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 을 다 읽었다. 책 속에 언급된 영화를 딱히 보고싶진 않다. 어떤 영화는 줄거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상상하기도 싫어서. 특히 <브루드>라는 영화는 막상 보고나면 그렇게 끔찍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아 너무 싫어 ㅠㅠ <캐리>도 도무지 피 뒤집어쓰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에일리언>은 일전에 다시 보기 시도했다가 이내 포기했더랬다. <사이코>는 사실 좀 보고 싶긴한데... 샤워씬을 훔쳐보는 살인자 남성..이 나오는 장면이 견디기 너무 힘들것 같다 ㅠㅠ


그렇지만, <더럽혀진 violated, 1985> 라는 영화는 보고싶었다. 이 영화 만큼은 보고 싶어서 검색해보았는데 결과물이 나오질 않는다. 굿 다운로드 받아서 볼건데 아무데도 없어. 



<더럽혀진>(1985)은 강간-복수 영화의 가장 독특한 예를 보여준다. 강간 피해자였던 한 무리의 여성들이 서로 결속을 다진 뒤, 감옥에서 출옥하여 다시 강간을 저지르는 강간범들을 응징하기로 결정한다. 경찰관과 외과 의사를 포함하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이 그룹의 멤버로 참여한다. 경찰관은 지속적으로 강간을 저지르는 남자들의 이름과 거처를 알아낸다. 여성들은 술집에서 목표물에 접근하고 술에 수면제를 넣은 뒤 그들을 외과의사의 집으로 납치해 오는데, 외과의사는 자신의 집 지하에 수술실을 마련해 놓았다. (외과의사의 어린 딸은 성범죄 후에 출옥한 남자에 의해서 강간당한 뒤 살해당했다.) 외과의사는 수술을 통해 남자를 거세하고, 그들은 다음 날 술집이나 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어쓴지 기억하지 못하는 채 깨어난다. 경찰은 도움을 청하는 남자들에 대해서 거의 동정을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그들은 이와 관련해서 신고 된 사건들을 '폭행'이라고 기록해야 할지 '강도'로 기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농담을 한다. 이 하위 장르의 다른 모든 영화들처럼 여성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행위에 있어 정당한 것으로 그려진다. -p.233-234



강간범을 응징하는 영화는 내가 아는것만 해도가장 최근에는 (아직 나도 보진 못했지만) <프라미싱 영우먼> , <리벤지>가 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강간당한 친구를 위해 복수하고 <리벤지>는 자신이 강간한 것에 대해 복수한다. 책 속에서 <네 무덤의 침을 뱉어라>의 강간장면이 너무 여성혐오적이라고 지적하는데(이건 이 영화의 리뷰를 찾아봐도 많이 지적된다), <리벤지>는 그 영화에서 여성혐오적 장면을 빼고 만들어낸 영화인 것 같다.


강간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떠올리면, 나는 <쇼걸>이 생각난다. 한참 전에 본 영화라 아마 그 당시에 더 인상 깊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쇼걸로 춤을 추며 살아가던 주인공이 큰 쇼의 주연을 맡으면서 인기를 끌게 되고 그래서 큰 파티에도 초대 받는다. 주인공 덕에 그 파티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의 친구는 그 파티에서 자신이 언제나 동경해왔던 남자 가수를 보게 되고 이에 우리의 주인공은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친구에게 그 가수를 소개시켜준다. 가수는 자신의 팬이라며 자신을 따르는 팬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폭행하고 강간한다. 주인공은 친구가 동경하던 가수로부터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가수를 찾아가 폭력으로 응징하는 거다. 















이 영화에 대한 정희진 쌤의 평도 생각난다.




이 영화의 주제는 벗은 몸을 보여 주어 남성 관객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쇼걸들의 연대와 자매애를 강조했기 때문에 돈벌이에 성공할 수 없었다(남성 사회의 관객들은 여성의 단결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中











찾아보았는데, 저 영화는 실패가 아닌데 실패라고 했다고 정희진을 돌대가리라고 하는 글도 보았다. 네.... 정희진을 돌대가리라고 하다니.......



무엇보다 책을 읽고 싶다. 바바라 크리드가 '슬래셔 영화에 대한 뛰어난 연구' 라고 칭한 '캐롤 J. 클로버'의《그녀의 육체, 그 자신:슬래셔 영화에서의 젠더》라는 책.



그러나 심지어 많은 수의 남자와 여자들이 살해당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영화에서도, 질질 끄는 이미지는 필수불가결하게도 여자들이다. 남자의 죽음은 언제나 신속하다. (…) [그리고] 여자의 죽음보다 더 거리를 두고 보여지거나, (예를 들어 어둠이나 안개 때문에) 희미하게 보여지며, 그도 아니면 전혀 보이지 않도록 스크린 밖에서 벌어진다. 반면에 여자의 살인은 더 가까이에서, 더 시각적으로 자세하게, 그리고 더 길게 그려진다. (클로버, 1989, 105)-p.236



검색해보니 캐롤 클로버의 책은 저 제목으로는 없고 이런 걸로 있다.

















언급된 《그녀의 육체, 그 자신:슬래셔 영화에서의 젠더》는 독립된 책이 아니라 논문인것 같고, 뒤의 참고문헌을 보니 James Donald 의 이 책에 실려있는 것 같다.
















아, 너무 읽고 싶다. 출판사 여러분들. 이 책들 좀 번역해주세요. 특히 캐롤 클로버의 책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할게요. 이거 선정하면 열 명 정도는 살겁니다!! 열 개 믿고 번역해 출판하긴 좀.. 거시기한가요? (그렁그렁)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미 사둔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이나 읽어라, 나여... 



아무튼, 출판사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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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3-29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출판사는 이 열정에 가득한 다부장님을 위해 번역출간 검토해주세요!ㅎㅎ

다락방 2022-03-31 08:24   좋아요 3 | URL
출판사들이여, 더 열심히 일하라, 더, 더!! 얼른 이 책 번역해서 출판하라, 출판하라!! ㅋㅋㅋㅋㅋ

mini74 2022-03-29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럽혀진! 궁금해요. 특히 처벌받지 않는다가 맘에 들어요 ㅎㅎ

다락방 2022-03-31 08:25   좋아요 2 | URL
더럽혀진 궁금한데 검색 자체가 안되네요 ㅠㅠ 저는 충분히 돈 내고 볼 의향이 있는데 말입니다.

공쟝쟝 2022-03-3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리스테바 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나 미쳤나봐 ㅠㅠㅠㅠ

다락방 2022-04-01 05:45   좋아요 1 | URL
공포의 권력 고고??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01 08:09   좋아요 0 | URL
어쩌지 ㅋㅋ 전 사랑의ㅜ역사여 ㅋㅋㅋㅋㅋ 더비싸다 ㅋㅋㅋ

다락방 2022-04-01 08:10   좋아요 1 | URL
난 공포의 권력 샀다요 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역사 비싸네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01 08:19   좋아요 0 | URL
무려 사랑이니까…. 읽고 쓰는게 사랑이래요 ㅋㅋ 크리스테바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