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조카가 오기로 했다. 오후쯤 올 줄 알았더니 오전에 곧 출발한다고 연락이 오더라. 얘네들 오면 나는 바깥에 한 순간도 나갈 수 없겠구나 싶어, 오기 전에 나가자, 그래야 산책이라도 할 수 있다, 싶어서 부랴부랴 밥을 먹고는 일자산으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일자산에 채 다 오르기도 전에 여동생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니네 오고나면 내가 나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미리 나왔어, 라고 말한 후에, 꼭대기 찍고 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오는데,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칠 살 조카가 제 삼촌에게 시켜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왜 이모 안오는 거냐며 빨리 오라는 거다. 응 빨리 갈게, 라고 했더니 조카가 이렇게 말했다.



<일 부터 백 까지 셀 테니까 그 동안 얼른 와!>



아... 이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말을 하고 또 '이' 아이이기 때문에 이토록 특별한 말을 하는 구나. 그러니까 어른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이 아이는 언제나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나는 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내게 이 아이는 정말이지 특별하다. 1박2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아이가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아이는 제 부모에게 집에 가지 않겠다, 이모랑 살고싶다, 고 얘기했다. 아이 아빠랑 엄마는 빨리 가야 니가 좋아하는 유치원가지, 하면서 달래보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 삼촌 방에 숨었다가는 삼촌이 이내 '나와, 아빠 엄마 가잖아 같이 가야지' 하자 억지로 나와서는, 이내 식탁밑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집에 안가, 이모랑 살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겁나게 사랑한다 조카야 ㅠㅠ 



나 역시 감정에 솔직한 편이고 또 그걸 드러내는 편이지만, 이 아이처럼 백프로 다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데, 이 아이는 아직 아이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아이이기 때문인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게다가 좋아하니까 같이 살고 싶어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걸 알자 식탁밑으로 들어가 숨는다.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순환고리를 보자면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한 게 먼저이지만. 시작은 나로부터 였지만, 이 아이도 자신의 애정을 나에게 듬뿍 준다. 물론, 이 아이가 내게 주는 애정은, 내가 아이에게 주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내가 아이에게,


<이모는 세상에서 타미를 제일 좋아해>


라고 말하자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한 거다.


<나도 이모 좋아.>



아이는 이모가 좋다고 말했지, 내가 그랬듯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라고 하진 않았다. 아아, 이 쿨쉭한 아이야, 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도 좋아' 라니, 너무 쿨쉭한 거 아니니? Orz



















아, 그리고 이 영화! 진짜 너무 재미있다. 엄청 재미있게 봤어! 주인공 '수잔 쿠퍼'는 CIA 의 사무실 요원인데, 현장 요원인 '파인'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파인이 살해당하는 순간에도 파인이 보는 장면과 파인이 듣는 소리를 듣게 된다. 슬픔에 잠긴 수잔은 자신이 직접 현장 요원이 되겠노라 부국장에게 얘기한다. 소심한 성격이었고 계속 사무실에만 있던 터라 모두가 그녀에게 '절대 안돼' 라고 말하지만, 여자인 부국장은 안 될 것도 없지 않나, 하고는 그녀가 훈련받던 시절의 영상을 찾아 본다. 그리고 그녀가 너무나도 실습 성적도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 직원들로부터 방해를 받아 사무실에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 현장을 맡긴다. 사무실에서 다른 요원을 지원하며 알게 된 머릿속 지식과 또 그녀의 뛰어난 액션 실력은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데, 그 과정 모두가 똑똑하고 통쾌하지만, 나는 재이슨 스태덤에게 또 뿅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나 뛰어난 액션 실력을 가지고, 그렇게나 뛰어난 액션을 위한 몸을 가지고, 재이슨 스태덤은 액션을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허세 쩌는 남자로 나와서 허풍과 과장,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바보 같은 캐릭터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종일관 수잔을 무시하면서 허세로 똘똘 뭉쳐 잘난척만 해대다가, 나중에는 수잔에게 잘했다고 얘기한다. 참 엉성한 캐릭터인데, 이 엉성한 역을 맡은 게 너무 좋은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드(재이슨 스태덤)는 수잔이 무능할거라 '짐작'하고 그녀를 무시하지만, 수잔은 포드가 정말 무식해서 무시한다 ㅋㅋㅋㅋㅋㅋㅋ 이긍 저 바보....이런 느낌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음.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이거 스포일러인가, 제기랄, 수잔이 포드랑 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오랜 시간 짝사랑했지만 그걸 알지도 못하는 머저리 파인(쥬드 로)보다는 포드가 낫다고 생각한다. 뭣보다 수잔도 그걸 알기 때문이었는지, 그토록 오래 짝사랑했던 파인이 함께 저녁을 먹자고 청하는데도,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늘 자기 곁에 있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알겠지만, 오늘밤은 여자들끼리 뭉치고 싶어요' 라고 하면서. 아 너무 멋지지 않나. 그런데!! 술에 떡이 돼 눈을 떴더니 침대에 재이슨 스태덤이 똭-





수잔이 눈을 떠서 자기 옆에 잠든 재이슨 스태덤 보고 너무 놀라서 소리지르는데, 재이슨 스태덤이 눈을 뜨고는 '소리지르지 마 좋아할 땐 언제고' 라고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수잔을 안는데, 아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 한 편, 허풍 심하고 과장 심한 쿠퍼이니, 정말 수잔이 소리를 질렀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별로 느끼지도 못해서 소리도 안질렀는데, '이 여자가 나와의 섹스를 환장하게 좋아했다'라고 지 혼자 허풍 떠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겠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정말 좋아서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면, 아 또 너무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잔 쿠퍼, 만세! 그토록 염원하던 현장 요원도 됐고 능력도 인정받았고(부국장이 여자인 거 넘나 좋고!! 역시 높은 자리에 여자가 있어야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는 것이여...), 이젠 굿 섹스파트너까지!! 세상을 다 가져라!!!!!


어쨌든 이 영화에서 바보로 나오는 재이슨 스태덤을 보면서 좋았는데, 그러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그와 오랜시간 애인으로 지내는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영화 [매드맥스]에 출연했었고, 그 때 '이브 앤슬러'가 매드 맥스에 도움을 줬다→ 로지는 그 전부터든 혹은 그 때부터든 페미니스트가 됐고, 그녀의 애인인 재이슨 스태덤도 그녀로 인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그 멍청한 역을 맡을 수 있었다. 는 것이었는데, 이건 그냥 내가 혼자 생각한거지 전혀 사실은 아니다. 실제로는 재이슨 스태덤도 어릴 때부터 페미니스트였을 수 있으니까. 얼마전에 본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서 '크리스 햄스워스'가 멍청한 비서 역을 맡아 연기했는데, 크리스 햄스워스는 어머니가 페미니스트여서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했던 기사를 본 적이 있었더랬다. 크리스 햄스워스가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 건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듯이, 재이슨 스태덤이 페미니스트라면(제발 페미니스트라고 해줘...), 그 역시 주변 여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어릴 적에 어머니나 누나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좋겠지만, 혹은 스스로 깨달아 페미니스트가 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뒤늦게 애인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뭔가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 같아서... 실제로 재이슨 스태덤과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오래 연인관계로 지내고 있는데, 그들이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렇게 오래 유지될 순 없는 거 아닐까. 내 연애도 아니지만, 재이슨 스태덤과 로지 헌팅턴 휘틀리의 연애를 건강하게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금처럼 계속 다정한 사이였으면 좋겠다. 내 연애로 놓고 봐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다음 연애에서 페미니스트인 남자와 사귈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남자가 나로 인해 페미니스트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그렇게 페미니스트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음..그렇지만 페미니즘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남자와 시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 안좋아질 것 같은데.....음.... 역시 장착한 남자를 만나는 게 나을 것 같군....... 아니라면 그냥 혼자 사는 것이 나을 것이여........




아, 그러고보니 지난 주에 만난 친구가 크리스 햄스워스 나오는 영화 [토르]를 강추했는데, 그거 다운 받아 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다정한 친구 B는 책을 안읽고, 새벽 세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랑 오랜시간 함께 대화하며 지내다보니, 이제 겨울휴관으로 드립도 치게 되었다.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잘 쉬라고 말했더니 이런 문자메세지가 온 거다.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짱이다. 잘 자랐어. 친구 잘만나서 드립도 고급지게 칠 수 있게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를 만나 대화하다 보니 드립이 문학적이 되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여기에 당연히 대꾸해주었다.




<쉬면서 다른 여자랑 자지는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문학적인 드립의 끝판왕들이여...... 



















겨울 휴관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 장미 한 송이

참 예쁜 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

아했던 사람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들 모이

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

구나 하하하 그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 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 거였

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

가 이리 작고 부드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

란 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는 내 눈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 거야 근처 미술관

까지 차가운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

있네 우리는 마주 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

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 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 곁을 떠

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그리고 이것! 2017년에도 나는 공부를 멈추지 않겠다!!!


<2017 여성문화이론연구소 41번째 겨울강좌> 




꿈에 블라디보스톡에 갔는데, 일전에 친구랑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랍스타 먹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잇었더랬다. 그러니까 꿈에 블라디보스톡에 갔다면, 거기서 랍스터를 먹었어야 했는데, 나는 거기에서 어떤 회사를 갔고(아마도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였던 것 같다), 출근을 한 게 아니라, 거기의 무슨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쓸쓸한 블라디보스톡에서(텔레비젼에서 되게 예뻤는데 꿈에서 왜그럼?), 그 커다란 회사의 자료실인지 도서관 비슷한 데를 가서 뭔가 문제점을 찾아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다 깼는데, 나는 '스파이' 영화를 보고 내가 '스파이' 된 줄 알았던건가... 아무튼 먹방여행 하려고 도착했는데, 제대로된 먹거리를 먹지 못하고 귀국해서 넘나 슬펐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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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12-26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 재밌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도 찜해놓습니다. 어제 분노의 질주를 티비에서 봤는데 제이슨 스태텀 나오길래 다락방님 생각했어요^^

다락방 2016-12-26 09:22   좋아요 0 | URL
저는 [분노의 질주] 7편인가요, 폴 워커 마지막으로 나오는 시리즈요. 포르투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봤다가 엄청 울었어요 ㅠㅠㅠㅠㅠ 갑자기 그 생각 나네요. 분노의 질주....

재이슨 스태덤 엄청 좋아요! >.<

버벌 2016-12-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를 봐야겠어요. 연말에는 이영화를 친구랑 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12-26 12:43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재미있어요, 버벌님. 이 영화 보고 친구랑 음주파티!!! >.<

블랙겟타 2016-12-26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오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을 읽고있으면 다락방님 글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저도 덩달아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게되네요 ㅎㅎ
내년도 열심히 공부하실 다락방님에 자극을 받아 저도 관심있었던 분야의 책들도 많이 읽고 공부도 부지런히 해야겠어요~

다락방 2016-12-26 17:42   좋아요 2 | URL
블랙겟타님은 지금도 열심히 공부중이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우리 계속 열심히 공부합시다. 일전에 정희진 쌤이 강연에서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보수적이 된다‘ 라고 하셨거든요. 백프로 동의하므로, 저 역시 계속 공부하려고요. 굳이 학교에 다시 들어가고 학원에 다니는 게 아니어도, 계속 관심을 갖고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2017년에도 열심히 지내도록 합시다.

제 글로 인해 기분 좋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힛.
:)

단발머리 2016-12-29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휴관 드립~~ 넘넘 좋아요.
이 페이퍼에 올리길 아주아주 잘 하셨어요.
아무리 읽어봐도.... ㅎㅎㅎㅎㅎㅎㅎ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문학 드립이예요. ~~~^^

다락방 2017-01-06 16:38   좋아요 1 | URL
으응? 오래전에 달린 댓글인데 제가 답글도 안달고 넘어갔네요? ㅎㅎㅎ

겨울휴관 드립 진짜 좋죠? 그러니까 저를 잘만 사귀면 이렇게 사람이 업그레이드가 돼요. 문학적 드립을 칠 수 있게 되고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에도 저를 열심히 사귀세요, 단발머리님. 저랑 친해지면 참말로 좋을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1-06 16:54   좋아요 1 | URL
사귑시다... 우리^^
다락방님 만나 좋은 일이 많았지요!!!
우리 사귑시다~~ 올해도, 내년에도~~ ㅎㅎ

다락방 2017-01-06 17:38   좋아요 1 | URL
내내 뜨겁게 사랑합시다~ ㅎㅎㅎㅎㅎ
럽 ♡
 

오늘 아침엔 이유없이 기분이 좋았다. 눈을 뜨자마자 기분이 좋았는데, 인연이란 것은 아주 작은 우연들이 겹쳐서 만들어낸 것이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출근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강동역에 내렸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그 순간,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노래가 나오고 있고, 작은 눈이 내리고 있고, 아직 어둡고, 바람이 부는데, 혼자 걷는 그 순간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혼자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는, 좋네, 했다. 좋다. 지금의 기온과 지금의 어둠 지금의 노래 지금의 분위기, 좋네. 좋아라,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걸었다. 출근길이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그것도 누가 뭔가를 해준 게 아니라 그냥 스스로 이렇게 좋다고 느끼다니, 진짜 좋네, 하면서 정말 좋은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듣고 있던 노래는 슬픈 노래였지만!!












어제는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거였는데, 우리가 본 지 한 일 년 됐던가...  친구와 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했는데, 그중에는 시차에 관한 것이 있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시차가 많이 나는 곳에 떨어져 지내고 있다면 그 관계가 유지되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얘기.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네, 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래. 사랑하는 마음으로 잠을 덜자고 연락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그렇게 자기 생활패턴을 깨면서 상대를 챙길 순 없는 노릇일거야, 같은 이야기들을 했다. 그러자, 김행숙의 시도 생각 났고.


 















당신이 지진이라면



여보세요, 떠나겠다는 나의 결정이 나는 두려워요. 당신으로부터 먼 곳에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당신이 지진이라면 먼 곳에서 지진이란 무엇일까요? 호숫가의 오리들도 놀라지 않아요. 나는 낮잠을 깨지 않아요. 네 시간 다섯 시간이 흘러가요. 나의 낮잠은 비뚤어진 입을 틀어막고 한량없이 귀가 커져요. 펄럭이는 귀는 검은 밤에 젖어요. 귀가 커다래지니까 이곳이 얼마나 조용한 곳인지 알겠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가 옛날 전화기를 들고 있다면 검은 전화선을 따라 수억 개의 지붕 위를 건너 텔레파시의 화신처럼 나타날 수 있을까요. 옛날 연인들은 전화선을 손가락에 감거나 목에 감았어요. 주술 같은 것이었어요. 허공을 만지는 일도 그런 걸까요? 허공에 대해 공부했다는 한의사는 내게 생활 습관을 고치라고 말했어요.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밥을 먹고 그리고 허공을 자꾸 만지지 말라고 했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귀를 막은 채 비명을 지르지 말라고 했어요. 침을 맞으라고 했어요.



나의 아침에 당신은 저녁 8시예요. 당신의 새벽에 나는 오후 2시예요. 먼 곳, 먼 곳, 먼 곳을 향해서 당신이라고 부르는 오후 2시에 나는 또 손이 저려요. 오후 3시에 침을 맞아요. 식전 30분에 나는 한약을 먹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는 먼 곳의 지진을 느끼지 못해요. 먼 곳에서 당신이 죽을까 봐 두려워요. 당신이 죽은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나는 슬퍼하지도 못했을까 봐 진짜 두려워요.




시차가 있는 곳에 있던 남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  우리의 시차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나의 저녁이 그의 저녁이었고 그의 아침이 나의 아침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에게 밤이 찾아오면 내게도 밤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그때는 잘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다행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자고 당신은 고작 시차가 한 시간인 곳에 있었을까, 그랬으므로 내가 부를 때 응답이 가능하지 않았나, 당신이 나를 부르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은 작은 우연들이 겹쳐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이 세상 모두가, 누구든,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에 있어서, 작은 우연들이 겹쳐져 생겨난 것이겠지만, 어제 먼 데서 온 친구를 만나고는 이 생각을 오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게 된 거다. 그리고, 정말이지 '왜 하필, 여기서, 너였을까' 라는 문장을 담아낸,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이 생각났다.



"행방불명 장병의 아내와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 운명의 장난이었다면, 왜 그게 꼭 당신 같은 모습의 여자여야 했을까? 왜 당신이어야 했을까?" (p.118)

















아, 진짜 너무 좋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데 그냥 막 좋다. 오늘이 너무 좋다. 금요일이라서 좋은건지, 아침에 가볍게 내리는 눈이 좋았던건지, 볼에 닿는 바람이 좋았던건지, 아침 출근길의 그 완벽함, 그 좋음이, 계속 내게 남아있다. 좋다. 




어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데 집 현관문이 안열린다. 안에서 아예 잠가버린 것. 얼라리여? 그래서 나는 이걸 잠갔을 남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화장실도 급한데 제기랄...그런데 남동생이 전화를 안받는다. 아이쿠야..나는 이제 어쩌나... 그래서 망설이다 이미 잠들어있을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빠는 전날 밤을 새셔 일하셨고, 또 다음날 새벽에 일을 나가시므로 일찍 주무시는데, 이렇게 한참 주무실 시간에 깨우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집에 들어가야 하므로 어쩔 수가 없었다. 추측하기론, 남동생이 내가 들어온 줄 알고 문을 잠그고 술취해 기절했나보다.. 했더랬다. 벨이 여러번 울려 아빠가 전화를 받았고, 아빠 문 좀 열어줘... 라고 해서 아빠가 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 들어가서는 너무 다행이다 싶어, 아빠 문 열어줘서 고마워, 라고 했다. 그러자 아빠가 말했다.



야, 그러면 내 딸인데 문을 왜 안열어주냐, 당연히 열어줘야지.



아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이쉐키는 뭐해!! 하고 버럭대자, 샤워중이라고 한다. 곧 남동생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닌 멀쩡한 남동생이 나와서는, 아 잠근 줄 몰랐다 진짜 미안해, 라고 하더라. 이쉐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화장실 가고 싶어서 미칠뻔 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저거보다 더 노골적이고 극한 표현을 했지만, 이미지 관리라는 게 있으니까 이정도로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샤워 후에 텔레비젼 보는 남동생 옆에 앉았다가 잠깐 남동생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남동생은 술주정 하지말고 들어가서 자라고 나를 구박했지만,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사랑하는 존재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게 너무 좋았다. 또 좋네... 했다. 

어제도 친구에게 얘기했지만, 이런 강한 사랑과 신뢰를 가진 존재가 있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다. 완전한 타인을 사랑하게 된다면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곁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다. 평소에 나는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살진 않지만, '언제나 내 편일거다' 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든든하게 한다. 



오늘과 내일의 약속이 다 취소되어버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잉?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집에 혼자 가서 보낼 시간을 생각하니 막 씐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면 내가 신나는 건, 누가 나를 신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혼자 알아서 신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이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자정엔 키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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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양배추 2016-12-2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오늘은 정말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신 것 같네요 ㅋㅋ

1시간의 시차가 나는 곳에 소중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 홈타운은 훨씬 더 먼 곳이지만, 감사하게도 저와 1시간 차이만 나는 곳에 있네요.

그의 밤이 나의 밤이고, 그의 아침이 나의 아침이라는 말이 절절히 감사했습니다.

저의 바로 옆에 있는 것이 물론 제일 좋겠지만, 이렇게 함께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오늘 싸리눈도 오고 몹시 춥던데ㅜ 좋은하루 보내세요!

다락방 2016-12-23 09:41   좋아요 0 | URL
아, 사각양배추님!! 그러시군요. 한 시간 시차가 나는 곳에 소중한 사람이 살고 있다니. 아, 정말 남 얘기가 아니네요. 그의 밤이 나의 밤이라는 거, 정말 좋지요?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좋겠지만, 그 먼 데 있어도 같은 밤을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자체로 좋고요. 멀리 있지만 또 같이 있는 느낌.

사각양배추님,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리고 지금의 그 소중한 마음을 뜨겁게 유지하시길 바랄게요. 응원합니다!
:)

Forgettable. 2016-12-2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수다로 이런 저런 책을 생각해내는 것도 참 능력이네 능력 ㅋㅋ 나는 치매라 ㅠㅠ

다락방 2016-12-23 13: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ㅋㅋㅋㅋ 나도 참 능력자인듯?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6-12-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이유없이 기분 좋은게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이유가 왜 없어요? 좋은 사람 많나서 에너지 팡팡 받아서 그런 것 같은데 딱 보니깐..

다락방 2016-12-23 14:33   좋아요 0 | URL
아 이게 그런거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사람 만나서 에너지 팡팡 받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은 좀 어때요? 아 유 오케이?

서니데이 2016-12-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다락방 2016-12-26 07:5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크리스마스 끝나고 출근했습니다 ㅠㅠ
서니데이님, 남은 올 한 해도 잘 마무리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재는재로 2016-12-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크리스마스되세요 서재의달인 축하해요

다락방 2016-12-26 07:5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미 지났지만, 재는재로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12-24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6 0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 - 결혼한 독신녀 보부아르의 장편 에세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박정자 옮김 / 꾸리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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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에 완전히 무지한데 이 책에 철학용어가 계속 등장해서, 몇 개 안되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벅찼다. 네이버 검색창 띄워놓고 용어 검색하면서 읽었지만, 그럼에도 다 따라잡기에는 역부족. 오늘 아침에 친구에게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주려는데, 나 자체가 백프로 이해를 못해놓으니 친구에게 명징하게 설명을 할 수가 없더라. 약간 뜬구름 잡는 식으로 이해하고 또 맥락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그 정도 이해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내가 완전히 이해해야 상대에게 설명을 잘 할 수 있는데! 책의 끝에 옮긴이의 용어 해설이 친절하게 나오지만, 용어 해설도 쉽지가 않아...


어렵게 읽어내고 어휴, 다 읽었네, 하고는 저리 치워놨는데, 오늘 친구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내가 좀 답답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책들을 좀 더 읽어본 후에 다시 읽어 봐야겠다. 

그러나 고착되어 있는 순간은 결코 새롭지 않다.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순간은 새로워진다. 바로 지금 출현한 형태는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배경이 뚜렷하고 분명해야만 자신의 모습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무 그늘의 시원함이 귀중한 것은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대낮의 길가에서이다. 휴식은 고된 일과를 마친 뒤의 편안한 긴장 이완이다. 작은 산꼭대기에서 나는 내가 돌아다녔던 길을 바라본다. 내 성취감의 기쁨 속에 현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길 전체이다. 이 휴식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보해이다. 그리고 이 한 잔의 물을 귀중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갈증이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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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6-12-2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용어는 잘 모르신다 하셔도 자유롭게 생각을 적고 펼치는 능력은 단연 뛰어나신 듯 합니다. 저는 통통 튀는 글쓰기 능력이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6-12-22 13:57   좋아요 0 | URL
오, 지친 목요일의 깨알칭찬 감사합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철학 서적도 좀 읽어봐야겠어요. 천천히요.

사각양배추 2016-12-2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철학적, 인문학적 용어와 친하지 않아서, 네이버의 도움을 받으면서 봐요. 기초지식?을 조금이라고 쌓으려고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을 한두 꼭지씩 봅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책이라면, 추천!^^

다락방 2016-12-22 14:05   좋아요 0 | URL
우와- 전 이런 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아주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평들도 좋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션자이는 전교 1등의 학생이자 동시에 모든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인기인이다. 커징텅을 비롯한 반 남자아이들이 모두 션자이를 좋아한다. 늘 머리를 풀고 다니던 션쟈이가 머리를 묶고 왔을 때, 남자아이들 모두 그 빛나는 외모에 넋을 잃는다. 공부를 잘하는 남자아이도, 말썽장이 남자 아이도, 유치한 남자아이도 모두 션자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션자이는 어쩐일인지 공부를 못하고 유치한 커징텅에게 관심이 쏠리고, 너는 왜그렇게 공부를 안하는 거냐며 커징텅의 공부를 봐준다. 덕분에 커징텅은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갈 수 있게 된다. '네가 나를 성적으로 앞서면 내가 니 소원을 들어주고, 내가 너를 앞서면 너는 머리를 묶고 와라' 고 약속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당연히 션자이가 이겼지만, 션자이는 머리를 묶고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션자이 머리 묶은 모습을 보고 다른 남자아이들 모두 넋을 잃었을 그 때, 거기, 머리를 묶어주길 바랐던 커징텅이 더 특별한 마음으로 션자이를 본다. 어? 자기가 이겨놓고도 왜 머리를 묶고 왔지? 다른 사람들은 알 수도 없는 이 비밀스런 일이 그들 사이에 생긴다.



그렇게 이들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같이 바다에 놀러갔는데, 그때 공부를 잘하는 남자 아이 하나가 션자이에게 묻는다.


-너는 유치한 거 싫어하지?

-응.

-우리중에서 누가 제일 유치해?

-커징텅.



평소 '유치해'를 비난조로 사용했던 션자이이기에, 모르는 사람이 저 대화를 듣는다면 아마도 '션자이는 커징텅을 싫어한다'고 오해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싫어하는 유치함을 잔뜩 가진 커징텅을, 션자이는 좋아하고 있다.



저 장면을 보다가 몇 해전의 내가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막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있었다. 연애인지 아닌지 헷갈릴 무렵이었는데, 어쨌든 나는 가슴속에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었더랬다. 그 와중에 그 전에 헤어진 전남친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전남친은 내게 '요즘 만나는 사람 있냐'고 물었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라고 물었고, 나는, '잘난척을 잘해'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의 헤어진 전남친은,


"너 잘난척 하는 남자 정말 싫다고 했잖아!"


라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어? 내가 그랬던가? 나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갸웃했는데, 전남친이 연달아 말했다. 내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서, 잘난척을 일삼는 남자를 보며 싫다고 했다고... 아... 내가 그랬었지....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잘난척 한다고 말하고 있는..............


나는 잘난척하는 남자가 싫다고 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잘난척을 잘하는 한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고, 션자이는 유치한 거 정말 싫다고 하면서 가장 유치한 커징텅을 좋아하고 있었다. 아, 좋아함이란 무엇인가...좋다는 건 뭔가........ 갑자기 그 생각도 난다. 그러니까 한 십오년도 넘은 일인데, 내가 이십대 중반이었을 때 삼십대 중반의 결혼한 언니가 그런 얘길 했었다. '내 남편은 모델처럼 날씬한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평생 바라왔고, 뚱뚱한 여자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랑 결혼했어' 라고. 아.... 좋아함이란 무엇인가... 그 말을 하던 언니는 덩치가 꽤 큰 여자사람이었던 거다. 인생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우리반에서 똑똑하기로 이름을 날린 아이가 수업시간에 무슨 발표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는 에이포용지 열 장을 채울 수 있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중에 하나도 매치가 안될 수가 있다'고. 크- 고등학생 때 이런 사실을 깨닫다니, 너무나 현명하지 않은가! 그래. 내가 어떤 타입을 좋다고 말하고 또 어떤 타입을 싫다고 말하는 건,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어떤 사람 앞에서 다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까 나는 한국의 션자이...(응?). 션자이, 당신은 유치한 남자가 싫지만 유치한 커징텅을 좋아하고, 나는 잘난척 하는 남자가 싫지만 잘난척하는 이 남자를 좋아했어요. 당신은 대만의 다락방, 나는 한국의 션자이.... =3=3=3=3=3=3=3=3=3=3=3=3=3=3=3




커징텅은 고등학생인데도 집에서 홀딱 벗고 다닌다. 내가 진짜 깜짝 놀란 장면인데, 커징텅의 아빠도 벗고 다닌단다. 그런데, 엄마는 옷을 다 입고 다닌다. 이건..뭐여..... 커징텅도 커징텅의 아빠도 엄마가 '옷 좀 입고 다니라' 하는데도 그냥 다녔는데, 만약 커징텅의 엄마가 홀딱 벗고 다녔다면 뭐라 했을까. '우리도 벗고 다니니 당신도 벗고 다녀.' 라고 했을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그 장면을 보면서 했다.






커징텅은 자신이 언제나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션자이 앞에서는 거절당할까 두려워한다.





크- 몇 번 언급했었는데, 예전에 정일우가 나오는 시트콤에서, 정일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인 서민정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선생님은 왜이렇게 저한테 힘이 세죠?


물리적인 힘이야 정일우가 더 셌고 또 시트콤의 설정은 정일우가 싸움도 잘하는 거였다. 그런데 좋아하는 서민정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 되고야 만다.


커징텅은 그래서 두렵다.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지만, 션자이로부터 대답을 듣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대답을 듣고 나면 이 관계가 끝나버릴 수도 있으니까. 자기가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서는, '이건 묻는 게 아니니까 대답하지 말라'고 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커서 말은 해야겠고, 그렇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는 이 관계를 끝내기는 싫고. 만약 너를 좋아해, 라는 고백 앞에 '난 아니야' 를 듣는다거나,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어' 라는 걸 듣는다면, 그걸 알게된 이상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거니까. 아아, 커징텅, 그때의 너는 얼마나 초조하고 두려웠니. 얼마나 자신의 약함을 실감했니.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 거 아닌 이유로 그들은 헤어진다. 그렇게 2년이 지났는데, 션자이가 학교를 다니는 타이베이에 지진이 일어나고,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다. 너 괜찮아? 거기 여관도 무너졌다는데? 2년동안 연락도 없던 커징텅은, 2년 내내 션자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타이베이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션자이에게 전화를 하니까. 2년간 그들은 연락없이 지냈고, 네가 없는 사이에 나는 네 친구이자 내 친구인 누군가와 잠깐 사귀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헤어졌다고. 


-왜 헤어졌어?

-걘 날 좋아하지 않았어.

-아니야, 걔가 널 얼마나 좋아했다고.

-누구도 너만큼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어.





크- 이것은 정말이지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오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아는' 일. 그리고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는 일.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한다고 해도, 수시로 불안감은 찾아온다. 이 사람은 여전히 나를 사랑할까? 이 사람은 나를 얼마나 사랑할까? 이 사람 혹시 나한테 정떨어진 건 아닐까? 이 사람 혹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사랑은 언젠가 끝나지 않을까? 사랑을 한다고 속삭이는 와중에도 불안함은 슥슥 고개를 내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너만큼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어' 라고 알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아, 얼마나 행운인가! 앞으로 션자이가 다른 누구를 만나고 또 사랑을 한다고 해도, 이런 경험 만큼은 가슴 속에 깊게 간직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로부터 오래, 깊이 사랑받았다는 느낌.




별 거 아닌 일로 그들이 서로 등졌을 때, 그래서 그 비가 오는데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싸우며 돌아섰을 때, 그들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 운다. 커징텅이 너무 엉엉 울어서,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마음이 너무 찢어지게 아팠다. 헤어지고 우는 건 정말 너무 고통이야... 엉엉 우는 커징텅을 보는 것은 갑자기 나로 하여금 커징텅이 되게 했다. 아아, 나는 션자이가 되었다가 커징텅도 되었다가....


그 장면에서 [지붕뚫고 하이킥] 이란 오래된 시트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회였는데, 신세경과 신신애가 떠나던 날, 고작 여덟살인 정해리는, 이 이별이 서러워 운다. 그때 나도 같이 울었는데, 나는 이 아이가, 고작 여덟살인 이 아이가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 아파서, 그 눈물이 너무 아파서 같이 울었다. 이별은, 성인에게도 힘든데, 이 나이 먹은 나도 아직 이별에 엉엉 우는데, 여덟살 아이가 정든 친구와 헤어지게 된다는 걸 대체 어떻게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아, 쓰다가 또 눈물 날라 그러네 ㅠㅠ, 그 아이에게는 생애 처음 맞닥뜨릴 그 이별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 힘들고 아픈 걸 눈물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같이 울었다. 아, 진짜 이별하고 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 고통이야...




션자이와 커징텅은 서로 좋아했고 또 친하게 지냈었는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헤어진다.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등을 보인다. 션자이는 커징텅의 등을 보면서 거기에 다가서지 못한다. 그냥 그때 뛰어가서 와락 안았으면, 그러면 다시 커징텅이 돌아서서 함께 안아주었을지 모르는데, 그런데 션자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 쉬어라, 청춘들이여.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좀 쉬어라.



















겨울 휴관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 장미 한 송이

참 예쁜 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

아했던 사람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들 모이

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

구나 하하하 그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 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 거였

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

가 이리 작고 부드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

란 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는 내 눈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 거야 근처 미술관

까지 차가운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

있네 우리는 마주 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

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 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 곁을 떠

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이라는 구절이 생각나서 이 시를 가져왔는데, 또 이 시를 다시 읽다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내가 쉬긴 쉬겠지만,

다른 여자랑 잠자지마...




아아, 그나저나 이 영화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영화인데, 내가 비극으로 만들어버렸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쓰다보니 나의 의식의 흐름은 이 영화를 비극으로 만들어버렸어..... 자꾸 커징텅 울던 장면 생각나서 그래 ㅠㅠ



이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개봉관을 찾으려다가, 굿다운로더로 700원 밖에 안한다는 걸 알게됐다. 그래서 굿 다운로더로 봤다. 님들, 저의 패이버릿 《리틀 포레스트》는 굿다운로더 1,000원이고요, 이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굿 다운로더 700원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아, 《노팅힐》은 굿다운로더 소장 5,000원이지만, 소장가치 충분하니 같이 결제.......




아메리카노를 그란데 사이즈로 마시고 있는 수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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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2-2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의 고단함을 단숨에 날려주는 너무 너무 좋은 글이예요.
다락방님~~ 베리 땡큐 앤 굿모닝! *^^*

다락방 2016-12-21 09:30   좋아요 1 | URL
어머 별말씀을요! 단발머리님, 안녕?
단발머리님의 댓글은 언제나 좋아요. 하트 뿅뿅이에요! ♡

사각양배추 2016-12-21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션자이가 느꼈던 저 감정을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인생의 수많은 인연 중에서... 너만큼 날 좋아해주는 사람은 없었어!
사랑은 하고 싶기도 하고, 고통스러워 피하고 싶기도 하고...뭐 그래도 항상 사랑에 빠지는 선택을 하지만...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 아직 못 봤는데, 봐봐야겠어요. 저번에도 노팅힐 오랜만에 다시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다락방 님!

다락방 2016-12-21 09:40   좋아요 1 | URL
그치요, 사각양배추님. 미국 소설을 읽다보니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사랑을 잃고 아파하는 게 낫다‘라는 격언이 있다고 나오던데, 저 역시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사랑한 후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은 이렇지만 ㅠㅠ 정작 아플 당시에는 사랑이고 뭐고 다 꺼져버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죠. 이렇게 아픈데 이걸 내가 왜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폭풍울음 울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나현희 노래를 떠올리게 되죠.

다시 사랑하지 않을거야~ ♪


이 영화는 다소 유치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아마도 사랑이란 것 자체가 유치하기 때문인가봐요.
사각양배추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셔야 합니다!!

캐모마일 2016-12-21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심코 클릭했다가 결국 다 읽었어요.

다락방 2016-12-21 09:42   좋아요 1 | URL
‘무심코‘가 정말 무서운겁니다, 캐모마일님. ㅋㅋㅋㅋㅋ

캐모마일 2016-12-21 09:43   좋아요 1 | URL
뭔가 사랑에 관해서 아.....하고 알고 있었던 것들은 아련하고 몰랐던 것들은 신기하게 다가오네오. 덕분에 아침부터 좋은 글 읽은 기분입니다.

다락방 2016-12-21 09:46   좋아요 1 | URL
좋은 글 읽은 기분이라 하시니 다행이네요. 흣 :)

[그장소] 2016-12-2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하나에서 시트콤으로 현실로 , 시로 마구 통통 튀네요!^^

다락방 2016-12-21 14:00   좋아요 1 | URL
제가 글쓰는 타입이 뭔가 정해놓고 쓰는 게 아니라 의식의 흐름대로 쓰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도 제가 뭘 쓸지를 몰라요 ㅎㅎ 제 글은 그래서 제 손이 쓰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 얘기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글쓰기 눌렀는데, 겨울휴관으로 마무리 할 줄은 전혀 몰랐네요. 하하하하하

[그장소] 2016-12-21 18:31   좋아요 0 | URL
아~ 프로필 바뀌셨네요! ^^
우오..저도 좀 의식 않코 손이 막 갔으면 좋겠어요! 부럽다는!

유월 2016-12-2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건데도 이 사람이 이 정도로 좋다면, 난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건가,그런게 아닐까요. 왠지 안 땡기는 영화였는데, 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12-22 08:45   좋아요 0 | URL
저도 안땡기는 영화였는데 친구가 이 영화 얘기를 자주 하길래 보게 됐어요. 전체적으로 유치하지만 부분부분 공감하게 되어서 즐겁게 봤습니다. ㅎㅎ

푸른희망 2016-12-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영화 볼 때는 그냥저냥이었는데 나주메 소록소록 생각나더군요 전커징팅처럼 재지않고 돌진하는 청춘이 부럽더군요 션자이는 왠지 어장관리녀같았다는 질투일까요?~^^

다락방 2016-12-22 13:56   좋아요 0 | URL
오! 돌진하는 청춘이라는 말이 커징텅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그 감정이 손에 잡힐 듯 하더라고요. 좋아한다, 좋아해서 이 마음을 알리고 싶은데, 상대가 나를 거절해서 이 관계가 깨어질까 두렵다, 하는 그 감정이요. 크-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또 거절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사실 그렇게 질주하는 청춘에게도 또 지금의 저처럼 중년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후훗

블랙겟타 2016-12-2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 안그래도 저도 지붕뚫고 하이킥을 최근에 다시 봤었거든요. 혜리의 신애와 이별을 맞이하는 모습은 정말 슬펐어요.ㅜㅜ 와 리틀포레스트가 1000원하는군요. 전 인디플러그에서 리틀포레스트2를 구매하면 레시피 북 엽서? 를 증정한다는 이벤트에 혹해서 작년에 다운받았었거든요. ㅎㅎ

다락방 2016-12-26 13:59   좋아요 1 | URL
그 엽서는 저도 받았어요. 2편은 극장에서 봤었는데 극장에서 주더라고요. ㅎㅎㅎ 그래서 애인에게 엽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후훗.

지붕뚫고 하이킥을 다시 보셨군요. 저는 최근에 노팅힐을 다시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 우리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클레망틴 오탱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입문서로 적당할 듯하다. 분량이 적고 애초에 십대 후반의 남성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거라, 기초적인 설명들이 나오니까. 그러나 여러권의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건너뛰어도 좋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게 "그럼 왜 뛰쳐나오지 않고 같이 사는 거야?"라며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장 확실하고 빠른 해겨책은 피해자가 집을 나오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 식의 이런 판단은 너무 단순하고 미숙한 태도야.
어떠한 권한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세계의 전부인 가정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런 식의 생각은 정작 심리적 가해자가 가정 폭력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거지. 저마다의 개인이 마른 나뭇가지 꺾듯 단박에 가부장제 역사의 무게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p.17-18)

저널리스트 레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p.100)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지배 관계를 역전하는 것이 아니야. 여성들의 운명이 미리 결정되어버리지 않는 것,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 가증성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기를 바라는 거야. (p.101-103)

페미니스트들을 구별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매기는 일은 쉽지 않아. 페미니즘이 하나의 교리적 이론일거라는 선입견과는 반대로, 페미니즘이야말로 다양한 견해들 사이에 토론해야 할 주제이며, 그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해.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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