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인 <성격이란 무엇인가>가 궁금해서 이 책을 구입했고 그래서 읽고 있는데, 마약에 대한 부분이 흥미롭다.

국내에서도 마약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최근에 펜타닐이란 책도 나왔고. 그래서 관심있게 읽어보았다.


이 칼럼을 쓴 '오후'는 이미 마약에 대한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낸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몇해전에 이미 그 책도 사두었고. 한번쯤 읽어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물론, 아직 읽지 못한 수많은 책중에 한 권이 되었지만..















내가 산 건 오른쪽 구판인데 2023년에 왼쪽의 개정판이 나왔나보다. 오, 잘 팔리는 책인가보다. 각설하고.



이 칼럼에 의하면, 미국의 '사망 사고 원인 1위'는 마약이라고 한다. 단순히 마약을 한다고 죽는게 아니기 때문에 통계를 잡을 때는 '약물 과다 복용'이라고 표현한다고.



2021년 미국의 약물 복용 사망자는 10만 7000여 명으로 교통 사고 사망자와 총기 사고 사망자를 합친 수보다도 많다. -p.52


약물이 사망 원인 1위가 된 것은 지난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교통 사고 사망자는 조금씩 줄고 총기 사고 사망자는 조금씩 늘어나지만,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는 몇 배로 폭증했다. -p.55



오후 작가는 몇해전 자신이 마약에 대해 잘 모른다는 책을 쓸 때, 그때만 해도 제도가 마련되고 환경이 구축된다면 중독자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생각했다는데, 최근에는 그 희망이 박살났다고 했다. 그건, 오피오이드인 펜타닐Fentanyl 때문.



오피오이드란 원래 아편계 약물(양귀비에서 나오는 아편에서 추출한 약물)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아편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약물을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19세기 화학의 발달로 자연 상태의 식물성 마약에서 정제된 형태의 마약으로 마약이 한번 진화하게 된다. 이를 추출 알칼로이드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아편에 추출한 몰핀과 헤로인, 코카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코카인이다. 이들은 자연 상태일 때보다 최대 100배 가까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중략)하지만 추출 알칼로이드는 강력한 효과만큼 강력한 중독성을 가졌다. (중략) 진통 효과에 비례해 중독성 역시 커졌다. (중략)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59년 얀센Janssen사는 펜타닐이라는 약물을 개발한다. 펜타닐은 효과가 강하고 복용 방법도 간편했다. (중략)

펜타닐의 진통 효과는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 정도다. 그러니까 자연 상태의 마약보다 100배 강해진 것에서 다시 100배 강력해진 것이다. -p.57


현재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에서 사용된 약물 80퍼센트가 펜타닐이다. -p.59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중이라 여러가지 해결책을 마련중인데, 마약류 과처방에 관계된 제약회사들에게 벌금을 매겨 회수된 벌금으로 중독자 치료에 쓰겠다는 것도 있고, 하드드러그와의 차별화도 방법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에서 소프트 드러그(대마초)만 합법화하는 게 아니라 하드드러그까지 합법화 하는 것도 언급한다. 마약을 합법화 해야 마약으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 합법화가 방법이다, 라는 주장을 나도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주장은 들은 직후에 딱히 수긍하진 않았다. 어떻게 마약을 합법화하자고 할 수가 있지? 의심 먼저 되는게 사실이다. 오후 작가는 여기에서 합법화의 이유에 대해 얘기해준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하드드러그까지 합법화하기도 한다. 라틴아메리카는 미국 아래 위치한 덕분에 사실상 미국의 마약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당연히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다. 그래서 공권력이 아무리 마약 식물 재배와 생산을 막고 마약 판매를 근절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왜냐면 마약을 만들면 너무도 큰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리고 큰돈을 번 카르텔은 국가에 버금가는 군대를 만들어 국가에 대항한다. 합법화 논리는 여기서 나온다. 마약을 합법화하면(여기서는 주로 코카인을 말한다) 공식적인 산업이 되므로 국가가 생산 라인을 통제해 카르텔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중독자를 국가가 파악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독자를 줄일 수 있고, 또한 마약 사범으로 분류되는 젊은 사람들을 구제함으로써 사법 시스템이나 교도소 등에 들어가는 재원을 줄여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말이다. -p.65



영화에서 보게 되는 마약범죄자들은 항상 음지에서 비밀리에 마약을 팔고 사고했다. 그리고 큰 돈이 오가고 거기엔 무기도 필수였다. 불법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큰 돈벌이가 되고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수순이었다면, 합법화는 그걸 막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합법화면 음지에서 폭력과 함께 매매가 이루어지는 일은 줄어들겠지. 그런데 합법화면 남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법화 논리가 어떤건지 알겠고 어쩌면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런데 오후 작가의 말대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말이다.'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마약이라고 하면 나랑 되게 거리가 먼 것 같았고 또 다른 나라의 얘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마약 관련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얼마전에는 한 (여자)유튜버가 이태원 술집에 가서 생방을 하다가 모르는 남자로부터 초콜렛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고, 생방송에서는 그걸 보던 사람들이 먹지말라고 약을 탔을거라고 하는 영상을 짤막하게 보았다. 인스타였는지 트위터였는지 하여간 짤막하게 나온 영상에서는 그 유튜버는 그 초콜렛을 먹으려다 그 반응들을 보고 먹지 않았고 그렇게 초콜렛을 까보니 거기에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구멍이 있노라고 했다. 하아-


오후 작가는 마약 남용이 영리를 추가하는 의사들의 필요 이상의 처방 때문에 많은 경우 발생한다고 한다. 저 짧은 영상에서 그녀가 받았던 초콜렛에 들어있던 건 마약일 수도 있고 여자를 잠재울 약물일 수도 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무언가 받았을 때 그걸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아이들을 교육시키기도 한다. 따뜻한 세상 같은 건 다른 차원의 얘기인거다. 낯선 사람이 준다고 그걸 받아먹어? 니가 멍청한거지! 가 되어버리는 좆같은 세상.. 주는거야 안 먹을 수도 있지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음료에 약을 타는 건 내가 무슨 수로 막나. 내가 보지 않게 그런다면.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무방비하게 강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마약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도대체 다른 사람을 강간 피해자나 폭행 피해자 혹은 마약중독자로 만들려고 하는 그 사람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아니지, 모르긴 뭘 몰라, 자기 욕심 채우려고 그러는거지. 그것이 지배욕이든 성욕이든 기분풀이든 그리고 돈벌이든.



그나마 이 책을 읽으니까 마약 합법화에 대한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네. 역시 읽는게 답인것 같고 듣는게, 보는게 답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읽고 듣고 보고 살자.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은데, 이건 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더 많은 자료를 찾아 읽고 여기에 대해서도 언젠가 써보고 싶다. 



오늘은 아마 대부분의 대중교통 출근러들이 다 그러했겠지만, 출근길이 너무 힘들었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진짜 힘들었다. 개힘들어써.....


아침에 눈이 내린다는 걸 알고 모자가 달린 두꺼운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섰다. 나는 눈 오는 걸 진짜 싫어하는데, 그건 세상 귀찮기 때문이다. 우산을 들어야 하는 것도 귀찮고 그 뒤에 미끄러운 길도 너무 싫어. 베트남에 가야겠다... 오늘도 마찬가지. 두꺼운 외투에 우산을 받치고 현관을 딱, 나서는데, 하아, 땅이 되게 질퍽거려서 푹- 하고 발이 빠지는거다 ㅠㅠ 힘들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가 와 타려고 하는데 발이 미끌- 해서 ㅠㅠ 나는 으앗- 소리를 지르고 간신히 버스를 탔다. 보통 버스에 타면 듀오링고를 하는데 오늘은 듀오링고를 꺼낼 에너지가 좀처럼 발휘되질 않아.. 지쳐버렸...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가는 내내 미끌, 질퍽, 푹- 의 연속이었고, 지하철을 타자 이번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ㅠㅠ 그렇지만 백팩을 메고 장우산 들고 외투까지.. 어떻게 벗어서 들고있냐.. 손수건 꺼내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아.. 지하철 안에서 책 읽을 힘도 없어. 시간은 흘렀고 양재역에 내렸다. 항상 내가 나가는 10번출구로 오늘도 어김없이 나가는데, 아니.. 에스컬레이터 왜 고장인거죠 ㅠㅠ 어쩜 이래 ㅠㅠ 하는수없이 이 긴 에스컬레이터를 내 앞사람이 그러듯이 걸어서 올라간다. 여기가 좀 깊어서 에스컬레이터도 되게 긴데, 그걸 걸어 올라가자니 힘들잖아요? 좀 멈췄다 가고 싶은데, 내 뒤에서 사람들이 계속 걸어 올라오고 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 ㅠㅠ 계속 올라간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계속, 계속 ㅠㅠ 멈추고 싶어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 ㅠㅠㅠ 간신히 올라서 숨을 헐떡이며 아니 다른 사람들은.. 괜찮나? ㅠㅠ 다들 잘들 가네,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버스를 타고 내리니까 또 길이 질퍽 미끄럽다 퍽- 하고 발 들어가고. 하아.. 평소랑 같은 시간대의 열차를 타고 내렸지만 걷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 평소보다 5분 늦게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진짜 진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아- 이대로 퇴근하고 싶다. 내가 오늘 아침 빠져나온 침대는 따뜻했는데.. 들어가서 폭, 이불 쓰고 눕고 싶다. 나는 왜 돈벌어야 하는가.. 힘들어 ㅠㅠ 오늘 너무 아침부터 기빨려..  


단톡방에서 여동생은 언니 퇴사 전에 회사 근처에 집 구해서 한 달이라도 거기서 출퇴근 해보라고 했다. 내가 안그래도 이걸 해보고 싶어서 몇해전에 회사 바로 앞 아파트 월세를 알아봤는데, 그 당시에 너무나 작고작고작고작은 평수의 원룸 아파트가 보증금 1억에 월세가 90만원 인겁니다. 월세 90 이라니... 이걸 내면 내 월급은 남는게 없는데?? 하아... 그런데 이게 몇해전이니 지금은 또 올랐겠지.. 아 힘들다 ...


아 오늘 출근 너무 힘들었어, 하고 동료한테 톡을 보냈더니, '저는 지하철 연착이라 아직 3호선 타지도 못했어요 ㅠㅠ' 라고 답이 왔다. 하아- 대중교통러들 힘내요!! 진빠져. 오늘은 달달한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맥심은 싫고, 그렇다고 커피를 사러 나가기는 더 싫고.. 걍 늘 마시던 그거 마셨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다락방: 커피는 어떤걸로 하실래요?

다락방: 늘 마시던 그걸로요.

다락방: 알겠습니다. 네스프레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나 혼자 주문하고 나 혼자 서빙하고~ 우우우우우~


그리고 지금 과자들 잔뜩 조져버리고 있다. 에이스 씬 에스프레소 존맛탱..


이렇게 힘들어서 오늘 업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힘에 겨웠는데, 하아- 나는 힘들지만 세상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가.. 이렇게 아름답기 있긔없긔??




하아- 너무 힘들다고 천 번 생각하다가 풍경 보면서 피식, 웃어버렸다. 하아- 이게 무슨일이니 대체.


퇴사하면 이 정원에서 바라보는 바로 이 풍경이 제일 그리울 것 같다.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일 경우 개인 병원에서 수익을 위해 필요 이상의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미국의 오피오이드 남용이 최초에 의료적 처방으로 시작됐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사람들은 불법적인 마약을 두려워하지만, 사실은 합법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이 더 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 P62

이미 중독된 사람들은 음지를 통해서도 약을 구하므로 오피오이드로 인한 쇼크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날록손Naloxone이다. 날록손은 오피오이드가 몸에 흡수되는 걸 즉각적으로 방해해 과복용한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 관공서와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날록손이 비치되어 있다. 물론 그 날록손을 제작하는 곳 역시 오피오이드를 만든 거대 제약회사지만, 원래 세상은 다 그런 거다. - P63

하드드러그이건 소프트드러그이건 모두가 불법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약 사용자들이 점점 더 가성비(?)가 좋은 하드드러그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체에 해가 적고 사고의 소지가 적은 대마초같은 소프트드러그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 P64

선진국 일부 도시에는 ‘슈퍼바이즈드 인젝션 사이트Supervised injection site(지역별로 이름은 조금씩 다름)‘가 존재한다.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주사를 지도하는 곳‘ 정도 되겠다. 시(에서 마약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드드러그의 가장 큰 문제는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 혹은 부작용의 발생이다. 해당 시설은 보통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번화가에 위치해 있다. 누구든 편하게 와서 마약을 가져와 복용할 수 있다. 신원을 밝힐 필요도 없다. 사이트에는 날록손을 필요한 의료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고, 의료진도 항시 대기 중이다. 사용자가 원할 시 마약을 줄여나가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이 시설은 현재 독일, 네덜란드가 각각 25곳, 스위스가 14곳, 스페인이 13곳, 프랑스, 포르투갈, 호주는 각각 2곳으로 광범위하게 운영 중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불법적인 약을 하는 장소가 존재할 수 있냐고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 P65

(이어서)당연히 해당 시설이 있는 국가들 역시 대부분 마약이 불법이다. 하지만 시설이 존재하면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직접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 P66

대부분의 중독자는 합법적인 의료용 약을 통해 처음 마약을 접한다. - P67

미국은 병원을 이용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한 번에 처방해주는 약이 많고 약국에서 중복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 영리화로 의사들 역시 돈을 벌기 위해 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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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에서 빵 터짐. 오늘의 웃음 포인트..
제가 바로 그 문제의 3호선을 탔는데.... 아니 전철 언제오는지 알려주는 그 시스템도 먹통이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도 고장 나서 삐질삐질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저도 오늘 20분 지각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다락방 님 캐나다 사진 보니까 힐링은 힐링이네요. 오늘은 진심 캐나다뷰 맞다.

낮에 또 눈 온대요.....=_=

다락방 2024-11-28 07:58   좋아요 0 | URL
저는 엄청 빨리 나오는 편이라 지하철도 평소랑 같은 거 탔거든요. 내리는 것도 평소랑 같았고요. 저는 걷는길이 힘들었어요 ㅠㅠ
어제 자가용 끌고 다니는 회사 직원 집에 가는데 세시간 걸렸대요. 어휴.. 그런데 오늘 아침 저 출근할 때 눈 또왔어요. 11월에 이렇게 눈 많이 내리는 건 117년 만에 처음이래요!!

자목련 2024-11-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엔 눈이 정말 많이 왔나 봐요. 이곳은 눈이 보이지 않아요.
정말 근사한 캐나다뷰!

다락방 2024-11-28 09:49   좋아요 0 | URL
어제도 눈이 정말 많이 왔고 오늘 아침에도 왔어요. 오늘은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베란다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망고 2024-11-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약합법화? 책을 안 읽어서 그런지 거부감이...대마 합법화한 국가들도 지금 부작용이 너무 많다고 하던데ㅠㅠ
그나저나 다락방님도 혼자 주문하고 혼자 서빙하는 카페놀이 하시는군요 저도 하는데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28 09:50   좋아요 0 | URL
저도 마약합법화..를 대체 왜? 했었는데 저걸 읽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도 뭐랄까, 아직 적극적인 호응이 되진 않는데, 오후 작가의 책을 읽어보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오후 작가의 책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언제?)
저는 애플 뮤직에 홈까페 라고 리스트 만들어 두고 집에 혼자 있을 때 그거 틀어둬요. 여기는 까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1-2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에 이렇게 눈 많이 오는 거 처음 봐요. 눈은 예쁜데 출근길부터 퇴근길이 걱정되더라구요.
(제가 있는 곳은 서울보다 더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치만, 이러다가 기후변화 전에 마약 때문에 인류가 망하겠네요....

다락방 2024-11-28 09:51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11월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건 117년 만에 처음이래요!!
눈이 오면 사무실에서 보기에 풍경은 정말 아름다운데 출퇴근 힘들어서 미치겠어요.
어제 퇴근길에 벚꽃길을 지나가는데 봄에 벚꽃 피던 곳에 또 벚꽃핀 것 같더라고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레이스 2024-11-2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약과 눈내린 풍경, 하얀색?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생각나네요.
코카인에 취해 주인공이 저지른 실수로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야 하는...!
그나저나 밖에 내다보는데... 나뭇가지 휘어서 부러지겠어요.

다락방 2024-11-28 09:52   좋아요 1 | URL
마약과 눈내린 풍경 하얀색.. 을 쓰면서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아니 어떻게 그렇게 되었네요? 그걸 발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님. 뭔가.. 멋지네요. ㅋㅋㅋㅋㅋ
저도 어제 휘어진 나뭇가지들을 제법 봤어요. 이러다가 나무 아예 부러져버리는 건 아닌가 몰라요. ㅠㅠ

단발머리 2024-11-2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분 일찍 나왔는데, 큰 길은 괜찮았는데 올라가는 언덕길이.... 삽 들고 제설작업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라 저는 어이없어서 막 웃고 사진 찍고 그랬습니다만 아까 눈 내리는데 무섭더라구요. 조심히 퇴근합시다!!

다들 캐나다뷰 말씀하시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제일 먼저 말한 사람, 저 맞나요? 그거 좀 확인 요망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28 09: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올라가는 언덕길은 더 힘들텐데. ㅠㅠ 제가 다니는 길은 언덕길은 아니었는데, 언덕길 근처 지날 때, 와 여기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은 어쩌냐.. 싶더라고요.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정도로 눈이 많이 왔어요. 휴..

제 기억에도 캐나다뷰는 단발머리 님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어제 북유럽 이라는 말도 들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그러니까 캐나다뷰에 북유럽뷰를 보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24-11-2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오는 날의 출근길이 빡센것이 아무래도 교통편이 사고 방지를 위해 느리게 운행하다보니 연쇄적으로 차랑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기 때문이죠.그라다보니 지하철은 더욱 더 미어터지고...정말 총체적 난국이죠ㅜ.ㅜ

다락방 2024-11-28 09:54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누구나 다 아는 너무나 뻔한 사실을 댓글로 적어주셨네요. 어떻게 답글을 달아야할지 모르겠어요.

감은빛 2024-11-2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모 단체 활동가였을 시절에 대마합법화 운동에 잠시 발을 담갔었어요. 그때 듣기로 대마는 그렇게 환각현상도 없고, 중독도 없다고. 오히려 중독은 담배가 더 심하다고.

저는 동네에 걸어서 출퇴근하는 삶을 10년 살았더니 어디 멀리 나가는 직장은 이제 못 가겠어요.

다락방 2024-11-29 1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예전에 신해철도 그런 얘기 했었어요. 대마초보다 더 위험한게 술인데 우리나라는 술은 허용하면서 대마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전 서울에서는 어딜가도 한 시간은 생각하는 편이라 뭐, 다닙니다. 안다니면 어쩌겠어요. 먹고 살아야하는데... 하아-

달자 2024-11-2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스누피 머그잔이 쌓인 눈에 폭 박혀있네요..! 저번주 파리 눈 오는 건 우습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4-11-29 11:25   좋아요 0 | URL
이 다음날 페이퍼 보시면 눈이 더 왔음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완전 쌓였어요! 스누피 머그컵을 올릴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푹 잠겨버릴 거라서요. ㅎㅎ
 
타오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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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대학 근처에서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동네에 이슬람사원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있었고 이슬람 사원의 입장을 대변해주던 사람들이 살해당해, 이것은 종교적인 이유나 혐오일 것이라고 언론은 짐작해 기사를 써댄다. 게다가 사원 옆의 교회에 방화가 일어나 종교적 분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교회의 목사도 살해됨으로써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형사들은 수사하기로 한다.  책의 제목, '타오'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인데 책의 중간 즈음, 타오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책의 분위기와 방향은 완전히 바뀐다. 책의 재미와 나의 흥미도 역시 바뀐다.


중간까지는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답답하기도 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유학생으로 뻗어가고 그들을 착취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자칫하면 작가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 했구나 느끼기 쉬운데, 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고발하고 싶은 사회적 문제-여성혐오, 동남아혐오,노동착취, 성착취-를 여러개 아주 솜씨 좋게 드러냈구나 싶고 책의 마지막까지 조연들조차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 세상에 악한 사람들이 있는것만큼 의도 없이 단순히 선함으로 타인을 돕기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또 어떤 악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지로부터 온다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보여준다. 책을 읽을수록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후해졌는데 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날카롭게 사회 고발을 하는 추리소설이 있단 말이야? 다읽고 나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최근 읽은 미스테리 소설들이 한국 소설들 포함해 죄다 도덕이라든가 윤리라는 것들을 좀 내다버리고 자극과 재미만 추구한 것 같아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주 제대로 똑똑한 작품을 만난 것 같아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계속 읽어볼 생각이 있다.


별 다섯주기가 그러나 좀 망설여진 까닭은, 책 안에 '예쁘다'는 묘사가 너무나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나와서 '작가 뭐지, 예쁜거에 왜이렇게 집착해, 되게 걸리적거리네, 굳이 이렇게 예쁘다 예쁘다 할 일이야?' 하고 별 하나 깎을까 엄청 고민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다음 책부터 좀 조심해주십사, 별 다섯을 그냥 주기로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파 추리소설, 괜찮네요. 좋네요. 

백자평으로 써도 되는데 굳이 리뷰로 글을 좀 늘린 까닭은 이 책에 대해 '구매하고' '읽은' 사람도 별 다섯을 줬다, 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도. 이 책에 대한 리뷰 별다섯 죄다 비구매자라서 좀 믿음이 안가잖아요. 그쵸? 구매자도 별다섯 줄 수 있는 추리소설. #내돈내산 


이 책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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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예쁘다~

다락방 2024-11-26 13:57   좋아요 0 | URL
그건 사실입니다. 사실이죠. 흠흠.

잠자냥 2024-11-26 14:09   좋아요 1 | URL
˝예쁜거에 왜이렇게 집착해, 되게 걸리적거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26 17:58   좋아요 1 | URL
아놔 ㅋㅋㅋ 이 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4-12-1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재미있겠습니다. 땡투 드렸어요. ㅎㅎㅎ
내돈내산인데 좋다고 리뷰까지 써 주셨으니 더 기대가 됩니다 ㅎㅎㅎ
 

토요일은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동네 친한분들과 함께 모여 평일에 김장을 했고, 내가 집에 가면 김장은 다 끝나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김장을 도운 적이 없었다는 얘기 되시겠다. 어쩌다가 주말에 한다해도 나는 늘 약속이 있었다. 역시나 김장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때부터 엄마는 동네 분들을 부를 수 없었고 그러자 천안에 사는 이모가 와서 돕곤 했다. 그렇게 두 분이서 김장을 했고, 이번에도 이모가 와서 돕겠다고 했던게 토요일, 나는 '그러면 나도 도울게!'하고 이 김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엄마랑 이모는 즐거워했고, 나는 이에 남동생에게 말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김장할건데 너도 와서 함께 돕고 김치 좀 가져가지 않으련? 남동생은 올케와 이야기를 나눈 뒤 오겠다고 했고, 마침 외할머니 1주기이기도 했던 터라 여동생도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삼남매가 다 모이는 주말이 되었던거다.


이모랑 여동생 남동생 모두 내가 만드는 치아바타를 좋아하지. 나는 그들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갈 치아바타 반죽을 시작했고 반죽이 발효되는 사이에 베란다 텃밭에서 바질을 따와서 페스토를 만들었다. 남동생은 도착해서 깍두기용 무를 썰고 있었고 이모는 김장 속을 김치에 버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러다 틈이 나는 사이 겉절이를 버무렸고 잠시후 남동생은 깍두기를 버무렸다. 나는 치아바타 반죽을 꺼내 치대고 블랙 올리브를 넣고 하여간 점심 무렵 김장은 다 끝나 있었고 본격적으로 부엌을 치우고 베란다 및 거실 정리도 다 마쳐갈즈음 여동생이 도착했다. 치아바타는 성공적이었고 바질페스토는 여동생 말에 의하면 역대급으로 잘 되었다고 했다. 




갓 구워진 따뜻한 치아바타와 바질페스토를 간식으로 맛있게 먹는 식구들에게 나는 적당히 먹으라고 우리 저녁 먹어야 한다고 일깨워줘야 했다. 사실 김장을 하는 주말, 내가 준비한 메뉴는 수육이었다!! 껄껄. 김장에 수육은 국룰 이잖아요? 엄마는 귀찮게 무슨 고기를 삶냐, 그냥 배달시키자 하셨지만, 나는 꼭 한 번 삶아보고 싶었다.  내가 삶을 거라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는 그런데 내심 쫄렸다. 하아- 이게 우리의 메인인데.. 맛없게 되면 어떡하지?? 


수육 삶기로 인스타에서도 네이버에서도 검색해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아두었다. 재료는 웬만한건 다 집에 있는 것들이라 고기만 사면 됐다. 엄마가 시장 단골 정육점에 가 수육 할거라며 고기를 사다주셨고, 나는 내가 만들 수육 레서피를 찾아 삶기를 시작했다. 중간에 물이 너무 쫄아들어 물을 좀 보충해주고 40분 이상 삶아낸 뒤 젓가락이 들어가는 걸 보고 익었구나 싶어 한 번 잘라보았는데 오 잘 익었다. 한 김 식힌 후에 잘라내라고 해서 도마에 종이호일을 깔고 잘라냈다. 자르자마자 한 점 집어 먹어보았다. 제발.. 하고. 그런데 오!! 맛있어!!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고기 별로 안좋아하는 이모도 맛있다고 잘 드셨고 동생들도 대성공이라고 맛있다고 연신 말해주었다. 사실 이게 맛있는건 엄마가 좋은 고기를 사와서가 90프로였던 것 같다. 비계 부분도 쫄깃쫄깃해서 정말 좋았거든. 보통 고기 비계 부분 안드시는 엄마도 이건 쫄깃하니 맛있다고 드셨다. 


수육을 삶는 40분 의 시간동안 간단한 요리 하나를 더 하기 위해 봐뒀더랬다. 이건 인스타에서 본건데, 크래미를 찢어서 게살스프를 만드는 거였다. 과연.. 이것도 성공일까, 시키는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쥬얼은 왜 내가 인스타에서 본거랑 다르지?



그래서 좀 만족하지 못했는데, 오, 이걸 먹어본 식구들은 다들 맛있다고 했고 이모는 두그릇이나 드셨다. ㅋㅋㅋㅋㅋ 좋았어!!!!! (식으면 맛없음에 주의하세요!)


저녁을 먹을 때까지 내가 일어나서 한 번도 자리에 앉아보지 못했다는.. 나는 도대체 왜이러는가. 식구들이 배달시켜 먹자는데도 '나 해보고 싶단 말야!' 이러면서 ㅋㅋㅋ 하여간 수육 맛있다고 칭찬 천 번 받아서 내가 구백구십팔번은 '이게 다 엄마가 좋은 고기를 사다주신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훌륭한 저녁이었다. 만세만세 만만세!


우리는 낙지찜도 시켜서 먹었는데 2차 안주로 오징어랑 과자랑 견과류 다 준비해두었었는데 남동생이 갑자기 햄버거 어떠냐고 물어보고 이모도 좋다고 하고 엄마도 좋다고 하고 막 그러니까 갑자기 '그럴거면 피자 콜?' 이래가지고 다들 극 호응 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2차로 피자를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오징어도 굽고 과자도 꺼냈지만. 하여간 배터지게 먹은 주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남.


저거 수육 만들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된다면 투비에 기록해둘 예정이다. ㅋㅋ



책을 샀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회덥밥과 맥주를 야무지게 먹어준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대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중고로 사려고 봐두었던 책들을 검색해보았는데, 알라딘 중고서점 천호점에는 내가 찾는 책들이 하나도 없는거다. 흐음, 하는수없군, 하고 그냥 가려다가 한 번 돌아나보자 했고, 그렇게 나는 세상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만나게 됐다.
















오오 이 책이 중고서점에 있네? 하고 그냥 꺼내보았다. 딱히 살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언젠가는 사야지 생각했지만 중고로 사려던건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게 딱 꺼내보았는데 아니 넘나 새거인겁니다. 아마 이 책을 판매했던 사람은 이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값이 반값.. 아아 산다, 사겠다, 살것이다! 해서 충동적으로  사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일본 추리소설이나 하나 살까, 하고 돌아다니다  '혼다 데쓰야'의 [지우]를 꺼내보고는 오 책도 새 거고.. 스트로베리 나이트? 이거 읽었었는데..하여간 사보자, 하고는 사가지고 왔는데, 아아, 이 책을 산 건 엄청난 실수였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나는 일요일 오후, 이 책을 읽어보자 하고 펼쳤단 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미 상당히 진행된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거다. 흐음..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아마 일단 이렇게 시작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보여주려는가 보다, 하고 읽는데, 아니 읽어도 읽어도 뭔가.. 앞 내용을 빠뜨린 것 같은겁니다. 그래서 뭐야, 이거 시리즈야? 하고 앞표지를 다시 보니, 그제서야 내가 산 게 [지우] 가 아니라 [지우 3 ] 인걸 알게된거다. 3... 언제부터 써있었어? 왜 내가 처음 살 때는 안보였어? 하아. 덮어놓고 책 사기 읬긔없긔 ㅠㅠ 이게 뭐야 ㅠㅠ 돈지랄 ㅠㅠㅠ


그렇다고 내가 1,2 권을 사서 읽고 싶은 생각은 안들고 이건 다시 중고책으로 팔아야겠다. ㅠㅠ 멍충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상속자들] 은 '피에르 부르디외' 와 '장클로드 파스롱'의 책이다. 

부르디외, 라는 이름에서 어려움이 뽝 오지만, 그래도 상속자들.. 좀 궁금하지 않나요. 하여간 나는 자본주의  까는데 재미들린 사람이라서(그렇지만 자본주의의 노예인 것도 맞다 ㅠㅠ) 읽어보고 싶어졌다.


[홀로 중국을 걷다]는 표지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어쩐지 마음을 끌어..

사실 중국은 내가 호감있어하는 나라도 아니고 가고 싶어하는 나라도 아니다. 일전에 청도에 갔다가 입국심사시에 한참을 붙들려 있었던 것이 나쁜 경험이기도 했고, 영국에서 베이징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베이징에서 환승하던 기억도 유쾌하지 않았었다. 또 청도에 갔을 때  간판을 어떤 것도 읽을 수 없는 스스로의 무지에 대해서도 당황했었고. 하여간 내가 앞으로 여행을 한다면 중국은  딱히 계획하고 있지 않은데, '홀로 중국을 걷다'는 표지도 예쁘지만, 뭐랄까, 나는 안가보고 싶은데 왜 어떤 사람은 거길 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사게 되었다. 유부만두 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된 책. 나 중국 안좋아하는데 과연 재미있게 읽을까 싶어  장바구니 담아두고 망설이고 미루다가, 그런데 중국을 걷는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해서 사게 됐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정윤수의 도시 극장 <홍콩>편 조금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을 때도 학창 시절 이렇게 윤리 과목을 가르쳐줬다면 나는 윤리를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처럼, 정윤수의 도시극장에서 하듯이 역사를 가르쳐줬다면 나는 역사 바보는 아니지 않았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  정윤수의 도시극장을 재미있게 듣는건,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과거 학창시절로 돌려놓고 마이클 샌델이 윤리 가르치고 정윤수가 역사 가르쳐도 나는 역시나 역사바보로 학교를 졸업했을 거라는 것.



책을 선물 받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 두 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다락방 님께'라는 사인도 두 권 다에 들어있다. ㅋㅋㅋㅋㅋ 인생 진짜 잘 산 것 같아 ㅋㅋㅋㅋㅋ좀 멋진 것 같다,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 퇴근 길에 김소영의 [어떤 어른] 읽으면서 갔는데, 하아, 세상은 똥이고 인간들은 모조리 다 싹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야 된다.. 라고 생각하던 나이지만, 김소영 작가 글 읽노라니 한줄기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 같고 세상이 조금은 파스텔톤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다정함과 따뜻함을 실천하고 또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모두 똥이다!! 이랬던 내 마음 조금 풀어져... 김소영 작가의 책은 사람을 좀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아니 그런데,

내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단 말야? 여동생은 매미 천마리가 귀에서 울어댄다고 한 적도 있단 말이지.

근데 지난번에 강원도 갔을 때 함께 잔 친구가 '너 코 안골던데?' 라고 하는게 아닌가. 응? 그건 아마도 네가 깊이 잠들어 못들었던게 아닐까? 했는데, 자다 새벽에 깼는데 내가 조용하게 잤다는거다. 흐음. 어쩌면 코 안고는 순간에 그 친구가 깼었는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엄마방에서 엄마, 이모, 나 셋이 잤다. 이모랑 엄마는 나랑 같이자본 적이 몇 번이나 되는 사람이고 내가 코 고는 것도 잘 아는 분들인데, 다음날 아침 엄마가 기적이라면서 '너 코 하나도 안골고 조용하게 자더라!;' 하는거다. 그러자 이모도 '너 조용하게 자던데?' 하는게 아닌가. 아니, 술도 먹었으니 백퍼 심하게 골아야 맞는데 왜죠?? 엄마는 새벽에 몇 번이나 깼었다며 그 때마다 나는 조용하게 잤다는거다. 설마,

나 코골이 자연 치료된 부분??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어쩌면 이번에도 내가 안골때만 엄마가 깼었던건가? 하여간 신기하다. 조용하게 잤다는 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안골았지?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치료된건가 아님 일시적으로 잠깐 나타난 현상인건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점심은 순댓국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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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25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호점 한 두번 들른 적이 있어요,
매주 그 부근에서 독서모임이 있어서...
저도 몇권 데려왔었죠.
달리기 하시면서 건강해지신 탓 아닐까요?^^

다락방 2024-11-25 12:41   좋아요 1 | URL
오오 그레이스 님도 천호점을 들러보셨었나요? 오오
저는 저희집에서 가장 가까운 알라딘 중고서점이 천호점 입니다. 후훗.
달리기 하면서 일어난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습니다. 영향을 받았다면 그건 필라테스가 아닐까.. 하는) 하여간 이게 치료가 된거면 좋겠어요. 일시적으로 잠깐 멈춤이면 .. 영 별로인데 말입니다. 하핫.

잠자냥 2024-11-25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육을... 삶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인간..
저는 얻어온 김장속에 주문한 보쌈이랑 막걸리 먹었는데 ㅋㅋㅋ
하여간 에너지파워다락방! ㅋㅋㅋ

코골이는.. 혹시 요즘 입 꾹 다물고 자는 거 아니에요? 신기하네.
달리기로 정말 건강이 좋아졌을까?!

다락방 2024-11-26 09:38   좋아요 1 | URL
제가 잠자냥 님의 댓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아 그건가? 나 입을 다물고 자는건가? 하고요. 이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저는 왜 갑자기 입을 다물고 자게 되엇을까요? 역시 다시 달리기인가? 하고 생각해보게 되긴 합니다. 달리기의 직접적 영향이라기보다는 달리기 하면서 제가 언젠가부터 코호흡으로 달리려고 애를 쓰고 있고 최근에 시작한 필라테스도 입 다물고 코로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 호흡이거든요. 이런 숱한 코호흡이 나를 이렇게 만든것인가 싶고. 하여간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수육 삶아 먹는거 좋아서 당분간 자주 해먹을 것 같아요. 저는 새우젓도 좋아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장김치도 있다. 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은 아름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11-25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아바타와 수육 파셔도 될 것 같아요. 전문가 수준이에요! 진짜 맛나 보여요~

다락방 2024-11-26 09:39   좋아요 2 | URL
너무 맛있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저는 제가 빵을 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고 수육을 삶을 줄도 역시 몰랐습니다. 인생은 역시 살면 살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요. 으하하하하.

단발머리 2024-11-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 (침 닦고.................) 수육에 게살스프까지.... 진짜 금손 맞네요, 다락방님! 김장김치에 수육 얹어서 아~~~ 너무 맛있겠어요. 온 가족이 모여서 김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김장을 돕지 않은 K장녀는 회개의 시간 소박하게 가져봅니다.


다락방 2024-11-28 10:18   좋아요 1 | URL
제가 김장을 돕지 않는 k 자녀로 여태 살아왔다가 이번해에 처음!! 도왔습니다. 사실 김장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한 일이 없고 기타등등을 만드는데 더 시간을 보냈지만요. 엄마도 ‘김장보다 너 따라다니며 뒷정리가 더 힘들다‘고 하셨... 흠흠..

저 주말에 또 수육 삶아 먹을까 생각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4-11-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육 대박!
저도 몇번 삶아봤는데, 저거 진짜 고퀄이잖아요..... 아무래도 저렇게 안나오던데.....
뜻밖의 금손!

다락방 2024-11-28 10:21   좋아요 0 | URL
저게 쌍화탕 진액인가 뭐 그거 집에 굴러다니는거 하나 넣었는데 저렇게 진하게 나오더라고요? 다음날은 일반 쌍화탕으로 했더니 저거보다 색이 연했어요. 그래도 맛있었지만... 나중에 울집 놀러와요. 내가 해줄게 ㅋㅋㅋㅋㅋ 진짜 존맛탱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내가 빨리 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다음엔 어떤 속도로 달리고 그 다음엔 또 어떤 속도로 달리자는 식의 목표가 생기겠지만, 나는 빨리 달리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고, 대신 나는 좀 더 천천히 오래 달려보자,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는 하다. 그래서 7킬로를, 8킬로를 그러다가 10킬로를 달렸었고, 10킬로 너무 힘들었었는데 하여간 얼마전에는 그 때보다 조금만 더, 하고 11킬로를 달렸더랬다. 와, 너무 힘들어서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도 이거 쉽지 않겠어.. 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다음엔 언제가 됐든 12킬로... 생각중이다.


아마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달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는 것도 좋고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게다가, 이제 어떤 장소를 보고 오오, 저기 달리기 좋겠는데, 라고 달리기 회로가 먼저 돌아간다. 국내든 국외든 어떤 장소를 보게 되면 오오 저기 달려보고싶다!! 하게 된다. 


최근에는 '그렇다면 회사에서 집까지 달려보면?' 하고 지도를 찾아 검색해봤는데, 얼라리여, 회사에서 집까지 13킬로 밖에 안되는게 아닌가. 이거, 해볼만하잖아? 처음에야 길을 몰라 시간이 곱으로 걸릴것이고 또 길을 찾아가며 가야하니 중간에 걷기도 많이 해야겠지만, 오오, 이건 해볼만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그걸 알게된 후 그럼 한 번 오늘? 했는데, 때는 이미 여름을 지나있었고 해가 빨리져서 좀 위험하게 생각되었다. 금세 어두워지는데 낯선 길에서 괜찮을까... 그래서 미루다가, 아, 반차를 내고 한 번 해보자, 벼르고 있었다. 


어제가 바로 그 반차를 낸 날이었다. 오후 반차를 냈으니 점심때 퇴근을 해서 집까지 달리자, 아니, 집까지는 가지 말고 천호동 현대백화점만 가자! 하고 생각해두었더랬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있어 반차를 취소해야 했다. 나는 달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옷도 다 준비했는데, 하아, 왜 보쓰는 갑자기 돌아오셔서... 라고 원망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걸 왜 주변의 영향으로 그만둬야 하지? 내가 하고 싶다면, 방해가 있어도 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아? 그래서, 그냥 퇴근 후에 뛰어보기로 했다. 퇴근 후에 달리자. 한 번 해보지 뭐. 달리다 너무 어두워져서 무섭거나 두렵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서 차 타지 뭐. 나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지도앱을 켜고 길찾기를 검색해보았다. 


음, 양재에서 학여울까지는 양재천으로 갈 수 있고 영동 6교까지 달리면 되는구나, 오케이, 이건 그냥 지도 안 보고 달릴 수 있어, 학여울에서 잠실까지가 좀 문제군, 잠실에만 가면 거기서부터는 길을 안다.. 하고 다시 지도를 보고 익혀둔 뒤, 퇴근 후, 나는 양재천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영동 6교까지 달리니 3킬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양재천을 벗어나는 계단이 보여 올랐다. 여기서 속도가 확 늦춰진다. 계단을 오르고 멈춰서 지도를 봤다. 흐음, 여기로 가면 되는거군. 방향을 좀 바꿔야 되니 여기서는 걷자, 하고 걸었다. 자, 그리고 커다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건 뭐야..신호 왜 이렇게 안바뀌어. 한참을 기다려서 초록 신호에 길을 건너서 다시 지도를 보았다. 아, 이 방향으로 가는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쭉 가는거구나, 나는 다시 천천히 뛴다. 천천히 뛰다가 횡단보도가 나오면 멈추고 천천히 뛰다가 길이 좁다거나 하면 다시 멈춘다. 멈춰서는 지도를 본다. 음, 이 방향이 맞군. 그러다 또 계단이 나오고 횡단보도가 나오고, 어느 사이 나는 삼전역에 가있다. 오오 여긴 번화가라 아주 안심이 되는군. 매우 좋아. 그렇지만 횡단보도가.. 나는 또 걷고, 멈추고, 그러다 조금 천천히 뛰어본다. 


그 사이 내가 점점 더 집을 향해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랜드마크가 있었으니, 그건 롯데타워였다. 어디서나 보이는 롯데타워, 볼 때마다 저거 진짜 높긴 하구나, 여기서도 보이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차피 내가 잠실을 거쳐야 하는 터라 롯데타워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정말, 정말 반가웠다. 내가 맞게 이동하고 있구나, 점점 더 목표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잠실에 도착했다. 만세!!



잠실에서 좀 고비가 있었다.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고 걷고 뛰고 여기까지 온게 너무 힘들었다. 잠실.. 우리 집에 가는 버스가 있는 잠실.. 나 버스 타고 갈까?


그러나 오늘 나의 목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퇴근 후 대중교통 없이 나의 두 다리로만 집에 가기' 였다. 그건 뛰는 것과 걷는 것을 포함한 것. 그래, 뭐가 됐든 오늘은 한 번 그렇게 해보자, 하고 나는 다시 뛰기 시작했..


으면 좋았겠지만, 아아, 롯데 근처 왜이렇게 사람이 많은가요. 여기선 뛰다가 자칫 어깨빵 당하기 십상이다. 여긴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는다. 어차피 길도 아는 터라 마음도 편안하다. 걸으면서 좀 쉬자, 하고 올림픽공원이 나올 때까지 걷는다. 흑흑. 양재에서 달리면서 또 걸으면서 올림픽공원까지 왔어!!




그런데, 뛰다가 한참을 걷다가 혹은 멈추다가 다시 뛰는 일은, 계속 뛰는 것보다 더 힘들다. 나는 다시 뛰지만 조금만 뛸 수 있고 조금 뛰다 걷고 또 조금 뛰다 걷고 그렇게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도착했다. 만세!!




위에는 런데이 앱의 기록인데, 런데이는 내가 횡단보도 앞에 한참 기다려도 시간과 거리를 잡아버린다. 그러니 11킬로를 갔다고 나오고, 밑에는 애플 워치인데 애플 워치는 내가 횡단보도 앞에 서는 순간 자기가 알아서 운동을 잠깐 중단한다. 그리고 내가 다시 걸으면, 운동을 다시 체크한다. 그러니 거리는 좀 더 적게 나오고 페이스는 좀 더 빨리 나온다. 어쨌든 내가 거의 11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뛰고 또 걸으면서 갔다는 건 분명한 사실!! 휴..


나는 목표지점 현대백화점에 왔으니 들어간다. 사실 내가 현대백화점을 목표로 한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똠얌누들을 먹기 위해서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 12층에서 똠얌누들 팔거든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잔-



맥주는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식당 들어가자마자 충동적으로 시켰다. 시원한 맥주가 너무 간절했다. 그런데 맥주 나오기 전에 물 네 컵 연거푸 마셔버린 부분... ㅋㅋㅋㅋㅋ 그리고 맥주도 마시고 똠얌누들도 먹고. 그리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와, 너무 힘들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 나 흥분돼! 맥주로 축배를 들자!! 막 이렇게 되어버린거다. 껄껄.


다 먹고 너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집까지 택시나 지하철, 버스를 타면, 오늘의 목표였던 '대중교통 없이 두 다리로만 집에 가기'를 지키지 못하는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걸 먹고 집까지 또 걷는다. 하하하하하.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그리고 잠이 쏟아지려고 했다. 그래도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걸었다. 걷다가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나한테 쪽팔리기 싫어서 약속이나 목표를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런데 왜 '전교 1등 해보자', '박사 학위를 따자', '교수가 되어보자' 같은 목표..를 가진 적은 없을까? 왜지? 그건.. 어차피 안 될거라고 내 스스로 생각하고 체념했기 때문인가? 음..


집에 도착했다. 와 얼른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지친 몸을 쉬게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식탁 위에 남동생이 보내준 카스테라가 있는게 아닌가. 남동생이 가족들과 처갓집 식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사온 카스테라를 보내준거다. 냉장고엔 우유도 준비되어 있지! 카스테라에 우유는 꿀맛이잖아? 카스테라에 우유는 국룰 아니냐! 나는 참지 못하고 카스테라랑 우유를 먹는다. ㅋㅋㅋㅋㅋ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너무 좋아 꿀맛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씻고는 매트 펼쳐서 스트레칭 좀 해주고, 아니 보통 귀찮아서 달리고난 후 스트레칭 건너 뛰는 편인데, 어제는 너무 힘들어가지고 안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스트레칭 해주고 침대로 들어가서 책 좀 보려다가 기절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거울을 보는데 오!! 예뻐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어쩐지 예뻐진 것 같아!!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도 문에 비치는 내가 이쁘고 화장실 가서 거울을 봐도 예쁘다. 동료에게 "나 어제 집까지 달렸더니 오늘 더 예뻐진 것 같지 않아?" 물었더니 동료가 웃으면서 그런 것 같다고 했고, 그러자 옆에 있는 동료가 "대답 강요하시는데요?" 이러면서 다른 직원들까지 다 빵터져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뭐, 나 예뻐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 너무 예쁘고 어제 집까지 달려간 성취감도 장난 아니라서, 저녁엔 맛있는 걸 좀 나에게 먹여줘야 겠다. 나는 나에게 보상이 좀 후한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앞으로 회사에서 집까지 대중교통 없이 가는건 안할 것 같지만, 또 모르지, 해보고 이게 어떤지 알았으니 어쩌면 오늘 또 한 번, 하고 언젠가 다시 해보게 될지. 여름에 이렇게 달려 퇴근하는 나를 상상해봤는데 옷이 완전 몸에 찰싹 달라붙겠구나. 으음, 그런데 어쩌면 나는 여름 전에 퇴사를...



자, 이렇게 달리기 이력에 새로운 성취를 하나 더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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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11-22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설마했는데, 진짜 회사에서 집까지 달렸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무한체력이시군요.
그 맥주는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아주 많이 예뻐지셨을 것 같아요.
다락방 님의 달리기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24-11-22 10: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몰라보게 예뻐진 다락방 입니다. ㅋㅋ
계속 달린 건 아니라서 달려서 집에 갔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고요, 그러나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집에 간 건 맞습니다. 이제 길을 아니까 가급적 뛰기만으로 집에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어제 너무 힘들었어서 ㅋㅋ 언제 시도하게 될진 모르겠어요. 달리기에 있어서 또다른 목표가 생길지는 아직 잘 모르겟지만, 지켜봐야지요. 후훗.

치니 2024-11-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다는 말도 이제 식상합니다....와.....
그나저나, 다락방 님 출퇴근 시 가방 은근히 무겁게 들고 다니시는 걸로 아는데, 달리기 할 때 가방은 어떻게 하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4-11-22 11:02   좋아요 1 | URL
아, 가방 얘기를 쓴다는 게 빠뜨렸네요!!
가방은 그냥 회사에 두고 몸만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하루쯤 회사에 둔다고 뭐 큰일 날것 같지 않더라고요? 어차피 내일 또 출근할테니, 그냥 두고 가자! 하고 가방 두고 갔어요. ㅋㅋㅋ 그리고 오늘 빈손으로 핸드폰만 딸랑 들고 출근하는데, 세상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 평소에 왜 그렇게 가방을 꼭 들고다니려고 했지? 가방 안들고 다니고 이렇게 폰만 들고 가볍게 다니면서 지하철 안에서는 듀오링고나 하면 되지 않나? 하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리기가 참 여러가지로 생활 방식을 바꾸려고 하네요?

근데 저 계속 뛴 건 아니고요 걷는 시간도 상당했습니다. 확실히 사람 많은 인도도 뛰기 힘들고 그런 곳은 횡단보도도 많고, 무엇보다 걷뛰를 반복하니 힘들어서 많이 걸었어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11-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인간 진짜 대단하네 ㅋㅋㅋㅋㅋ 미친 인간 같아! ㅋㅋㅋㅋㅋ
제가 집에서 회사까지 11킬로미터인가 그렇거든요? 지하철 파업 때 에이 자전거 타고 출근하자! 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한 적 있어요. 아침에 자동차로 꽉 막힌 광화문을 나 홀로 자전거 도로로 쓩~ 달릴 때 기분을 아십니까!!!!! ㅋㅋㅋ 당신은 그 기분을 아는 여자 ㅋㅋㅋㅋㅋ
근데 11킬로보다 더 한 거리를 달린 거네요? 그것도 지친 퇴근 때. 대단합니다.

그리고 맥주 한잔 캬....... 일드 중에 <반주의 방식>이라는 일드가 있는데요(왓챠에서 볼 수 있음), 거기 직장 여성이 진짜 술꾼이라서 오로지 퇴근 후 최고의 한 잔을 마시기 위해 ㅋㅋㅋ 온 하루를 준비하는데요, 그중 한 장면이 시원한 맥주 한잔을 진짜 맛있게 먹기 위해 퇴근 후에 집까지 달려갑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냉장고에서 찬 맥주를 꺼내 마시는 그 장면... 캬..... 어제 맥주 진짜 꿀맛이었을 듯.

다락방 2024-11-22 14:33   좋아요 0 | URL
저 잠자냥 님이 자전거로 출퇴근 하셨던 거 기억합니다. 그거 페이퍼에 쓰셨을걸요? 그런데 그 거리도 11킬로미터 정도 됐었군요! ㅎㅎ
저는 백프로 뛰지는 못했고요 걷고 쉰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쭉 천천히 달릴 때보다 걷고 쉬면서 달리는게 더 힘든것 같아요 ㅠㅠ 11킬로를 일단 가고, 밥 먹은뒤 2킬로정도를 더 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ㅋㅋ 그건 천천히 걸어서.. 껄껄.

퇴근 후 집까지 달려가서 냉장고에서 찬 맥주를 꺼내마시는 주인공이라니, 와, 맥주에 진심이네요. 그런데 삶은 그런 식으로 살아야 즐겁게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작은 목표, 작은 기쁨들로 채워나가면서요. 저는 어제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고 집으로 갔다는 것이 정말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말이 안 나오네요. 엄청나요, 엄청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달리기,에 대해서 전 요즘 다시 생각해 보고 있어요. 다락방님이 너무 신나하니까, 나도 해볼까 그런 생각이 쪼~~~금 들어요. 근데 저희 동네는 신나게 달릴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요. 그게 문제이긴 한데, 암튼 방학하면(미루기 신공ㅋㅋㅋㅋㅋ) 저도 한 번 달려보려고요.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고 맛나 보이는 맥주, 저는 눈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마셨습니다!

다락방 2024-11-22 14:35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달릴 장소가 참 고민이더라고요. 동네 아주 작은 초등학교는 제가 퇴근할 무렵이면 운동장 개방을 안하고요, 집 근처에는 뛸 곳이 없어요 ㅠㅠ 아파트와 주택들이 빼곡하게 있고 골목골목이라.. 하는수없이 골목골목을 뛴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면서 평일엔 회사 근처 양재천에 정착하게 됐고요. 양재천은 달리기에 좋긴한데 집에 가는 길이 남아있다는 것이 참 아쉬운 지점입니다 ㅠㅠ 주말에는 올림픽공원이나 한강에 가면 되지만, 그건 또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해야해서.. ㅠㅠ
서울시내에서 달릴 만한 곳을 갖추고 있으려면 집값이 아주 비싼 곳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ㅠㅠ
단발머리 님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노려보시는 것이 지금 가장 우선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4-11-2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마음 먹은대로 차근차근 실천하시는게 더 대단해요.
안 봐도 맥주 맛 좋았을 것이고
안 봐도 다락방님 분명 더 예뻐졌을 거예요^^

다락방 2024-11-22 14:36   좋아요 1 | URL
제가 성격이 참 급해서요,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걸 빨리 해치워버려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머릿속에서 없앨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제 성격이 저를 참 피곤하게 한달까요.. ㅠㅠ 그래도 덕분에 어제는 아주 찐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그 흥분이 여전히 남아 오늘 먹는 밥과 간식 모두 얼마나 맛있는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님!
 














<지옥> 편에서 폭력을 행사한 죄인들이 벌받는 곳, 일곱째 원의 첫 둘레. 단테는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 각주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읽는데 얼라리여, 제일 첫 문장이 이렇게 써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테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다. -p.134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인간과 황소과 관계하여 아이를.. 낳았다고요? 그거 염색체나 이런 것 땜에 아예 수정이 불가한 거 아니야? 나는 기절할듯 놀라서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넣는다. 책에서도 인간과 황소가 직접 성관계를 한게 아니라 나무로 암소를 만들어 그 안에 파시파에가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였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잠깐 여기서 베블런 소환해보자.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소스타인)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조형근 ·김종배, p.340








그러나 우리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여기서 베블런이 원한 건 '소랑' 하는게 아니라 소가 했던 그 행위라는 것을 안다. 아니 그런데 파시파에 님, 제가 님을 잘 모르지만.. 황소를 욕망했다니요. 저는.. 너무.. 너무합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 성욕 가질 수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소..를 욕망하시다니요.

(그런데 나 언제 저런 책은 또 다 읽었냐?)


그러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욕망은 파시파에의 것이 아니었다. 파시파에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노스 때문에 빡친 포세이돈이 저주한 것. 파시파에는 파시파에대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ㅠㅠ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미노스의 아내이다. 미노스는 왕위 계승을 두고 형제들과 싸우던 중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왕이 된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신이 왕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자신이 기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미노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포세이돈에게 깊은 바다에서 황소를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간청한다. 미노스가 간청한 대로 포세이돈은 멋있는 황소를 보내주고, 이에 미노스는 왕이 된다. 그러나 미노스는 왕이 된 후 황소를 다시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미노스’ 참조). 이에 포세이돈은 파시파에로 하여금 그 황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포세이돈의 저주로 기이한 욕정을 느끼게 된 파시파에는 마침 크레타 섬에 머물던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에 다이달로스는 왕비에게 속이 비어있는, 실물과 똑같은 암소를 만들어준다. 파시파에는 이 암소 안으로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맺고, 이 이상한 관계에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 것이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미노타우로스는 애물단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아내인 파시파에가 부정한 관계를 맺어 생긴 자식이고, 게다가 흉측스러운 괴물인 미노타우로스. 그러나 아내는 엄연한 왕비이고 게다가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니,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도 없다.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미노스는 “신탁에 따라”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감시하게 한다. 건축과 공예의 달인인 다이달로스가 만든 이 미궁은 통로를 찾을 수 없도록 수많은 미로를 곳곳에 두어 한 번 들어온 사람은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먹이를 주는데, 이 먹이는 바로 아테네에서 9년마다(『변신이야기』에 의하면 9년이지만 3년이라는 설도 있고 7년이라는 설도 있다.) 공물로 바치는 각각 7명의 처녀 총각들이다.


이 처녀 총각들이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를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공물을 바칠 때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하기 위해 희생 제물이 되기를 자원하여 크레타로 간다.


그런데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어 그에게 실 뭉치를 주면서 미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알려준 대로, 문에 실을 매고 실 뭉치를 풀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미궁의 가장 안쪽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는 결국 테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한 후 테세우스는 풀어놓았던 실을 당기며 밖으로 나와 무사히 미궁을 탈출한다.


파시파에의 조카인 메데이아는 신비스러운 약초를 다루는 마법에 능했다고 하는데, 파시파에 또한 마법에 능했다고 한다. 미노스 왕은 파시파에 몰래 여러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는데,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파시파에는 미노스가 다른 여인들과 동침을 할 때마다 마법을 걸어 미노스의 몸에서 뱀이나 전갈을 나오게 해서 그 여인들을 죽게 했다고 한다. 에레크테우스 왕의 딸인 프로크리스만이 미노스와 무사하게 동침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약초뿌리로 만든 음료를 먹여 미노스를 치료해주었다.(→‘프로크리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미노타우로스 [Minotaurus] - 괴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 성현숙, 박규호, 이민수, 김형민)




그런데 미노타우로스, 반은 황소이고 반은 인간인 괴물로 태어난 게 자기 의지가 아니었는데, 그런데 태어나보니 괴물이라고 감금당해버렸어. 하아- 이게 뭐야. 인간을 제물 삼았다는 것은 악이라고 하겠지만, 그러나 만약 감금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무엇을 먹고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게 내 의지가 아니고 고칠 수 없는 것임에도 이걸로 차별을 당하는 것처럼, 미노타우로스 역시 자신이 그렇게 태어나려고 한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걸 고칠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라고 감금당하다니. 너무하다.


그리고 검색하다가 위의 인용 가져오면서 보게된건데,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잘 때마다 죽이는게 왜 그 다른 여자들이어야 했나요.. 히융-


아니 그런데 포세이돈도 참 그렇다. 미노스가 약속 안지켜서 빡친걸 왜 파시파에에게 풀어? 그래서 왜 미노타우로스를 만들어? 미노스가 잘못했으면 미노스한테 벌을 내려야지. 왜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욕정을 느끼게 만드냐. 포세이돈 이 놈도 참 한심하네.. 에휴.. 다들 정신들 똑바로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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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2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1-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문제의 시작은 포세이돈한테 있다고 봅니다. 미노스를 벌주지 왜 파시파에를…
고백하자면…. 저도 신곡, 파랑이로 빌려왔거든요. 삽화 그림이라도 보려고요. 근데 펴보지도 못하고 반납의 아픔ㅋㅋㅋㅋ
알라딘 이웃님들 신곡읽기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4-11-22 08:01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도서관에서 빌려둔 책들 여러권인데 펼쳐보지도 못하고 당장 내일이 반납일입니다. 또 그냥 갖다주게 생겼네요.
처음 도서관을 이용할 때는 씐나서 다 읽고 갖다줬는데요, 그러니까 다 읽지 못하고 갖다주는 게 좀 찜찜했달까요? 이제는 빌려올 때부터 다 못읽을 수도 있지 뭐, 생각하고 빌려옵니다. ㅋㅋ 이번에 네 권 빌려왔는데 한 권만 읽고 나머지는 다 펼쳐보지도 못한 채로 반납할 예정입니다. 인생..

맞습니다. 애초에 미노스가 약속을 안지켰는데(그런데 도대체 왜 안지킨거죠?) 어쩨서 다른 사람에게 벌을 주고 아예 다른 존재를 만들어내서 또 그는 그대로 괴롭게 하고... 왜죠.. 하여간 신들은 참 요상했단 말이죠. 흥!!

꼬마요정 2024-11-2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포세이돈이 나빴다고 생각해요. 왜 파시파에한테... 어쩌면 흰 소로 변했던 에우로파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그 시절에도 동물성애자 뭐 이런 사람들이 있었던 걸까요. 근데 왜 파시파에한테... 그것도 그렇고 신곡에서 왜 미노스가 재판관일까요...하아... 그냥 지옥이니까 지 맘대로 벌 주라는 걸까요. 그것까지 지옥의 시련일까요.

다락방 2024-11-22 08:03   좋아요 1 | URL
아 소로 변한 게 에우로파 인가요? 저는 ‘에우로페‘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고 에우로페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가 소로 변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 천하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그래가지고 에우로페랑도 관계하고 나중에 땅을 줬는데 그게 유럽이 된거잖아요? 근데 왜 소로 변했었지?? 했는데 소로 변한건 ..여자쪽 이었나요? 모르겠다. 변신이야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신곡에서 재판관은 미노스가 아니라 미노타우로스 입니다. 얼굴은 소 몸은 인간인 존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존재는 그러면 누구랑 사랑해야 할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

꼬마요정 2024-11-22 09:42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소가 된 건 이오 였어요. 제가 에우로파랑 이오를 헷갈렸네요. 제우스가 참 여러 모습으로 여러 여자들을 만났더랬죠.... 여튼 포세이돈 나빴어요. 미노스가 약속을 안 지켰는데 가족을 건드리다니...

재판관 미노스가 미노타우로스였나요? 오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전 왜 미노스라고 알고 있었을까나요 ㅎㅎㅎ 신곡 같이 읽으시면서 올려주시는 글 보니까 너무 새롭고 좋습니다. 저도 파란책 사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왜 읽고 싶어요가 아니라 사고 싶어요가 될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4-11-22 09:53   좋아요 1 | URL
파란책 사시기를 적극 추천 드립니다. 각주도 밑에 다 있어서 읽기 편합니다. 삽화를 보는 건 덤입니다. ㅋㅋㅋㅋㅋ 사세요 사세요 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