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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서주희 지음 / 구픽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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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이좋은걸이제야알았다니 #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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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빌라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만 살았다. 시골살이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몇 번 이야기를 들어본 것이 전부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 가까워져서 좋지만, 동시에 일이 참 많다고 하셨다. 이 간단한 요약만 가지고는 시골살이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서주희 작가님의 《시골집,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다. 작가님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코로나를 거치며 시골집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는 반 년 동안 임장을 다니다 50년 된 구옥을 만났다. 작가님과 동갑내기 남편, 초등학생 딸 세 식구는 그렇게 시골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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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부록('집수리의 7대 지옥')에도 적혀 있지만, 시골집 고치기부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 철거의 범위, 구조 변경 등 집수리 계획을 세우는 데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슬레이트를 제거하고 장판을 걷을 때도 수많은 쥐똥과 바퀴벌레를 마주하며 한 달 가까이 몸과 마음이 탈탈 털렸다. 도배지를 뜯고 모르타르를 만들어 수천 장의 벽돌을 쌓았다. 전기 작업은 악기 수리에 취미가 있던 작가님 남편이 무사히 해냈다. 운 좋게 훌륭한 전문가를 만나 목공, 타일, 도배, 장판 수리를 말끔하게 마쳤다. 페인트와 실리콘 칠까지 부부의 힘으로 마쳤지만, 무엇보다 철거 작업이 끝나가던 무렵 툇마루에 올려두었던 공구를 도둑맞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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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골살이의 장점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AI로 인해 수많은 직업이 없어지는 와중에, 작가님이 익힌 온갖 집수리 기술은 여전히 몹시 유용할 것 같아 부러웠던 것도 포함…….) 서주희 작가님은 시골집에 와서 한 일은 대단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때가 되면 일어났고, 밥을 해 먹었고, 텃밭에 씨를 뿌렸고 수확했고, 잠을 잤다. "당장 주어진 오늘을 잘 채우는"(p.10) 일상을 산다. 마트 채소 코너에 진열되어 있던 '상품'은 직접 심고 가꾸고 거두며 하나의 '생명'으로 다가온다. 이웃과 주고받는 먹거리로 자연스레 밥상 메뉴가 결정되고, "남들보다 늦으면 늦은 대로, 잘 안되면 안 되는 대로, 부실하면 부실한 대로 살면 된다"(p.160)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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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시골살이 에피소드는 술술 읽힌다. "저는 시골 생활이 좋아요."라고 답하는 작가님의 사려 깊은 마음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을 시골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지역·예산 설정부터 임장, 축사나 산기슭 위치 등의 배제 조건, 미등기 여부 점검, 학령기 아동이 있을 때 고려할 점까지 모두 짚어준다. 대문이 없거나 열고 다니는 시골의 삶과 이웃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골살이 로망이 없더라도 추천한다. 자신의 성향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맺고 싶은지, 내가 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행복의 모습을 꿈꾸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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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픽 #이좋은걸이제야알았다니시리즈 #시골집 #시골살이 #책추천 #대체텍스트 #서평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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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reminin_books)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 구픽(@gufic_pub)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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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가 들려 - 청소년이 알아야 할 우리 역사, 제주 4·3
김도식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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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소리가들려 #김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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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을 배경으로 수혁, 준규, 옥희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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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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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다쳤고, 경찰이 아이를 두고 지나가자 군중이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이를 본 무장경찰이 발포하여 주민 여섯 명이 희생되었으며, 제주 4·3의 도화선이 되었다. 3·1 사망사건에 항의하여 민·관 합동 총파업이 이어졌고, 본토에서 극우 청년 단체인 서북청년회(서청) 단원들과 응원경찰이 대거 파견되었다. 서청은 '빨갱이 사냥'을 한다는 구실로 테러를 일삼았다. 남로당 제주도당은 5·10 단독선거와 경찰·서청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 1948년 4월 3일에 무장봉기를 일으켜 경찰지서와 서청 등 우익단체 집을 지목해 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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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청년단원이 오라리 마을에 불을 지르고 이를 무장대의 소행으로 몰아가, 미 군정과 무장대의 평화 협상이 결렬되었다. 5·10 총선거에서 제주도만 투표수 과반수 미달로 무효 처리되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 이후, 정부는 군 병력을 더 파견하여 제주 전역에 강력한 진압 작전을 펼쳤다.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무장대에 협조하였다는 이유로 중산간 마을 주민들이 군경 토벌대에 학살당했다. 무장대는 해안마을을 습격하여 경찰 가족과 우익인사를 살해했다.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禁足) 지역이 전면 개방되면서 막을 내렸다.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약 3만 명의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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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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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수혁과 준규, 옥희는 절친한 친구였다. 열두 살 또래였던 셋은 학교 수업 끝나고 뒷산 언덕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산속으로 모험을 떠나 숨겨진 동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들이 스무 살이 다 되었을 때 해방이 되었지만 제주도는 이념의 대립이 시작된다. 수혁은 사관학교를 우수한 실력으로 졸업하고 군인이 되었다. 준규는 군경 토벌대를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다. 옥희는 수혁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학살을 피했다가 언니의 집에 숨는다. 이념이라는 광기가 제주도를 뒤덮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수혁은 준규를 오해하고, 준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며 추억의 동굴 앞에서 그에게 총구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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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가운데 희생자가 없는 집이 드물었고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았다."(p.218) 당시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 또한 피해자가 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혁과 준규, 옥희에게 벌어진 일을 따라가며, 참혹한 역사를 알기 쉽고 입체적으로 그린다. 지금도 4월이 되면 동백꽃 배지를 단 사람들을 제주도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주 4·3은 도민들의 삶에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도를 잊지 않고 역사를 기억하는 거다. 수혁이 바람의 소리를 따라 숨겨진 동굴을 찾아갈 때, 그 발걸음에 증오가 아니라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붉은 동백꽃을 그리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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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디어북스 #서평 #독후감 #북스타그램 #서평단 #제주43 #책추천 #대체텍스트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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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에 선정되어 마이디어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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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아이 키우는 데 문제없습니다 - 장애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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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심 작가님은 쌍둥이 아이를 키운다. 그는 엄마이자, 뇌병변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고, 21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전작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와 《불편하게 사는 게 당연하진 않습니다》에 이어, 세 번째 책으로 장애가 있는 양육자의 입장에서 아이 키우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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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부부는 임신이나 출산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약 70퍼센트가 긍정적'(p.6)으로 답변했다. 비장애인이었다면 당사자가 아닌 주변에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같이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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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나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란 장애인 당사자들 또한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작가님도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장애인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완벽'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장애가 있는 엄마를 외면할까봐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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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에피소드들을 겪고 나서 작가님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장애와는 별개"(p.44)라고 말한다. 좋은 부모라는 기준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모두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진 아이와 부모가 만나 다투고 맞춰나가며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서로 바라는 관계의 모습도 다 다를 텐데, 우리 집의 모습을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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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나는 출산과 양육을 망설이는 예비 장애인 부모에게 당신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무능력하지 않고 사회적 뒷받침이 없는 것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나도 우리 사회가 겉모습으로 어떤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틀을 씌우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나 힘든 아이 양육이, 장애라는 조건으로 인해 유난히 고되지 않도록 촘촘하게 복지를 제공하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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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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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 :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오 헨리 외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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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참신하고 흥미로운 주제들로 짜여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커버 디자인도 너무 좋고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 너무 좋아해서 고민없이 질렀어요 ㅎ 저한테 주는 2023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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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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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책들 #구채은




벌써 나도 15년 차 직장인이다. 첫 직장에서 3년 반.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완전히 다른 분야로 이직했다. 그렇게 옮긴 직장에 11년째 다니고 있다. 나이도, 경력도, 구채은 작가님과 공통점이 많다. 특히 "일터에서 고통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생산성 낮은 "도피성 독서"를 하고 있다는 점도. 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그러모으곤 한다. 작가님도 일터에서 고비가 찾아왔던 순간마다 일 생각을 떨쳐버리려 책을 폈다. 그렇다고 매번 마법처럼 솟아오르는 지혜를 발견한 건 아니다. 때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인물들도 책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작가님은 그 기록들을 《출근하는 책들》에 차곡차곡 남겼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의 고통, 직장 인간관계의 어려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매너리즘, 그리고 일의 끝과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터에 발을 들이고 마셨던 술이 출렁거리고, 내가 저질렀던 실수가 꿀렁거리고, 내 위로 쏟아졌던 타인들의 분노가 흐느적거리면서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쳤다.


10년 전의 나도 고기를 잘 굽고, 술도 빼지 않고 잘 마시고, 건배사도 센스 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인간 실격》의 요조가 회식 자리에서 "왜 이렇게 다들 미친(?) 광대짓을 하는 겁니까?"(p.24)라고 외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비실비실 웃었다. 


자기가 한 일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나에게 뒤집어 씌우던 직원에게는 분노가 끓어오르던 나도 떠올랐다. 그래도 《스토너》에서 자신에게 온갖 보복을 가하던 인물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전부 쏟지 않던 스토너(p.81)를 떠올리며, 못된 직원을 향했던 화를 가라앉혔다. 


몇 주 동안 작업한 파일을 외부에 보내고 나서 거대한 오류를 발견했을 때는, 수정하고 나서도 얼굴이 화끈거려 힘들었던 나도 스쳤다. 《명상록》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도 모두 곧 죽고 그다음 세대도 죽을 것이다."(p.105) 구절을 만지며, 실수 따윈 결국 다 잊힐 거라고 과거의 나를 토닥였다. 


타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가공하고 대상화해야 했던 업무를 맡았을 때는 과호흡이 오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한탸가 일과 신념 사이 괴리에서 느꼈던 고통(p.179)에 깊이 공감했다.


언젠가는 야근하고 돌아와 씻으면서도 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며(p.202) 죽기 전에는 무슨 생각이 날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아무 걱정 없이 꺄르르 웃고 뛰어노는 우리 집 아이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지난주에는 에너지를 모두 긁어모아 우박처럼 떨어지던 일들을 쳐냈다. 지하철 안의 평범한 웅성거림조차 귀로 들여보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마개처럼 끼우고 《출근하는 책들》을 마저 읽었다. 책은 나의 편협한 시야를 깨주는 "도끼" 같은 역할도 하지만, 이럴 때는 일종의 아름다움으로 작용한다. "사람에 상처받아 쓰러져 펑펑 울더라도 이내 회복해 다시 손 내미는 따스한 마음, 상대가 한 손을 내밀면 두 손을 내미는 상냥함.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고 연대함."(p.136) 내가 느끼는 고통에 책을 통해 연결된 누군가 고개를 끄덕여주는 다정함을 나는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아름다움을 먹고 나는 다음날 힘내어 출근했다.



📌 이 책은 파지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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