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4일 한국경제신문에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물론 백프로는 아니고, 41%가 그렇단다. 그렇다면 59%는 같이 있고 싶어했냐고? 아니, 남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응답을 한 여성은 27% 뿐이었다. 여자 열 명중에 네 명은 적극적으로 남성과 함께 있는 걸 원하지 않고, 함께 있길 원하는 여성은 열명중 2-3명 이라는 것. 남자의 56%가 여성과 함께 있고 싶다고 답했다는데,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남자가 짝을 찾겠는가.
해당 기사 ☞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51212237
일전에 남자를 소개받겠냐고 누가 내게 의향을 물었는데, 그럴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던 것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으며, 오히려 빡칠일만 생길 것 같아서였다. 남동생은 '누나 아마 만나면 싸우기만 할걸' 이라고 말했고, 회사의 여자동료는 내게 '부장님이 부족한게 없는데 뭐하러 남자를 만나요' 라고 말했다. 나야말로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 그렇다면 내 경우에도 '남자랑 있기 싫어!' 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41%에 포함되진 않는다해도, 같이 있고 싶어요 의 27%에는 결코 해당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었다.
이 기사가 떠오른 건,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을 오늘 아침에도 변함없이 읽었기 때문이었다. 신입사원으로 제철소에서 일하는 엘리스는 당연히 주변에 남자 직원이 훨씬 더 많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엘리스는 '토니' 라는 남자친구가 있고, 남자들이랑 한공간에 있는걸 싫어하는 여성도 결코 아니다. 아마 엘리스는 '같이 있고 싶어요'의 27% 에 해당하는, 바로 그 여성일 것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남자랑 있기 싫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많은 남자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남자랑 있기 싫은데,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직장에 가면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 직장이야 어쩔 수 없으니, '같이 있기 싫어'의 여성 41%는 직장을 나서는 순간, 어떻게든, 더, 적극적으로 남자를 만나기를 피하려고 하지 않을까. 오늘치 남자와 있기는 다 썼다, 과하게 썼다 …
특히나 제철소의 경우 남자 직원들이 더 많다보니, 엘리스는 그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걸 배운다. 다른 여직원이 욕을 먹고 있어도, 본인에 대한 부당한 말을 들어도 대응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남초집단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아는 까닭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남자를 지나치게 많이 마주쳐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남자랑 있기 싫은 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가서 남자들과 함께 있는게 아니라면, 어쩌면 퇴근 후에 남자 한 번 만나볼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많은 직장인 여성들은 남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활동을 하는지 다 보고 있으니까. 남자랑 있기 싫어요~ 가 현실인데 출근하면 남자들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툭, 툭, 툭 … (맥심커피+담배냄새 뭔지알지?)
음, 아직 이 책을 절반도 채 읽지 않아 앞으로 엘리스의 사생활-연애 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는데, 엘리스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좋다고 언급하긴 하지만, 난 어쩐지 토니가 싫다. 읽으면서 왜 이 남자랑 사귀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나 결정을 잘 못한다는 토니의 성격을 얘기할 때, 너무 답답해서, 왜 사귀는걸까? 생각했지만, 그러나 엘리스는 토니를 사랑한다. 엘리스가 사랑한다는데 내가 뭐라 하겠나. 어떤 사람들은 연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안정감과 다정함이 반드시 삶에 필요할 수도 있는거라는 걸, 안다.
어쩔 수 없이 읽으면서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노동.
어제는 나의 오랜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아주 오랜동안 노동을 하고 있다. 회사에 다닌지도 오래였는데 몇해전부터는 자기 가게를 차려 일하고 있다. 그게 잘 되지 않아 고민중이지만, 그러나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니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계속 고심중이었다.
노동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도 매일 수차례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차오르는 거다. 그만둘까, 나갈까, 하면서도 그러나 내가 여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돈벌이 자체를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여기를 계속 다니자로 늘 결론이 나는 거다. 내가 지금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건 진심이지만, 그러나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명문대를 나온 우수한 인재인 것은 아니므로 여길 나가는 순간 내가 벌어들이게 될 돈은 어쨌든 지금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될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게 되는 거다. 이 생각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얼른 벌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도 방학 때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시절에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식도 하기 전에 취업을 해서 성실히 다녔다.
첫직장과 지금 직장 사이에 2개월가량 공백이 있었지만, 그 때는 운전면허증을 땄다. 나는 쉰 적이 없다. 쉬는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쉬는 동안 돈을 벌지 않는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돈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에게 돈 달라고 말한다는 건 고등학교 졸업 후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등록금 대주는 것만 해도 미안한데, 책값이며 생활비까지 달랄 수는 없었다.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외에는 부모님께 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직장에 들어가 월급이란 걸 받으면서는 집에 생활비를 보태기 시작했다. 부모님 핸드폰을 내가 개통해드리고 필요한 가전제품을 사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 돈을 번다는 건 얼마나 좋은지. 조카들이 찾아온다거나 조카들의 집에 방문할 때 간식을 사가지고 가는 일도 즐겁고, 부드러운 음식이 아니면 씹을 수 없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크리스피 크림을 박스째 안겨드릴 때 흐뭇하다. 친구의 좋은 날에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내 스스로 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 짜릿하다. 나는 내가 버는 돈을 내가 쓰는 게 너무 좋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돈을 버는 건 자존감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물론 이게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벌지 않아도 살아지는 환경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나 친구가 말한것처럼 내 자존감에는 내가 버는 돈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에게는 돈을 주는 사람이 없다. 내 노동이 아니라면 돈이 생길 일이 없다.
나에게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모가 아닌 내 돌봄이 필요한 부모가 있고, 나에게는 돈은 내가 벌게 너는 쓰기만 해, 라는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제니퍼 로페즈). 내가 밥을 먹고 책을 사고 여행을 다니는 그 모든 돈은 나의 노동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아마,
이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그럴 것이다.
자기를 먹여살리는 게 자기 뿐이기 때문에 노동할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먹여살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할 것이다.
노동을 하면할수록 부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 자연스러워보이는 흐름은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을 하면할수록 자본가의 배만 불려주게 되지만, 그렇다고 노동을 놓을 순 없다.
어제 만난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다.
부모님이 나 돈 주는 거 아니고, 남자가 나 돈 주는 거 아니고, 나한테 돈주는 거 나인데, 그거 괜찮다고. 친구 역시 그렇다고 했다. 자기 쓸 돈을 자기가 벌어야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다고.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고. 물론 그 과정에 숱한 고민과 갈등을 마주하지만, 그래도 내 돈 내가 버는 게 제일 좋다고 얘기하며 친구와 나는 와인을, 하이볼을, 맥주를 마셨다.
아, 그러다가 내가 친구에게 무한도전 조정 얘기 했는데, 그런 영화를 검색하니 이런것밖에 없더라, 라며 어제 페이퍼에 쓴 얘기를 그대로 했는데, 내 얘기가 끝나자마자 친구가 말했다.
"느낌!"
"뭐?"
"느낌!! 이정재가 조정했잖아!"
"앗!!"
그랬다. 오만년전에 보았던 느낌.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모두 우희진을 좋아했던 그 느낌!! 맞아, 거기에 조정 나왔지!! 어제 친구의 말에 빵터져서 웃으면서 넌 정말 짱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오만년전 느낌 떠오름?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이들아, 너희는 느낌 모르지?
은오 님, 느낌 모를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