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45년간을 부부로 살았다. 서로에게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남편이 찾는 사전이 창고의 어디쯤에 있는지 아내가 알고 아내가 오전에는 늘 개를 데리고 산책한다는 것을 남편이 안다. 서로가 서로의 사소한 습관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은 견고하다. 둘이 마주앉는 일이 그리고 이야기나누는 일이 나란히 눕는 일이 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하다. 이런 부부가 결혼45주년 기념 파티를 앞두고 있는데, 파티가 열리기 일주일 전, 남편 앞으로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에는, 남편이 결혼 전 사랑했던 여인의 시체를 찾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남편은 편지를 읽고 과거로 빠져든다. 과거의 여인과 함께 산에 올랐던 일, 그곳에서 그녀를 잃게된 일 같은 것들을. 그리고 지금 이렇게 거동이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위스의 어느 곳, 그녀가 묻혀있는 곳을 가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하지만, 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아내와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혼자 일어나 과거의 여인의 사진을 찾아 다락을 뒤진다. 과거로 돌아간 그는 자꾸만 과거의 그녀 얘기를 꺼내고,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려던 아내는 어느 순간 서운하다가 화가 난다. 이제 더이상 그 이름을 내 앞에서 꺼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들의 견고한 일상은 흔들리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과거의 연인 얘기를 듣다가 묻는다. 만약 그때, 둘다 그 산에서 살아돌아왔다면, 당신은 그녀랑 결혼했을까? 남편은 그렇다고 답한다. 아마 그녀와 결혼했을 거라고.







하아...45년을 함께 쌓아온 단단한 일상인데 그보다 오래전의 존재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서는 이 견고한 일상을 흔든다. 이 일은 아내에게 큰 상처가 된다. 45년이면, 너무나 길잖아. 정말 길잖아. 결혼 45주년 파티는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오는데, 파티에 쓰일 곡들을 고르는 것도 아내의 몫이고, 아내는 이제나저제나 남편이 평상시로 돌아와주길 바라지만, 설사 그렇다해도 아내가 받은 상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파티때는 아내를 만나서 다행이라 말하고 아내를 사랑한다 말하고 그래서 아내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남편이지만,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편하지도, 안정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당연한듯, 《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난다. 오래전 바람피웠던 남편에게 '당신 아직도 그녀 생각해?' 묻던 아내가. 그리고 우리의 심장에게 더이상 이런 일을 시키지 말라고 말하던 아내가.


"말해요." 몹시 침착했다. 그녀는 한숨마저 내쉬었다. "제발, 얘기해줘요." 제인이 말했다.

어두운 차 안에서 가빠진 그의 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녀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제인은 말하고 싶었다. 이런 일을 겪기엔 우리 심장이 너무 늙었다고. 이런 일을 계속 우리 심장한테 시키면 안 돼. 당신 심장이 이런 일을 견뎌낼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 (p.246)


"그 여자 죽었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죽었다면 스콧이나 메리한테 소식을 들었겠지. 그러니 안 죽은 모양이야. 하지만 소식은 전혀 몰라."  

"당신 가끔 그 여자, 생각해요?" (p.247) 



그가 대답하지 않자, 장이 뒤틀리는 듯하더니 속에서 해묵은 한 자락 고통이 진저리를 쳤다. 그것은, 그 특정하고 친숙한 고통은 제인을 얼마나 피로하게 했던가. 찐득한, 더러워진 은빛 액체가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더니, 이내 퍼져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크리스마스 전구들도, 가로등도, 갓 내린 눈도. 모든 것의 사랑스러움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p.245)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 나와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옆에 눕던 사람, 서로의 작은 습관들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던 사람, 거실이나 부엌이나 욕실에서 부딪히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사람. 그 사람에게 잠깐 누군가 찾아들고, 그 누군가 찾아들었던 일 때문에 나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면, 나는, 그걸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설사 그가 '잠깐동안'이었다 하더라도, 그 잠깐동안이 우리의 함께한 일상을 파괴했다면, 내가 그걸 지우고 사는 게 가능할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는 게, 그게 가능할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을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내자, 라고 백 번 다짐해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슬프다.


아니, 그런데, 이 대단히 훌륭한 책인 《올리브 키터리지》를 써낸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장편 소설이 지난주에 번역되어 나왔다!!!!!!!!!!!!!!!!!!!!!!!!!!! 꺅 >< 

내가 진짜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진짜 나오자마자 너무 좋아서 당장 사겠어! 하고 장바구니를 비우려다가, 생각해봤다. 지금 당장 읽고 싶긴 하지만.. 안읽은 책 너무 많지 않아? 좀 참아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 여행경비도 모아야 하는데...책 사는 데 쓰는 돈을 좀 아껴야하지 않겠어? 사두고 안읽은 책만으로도 2년은 읽을 수 있겠는데..... 하루키의 신간인 라오스 책도.... 다음에 사도 되는거잖아? 응?

















나의 계정에는 중고로 책을 팔아 입금된 돈 12,600원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둘 중에 한 권을 사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돈을, 환급 신청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여행경비하자...하고. 인생.......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하루키... 우리 조금 있다가 만나요. 그렇지만 꼭 만날 거에요. 




4월달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술마시고 있는데 남동생으로부터 갑자기 뜬금없는 문자메세지가 왔었다.


<갑자기 스토너가 참 대단한 소설이란 걸 느낀다. 가슴 울림이 있어.>



아니, 얘는 갑자기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 너 갑자기 왜그랬냐 물어보니, 소설중 캐서린이 스토너 앞으로 자신이 쓴 책을 보내는데 헌사가 쓰여진 게 생각났단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았고 짠했단다. 그게 생각나니 이 소설 진짜 좋구나 싶었다고.

나보다 먼저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를 읽던 남동생이 '쥐 좀 안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내가 읽다보니 무슨 말인 줄 알겠더라. 그래서 나도 남동생에게 '쥐 좀 그만나왔으면 좋겠어'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남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이자식 일부러 이렇게 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은 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군시절 장교식당 취사병으로 있다가 팔뚝만한 쥐랑 눈이 마주쳤던 것부터 시작해서 쥐에 대한 끔찍한 장면들 몇 개가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스티븐 킹 소설에서 쥐를 만나니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고. 




지난번에도 한강의 소설에 대해 친구들과 수다떨었던 얘기 쓰면서 말했었는데, 같은 책을 읽었던 사람과 책에 대한 수다를 떠는 것은 진짜 즐겁다. 누구와도 가능한 대화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건그렇고, 함께 산다는 게, 함께 오래 산다는 게 대체 뭘까, 싶다. 45년을 살아도 한 순간에 저렇게 휘청일 수 있는건데.... 인생.......



당신 가끔 그 여자 생각해요? 라고 물을 수도 없고 대답을 듣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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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3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3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3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6-05-2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들을 맨부커상 페이퍼부문에 추천합니다 ^^

다락방 2016-05-23 16:26   좋아요 0 | URL
어머. 야클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5-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읽은 책 너무 많지 않아? 좀 참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ㅋㅋㅋㅋㅋ 하지만 부자가 아니니까 안 읽은 책 생각도 잠깐이나마 하는 거 보면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인걸까요 뭘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6-05-23 16:27   좋아요 0 | URL
아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인건가요? 저는 안 읽은 책이 천 권이든 만 권이든 역시나 같은 고민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신간이 계속 나오니까요. 그때마다 휘청휘청, 집에 안 읽은 책이 만 권인데, 어쩌지, 하면서 또 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몬스터 2016-05-2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 한 챕터가 끝나면 또 다른 챕터가 시작되는거라고. 그저 내 감정에 충실하며 카르페디엠 하는게 어떻까 하네요. 다락방님이 쓰신 책 읽어 보고 파서 자주가는 싸이트에서 eBook을 찾았는데 , 음네요. lol

다락방 2016-05-23 16:28   좋아요 0 | URL
으앗 몬스터님. 제 책이 이북으로는 나오질 않아서요 .. (시무룩)

괜찮으시다면 제가 보내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수줍게 싸인해서 보내드릴게요. 히힛. 괜찮으시다면 주소 알려주세요. 그러면 제가 우편으로 슝- 보내드릴게요. 해외배송 환영이니까요. 아하하하핫.

2016-05-23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6-05-2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들도 가끔..어쩌면 자주..다락방님을 생각하겠죠? ^^

다락방 2016-05-24 09:54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아마도요. 하아-

캐롤 2016-05-24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이미 읽고 있는데 번역서가 나왔네 하고 보다가 여기 다락방님 공간까지. 저영화도 꼭 보고싶네요.
책도 쓰신 분이시군요!!! 다락방님 책까지 주문합니다^ 기대기대!!!

다락방 2016-05-24 09:55   좋아요 0 | URL
어머! 제 책까지 주문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캐롤님. 저도 예전부터 에이미 읽고 싶었는데 원서는 감히 엄두가 안나서요 ㅠㅠ 번역서가 나와 다행입니다. 저도 읽어볼게요!

무해한모리군 2016-05-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책수다 떨고 싶다. 스토너에 대해 말하는 남동생 가지고 싶다.... 엄마 왜 난 남동생 안낳아줬어???라고 묻고 싶은 기분좋게 비오는 아침이네요 ㅎㅎㅎㅎㅎ 땡투도 누르고 휙~

다락방 2016-05-24 10:11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부터 평일에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는데 비가 와서 마음이 참 거시기한게...술 생각이 나요. 하아- 안돼, 그만 마셔, 마시지마... 혼자 다짐하는 비오는 아침입니다. ㅎㅎ
저보다 먼저 읽으시겠네요, 모리님!! >.<

2016-05-24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5-25 08:48   좋아요 0 | URL
넵!

젤리곰 2016-05-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ㄷㄹㅂ님도 45년 후 보셨군요! (극장에서 곰방 내릴 것 같아서 퇴근하고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보러 갔던...) 영화 보는 내내 할아버지 입을 손으로 막아버리고 싶었어요. 아옷.

다락방 2016-05-30 09: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ㅠㅠ
45년이나 함께 살았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휘청이다니,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ㅠㅠ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도 서운하고 절망스럽더라고요 ㅠㅠㅠ 싫어... ㅠㅠㅠㅠ
 
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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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사람을 보고 이야기꾼이라고 하는구나, 라고 나는 스티븐 킹의 이번 소설을 보면서 생각했다. 출근하면서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내릴 역을 놓칠뻔했다. 잠깐 싸한 기분에 고개를 들어보니 양재에서 문이 열려있더라. 오오, 잽싸게 책과 가방을 들고 후다다닥 지하철 출입문으로 향했고, 그 잠깐동안 '나는 문에 끼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해서 쫄았다. 그러나 문은 좀 오래 열려 있었고 나는 무사히 내렸다. 이게 다 스티븐 킹 때문이야! 라고, 스티븐 킹을 원망했다.


일전에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읽으면서도 '아 이래서 사람들이 스티븐 킹, 스티븐 킹 하는구나' 했더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왜 그의 소설이 그렇게나 많이 읽히는지,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이야기꾼이다, 천상 이야기꾼이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게다가 스티븐 킹은 쓸데 없는 얘기를 하지도 않는다. 이야기 구석구석 할 말을 깔아 놓았다. 이번 책, 『별도 없는 한밤에』는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다 기가 막혔다.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쓰게 됐는지, 영감이 떠올랐던 한 순간의 장면이나 기사들을 소설의 끝에 써놓았는데, 어쩌면 이야기꾼이라는 건 타고나는 게 아닌가 싶더라.



<1922> 는 가장 처음에 실린 소설이다. 한 남자가 유산으로 많은 땅을 물려받은 아내와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그런 아내한테 짜증이 나서 '아내를 죽인다'. 아내는 말하는 폼이 상스럽고 그래서 열네살의 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남편과 자주 싸웠다. 그리고 이 시골이 아닌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어했고, 남편은 이 시골에 머무르고 싶어했으며, 이에 자주 말다툼을 했고, 남편은 '아내를 죽였다'. 남편과 아내가 의견이 안맞아 싸웠는데,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 그는 아들에게 '네 엄마를 죽이는 걸 도와달라'고 말했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의 목에 칼을 댔다. 그리고 죽은 그녀를 집의 우물 안으로 던져버린다. 아내의 시체를 커다란 쥐가 와서 뜯어먹는 것까지 목격한다. 그가 아내를 죽인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고 그가 아내의 살해범으로 잡히진 않았지만, 아내를 죽인 그가 평온하게 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내를 죽인 후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로 지독해진다. 어쩌면 그의 주변에 '여자를 죽인 남자'를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범죄가 감춰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내의 실종을 조사하러 온 마을의 보안관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자네도 이미 알겠지만, 나는 직감만 믿고 찾아온 게 아니야. 부부 사이의 문제야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당연한 거 아닌가? 성서에도 나와 있잖아, 남자는 여자의 머리이니 여자가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남편에게 배워야 한다고. 고린도전서 말씀이지. 성서가 내 보스라면 난 성서 말씀대로만 행할 거야. 그러면 인생도 참 단순해질 테니까." (p.85)



"자네도 알겠지만, 여자들하고는 가끔 입이 아니라 손으로 대화를 할 필요가 있어. 그래야 정신을 차리거든. 세상에는 흠씬 얻어터져야 고분고분해지는 여자들이 있어. 그러니 잘 생각해 봐." (p.95)



저런 보안관이 엄청나게 수사에 집중해 남편이 범인임을 알아냈다해도, 저런 분위기에서 남편에게 어떤 벌이 내려지게 됐을까? 그리고.. 성서에 정말 저렇게 나와있는 걸까? 남자는 여자의 머리라고? 대체 어떤 남자들이 여자의 머리일까? 왜 성서는 그렇게 말했을까? 알면알수록 성서는 신기한 것 투성이구나. 언제 한 번 정독해봐야 겠다. 어쩐지 반박할만한 많은 문장들이 그 안에 있을 것만 같다. 


소설 속에 임신한 소녀가 등장하는데, 이 소녀는 이런 말을 한다.



"보면 알겠지만, 내가 문제가 좀 있거든. 난잡한 계집애라나 뭐라나! 남자 친구는 도망쳤어. 걔도 난잡한 사내놈인데, 그 자식 욕은 아무도 안 하는 거 있지! 그래서 우리 꼰대가 날 감옥에다 쳐넣은 거야, 거긴 펭귄들이 지키는 감옥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세상에! 꼰대가 누구겠어, 우리 아빠지! 펭귄은 수녀복 입은 할망구들이고!" (p.179)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했는데 여자가 임신을 했고 남자가 도망쳤다. 여기서 왜 갇혀야 하고 난잡하다고 욕먹어야 할 게 그저 여자 뿐인걸까. 게다가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또다른 소녀 하나는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도 있는, 밝은 미래를 꿈꿔왔는데, 임신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그 상황에 주저앉게 된다. 



섀넌은 눈보라 속으로 간신히 몇 걸음을 옮기고 더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삼각법을 할 줄 알았던, 그래서 어쩌면 오마하 사범학교 최초의 여자 졸업생이 될 수도 있었던 그 소녀는, 어린 연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말했다.

"자기야, 나 더는 못가겠어. 땅에다 눕혀 줘."

"아기는 괜찮아?"

"아기는 벌써 죽었어. 나도 죽고 싶어. 아파서 더는 못 참겠어, 너무 아파서." (p.190)



남편이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일어나고, 그 모든 일들은 비극이다. 아내를 죽인 다음에야, 여러가지 불행들이 닥치고 또 닥친 다음에 '내가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해봐야, 아내는 이미 죽었다. 남편이 죽였다. 불행한 사건들만 닥쳐오는 게 아니라 남편 스스로도 불행해진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빅 드라이버>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죽인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여자는 남자와 다투었다거나 남자가 자신을 화나게 했더나거 자신을 무시해서 충동적으로 죽인 게 아니다. 그녀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살해한 남자를 죽인다. 강간범은 여자를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강간범이 자신의 시체를 던져 버린 곳에서, 그녀는 깨어나,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들의 시체가 그 곳에 더 있음을 자신의 눈으로 보게 되고, 만약 그 강간범을 살려둔다면, 이 곳에서 다른 여자들이 또 강간당하고 살해당할 것이라는 걸 짐작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강간당한 여자임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뉴욕 포스트》같이 저속한 신문들은 테스의 10년 전 사진을, 즉 뜨개질 클럽 시리즈가 처음 출간될 무렵의 사진을 실을 것이 뻔했다. 그때 테스는 이십대 후반이었기에 짙은 금발 머리를 길게 길렀고, 미끈한 다리를 뽐내려고 짧은 치마를 즐겨 입었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저녁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뒤꿈치 부분이 끈으로 된 하이힐을 신곤 했는데 어떤 남자들은 그 구두를 '남자 꼬시는 신발'이라고 불렀다(물론 그 거인도 예외일 리 없었다.). 테스가 이제는 나이를 열 살이나 더 먹었고 몸무게도 9킬로그램이나 늘었고, 성폭행을 당할 때 거의 촌스러울 정도로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는 사실 따위는 신문에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런 세부 사항은 삼류 신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기사의 문장 자체는 점잖을지도 모르지만(행간에는 선정적인 분위기를 살짝 흘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함께 실린 테스의 젊은 시절 사진에서 진짜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아마도 인류가 바퀴를 발명하기도 전에 만들어졌을 이야기를. 여자가 야하게 하고 다녔네……당해도 싸지, 뭐. (p.271-272)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하진 않으려고 했는데, 그냥 뒀다가는 또 다른 여자들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할 걸 생각하니 그대로 둘 수가 없었던 것. 그래서 '여자는 강.간.범.을 죽인다'.


몇차례나 강간당하고 두드려맞고 스스로도 죽었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깨어난 여자는,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 몸의 힘을 끌어모은다. 



또다시 의식이 흐려지려고 하자 테스는 손으로 자기 뺨을 후려쳤다. 일단 집에만 도착하면, 프리츠에게 밥을 주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문을 모조리 잠그고 불을 모조리 켠 후에), 기절 같은 건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었다. 결코, 절대로, 맹세코. 당장은 계속 걸어야 했고, 차가 다가오면 숨어야 했다. (p.268)



아.. 몇 번이나 기절하고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면서 그녀가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집에 돌아가서 고양이 밥을 줘야 한다는 거였다. 아, 이 여자들은 정말 얼마나 위대한지. 자신의 고통과 아픔과 두려움앞에 다른 존재를 걱정하고 염려한다. 남자가 무참하게 여자를 짓밟을 때, 여자는 그 상황에서도 다른 존재를 신경 쓴다. 자신이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존재를. 아아 진짜.. ㅠㅠ 눈물이 난다. 


또한 이 소설에서 스티븐 킹은 강간당한 여자가 테스 하나뿐만이 아님을 말한다. 많은 여자들이, 대부분의 여자들이 강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그녀의 복수를 알고도 입을 다물어준 조력자 역시 십대시절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의붓아버지에게 여러차례. 얻어 터지고 맞고 강간을 당한 피해자들이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낼 수 없이 살아간다.



사람들은 두들겨 맞은 여자를 우습게 봤다. 특히 금요일 밤에는 더더욱. 아가씨, 누구한테 그렇게 얻어터진 거야? 뭘 잘못했길래? 남자한테 그 정도로 얻어터졌으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정도는 알 거 아니야?

그 생각을 하니 오래전 어디선가 들었던 농담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해마다 30만 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얻어터지는 이유가 뭔지 알아? 왜냐면 여자들이……도대체가 …… 말을 들어 처먹질 않거든! (p.281)



그래서 여자는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강간범을 응징한다. 어두운 물속에서 썩어간 다른 여자들의 시체를 생각하며 그녀는 그 모두의 복수를 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성폭행을 막았다. 만약 내가 그녀의 복수를 알았다면, 그래서 그녀가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 역시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세상에 성폭행범만 골라서 응징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성폭행 하지마, 강간하지마, 라는 말을 들을 생각도 안하는 남자들이라니 직접적으로 두려움을 안겨주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강남역에 포스트잇 붙이는 걸로 그렇게 빼애액 해대는 남자들이라니, 남자들은 도대체가 말을 들어 처먹질 않으니, 강간하고 살해하면 얼마만큼 처절한 응징을 당하는지를 몸소 보여줘야, 그때야 비로소 말을 들어 처먹질 않을까.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여자는 결혼 후 27년이 지난 다음에야, 남편이 범죄자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여러차례 여자들을 강간하고 죽인 바로 그 연쇄살인범임을. 27년간 사이좋게 살아왔고 둘 사이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아들과 결혼을 앞둔 딸이 있다. 아내가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제 남편도 안다. 내 앞에 앉은 이 남자가, 이제 드러났으니 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 알려줄게, 라고 말하는 이 남자가, 나랑 27년간 함께 살아왔던 남자라는 사실에 여자는 앞이 깜깜해진다. 이걸 어쩌나 싶다.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 남편 말대로 자식들의 미래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평생을 강간살인범의 자식으로 살아야 한다. 직업도, 결혼도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러니 경찰에 신고할 수가 없다. 일단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남편과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살겠다고 남편에게 다짐하긴 했지만, 그녀로서는 무.섭.다. 남편은 여자에게 사랑한다 말하지만, 여자가 그를 사랑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여자는 무섭다. 아내는 무섭다. 이 남자가 자신의 두려움을 눈치채고 언제고 자신을 죽일까봐 무섭다. 이 상황이 너무 답답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정체를 차마 밝힐 수는 없고, 그래서 경찰에 신고할 순 없고, 그런데 이 남자가 나를 언제 죽일지 몰라 너무나 무섭고...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도망쳐야 할까? 도망치면? 그 다음은? 언제까지고 도망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겐 아빠로부터 도망친 원인을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아이들에게 말도 하지 않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릴까? 남편이 아내를 찾아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버스'의 『이웃집 살인마』를 보면 멀리 도망친 아내를 기어코 찾아내서 죽이는 남편도 나오던데,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은가. 


그러자 어쩔 수 없는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아내가 되었고, 여기에서 기어코 벗어나서 남은 삶을 살아내야 했으니, 도망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걸로는 답이 나오질 않으니, 어느 순간, '죽이자' 라는 생각이 든거다. 이 남자를 죽여야 한다. 이 남자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다른 여자들이 죽는다. 죽이는 게 답이다. 그러자 또다시 『이웃집 살인마』에서 본 구절이 떠올랐다.



남성들이 자신을 버린 배우자를 살해한 반면, 여성들은 살인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될 만큼 심하게 자신을 격리하고 학대하며 위협한 배우자를 살해했다. (이웃집 살인마, p.174) 


간략히 말해,여성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살인의 주된 동기는 자기 보호와 위험한 결혼으로부터 도망치려는 필사적인 욕망이다. (이웃집 살인마, p.171)



스티븐 킹이 써놓은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남자들은 자신의 기분을 거스른다고 여자들을 죽이고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여자들을 죽인다. 그러나 여자들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여자들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남자를 죽인다. 


스티븐 킹이 이런 얘기를 해주어 얼마나 다행인가 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사건이 왜 일어나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남자'가 이런 얘기를 해주다니. 곳곳에서 여자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으니까. 똑똑하고 많이 배웠다는 남자들이 종종 여자들에게 '더 넓게보라'고 훈장질 해대는 걸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왔는가. 고종석과 김광진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는데, 스티븐 킹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 스티븐 킹은 다르다. 훈장질 하려는 남자가 아니다. 그는 알고 있다. 현실이 여자에게 어떤지를.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도 스티븐 킹은, 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못된 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가끔은 살아남기 위해서 거만하고 못된 년이 되어야 해. 가끔은 여자가 자기를 지탱하기 위해 못된 년이 되는 수밖에 없어.˝ (돌로레스 클레이본, p.212)



스티븐 킹이 우리 편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든든해졌다. 세상에 훈장질 하는 남자들과 여자를 혐오하는 남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은 기쁘다. 우리는 두렵고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소리치는 약자들의 편에 서는 것은 편가르기가 아니다.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킹이 원하는 것도 지금보다 나은 세계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고마웠고, 또 다행스러웠다. 앞으로도 계속 스티븐 킹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완벽하고 재미있는 소설에서 별 하나를 뺀 건, 이 소설을 다 읽고 자던 밤, 악몽을 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위도 눌렸어. 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제일 처음의 단편 <1922>는 건너 뛰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티븐 킹을 다 읽고 자니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렸다고 말하자,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스티븐 킹 읽고 자면 안돼.."



스티븐 킹을 읽고 자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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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05-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을때 왜 번역을 안해주지 했어요. 지금이라도 번역해주어 얼마나 반갑던지...^^
그나마 스티븐킹이 예전보다 한국에 인지도가 높아져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재미있다라고만 표현할줄 모르는데, 역시 다락방님 글은 스티븐 킹의 글만큼이나 재미있어요~~~^^

다락방 2016-05-23 16:29   좋아요 0 | URL
이 책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보슬비님. 스티븐 킹이 괜히 킹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인지도가 높아지는 게 당연한 작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가 다른 소설들에서는 어떤 얘기를 했는지 막 궁금해지더라고요.

히힛. 재미있다고 해주시니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집해봅니다. 불끈!!

에이바 2016-05-24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1922에서는 발등 위를 타고 오르는 음습한 어둠을 느꼈는데 몇 번이나 구역질이 일더라고요. 대단한 사람 무서운 사람... 다락방님 혹시 타란티노 데쓰프루프 보셨어요? 빅 드라이버 보고 나니까 그 영화 생각 나더라고요.

다락방 2016-05-25 08:50   좋아요 1 | URL
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스티븐 킹 아저씨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기도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해줘서 참 좋더라고요. 데쓰프루프는 안봤어요. 빅 드라이버는 참 좋았어요. 결국 다 죽여버리는 게 좋았어요. 죽여버리는 게 더 좋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빅 드라이버가 살아서 다른 여자들을 또 강간할 걸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거에요. 어휴.. 저는 <행복한 결혼생활>도 너무 무서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좋더라고요. 내가 아내의 입장이라면..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결국 죽이는 것 밖에 답이 나오질 않았어요. 스티븐 킹을 죄다 읽어봐야겠어요. 어떤건 특히 더 무섭겠지만요 ㅠㅠ

버벌 2016-06-07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티븐킹을 너무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계셨으면 해요. 최근에 스티븐킹의 it이 영화화 된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아~~ 아마도 내년이후에 개봉이겠지만요. ㅜㅠ

다락방 2016-06-10 13:40   좋아요 1 | URL
아아, it 도 읽어봐야겠는데 말입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하나씩 차례대로 다 읽어봐야겠어요. 킹 아저씨 짱이에요 ㅠㅠ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드넓은 대학 캠퍼스에서 여학생들이 강간을 당하자 대학 측은 모든 여학생에게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아니면 아예 나돌아다니지 말라고 일렀다. 건물 안에 있어라. (감금은 호시탐탐 여성을 감싸려고 대기하고 있다.) 그러자 웬 장난꾸러기들이 다른 처방법을 주장하는 포스터를 내붙였다. 해가 진 뒤에는 캠퍼스에서 남자들을 몽땅 몰아내자는 처방이었다. 그것은 똑같이 논리적인 해법이었지만, 남자들은 겨우 한 남자의 폭력 때문에 모든 남자더러 사라지라는, 이동과 참여의 자유를 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p.111)

















여자들하고만 술을 마실 때는 술집을 고르기가 편하다. 조용할 것,  안주가 맛이 있을 것, 같은 조건 외에 필수적인 게 '화장실이 안에 있을 것'이다. 이건 강남살인 사건이 있기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나는, 우리는, 무서웠다. 술집 바깥으로 나가서 어두컴컴한 계단을, 혹은 밝은 계단을 올라가고 문을 열고 화장실을 들어가는 것. 그것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그런 화장실을 갖춘 술집에 가게 되면 '같이가자'고 말하고 서로 기다려주고는 했다. 상대와 나 둘 뿐이라면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 그렇게 화장실이 안에 있는 술집을 찾느라고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밖에서 허비하기도 했다. 그랬다.


내일  술약속이 있고 장소는 내가 편한 데로 가기로 했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와 내가 일하는 동네의 술집을 검색해서 조용하고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회사 근처에 조용하게 술 마실 데가 어디 있을까?' 라고 동료 여직원에게 물으니 잠시후에 링크가 왔다. 강남살인 사건이 있기 전이었다. 그 직원은 링크를 보내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여기, 화장실이 안에 있대요.



링크를 읽어보니 글쓴 이는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좋다'고 써놓았더라. 몇달 전에 쓴 글이었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괜찮은 술집을 발견하고 전화를 해서 거기는 화장실이 술집 안에 있냐고 묻고 싶었는데 시간이 낮이라 아직 오픈을 안했더라. 그래서 검색해봤다. 술집의 이름과 화장실을 넣고. 그러자 역시나 누군가 포스팅 해놓았더라.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너무 좋아요!


라고..



보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결같은 고민을, 항상 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남자들이 혹여 술집 포스팅을 쓴다면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좋다'는 글을 쓸까? 하게 되는 궁금증도 생겼다. 여성전용화장실, 여성전용주차장, 여성전용휴게소, 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것들이 '왜' 있는건지 전혀 모르는걸까?




어제는 내내, 위에 인용한 레베카 솔닛의 문장이 떠올랐다. 남자들아, 밤에 돌아다니지 마, 밤 늦게까지 싸돌아다니지마..



일부 남자들은 솔직히 "나는 안 그런데" 라고 말하고 싶어서거나 아니면, 현실의  시체나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현실의 범인을 논하는 문제로부터 방관자 남성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문제로 대화의 초점을 돌리기 위해서 그런 반응을 보인다. 한 여성은 격분해서 내게 말했다. "남자들은 대체 뭘 바라는 거예요, 여자를 때리거나 강간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고 상으로 과자라도 받고 싶은 거예요?"

여자들은 늘 강간과 살해를 두려워하면서 산다. 때로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남자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제니 추(Jenny Chiu)라는 여성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여성 혐오자나 강간범은 아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요점은 모든 여자는 다 그런 남자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p.182-183)



위의 인용문에 해당하는 트윗을 오늘 보았다.




(그림: 만화가 박종원)



내가 아무리 '안에 있는' 화장실을 가려고 노력해도 언제나 그럴 수만은 없다. 모든 음식점이 화장실은 안에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도 수없이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가봤고, 바깥으로 나가서 빌딩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혹은 내려가야 하는 화장실에 가봤다. 그런 나는 정말이지 운좋게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적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내게 바지를 벗어보라 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택시 안에서 '네 젖꼭지 색깔은 무슨 색깔이냐' 라고 묻는 택시 기사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던 적도 있다. 기사가 운전대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무사히 내릴 수 있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만원 버스 안에서 엉덩이에 손을 댄 남자들은 수두룩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나는 내 엉덩이에 내 두 손을 가져다대곤 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한 남자가 내리려는 내게 달려와 내 성기를 꽉 쥔 적도 있다. 그 손을 얼른 쳐냈지만 내리고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는 한 아저씨가 내 앞에 떡 서서 내가 가는 방향으로 자꾸만 길을 막았던 적이 있다. 내 친구는 화장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낯선 남자를 맞닥뜨렸던 적이 있다. 비켜주세요 말해도 비키지 않아 비켜요, 라고 말하고 그를 밀치고 뛰어나왔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더랬다. 또 한 친구는 나와 지하철에 타 나란히 앉았는데 한 할아버지에게 옷차림을 지적당했다. 기집애가 그렇게 야하게 입고 다니면 어쩌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라. 우리는 운좋게 살아남았다. 그들 중 누구라도 칼을 들고 있었으면 나와 내 친구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남자들에게 버스도 타지 말고 지하철도 타지 말고 비행기도 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길에 걸어가지도 말고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하고 싶다. 교회도 다니지 말고 절에도 다니지 말라고 하고 싶다. 학교도 다니지 말고 회사도 다니지 말라고 하고 싶다. 



'마르셀 서루'는 자신의 책 『먼 북쪽』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상해보라. 3만의 도시 인구 중 이제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p.37)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만 남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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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05-1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를 찾아 봤습니다. 이런 미친 일이 있었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 평소 의식하면서 살지는 않아도 ( 옳든 그르든 이런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듯 합니다만 ) 저도 늘 조심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밤에 혼자 길을 걷는 일은 절대 없고 , 밀폐된 공간 안에 낯선 남자 사람과 둘이 있게 되는 상황은 피할려고 하고 , 잘 알지 못하는 남자 사람이 데이트하자고 해도 믿지 못해서 거절하는 편입니다. 무섭거든요.

말씀하신대로 , 남자사람들은 여자사람을 상대로 이렇게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을 거라 거의 확신합니다. 모든 남자사람들은 여자사람들의 몸을 빌려 태어났는데 , 어째서 세상은 남자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저도 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세대는 좀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학습하고 , 교육하고 받고 그래야 변하겠죠.

다락방 2016-05-20 08:35   좋아요 0 | URL
네, 몬스터님. 이런 미친 일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늘 긴장하고 두려워하며 사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만난 남자사람과 술을 마실 때는 화장실 가기도 꺼려져요. 혹여라도 술에다 약타진 않았나.. 사귀는 남자라면 바싹 긴장하죠. 혹시 이 남자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숨겨져 있진 않은가. 이런 세상을 살고 있어요. 택시 타는 것도 너무나 무섭고요 깜깜한 골목길도 무섭죠. 건물 바깥의 화장실도 무섭고요. 이렇게 무서운 게 많은 게 정상은 아닌 것 같아요. 택시기사도, 골목길도, 화장실도, 남성들에겐 무섭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확실히 이건 문제가 있다 싶어요.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 보이는 게 너무 많아지고, 보이는 게 많아지니 더 처참해요.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까 싶을 정도로 비참합니다. 그래도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문제점을 아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공부하고 계속 생각하고 계속 얘기해야 겠어요. 제가 그리고 몬스터님이 그리고 다른 분들이 한 분 두 분 공부해서 얘기하고 하다보면 조금씩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감은빛 2016-05-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저도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 역시 끔찍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여자 화장실만 실내에 있고, 남자 화장실은 밖에 있는 술집이 몇 곳 있습니다.
술을 마시다보면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일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이게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당연하다고 여긴 막연한 이유보다 더 구체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많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닫습니다.
이런 술집이 더 많아야 한다고,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는 것이겠지요.
저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다락방 2016-05-23 16:31   좋아요 0 | URL
네 궁극적으로는 화장실이 밖에 있어도, 남녀가 함께 쓰는 화장실이어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요. 그러나 지금의 현실로는 너무나 먼 일로 느껴져요. SNS상에서 보면 그나마, 여자친구들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는 남자들도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있으니 남자들도 훈장질을, 당연한듯한 비하를 고치기가 쉽지 않은것 같아요. 함께 노력하자는 말씀이 힘이 됩니다. 네, 그래요, 함께 노력해봐요, 감은빛님.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싶은 날씨였다. 평소에 맥주를 즐겨 마시지 않고 앞으로도 즐겨 마시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어제는 맥주가 간절했다. 많이도 필요없고 딱 한 잔만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광화문에서 종로3가역까지 걸으면서, 중간에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러 책들을 훑어보면서, 중간중간 혹시라도 맥주를 마실만한 밥집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싶었고, 밥을 먹으면서 맥주를 한 잔 시켜두고 싶었던 터다. 그러나 역에 다다를때까지도 마땅한 밥집이 보이질 않아, 아아 그냥 집에 가자, 하고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김이설의 『오늘처럼 고요히』.


그제부터였나,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단편 「미끼」한 편만 읽고 책장을 덮었다. 아, 세다. 그간 읽었던 김이설의 다른 책들보다 세다. 이 센 걸 내처 읽어야 하나 아니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한 편 씩 읽어야 할까... 고민하며 사흘을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다.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냉장고에 있는 호박을 꺼내 썰고 계란 푼 것에 퐁당 담갔다 꺼내서 호박전을 부쳤다. 그리고는 얼른 냉장고에서 500미리 맥주를 꺼내와 유빅컵에 따랐다. 그리고 티브이 앞에 앉아서 채널을 돌렸다. 가만있자, 이 시간엔 뭐가 하지? 안그래도 트윗의 타임라인이 내내 참담했던 터라 잠깐이나마 다른 걸 보고 싶었는데, 돌리다보니 손석희의 뉴스룸이 하고 있었고, 오랜만에 뉴스를 보자, 했다가, 또다시 참담해졌다. 그리고 지쳤다.



김이설의 책을 읽으면서도 지쳤었다. 남자들이 죄다 하나같이 한심해서. 이건 작가가 부러 의도한 것인지 , 아니면 이야기를 구상하다보니 남자들이 이런 식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마냥 허구만은 아니다. 충분히 있을법한, 있었을, 그런 일들이었으며 그런 삶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런 남자들은 수두룩했다. 이 한심하고 찌질한 남자들은 도처에 널려있었고,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여자라면, 가족으로부터 보기도 했을 터다. 아주 많이. 일단 남자인이상 자신의 성적 욕망을 풀어내는 것에 고민도 없고 자신 안에 쌓인 불만이나 분노를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에 있어서 제약도 없다. 가장 큰소리를 내고 가장 센 주먹질을 하는 사람은, 가장 병신같은 사람일 확률이 크다. 집안에서 한 남자가 휘두르는 폭력은 그 안에서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지만, 그안에서 또다른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폭력은 폭력을 물려준다. 혐오는 혐오를 물려준다.



여자를 힘들게 만드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여자를 죽이는 남자가 나오는 뉴스를 접하니, 하아, 멘탈이 찢어질 것 같았다. 급격하게 지쳤다. 둘중 어느 하나만 접했어도 지쳤을텐데 둘다 한꺼번에 접하노라니 영혼이 너덜너덜해지더라.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은 데 사방이 막혀버린 것 같았달까. 책을 읽다가 티브이로 도망갈 수도, 티브이를 보다가 책으로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나는 김이설이 소설에서 써낸 내용들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내내, 아, 공부 많이 했구나, 공부 많이 해서 정말 '열심히' 써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공부 많이 해서 열심히, 김이설은 더럽고 아프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런 소설을 읽다가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봤을 때, 거기에 희망이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기에도 역시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지금 이 시기에 좋지 않아,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에 적절한 때가 올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트윗의 타임라인을 보면 똑똑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나는 희망을 갖는다. 똑똑하기만한 게 아니라, 연대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로하고 기운을 주고 방법을 제시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여자였다.


불쑥불쑥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건, 현실이 아파서이기도 하고, 이렇듯 목소리를 내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해서이기도 하다. 이것은 안된다, 옳지 않다, 고 말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옳지 않다는 걸 알리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득, 김이설의 소설 『환영』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정확한 워딩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이었다' 였던가. 




다시 시작이었다.





"아버지 때문에 식구들이 모두 만신창이가 된 게 안 보여요?" (한파 특보, p.170)

"사람들이 나더러 다 아버지 닮았대요."
아버지가 뒷걸음질쳤다. 나는 천천히 아버지를 따라갔다. 그리고 아버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내 다리를 못 쓰게 만든 아버지의 팔을 분지르고 싶었다. 지치도록 아버지를 짓이기고 나서야, 나는 허리를 폈다. (미끼, p.45)

"야, 너도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귀하게 컸다고 언제까지 받기만 하냐. 아비가 됐으면 식구부터 챙기고. 어떻게 너 혼자 오냐. 너도 참 모질다." (비밀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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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소설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다락방 2016-05-19 09:3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습니다. 하아-

건조기후 2016-05-1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분이에요. 사람이 태어나서 꿈을 꾸며 성장해가는 모든 일들이 결국 하찮은 프레임 하나로 간단하게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거... 이 어이없는 현실의 문제점을 제대로 볼 줄 모르거나 보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게 무엇보다도 슬프고 무섭습니다. ㅜㅜ

다락방 2016-05-19 10:52   좋아요 0 | URL
지쳐요, 건조기후님. 어제는 하루종일 지쳤어요. 뉴스를 보는데 강남역에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은 걸 보고는 눈물이 핑돌았어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옳지않다, 잘못됐다 알고 있고 말하고 있는데도, 기존의 여성혐오가 너무 세게 장악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여성혐오라고 결코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요. 건조기후님 말씀처럼,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거죠. 이런 모든 일들이 답답하고 슬퍼요. 무서워요, 건조기후님. 저는 정말 운좋게 살아남았어요.
그래도 계속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그래서 저도 계속 얘기할거에요. 계속 생각하고 계속 얘기할거에요. 그러는 과정에서 제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아플 수도 있겠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니, 계속 시끄럽게 말할 거에요.

레와 2016-05-1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속 계속 이야기 해줘. 이야기 하자.

다락방 2016-05-19 11:26   좋아요 0 | URL
응 그럽시다. 그래야해요. ㅜㅜ

단발머리 2016-05-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 냉혹한 현실에 한숨만 나오죠.
우리가 느끼는 공포를 알까요... 남자들이...

다락방님, 계속 이야기해주세요.
계속 이야기해요.
그렇게 해요, 우리...

다락방 2016-05-20 08:3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우리 계속 이야기해요. 지금처럼 계속 공부하고 생각해보고 얘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요. 옳지 않은 것에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제가 단발머리님께 단발머리님이 저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 서로에게 힘이 됩시다.
 

















나는 박연준을 시로 먼저 접했는데 그건 그녀가 시인이기 때문이었다. 시인 박연준이 쓴 시집을 읽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므로 뭐 다시 생각할 것도 없었는데, 시인 박연준이 쓴 산문을 읽노라니 아 이사람은 진짜 시인이구나, 싶다. 무슨 산문의 문장들이 이토록 아름답단 말인가. 아름답다는 감탄과 동시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못할 문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문장, 나는 못 써.


어제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트윗상에서 친구들과 한강의 작품에 대해 수다를 떨었는데, 우리 모두가 이미 한강의 작품을 읽었었기 때문에 그 수다가 가능했음을 알고 즐거웠다. 우리 모두가 읽어서 이렇듯 여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네, 하는 것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 사이의 기쁨이다. 다 알라딘에서 만난 사람들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한편, 이 책, 『소란』을 읽는 것도 즐거웠는데, 그건 내가 이미 시로서 시인을 여러번 접했기 때문이었다.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이 사람은 대체 아버지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아버지를 내내 놓지 못하나'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산문집에서 그녀와 아버지의 사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로만 접했을 때 확 다가오지 못했던 것, 명징하지 않았던 것들이, 산문으로 다 풀어져 있으니 조금 더 명쾌해졌다고 해야할까. 지금 이 문장들을 내가 쓰다가 깨달은건데, 내가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또 제대로 감상도 하지 못하는 것은 명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문장들로 감싸놓은 그 속뜻은 너무나 뭉뚱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모호한 게 아닌가. 그 모호함이 시의 특성임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시어 속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시를 읽고 좋아하고 쓰는 사람들이겠지만, 나는 시어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게 아닌가..싶어졌다. 어쨌든.


이 산문집을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아,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그리고, 그대로 행하는구나 싶었다. 그녀의 산문 곳곳에서 나는 그녀의 시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기억해요? 당신이 생각보다 어두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주 나뭇잎에 매달려 끈질기게 초록, 초록이 되려고 애썼던 일이요. 나는 다 기억해요. 당신이 내 앞에서 문고리처럼 도드라졌던 것. 아주 딱딱하고 화난 것처럼. 나는 놀라서 당신을 비틀어 잡았고, 문이 열렸고, 그때부터 당신은 내 속으로 수없이 이양되었죠. 나중에는 열린 문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몰라 오래 방황했어요.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이양된 당신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수도, 혹은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일 수도, 혹은 당신이 나를 멀리서 너무 꽉 붙들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p.34)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이라는 문장을 읽으니 아아, 나는 그녀의 이 시가 대뜸 생각나는 것이다. 



여름의 끝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젠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저기, 저 부분.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말이다. 나는 이 시를 좋아했다. 나는 전화번호를 잘 외우지만 시는 못외우는데, 그래서 시를 몇 편이나 외우면서 읊는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운데, 그래도 저 부분은 외웠다.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그런데 저 시, 참 좋지않은가! 

여름 이라서 좋다. 저 제목이 여름의 끝, 이라서. 봄의 끝이나 가을의 끝 혹은 겨울의 끝만 됐어도 내가 이만큼 저 시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게 여름은 엄청나게 특별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름이란 계절을 내내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여름엔 내 생일이 있어서 좋고, 여름 원피스들은 입으면 느낌이 좋아서 좋다. 여름 원피스는 진짜 짱이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뭔가 밝아 보여서 좋고, 여름에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것 같아서 좋다. 여름에는 햇빛이 눈부셔서 좋고 여름에는 땀이 잘나서 좋다(응?). 뭣보다, 여름에 만났던 남자가 너무너무 좋았어서 좋다. 여름은 정말이지 뭐하나 싫은 게 없다. 여름은 내가 생각하기에 나랑 너무나 잘어울리는데, 그건 여름도 좋지만 나도 좋기 때문이다. 여름 만세! 


그렇지만 여름의 '끝' 이라니..슬퍼........


내게서 흐르지마.



외출 후 돌아왔을 때 내 방 풍경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없는 사이 일정 시간 동안 버려져 있던 방 풍경 때문이다.

방은 내가 외출해 있는 동안 '두고 온 똥'이 되었다.

벗어놓은 잠옷 바지는 다리를 잃은 채 주저앉아 있었고, 이불은 일어서려다 실패한 자세로 웅크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은 입을 다문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책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상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브래지어는 사라진 두 덩이 온기를 그리워하다 바짝 시들어 있었다. (p.59-60)



위 인용문을 읽다가는 당연히 이 시를 떠올렸다. 이 시는 아마도 저 날 쓰여진 게 아닐까 싶다.



바지를 벗다가



바지를 벗어놓으면 바지가 담고 있는 무릎의 모양

그건 바지가 기억하는 나일 거야

바지에겐 내 몸이 내장기관이었을 텐데



빨래 건조대에 얌전히 매달려 있는

내 하반신 한 장



나는 괜찮지만

나 이외의 것들은 괜찮을까, 걱정하는 밤



내가 없으면 옷들은 걸어다니지 못한다




이렇게 그녀의 산문을 읽으면서 저절로 그녀의 시를 떠올리다니...나는 박연준의 매니아도 아닌데.......특별히 아끼는 시인이라던가 특별히 아끼는 작가도 아닌데...그런데도 이렇게 산문 읽으며 시를 딱딱 떠올리다니...졸 멋지잖아!!!!! 졸 똑똑한 게 아닌가!! 아니,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딨담????????????????????? 근사해!!!!!!!!!!!!!!!!!!!!!!!!!!!!!!!!!! 

이 글을 읽는다면 박연준이 나 완전 고맙고 감사하고 좋고 막 그러지 않을까???



라고 써놓고 보니 나,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분명한듯 하다. -0-




흥분의 실체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안달'이 난 상태와도 비슷하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서 뾰족한 뿔이 돋아나는 것 같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빨리, 빨리! 손가락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고, 손가락이 시미는 대로 펜을 쥐고 멀리서부터 여기에 막 도착한, 헐떡이는 언어를 뱉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몸 구석구석이 간지럽다. (p.61)




한편 아이들은 '처음'과 가깝다. 그들은 코를 후비면서도 수치스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구멍에서 무언가를 낚아 올린다는 희열(낚시!)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코를 후비는 장면은 한 시인이 순사한 열망과 몽매함에 사로잡혀 첫 시를 낚는! 그리하여 공중으로 끌어올리는 풍경과 닮았다. (p.103)




어둠 속에서 혹은 꿈의 번짐 속에서. 잠과 잠의 경계에서 속눈썹은 물속에서 움직이는 팔처럼 너울거린다. (p.151)



위의 부분들은 내가 박연준을 처음 읽게 한, 처음 알게 한 시를 당연한듯 떠올리게 한다. 낚아! 채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데기를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 채서!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의 시집과 그녀의 산문집을 읽고나니 나는 이제 그녀를 너무나 잘 파악하게 된 것 같다. 그보다는 그녀가 파악이 쉬운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이제 그녀가 결혼한, 사랑하는 남자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둘이 호주에서 한 달을 함께 살았던 걸 읽지 않았나. 오오, 어쩌다가 나는 박연준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가...



일전에 y 를 만났을 때, y 는 나를 만나기 전날 새벽까지 내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폰에 감상을 써왔더라. 그리고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닭볶음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 감상을 읽어주었더랬다. ㅋㅋㅋ 아니, 그건 읽어주는 사람이 부끄러워야 하는데 왜 듣는 내가 부끄럽지? 그 감상 안에는 '이 사람과 사귀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한다'라는 뉘앙스의 문장이 들어 있었는데, 그러고보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 안에 어떻게든 자기를 녹여버리게 되는 것 같다. 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려는 게 아닌데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임호부'님께서 『시사인』에 독서공감 리뷰를 실어주셨을 때, 그 글 속에는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저자에 대해 알게된 게 몇가지 있다며 적어주신 사항들이 있었다. 다 맞는데 그중 하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게 내가 아는 나와 다르더라. 응?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아닌데? 나는 여행기도 싫어하고 여행도 싫어한다고 그렇게나 얘기했는데,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여행을 미친듯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아니라니까' 라고 말했는데, 친구들은 '아니라면 그렇게 다닐 수 없다'고 했다. 어제도 함께 평냉 먹은 친구가 '너는 여행 싫어한다고 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했는데, 그 누구보다 잘 돌아다녀' 라고 하더라. 아...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누가 먼저 알아채줄 수도 있고, 이렇듯, 글로써도 다 드러나게 되는 것도 같다. 어쩌면 나를 파악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내가 그렇다고 박연준을 완전히 파악했다는 건 아니다. 어쩌다보니 그녀가 써놓은 글들을 읽게 됐고(심지어 여행기까지!! 출판물은 다 읽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산문에서도 시를 떠올리고 시에서도 이제는 산문을 떠올릴 수 있는 지경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그러고보면 글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주는 게 틀림없다. 















어제는 알라디너로부터 기프티북을 선물 받았다. 깜짝 선물이었는데, 이 분이 며칠전에도 기프티북을 주셨던 바, 아니, 이 분이 왜 자꾸...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시겠다, 했다는 것. 오... 우리는 얼굴을 한 번 본 적도 없고 연락을 하는 사이도 아니고, 단지 알라딘에서만 교류하며 서로의 글을 읽어온 사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좋아하겠다' 라는 걸 떠올리다니, 역시 글로 파악이 됐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이, 그러니까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할거라고 짐작했다는 점이, 너무나 좋다. 누군가 어떤 책을 읽다가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진짜 근사한 일이잖아. 너무 멋져. 아니, 사람이 얼마나 멋지면 책 읽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되었을까...



라고 써놓고 나 또 자기애적 성격장애인가...한다. 이것은 책의 부작용 ㅠㅠ




오늘 조선일보의 <Health> 섹션에서는 큰 글자로 '운동 거른 후 불안하고 죄책감 들면 '운동 중독' 의심' 이라고 써있었다. 음..나는 그걸 가리키며 동료1에게 '나 운동중독이네' 했다. 동료1이 빵터지며 '그러게요, 매일매일 불안하고 죄책감 들잖아요' 하더라. 우리는 낄낄 웃으며 '우린 매일 불안하고 죄책감 드니 운동중독이 아주 중증이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일해야 되는데, 진짜 하기 싫어서, 자꾸 글이 길어질라고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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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으심. 시를 아직 잘 못읽음. 요즘 조금씩 읽어보고 있어요~

다락방 2016-05-18 11:32   좋아요 1 | URL
저도 뭔가 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손에서 놓지는 않고 가끔 시집을 사서 들여다보긴 하는데요..그래도 여전히 어려워요. 휴...

시이소오 2016-05-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다락방님이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쓰셨군요.
의심은 하고 있었건만. 허걱, 영광이에요~~~

제가 리뷰를 쓴 줄 알았더니, 허걱, 안 썼네요.
`소란`이란 단어는 뜻과는 어울리지 않게 참 예쁘다, 고 생각해
소란, 소란, 불러보았는데, 마침 이 책도 나왔군요.
뒤란도 이쁘고, 수란도 이쁘고,, `란`은 마법같은 음절이네용.

소란스럽지 않게, 수런수런한 하루 되시길. ^^

http://blog.naver.com/ceeport1/220321116414


다락방 2016-05-18 11:3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 빵터졌네요. 전화걸고 싶어라,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재미난 감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요? `란`이란 글자가 자체로도 예쁜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글자 중 하나로 `솔`이 있거든요. 일전에 `진`씨 성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아이 이름을 뭐로 지을까, 하고 묻길래 외자로 `솔`이 어떠냐 답한 적이 있거든요. 해놓고 너무 예쁜거에요. 성하고 함께 붙여도 `진솔`이고 그냥 이름만 부르면 `솔아~` 가 되잖아요. 게다가 이름만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 드러나지도 않고요. 혼자서 이건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남자는 작명소 가서 평범한 이름으로 지었더라고요. 아니, 나한테 왜 물어봐.. ㅠ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란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공진솔`이거든요. 그 주인공을 알게된 후로 `솔`이란 글자가 참 예뻤는데 성이 `진`가이니 완벽했던 거에요! 다른 성도 아니고 `진`이잖아요!!

음..진가 성을 가진 남자랑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이름을 솔로 지을까봐요... -_-

시이소오 2016-05-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걸고 싶어라`는 <호밀밭의 파수꾼> 코울피드의 대사를 차용한 거랍니다.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

`솔`도 좋군요.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느낌?

제 사촌동생이 진씨입니다. 어떻게? 소개시켜드릴까요? ^^

다락방 2016-05-18 13:45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 마지막 부분 기억해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가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흣.

사촌동생이 우연히도 진가 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소개는 패스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6-05-1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비우려고..비우려고..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ㅋ 다들 비슷한 거군요

다락방 2016-05-18 13:45   좋아요 0 | URL
네,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

무스탕 2016-05-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눌렀는데 <보고싶었어요> 로 읽어주세요 :)

오랜만이에요~☆

다락방 2016-05-20 08:36   좋아요 0 | URL
아니, 대체 얼마만입니까!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계셨던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