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편에서 폭력을 행사한 죄인들이 벌받는 곳, 일곱째 원의 첫 둘레. 단테는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 각주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읽는데 얼라리여, 제일 첫 문장이 이렇게 써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테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다. -p.134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인간과 황소과 관계하여 아이를.. 낳았다고요? 그거 염색체나 이런 것 땜에 아예 수정이 불가한 거 아니야? 나는 기절할듯 놀라서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넣는다. 책에서도 인간과 황소가 직접 성관계를 한게 아니라 나무로 암소를 만들어 그 안에 파시파에가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였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잠깐 여기서 베블런 소환해보자.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소스타인)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조형근 ·김종배, p.340








그러나 우리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여기서 베블런이 원한 건 '소랑' 하는게 아니라 소가 했던 그 행위라는 것을 안다. 아니 그런데 파시파에 님, 제가 님을 잘 모르지만.. 황소를 욕망했다니요. 저는.. 너무.. 너무합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 성욕 가질 수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소..를 욕망하시다니요.

(그런데 나 언제 저런 책은 또 다 읽었냐?)


그러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욕망은 파시파에의 것이 아니었다. 파시파에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노스 때문에 빡친 포세이돈이 저주한 것. 파시파에는 파시파에대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ㅠㅠ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미노스의 아내이다. 미노스는 왕위 계승을 두고 형제들과 싸우던 중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왕이 된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신이 왕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자신이 기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미노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포세이돈에게 깊은 바다에서 황소를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간청한다. 미노스가 간청한 대로 포세이돈은 멋있는 황소를 보내주고, 이에 미노스는 왕이 된다. 그러나 미노스는 왕이 된 후 황소를 다시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미노스’ 참조). 이에 포세이돈은 파시파에로 하여금 그 황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포세이돈의 저주로 기이한 욕정을 느끼게 된 파시파에는 마침 크레타 섬에 머물던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에 다이달로스는 왕비에게 속이 비어있는, 실물과 똑같은 암소를 만들어준다. 파시파에는 이 암소 안으로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맺고, 이 이상한 관계에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 것이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미노타우로스는 애물단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아내인 파시파에가 부정한 관계를 맺어 생긴 자식이고, 게다가 흉측스러운 괴물인 미노타우로스. 그러나 아내는 엄연한 왕비이고 게다가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니,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도 없다.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미노스는 “신탁에 따라”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감시하게 한다. 건축과 공예의 달인인 다이달로스가 만든 이 미궁은 통로를 찾을 수 없도록 수많은 미로를 곳곳에 두어 한 번 들어온 사람은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먹이를 주는데, 이 먹이는 바로 아테네에서 9년마다(『변신이야기』에 의하면 9년이지만 3년이라는 설도 있고 7년이라는 설도 있다.) 공물로 바치는 각각 7명의 처녀 총각들이다.


이 처녀 총각들이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를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공물을 바칠 때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하기 위해 희생 제물이 되기를 자원하여 크레타로 간다.


그런데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어 그에게 실 뭉치를 주면서 미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알려준 대로, 문에 실을 매고 실 뭉치를 풀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미궁의 가장 안쪽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는 결국 테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한 후 테세우스는 풀어놓았던 실을 당기며 밖으로 나와 무사히 미궁을 탈출한다.


파시파에의 조카인 메데이아는 신비스러운 약초를 다루는 마법에 능했다고 하는데, 파시파에 또한 마법에 능했다고 한다. 미노스 왕은 파시파에 몰래 여러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는데,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파시파에는 미노스가 다른 여인들과 동침을 할 때마다 마법을 걸어 미노스의 몸에서 뱀이나 전갈을 나오게 해서 그 여인들을 죽게 했다고 한다. 에레크테우스 왕의 딸인 프로크리스만이 미노스와 무사하게 동침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약초뿌리로 만든 음료를 먹여 미노스를 치료해주었다.(→‘프로크리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미노타우로스 [Minotaurus] - 괴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 성현숙, 박규호, 이민수, 김형민)




그런데 미노타우로스, 반은 황소이고 반은 인간인 괴물로 태어난 게 자기 의지가 아니었는데, 그런데 태어나보니 괴물이라고 감금당해버렸어. 하아- 이게 뭐야. 인간을 제물 삼았다는 것은 악이라고 하겠지만, 그러나 만약 감금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무엇을 먹고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게 내 의지가 아니고 고칠 수 없는 것임에도 이걸로 차별을 당하는 것처럼, 미노타우로스 역시 자신이 그렇게 태어나려고 한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걸 고칠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라고 감금당하다니. 너무하다.


그리고 검색하다가 위의 인용 가져오면서 보게된건데,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잘 때마다 죽이는게 왜 그 다른 여자들이어야 했나요.. 히융-


아니 그런데 포세이돈도 참 그렇다. 미노스가 약속 안지켜서 빡친걸 왜 파시파에에게 풀어? 그래서 왜 미노타우로스를 만들어? 미노스가 잘못했으면 미노스한테 벌을 내려야지. 왜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욕정을 느끼게 만드냐. 포세이돈 이 놈도 참 한심하네.. 에휴.. 다들 정신들 똑바로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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