동받지 않겠는가. 에미넴이 우리나라 관객에게 하트를 해준 것은 매우 유명하고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다들 놀란다고 한다.


'앤 마리'의 떼창 역시 아주 유명하다. 앤 마리가 내한공연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콘서트 당일에 주최측에서 갑자기 취소를 한다. 그리고는 티켓을 예매한 사람들에게는 '앤 마리가 취소했다'고 말했고, 앤 마리는 자신의 SNS 를 통해 결코 자신이 취소한게 아니라고 (주최측의 거짓말이란다), 여러분이 내 콘서트를 기다렸을텐데 급하게 자신이 호텔을 빌렸다고 했다. 그러니 시간 되는 사람은 그저 와서 즐겨달라고, 티켓값은 없다고 말했다. 그녀로서는 미안한 마음에 급하게 결정한 거였고 게다가 그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라(아마도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보다 많이 왔고, 게다가 그들이 떼창을 해주는거다.





하나를 보기 시작하고 다음 영상 다른 영상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가수들의 공연 영상까지 보게 됐고 그렇게 인류에 대한 사랑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그 어느 순간, 나는, 오, 맙소사, 이 영상을 보게 된다.




아니, 저 좋아죽을라고 하는 남자는.. 뭐지? 크리스토퍼? 내가 모르는 가수, 모르는 노래다. 나는 검색해본다. 1992년생의 덴마크 가수란다. 와. 이렇게 잘생긴 가수가 있었어? 공연 분위기에 감동해서 좋아 죽는 표정도 너무 좋지만 후렴구에서 뭔가 재간둥이처럼 발 움직이는 거 왜케 좋아... 
나는 이 공연 영상 말고 다른 영상을 찾아보았다.





이 무슨 .. <잘생긴 개자식>을 영화화한다면 어울릴법한 비쥬얼.. 어쩔것이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랜만에 나의 심장이 요동치네... 요동이여....

번역된 가사를 보노라니 그러니까 이 <BAD> 라는 노래는 '너는 나쁜 사람인데 그래도 나는 너를 놓을 수가 없네' 뭐 이런 가사인가보다. 나쁜 사람.. 나쁜 사람을 사랑해? 놓을 수가 없어? 그거... 나니? 나도 나쁜 사람인데..... 크리스토퍼, 혹시 영화 찍을 생각은 없니?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일자산에 다녀왔다. 흙길을 밟는 건 꽤 오랜만인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이어폰에서는 크리스토퍼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크리스토퍼를 상대역으로 상황극에 들어갔다. 무더운 여름의 하노이 한 까페. 나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까페에 아이스아메리카노 사러 들어왔던 크리스토퍼가 나를 보고는 안녕, 하더니 무슨 책을 읽느냐 묻는다. 나는 표지를 보여주면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야... 혹시, 아니? 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는데 한참을 얘기하다 헤어지며 그는 내게 '내일도 여기 올거니?' 묻는다. 나는 '흐음, 아직 잘 모르겠어. I don't know.'  라고 말하고, 그는 내게 내일도 와, 우리 만나서 또 얘기하자,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오케이 여기에서 내일 열시에 만나, 라고 하고 우리는 see you tomorrow  하고 헤어진다. 

다음날 같은 곳에서 만난 우리는 각자의 음료를 시켜두고 나는 '그런데 널 어디서 본 것 같아, 혹시 너 스타니? Are you a star?' 라고 물어보고 그는 껄껄 웃으며 응 맞아 가수야, 라고 말하고는 너같은 여자는 처음이야..라고 말한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to be continued...



그나저나 어제 북플앱에서 독보적 체크하는데 책 검색을 <모든것이 가능하다> 로 쳤다니 대뜸 이렇게 되었다.




읭?? 이게 뭐야? 나 모르는 책인데? 왜 이게 뜨지? 이 책이 스트라우트 책보다 더 많이 팔려서 그런가? 하고 스트라우트의 책을 다시 살펴보니 제목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였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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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12-13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스트라우트 다 읽어야지! 했는데 이 책은 좀 패쓰하고 싶어지네요. 물론 저런 배경에서도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정확하게 내밀하게 날카롭게 빛났을 테지만요. 일단 다락방님 완독 후에 별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오늘의 픽은 Are you a sta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한테 마지막 동영상 보여줬잖아요. 모두 다 알더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3 10:08   좋아요 1 | URL
스트라우트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요 스트라우트는 음 뭐랄까. 인간을 그저 인간으로 보는것 같아요. 여자나 남자로 보기 전에 그저 한 명 한 명 인간으로보고 또한 페미니스트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단지 여자든 남자든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 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한달까요. <금 간>이라는 단편은 잘못 썼으면 되게 기분 나쁜 소설이 됐을것 같은데요 끔찍한 내용을 다루지만 왜 이런걸 써, 왜 이런 등장인물을 만들어? 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뭐랄까, 책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다 읽으면 별점 주고 구매자평 쓸 예정이지만, 일단 말씀드리자면 별 다섯입니다. 흠흠.

젊은이들은 모두 아는 크리스토퍼 였군요. 역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늦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참...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13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에요. 비슷한 제목인데 책 표지 이미지는 저렇게 달라.....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토퍼 와, 난 오늘 부장님 이 페이퍼에서 처음 알았는데, 왜 자기가 잘생긴 짐승처럼 생겨가지곤 ㅋㅋㅋ 널 더러 짐승이래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다부장님 미카 공연 간 거 뜻밖. 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3 11:41   좋아요 3 | URL
크리스토퍼 완전 잘생겼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취향. 둠칫 두둠칫 몸짓에서 어깨와 전완근 저는 쓰러집니다.. 당분간 제 상황극 속 주인공 되실텐데, 아, 영어 공부좀 정말이지 열심히 해야겠어요.

저 미카 완전 좋아했어요! 지금은 기운이 딸려가지고.. ㅋㅋㅋ 근데 미카 콘서트 갔을 때도 이미 나이 들었던 터라 제 친구는 옆에 의자에 앉아있는데 저는 일어나서 계속 뛰어가지고 콘서트 끝나고 완전 체력 방전됐네요. 부러 스탠딩 좌석 아닌 걸 선택했는데 의자 선택해놓고 일어나서 뛰기 있긔 없긔? 나란 여자..
박정현 콘서트 가면 울고 미카 콘서트 가면 뛰는, 그런 여자입니다.
나는 나쁜 사람.. 크리스토퍼가 포기할 수 없는 사람.....

- 2021-12-13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금 간>보고 뭐랄까 심란한 마음이었는데 다락방님이 이렇게 써주시니까 좋으네요….. 저 지금 밖인데 손꼬락 곱아서 타자 못치겠어요…. 암튼 우이 함께 무엇이든 읽고 있어요 ㅋㅋㅋ 저도 밥 두그륵 먹을거예여 ㅎㅎ 추워 ㅠㅠ

잠자냥 2021-12-13 12:28   좋아요 3 | URL
*우이* 함께 무엇이든 읽고~ ㅋㅋㅋ 손꼬락 곱은 티 팍팍 나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3 12:30   좋아요 4 | URL
곱았어 곱았어. 밥 두그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먹어요, 쟝쟝님. 많이 먹고 힘내고 따뜻하게 지내야 해요! 그래야 우리 계속 함께 읽고 쓰고 그런다. 오케? 잠자냥 님처럼 한그릇만 먹고 그러면 안돼요 안돼. 두그릇, 밥은 두 그릇!!

- 2021-12-13 12:43   좋아요 2 | URL
굳이 손 곱아가며 멀리까지 걸어와서 뼈해장국 중 ㅋㅋㅋ 아 소주시키고 싶다 ㅋㅋ 정신차려 ㅋㅋㅋ 나여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13 12:44   좋아요 2 | URL
괜찮아~ 시켜~ 그리고 다부장님 초대해 ㅋㅋㅋㅋ 한낮에 혼 소주 먹는 쟝쟝 생중계 유튜브 조회수 폭발!

- 2021-12-13 12:46   좋아요 2 | URL
콩나물 해장국젭이었으면 모주 각인데 ㅋㅋㅋ 아 추우니까 맨날 소주 생각난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요즘은 주1회 음주하는 나는 절제력 있는 여자 ㅋㅋㅋㅋ 크하하라하하

- 2021-12-13 12:5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미안해. 나 뼈 열심히 발라서 거기에 밥을 넣으니까 국밥 그륵이 넘쳐서 한그륵만 포도시 먹었어 ㅋㅋㅋㅋ ㅋㅋㅋ 그치만 반찬 하나도 안남김!! 아 뚝배기가 좀 작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3 14:49   좋아요 3 | URL
저도 오늘 순대국 먹었는데 밥 한공기 먹었는데 엄청 배불렀어요. 순대국은 진짜 영양만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은 영양보다는 칼로리 만점이지만. 깔깔.

아 쟝님 조만간 낮술 한 잔 하자. 우리에게 그런 날이 오겠지.. (그렁그렁) 우리 음주방송 하는겁니까. 조회수 폭발이 아니라 있던 구독자도 다 떨어지는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12-13 13: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든것이 가능하다> 저 책도 성경을 필사하시는 다락방님에게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표지가 좀 무섭기는 하지만 😅

- 2021-12-13 13: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

잠자냥 2021-12-13 13: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3 14:50   좋아요 3 | URL
아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성경 필사 안하거든요? 그냥 읽는 거거든요? 그러고보니 오늘로 351일 되었네요. 이제 2주만 더 읽으면 성경 한 권 완독합니다. 만세!!!

새파랑 2021-12-13 15:14   좋아요 1 | URL
제가 필사는 착각했었어군요 😅 성경 완독은 완전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1-12-13 17:4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14 16:08   좋아요 1 | URL
필사던 완독이던 반갑네요^^
저도 완독 기념으로 취리히 해설 성경 선물 받았어요^^

다락방 2021-12-14 16:29   좋아요 1 | URL
저 이제 완독하려면 2주 남았는데 머릿속에 내용 들어오지도 않고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완독에 의미를 두고 완독한 후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성경이 한 번 읽었다고 내용파악 다 되는게 아니어서 계속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성경 읽으면 다른 독서에 분명 도움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읽습니다. 후훗.

mini74 2021-12-13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그럴때 많아요. 스트라우트 좋아하는데 이 책은 못 읽어봤어요. 담아갑니다 *^^*

다락방 2021-12-13 14:52   좋아요 3 | URL
저도 아직 스트라우트 작품 안읽은게 있어요. 버지스 형제도 못읽었답니다. 스트라우트 진짜 너무 좋아요, 미니님!!

책읽는나무 2021-12-13 2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날 살던 동네에 성추행범이 바로 앞동네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부인이랑 같이 살고 있다는 소릴 듣고 띠잉!!!!!....이사를 오는 그 4 년동안 그 아파트를 지나갈 때면...또 잠깐 띠잉!!!!! 나는 아직도 그 부인이 잘 이해가 안갔었는데..아!! 혼자 살아가는 걸 두려워 한다!!! 좀 이해가 갈 듯 말 듯 하네요??

떼창 영상!!! 저 한동안 일주일 내내 떼창 영상 유튭 찾아 본 적 있었네요!! 너무 좋고 벅차던데...지금은 그냥 저냥 음!!! 하는 수준이 되었지만요^^
근데 다락방님 그 떼창 현장에 있었다굽쇼??
와.....부럽네요ㅋㅋㅋ
앤 마리!! 착하네요~^^
앤 마리의 공연 영상 중 한국과 일본 공연 비교 한 걸 봤는데...ㅋㅋㅋ 앤 마리 일본에선 왠지 머쓱해 하면서 부르는 듯한??ㅋㅋㅋ착해~^^
떼창 분위기 속 댓글들도 웃겼는데...
한국 학생들 외국 가수 콘서트만 다녀 오면 스피킹이 완전 는다고(발음과 암기력)...그리고 콘서트 티켓 예매함과 동시에 노래방 달려 가 팝송 가사 외우기 바빠 애들 목 쉬고 체력 딸린다 그러고...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2-13 21:32   좋아요 2 | URL
근데 독보적 책!!!!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독보적인 다락방님♡

다락방 2021-12-14 13:45   좋아요 2 | URL
음 그건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성범죄를 참아주는게 혼자 사는것보다 낫다, 라고 보기보다는요
이 끔찍함이 저 끔찍함 속에 놓이는 것보다 차라리 견딜만하다, 라고요. 소설속 ‘린다‘는 자신에게 ‘가장‘ 끔찍한 걸 피하기 위해 스스로도 나쁘다, 끔찍하다는 걸 알면서 남편의 범죄를 묵인하거든요. 이건 확실히 책으로 보는게 더 나을것 같아요. 물론 책으로 읽는다고 해서 아! 하고 다 이해가 되진 않을 수 있지만요.

이제는 저렇게 일어서서 둠칫 두둠칫 하는 공연은 못가요. 체력이 너무 딸려서 ㅋㅋㅋ 이제는 발라드 공연만 가서 우는것만 합니다.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못간지 한참 됐지요 ㅠㅠ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다. 1화부터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중년의 여성이 정치권에서 한 자리를 차지고 있는 걸 보여준다는 거다. 


이정은(김성령)은 국가대표 출신의 사격선수로서 현정권의 임기 1년을 남긴 채 문화체육부 장관에 발탁된다. 현정권에서는 별 무리 없을 인물로 그 자리에 앉혀두고 명목상 '체수처'를 만들어 일하게 한다. 체수처란 <문화체육예술계 범죄 전담 수사처>를 의미하는데, 그저 형식상 보이기 위한 조직이다. 대충 이런거 한다~ 라는 거 보여주기만 하라고 '이거 해라' 한건데, 이정은은 눈치 없이 여기에 진심이다. 본인이 운동 선수로 일하면서 어릴 적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자신을 폭행한 코치가 아버지였던 지라 경찰에 신고해도 그 아버지에게 다시 돌아가야 했던 기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은은 진심으로 그런 환경에 놓인 선수들을 돕고 싶어한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남편이 납치되는 등의 일이 벌어지며 그것이 진행되는 과정이 이 드라마에서 보여진다.


차정원(배해선)은 검찰출신 야당 4선의원이다. 차정은이 이정은을 정치인 만든 장본인이긴 하지만 이정은을 싫어한다. 차정은은 차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겁한 방법을 쓰기도 하고 상대를 속이기도 한다. 차차기 대선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 모습을 그려보며 흐뭇해하기도 한다. 야망을 갖고 비겁한 행동도 하지만 성희롱하는 목사에게 씨발이라고 욕하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여기에 바로 여자 의원의 차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검색해보니 김성령은 67년생이고 배해선은 74년생이다. 중년의 여성으로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그리고 장관 역을 맡아 보여준다는 게 나는 너무너무 좋다. 나는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어도 그곳에 어쨌든 여자의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의원들이 많아 지기 위해서는 여자의원들이 더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하게 여성의원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얼마전에 독일에서 총리에 남자가 임명된 걸 보고 독일의 한 청소년이 남자가 총리된다는 걸 받아들여야죠, 라고 인터뷰한 기사를 보게 됐는데,  그 청소년으로서는 자신이 태어나 지금까지 본 총리가 여성총리였던 거다. 내가 보는 것만큼 내가 꿈을 꿀 수가 있다. 여성의원이 더 보이면 여성의원을 꿈꾸는 사람도 많아질 수 있다. 왜, 스컬리 효과도 있지 않은가.


스컬리 효과 Scully effect: 이공계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난 효과


드라마 <x 파일>의 의사출신 FBI요원인 스컬리를 보고난 후 많은 여성들이 이공계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는 거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197



남자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로맨스의 상대가 아니라, 하나의 중심 인물이 되어 극을 이끌어가는 걸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여성 배우들이 젊었을 때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다가 어느 정도가 되면 엄마나 사모님 등의 정해진 조연 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중년의 여성이 장관으로 나오고 야당 의원으로 나온다? 게다가 그것이 조연이나 보조적 역할이 아닌 주인공이다? 너무 좋지 않은가. 이정은 이라는 장관의 옆에서 장관의 일을 보좌해주는 대변인, 차관, 디지털 홍보팀장, 보디가드 등에는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다. 그들은 장관의 일을 최대한 돕고 장관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극중 이정은과 차정원이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그들이 쉽기만 했을까? 그들 모두 성희롱과 폭행등을 겪어왔다. 여자라는 이유로 당한 멸시는 오죽할까. 이정은을 싫어하는 차정원에게 누군가 '너가 그렇게 그녀를 미워하는 건 너는 갖은 고생하고 올라왔지만 그녀는 쉽게 올라온 것 같아서 질투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하자 차정원은 말한다. 


"없어. 쉽게 올라오는 여자는 없다고."


차정원이 이정은을 아무리 미워한다고 해도, 그리고 차정원은 수시로 '이정은의 본색이 드러날것이다' 라고 말한다 해도, 알고 있다. 자신처럼 그녀 역시 여자로서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여기까지 왔을 거라는 것을. 그런 건 그냥 아는 거다. 우린 다 알고 있다.


















나는 국민의 힘 지지자도 아니며 윤석열의 지지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재명의 지지자도 물론 아니다. 누가누가 더 싫은가 내기내기 해보자 하는 것같은 행태를 보이는 지금의 대선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답답해진다. 그런 참에 국민의 힘 선대위원장으로 이수정이 발탁됐다. 이수정의 국민의 힘 영입으로 인해 이수정이 그럴 줄 알았다부터 다른 속셈이 잇다, 남편 때문이다 등등 일단 '국민의 힘' 선대위원장 이라는 것 때문에 엄청나게 욕을 들어먹고 있던데, 나로서는 그녀를 지지한다. 현재 윤석열이 어쩔수 없이 유력 대선후보 중에 1인인 바, 그렇다면 그런 윤석열 옆에, 선대위원장이라는 자리에 누군가 있어야 할거라면 이수정이 낫다고 본다. 이수정이 없는 국민의 힘보다는 이수정이 있는 국민의 힘이 더 낫다. 이수정 역시 그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실수하기도 하고 착각하기도 하고 빻은 발언을 하기도 하고 또 어쩔 수 없는 '아들 엄마'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나는 이수정이 그 또래의 진보나 보수를 모두 합친 남자 200명 보다 아니 2,000 명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극중 차정원이 다른 남자의원듣보다 나은 것과 같은 이유다.  옳지 않은 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아도 남자들이 가던대로 가는 것보다 낫다는 확신이 있다. 설사 그녀가 원하는 게 더 큰 자리라고 해도 아 임 오케이. 좋다. 드라마속 차정원 처럼 차차기 대선후보를 노린다? 나이쓰다. 나는 이 편도 좋다고 본다. 하시라. 뭐든 하시라. 그동안 자기가 맡은 바 일을 묵묵히 해온 사람으로서 노출되는 건 얼마든지 오케이다. 다만 걱정인 것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이수정의 어떤 뜻이 얼마만큼 받아들여질것인가 하는 것인데, 짐작컨대 아마도 혼자 외롭지 않을까 싶다. 해도 해도 안돼서 외롭지 않을까, 생각만큼 고쳐지지 않아서 고독하지 않을까, 하는 것.  이수정이 윤석열을 돕겠다해서 이수정을 보고 윤석열을 뽑을 사람은 글쎄, 있을지 모르겠다. 나만해도 이수정이 뭐든 하는 거 오케이지만,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윤석열이나 국민의 힘을 지지하진 않는다. 이수정 교수는 그동안 가출 청소년을 이용하는 오픈채팅방에 대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고 의제강간 연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으며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대체할 다른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도 한참을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연신 자신이 아무리 얘기해도 법이 바뀌지 않아 야속하고 답답하다는 얘길 해왔던 터다.  직업적 행동으로 말만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줬던 사람이다. 나는 말보다 행동을 믿는다.



이수정: 저로 하여금 평생 동안 이런 일을 하게 만든 이유가 바로 그 분개심입니다. ‘아, 이건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내가 눈곱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어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 일을 하게 했어요.(돌로레스 클레이번) - P69 


이수정: 범죄학에는 여성 범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악녀 가설‘이 있습니다. 보통 피의자가 여자라면 경미한 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데 여자가 고의적으로 사람을 죽이면 여자가 감히 사람을 죽이다니! 하며 남자보다 형량이 훨씬 높아진다는 거죠.
고유정 사건을 보면, 시신을 훼손한 살인 사건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이 거의 다 남자였잖아요. 그러다가 이번에 여자 피의자가 나오니 이름도 굉장히 빨리 공개되고, 유달리 수선을 피우면서 고유정이 대체 누구냐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죠. 고유정이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죽여라, 사형시켜라 하는 분위기 아니겠어요.
악녀 가설은 이처럼 ‘여성이라면 당연히 ○○ 해야 한다‘는 선입견, 전형성을 벗어나는 살인 피의자는 오히려 더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가설입니다. (숨바꼭질) - P263


이수정: 경제력의 가치만 본다면 기생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희는 아이를 키우잖아요. 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본질적으로 기생충이 될 수 없다고 보거든요.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이를 키우는 행위의 본질을 평가 절하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여성은 아닐 거라고 추측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숨바꼭질) - P265


이수정: 가정을 대체할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여성가족부 소관입니다. 그래서 여성 가족부가 지역사회 청소년 상담 복지 센터와 연계해 ‘위기 청소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팔려 가는 소녀들) - P379




이수정 교수는 일전에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수정의 책이나 인터뷰 그리고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피해 당하는 여성의 입장에 서려고 하는 것이 한결같았을 뿐. 나는 그 점을 믿고 지지한다. 윤석열도 이준석도... 대화로 아무것도 풀어나갈 수 없는 사람들인것 같지만............ 뭐 어쨌든 한결같이 본인의 일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계속 하시라. 어디에나 모습을 자꾸 비추시라. 그리고,


이수정 외의 다른 중년의 여성들 그리고 더 나이 많은 여성들도 더 보여지길 바란다. 그런식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노출되고 보여지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내게 이 회사에서 임원이 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내 주변의 여자들의 바람과 같은 마음이다. 우리 엄마는 흰머리 염색을 안하신 지 몇개월 되었다. 아빠를 포함한 다른 가족들, 친구들 모두 염색 좀 하라고 하는데 나만 홀로 꼿꼿이 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 엄마 하고 싶은대로 해! 하면서 엄마의 염색하지 않음을 지지한다. 남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꾸미는 일을 거부하는 여성, 나이들어가는 것을 감추기 위해 꾸미는 것을 포기하는 여성,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여성,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아이가 없는 여성, 정치하는 여성, 판사 검사 변호사인 여성, 의사인 여성, 이공계 출신의 여성, 기타 등등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많이 보여지길 원한다. 제2의, 제3의 스컬리 효과가 계속 나타나길 바란다. 유령도 잡고 나라도 구하고 지구도 구하는 여성들이 더 많이 보여지길 원한다. 차차기 대선후보에 도전할 중년여성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다.
















영화 <고스터버스터즈>를 보고 유령잡는 멤버가 되고자 한 어린아이의 사진이 많은 걸 말해주지 않는가.




그나저나 차정원은 차차기 대통령이 될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차차차차기를 노려볼까..


일요일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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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2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1-12-12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저 지금 선거 너무 답답해서 빨리 5년이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어요ㅠㅠ다락방님 제발 다음 대선 출마를!!!😉

다락방 2021-12-13 09:38   좋아요 3 | URL
그 5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미미님? 너무 짜증나요. 아니 어떻게 이지경이 되었을까요? ㅜㅜ
완전 맙소사에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1-12-12 2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초롱초롱한 아이들 눈 보니까 넘 예뻐요. 진짜 이번에 누구 뽑지 싶어요. ㅠㅠ 정답없음이 될까봐. ;; 예전엔 차악과 필요악 중에 고른다 생각하고 그나마 선택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번엔 누굴 뽑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21-12-13 09:30   좋아요 3 | URL
맞죠맞죠. 너무 예쁘죠! 너무 좋더라고요. 여성 히어로를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길 꿈꾼다니 너무 좋지 않나요? 모든 직업에 여성들이 더 많이 진출하고 보여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번에 심상정 입니다. 무조건 심상정 입니다. 당연히 심상정이 되기를 바라고 찍는거지만 설사 안된다해도 제 표를 결코 다른 이들에게 주지 않을거에요.

꼬마요정 2021-12-12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하나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 ㅎㅎ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니까요. 여튼 지금은 너무나 답답ㅠㅠ 그러니 다락방님이 출마를 222!!!!!!!

다락방 2021-12-13 09:39   좋아요 2 | URL
맞아요, 꼬마요정 님.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지요. 미국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아놨었기 때문에 저는 너무나 불안합니다 ㅠㅠ 그래도 끝까지 가보고 또 다른 결과를 기대하려고 합니다. 휴..

mini74 2021-12-12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관련해서 팸? 관련 다큐를 봤는데 여자아이들이 더 많은 위험과 착취의 대상이 되더라고요. 집을 나가는 것도 결국 가족에 의한 그런 이유에서고. 중년여성들 멋집니다 ~

다락방 2021-12-13 09:40   좋아요 2 | URL
맞아요, 미니 님. 이수정 교수가 팟캐에서 가출팸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가출 팸 내에서도 성착취의 대상이 되고, 레이첼 모랜의 책을 보면 가출한 청소년은 성매매로 갈 확률도 많아지고요.
더 많은 희망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잇도록 다양한 여성 어른들이 보여지면 좋겠어요.

건수하 2021-12-13 0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 마음으로 이수정 교수님을 응원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그런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저는 꼭 둘 중 고르지 않아도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1-12-13 09:42   좋아요 3 | URL
맞아요 수하님. 모든것이 마음에 들진 않죠. 말씀하신것처럼 그런데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도 모든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답니다. 인간은 모두들 결점투성이인데 그 와중에 이수정 교수님이라면 낫지 않은가, 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저 역시 둘 중 고르지 않을겁니다. 고를 상대가 없는데고 굳이 이중에 고르겠다고 선택하진 않을거에요. 저는 희망을 놓지 않겠어요. 다른 결과를 기대해보겠어요. 불끈!

잠자냥 2021-12-13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 전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 됐을 때 내 집에 텔레비전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여전히 텔레비전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는.... 누구든 그 면상 5년 동안 볼 생각하면 소름끼치게 싫은데 이준석 얘는 왜 또 젊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그 면상을 봐야할지?? 평생 텔레비전 없이 살기로...;

우리나라도 메르켈 총리처럼 여성이 계속 총리해서 ㅋㅋㅋ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 남자가 어떻게 총리를 하냐고 어리둥절해 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2-13 13:21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제가 그 대선 이후 한동안 티비를 보지 않다가, 런던올림픽 때 잠깐 켜보고, 다음 대선 토론 이후에는 티비를 처분(부모님 댁에 드림) 했었답니다…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 댓글을.. ㅠㅠ)

다락방 2021-12-13 14:48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이준석도 앞으로 계속 나올텐데 이를 어쩌면 좋나요. 저는 텔레비젼 잘 안보지만 그래도 보기 싫은 얼굴 너무 자주 보게 돼요. SNS 에서 막 사람들이 올려가지고 흑흑 ㅠㅠ 싫어요 안보고 싶어요. 이상한 말 하는 것도 너무 듣기 싫고요.

그런데 하버드는... 뭘까요?
공부를 잘한다는 건.. 뭘까요?

 

오늘 아침 일찍 번쩍 눈을 떠서 스맛폰을 들고(이러면 안되는데..) 북플에 들어와 한 번 쭉 훑은 뒤에, 아아 늦잠 자도 되니까 다시 자자 하고 누웠는데, 오늘은 토요일 아무때나 졸리면 잘 수 있는 날이니 지금은 일어날까? 하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나와 물을 한 잔 마시고 차가운 도시여자답게 네스프레소에 캡슐을 넣고 커피를 내리면서 아아, 직장 여성의 주말이란 넘나 좋아.. 하다가 커피가 내려지길 기다리며 책장이 있는 나의 서재방으로 갔는데, 아아, 언제나 보이는 그 풍경을 물론 오늘도 어김없이 또 보게 된다.






아아.. 심각하구먼.. 이걸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나는 주저 앉아 책장을 하나 주문한다. 어떤 책장을 주문할까 고민하진 않았다. 기존에 주문해서 조립해두었던 것과 같은 것을 주문하면 되니까. 한 번 조립해보았으니 더 쉽겠지. 그 책장은 이것. 지금은 페미니즘 책 전용 책장이다.



요거 하나 더 사서 옆에다 두면 저기 책들 다 꽂히겠지. 그런데.. 그럴까? 두 개.. 사야할까? 하다가 다 내려진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면더 다시 책장 앞에 선다. 나는 오늘 할 게 많았는데. 저녁엔 스테이크를 구워 와인을 마실 거고, 그 전에는 읽어야 할 책들을 하루종일 읽을 계획이었는데. 읽기 싫다 오바마... 하고 책장을 보다가, 정리를 하면.. 그러면 좀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무모한 정리의 여정을 시작한다.


책장을 정리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경험한 바 있겠지만, 저 바깥의 책들을 꽂기 위해서는 어딘가의 책들을 빼내야 한다. 그러면 그 뺀 책들은 어쩌나? 어딘가에 다시 꽂아야 한다. 그럼 어디다 꽂나? 무언가를 빼야 한다. 그러니 책의 개수를 줄이지 않는한, 공간을 늘리지 않는한,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아주 깔끔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 이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변명이자 핑계이다)


게다가 이 책을 하나 빼어서 저기다 꽂고 저거 빼서 여기다 꽂고 하다가, 아아 나한테 이런 책이 있었지.. .하고는 책 하나 꺼내서 좀 읽어보게 되지 않나? 그렇게 내가 뜬금, 갑자기, 꺼내든 책은 이것이다.
















아아, 나한에 이런 책이 있었네? 나는 포르노 책장을 한 칸 따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하면서 이 책을 펼쳐서 작가 소개를 보고 추천사를 보는데, 아니 이것은 내 생각과 넘나 다르네. 그러니까 포르노에 중독된 남자들의 뇌... 는 거룩하게 우리 신앙으로 고칠 수 있다는 건가 싶어 좀 읭? 했는데, 저자는 서문에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오, 별 책이 다 있구나.. 이 책을 누가 샀다? 내가 샀다.  그렇게 내친김에 서문을 읽게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항상 보고 있다. '어디에나' 포르노그래피가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래피는 피할 수 없다. 굳이 찾지 않아도 그냥 눈에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포르노그랲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여자의 몸을 물건 취급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변하게 된다. 특정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신경 회로가 형성된다.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르노그래피는 무엇을 학습시키며, 포르노그래피를 주기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어떻게 변화될까? -p.13


오오, 이 부분을 읽는데 일전에 읽었던 책, [문명과 혐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적어놓고 나니 세 구절). '데릭 젠슨'의 책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책 추천합니다. 여러분 한 번들 읽어보삼..

두 번 읽어도 됩니다. 데릭 젠슨의 문명과 혐오, 별 다섯!!



포르노는 나의 무의식적인 공상까지 바꾸어놓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나의 판타지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즉 어떤 여성을 봤는데 관심이 간다면, 즉시 ‘저 여자에게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하고 생각했다. 어떤 창조적이고 열띤 대화를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포르노를 보았을 뿐인데도, 가끔 여자를 보면 저 여자의 음모는 무슨 색일까, 성기는 어떤 모양일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건 질색이다. 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다. 곧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P179



인터넷에서 ‘강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다른 범주(성폭력 상담 전화, 지지 그룹, 학분적 분석, 역사, 뉴스 등)에 대한 정보보다 포르노 사이트가 훨신 더 많이 뜬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포르노그래피가 강간 관련 사이트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검색어가 섹스나 누드가 아니었다는 것, 질, 페니스, 좆, 씹 같은 것이 아니라 강간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신체기관이 아닌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도. - P50


진실을 말하자면 인종차별적 사이트중 그 어떤 것에서도 이런 포르노 사이트에서와 같은 뚜렷하고 거칠고 노골적인 폭력의 100분의 1도 본 적이 없다. 인종차별 사이트가 해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가장 명백한 문제이기도 한 첫 번째 문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그린 사진 등이 왜 혐오 선전물로 간주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 P51





그렇게 펜과 형광펜을 꺼내와서 자,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어볼까, 하고 서재방에 펜 꺼내러 갔다가 다시 늘어진 책들을 보게 되고 아차차, 내가 하려고 했던 건 정리였지! 하고는 다시 정리를 시작한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거실의 선반을 정리하고 잇었다. 아니, 왜? 내가 왜 여기있지? 다시 서재로 돌아가! 하고는 서재로 돌아가서 책을 빼고 꽂고 빼고 꽂고 하다가 난리가 났다.





아 쉬바.. 쌍욕 나와.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거지... 


아무튼 이렇게 쌍욕하며 정리하는 와중에, 나는 나의 진심을 마주치게 된다. 무엇으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로.




왼쪽에 시디로 보이는 것..은 오디오북이다.  무려 독일어... 나란 여자.. 

게다가 일곱번째 파도는 왜 두 권이냐.. 한 권, 처분하자...



독일어, 영어 버전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영어 버젼의 일곱번째 파도, 그리고 독일어 오디오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나의 절절한 진심이 여기 드러나지 않는가. 


내가 진심인 게 그렇다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뿐일까? 아니아니죠. 그럴 리 없죠. 이게 진짜일 리 없죠~

자, 내가 애정해마지않는 수키. 수키 시리즈에도 나는 진심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1권의 원서가 있고(안읽었다, 물론) 영어로 된 오디오북도 있다 ㅋㅋㅋ 저 오디오북은 아마 죽는게 나아.. 였을것이다. 껄껄. 저 오디오북은 내가 수키 시리즈 좋아하는 거 알고 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준 거였는데 너무 좋지만 안들었다. 때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뭐 그런 거, 다들 있잖아요? 껄껄.


자, 그리고 내 진심은 이승우에도 있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에도 있고!



줌파 라히리에도 있다!



줌파 라히리의 원서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할 말이 많은데, 나 때문에 줌파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고 그렇게 줌파를 좇아 이탈리아를 가게 됐다며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 원서로 줌파 책을 사가지고 돌아온 친구가 선물을 주기도 했고, 처음 책을 냈을 때 친애하는 알라디너 분이 출간을 축하한다며 보내주기도 했고, 네가 좋아하는 줌파의 새 책이 나왔다며 미국 사는 친구가 선물해주기도 했고, 싱가포르의 한 서점에 갔다가 너무 좋아서 흥분해가지고 내가 한 권 사가지고 오기도 했고, 단편 <지옥 천국> 너무 좋아서 한 권 사기도 한 것. 이것이 나의 줌파 원서 히스토리. 


이제 나의 원서 책장도 터지고 있다. 한 칸 줬는데 어쩜 좋아. 물론 다 안읽었고(아니, 읽은 게 아주 적다), 그리고 아직 여기에 오르지 못하고 방바닥에 방치되어 있는 것도 있는데 책장이 이 지경이다.



어디로 가나요 아저씨... 


그리고 내게는 소중한 한 칸이 있다. 일전에도 한 번 공개햇었던 나의 소중한 한 칸.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줌파 라히리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보인다. 맨 오른쪽의 생뚱맞은 <사랑의 미래>는 먼 곳에 살던 애인이 내 애인이 되기 전, 세상말로 '썸을 타고' 있을 때, 이 책을 읽고픈데 절판되어 읽을 수가 없다고 아쉬운 마음을 트윗에 올리자, 그 트윗을 보고 그 먼 데에서 한국의 서점을 수소문해 구해서 보내준 책이다. 책의 내용도 좋지만, 나의 개인적인 히스토리도 너무나 완벽하지 않은가. 한국에 있는 내가 한국어로 쓰여진 책 못구해서 안타까워, 했는데 외국에 있는 남자가 구해서 보내준거다. 뷰리플 스토리.. 그는 그러다 나의 애인이 되었고, 이 뷰리플 스토리는 이내 핫 스토리...가 되고야 마는데... 라기에는 사실 우리는 애인이기 전부터 핫핫 거려가지고.. (나한테 왜그랬어? 왜 나만 보면 그렇게 불붙어 버렸어? 왜그랬어? 왜 그렇게 나한테 홀딱 반했어?)


소중한 작가의 책들이 모여있고 뷰리플 스토리가 담긴 책이 있고, 그리고 샤론 볼턴이 있다. 나는 샤론 볼턴이 진짜 너무 좋다. 너무 짱 되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니까 미스테리 장르의 소설을 쓰는데 미스테리로도 좋지만, 이 책이 왜 대단하냐면, 여성이 주체적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건 기본이면서 거기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신비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걸 풀어가다보면 결국 신비한 일이 아니라 인간이 벌인 짓 이라는걸 보여주는 거다. 이렇게 보여서 깜짝 속을뻔 했지만, 이거봐 나쁜 인간들이 벌인 짓이야, 라고. 아 정말이지 짜릿해서 미쳐버리겠어. 인간이 벌인 짓 같지 않은 것을 결국 인간이 벌인 짓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달까. 그러니까 책 한 권에서 할 말을 다 하고 있는 거다. 샤론 볼턴의 세 권의 책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뱀이 깨어나는 마을> 이지만, 읽고 나서 막 감정이 어떻게 주체가 안돼가지고 왼쪽으로 돌아누웠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한 책은 <피의 수확> 이다. 이 책을 읽고 나의 별명은 다람쥐가 되었다. 누가 해준 건 아니고 내가 나를 다람쥐라고 하고 다니고 있다. 아무도 그렇게 불러주진 않는데, 그래도 친구 한 명은 아직까지도(오늘도!) 이모티콘으로 밤 던져주고 그런다... 고마운 친구.....


















그리고 왼쪽에 있는 책들은, 막 별점이 높은 책이라기보다 문학적으로 뛰어나다기 보다, 내가 원하는,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다. 결국 내가 닿고자 하는 곳, 만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움직이거나 기다리는 내용의 책들. 나는 이런 이야기, 그래서 결국 그들이 오랜 후에라도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이런 이야기는 나를 정말이지 미치게 한다니까? 만날 사람은 결국 만나야만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책들이 좋다.



이렇게 진심이 가득한 책들을 보다가 어쨌든 책장의 정리를 마쳤다. 나는(우리는) 이렇게 정리가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비포앤 애프터의 <애프터> 되시겠다.




어휴  고생 많았다 나여. 오늘은 오늘치의 에너지를 다 쓴 바, 책장정리 완료 축하 파티를 혼자 벌이도록 하겠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아, 그리고  깜짝 이벤트!!

이 벤 트!!

책장 정리하다가 좋아해서 아껴둔 책인데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아 이제야 겨우 내놓을 수 있게 된 책들, 원하시는 분께 드릴게요. 댓글 달아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다른 분들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신청은 일단 <공개댓글>로 해주시고요, 보내드리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가 읽었고 또 오래 보관했던 책이기에 밑줄이 그어져있거나 색이 좀 바래거나 했습니다. 그래서 차마 판매할 수도 없고 그렇지만 아까워서 이렇게 원하시는 분께 드리고자 하는 거랍니다? 책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고, 원하시는 분 신청하세요. 한 권 씩만 신청 가능합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2권을 한권으로 칩니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저 표지 아니고 구판 표지입니다. 모두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은 책들입니다. 흑흑 ㅜㅜ



아무튼 이렇게나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화끈한 저는 이제 빨래 널러 갑니다. 세탁기가 다 됐다고 좀전에 삑삑 거렸는데 진심을 담아 페이퍼 쓰느라 널기를 미룸.... 나여....



그럼 여러분 빨빨룽!



**** 책방출 현황****


<클라우드 아틀라스 1,2> -미미 님께 보내드립니다.

<파리좌안의 피아노 공방> -그레이스 님께 보내드립니다.

<일곱번째 파도> - 새파랑 님께 보내드립니다.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 공쟝쟝 님께 보내드립니다.


아직 세 권이 책이 남아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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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4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5 0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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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내가 오늘 ‘진심’ 을 주제로 페이퍼 쓸 예정입니다. 기대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ㅌㅌㅌ 책장 정리하려다가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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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11 09: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제 예고제! ㅋㅋㅋㅋ 진심 기다림!

다락방 2021-12-11 13:54   좋아요 1 | URL
오케오케. 핫도그만 다 먹고요. ㅋㅋㅋㅋㅋ

물감 2021-12-11 09: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도 내주세요~
제목은 <아무튼, 진심>으로ㅋㅋㅋ

다락방 2021-12-11 13:54   좋아요 2 | URL
페이퍼 올리고나면 출판사에서 연락올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진심으로 책 내자고. ㅋㅋ 내게 되면 물감님 만나서 싸인북 드릴게요. 엣헴-

그레이스 2021-12-11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고 하시니 기대가 됩니다~

다락방 2021-12-11 13:56   좋아요 2 | URL
기대 이상을 보여드려야 할텐데요. 후훗.

단발머리 2021-12-11 12: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예고 페이퍼 올릴 때 공개 시간 미리 알려주는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냥 기다려야 하잖아요!!!!!!!!!!!!!!!!!!!

다락방 2021-12-11 13:54   좋아요 2 | URL
제가 지금 모짜렐라 핫도그 데워서 먹고 있거든요. 이거 다 먹고 쓸게요 ㅋㅋㅋㅋㅋ

- 2021-12-11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출구없는 매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1 13:57   좋아요 2 | URL
장난아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1-12-1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도그도 공개해주세요. 핫도그에 진심 ㅎㅎ

다락방 2021-12-11 16:31   좋아요 1 | URL
앗 다 먹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 냉동 핫도그였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