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 을 다 읽었다. 책 속에 언급된 영화를 딱히 보고싶진 않다. 어떤 영화는 줄거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상상하기도 싫어서. 특히 <브루드>라는 영화는 막상 보고나면 그렇게 끔찍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아 너무 싫어 ㅠㅠ <캐리>도 도무지 피 뒤집어쓰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에일리언>은 일전에 다시 보기 시도했다가 이내 포기했더랬다. <사이코>는 사실 좀 보고 싶긴한데... 샤워씬을 훔쳐보는 살인자 남성..이 나오는 장면이 견디기 너무 힘들것 같다 ㅠㅠ


그렇지만, <더럽혀진 violated, 1985> 라는 영화는 보고싶었다. 이 영화 만큼은 보고 싶어서 검색해보았는데 결과물이 나오질 않는다. 굿 다운로드 받아서 볼건데 아무데도 없어. 



<더럽혀진>(1985)은 강간-복수 영화의 가장 독특한 예를 보여준다. 강간 피해자였던 한 무리의 여성들이 서로 결속을 다진 뒤, 감옥에서 출옥하여 다시 강간을 저지르는 강간범들을 응징하기로 결정한다. 경찰관과 외과 의사를 포함하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이 그룹의 멤버로 참여한다. 경찰관은 지속적으로 강간을 저지르는 남자들의 이름과 거처를 알아낸다. 여성들은 술집에서 목표물에 접근하고 술에 수면제를 넣은 뒤 그들을 외과의사의 집으로 납치해 오는데, 외과의사는 자신의 집 지하에 수술실을 마련해 놓았다. (외과의사의 어린 딸은 성범죄 후에 출옥한 남자에 의해서 강간당한 뒤 살해당했다.) 외과의사는 수술을 통해 남자를 거세하고, 그들은 다음 날 술집이나 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어쓴지 기억하지 못하는 채 깨어난다. 경찰은 도움을 청하는 남자들에 대해서 거의 동정을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그들은 이와 관련해서 신고 된 사건들을 '폭행'이라고 기록해야 할지 '강도'로 기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농담을 한다. 이 하위 장르의 다른 모든 영화들처럼 여성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행위에 있어 정당한 것으로 그려진다. -p.233-234



강간범을 응징하는 영화는 내가 아는것만 해도가장 최근에는 (아직 나도 보진 못했지만) <프라미싱 영우먼> , <리벤지>가 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강간당한 친구를 위해 복수하고 <리벤지>는 자신이 강간한 것에 대해 복수한다. 책 속에서 <네 무덤의 침을 뱉어라>의 강간장면이 너무 여성혐오적이라고 지적하는데(이건 이 영화의 리뷰를 찾아봐도 많이 지적된다), <리벤지>는 그 영화에서 여성혐오적 장면을 빼고 만들어낸 영화인 것 같다.


강간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떠올리면, 나는 <쇼걸>이 생각난다. 한참 전에 본 영화라 아마 그 당시에 더 인상 깊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쇼걸로 춤을 추며 살아가던 주인공이 큰 쇼의 주연을 맡으면서 인기를 끌게 되고 그래서 큰 파티에도 초대 받는다. 주인공 덕에 그 파티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의 친구는 그 파티에서 자신이 언제나 동경해왔던 남자 가수를 보게 되고 이에 우리의 주인공은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친구에게 그 가수를 소개시켜준다. 가수는 자신의 팬이라며 자신을 따르는 팬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폭행하고 강간한다. 주인공은 친구가 동경하던 가수로부터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가수를 찾아가 폭력으로 응징하는 거다. 















이 영화에 대한 정희진 쌤의 평도 생각난다.




이 영화의 주제는 벗은 몸을 보여 주어 남성 관객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쇼걸들의 연대와 자매애를 강조했기 때문에 돈벌이에 성공할 수 없었다(남성 사회의 관객들은 여성의 단결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中











찾아보았는데, 저 영화는 실패가 아닌데 실패라고 했다고 정희진을 돌대가리라고 하는 글도 보았다. 네.... 정희진을 돌대가리라고 하다니.......



무엇보다 책을 읽고 싶다. 바바라 크리드가 '슬래셔 영화에 대한 뛰어난 연구' 라고 칭한 '캐롤 J. 클로버'의《그녀의 육체, 그 자신:슬래셔 영화에서의 젠더》라는 책.



그러나 심지어 많은 수의 남자와 여자들이 살해당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영화에서도, 질질 끄는 이미지는 필수불가결하게도 여자들이다. 남자의 죽음은 언제나 신속하다. (…) [그리고] 여자의 죽음보다 더 거리를 두고 보여지거나, (예를 들어 어둠이나 안개 때문에) 희미하게 보여지며, 그도 아니면 전혀 보이지 않도록 스크린 밖에서 벌어진다. 반면에 여자의 살인은 더 가까이에서, 더 시각적으로 자세하게, 그리고 더 길게 그려진다. (클로버, 1989, 105)-p.236



검색해보니 캐롤 클로버의 책은 저 제목으로는 없고 이런 걸로 있다.

















언급된 《그녀의 육체, 그 자신:슬래셔 영화에서의 젠더》는 독립된 책이 아니라 논문인것 같고, 뒤의 참고문헌을 보니 James Donald 의 이 책에 실려있는 것 같다.
















아, 너무 읽고 싶다. 출판사 여러분들. 이 책들 좀 번역해주세요. 특히 캐롤 클로버의 책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할게요. 이거 선정하면 열 명 정도는 살겁니다!! 열 개 믿고 번역해 출판하긴 좀.. 거시기한가요? (그렁그렁)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미 사둔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이나 읽어라, 나여... 



아무튼, 출판사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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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3-29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출판사는 이 열정에 가득한 다부장님을 위해 번역출간 검토해주세요!ㅎㅎ

다락방 2022-03-31 08:24   좋아요 3 | URL
출판사들이여, 더 열심히 일하라, 더, 더!! 얼른 이 책 번역해서 출판하라, 출판하라!! ㅋㅋㅋㅋㅋ

mini74 2022-03-29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럽혀진! 궁금해요. 특히 처벌받지 않는다가 맘에 들어요 ㅎㅎ

다락방 2022-03-31 08:25   좋아요 2 | URL
더럽혀진 궁금한데 검색 자체가 안되네요 ㅠㅠ 저는 충분히 돈 내고 볼 의향이 있는데 말입니다.

- 2022-03-3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리스테바 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나 미쳤나봐 ㅠㅠㅠㅠ

다락방 2022-04-01 05:45   좋아요 1 | URL
공포의 권력 고고?? ㅋㅋㅋㅋㅋ

- 2022-04-01 08:09   좋아요 0 | URL
어쩌지 ㅋㅋ 전 사랑의ㅜ역사여 ㅋㅋㅋㅋㅋ 더비싸다 ㅋㅋㅋ

다락방 2022-04-01 08:10   좋아요 1 | URL
난 공포의 권력 샀다요 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역사 비싸네요? ㅋㅋㅋㅋㅋ

- 2022-04-01 08:19   좋아요 0 | URL
무려 사랑이니까…. 읽고 쓰는게 사랑이래요 ㅋㅋ 크리스테바에겐…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개정판 여이연문화 3
바바라 크리드 지음, 손희정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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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여성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지닌 자율권을 부인하는 일련의 억압적인 음모들을 통해 여성의 욕망을 통제함으로써 어머니의 힘을 억제하는 기능을 했고, 연장선상에서 모든 여성을 억압했다. 이런 방법들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것은 가정 폭력, 강간, 그리고 여성 성기의 절단 등이다. 페니 데드만의 다큐멘터리 <의례>에서 그녀는 여성 성기의 절단은 증가 추세에 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750만에서 850만의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추정한다. 성교 시에 위험한 '가시' 혹은 이빨로서의 클리토리스에 대한 두려움이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실행되고 있는 여성 성기 절단이라는 야만적인 관행 뒤에 놓여 있는 이유라고 생각된다(레데러, 1968, 46). 이는 프로이트가 「처녀성의 타부」에서 '여성 할례'로 부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할례는 피부의 제거를 의미하지 전체 기관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클리토리스와 음순이 제거당하는 이 관행은 여성 성기에 대한 공포라는 뿌리 깊은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멀리 퍼져 있는 태도이며, 따라서 '변태성'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식으로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관행은 또한 여성의 성기 절단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여성의 성기를 이미 거세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그들의 목적이란 거세를 수행하는 것이다. -p.301



생식력과 직결되는 자궁과 월경, 그것의 '없음'에 대한 열등감과 자신이 이미 가진것(페니스)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여성혐오의 근원. 신체가 다르다는 것, 그러나 가진 것은 잃고 싶지 않고 가지지 못한 것은 갖고 싶은 마음은 나와 다른 상대를 억압하고 비하하고 혐오로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상대를 낮춘다고 해서 내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세상 어딘가에서 공포 영화로 여성혐오를 분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진짜 자지러지게 좋다. 세상은 한 번 살아볼만한 것이고 똑똑한 사람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다. 만세! 무엇보다, 완독했다, 만세!!


라캉의 이론에서 페니스를 인간의 완전함의 기호로 구성하고 남근을 상징적 존재로 구성하는 것은 바로 여성의 ‘결핍‘이다. ‘페니스와 남근이 (비록 착각에 불과하지만) 동일하기 때문에 여성은 거세된 것으로 이해된다‘(그로츠, 1990, 116). 남성이 상징게적 질서를 대표할 권리를 상속 받은 반면에 여성이 상징계적 질서 안에서 ‘결핍‘을 상징하게 된 것은 여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이다. - P210

메두사의 전체 얼굴은 가격할 준비가 된 채로 기다리고 있는 이빨 달린 질의 이미지로 활기차다. - P213

C.D. 댈리는 인간의 발전에 있어 월경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분석에서 모든 터부 중에서 월경에 대한 터부가 가장 악독한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현상의 핵심 이유는 여성의 피가 여성 성기에 의해 남성이 먹히거나 거세당할 것이라는 남성의 공포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P214

<더럽혀진>(1985)은 강간-복수 영화의 가장 독특한 예를 보여준다. 강간 피해자였던 한 무리의 여성들이 서로 결속을 다진 뒤, 감옥에서 출옥하여 다시 강간을 저지르는 강간범들을 응징하기로 결정한다. 경찰관과 외과 의사를 포함하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이 그룹의 멤버로 참여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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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3-29 08: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부가 1부보다 확실히 어려웠어요ㅠㅠ 생각해보면 혐오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공포영화만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 또는 열등감 반대로 가진 것을 상실할까봐 겁내는 심리를 왜 혐오감으로 표출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표현하는 영화의 묘사가 읽는 것만으로도 적나라해서 역시 영화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ㅜㅜ 하지만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구나 해서 신선했습니다!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어요^^*

다락방 2022-03-29 08:49   좋아요 3 | URL
저는 언급된 영화중에 <더럽혀진 violated>을 보고 싶은데 검색이 안되더라고요. 또 읽고 싶은 책도 있는데 번역이 안되어 있고요. 내가 원하는걸 읽기 위해서는 더 공부해야겠구나 싶기도 했어요.
저도 언급된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캐리>는 읽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아마도 거슬리는 점이 많을 것 같긴한데 그건 책을 읽어봐야 알겠지요.
저도 2부가 너무 어려웠어요. 1부는 어려워도 그렇지!! 이러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2부는 어휴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는 지점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사이코> 영화 줄거리 몰랐는데 읽으면서 줄거리만으로 소름 돋았어요. 으.. 사이코 영화는 사실 좀 궁금하긴한데 도무지 혼자 볼 엄두가 안나네요.

다 읽어서 너무 좋아요. 거리의화가 님,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3-29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단 나 완독하고 다시 읽을게요. 오늘 도서관 간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29 10:26   좋아요 4 | URL
쟝님은 이 책의 2부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쟝님, 완독을 향하여 화이팅!!

- 2022-03-31 22: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ㅋ 저 어렵지 않았어요 ㅋㅋㅋㅋ (쉬운 책은 아니었는 데…) 저 천재 다됐나봐요 ㅠㅠㅠㅠㅠㅠㅠ 미쳤다 나 ㅋㅋㅋ

청아 2022-03-29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저도 번역 안된 여성주의 책들을 종종 발견하는데 영어가 익숙하다면 그런 책들도 원서로 마음껏 읽어볼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어요. ㅠㅠ

만세!! 다락방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다락방 2022-03-29 10:28   좋아요 3 | URL
이 책에서 바바라 크리드가 ‘슬래셔 영화에 대한 뛰어난 연구‘ 라고 하는 <그녀의 육체, 그 자신:슬래셔 영화에서의 젠더> 를 꼭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번역.. 안될것 같죠? 페이퍼라도 써야겠네요. 어느 출판사에서든 이걸 번역 좀 해달라고.. 이 책도 번역된다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하면 좋을텐데 말예요.

미미 님,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

청아 2022-03-29 10:38   좋아요 2 | URL
그런 시도 자체가 다락방님 너무 멋집니다~♡ 저도 응원할께요!!^^

얄라알라 2022-03-29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분 좋은 단어 ‘완독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2-03-29 10:2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이 책 무서워서 밤에는 읽기를 포기했더니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네요. 후훗.

얄라알라 2022-03-29 10:37   좋아요 3 | URL
저도 책 읽다, <오멘>이나 <캐리>같이 유명한 영화는 알아도 생소한 영화가 하도 많아서 얼마나 중간에 샛길로 샜던지....책 읽다 스마트폰 검색 이렇게나 많이 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ㅎ

다락방 2022-03-31 08:22   좋아요 1 | URL
저 오멘은 영화로 보기 전에 책으로 읽었거든요. 그 때 세로줄로 된 걸로 읽은 기억이 나는데 고등학생때였고 누군가에게 빌려 읽은 거였어요. 그거 읽고나서 밤에 화장실가기도 얼마나 무섭던지 ㅠㅠ

책읽는나무 2022-03-29 1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완독의 그 기쁨!!
저도 어서 누려 보고 싶은데 왜 이리 이곳에서 딴짓만 하고 있는지???ㅋㅋㅋ
암튼 수고 많으셨어요.
기쁘게 읽으셨군요^^

다락방 2022-03-31 08:23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도 이제 완독의 기쁨을 누리고 계실테니 좋습니다. 책나무 님,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히히.

mini74 2022-03-29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녀의 증거 중 하나가 돌출형 클리토리스 였다고 하던게 생각나에요.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리옵니다 ~~

다락방 2022-03-31 08:21   좋아요 1 | URL
어휴 저 지금 읽는 소설책이 마녀재판, 마녀사냥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하네요. 마녀로 몰렸던 사람들 진짜 억울하고 원통해서 어떡해요.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면 마녀가 되고 말았어요. ㅠㅠ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아직 3월이 며칠 남아있어서 여러분의 완독 소식이 느린거겠죠? 현재까지 완독했다 하신분은 미미 님.. 한 분이신게 현실입니까? 오늘내일 중으로 제가 완독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책 읽느라 여러분이 고생이 많아요. ㅠㅠ 미안...


자, 2022년의 책 목록을 공유합니다. 아마도 이미 읽은 분들도 계실것 같지만,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을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계속 생각하고 미친듯이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12월까지 신간이 나오는 걸 봐서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 계신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요. 배송 시간도 엄청 걸리다보니 12월까지 일단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4월은 '김주희' 의 《레이디 크레딧》 입니다.
















이 책은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자본의 축적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같이 읽어봅시다. 더불어 이 책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함께 공유할게요.

















그간 이 책은 좀 얇다, 이 책은 쉬울 것 같다, 이 책은 재미있다 하면서 항상 다음달 책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가볍게 시작하지만 언제나 무거워지기 때문에... 함부로 또 얘기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레이디 크레딧은 좀 쉽고 재미있지 않을까요? 기대해봅니다.



5월,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
















사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책이 바로 이 해러웨이 선언문 입니다. 책 소개를 보면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 라고 하는데.. 일단 저는 '사이보그'에서 눈이 핑핑 돌아버리고 게다가 그것에 대한 '전복적' 사유라니.. 아니, 전복적 너무 어렵지 않나요. 그렇지만, 우리가 어렵다고 도망가서는 안됩니다. 안돼욧!! 해러웨이 선언문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한번쯤은 읽고 넘어가야 할 책이라고 생각되는 바, 자 우리 어렵더라도 한 번 해봅시다. 어쩌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몰라요..(영혼 없음)



6월,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가부장제의 창조는 일전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함께 읽었던 책이니 그 때 함께했던 사람들에게는 재독이 될겁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서라면 재독을 원하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언제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터라, 이번 6월에 함께읽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재독으로 선택하게 되는 책들이 있는데요, 내년에는 '실비아 페데리치'를 다시 한 번 같이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내년에도 쭈욱 합시다. 오케?



7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8월, '에리카 밀러'의 《임신 중지》
















9월, 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의 연구총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면서 혼자 완독하기 어려운 여성학 고전을 같이 읽어왔고 또 그 일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에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한 상관관계를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넣었습니다. 여러분, 같이 읽어봅시다.



10월,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 랜드》















제가 그동안 계속 포르노 관련 책을 같이 읽겠다고 얘기해왔던 바, 10월에는 포르노랜드를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포르노 관련이라면 저는 고전으로 통하는 드워킨의 책이나 맥키넌의 책을 같이 읽고 싶었는데 이 책들이 다시 나올 생각을 하질 않네요. 10월 전에 혹여라도 그 책들이 출간된다면 그 책들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게일 다인스의 이 책을 읽고 내년에라도 드워킨이나 맥키넌의 책이 나오면 그 때 또 한번 포르노 관련 책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의 장점이라면 드워킨이나 맥키넌보다 훨씬 더 현재를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11월, '산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판이라 그간 다들 발만 구르고 이었지요. 이 책의 개정판 소식을 들었던 바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는대로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11월에 넣어두었으니 그 전에 개정판이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에는 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의 작품들이 언급됩니다. 계획대로 우리가 11월에 읽게 된다면 아직 조금 시간이 있으니, 여러분, 수시로 오스틴과 디킨슨과 브론테 자매들의 책을 읽으면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여러분 움직여, 움직여!!!



12월, '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달'의 《질의 응답》
















12월은 그동안 빡센 책들 읽어온 여러분들을 조금 쉬게 해주자는 의미로, 그렇다고 또 책을 아예 안읽으면 공부의 감각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질의 응답으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우리 생각보다 많이 모를겁니다. 그러니 한 번 이번 기회에 읽어봅시다.




위의 책들을 읽는 해당하는 달에는 제가 아는대로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책들에 어떤 책들을 같이 읽으면 좋을지 머릿속에 다 있는데, 해러웨이 선언문...은 없다........ 성의 변증법??



아무튼 책 선정 하는게 오늘 하루 뚝딱 되는게 아니라 길고 오래 생각합니다. 아 이걸 하면 어떨까 이건 어떨까 나름 메모도 하고 기억도 해뒀다가 얼추 몇 권 됐다 싶으면 이렇게 리스트업 하게 되는데요, 대부분 저도 읽지 않은 책들이다보니 사실 이 책들의 내용이 어떨지 저도 잘 모릅니다. 읽었다가 뭐 이런 책이 다있담?? 하게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런대로 또 비판을 합시다. 



그나저나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도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그 과정에서 오늘 책 일곱권 산 거 안비밀... ㅠㅠ 아 여덟권 샀나? ㅜㅜㅜ 책 산건 다음에 인증샷으로 올릴게요. 그럼 여러분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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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5월, 해러웨이 선언문
    from 마지막 키스 2022-04-28 09:39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5월의 책은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입니다.책이 두 권 링크되어 있어 두 권짜리인가 염려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오른쪽 링크는 전자책 입니다. 전자책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이 책은 아주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러나 여성주의 공부를 함에 있어서 한번쯤은 읽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두었는데요, 책 뒷표지에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사가 있더라고요. 정희진 쌤이 가장
  2.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6월, 가부장제의 창조
    from 마지막 키스 2022-05-31 10:11 
    아니, 이 페이퍼까지 쓰면 오늘 총 세 개의 글을 쓰네. 리뷰 하나, 페이퍼 둘. 세상에 글 제조기여 뭐여.. 아무튼,6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입니다.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책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읽어보겠다! 생각하신 분이 많으실텐데요, 그러나 두꺼운 분량에.. 뒤로 미루거나 중단한 분들 역시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번 기회에 도전!!도나 해러웨이 책이 너무 어려운데도 여러분 다들 열심
  3.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7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from 마지막 키스 2022-06-30 08:13 
    7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6월 한달도 가부장제의 창조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어제 그제 다 읽었다는 북플이 쑥쑥 올라오더라고요. 가부장제의 창조는 제가 역사 바보라서 그런지 읽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서 틈틈이 여러분들이 올려주시는 글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7월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입니다. 이미 이 책을 읽으신
  4.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8월, 임신중지
    from 마지막 키스 2022-07-27 17:32 
    여러분, 안녕?8월이 곧 오네요. 샤라라랑~ 아름다운 8월이지만, 우리가 읽을 책은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먼 책이 될듯 합니다.그것은 바로바로~ '에리카 밀러'의 《임신중지》!!우리, 뜨거운 8월에 임신중지 읽으면서 뜨겁게 분노하고 뜨겁게 으르렁 댑시다.으르렁~ 어흥~~ 7월 도서 완독 인증과 글이 쭉쭉 올라오고 있네요.다 읽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아직 읽고 계신 분들도 힘내세요.빠샤!!그러면 저는 내일 오전, 아무말 페이퍼로 돌아오겠습니댜.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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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2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 들어와서 다시봐도 너무 좋은 리스트다.. 나야, 올해에도 진짜 꼭 다 읽어야해. 다짐하자 나야.!!! 힘내 나야 힘내자!

나비 2022-04-0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여성괴물>진짜 꼭 읽으려다가 초반에 아브젝션 보다가 혼미해져서;; 포기하고 ㅠㅠ 레이디 크레딧을 시작했어요... 2022년에 전부 다..는 참여못해도 꼭 꼭 참여하고 싶어요~~ 다락방님 항상 감사해요!!

다락방 2022-04-07 15:24   좋아요 0 | URL
네네, 나비 님.
레이디 크레딧 벌써 시작하신 다른 분들고 계셔서 글도 올라오니 참고하면서 읽으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나비님, 화이팅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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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758호 : 2022.03.29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울진군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관들의 기사, 특정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 영화 <벨파스트> 리뷰 들이 좋았다. 김이경의 책 리뷰는 마침 그 책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포함하려던 터라 읽는게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박지현 위원장의 인터뷰가 좋았는데, 정치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정치를 시작하면 어떨까, 물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들이 모두 응원한다 말해줬다는 것도 인상깊었다. 이 젊은 여성들이 있는한 이 나라가 내 걱정만큼 마냥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 이 여성들에게 나는 힘을 실어주겠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알게 되는 가장 흔한 루트가 남성 지인이에요. 남동생, 아는 오빠, 남성 친구로부터 '어떤 사이트에서 너를 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결국 이 사람도 누군가의 불법 영상을 보러 사이트에 들어간 것이었죠." -p.19 <이것저것 재지 말고 사과하며 정공법으로> 中



아는 여성에게 '너를 어디에서 봤어' 라고 말하는 남성들이 존재하고, 그리고 그것이 잘못됐다, 그러면 안되는거다 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이다. 바닥으로 한없이 대한민국을 끌고 떨어지는 부류가 있고 이를 악물고 그걸 끌어올리는 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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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3-28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진 산불이라고 하니...남동생이 그곳에 불 끈다고 일주일동안 동료들과 고생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상견례를 해야 하는데 동생이 못올 수도 있으니 자기 없어도 상견례 진행하라고...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주말에 비소식이 있었던지라, 늙은 남동생 겨우 참석해서 조용하게 진행했었어요.

기억의집 2022-03-28 23:21   좋아요 2 | URL
남동생분 영웅이시네요!!! 남동생 이번에 결혼 하시나요??

책읽는나무 2022-03-29 09:15   좋아요 0 | URL
어젠 뭔생각으로 다락방님 글에 영~~다른 내용의 댓글을 각각 두 개나 달았었네요?? 약 먹고, 좀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ㅋㅋㅋ
울진 산불 그 글자만 눈에 띄었었네요.ㅜㅜ
동생이 동료들과 일하는 얘기들을 들어 보니까, 그동안 알지 못했었던 소방관들의 노고를 좀 더 자세히 듣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동생이 평소엔 엄청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데 일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 철 들어 보이기도 하구요. 동생은 늦게 공부해서 늦게 들어갔는데 아직 영웅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동생의 동료분들은 들어보면 영웅이신 듯 했어요.
아...이런 개인 얘기를 제 서재가 아닌 남의 서재에서...^^;;;;
다락방님 죄송요ㅋㅋㅋ

다락방 2022-03-29 11:44   좋아요 1 | URL
울진 산불 꺼주신 소방관 님이 이렇게 지척에 있었네요. 동생분께 감사한다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책나무 님.

- 2022-03-28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를 어디서 봤....... 와 ..... 죽이고 싶다. 진짜. 죽여 다죽여버려. (월요일 아침부터 또 인류애 재기하고 있다) 여자들아 다 티스 장착하자 ㅋㅋㅋ!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29 11:45   좋아요 0 | URL
진짜 다 티스 장착해서 원하지 않는 침범에는 고추를 다 잘라버리고 갈아버리고 내던져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빡쳐..

기억의집 2022-03-28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불꽃 응원하고 얼굴 드러내는 거 정말 힘든 결정이었을 건데 박지현 위원장 너무 감사하고 무한 응원 할 예정입니다. 피해자분들 어떻게 하면 그들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책읽는나무 2022-03-29 09:23   좋아요 0 | URL
저도 박지현 위원장의 얘기를 다락방님 지난 글에서 알게 되었었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었어요.
뜻이 통하는 지인 언니께 열심히 박지현 위원장 얘기를 하면서 돌아다녔어요. 널리 알리고픈, 알려야 할 사람인 것 같아요.

역으로 남성들한테 너도 어디서 본 거 같다. 라고 말하고 다녀야 하나?? 그런 마음이 생기는 분노가!!!!
참, 어떤 해결책이 진정한 해결책인 걸까요? 이런 세상이 참 안타깝습니다.

다락방 2022-03-29 11:46   좋아요 1 | URL
저도 추적단 불꽃을 언제나 응원하고 박지현 위원장도 응원합니다. 있는 힘껏 응원하고 박지현 위원장의 편에 설거예요. 안그래도 대선 이후로 박지현 위원장에 대한 나쁜 말들을-추적단 불꽃의 업적을 폄하한다거나 박지현 위원장이 버릇없다거나, 학력이 별로라거나 등등- 퍼뜨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끝까지 연대할거에요. 아오 나쁜 새끼들 진짜 ㅠㅠ
 














표지가 예쁘고 제목도 예뻐서 나는 이것이 고딕소설일거라 생각도 못했고 유령이나 공포에 대해 얘기했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이디스 워튼이라면 나는 그녀의 장편 소설도 좋아했지만 단편에 있어서도 너무너무 좋아했다. 로마의 열병! 크-

이 책의 첫번째 단편 <편지>는 바로 그 로마의 열병과 징구를 생각나게 했다. 단편 정말 잘 쓰는 작가다, 글 정말 잘 쓰는 작가야, 감탄하며 읽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단편중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난했던 '리지'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아버지와 상담을 하던 도중 자신을 위로해주며 손을 잡아주는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집에는 자녀 교육에 신경쓰지 않고 바깥 활동도 잘 하지 않는 아이의 엄마가 물론 존재했지만, 그녀는 실상 보이지 않는 존재이며 보이지 않으면서 그러나 잘못의 원인이요 원망의 대상이 된다. 리지는 유부남일지언정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신에게 찾아온 게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남들 눈에 들키면 안되지만 그래도 이 사랑이라는 감정, 남자와 내가 나누는 이 이성애 감정이 너무 좋고 뿌듯해, 차마 사랑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가난한 싱글여성들을 보며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남자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고, 나는 남자들로부터 그리워하는 편지도 받지, 너는 이런 감정 모르지? 훗. 하면서. 만약 리지가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또 스스로 살아갈 능력도 지금보다 나은 형편이었다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아내를 집 안에 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지, 사랑의 대상으로 볼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본다. 그녀가 지금보다 나은 형편, 나은 상황이었다면 그녀는 다른 사회활동을 하고 다른 남자들을 더 많이 만났을 것이니까. 그녀가 만나는 남자가 이 아이의 아버지인 유부남 뿐이었으니 아예 가능성과 시야 자체가 좁았던게 아닌가. 선택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한계 안에서 가능하다고 보았을 때 리지가 선택할 가능성 자체가 많지 않았던거다. 이건 그 순간 그 유부남과-고작 손을 잡고 위로해줄 뿐이었던 것을!- 사랑에 빠진 리지의 형편이었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들의 한계이기도 했다. 여자로 태어나서 받아야 했던 교육, 주어진 환경, 가질 수 있는 일자리, 그리고 결혼해야 비로소 좀 더 유복해지는 삶. 리지가 사랑한 남자 디어링 의 아내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이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디어링의 아내를 비롯하여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에게서는 '샬롯 퍼킨스 길먼'의 삶이 겹친다. 지적인 활동을 하지 마시고 집에서만 안정을 취하세요. 집에서만 안정을 취하면 그 여성들은 누구를 만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거나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주어지는 한정적 공간안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디어링의 아내가 죽고 그는 아내의 남은 재산을 정리한다면서 미국으로 향한다. 그리움에 리지는 디어링에게 편지를 쓰고 또 써보지만 한두번 왔던 답장은 더이상 오질 않는다. 답장이 오지 않는 시간동안 리지는 그를 원망하기도 하고 이해해보려고도 하고 그렇게 그녀 자신의 삶을 사는데, 우연히도 그녀의 먼 친척이 그녀에게 유산을 남겨주어 이제는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에 안드는 남자와 과연 결혼할 수 있을 것인가 갈등하던 그녀 앞에 어쨌든 '잘생기기는 한' 디어링이 다시 등장하고, 그는 '아아 너 없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너를 보니 안되겠네 너를 너무 사랑하네 ' 이렇게 되어가지고, 또 우리의 리지는 여기에 홀랑 넘어가서 그랑 결혼을 하게 된다. 재산도 하나 없는 홀아비를 뜨거운 사랑으로 감싸안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살면서 그러나 리지는 남편이 얼마나 '한심한' 남자인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그의 천성은 너무나 게을렀으며 그의 게으름은 그에게 불편함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그를 제외한 주변인들에게 불편함고 괴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의 게으름을 개선할 생각이나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남편의 게으름을 보면서 '아 게으른 사람이구나' 하고도 계속 그 사람의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사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건지 왜 가능한건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겠어. 미국에서 진 빚을 갚지 않고 결국 그걸 아내가 해결하게 하는것도-그러면서도 아내가 그 일을 대신 해준다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미국에서 살았던 당시의 모든 짐도 여태 찾아오지도 않았다가 이제야 아내가 대신 풀어보는 것도,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천성이 게으른 디어링은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가 다시 또 부유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모든 문제로부터 멀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이 잇었기에 가능했다. 이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만 해주면 그 다음 일들은 그냥 술술 풀려버리는 거다. 



리지 자신은 문제의 그날, 아침 뉴스를 살펴보는 것보다 더 고된 일을 하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습관이 깊이 몸에 밴 그녀는 매사 되는대로 내버려두는 남편의 성격을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의 첫 번째 결혼이 늘 뒤죽박죽이었던 탓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그가 자신의 자애로운 규을 아래 들어와 있어도 결코 그 이상 적극적으로 개선할 마음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듯 그녀가 주위 물건들을 깔끔히 정리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마법 같은 가사를 즐기며 미소만 짓는 무책임함은 줄이지 않았다. 그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는 이제 그 무책임의 가장 정떨어지는 결과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p.54

내가 이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한 여성의 남은 생애를 결정짓는다. 이렇게나 나를 사랑하는 남자 나도 사랑해,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준 남자, 로 그와 결혼하고 그 후에 그녀는 그의 아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를 돌봐주고 뒷처리를 다 해준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라면서 다시 한번 사랑으로 감싸려고 하고 그런 사람이니까 받아들여야지, 하고는 체념하면서 그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고단한 건 그걸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하는 여성이고, 사랑한다고 말했던 남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만 해주는 남자는 손 하나 까딱 않고 여유로운 삶을 산다. 그에게 세상은 환할 것이고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의 고뇌와 고난 고생이 보이질 않는다. 


그는 정말이지 '사랑만' 하는 남자이다. 그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애를 쓰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개념이 없는 사람이고 개념이 없기에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사랑만 하면 된다. 사랑해~ 그 말 하나면 태어나서 죽는날까지 고생을 모르고 살게 되는 거다. 인생 진짜 개꿀로 살게 되는거다. 디어링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함으로써 그의 인생을 통째로 거저 얻은 셈이다. 심지어 그가 사랑한 여자가 돈까지 있는 여자엿으니 이 얼마나 개꿀빠는 팔자인가. 야 그런 미친놈이 세상 어딨냐 그런 놈하고 살지마, 라고 만약 내가 리지에게 말한다면 리지는 남편과 이혼하는 대신 나와의 친구 관계를 끊겠지. 하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 필리스 체슬러의 일화가 생각나는 단편소설이기도 했다.



리지는 그가 자신에게 그런 일을 맡긴 것이 아내의 재산에 딴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사람 좋고 게으른 천성 탓임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 상하지 않고 그 의무를 이행했다. 디어링 씨는 돈에 현혹되지 않았다. 돈이 생겼다고 사치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너무 게을러서 빚을 갚는 것을 잊어버렸듯이 너무 게을러서 수표를 찾지도 않았다. -p.55


사실 나는 편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이 단편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는 편지, 중요한 상징이 되는 편지. 그러나 그 편지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엄청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꾹 참는다. 다만, 그는 '사랑한다'는 '말만' 하는 남자였고, 그런 사람의 사랑은 절대 나에게 와서 닿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사랑한다는 말만 하는 남자를 사랑하지 말지어다. 난 너를 사랑해, 말은 그게 누구든 할 수 있고 거짓으로 할 수도 있다. 물론 말로하는 사랑이 모두 거짓인 것도 아니고 과장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내가 사는 삶과 내가 살아가는 시간에 통 관심이 없다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은 사랑인가? 사랑한다는 말로 모든걸 거저 얻으려는 개수작을 부리는 남자들을, 여자들은 기피해야 한다. 말로만 사랑하는 남자보다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게 훨씬 낫다. 음.. 출출해지네. 짬뽕 끓여먹어야겠다. 벌써 점심시간이야.


 리지는 줄리엣의 경우에서는 이 모든 것을 알아차렸지만, 자신의 경우는 당연히 다를 줄 알았다. 모든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경험에서 자신만큼은 예외일 거라 나몰래 기대하듯 디어링 씨에게 자신은 예외일 줄 알았다. 물론 그의 습관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알았지만, 그의 감수성을 더 깊게 해주고, 그에게 '이상'(천사 같은 아내)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했다. -p.63



아주 재미있는 단편이었고 사실 좀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보여지는 억압, 감금, 고립, 유령, 보이지 않는 존재, 오해, 의심, 불신, 게으름, 소문, 무관심 들은 우리가 아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상대의 사랑에 나를 통째로 맡기는 것, 내 삶을 사랑이라 믿는 것에 저당잡히는 것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두려움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랑(이라고 믿는 것)에 나를 던졌다가 결국 내 자신을 잃고 내 자신을 잊는 것이 아닐까. 너를 잃을까 두려워 혹은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나를 잃게 내버려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내 자신이다. 자유로운 내 자신, 더 넓은 것을 보고 경험할 내 자신. 



짬뽕 끓이면서 썼다. 이제 가스렌지의 불을 끄고 짬뽕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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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자가 살아남기 힘든 세상
    from 마지막 키스 2022-03-31 11:58 
    '앨리자베스 개스켈'의 책은 《남과북》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진 않았고, 그러나 드라마로 몇해전에 보았기에 그것이 사회의 불공평과 로맨스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일전에 그 드라마를 보고(영화였나) 엄청 다다다닥 페이퍼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그러니 책으로 엘리자베스 개스켈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흄세 시리즈로는 이디스 워튼에 이어 두번째인데, 이디스 워튼에 대해서라면 와 진짜 글 잘 쓴다 감탄하며 읽었지만, 엘리자베스
 
 
mini74 2022-03-27 13: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도 이 책 좋다고 재미있다 하시던데 다락방님도 추천이시니 왠지 북플의 필독서느낌입니다. ㅎㅎ 일요일의 짬뽕 ~ 맛있게 드세요 *^^*

다락방 2022-03-28 11:34   좋아요 3 | URL
미니 님 이 책은 짧고 재미있습니다. 새삼 이디스 워튼 정말 글 잘 쓰는구나 깨닫게 돼요. 후훗.
짬뽕은 맛있게 먹었고 오늘 점심은 쌀국수로 가겠습니다! >.<

새파랑 2022-03-27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편지와 짬뽕이 좀 연관이 안되고 안어울리긴 하지만 이작가님이 좋다고 하시니 <편지> 때문이라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짬뽕에 술 한잔하시겠군요 ^^

다락방 2022-03-28 11:35   좋아요 3 | URL
제가 지난주의 광란의 유흥으로 한 주를 다 소진한터라 일요일에는 제 위장과 간에게 미안해 술을 건너뛰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님, <편지> 진짜 좋아요. 새파랑 님, 이 책 꼭 읽어보세요!

거리의화가 2022-03-27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흄세 가이드북 통해서 이 책 읽어봐야지 했었는데요. 문체도 좋고 단편들이 들어있다고 하니 부담없이 한 번 읽어볼까 생각이 드네요. 표지가 무엇보다 정말 이뻐요ㅠㅠ 소장가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짬뽕은 맛나게 드셨겠죠?ㅎㅎ

다락방 2022-03-28 11:36   좋아요 3 | URL
짬뽕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으하하하. 고메짬뽕은 사랑입니다. 배달짬뽕 보다는 고메짬뽕이 훨씬 맛있어요. ㅎㅎ

표지도 예쁘고 저 시리즈 책 나란히 꽂아두면 또 보기에도 좋을것 같은데, 보기에 좋다고 막 사고 그러면 안되는거잖아요? 네, 이미 다 산 제가 얘기하는 거니까 설듣력은 떨어집니다 ㅠㅠ

이 단편집 참 좋아요, 거리의 화가 님. 혹시 이디스 워튼의 다른 단편집 <징구> 도 읽어 보셨나요? 그 단편집도 진짜 최고예요 최고!!

거리의화가 2022-03-28 13:03   좋아요 2 | URL
배달짬뽕은 편차가 너무 커서...ㅋㅋ

ㅎㅎ 그리고 보기도 좋으면 좋죠뭐~ 이디스 워튼 작품 아직 읽어보질 못했어요. 다락방님 추천이라니 믿고 나중에 구매에 추가할께요.

그레이스 2022-03-28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임팩트 있어요!

잠자냥 2022-04-01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이제야 봤네요. 리지는 진짜 다부장님하고 친구 끊었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 이디스 워튼 진짜 사람 심리랑 남자들 한심한 거 묘사 끝짱입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4-02 09:33   좋아요 1 | URL
와 저 게으른 남자 보는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스트레스인 거예요!!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조차 인지를 못하잖아요. 그 남자는 세상 살기 얼마나 편할까요? 그러나 해결을 해야 하는 사람은 자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고. 와 진짜 너무 싫은데 진짜 끔찍하게 싫은데 그 편지(!) 사건까지 접한 뒤에 저는 정말이지 넘나 오만정 떨어져서 미칠것 같은데, 그런데 리지를 보니까 그냥.. 살겠죠. 그리고 저한테 잔소리 듣기 싫어서 저를 멀리하겠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그렇지만 이제 이만큼 살아오면서, 여자들한테 빡치게 하는 남자친구나 남편 욕 같이 해주는 거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잔소리 하기 싫기도 하고요. 제가 여성주의 책들 읽으면서 중도 포기하게 되는 책들이 남편하고 사는게 얼마나 고달픈 것인가를 토로하는 책들이에요. 그러면서 같이 살아가는 거.. ㅠㅠ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못읽겠어요. 아오...

잠자냥 2022-04-02 11:01   좋아요 1 | URL
심지어 그놈은 그 사랑이 진심인지도 약간 의문….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스탈 ㅋㅋㅋ 게을러터져서!!!

다락방 2022-04-02 11:03   좋아요 1 | URL
사랑하든 안하든 사랑한다고 말 좀 해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다니!! 아 너무 딥빡이에요. 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