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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 :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오 헨리 외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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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참신하고 흥미로운 주제들로 짜여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커버 디자인도 너무 좋고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 너무 좋아해서 고민없이 질렀어요 ㅎ 저한테 주는 2023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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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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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책들 #구채은




벌써 나도 15년 차 직장인이다. 첫 직장에서 3년 반.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완전히 다른 분야로 이직했다. 그렇게 옮긴 직장에 11년째 다니고 있다. 나이도, 경력도, 구채은 작가님과 공통점이 많다. 특히 "일터에서 고통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생산성 낮은 "도피성 독서"를 하고 있다는 점도. 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그러모으곤 한다. 작가님도 일터에서 고비가 찾아왔던 순간마다 일 생각을 떨쳐버리려 책을 폈다. 그렇다고 매번 마법처럼 솟아오르는 지혜를 발견한 건 아니다. 때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인물들도 책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작가님은 그 기록들을 《출근하는 책들》에 차곡차곡 남겼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의 고통, 직장 인간관계의 어려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매너리즘, 그리고 일의 끝과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터에 발을 들이고 마셨던 술이 출렁거리고, 내가 저질렀던 실수가 꿀렁거리고, 내 위로 쏟아졌던 타인들의 분노가 흐느적거리면서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쳤다.


10년 전의 나도 고기를 잘 굽고, 술도 빼지 않고 잘 마시고, 건배사도 센스 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인간 실격》의 요조가 회식 자리에서 "왜 이렇게 다들 미친(?) 광대짓을 하는 겁니까?"(p.24)라고 외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비실비실 웃었다. 


자기가 한 일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나에게 뒤집어 씌우던 직원에게는 분노가 끓어오르던 나도 떠올랐다. 그래도 《스토너》에서 자신에게 온갖 보복을 가하던 인물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전부 쏟지 않던 스토너(p.81)를 떠올리며, 못된 직원을 향했던 화를 가라앉혔다. 


몇 주 동안 작업한 파일을 외부에 보내고 나서 거대한 오류를 발견했을 때는, 수정하고 나서도 얼굴이 화끈거려 힘들었던 나도 스쳤다. 《명상록》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도 모두 곧 죽고 그다음 세대도 죽을 것이다."(p.105) 구절을 만지며, 실수 따윈 결국 다 잊힐 거라고 과거의 나를 토닥였다. 


타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가공하고 대상화해야 했던 업무를 맡았을 때는 과호흡이 오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한탸가 일과 신념 사이 괴리에서 느꼈던 고통(p.179)에 깊이 공감했다.


언젠가는 야근하고 돌아와 씻으면서도 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며(p.202) 죽기 전에는 무슨 생각이 날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아무 걱정 없이 꺄르르 웃고 뛰어노는 우리 집 아이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지난주에는 에너지를 모두 긁어모아 우박처럼 떨어지던 일들을 쳐냈다. 지하철 안의 평범한 웅성거림조차 귀로 들여보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마개처럼 끼우고 《출근하는 책들》을 마저 읽었다. 책은 나의 편협한 시야를 깨주는 "도끼" 같은 역할도 하지만, 이럴 때는 일종의 아름다움으로 작용한다. "사람에 상처받아 쓰러져 펑펑 울더라도 이내 회복해 다시 손 내미는 따스한 마음, 상대가 한 손을 내밀면 두 손을 내미는 상냥함.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고 연대함."(p.136) 내가 느끼는 고통에 책을 통해 연결된 누군가 고개를 끄덕여주는 다정함을 나는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아름다움을 먹고 나는 다음날 힘내어 출근했다.



📌 이 책은 파지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책협찬 #서평단 #출근하는책들 #독서 #독서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파지트 #출근짤 #직장인에세이 #파지트 #대체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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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 아동학대를 멈추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길을 찾아 민들레 선집 13
부추 외 지음,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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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선집 13]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아동학대를 멈추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길을 찾아 / 부추,형미,정은주,현병호,이성경,백호영,김한종,강미정,김아미,이효진,고혜영,김예원,이수경,이슬기,김동일 지음 /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22

#아이를학대하는사회 #아이를존중하는사회
#민들레

아이가 입을 오물거리더니 무언가를 뱉었다. 그릇 옆에 허연 조각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뱉어낸 비계 부스러기다. 아이는 잘라놓은 고기 조각을 크게 한 숟갈 입에 넣은 후 눈을 굴렸다. 그리고 구운 고기에서 기름 부분만 교묘하게 뱉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름 더미가 커질수록 화가 났다. 열 번째 기름이 더미에 추가되었을 때 나는 아이에게 버럭 소리쳤다. "너 그거 좀 그만 골라내!"

아동복지법 제3조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p.126)을 말한다. 이 정의를 읽고 나면 '나는 좋은 어른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 어렵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정도가 심해질수록 학대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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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에는 지금보다 더 화를 자주 냈다. 혼자 아이 둘을 돌볼 때에는 휴직 막판에 코로나와 겹쳐 우울증이 왔다. 3분 간격으로 엄마를 찾는 아이 둘을 15시간 남짓 내내 응대하다 보면 체력도 감정도 모두 방전되었다. '단절된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흘러가기 쉽다.'(p.27) 점점 아이들에게 짜증을 쏟아내는 일이 잦아졌다. 내 우울증도 감당하기 벅찼는데, 아이들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나마 복직을 하면서 나는 숨통이 트였다. 친정 부모님의 손을 빌리고 있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과 여덟 시간 넘게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회사 일도 적당히 바빴고, 통장에 꼬박꼬박 월급도 들어왔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만났을 때 더 기쁘고 반가웠다. 그때 나는 이 책에서 말하듯 아동학대를 예방하는데 양육자가 '고립감과 좌절감 속에 있지 않도록 하는 것'(p.167)이 주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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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동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p.79)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와 갈등 상황에 부딪치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지를 생각해 보고,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 봐야 할 테다. 효과적으로 훈육을 하려면 아이와 다정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중 76.9%는 부모에 의해 발생(p.26,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하므로,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노력에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돌봄의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면 어떨까.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돌봄의 공백이 생기지 않고, 고립된 양육자들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의지할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드는 거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 주체로 양육자들이 호명'(p.59) 되는 현실에서 나아가, 온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은 사회가 오면 좋겠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민들레선집 #교육 #아동학대 #대체텍스트 #서평 #북스타그램 #읽는부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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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수학 1등급은 부모가 만든다 - 고등학교 성적까지 이어지는 올바른 초등수학 학습법
황지언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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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수학1등급은부모가만든다

#황지언

초등 교사 11년 차인 황지언 작가님(오리나무쌤)이 초등학교 수학 학습 방법에 대해 안내한 책이다. 구성이 탄탄하고 전개가 매우 체계적이라 눈에 쏙 들어왔다. 작가님은 교육부 교육과정상 명시된 초등수학 학습 방법을 보여주고, 구체적으로 이 방법을 어떻게 실행하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수학적 역량을 키우는데 긍정적인 마음, 아이의 기질을 고려한 접근, 올바른 공부 습관과 안정된 정서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찬찬히 짚어준다.

'결국 수학학습은 '일상적인 규칙과 습관 속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성향에 맞게'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p.92) 임을 밝히고, "진짜" 선행학습을 하자고 제안한다. 바로 문해력과 체력, 수학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7살 5살인 우리 집 아이들을 떠올리며, '어떤 학습보다 선행해야'(p.107) 한다는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더 곱씹었다. '잘 먹고, 잘 자고,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두뇌 발달 법'(p.111)이라는 이야기에도 많이 공감했다.

그다음 이어지는 초등수학 로드맵 파트는 초등수학이 단원별로 촘촘하게 분석되어 있다. 작가님은 초등수학을 '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자료와 가능성' 이렇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영역들이 중고등학교 수학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도표로 연결한다. 각 분야별로 추천 책과 교구, 보드게임이 곁들여져 있다. 특히 '초등수학 5가지 영역 파헤치기' 파트는 각 영역을 공부할 때 무엇을 중점으로 하면 되는지 자세하게 짚고 있다.

마지막 장은 위에서 나누었던 수학의 영역별로 추천하는 보드게임 목록, 수학 개념 그림책, 수학 전집, 만화 동화, 수학 동화, 수학 소설, 수학 개념 사전, 문제풀이가 들어 있는 체험형 도서, 종이접기에 도움 되는 도서까지,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 책의 구성이 체계적이고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양육자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 4가지에 대해서도 답한다. 수학은 수학 머리를 타고 나야 잘하는지, 아이가 학습지를 힘들어하면 중단해야 할지 등.

작가님은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절대적인 기준이 딱 하나 있다면 바로 내 아이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수준과 아이의 흥미에 초점을 맞춰주세요.'(p.345)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는, 아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을 거다. 단계별로 촘촘한 정보를 주는 이 책과, 우리 집 아이들을 향한 믿음과 관심으로 수학이 마냥 지겨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이 말도 함께 꼭 전해줘야겠다.

"수학 까짓것 좀 못해도 어때? 넌 우주 최고의 작품이야. 널 사랑해."(p.346)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온더페이지 #북스타그램 #서평 #대체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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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비밀계정 - 주눅 든 나를 일으켜줄 오늘의 편지
김도치.서반다 지음 / 이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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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페미 #언니의비밀계정

#김도치 #서반다



도치 님과 반다 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나비라고 합니다. 페미니즘 웹진 아주마스의 필진이자 발행인을 맡고 있어요. 인스타를 넘어 책으로도 뵙게 되어 정말 기뻐요. 오랫동안 '읽는페미' 계정(@reading.femi)에서 귀한 페미니즘 책들을 많이 소개받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피드에서 만날 때면 반가움에 하트를 열 번씩 누르고 싶었고요. '읽는페미' 게시물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걸 보면 저도 힘이 솟아요. 계정의 팔로워가 2.7만 명이 넘는 것도 너무나 멋지고요!



유명한 만큼 악플도 엄청 달리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저도 악플을 겪은 적이 있어요. 예전에 어떤 만화의 방영 중지 서명 링크를 단톡방에 공유했어요. 그 만화에는 불법 촬영을 하고 그걸 빌미로 협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거든요. 그런데 단톡방에 있던 어떤 사람이 대뜸 '불편충' '프로불편러'라고 쏘아붙이더라고요. 순간 손이 떨렸어요. 그래도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내용으로 예능이나 게임 콘텐츠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명은 원하는 사람만 하면 된다.'라고 썼어요. 도치님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악플을 마주하고 지워오셨을까요. 우리가 하는 말과 전혀 관계없이, 그저 '페미'라고 하면 달려들어 욕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 책을 읽으며, 잠에서 덜 깨어 정신이 몽롱할 때 열심히 악플을 지우는 도치님을 마음속에 그려보았어요. 맥락 없는 혐오에 맞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셨을 것이 상상되어,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아팠어요. 그래도 '어쩌면 이 비밀계정은 나의 용기보단 너와 닮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 덕분에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p.40)라고 적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와 제 주변의 여러 페미니스트들이 언제나 '읽는페미' 계정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꼭 잊지 말아 주세요.



도치 님과 반다 님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며, 저와 웹진을 함께 발행하는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저희는 세 명인데 셋 다 다르거든요. 아들이 있고 워킹맘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는 지역도, 일하는 분야도, 관심 있는 책 종류도 모두 달라요. 웹진에서도 각각 에세이, 소설, 서평이라는 분야를 나눠 맡고 있고요. 처음 웹진을 시작했을 때는 자잘한 의견 차이로 상대방이 이해가 가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안전한 관계라는 걸 믿고, 도치 님과 반다 님처럼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다름에 익숙해져 갔지요. 책에 적어주신 것처럼,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오히려 관계가 더 단단해진 기분이었어요.



목주름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방긋 웃었어요. 불상처럼 목주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저로서는, 도치 님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아요. 이십 대 초반 한참 화장을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자기 전에 넥 크림을 꼭 발랐어요.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의 매끈한 목선을 선망하면서요. 페미니즘을 알기 전에 저는 동안·가는 팔다리·작은 발·작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이 수많은 '다행'은 누구를 밟고 서 있는 걸까.'(p.93)라는 말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어요. 틀에 맞출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이 틀이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건 아닌지, 과연 이 틀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고민해 봐야겠지요.



저에게도 흑역사가 많아요. '뚱뚱한 사람은 자기 관리를 못해서 그런 거다', '애교를 적당히 부릴 줄 알아야 연애가 편하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되는 거다'라고 생각했던 옛날의 저를 떠올리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래도 실수했던 걸 흑역사로만 묻어두고 싶지 않아요.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고,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여 들으려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더 나아갈 수 있을'(p.136) 거라고 믿어요. 여전히 실수하고 미끄러지는 저에게 이 책의 구절이 힘을 불어넣어 주네요.



도치 님, 반다 님, 책을 써주어서 고마워요. 별것도 아닌 일에 네가 예민한 거라며, 페미니즘을 비하하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 책을 떠올려 볼게요. '페미니즘이란 세상을 보는 하나의 안경이자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p.171) 임을 기억하고,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일을 멈추지 않을래요. 페미니즘으로 뭉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걸,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잊지 않을게요.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가벼운 바람 한 번에 몸집을 키워 화력을 불태울 수 있다는걸요.'(p.168)



우리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반갑게 만나요!



2022.08.04.


나비 드림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이봄출판사 #페미니즘 #편지 #서평 #북스타그램 #대체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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