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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가 들려 - 청소년이 알아야 할 우리 역사, 제주 4·3
김도식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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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소리가들려 #김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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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을 배경으로 수혁, 준규, 옥희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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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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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다쳤고, 경찰이 아이를 두고 지나가자 군중이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이를 본 무장경찰이 발포하여 주민 여섯 명이 희생되었으며, 제주 4·3의 도화선이 되었다. 3·1 사망사건에 항의하여 민·관 합동 총파업이 이어졌고, 본토에서 극우 청년 단체인 서북청년회(서청) 단원들과 응원경찰이 대거 파견되었다. 서청은 '빨갱이 사냥'을 한다는 구실로 테러를 일삼았다. 남로당 제주도당은 5·10 단독선거와 경찰·서청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 1948년 4월 3일에 무장봉기를 일으켜 경찰지서와 서청 등 우익단체 집을 지목해 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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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청년단원이 오라리 마을에 불을 지르고 이를 무장대의 소행으로 몰아가, 미 군정과 무장대의 평화 협상이 결렬되었다. 5·10 총선거에서 제주도만 투표수 과반수 미달로 무효 처리되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 이후, 정부는 군 병력을 더 파견하여 제주 전역에 강력한 진압 작전을 펼쳤다.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무장대에 협조하였다는 이유로 중산간 마을 주민들이 군경 토벌대에 학살당했다. 무장대는 해안마을을 습격하여 경찰 가족과 우익인사를 살해했다.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禁足) 지역이 전면 개방되면서 막을 내렸다.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약 3만 명의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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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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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수혁과 준규, 옥희는 절친한 친구였다. 열두 살 또래였던 셋은 학교 수업 끝나고 뒷산 언덕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산속으로 모험을 떠나 숨겨진 동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들이 스무 살이 다 되었을 때 해방이 되었지만 제주도는 이념의 대립이 시작된다. 수혁은 사관학교를 우수한 실력으로 졸업하고 군인이 되었다. 준규는 군경 토벌대를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다. 옥희는 수혁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학살을 피했다가 언니의 집에 숨는다. 이념이라는 광기가 제주도를 뒤덮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수혁은 준규를 오해하고, 준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며 추억의 동굴 앞에서 그에게 총구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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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가운데 희생자가 없는 집이 드물었고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았다."(p.218) 당시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 또한 피해자가 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혁과 준규, 옥희에게 벌어진 일을 따라가며, 참혹한 역사를 알기 쉽고 입체적으로 그린다. 지금도 4월이 되면 동백꽃 배지를 단 사람들을 제주도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주 4·3은 도민들의 삶에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도를 잊지 않고 역사를 기억하는 거다. 수혁이 바람의 소리를 따라 숨겨진 동굴을 찾아갈 때, 그 발걸음에 증오가 아니라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붉은 동백꽃을 그리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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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디어북스 #서평 #독후감 #북스타그램 #서평단 #제주43 #책추천 #대체텍스트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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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에 선정되어 마이디어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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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아이 키우는 데 문제없습니다 - 장애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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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심 작가님은 쌍둥이 아이를 키운다. 그는 엄마이자, 뇌병변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고, 21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전작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와 《불편하게 사는 게 당연하진 않습니다》에 이어, 세 번째 책으로 장애가 있는 양육자의 입장에서 아이 키우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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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부부는 임신이나 출산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약 70퍼센트가 긍정적'(p.6)으로 답변했다. 비장애인이었다면 당사자가 아닌 주변에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같이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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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나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란 장애인 당사자들 또한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작가님도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장애인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완벽'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장애가 있는 엄마를 외면할까봐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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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에피소드들을 겪고 나서 작가님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장애와는 별개"(p.44)라고 말한다. 좋은 부모라는 기준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모두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진 아이와 부모가 만나 다투고 맞춰나가며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서로 바라는 관계의 모습도 다 다를 텐데, 우리 집의 모습을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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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나는 출산과 양육을 망설이는 예비 장애인 부모에게 당신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무능력하지 않고 사회적 뒷받침이 없는 것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나도 우리 사회가 겉모습으로 어떤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틀을 씌우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나 힘든 아이 양육이, 장애라는 조건으로 인해 유난히 고되지 않도록 촘촘하게 복지를 제공하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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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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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 :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오 헨리 외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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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참신하고 흥미로운 주제들로 짜여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커버 디자인도 너무 좋고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 너무 좋아해서 고민없이 질렀어요 ㅎ 저한테 주는 2023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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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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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책들 #구채은




벌써 나도 15년 차 직장인이다. 첫 직장에서 3년 반.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완전히 다른 분야로 이직했다. 그렇게 옮긴 직장에 11년째 다니고 있다. 나이도, 경력도, 구채은 작가님과 공통점이 많다. 특히 "일터에서 고통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생산성 낮은 "도피성 독서"를 하고 있다는 점도. 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그러모으곤 한다. 작가님도 일터에서 고비가 찾아왔던 순간마다 일 생각을 떨쳐버리려 책을 폈다. 그렇다고 매번 마법처럼 솟아오르는 지혜를 발견한 건 아니다. 때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인물들도 책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작가님은 그 기록들을 《출근하는 책들》에 차곡차곡 남겼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의 고통, 직장 인간관계의 어려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매너리즘, 그리고 일의 끝과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터에 발을 들이고 마셨던 술이 출렁거리고, 내가 저질렀던 실수가 꿀렁거리고, 내 위로 쏟아졌던 타인들의 분노가 흐느적거리면서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쳤다.


10년 전의 나도 고기를 잘 굽고, 술도 빼지 않고 잘 마시고, 건배사도 센스 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인간 실격》의 요조가 회식 자리에서 "왜 이렇게 다들 미친(?) 광대짓을 하는 겁니까?"(p.24)라고 외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비실비실 웃었다. 


자기가 한 일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나에게 뒤집어 씌우던 직원에게는 분노가 끓어오르던 나도 떠올랐다. 그래도 《스토너》에서 자신에게 온갖 보복을 가하던 인물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전부 쏟지 않던 스토너(p.81)를 떠올리며, 못된 직원을 향했던 화를 가라앉혔다. 


몇 주 동안 작업한 파일을 외부에 보내고 나서 거대한 오류를 발견했을 때는, 수정하고 나서도 얼굴이 화끈거려 힘들었던 나도 스쳤다. 《명상록》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도 모두 곧 죽고 그다음 세대도 죽을 것이다."(p.105) 구절을 만지며, 실수 따윈 결국 다 잊힐 거라고 과거의 나를 토닥였다. 


타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가공하고 대상화해야 했던 업무를 맡았을 때는 과호흡이 오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한탸가 일과 신념 사이 괴리에서 느꼈던 고통(p.179)에 깊이 공감했다.


언젠가는 야근하고 돌아와 씻으면서도 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며(p.202) 죽기 전에는 무슨 생각이 날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아무 걱정 없이 꺄르르 웃고 뛰어노는 우리 집 아이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지난주에는 에너지를 모두 긁어모아 우박처럼 떨어지던 일들을 쳐냈다. 지하철 안의 평범한 웅성거림조차 귀로 들여보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마개처럼 끼우고 《출근하는 책들》을 마저 읽었다. 책은 나의 편협한 시야를 깨주는 "도끼" 같은 역할도 하지만, 이럴 때는 일종의 아름다움으로 작용한다. "사람에 상처받아 쓰러져 펑펑 울더라도 이내 회복해 다시 손 내미는 따스한 마음, 상대가 한 손을 내밀면 두 손을 내미는 상냥함.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고 연대함."(p.136) 내가 느끼는 고통에 책을 통해 연결된 누군가 고개를 끄덕여주는 다정함을 나는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아름다움을 먹고 나는 다음날 힘내어 출근했다.



📌 이 책은 파지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책협찬 #서평단 #출근하는책들 #독서 #독서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파지트 #출근짤 #직장인에세이 #파지트 #대체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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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 아동학대를 멈추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길을 찾아 민들레 선집 13
부추 외 지음,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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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선집 13]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아동학대를 멈추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길을 찾아 / 부추,형미,정은주,현병호,이성경,백호영,김한종,강미정,김아미,이효진,고혜영,김예원,이수경,이슬기,김동일 지음 /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22

#아이를학대하는사회 #아이를존중하는사회
#민들레

아이가 입을 오물거리더니 무언가를 뱉었다. 그릇 옆에 허연 조각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뱉어낸 비계 부스러기다. 아이는 잘라놓은 고기 조각을 크게 한 숟갈 입에 넣은 후 눈을 굴렸다. 그리고 구운 고기에서 기름 부분만 교묘하게 뱉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름 더미가 커질수록 화가 났다. 열 번째 기름이 더미에 추가되었을 때 나는 아이에게 버럭 소리쳤다. "너 그거 좀 그만 골라내!"

아동복지법 제3조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p.126)을 말한다. 이 정의를 읽고 나면 '나는 좋은 어른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 어렵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정도가 심해질수록 학대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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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에는 지금보다 더 화를 자주 냈다. 혼자 아이 둘을 돌볼 때에는 휴직 막판에 코로나와 겹쳐 우울증이 왔다. 3분 간격으로 엄마를 찾는 아이 둘을 15시간 남짓 내내 응대하다 보면 체력도 감정도 모두 방전되었다. '단절된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흘러가기 쉽다.'(p.27) 점점 아이들에게 짜증을 쏟아내는 일이 잦아졌다. 내 우울증도 감당하기 벅찼는데, 아이들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나마 복직을 하면서 나는 숨통이 트였다. 친정 부모님의 손을 빌리고 있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과 여덟 시간 넘게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회사 일도 적당히 바빴고, 통장에 꼬박꼬박 월급도 들어왔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만났을 때 더 기쁘고 반가웠다. 그때 나는 이 책에서 말하듯 아동학대를 예방하는데 양육자가 '고립감과 좌절감 속에 있지 않도록 하는 것'(p.167)이 주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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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동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p.79)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와 갈등 상황에 부딪치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지를 생각해 보고,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 봐야 할 테다. 효과적으로 훈육을 하려면 아이와 다정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중 76.9%는 부모에 의해 발생(p.26,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하므로,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노력에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돌봄의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면 어떨까.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돌봄의 공백이 생기지 않고, 고립된 양육자들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의지할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드는 거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 주체로 양육자들이 호명'(p.59) 되는 현실에서 나아가, 온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은 사회가 오면 좋겠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민들레선집 #교육 #아동학대 #대체텍스트 #서평 #북스타그램 #읽는부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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