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안읽어도 너무 안읽고 있는데, 이게 아마도 그간 스맛폰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것 같다. 무한도전 조정편에 너무 정신을 잃고 스맛폰을 봤더니 더이상 활자를 볼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인가. 어제도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이것저것 스맛폰으로 SNS 를 보다가, 내가 팔로우한 것도 아닌데 자동적으로 뜨는 영상을 보게 됐다. 내가 뭘 봤길래 이 영상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는데, 이 사람의 짧은 영상은 간혹 보였던 터다. 

아마도 나이대가 나랑 비슷한 여성이 아닐까 싶은데(나보다 많진 않은 것 같다) 어느 나라에 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엄청난 부유함을 가진 사람 같다. 보여주는 짧은 영상 속 여성은 럭셔리한 욕실에서 럭셔리하게 샤워를 하고 럭셔리한 부엌에서 럭셔리한 식재료를 사용해 럭셔리한 브런치를 만들어먹고 뭐 그런걸 보여준다. 럭셔리한 침대를 정리한다든가 맛사지샵을 간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그 사람의 보여주지 않는 삶 속에서 어떤 노동이 비집고 들어앉았는지 모르겠지만, 보여지는 영상속에서 이 여성은 어마어마한 집에서 세상 깔끔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었다. 


SNS 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거야 이제 우리도 다 아는 일이고, 그게 결코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익히 아는 일이지만, 어제 본 영상속에서 그녀가 베란다의 의자를 정리할 때 나는 갑자기 몹시 부러웠다.



거실이 넓은것도 넓은거지만, 아니 저렇게 테라스가 있는 거다. 그리고 바로 시티뷰… 이런 집은 영화에나 나오는 집같은데 … 일전에 그 … 누구더라 아무튼 남자 배우 이름은 생각 안나는데 영화 <매치 포인트>에서 남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가난한 여자친구를 죽이고 부자 여자 만나서 팔자 고치려고 시도했더랬다. 결국 그는 부자여자랑 함께 사는데 성공하게 되고 도심의 한가운데 고층 집을 얻어 사는데 거실의 통유리 창으로 엄청난 시티뷰가 펼쳐지는 거다. 그거 보면서 와, 어떻게 하면 저런 고층 시티뷰 통유리 창에서 살수 있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저런 집이 존재한다는 게, 그리고 저런 집에서 누군가는 산다는 게 진짜 놀라운 거다. 그런데 SNS속 이 사람이 그런 집에서 살고 있는 거였다.


어제 문득 이 영상을 보면서 이런 테라스가 있는 집, 이런 도심 한가운데의 통유리창… 이런 집에는 어떻게 살 수 있는걸까? 궁금했다. 나는 이십년 이상 노동했지만 저런 집은 꿈도 꿀 수가 없는데, 그러니까 집 값 알아보러 한 번 가보자 정도도 못하는데, 그런데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냥 저기에 사는 걸까? 내가 모르지만 저기에 살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저 사람에게 잇었던걸까? 얼마전에 방시혁이 화장실 일곱개인 집을 미국에 사놨다고 하던데, 화장실이 일곱개라는 건 너무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방시혁이 미국에 그런 집을 사기까지는 그의 어떤 노력이 얼만큼 들어간걸까? 단순히 운이 크게 작용한걸까? 이미 가진 돈도 있고 그런데 초큼 뭔가 했더니 훅 또 돈이 들어오는, 그런 삶? 



일전에 산드라 블럭 주연하는 영화에서 산드라 블럭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너무 예뻐서 눈에 띈적이 있다. 오, 나도 저거 사볼까? 그런데 브랜드나 명품에 전무한 나는 그 가방을 사고 싶어도 그 가방이 어디껀지를 모르겠는거다. '아 어쩌면 이 친구는 알지도 몰라' 하고 캡쳐해 보내줬는데, '에르메스' 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때까지 에르메스가 고가의 브랜드인줄 모르고, 옳지 이제 됐다, 에르메스, 힛, 백만원 정도면 내가 할부로 긁어주겠어! 했단 말이지? 그런데 내가 검색한 가방은 이것이었다.




35,790,000 원.

그 당시 내가 검색한 건 그래도 16,000,000원인것 같았는데.


아니, 저건 할부로도 커버가 안되는…


매장에 가서 보기라도 하고 싶은데, 가격을 알고 나니 들어갈 수가 없는 거다. 백화점에 갔다가 에르메스 매장 앞까지 갔지만, 차마 들어갈 수가 없어. 위화감 조성이랄까.


얼마전에 들었던 김혜리의 팟빵에서 일본의 프라다 판매점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건축물을 얘기하며 언급된 부분이었는데, 지금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그 장소는 건물 자체도 특이하면서 누구나 다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두었다는 것. 그래서 아무리 프라다를 판매해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거다. 김혜리 기자와 게스트들은 한국의 프라다는 못들어가도 일본의 프라다는 들어갈 수 있노라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나는 한국의 프라다도 일본의 프라다도 가본 적은 없지만 김혜리 기자와 게스트 들이 하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물건을 파는 상점인데 감히 들어가볼 생각도 못하게 되는, 그런 상점이라는 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 어쨌든 어제처럼 지난주처럼 이십년전처럼 출근을 했다.

변함없이 출근을 했다.

통유리창 씨티뷰 테라스를 갖지 못해도, 그래도 출근을 했다.





양재동 캐나다뷰를 이쪽에서도 찍어보고



저쪽에서도 찍어보고.



출근하니 나보다 먼저온 직원이 내 책상 위에 전주초코파이를 두고 갔더라. 히힛. 전주 초코파이 좋아. 내가 이거 좋아해서 한 번은 박스째 사놓고 매일 먹었더니 체지방 맥스를 찍었던 때도 있었다. 깜짝 놀랐네. 여러분, 덮어놓고 전주 초코파이 먹으면 체지방 챔피언이 됩니다.

















이번주말까지 이 책을 완독하기로 했다. 

읽다보니 문장이 어렵지 않아서 일단 원서를 보다가 번역본을 들여다보곤 하고 있는데, 이 책 참 좋다.

SURRENDER 부분도 무척 좋았다. 요즘의 내가 새겨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리뷰를 써보고 싶긴한데, 될지는 모르겠다. 안되면 백자평 이라도 쓸 예정이다.


이 책에 있어서라면 다들 영어책으로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런 문장 같은 거 영어가 너무 좋다.


Surrender was a choice, and that it did not mean giving up. -p.168



surrender 는 사전을 찾아보면 '항복', '굴복', '포기하다' 등으로 나오는데, 책 전반적인 내용으로 이 책에서의 서렌더는 '받아들임' 정도가 될 것 같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싸우려 들기보다 받아들이는 것. 이 뻔한 내용의 책이, 그러니까 내가표지를 보고 짐작했던 그대로의 내용인 이 책이, 그런데 막상 한 줄 한 줄 읽다보니 참 좋다. 아직 완독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두려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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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통유리 시티뷰에 캐나다뷰 없어도 출근 중….. ㅋㅋㅋㅋㅋ 그 남자 배우 본명은 알아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뭐 그랬던 듯.

다락방 2023-05-23 09: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배우입니다. 언제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의 배우 ㅋㅋㅋㅋ 저는 매력 1도 못느끼는 배운데, 아마 그 뭣이냐, 천일의 스캔들? 에서 헨리 역할 했을 거예요. ㅎㅎ

건수하 2023-05-23 09:09   좋아요 0 | URL
아 그 남자군요! 전 <튜더스>에서 봤어요 얼굴은 잘 생겼는데 ㅎ

다락방 2023-05-23 09:2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전 보지 않았지만 튜더스에도 나왔던 걸로 압니다. 잘생겼다는 말 많이 듣는 배우로 기억하긴 하는데 저는 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23 10:28   좋아요 0 | URL
저는 <벨벳골드마인>때문에 알게 된 배우인데 제 타입은 아니라능.... 뭔가 느끼하고 비열하게 생김 ㅋㅋㅋㅋ

다락방 2023-05-23 10:29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계속 술에 취해있는 것처럼 보여요 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5-23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확실히 원서가 더 좋을 것 같네요. 나중에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전주 초코파이는 처음 먹었을 때 너무 달아서 깜짝 놀랐었어요. 하지만 단 만큼 커피랑은 찰떡 궁합이지요!ㅋㅋ
에르메스 가격 엄청 올랐네요!ㄷㄷㄷ 저는 저런 가방 설사 산다고 하더라도 과연 들고 다닐 수 있을지...^^; 그냥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좋습니다. 그리고 일단 책을 넣어야 해서 백팩만 가지고 다니게 되네요ㅠㅠ

다락방 2023-05-23 09:51   좋아요 0 | URL
네, 거리의화가 님. 영어가 짧은 저도 띄엄띄엄 번역서랑 읽다보면 영어책이 주는 느낌이 훨씬 더 좋더라고요. 제가 번역서로만 이 책을 만났다면 별 셋 밖에 안줬을 것 같아요. 그러나 원서는 별 다섯입니다.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참 와닿더라고요.

에르메스 제가 몇년전에 검색했을 때 천만원 넘는 금액이었는데, 이게 버킨백에 뭘 어떻게 추가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막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여하튼 저랑은 상관없는 가방인걸로..
저야말로 백팩만 메고 다니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책 세 권이나 넣고 백팩을.. 저는 백팩이 아니면 안됩니다. 한 때 에코백 들고 다녔었지만 에코백이 더 불편하더라고요. 양 어깨에 책을 짊어지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저는 백팩에 정착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실 2023-05-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굿모닝입니다!
가방이 차 한대 비용이군요. 헛.
몇년전에 동생이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언니랑 저랑 프라다 가방 사줬어요. 현금은 절대 안준대서... 에르메스는 열배군요. 버킨백 우리 직장인에게 딱이긴 하지만. 로또 되면 모를까 ㅜㅜ

다락방 2023-05-23 10:46   좋아요 1 | URL
우아, 저도 주식으로 돈 벌어서 엄마랑 여동생이랑 올케한테 프라다 백 사주고 싶네요. 그렇지만 주식을 안하네요, 제가. ㅋㅋㅋㅋㅋ
세상에 버킨백이라는게 존재하는데, 그러니까 그걸 꼭 갖거나 사지 않아도 되지만, 아니 존재하는데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이상한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이 다 가질 순 없는 노릇이지만, 연봉을 고스란히 갖다 바쳐도 가질 수 없는 가방이라니, 너무 이상합니다. 세상이 이상해요. 하하하하하.

세실 님, 오랜만입니다!!

망고 2023-05-2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사진 속 캐나다 뷰 같은거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ㅋㅋㅋ단 도심속에 형성된 숲이어야 함🤣 저도 갖고 싶은 가방이 있는데 또 막상 갖게 되면 안 들거 같이 생긴 실용성 없이 예쁘기만한 것이라ㅋㅋ애써 못 사는게 아니라 안 사는거다 하고 있어요ㅋㅋㅋㅋ근데 저 책....표지도 그렇고 넘나 안 읽고 싶게 생겼어요 다락방님이 좋다고 안 했으면 절대 표지구경조차도 안 했을 책인거 같아요😆

다락방 2023-05-24 07:54   좋아요 0 | URL
저도 도심속 형성된 숲 좋아요! 그런 전망이 보이는 집에서 살고 가볍게 그 숲으로 산책도 나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원합니다. 그리고 가방에 대해서라면, 망고 님 말씀이 맞아요. 저 진짜 2만원짜리 백팩만 메고 다닌답니다. 다른 가방은 들 엄두가 안나요. 특히나 가죽 가방은 가방 자체가 무거운데 제 경우엔 정말 짐이 많아요. 보부상.. ㅎㅎ

인생수업은 제목도 표지도 진짜 딱 안읽게 생겼죠? 저도 그래서 ‘나랑은 관계없다!‘ 하고 밀어두었었는데, 정희진 쌤 추천으로 읽게 되었네요. 그리고 읽어보니 참 좋습니다. 망고 님, 영어책으로 읽어보세요!!

hnine 2023-05-2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저 가방안에 넣을 소지품 내용은 비슷할텐데, 그러기엔 가방 값이 좀 비싸군요.
아니, 전주초코파이가 진정 체지방 최대치의 주범이었단 말씀입니까? 진짜? 믿고 싶지 않아요 대체 하루에 몇개를 드셨길래 흑흑,,, (하루에 열개씩 드셨다고 말씀해주세요. 그 정도만 아니면 괜찮을거라고)

다락방 2023-05-24 07:56   좋아요 0 | URL
나인 님, 전주 초코파이를 매일 하나씩 먹으면 정말로 놀랍게도 살이 팍팍 찐답니다? ㅋㅋㅋ 물론 간식으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ㅎ. 저처럼 덮어놓고 매일 드시는 것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체지방의 베스트프렌드 전주초코파이 입니다. 이건 왜 맛있어가지고 ㅠㅠ

2023-05-23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4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먼지 2023-05-23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현 상태가 제 상태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저는 요즘 tvn 지구오락실에 빠져있는데.. 그래서 현생이, 만사가 다 귀찮은 거였나봅니다!!! 다락방님 글 보니 희진쌤 매거진에서 들었던 이야기도 떠올라요. 어느 시대가 가장 불행하냐는 우문에 대한 현답이요. 저런 삶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싶지 않고, 저런 물건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싶지는 않은데 말예요!!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명품백 소비 1위라고 합니다..) 저런 걸 보면 내가 바라냐 바라지 않느냐와 관계없이 너무 허무하고 허탈해지는 것 같아요ㅠㅠ

다락방 2023-05-24 07:59   좋아요 2 | URL
저런 삶이 있고 저런 물건이 있는데,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러나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것이다, 하는 것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책먼지 님. 뭔가 부조리해요. 가질 수 없는데 전시되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결국 욕망을 불어넣는 일이죠. 이것봐, 폼나지, 갖고 싶지? 자, 그렇다면 도전해! 이런식으로 자본주의에 굴복해버리게 만드는... 어휴..

저는 이렇게 스맛폰에 중독되면 안되겠다 싶어, 어제는 과감히 자기 전에 책을 한시간 읽다 잤어요. 덕분에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을 다 읽었답니다. 후훗. 만세! 이제 제발 책 읽는 삶으로 제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ㅠㅠ
 

주말에는 작업실에 출근하지 않아 피씨를 켜지 않는 삶을 산다. 그렇다면 월요일에 주말의 밀린 일들을 써야겠지만, 주말동안 아무것도 읽지도 보지도 듣지도 않는 삶을 살아서 뭔가 내게 넣은게 없어, 나올 게 없다. 쓸 게 없단 얘기다. 그래서 아무것도 쓰지 않는 월요일이 될 뻔 하였으나, 나는 또 나를 위해 월요일 책탑 페이퍼를 쓸 수 있게끔!! 책을 샀으므로, 책탑 페이퍼를 쓴다.


































일단 《과학 혁명의 구조》얘기를 좀 해볼까.

정희진 오디오매거진 이번호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오디오 매거진 듣고 홀린듯 구매했는데, 받아놓고 나니, 아,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다 … 하는 생각이 들어버려. 과학 …도 어렵고 혁명 …도 어렵고 무엇보다 구조 … 도 어려운데, 무려 과 학 혁 명 의 구 조 라고요? 나는 또 돈지랄한게 아닌가 싶다. 하아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를 어디서 봤을까. 시사인일까? 아마 그럴 것 같다. 여하튼 히틀러도 참 히틀러지만 히틀러가 거기 있게끔 한 배경과 인간들의 사고도 너무 궁금하지 않나. 그래서 샀다.


《최재천의 동물대탐험》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서재에서 그 존재를 알게된 책인데, 내가 진짜 동물에 대해 아는게 전무한 사람이므로(뭔들;;)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싶어서 샀다. 아직 펼쳐보지 않았지만, 아이들 대상이니 쉽게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내심 다 읽고 초등4 조카 주어야지 생각중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출간될 때부터 알고 있던 책이긴 한데 이상하게 뒤로 미루게 됐다. 어쩐지 읽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도 '아 다음에' 이렇게 되었는데, 며칠전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하미나 작가에 대한 극찬을 보고 흠, 바로 지금인가 … 하고 구매하게 되었다. 정작 책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나는 근데 왜 어쩐지 이 책을 내가 안좋아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장 지글러의 책이다. 장 지글러의 책들은 전부 다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라도 계속 반복해서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의 책을 계속 읽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계속 책을 쓰고자 하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지구상 어딘가에서 지독하게 가난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다. 종국에는 그들과 더불어 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때가 내 삶이 그동안 방향과 달라지는 때가 아닐까. 사주에서 말하는 대운 같은것이 바뀌지 않을까, 나름 생각해보고 있다. 이건 그냥 지금의 나의 생각이지 실제의 나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는 제목만 보면 내가 결코 읽지 않을 책 같은데, 이 책을 읽어본 알라디너들이 한결같이 좋아하는 걸 보면, 다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상찬은 못믿어도 알라디너들의 상찬은 믿을만하지 않습니까.



《두번째 장소》는 실제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 주연의 영화 <두번째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 재미있게 봤었는데 …베라 파미가 참 특이하게 아름답게 생기지 않았나요? 두번째 사랑은 아시아 부자 남자랑 결혼한 백인 여자(베라 파미가)가 임신을 시도하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그러다 정자 팔러 온 가난한 아시아 남자(하정우) 만나서 '너는 돈 필요하고 나는 아시아남자 정자 필요하니 딜!' 해가지고 섹스하는, 당연히 그런 후에 사랑이 싹트는 … 뭐, 그런 내용이다. 흠흠.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은 외로운 비혼 여성 의 이야기를 읽어보고자 구입하긴 했는데, 비극인가염? 열정이 있는데 외롭다니 … 역시 비극일지도 … 이 책을 알게한 ㅈㅈㄴ 님의 리뷰를 읽어본 결과, 주인공이 또 비호감일 것 같기도 … 흠.



콩이 열매를 맺었다. 




귀여워. 저 밑에도 또 있다. 오늘보니 어제 찍은 사진보다 더 자라 있었다. 베란다의 작은 화분에서도 참 잘 자라는구나.

그런 한편 상추 농사는 망해가지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뽑았고, 치커리도 좀 솎아냈다. 고추도 솎아내고 고수도 좀 따서는 어제 겉절이를 만들었다.




오이랑 양파는 냉장고에 있던 것들. 이거 보니 오이도 심고 양파도 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버하지 않기로 한다.



레몬밤을 심은 화분에 식물이 딸랑 두 개 올라와 있고 계속 그 상태라, 지난주에 다이소가서 시금치 씨앗을 사다 심었는데, 세상에, 일주일도 되기 전에 싹이 올라오더니 일주일만에 이렇게 대파티 




엄마, 이제 시장가서 채소 살 생각하지마! 큰소리 뻥뻥 쳐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주말동안 너무 안읽고 안보고 안듣고 아주 그냥 미치겠구먼. 먹기는 오지게 먹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면 도대체 나 주말에 뭐한거지?


모르겠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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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05-22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새 허리 아파서 정선근 샘 책 읽다가 알라딘에서 검색하다 다락방님과 또 만났어요. ㅋㅋ 어머님이 교수님 24년 예약되어 있다는...그리고 전 주말에 <소공녀> 다시 읽었어요. 다시 읽으니 왜 이리 추억 돋고 다 심오하게 해석되나요. 주말에 컴퓨터 켜지 않고 잘 먹고 푹 쉬는 것도 정말 필요한 일이죠. 다락방님의 녹색 식물들 쑥쑥 크는 것 보니 절로 힐링되네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다락방 2023-05-22 09:48   좋아요 1 | URL
오, 소공녀 다시 읽으면 뭘 느끼게 될까요? 저는 <수레바퀴 아래서>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데미안>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다시 읽었다가 인생 소설 되는게 아닌지 몰라요.
식물 정말 잘 자라지요? 고작 화분에 담겨있을 뿐인데도 잘 자라서 기특합니다. 아주 이뻐요. 헤헷.
그나저나 정성근으로 만나는 건 슬프네요 ㅠㅠ 정선근 쌤은 운동으로 회복하게 하신다는데, 유튭도 찾아보시고 체조도 열심히 따라해보세요! 아무쪼록 빨리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블랑카 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자목련 2023-05-22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주말에 그러셔도 괜찮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키우고!

다락방 2023-05-22 09:48   좋아요 0 | URL
너무 잘 먹어가지고 체지방이 또 잔뜩 늘어난 느낌입니다. 껄껄. 느낌만은 아니겠죠.. 하하하하하.
자목련 님, 한 주 즐겁게 보내세요!

따라쟁이 2023-05-22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존재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그냥.. 존재하고 있죠...

다락방 2023-05-22 14:00   좋아요 0 | URL
새삼 저도 그저 존재하고 있었구나, 그것뿐이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그런데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게 아닌가 싶고 그러네요. 좋은 댓글이었어요, 따라쟁이 님.

책읽는나무 2023-05-22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잘 쉬시고 재충전 빡!!! 하는 날도 있어야죠^^
저도 자목련 님 말씀처럼 다락방 님은 그런 날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책을 밀어내는 날도 있어야 더 잘 읽어지는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책들은 다양하게 관심이 가고...책 구매한 동기는 뭔가 애틋하게 읽히고, 겉절이는 한 입 먹어보고 싶고 그렇네요. 상큼하겠습니다.
전 초봄에 상추 두 종류 심었었는데 한 두 번 뜯어 먹곤 지금은 영 시들시들...재미가 없는데 다락방 님네 베란다 텃밭엔 뭔가 애들이 잘 자라네요?@.@

다락방 2023-05-22 14:02   좋아요 1 | URL
잘 쉬었다라기 보다는 잘 먹었다, 아니 너무 먹었다 … 이래가지고 체지방을 어떻게 줄이나 싶네요? 껄껄.
겉절이는 맛있었어요. 아주 싹싹 긁어 먹었습니다. 상추 다 뽑아내고 치커리 솎아내고 고수 좀 뜯고 그래서 양이 나름 풍족하더라고요. 거기에 양파랑 오이를 넣으니 맛이 더 상큼해졌어요. 한 입 넣을때마다 고수향은 또 어떻고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자꾸, 그러면 안되는데, 과일을 키워보고 싶어지는 … (안돼, 정신 좀 차렸!)

은오 2023-05-22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명깊은 과학혁명의 구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학 혁명 구조 다 빡셈센 과학혁명의구조 ㅠㅠ.... 번역도 말 많던데요 사람들이 그냥 내용의 어려움을 번역 탓으로 돌리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그래도 나름 꽂아놓으면 총균쇠처럼 인테리어로서 기능을 잘해줄 것 같은 책인데 다락방님 서재에 꽂혀있다면 거긴 이미 이미 책이 넘치고 넘치는 터라 눈에 띄지도 않을 것 같긴 하다!!ㅋㅋㅋㅋㅋㅋ
동물대탐험은 저라면 평생 사지 않을 책이라 새삼 다락방님의 지적 호기심은 경계가 없구나 싶고요 ㅋㅋㅋㅋ
미괴오똑 저는 출간되고 바로 읽었는데 현시대 살아가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와 감정을 잘 담아내서 좋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뷰 형식이라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5-22 14:04   좋아요 2 | URL
저도 번역 별로라는 평 봤는데 그거 보면서 ‘정말 번역이 안좋은건가 아니면 내용의 빡셈이 번역으로 이야기되어지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나저나 저는 학창시절 공부 못하는 아이였고 과학은 그냥 손놓고 지냈는데(중학교 2학년때까지만 과학 잘했던 것 같아요) 제가 과연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덮어놓고 사는 걸 진짜 그만해야 되는데, 제가 좀전에도 또 책을 막 샀네요? 하아-

제가 동물에 대해서 진짜 아는게 너무 없어가지고 상식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서 접근이 쉬운 어린이용 책으로 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괴오똑 읽으신 분들 다 좋다고 하시는데 왜이렇게 저는 쉽사리 손이 안가는건지 모르겠어요. 여하튼 읽어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5-2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희집 식물들은 잘도 죽던데, 다락방님 식물들은 그냥 쑥쑥 자라네요~ 넘 싱싱해 보여요. 저 요즘 너무 비실거리는데 거기 가면 싱싱해질까요?🥺
전영애교수님 책 반가워요!! 전 이책보다 좋다는 <시인의 집>을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다락방 2023-05-23 08:28   좋아요 0 | URL
상추는 망했고요 ㅋㅋ 그래서 다 뽑아 버렸어요. 치커리도 망삘이라 곧 다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솎아내는 걸 제가 못해서 발생한 일 같습니다. 이번 일로 교훈을 얻었어요. 상추와 치커리는 잘 솎아내자, 가 아니라 상추와 치커리는 심지 말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인의 집을 살 걸 그랬나봐요. 아무튼 얇아서 읽기 시작하면 금세 읽지 않을까 합니다. 문제는 제가 요즘 독서와 먼 삶을 산다는 것.. 샤라라랑~ 저 요즘 스맛폰 중독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언더커버 브로맨스 브로맨스 북클럽 2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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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상처를 가진 여자와 남자가 만나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성장은 따라온다.
재미있게 아주 잘 읽히고 그들의 관계 응원하지만, 로맨스소설 읽는 남자들과 함께 권력형 성착취범 때려잡는 건, 너무 판타지같다. 오길 바라지만 오지 않을 세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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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은 브로맨스 클럽의 유일한 싱글 남자이자 이 로맨스책 읽는 남자들의 클럽을 결성한 남자이다. 덕분에 연인과 혹은 아내와 틀어질뻔한 멤버들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게 되기도 했고. 맥은 위기의 상황에서 남자들에게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조언해줄 수 있는 남자이고 또 더럽게 잘생기고 돈도 많고 매력적이지만 정작 자신의 연애는 길게 가지 못한다. 일단 여자들을 유혹하는데도 성공하고 여자들이 어떤걸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행동하지만 그러나 그 여자들과 그 사이에 교감은 이루어지지 않아 관계는 장시간 이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딱히 사랑이라고 할만한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그가, 자신의 매력에 굴복하지 않는 여자 '리브'를 만난다.


리브는 파티셰이고 언젠가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일을 배우고 이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야 한다. '로이스'는 그런 맥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사장이다. 그 레스토랑은 예약없이 가기 힘들고 천달러짜리 디저트를 파는 곳이며 게다가 이 사장은 티비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하고 업계의 파워맨이다. 뭐랄까, 연예계의 하비 와인스타인 정도라고 보면 될까. 무슨 뜻이냐면, 그 권력으로 여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다는 거다.



맙소사.

나는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을 읽을 참이었고, 전편 《브로맨스 북클럽》의 마지막 장면에서 맥과 리브가 처음 맞닥뜨렸던 바,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가 나올줄 알고 이 책을 펼친건데, 하, 성착취가 나올 줄이야. 아니, 그러니까 이건 로맨스 소설이 맞는데, 리브가 여차저차 레스토랑에서 실수를 했고(명백하게는 리브의 실수가 아니다) 그래서 로이스가 '20분후에 내 방으로 와!' 했고, 그래서 나는 이제 혼나겠구나, 하고 그의 방에 들어가려던 참에, 그가 레스토랑의 막내 여직원을 강제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거다. 야 이 씨발놈아!! 거기서 똭 쳐들어가서 이 개새끼 잡새끼야 하였는데 피해자는 이 일을 공론화하길 원치 않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하며 로이스는 너 이제 이 업계에서 끝이야 라며 해고시킨다. 그 뒤로 리브는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리브는 미치겠다. 그 어린 여자를 거기에서 빼내와야 한다. 간신히 그녀를 다시 만나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고 싶은데, 정작 피해자는 아니다, 내버려달라, 우리 집안에서 대학간 사람은 내가 유일하고, 이 레스토랑에 들어왔을 때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며 그녀의 다른 일자리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이제 로이스는 리브를 추격하고, 리브의 실수자리에 있었던 맥은 결국 리브가 해고 당한 일과 그녀가 목격한 사건 앞에 분노하며 자신과 함께 이 일을 처리하자고 한다. 맥은 이 동네 나이트클럽을 몇 개 가지고 있는 사장이고 비슷한 업계니만큼 로이스랑도 몇 년째 알고 지낸 터다. 맥은 자신이 알고 지낸 로이스가 그런 놈이라는 데 분노하고, 그러나 자신의 직장 동료인 여성은 그 새끼 그럴 줄 알았다는 데에서 충격받는다. 그 새끼 뭔가 있을 거라고 다른 여자들은 아는데, 나는 왜 몰랐지? 좋은 남자들의 '모름' 혹은 '모른척함'이 성폭행 사회를 만든데 일조했다는 것을 맥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클럽 멤버들을 다 모은 뒤 이 일을 얘기하고 함께 처리하자고 한다. 로이스가 가진 힘이 엄청났기 때문에 잘못 건드렸다간 오히려 건드리는 사람들만 큰일날텐데, 어쨌든 그들은 이 일을 함께 처리해나가기로 한다. 그런 놈을 계속 그렇게 잘나가게 둘 수 없어, 감옥에 쳐넣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리브는 맥과 자주 만나야 하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서로 농담따먹기도 하게 되고 신체적 접촉도 하게 되고, 위장하기 위해 키스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데(아아, 로맨스의 전통적 클리셰여!!), 아니 이게 위장하려고 키스한건데 너무 제대로된 키스인거예요. 눈물이 났죠. 키스로 섹스하는 그런 기분, 뭔지 알지. 여튼 그거 느껴가지고 맥이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리브도 그렇고요. 그러나,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죠. 내가 지금의 나로 이렇게 서있지만, 그러나 내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나의 개인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가 나를 형성한 것 아니겠습니까. 키스로 섹스를 하고, 아니 내가 키스를 수없이 많이 해봤지만 살면서 이런 키스는 처음이야, 꽥! 또 하고 싶어!! 막 이렇게 되어서 혼자 있는 시간에 괴롭고 막 그렇단말야? 그렇다면, 너 키스 굿 나 키스 굿 우리 키스 굿굿 우리는 이제 합체!! 이러면 되겠지만, 그것이 또 그것이 아닌 것이야. 왜냐하면 리브에게는 나름의 사람을 믿지 못하는, 특히 남자를 믿지 못하는, 남자가 나를 가치있는 여자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그런 생각이 있어가지고 어떻게든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댜. 왜냐, 아빠 때문에 트라우마 생겼거든. 그런데 맥은 맥대로 아버지를 돌아가셨다고 거짓말 해야 하는 그런 또 상황이 있어가지고 뭐 여튼 그들은 서로에게 뜨거운 욕망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우앙 우리 육체합 굿굿 러브 판타지~ 막 이렇게 되지 않고 어휴 한 번 하고 끝내버려야 다시 이러지 않겠지 뭐 이런 감정이 되는 것이다. 저새끼가 날 사랑할 리 없어. 뭐 이런 거. 근데 키스 졸라 좋네 흑흑 또하고 싶어. 막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 합의 문제인 것이라고,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할 때, 왜 싫은거냐는 물음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 사람이 밥을 두그릇 먹어서 싫어' 라고 답한다고 치자. '밥을 두그릇 먹어서' 싫은 거라면, 그렇다면 밥을 두그릇 먹는 다른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가? 그게 그게 아닌거다. 최근에 내가 어떤 사람의 어떤 점을 미워하면서 '그런데 나는 왜 미워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다. 이게 미운짓이기 때문인가? 그래서 나는 그 미운짓을 다른 사람이 한다고 가정해보았다. 이렇게 화가 나거나 밉지 않을 뿐더러,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일이더라고. 

엊그제 친구를 만나서도 그런 얘길 했다.

'그 사람이 이러이러해서 싫더라고' 했는데, 친구가 그러는거다. '근데 나도 너한테 그랬잖아' 라고. 맞다. 내가 미워하는 혹은 싫어하는 사람이 한 행동이 유독 그 사람의 특별한 미운 행동이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었는데,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별 일 아닌 것이 되고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과 멀어질 이유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행동이나 잘못에 있는게 아닌 것 같은 거다. '그 사람이 미우니 그 사람의 행동도 미운 거겠지'라는 말은 온전한 참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미움이 '왜' 발생했는가가 문장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밉다, 싫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유를 찾은거지 근본적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은 합이로구나 하는게 내가 내린 답이었다. 그 사람과 내가 함께 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어긋나는 거다. 이건 뭐 운명론적으로 얘기해야 하는건지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케미가 좋다'고 말하게 되는 것처럼,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케미가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a 와 내가 좋아하는 b가 만났을 때, 나는 둘 다를 너무 좋아했고 그 둘 다 나를 너무 좋아했으므로, 나는 당연히 a 와 b 도 서로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 둘은 서로를 불편해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 있었다. 나는 이게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신기했다. 나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데 그들이 어긋날 수 있다니! 그렇지만 이걸 합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거였다. 나는 a 랑 있을 때 내 주변에 좋은 에너지가 막 생성되는 걸 느끼고 그것은 a 이 기운과 나의 기운이 만나서 한 일이었다. b 와도 마찬가지. b 의 기운은 나의 기운가 합쳐져 좋은 기운이 되어 서로에게 다시 스몄다. 그러나 서로가 가진 기운이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는 거였다.


소위 말해 속궁합이라는 것도 당연히 합인 것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 있고 너의 신체 건강 나의 신체 건강이어도, 그런데 너와 내가 섹스를 하는 것이 딱히 큰 만족감을 주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딱히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런데 너와 나의 육체가 만나면 극도의 쾌락이 오기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쾌락 때문에 좋지도 않은 사람을 만나서 또 섹스하고 또 섹스하고 이러다 섹파 되고, 그런데 마음은 채워지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또 만나려고 시도하고 관계를 맺고, 그런데 육체는 이 사람하고 맞으니까 섹스하러 또 여기러 오고 …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그러니까 가장 좋은 건 너와 나의 육체 합이 맞으면서 마음의 합도 맞는 것이지만, 이걸 찾는 건 베리 디픽컬트  찾았다고 생각해서 결혼까지 했지만 살다보니 잘못 알았네? 하게 되어버릴 수도 있어버려. 


음   무슨 얘기하다가 속궁합까지 나왔지?


자, 다시 맥과 리브로 돌아가자.


맥은 리브를 보호하고 싶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일은 위험해보인다. 내가 너를 보호해줄게, 라고 하는데 번번이 리브는 '나는 내가 보호해!' 하고 으르렁거린다. 어쩌면 이렇게 자기 말을 안들을까 싶은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 말 안들어서 빡치면 돌아서면 그뿐이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옆에 있는 거다. 이게 그러니까 내 말은, 맥과 리브가 만나서 그런 거다.



'조조 모예스'의 소설 《미 비포 유》가 내가 생각하는 합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책 같다. 루이자는 평생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걸 두려워하던 사람이었고 자기 안에 갇힌 사람이었는데, 그녀를 사랑한다던 오래된 애인조차 해내지 못한 걸, 윌이 한다. 윌은 그녀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그런데 이걸 잔소리나 오지랖으로 여기지 않으며 루이자는 성장하는 거다. 이 지점은 정말이지 잘못하는 순간 왜 내 인생에 껴드냐, 잔소리하냐, 오지라퍼가 되는데, 윌과 루이자에게 그게 그게 아니었던 거다. 윌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같은 효과를 줄 수도 없을 것이고, 루이자에게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윌이 루이자와 만나서 그랬다. 



맥과 리브가 만났고 그래서 맥과 리브는 어쨌든 이 나쁜 놈의 잘못을 드러내고 벌을 받게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가진 상처도 알게 되고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누구에게 잘못했는지도 반성하게 된다. 이게 결국 나랑 합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된다. 나로부터 좋은 기운이 나온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요'는 그러므로 단순히 낭만적인 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합이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당연히 나오게 되는 결과인 것이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지만 사실 페미니즘 입문서로 보는게 적당할 것 같다. 문제는 이 페미니즘 입문서를 읽는 사람은 아마도 대부분 여자일 것이라는 거지. 페미니즘 입문서 역할을 자처한 것도 좋았고 굵직한 사건을 내세운 것도 하고자 하는 말을 하려는 것이니 좋았고, 재미도 있었다.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어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렇지만, 이건 판타지다. 로맨스 소설속 남자 주인공들이야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남자들이란 면에서 판타지이긴 하지만, 이건 더하다. 로맨스 책 읽는 남자들이 권력자 성범죄자 때려잡아? 지나치게 판타지다. 그 나쁜 놈 공개처형하자, 고 남자들이 모여들어? 글쎄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성범죄 권력자인걸 알면서도 브래드 피트는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없다. 그래서 이 중요한 얘기를 다뤘는데도 나는 신나는게 아니라 좀 실망스러웠다. 재미있는데, 이건 너무 꿈속의 유토피아잖아. 


그리고 재미있지만, 내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이건 중요하다. 로맨스 소설을 읽고 좋으려면, 내가 사랑에 빠져야 한다. 내가 남자주인공하고 사랑에 빠져야 되고, 내가 그 남자주인공을 좋아해야 하는데, 이 로맨스 소설에서 나는 맥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고 맥에게 반하지도 않았다. 전편에서도 남주에게 반하지 않았다. 


맥이 나이트클럽 몇개 가진 남자로 나오는데 너무 조폭스러워서 영 ㅋㅋㅋ 그런데 미국에서는 조폭이 나이트클럽 접수하는 거 아닌가봐요? 나는 머리로 사랑을 하기 땜시롱 나이트클럽 가진 돈많고 잘생긴 남자에 대해 매력을 1도 못느낌. 아, 역시 조슈아 만한 남자가 없어. 조슈아가 짱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로맨스 소설들 중에 조슈아 같은 남자가 없었어. 어린 시절에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 시리즈 읽고 '크리스' 좋아했었고, 소설로 각색된 <올훼스의 창> 읽고 '크라우스'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잭 리처랑 조슈아가 좋다. 



《언더커버 브로맨스》읽기 전에 원서를 어제 오전에 주문했었는데, 어젯밤 자정에 가까운 시간 다 읽은 후에 얼른 원서 주문 취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돈으로 최재천의 동물탐험 살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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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19 15: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 글 전철에서 읽다가 빵터졌는데, 오늘 계속 바빠서 댓글도 못 달다가 이제 답니다.....
˝ 너 키스 굿 나 키스 굿 우리 키스 굿굿 우리는 이제 합체˝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랩을 쓰네 이 인간........

다락방 2023-05-19 16:02   좋아요 0 | URL
내가 쓸 땐 몰랐는데 댓글로 보니까 왜케 웃겨요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19 16:18   좋아요 1 | URL
리듬 붙여서 불러봐요. 딱딱 노래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19 16:27   좋아요 2 | URL
리듬을 왜붙여요! 그냥 읽으라굳!!!!!!!!!!!!!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3-05-1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이지만 사실은 페미니즘 입문서라니! 궁금하네요.
그런데 저는 로맨스는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완독을 할 것 같지는 않네요.
서점에 가게 되면 한번 살펴볼게요.

다락방 2023-05-19 21:18   좋아요 0 | URL
ㅋㅋ 감은빛님 우리 만날 때 제가 이 책 드릴게요. 사지 말고 읽어보세여! ㅎㅎ
 















2023년 5월 14일 한국경제신문에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물론 백프로는 아니고, 41%가 그렇단다. 그렇다면 59%는 같이 있고 싶어했냐고? 아니, 남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응답을 한 여성은 27% 뿐이었다. 여자 열 명중에 네 명은 적극적으로 남성과 함께 있는 걸 원하지 않고, 함께 있길 원하는 여성은 열명중 2-3명 이라는 것. 남자의 56%가 여성과 함께 있고 싶다고 답했다는데,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남자가 짝을 찾겠는가.


해당 기사 ☞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51212237



일전에 남자를 소개받겠냐고 누가 내게 의향을 물었는데, 그럴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던 것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으며, 오히려 빡칠일만 생길 것 같아서였다. 남동생은 '누나 아마 만나면 싸우기만 할걸' 이라고 말했고, 회사의 여자동료는 내게 '부장님이 부족한게 없는데 뭐하러 남자를 만나요' 라고 말했다. 나야말로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 그렇다면 내 경우에도 '남자랑 있기 싫어!' 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41%에 포함되진 않는다해도, 같이 있고 싶어요 의 27%에는 결코 해당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었다. 



이 기사가 떠오른 건,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을 오늘 아침에도 변함없이 읽었기 때문이었다. 신입사원으로 제철소에서 일하는 엘리스는 당연히 주변에 남자 직원이 훨씬 더 많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엘리스는 '토니' 라는 남자친구가 있고, 남자들이랑 한공간에 있는걸 싫어하는 여성도 결코 아니다. 아마 엘리스는 '같이 있고 싶어요'의 27% 에 해당하는, 바로 그 여성일 것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남자랑 있기 싫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많은 남자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남자랑 있기 싫은데,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직장에 가면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 직장이야 어쩔 수 없으니, '같이 있기 싫어'의 여성 41%는 직장을 나서는 순간, 어떻게든, 더, 적극적으로 남자를 만나기를 피하려고 하지 않을까. 오늘치 남자와 있기는 다 썼다, 과하게 썼다 …



특히나 제철소의 경우 남자 직원들이 더 많다보니, 엘리스는 그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걸 배운다. 다른 여직원이 욕을 먹고 있어도, 본인에 대한 부당한 말을 들어도 대응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남초집단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아는 까닭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남자를 지나치게 많이 마주쳐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남자랑 있기 싫은 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가서 남자들과 함께 있는게 아니라면, 어쩌면 퇴근 후에 남자 한 번 만나볼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많은 직장인 여성들은 남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활동을 하는지 다 보고 있으니까. 남자랑 있기 싫어요~ 가 현실인데 출근하면 남자들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툭, 툭, 툭 … (맥심커피+담배냄새 뭔지알지?)



음, 아직 이 책을 절반도 채 읽지 않아 앞으로 엘리스의 사생활-연애 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는데, 엘리스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좋다고 언급하긴 하지만, 난 어쩐지 토니가 싫다. 읽으면서 왜 이 남자랑 사귀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나 결정을 잘 못한다는 토니의 성격을 얘기할 때, 너무 답답해서, 왜 사귀는걸까? 생각했지만, 그러나 엘리스는 토니를 사랑한다. 엘리스가 사랑한다는데 내가 뭐라 하겠나. 어떤 사람들은 연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안정감과 다정함이 반드시 삶에 필요할 수도 있는거라는 걸, 안다. 



어쩔 수 없이 읽으면서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노동.


어제는 나의 오랜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아주 오랜동안 노동을 하고 있다. 회사에 다닌지도 오래였는데 몇해전부터는 자기 가게를 차려 일하고 있다. 그게 잘 되지 않아 고민중이지만, 그러나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니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계속 고심중이었다.

노동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도 매일 수차례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차오르는 거다. 그만둘까, 나갈까, 하면서도 그러나 내가 여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돈벌이 자체를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여기를 계속 다니자로 늘 결론이 나는 거다. 내가 지금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건 진심이지만, 그러나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명문대를 나온 우수한 인재인 것은 아니므로 여길 나가는 순간 내가 벌어들이게 될 돈은 어쨌든 지금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될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게 되는 거다. 이 생각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얼른 벌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도 방학 때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시절에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식도 하기 전에 취업을 해서 성실히 다녔다.

첫직장과 지금 직장 사이에 2개월가량 공백이 있었지만, 그 때는 운전면허증을 땄다. 나는 쉰 적이 없다. 쉬는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쉬는 동안 돈을 벌지 않는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돈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에게 돈 달라고 말한다는 건 고등학교 졸업 후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등록금 대주는 것만 해도 미안한데, 책값이며 생활비까지 달랄 수는 없었다.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외에는 부모님께 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직장에 들어가 월급이란 걸 받으면서는 집에 생활비를 보태기 시작했다. 부모님 핸드폰을 내가 개통해드리고 필요한 가전제품을 사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 돈을 번다는 건 얼마나 좋은지. 조카들이 찾아온다거나 조카들의 집에 방문할 때 간식을 사가지고 가는 일도 즐겁고, 부드러운 음식이 아니면 씹을 수 없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크리스피 크림을 박스째 안겨드릴 때 흐뭇하다. 친구의 좋은 날에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내 스스로 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 짜릿하다. 나는 내가 버는 돈을 내가 쓰는 게 너무 좋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돈을 버는 건 자존감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물론 이게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벌지 않아도 살아지는 환경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나 친구가 말한것처럼 내 자존감에는 내가 버는 돈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에게는 돈을 주는 사람이 없다. 내 노동이 아니라면 돈이 생길 일이 없다.

나에게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모가 아닌 내 돌봄이 필요한 부모가 있고, 나에게는 돈은 내가 벌게 너는 쓰기만 해, 라는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제니퍼 로페즈). 내가 밥을 먹고 책을 사고 여행을 다니는 그 모든 돈은 나의 노동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아마,


이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그럴 것이다.

자기를 먹여살리는 게 자기 뿐이기 때문에 노동할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먹여살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할 것이다.

노동을 하면할수록 부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 자연스러워보이는 흐름은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을 하면할수록 자본가의 배만 불려주게 되지만, 그렇다고 노동을 놓을 순 없다.



어제 만난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다.

부모님이 나 돈 주는 거 아니고, 남자가 나 돈 주는 거 아니고, 나한테 돈주는 거 나인데, 그거 괜찮다고. 친구 역시 그렇다고 했다. 자기 쓸 돈을 자기가 벌어야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다고.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고. 물론 그 과정에 숱한 고민과 갈등을 마주하지만, 그래도 내 돈 내가 버는 게 제일 좋다고 얘기하며 친구와 나는 와인을, 하이볼을, 맥주를 마셨다.



아, 그러다가 내가 친구에게 무한도전 조정 얘기 했는데, 그런 영화를 검색하니 이런것밖에 없더라, 라며 어제 페이퍼에 쓴 얘기를 그대로 했는데, 내 얘기가 끝나자마자 친구가 말했다.


"느낌!"

"뭐?"

"느낌!! 이정재가 조정했잖아!"

"앗!!"


그랬다. 오만년전에 보았던 느낌.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모두 우희진을 좋아했던 그 느낌!! 맞아, 거기에 조정 나왔지!! 어제 친구의 말에 빵터져서 웃으면서 넌 정말 짱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오만년전 느낌 떠오름?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이들아, 너희는 느낌 모르지? 

은오 님, 느낌 모를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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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18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은오 님은 알라딘 서재 젊은이의 대표입니까? ㅋㅋㅋ 그런 것 같기는 하네요.

˝맥심커피+담배냄새˝에서 빵 터졌습니다. 우엑.........
저는 직장 내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편인데요, 생각해 보니 좋아하는 책(글)을 읽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여초 직업군(그것도 똑똑한 여성이 많은)이라 그런 거 같아요. 살아있는 남자 저자를 만나지 않는 한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바로 그 살아있는 남자 저자를 만나고 한 시간 가까이 자기 자랑 이야기를 들었더니... 집에 와서 뻗어가지고 11시부터 잤네요....!?! 아무튼 맥심커피+담배냄새는 맡은 지 오래된 거 같습니다....

저도 제가 돈을 버는 게 좋습니다. (설령 부모일지라도) 누구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 너무 이상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근수저여 화이팅!

다락방 2023-05-18 10:15   좋아요 4 | URL
퍼뜩 생각나는 젊은이는 은오 님 뿐이라서 말입니다? ㅎㅎ

저는 제조업이고 전형적인 남초기업이라서 말입니다. 노년의 임원진들이 대거 있는 곳입니다. 물론, 임원진에 여자는 한 명도 없고요. 보수적인 집단 그 자체죠. 관리직 실무에는 여성직원들이 많은데 왜 이놈의 회사 여성 임원은 하나도 없을까요? 아무튼 그런 회사를 제가 다니고 있습니다.
맥심커피+담배냄새와 엘리베이터 같이 타면 정말 지옥같죠. 저 예전에 다니던 빌딩에서는 엘리베이터에 안내문 붙어있었어요. 다른사람들을 위해 흡연후 엘리베이터 타는 걸 삼가해주세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맥심커피+담배냄새는 정말 너무 똥냄새가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제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셨더니, 갑자기 달달한 커피가 땡기는데, 커피 사러 나가기는 싫고.. 맥심이나 오랜만에 한 잔 타 마실까요? 껄껄.

금수저는 결코 아니지만 근수저이기는 한 잠자냥 님과 저는, 열심히 돈을 법시다. 빠샤!!

햇살과함께 2023-05-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 그 드라마 제목이 느낌인가요?
전혀 느낌적 느낌이 안오네요. 이 드라마 열심히 안 봤나봐요.
우희진 정말 좋아했는데~!
마지막 승부 이후로는 드라마 이전처럼 몰입해서 열심히 안본 듯 해요...

저는 대학 때부터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남초 집단에서 살아서인지,
내 안의 경상도적 마초 성향 때문인지,
항상 남초집단이 더 편안하다고 생각해는데,,
이것도 어쩌면 학습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하나 깨우쳐주시는 다락방님 페이퍼!

다락방 2023-05-18 12:10   좋아요 2 | URL
느낌에서 우희진 진짜 너무 예쁘지 않았나요? 삼형제가 다 반한게 너무나 이해가 되는 엄청난 미모!! ㅎㅎ
그때 이정재 조정 선수인거 신경도 안썼는데 어제 친구가 똭! 말해주더라고요. ㅎㅎ
마지막 승부도 엄청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맨 마지막 회의 경기는 실제로 농구장 빌려서 사람들도 오게 했던 것 같은데요. ㅎㅎ

저도 회사생활을 오래 해서 이제 남자들하고 일하는 건 익숙해요. 근데 뭐 딱히 좋진 않고요 ㅎㅎ 회사에서 싫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죄다 남자들이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아무튼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파이팅!!

거리의화가 2023-05-1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 분명 봤는데 주인공들 직업이며 뭐며 거의 기억이 안나네요? 친구분 기억력이 엄청나신듯!^^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토니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좋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핀트가 계속 어긋나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점점 짙어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도 주인공이 그 남자친구에게서 딱히 얻는 거라고는 위안 정도인 듯한데 과연? 물론 주인공의 정신적인 상황이 그에게 기대게 만드는(?) 것 같긴 합니다. 또 자라온 환경도 영향이 있을 듯하구요.

저는 남초집단 회사(IT 산업)에 오래도록 일을 했고 중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거의 남자들이 많은 집단에서 지내서인지 여자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어색한 경우가 많더군요. 이미 이 세계에 제가 철저히 익숙해져있는 것이겠죠. 이게 오래되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리는듯해서 스스로가 깨어나야한다 생각하여 요즘 더 여성이 쓴 책을 읽으려고 노력중인듯합니다.

다락방 2023-05-18 16:03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가 이정재가 조정선수였다고 하니까 아 그랬지! 싶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의 직업은 통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제 친구 정말 짱이네요.

저도 토니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뭔가 저에게 좀 짜증스러워서 결국은 잘 안됐다는 얘기를 하려나 싶긴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위안을 얻고 싶어서 토니를 만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엘리스가 사고 당해서 전화했는데 토니의 대응이 저는 확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렇지만 엘리스에게 안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저는 요즘 젊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게 너무나 잘 이해가 됩니다. 매일 뉴스에서 남성들의 범죄 사건이 보도되는데-어쩌면 그렇게 매일같이 불법촬영과 성폭행 기사가 나는걸까요?- 징글징글 하잖아요.

깨어나야한다, 깨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언제나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열심히 물어야 할테고요. 거리의화가 님, 우리 힘내요!

감은빛 2023-05-18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낌은 기억나지 않는데요. ㅎㅎ
물론 언급하신 배우들은 다 잘 기억나지만요.

저 역시도 오늘 일하다가 열받아서, 이 놈의 일을 확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열 번도 넘게 했네요.
스트레스 때문에 일하기 싫어서 오랜만에 알라딘 놀러왔어요.
얼른 아이들이 자라야 정말로 확 일을 그만둬버리고 말텐데요.

다락방 2023-05-19 13:44   좋아요 0 | URL
저는 일 자체를 그만둘 순 없을 것 같아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를 먹여 살릴 사람이 저뿐이라서요. 다만, 지금 하는 일은 그만하고 싶어요.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 다니고 싶습니다. 좀 더 다닐테지만 1,2년 정도 더 다니면 아마도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저 퇴사하면 맛있는 거 사주세요.. ㅎㅎㅎㅎㅎ

감은빛 2023-05-19 19:38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로 저를 먹여 살릴 사람은 저 뿐입니다. ㅎㅎ
그래도 저는 일 그만하고 싶어요.
저도 지금 이 일은 오래 할 것 같지 않아요.
2년 보고 있거든요.
음, 어쩌면 2년 후에 우리 실업자가 되어 만나겠군요. ㅎㅎㅎㅎ

아무리 돈이 없어도 다락방님과 맛난 건 먹을 수 있겠지요. 언제든 사드릴게요.

따라쟁이 2023-05-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여~ 나의 눈을 봐요.~~
저는 김민종이 젤 좋았어요.ㅎㅎㅎ 셋중에 하나라면 나는 안경 쓴 김민종 이랬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저는 ‘안경 쓴‘에 집착하는 사람이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건 ‘김민종‘이 아니고 ‘안경 쓴‘이였어...

어제 중피종과 싸우고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더 이상 경제적인 생산 능력이 없는 것에 자존감이 많이 상한다는 말을 했어요.
주식이나 다른 투자로 돈을 벌고 있지만 노동으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것을 느낄 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데요
다락방님 글을 그 친구에게도 소개 시켜 주어야겠어요.



다락방 2023-05-23 08:32   좋아요 0 | URL
저는 예나 지금이나 김민종은 별로인데 따라쟁이 님 저랑 남자 취향 너무나 다르네요. 껄껄.
그런데 김민종 엄청 인기 잇었던 기억 납니다. 드라마에서도 우희진이 김민종 선택하지 않았나요? 이정재랑은 아마도 이복형제였던 것 같고...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던...

저는 이제 받아들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스스로 노동해서 밥을 먹어야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노동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냥 인생인 것 같아요. 각자의 자존감은 그러니 각자가 찾아야 할 것 같고요. 친구분은 아픈거잖아요. 아픈데 생산 능력 없는걸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