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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ㅣ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평점 :
K 대학 근처에서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동네에 이슬람사원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있었고 이슬람 사원의 입장을 대변해주던 사람들이 살해당해, 이것은 종교적인 이유나 혐오일 것이라고 언론은 짐작해 기사를 써댄다. 게다가 사원 옆의 교회에 방화가 일어나 종교적 분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교회의 목사도 살해됨으로써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형사들은 수사하기로 한다. 책의 제목, '타오'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인데 책의 중간 즈음, 타오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책의 분위기와 방향은 완전히 바뀐다. 책의 재미와 나의 흥미도 역시 바뀐다.
중간까지는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답답하기도 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유학생으로 뻗어가고 그들을 착취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자칫하면 작가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 했구나 느끼기 쉬운데, 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고발하고 싶은 사회적 문제-여성혐오, 동남아혐오,노동착취, 성착취-를 여러개 아주 솜씨 좋게 드러냈구나 싶고 책의 마지막까지 조연들조차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 세상에 악한 사람들이 있는것만큼 의도 없이 단순히 선함으로 타인을 돕기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또 어떤 악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지로부터 온다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보여준다. 책을 읽을수록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후해졌는데 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날카롭게 사회 고발을 하는 추리소설이 있단 말이야? 다읽고 나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최근 읽은 미스테리 소설들이 한국 소설들 포함해 죄다 도덕이라든가 윤리라는 것들을 좀 내다버리고 자극과 재미만 추구한 것 같아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주 제대로 똑똑한 작품을 만난 것 같아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계속 읽어볼 생각이 있다.
별 다섯주기가 그러나 좀 망설여진 까닭은, 책 안에 '예쁘다'는 묘사가 너무나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나와서 '작가 뭐지, 예쁜거에 왜이렇게 집착해, 되게 걸리적거리네, 굳이 이렇게 예쁘다 예쁘다 할 일이야?' 하고 별 하나 깎을까 엄청 고민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다음 책부터 좀 조심해주십사, 별 다섯을 그냥 주기로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파 추리소설, 괜찮네요. 좋네요.
백자평으로 써도 되는데 굳이 리뷰로 글을 좀 늘린 까닭은 이 책에 대해 '구매하고' '읽은' 사람도 별 다섯을 줬다, 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도. 이 책에 대한 리뷰 별다섯 죄다 비구매자라서 좀 믿음이 안가잖아요. 그쵸? 구매자도 별다섯 줄 수 있는 추리소설. #내돈내산
이 책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