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을 거의 보지 않는 탓에 어느 드라마가 어느 방송에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여동생이 재미있다고 해서 『신사의 품격』을 한 회분 보게 되었는데, 아, 너무 품격 떨어지는 드라마라 깜짝 놀랐다. 장동건이 분한 '김도진'이란 역할은 사실 장동건이 아니라면 소화해낼 수 없을 만한 재수없는 인물인데, 그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인물들인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친구의 문제는 내 문제, 라며 해결해줄 사람들이 있던가. 마치 학원물 만화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것만큼 어처구니 없는 드라마라서 신사의 품격은 품격이 떨어지는 군, 하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오늘 돈까스를 안주 삼아 다시 오랜만에 보게 된 신사의 품격은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건 그들의 캐릭터가 달라져서도 아니었고 드라마가 유치함을 벗어던져서도 아니었다. 김하늘과 장동건, 그들이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그 설레임이 그대로 느껴져서. 그게, 그런거 아닌가.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해, 라고 하는게 몇년몇월며칠, 부터 좋아할거라고 계획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좋아졌어? 라고 물음에 그때부터지, 라고 대답하기도 곤란하고. 그런데 그 둘이, 어느 한쪽의 짝사랑으로 시작했던 그 연애가, 이제 펼쳐지려고 하는것이다.

 

연애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시작이 있어야 한다. 나와 너는 처음 만난 순간 처음부터 동시에 쑝갔고, 그래서 우리의 이 만남은 자연스러웠지, 는 지나치게 영화스럽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어느 한쪽은 분명 먼저 말을 걸고, 데이트를 신청하고, 짝사랑을 스스로 자각하는걸로 남녀간의 연애는 시작된다. 그 짝사랑이 나만의 사랑이었다면 연애는 불발에 그치지만, 사실 그쪽도 나름대로 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이 연애는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신사의 품격을 보기전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샬레인 해리스의 새로운 시리즈. 나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이 수키를 닮았으면 어쩌나 자꾸만 고민했는데, 작가도 그것을 고민한건지,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은 검은머리 검은 눈동자에 168센티의 키를 가지고 있다. 수키와는 다르다. 외모만으로 다르다고하기엔 부족한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말하기 보다는 자신과 함께 다니는 오빠가 더 많은 말들을 대신해주고 있다.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해 이 책이 어떻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약속이 취소된 토요일, 나는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설레이고 말았다.

 

 


"홀리스입니다. 저녁을 같이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메리 넬, 톨리버하고 같이 더블데이트를 할까요? 재미있겠네요.' 나는 입 밖으로 나오려는 이 말을 막기 위해 입술을 깨물면서 "저녁 약속이 있는데요"라고 머뭇거리듯 말했다. 딱 잘라 거절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식사 후에 술 한잔은요?"

"좋아요."나는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모텔로 모시러 가죠. 여덟 시 어때요?"

"좋아요, 이따 봬요."

"이따 봅시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p.134)

 

 

침대위에서 이 책을 읽는데 이 장면이 너무나 낭만적으로 읽혀졌다. 데이트의 정석같았다. 저녁을 함께할래요, 라고 말하는게. 그러나 나는 저녁 약속이 있다고 거절하자 재차 묻는다. 술 한잔은요, 하고. 나는 자고로 적극적인 남자가 예쁜 여자를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저녁 약속 있어요, 라고 말할 때 아 아쉽네요 이만, 이라고 하면 그 약속은 불발에 그치며 더이상 진행되기 힘들다. 그러나 그 후의 술은요, 라고 제안해주니 나로서는 거절할 도리가 없는게 아닌가. 밥을 먹고서도 만날 수 있는 남자라면 어떤 일이든 못만나겠는가. 밥을 같이 먹을수도 있고 술을 같이 마실수도 있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너를 데리러 갈게, 라고 말하면 나는 내 집에서 그가 데리러오기 전까지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고 설레이는 마음이 된다. 나는 이 책의 이 부분을 읽는데 첫데이트 생각이 나면서 설레였다. 맛있는 것 사줄게, 저녁 먹자, 술 마시지 않을래, 그 모든 평범한 말들이 평범하지 않은 그 순간, 첫데이트를 수락하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데이트들이 떠올랐다. 어느 여름에 나와 그는 공포영화를 보기로 했다. 우리는 아직 연인이라고 불리기엔 서투른 단계에 있었고, 공포영화를 예매해두고 극장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왼쪽에서 올까 오른쪽에서 올까, 두리번거리며 내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데, 그는 갑자기 뒤에서 오면서 나를 툭, 쳤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내 뒷모습을 그가 먼저 봤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불편했다. 왜 거기에서 오냐고 묻자 그는 차를대고 왔다고 했다. 주차장은 내 뒤쪽에 있었던거다. 제기랄. 뒤쪽에서 올줄은 몰랐는데. 욕 튀어나오네.

 

어느 가을의 데이트에서 한 남자는 서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길치에 방향치인지라 서점 자체를 잘못찾았고, 뒤늦게 찾았을 때에는 많은 시간이 흐른후였다. 그는 내게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이제 도착하긴 했지만 여기엔 출입구가 많아서 내가 있는 곳이 어느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너의 옆에 어떤것들이 있냐고 묻고는 거기 가만있으라고 했다. 내가 너를 데리러 갈게, 라고. 그리고는 내가 고른 책들을 계산해주었다.

 

어느 겨울의 데이트에서 그 남자는 약속시간보다 빨리 왔다. 나는 아직 좀 있어야 끝났다고 말했고 그는 서점에 들르겠다고 했다. 내가 끝나서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시간계산을 잘못해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그는 나에게 줄 책을 산 뒤에 뛰어왔다.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내게로 뛰어오는 모습을 봤다. 여전히 선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날 그가 내게 준 책을 반 년도 훨씬 넘게 가방에 넣고 다녔다. 내게 그 책은, 그 남자였다. 그남자에게 그 책은, 어쩌면 나였을 것이고. 나는 그 겨울을 기억한다.

 

 

 

원래 내가 쓰려던 페이퍼는 다른 페이퍼였는데, 술김에 엉뚱한 페이퍼를 써버리고 말았다. 이런. 밤 과 데이트는 사람을 코너로 모는 경향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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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7-0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타 소리가 듣기 좋네요. 조용한 이 시간에 아주 잘 어울려요.

다락방 2012-07-01 17:54   좋아요 0 | URL
어제 드라마 보다가 음악이 좋길래 음악검색 했어요.
:)

이진 2012-07-0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읽기에 참 달달하고 좋은 글이에요. 막 은희경의 소설을 다 읽고는 반쯤 잠에 빠져있어요. 꿈에서나마 데이트를 하길 바라며 이만 굳밤!

다락방 2012-07-01 17:55   좋아요 0 | URL
은희경의 소설을 다 읽었군요! 드디어!
좋은밤 보냈어요, 소이진님? 어느새 또다른 밤이 다가왔어요.

2012-07-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여전히 이 드라마에 흥미를 못 느끼고 있어요. 출판사랑 짜고 넣는 PPL도 별로고..
그래도 다락방님 글은 좋네요. :)

다락방 2012-07-01 17: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드라마 진짜 짜증난다고 볼때마다 생각해요. 보면서 막 부끄러워요. 아....뭐냐...이게 뭐냐....이러면서요.

치니 2012-07-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든 글이든, 어떤 식으로든 말씀하신 품격이 드러나고 작가의 평소 사상(?)이 조금이나마 반영된다고(사상이란 말이 좀 과하다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정도로 바꿔서 ^-^;;) 생각하는 저는, 신사의 품격을 도저히 못 보겠어요. 제게는 그 어떤 유치한 드라마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많고 못마땅한 사상이 많아서. 김은숙 작가는 아무리 봐도 저랑 코드가 안 맞는 듯. ㅎ (시크릿가든 때도 저 혼자 그렇게까지 재미있어 하지 않았던 기억이 또 나네요)

다락방 2012-07-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코드가 안맞는다기 보다는 드라마가 짜증나요. 아, 이 작가가 시크릿가든 작가에요?
저는 이 드라마 몇번 보지도 않았지만 친구넷이 모인 장면들에선 어김없이 유치함의 절정을 찍는다고 생각해요. 가장 말이 안되는 장면이고 말씀하신대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원... 위에도 썼지만, 진짜 드라마가 부끄러워요. --;;

... 2012-07-0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 무덤의 남자, 다 읽었어요! 전반적으로 다 좋았는데 마지막 부분은 좀 엽기스러웠다는...

다락방 2012-07-02 17:07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마지막도 좋았어요, 브론테님. 음, 저를 엽기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것 같은데, 저는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거든요. 이 책 속의 여자가 마지막에 원했던 그런거요. 그래서 엽기적이라는 생각은 들질 않더라고요. 하핫;;
오히려 가볍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운이 길어서 좋았어요.

아무개 2012-07-0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사의 품격 몇번 봤는데 당췌 누가 신사라는건지 품격은 또 어디에? 뭐 걍 보지 말자..이랬었어요.

하는일 없이 슝~하고 지나가 버린 아쉬운 주말. 그리고 월욜이네요.
차라리 정신 없이 바쁜 하루가 되었음 좋겠어요. ㅡ..ㅡ::::::::

다락방 2012-07-02 17:13   좋아요 0 | URL
나이 많은 배우들 가지고 유치하게 드라마를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제 글 보더니 신사의품격 욕하지 말라 그랬어요. 테러당한다고;; 하하하하핫 안해야지.

저는 미친듯이 일하고 정신차려보니 퇴근 한 시간 전이네요. 어휴. 월요일이 이렇게 가고 있어요, 마중물님. 어휴, 어휴..
 















이 책에 실린 단편중 「그가 지금 풀숲에서」는 '외계인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나온다. 이 병을 앓고 있는 남자의 아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왼손의 남편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집안을 어지럽히기도 하는통에 난감해한다. 자기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친정으로 도망가기전날, 그녀의 왼 손은 자는 남편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책속에서 이 증상에 대해 남자가 자신의 의사 친구에게 묻자 의사친구는 외국에는 몇몇 사례가 있었다며 그 병은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원인이 정확히 규명된 건 아닌데, 뇌의 손상과 관련이 있어. 외국 사례로는 간질환자 중 일부가 뇌수술 후유증으로 그런 증세를 발작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는데, 뇌경색 환자에게서도 발견되는 모양이고 ‥‥‥하도 희귀한 경우라서, 글쎄‥‥‥어떻게 말해야 될지 나도 잘 모르겠군. 한쪽 손이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양손 다 통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손이 주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거지. (「그가 지금 풀숲에서」,p.108)


나는 이게 소설속 장치인건지 아니면 정말 있는건지 궁금해서 구글에 넣어봤다. 위키백과로 검색되길 바랐는데, 위키백과는 찾지 못했고, 조선일보의 기사를 찾아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 
영국 BBC가 20일 온라인을 통해 소개한 희귀병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 화제로 떠올랐다. 미국 뉴저지의 캐런 번(55)의 왼손은 캐런의 몸을 공격한다. 다리를 때리고 뺨을 치고 펀치를 날린다. 담배를 피웠다가 재떨이 두면, 왼손이 불쑥 뻗어나오면서 담배를 꺼 뻐린다. 왼손이 핸드백 속의 물건을 꺼내 던져버리기 때문에 많은 물건을 잃어버렸다. 왼쪽 손 뿐 아니라 다리도 자기 마음대로 방향을 정해 움직여 캐런은 자주 난감하다. 

마치 외계의 생명체가 조종하는 것 같아서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란 불리는 증상은 간질 수술 이후에 나타났다. 10살 때부터 간질을 앓던 캐런은 27살에 수술을 받았다. 보통은 비장상적인 전기 신호를 일으키는 뇌의 작은 부분을 제거하는데, 캐런의 경우에는 원인 부위를 밝히지 못해 뇌량을 제거해야 했다. 

수술 후 간질은 나았지만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 캐런을 괴롭하기 시작했다. 몸의 한 쪽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뇌량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좌내와 우뇌는 뇌량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그 매개체가 사라지자 왼쪽 손과 다리는 캐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게 된것이다. (출처:조선일보, 2011.01.14 08:18 입력, 김영수 기자)

 

펼친 부분 접기 ▲


아...이게...정말 있는 병이구나. 나의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다니. 내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때로는 내 옆사람을 혹은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니...무섭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고 이 책에는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내 손이 무엇을 할지 모르는채로 긴장된 삶을 살아야한단 말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삶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삶이 마치 전쟁같다. 어휴.



나는 내 책장의 두 칸을 내어줄 정도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저 위 두줄이 하루키의 책들로만 채워져있다. 국내에 나온 모든 하루키의 책을 다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나는 생각하긴 하는데, 어제 친구가 하루키의 에세이전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무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알라딘 책소개]

작가가 아닌 생활인 하루키, 젊은 하루키를 만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의 전설의 에세이 시리즈. 하루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로 꼽은 이 에세이가 국내 정식 출간 계약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소설에서 엿보이는 것과는 또다른 생활인 하루키의 면모는 물론, 1980년대의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정취와 도시 생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되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하아- 날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걸까. 책소개를 보니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들이 재번역되어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 때문에 이 다섯권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걸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소식은 반갑지만 다섯 권이 한꺼번에 나오다니, 좀 너무한거 아니야? 일 년 간격으로 아니 육 개월 간격으로 한 권씩 나와줘도 되는거 아냐? 하긴, 누가 이 책 사라고 압박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왜 나는 압박감을 느끼고있지? 왜 이걸 사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하루키가 나한테 고맙다고 할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나한테 사달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안 사도 지구는 그대로 돌고 태양은 그대로 떴다가 질텐데, 이걸 사든 안 사든 내 일상의 아무런 변화가 없을텐데, 굳이 살 필요 없잖아? 그리고 새로 나왔다고 뭐 꼭 지금 사란 법 있나? 내년에 사면 어떻고 내후년에 사면 또 어때? 내가 읽고 싶은 때에 사서 읽으면 되잖아? 어차피 신간을 읽고 싶어하는 여자사람도 아니었잖아?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란 제목이 참 좋다. 나도 근사한 제목으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의 참이슬이라든가 석가탄신일의 떡볶이라든가. 흐음.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질 않네. 화이트데이의 뼈다귀해장국, 은 좀 괜찮나? 생일날의 순대국은 좀 별로인가? 첫데이트의 닭똥집은? 결혼기념일의 오돌뼈, 설날의 스테이크, 추석날의 오이지, 휴가기간의 할라피뇨...아, 할라피뇨, 라고 치는 순간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오늘은 매우 바쁜날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놀고 열심히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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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6-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좋아하시는 군요. 전 상실의 시대 이후 제대로 읽은게 없는듯. 1Q84도 읽다가 말았고...

지금 사무실에 완전 본토 영국 여자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아...저런게 진짜 영국식 영어구나 하면서
완전 신기해 하고 있어요. ㅋㅋㅋ

바쁜 금욜 무사히 넘기시길....그리고 불금하시길^^


다락방 2012-07-01 01:01   좋아요 0 | URL
전 하루키의 대부분의 모든 책들을 두 번씩 읽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의 에세이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하루키의 소설을 더 사랑해요. 하루키는 짱이에요. 그의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수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에요. 으흐흐흐.

금요일이 뭡니까, 이젠 토요일마저 지나가버리고 말았어요. ㅜㅡ

도서출판 예문지 2012-07-07 16:5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는 상실의 시대만 지금까지 5번 정도...

책의 주인공인 와타나베처럼 책장에서 쑥 빼서 아무곳이나 끝까지 읽어버리네요...

그런데 상실의 시대 이후 하루키의 다른 책은 하나도 안 읽었네요...

왠지 상실의 시대 읽은 느낌을 잃어버릴 것 같아....

다락방 2012-07-09 08: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예문지님.
저는 요즘 책이 안 읽혀서 [상실의 시대]나 [댄스댄스댄스]를 다시 읽어볼까 생각하는 참이에요. 상실의 시대를 다섯 번이나 읽으셨다니!! 와- 이젠 외우시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실의 시대 읽은 느낌을 잃어버릴 것 같아 그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았다는 느낌이 어떤건지 잘 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의 다른 소설들도 재미있었답니다.

Jeanne_Hebuterne 2012-06-2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 그림!
:)

다락방 2012-07-01 01:01   좋아요 0 | URL
대체 누가 준거란 말입니까!

turnleft 2012-06-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의 참이슬" 이라는 단편은 재가 엄청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마구 들어요!!

다락방 2012-07-01 01:03   좋아요 0 | URL
후훗. 턴님의 댓글에 힘입어 이번 크리스마스가 오기전까지 단편 하나 써봐야겠어요. 턴님이 사랑할만한걸로 써봐야겠습니다. 후훗. 신나요! >.<

레와 2012-06-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도 무말랭이 무침이 있다니... 오호~ ^^

난 지금, 이번 주말엔 뭘 해먹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히히히

다락방 2012-07-01 01:04   좋아요 0 | URL
무말랭이랑 밥먹고 싶어요. 전 좀전에 돈까스 튀겨서 와인 마셨어요. 입에서 술냄새가 폴폴 나요. 히히히히히. 지금은 브랜디 칼라일 시디 리핑하고 있어요. 레와님 때문에 이런거에요. 우히히히히

Kir 2012-06-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랑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하루키 에세이는 다 가지고 있지만 이전에 빠졌던 에세이가 들어있다니 지르고 말 것 같아요. 대체 왜 기존 번역본에서는 생략했던 걸까요...ㅜㅠ

다락방 2012-07-01 01: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왜 이전에 빠드린게 있는거란 말입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했으면 좋았잖아욧!! 아, 진짜, 이건 ....하아. 삶이 힘들어요, 흑흑 ㅜㅜ

2012-06-29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6-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한강의 왼손, 이란 단편의 주인공도 저런 증상을 보여요. 결국엔 죽어버리죠. 이 병이 외계인손 증후군이었다니. 와우. 진짜 있는 병이었다니. 왼손, 은 아니 외계인 손 증후군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이잖아요. 와우. 어쨌든 저도 시귀가 다섯권 한번에 나왔을때 다락방님과 같은 심정. 결과적으론 굴복했고.

다락방 2012-07-01 01:09   좋아요 0 | URL
아, 한강의 그런 단편이 있나요, 소이진님? 저도 소설에서 읽고는 이건 판타지적인데, 그런데 그냥 썼을리는 없지 않나, 신경숙의 상상일리는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해서 검색했거든요. 저는 신경숙의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진 않아서요. 신경숙은 상상으로 글을 쓰는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해서..그런데 정말 실제로 있는 병이더라구요!! 아, 놀랐고 슬펐어요.

저 역시 굴복할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그래도....싸울겁니다! 불끈!!

얼음장수 2012-06-2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소이진님처럼 한강의 '왼손'이 생각나네요.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유방이 신약 부작용으로 뇌로 통제할 수 없는 입(혀?) 때문에 빚어진 에피소드도 떠오르네요.
외계인입(혀?)증후군 쯤 될 텐데, 외계인손증후관과 외계인입(혀?)증후군 중 뭐가 떠 끔찍할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늘 제가 한 가장 멍청한 생각이란 걸 바로 깨닫게 되네요 -.-

다락방 2012-07-01 01:10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술이 취해가지고 제가 어떻게 타자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굳이 이름붙이자면 알콜증후군...인걸까요? ㅜㅜ

하하하하하하하하. 얼음장수님, 그게 왜 멍청한 생각입니까. 생각은, 그게 생각인이상, 멍청한게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이 생각도 멍청한게 아닌게 되는겁니다. ( ")

건조기후 2012-06-2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저도 요건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ㅎ
무말랭이 엄청 좋아하는데.. ㅎ 아 먹고싶어요. 오독오독

다락방 2012-07-01 01:10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도 무말랭이 좋아해요? 울엄마 저녁에 오이지를 무쳤는데 완전 맛있어서 계속 손으로 집어먹었어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말랭이 오이지 정말 좋습니다. 아...사랑해요!!

프레이야 2012-06-2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계인손증후군이요 ㅠㅠ 와~ 진짜 저런 병 걸리면 무서울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제 왼쪽 귀가 제 맘대로 안 되고 말을 안 들어요.ㅋ 이명이에요.
가끔 그러는데 오늘따라 더... 스트레스 오는 것 같은데 ㅠㅠ

다락방 2012-07-01 01:1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오늘 오후에 프레이야님 페이퍼 봤어요. 이명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은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버지도 며칠째 두통을 호소하셔서 병원에 가셨더니 이명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건 어떻게 고칠수는 없고 수시로 머리를 흔들고 운동을 해주셔야 한대요.

비가 오고있어요, 프레이야님. 이 비가 프레이야님의 이명도 좀 잠재워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dreamout 2012-06-2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은 리히터의 작품을 책꽂이에 붙여두는 분이로군요!

다락방 2012-07-01 01:13   좋아요 0 | URL
오, 드림아웃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리히터의 작품을 책꽂이에 붙여두는 여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친구에게 엽서를 받고 그림이 좋아 붙여둔거에요. 드림아웃님의 이 댓글을 받고, 으응? 리히터라고? 그게 뭐야? 하고 엽서들을 뒤집어 봤다가 어느것이 리히터의 작품인지 겨우 알았을 뿐입니다. ㅜㅜ

가연 2012-06-30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또 하루키의 상당한 팬입죠.. 제가 딱히 자랑할 거리도 없지만, 거의 한시간동안 화이트보드에서 떠들 수 있는 작가.. 로 자랑해봅니다, 푸하하. 써놓고보니 슬프구먼요. 이런 걸로 자랑을.. 풋. 거의 대부분의 저작, 심지어 이차저작물까지 읽어본 작가라고 자부하는데, 풋,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락방님의 책장이 매우 눈에 잘 들어오네요. 뭐, 물론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다고 해서, 당연히 번역된 것들만 읽었었지만, 몽땅 내용을 다 기억하는것은 별개의 문제가 될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 책들을 신간 검색하다가 확인하고는 좀 안절부절못했다는 사실이 있습죠. 보다 충실해진 내용, 이라는 글귀에 별로 끌리지는 않지만.. 만약에 제가 안읽은 부분이 있을까봐 괜스레 서점에서 들춰볼 것 같네요.

다락방 2012-07-01 01:16   좋아요 0 | URL
가연님은 제가 좋아하는 알라디너인데, 제가 좋아하는 알라디너가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좋아한다니 정말 기뻐서 잠이 다 안올 지경입니다만, 사실 잠이 안오는건 제가 아까 초저녁에 낮잠을 잤기 때문일거라는게 더 정확할거라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제 책장을 보고 책들을 알아맞히는 사람이나 제 책장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되면, 제 방에 데리고오고 싶어요. 이것봐, 이게 바로 내 책장이야,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그건 대부분 생각만으로 그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댓글을 왜 달고 있는지모르겠어요.

모르긴 뭘 모르겠습니까. 저는 지금 술을 너무 많이 마셔가지고 머리가 팽팽 돌아서 이런 댓글을 쓰고 있는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2-06-3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문학동네에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보고 허걱했어요...이거 얼렁 사야지~ 이러면서~ ㅋ

다락방 2012-07-01 01:16   좋아요 0 | URL
저는 한 권씩, 한 권씩 천천히 사기로 지금 현재는 마음먹고 있습니다. orz

댈러웨이 2012-06-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곧 저지르고 만다,에 한표 던지고 가면서, '비 오는 날의 프란세시냐',는 합격점일지?
어쨌거나, 휴가기간의 할라피뇨'가 제일 좋군요. ( ")

다락방 2012-07-01 01:17   좋아요 0 | URL
저는 왜 결국은 이런거에 지르고 마는걸까요, 댈러웨이님? ㅜ 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돈까스에 와인 먹었어요. 할라피뇨 생각하니까 입에 또 막 침이 고여요.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 오는 날의 프란세시냐는, 물론, 좋습니다, 댈러웨이님, 그러나 맑은 날의 프란세시냐, 라고 싫을 까닭은 없지요.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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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햇볕과 햇빛으로부터 내얼굴을 보호하기에 충분할만큼 챙이 넓다. 진분홍색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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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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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좋지 않은 과거가 있음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너는 나를 친구로서 괜찮게 여기고 있지만, 만약 내가 과거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게 될거라고, 나에게 실망을 할거라고. 나는 구십구프로 그렇게 확신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그것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다. 그 일은 그 시절의 내 친구들만이 알 뿐이고, 그 친구들은 그때 그것이 옳지 못했음을 알면서도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주었다. 그때 당신에 내게 이야기 했다한들 나는 내 선택을 밀고나갔을테니까. 그리고, 그것이 내 선택이었으니까. 메신저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는 '그 모든 과거의 순간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고 얘기를 해주었고, 그 때, 나는 어쩌면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혹은 나에게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들이 지금 나를 만든거라면, 그래, 여전히 그것들은 내게 상처이고 죄책감이지만 그나마 아픈 마음은 조금 줄어들어도 좋지 않겠는가, 했다.



처음부터 나랑 삐걱거리는 이 소설은 뒷부분의 이런 구절이 없었다면 별을 두 개밖에 주지 못했을 것이다.


구겐하임미술관, 페라리 전시장, 5성급 호텔들. 도시는 이렇게 될 수 있다. 골격은 그대로라도 한때의 모습을 허물처럼 벗어던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인간도 겉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아니, 그 반대로 살을 찌울 수도 있다. 옷으로 자기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부를 나타낼 수도 있고, 자신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인간도 도시처럼 겉모습을 싹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과거의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다. 복잡한 인생의 순간순간이 수없이 모여 이루어진 이야기. 즐거움과 두려움, 의욕가 무기력, 빛과 어둠.

그동안 살면서 겪은 일들이 모여 존재하는 게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모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결핍된 것, 간절히 바랐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결국 가지게 된 것, 찾아내고 잃어버린 것. 그 모두를. (pp.572-573)



우리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알람시간에 맞춰 일어날 것인가 더 잘것인가, 버스를 탈것인가 지하철을 탈것인가, 부터 회사를 계속 다닐것인가 그만둘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을 고백할 것인가 숨길것인가, 이 연애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도 물론. 그 순간들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어떤 것들에 아파하고 어떤 것들에 행복해하는 내가. 술과 고기를 먹고 싱글이며 회사원이고 책을 읽는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내밀하게 보자면 강압적인 걸 싫어하고, 타인의 사적인 영역에 함부로 다가가는 걸 싫어하는 나는, 지금까지의 내 선택이 만든것이었다.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빅 픽쳐』, 『위험한 관계』 다음으로 이 『모멘트』를 읽었는데, 어째 갈수록 별로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특히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근작이라고 하는데, 이게 최근작이라면 앞으로의 작품은 안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왜 최근작이 제일 별로인걸까.. 


'이 여자는 아픔을 안다. 하지만 겉으로는 기죽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한다.' (p.117)



이런식으로 처음 본 사람에 대해 모든걸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부분이 계속 툭툭 튀어나오는데, 눈빛이나 말투를 처음 접하고 뭘 그렇게 사람을 잘 보는지, 원, 좀 기가찼다. 난 자고로 '너같은 타입은 내가 잘 알지' 하는 건 질색팔색이라. 여태 내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캐릭터중 제일 흥미가 떨어지고 오히려 반감조차 생기는 인물이었다. 


끝까지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은 진짜 별로였을텐데,그동안의 작가의 책들에서 그랬던것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소한-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 잊지 않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조금 나아졌다. 슬쩍, 눈물이 나기도 했으니까.



집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이 한 권 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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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모멘트> 다 읽으신거예요?
아... 저도 일단은 꾹 참고 <소년을 위로해줘> 끝까지 읽으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책장이 안 넘어가네요.
초반부에는 책장 넘어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좋고, 재미있었는데 이젠 책장 한 장 넘어가는게 천근만근이니.. 원.

다락방 2012-06-29 11:31   좋아요 0 | URL
네, 다 읽고나니 괜찮긴 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좋아할 수는 없는 작품이에요. [파리 5구의 여인]은 어떨지 읽어봐야겠어요. [소년을 위로해줘]는 제가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은희경의 작품은 그간 제가 읽은것들은 아주 잘 넘어갔거든요. [비밀과 거짓말]만 빼구요. 그건 진짜 안넘어가더라구요.

달사르 2012-06-2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친구들 멋진데요. 막 참견하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묵묵히 입 다물어주는 것.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거 같은데..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나. 어떤 철학이 느껴지는 제목입니다. 저도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라 오늘 포스팅에 무척 공감이 가요.

다락방 2012-06-29 11:33   좋아요 0 | URL
참견하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절 뜯어 말리고 싶었을거에요.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아무도 아직까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더라구요. 그게 저한테 치명적이란 걸 알고있는거죠. 그러고보면 다들 그런것 같아요. 다들 어떤 비밀이 있고,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어도 침묵을 지켜주고. 이건 일종의 우리 사이의 룰 같은것 같아요.

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이라서 저는 지금 사실 크게 불만이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달사르님!!

Kir 2012-06-2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글라스 케네디 책 중에서『빅 픽쳐』, 『위험한 관계』,『모멘트』까지 읽은 다음 보류 상태에요.
『위험한 관계』 주인공이 너무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끝까지 참고 읽느라 고생했어요.

다락방 2012-06-29 18:05   좋아요 0 | URL
저는 대체적으로 책 속의 주인공들을 싫어하지는 않는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모멘트』의 주인공은 너무 싫었어요. 아...진짜...아 싫어싫어....그리고 그 책속에서 자꾸만 진실한 사랑 운운하는 것도 완전 거북하더라구요. 이건 진정한 사랑이야, 라고 자기들끼리 그러는것도 짜증나는데 주변 사람들까지 당신들은 진짜 사랑이야, 이러니까 너무 강압적으로 느껴져서 -_-
 

중고샵에 팔 책과 오늘 출근길에 읽을 책까지 총 네 권의 책을 아침에 들고 나왔다. 핸드백이 크니 그 안에 넣어 가져갈까 하다가 한 쪽 어깨가 너무 힘이 들것 같아, 크라제버거를 포장할 때 받아온 투명 비닐에 넣었다. 제법 단단한 소재여서 구멍나지도, 뜯어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 투명 비닐이라 당연히, 비닐 안의 내용물이 다 보였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강변역에서 내려, 강변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빈 자리는 없었다. 나는 위치를 잡고 서서 이제 책을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내가 서있던 곳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어오셨다.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들고가?


하하. 나는 마땅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 그저 네, 하고 웃었다. 아주머니는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기시더니 일어나시며 내게 여기 앉아, 라고 하신다. 나는 아니라고 됐다고 했다. 책 네 권 들고 지하철에서 서서 간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이쯤은 충분히 갈 수 있다. 물론 앉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아주머니는 나는 다음다음역에서 내리는데 저 끝까지 걸어가서 내려야 해, 그러니까 앉아, 라고 하시는거다. 나는 네, 고맙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꺄울. 책이..책이......나를 의자에 앉게했다! 책은 살아가면서 참 이러저러한 도움을 주는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게다가 나는 아주머니의 반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나를 지금의 내 나이로 보는게 아니라 훨씬 더 젊은 여자로 보아주는 것같은 느낌?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동안도 아닌데, 어쩐지 어려보이는 이런 기분. 움화화화하하하하하하하하핫...음...웃는데 왜 공허하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바쁘게 꺼내 챙겨온 책은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이었다. 















첫번째 단편인 「세상 끝의 신발」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지면 그 사람 신발에 발을 몰래 넣어보고 싶다. 소녀 시절엔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운동화 속에, 처녀 시절엔 그 남자들의 구두 속에 내 발을 몰래 넣어보았을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젊은이거나 나이든 이거나 가리지 않았다. 그동안 나와 친밀하게 지냈거나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도 모르게 이미 내가 그들의 신발에 내 발을 가만 집어넣어봤다는 것을 알는지. (p.26)



이 구절을 보자 나는 자연스럽게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가 떠올랐다.















영화속의 여자는 아주 어릴때부터 부잣집의 식모로 일하고 있다. 어느날 주인집 소년의 친구가 이 집에 놀러오고, 소녀였던 여자는 그 남자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그 친구의 집의 식모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처녀가 된 그녀는 여전히 청년이 된 주인을 사모하고 있는 것.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데, 하루는 그가 안보는 틈을 타 그녀가 그의 신발을 신어보는 장면이 있다. 가만히, 그의 신발에 자신의 발을 밀어넣는 장면.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어, 라고 그녀가 말하고 다니지 않아도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그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랄까. 



신경숙의 단편을 읽으며 혹시 신경숙은 그린 파파야 향기를 본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런데 이렇듯 좋아하는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로 말하자면 싫거든. 누군가의 신발에 내 발을 밀어넣는 일은, 정말이지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양말을 신고 신는거라면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맨발이라면 난 결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싶지 않다. 친구든 연인이든 여자든 남자든, 그가 누구든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싶지는 않다. 방금 벗어놓은 신발이라면 그 사람의 발온기가 그대로 있을텐데 그걸 느끼는 것도 끔찍하고, 그 사람의 무좀이라도 옮으면 어떡해, 아, 그것도 싫어. 게다가 그 신발이 신은지 좀 되는 신발이라면 발냄새도 베어있을텐데. 워워워워~ 


물론, 내 신발을 누군가가 신어보는 것도 싫다. 발은 지독하게 내밀하고 지나치게 사적인 신체부위가 아닌가 싶다. 그 발을 내보이는 것도 내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은 아닌것 같다. 맨발로 샌들을 신고 거리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언정, 실내로 들어가 맨발인 채로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건, 살짝 불편해지는 일인것이다. 그런 내밀하고 사적인 내 발이 신고 다니는 신발을 누군가가 신어본다는게 나는 좀 내키질 않는다.


내밀하고 사적인 발, 이라고 하니 '공리' 주연의 영화 『붉은 수수밭』도 생각난다.















중학교때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졸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선명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여자(공리)는 어느 집으로 시집을 가게됐는데, 거기까지 가마를 타고 가야했다. 먼 길을 가다가 가마꾼들이 쉬기 위해 잠시 가마를 내려놓았는데, 가마꾼 중 한명이 그 가마 앞으로 가서, 가마 앞천막 밖으로 살짝 빠져나온 여자의 발을 자신의 손으로 덥썩 잡았다. 여자는 흠칫 놀라 발을 안으로 쏙 들여오는데, 와, 그 장면을 중학교 1학년때 보면서 어우..씨...저건 뭐지, 했던. 그 뒤로 생각나는 장면은 결국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수수밭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여자와 그 수수밭에 눕기 위해서 길다란 수수들을 발로 밟아 평평하게 만들었던....................................................


강하게 느껴지는 남자가 갑자기 힘줄이 드러나는 자신의 큰 손으로 내 맨발을 덥썩 잡는 장면을 상상해보니........이 아침이 뜨겁다.




소설이 마음에 드느냐 혹은 들지 않느냐와는 별개로, 한국 소설을 읽을 때 굉장히 내게 잘 맞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내게 잘 맞는게 아니라,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 단어, 혹은 이 문장이 아름답게 다가온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쓴 책에서는 공지영이 '연둣빛' 트레이닝복을 얘기할 때 그 장면이 선명하게 다가와서 츠지 히토나리의 책보다 좋다고 느껴졌는데(그것보다 좋다는 거지 그 책이 좋다는 거는 아님), 그다지 좋지는 않은 신경숙의 이 단편에서도,  나는 이 문장이 무척 좋았다.



처녀는 출입구에 선 채로 이따금 사람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나갈 때 신기 좋게 나란나란 돌려놓고 있었다. 손님이 오면 나중에 신기 좋게 신발을 돌려놓아주는 것은 이 고장 사람들의 손님에 대한 대접이었다. (p.34)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처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란나란' 이란 단어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거다. 나란나란 이라니, 이건 이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이 아닐까. 한국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은거다. 게다가 한국 사람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어린이든 어른이든. 결코 어려운 단어가 아니면서 이렇게 적절하게 쓰이고, 그럼으로써 따뜻한 느낌을 주다니. 아, 정말 좋다. 어쩌면 이건 어려운 단어들이 나열되며 문장을 베베 꼬아놓고 길게 늘이고 미화하는 식의 글을 싫어하는 내 취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글은 쉽게 읽히는 글이다. 쉽게 읽힘으로써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글. 



나는 먼훗날 언젠가의 크리스마스에 친근한 벗 몇을 불러들여 파티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는데, 혹여라도 그런 날이 오면, 그래서 나의 친근한 벗들이 나의 집으로 찾아오면, 나는 그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나란나란 신기 좋게 돌려놓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맞고 싶다.







사진은 올해 처음 먹은 팥빙수. 어제 카레를 안주 삼아 와인을 한 병 마시고 친구와 나는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친구는 팥빙수를 먹고 싶다고 했다. 뒤에 있는 스마트폰은 옵티머스뷰 인데 팥빙수가 얼마나 큰 지를 비교하기 위해 친구더러 들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팥빙수를 안좋아해서 잘 안 사먹는다. 어쩌다 동행이 원하면 그때 몇 숟가락 떠먹는게 고작인데, 어제 이 심플한 팥빙수는 일단 얼음이 굉장히 부드러워서 숟가락을 푹- 꽂는 순간 기분이 말랑말랑해졌다. 데코레이션이 뭐가 이렇게 단촐한가 싶었는데 인절미가 진짜다! 우와- 나는 인절미에 감동해서 친구에게도 인절미 먹어봤냐고, 이건 리얼이라고, 짝퉁이 아니라 정말 떡집에서 사가지고 온 그런 인절미, 리얼 인절미라고 말했다. 친구도 정말 그렇다면서 좋아했다. 팥빙수를 떠먹다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오, 세 배쯤 더 맛있었다.





알라딘의 기프티북은 정말이지 엄청엄청 좋은데(사!랑!해!요!기!프!티!북!), 나는 6월달에만 벌써 네 번째의 기프티북을 받았다. 꺄울. 완전 신나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게 기프티북인데, 어제 받은 네 번째의 기프티북 역시 예상외의 사람으로부터 왔다. 우리는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사이인데, 어쩐일인지 기프티북의 메세지에서는 내 이름을 불렀다. 게다가 씨, 라는 호칭을 붙여서. ** 씨, 라는데 간질간질해져서 풋, 웃어버렸다. 이름이 불리는 건 꽤 특별한 일인것 같다. 근데 왜 나한테 기프티북을 준거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를 좋아하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좋은 친구로 남고 싶은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아직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길어져서 이제 그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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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2-06-2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팥빙수 사진 괜히 봐 버렸.. ㅠ_ㅠ

다락방 2012-06-28 11:20   좋아요 0 | URL
인절미를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요, 턴님. 쫄깃쫄깃~ ㅎㅎ

가연 2012-06-2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꽤 오래전에 어느 편의점 알바 하는 어느 여자학생분이 신경숙 책을 읽고 있어서 말을 걸어볼.. 려고 했지만 결국 관뒀답니다, 푸하하. 저도 빙수 먹고 싶은데, 팥빙수보다는 과일빙수에 눈꽃빙수같은거 먹고 싶네요.

그나저나 기프티북.. 이번에 새로 생긴 기능인가요?? 책을 선물받는 기능인가요ㅎㅎ 부럽구먼요ㅋㅋ 쳇, 이제 이웃분들의 서재에 들르면서 재촉댓글을 달아야겠네요. 아.. 그러고보니 요즘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다락방님?? 푸하하하하하ㅋㅋ

물론 장난인거 아시죠??ㅎㅎ 요즘 진짜 정신 하나도 없네요. 아마 칠월 중순까지는 서재도 거의 비울 것 같네요, 풋.

다락방 2012-06-28 11:23   좋아요 0 | URL
가연님, 그때 말 좀 걸어주지 그랬어요! 그거 저란 말예요! ㅎㅎ
네, 저는 편의점에서 알바했으며 손님이 없을때는 책을 읽기도 했고 어떤 손님으로부터는 무려 책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그게 그러니까..[나는 서른에 유학을 떠났다]였나... 손님으로부터 극장표를 받은적도 있지요. 움화화핫. 짱이죠? ㅋㅋ

전 이 페이퍼 쓰면 가연님이 읽고나서 으음, 나도 다락방한테 매주 책을 한 권씩 보내야겠군, 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더니 저한테 재촉을 하시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농담일까요, 아닐까요? ㅋㅋ)

왜 바빠요? 계속 계속 소개팅하는거에요? 네?

2012-06-2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8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1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주의 2012-06-2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 팥빙수에 얹힌 인절미 따위.
지난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쫄깃쫄깃 쑥인절미를 갖고왔답니다.ㅋㅋㅋ
마당에서 뜯은 쑥.
진하고 쫄깃한 맛.^^
참기름 두르고 구워먹으면.. ^ㅠ^

엄마가 마당에 꽃을 심어놓았는데
꽃씨가 날려서 여기저기 지맘대로 하나씩 피어나가지고
너무 웃겼어요. 지혼자 멀대같이 쑥 피어난 꽃.
조카가 밟으려고 노리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어요.ㅋㅋ

다락방 2012-07-01 01:20   좋아요 0 | URL
쑥인절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 집엔 쑥개떡이 미친듯이 쌓여있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모님이 쑥을 캐오셔가지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부모님이 쑥을 안캐오셨으면 좋겠고 쑥개떡도 안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백설기도 있고 절편도 있고 다른 떡들을 먹고 싶습니다. ㅠㅠ

moonnight 2012-06-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팥빙수 진짜 크네요. 거기다 진짜 인절미 +_+ 맛있겠어요. 저는 찬 걸 안 좋아해서 여름에도 아이스크림을 거의 안 먹는데 저 팥빙수는 한 입 맛보고 싶네요. ^^
모르는 여인들.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다락방님이 소개해주신 글들을 읽으니 역시 '신경숙' 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님. ;;)

저역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신발, 특히 금방 벗어놓은 신발에 발 넣어보는 건 워워~~~~ -_- 입니다. 제게 발은 굉장히 수줍은;; 부분이라 샌들 신을 때도 덧버선? 같은 걸 꼭 신어요. 촌스럽게도 -_-;;;;;;; 맨발가락을 드러내는 건 너무 부끄럽거든요. 맨발로 신었을 때 살갗이 잘 까지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도 낮에는 꼭 양말을 신고 있을 정도이니, 거의 강박 ;;; 내밀하고 사적인. 이라는 말씀 딱 와닿네요. ^^

역시 인기많으신 우리 다락방님. 알라딘은 다락방님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성화에 못이겨 기프티북을 만든 거였군요!^^

다락방 2012-07-01 01: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저는 지금 술에 취해 들어온 남동생이 저랑 술 마시겠다며 맥주를 사러 나갔어요. 그래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이미 와인을 마시고 술에 취해있는데 또 술을 마실거에요. 꺅.

신경숙 스럽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그 신경숙 스러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아요. 아하하하핫.

문나잇님, 나중에 우리 서로 만나게 되면 서로의 신발에 발을 넣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우하하하하. 저도 발을 보이는 일이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내가 너무 고지식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문나잇님도 그런 분이셨군요. 발은 내밀하고 사적이죠. 그건 바뀔수 없는 것 같아요.

문나잇님, 내일은 일요일,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2012-06-28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1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6-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팥빙수 대박!!! 택배로 보내주세요!(엉?? ㅋㅋ)

다락방 2012-07-01 17:48   좋아요 0 | URL
일루와. 내가 사줄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2-06-2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네번째 기프트북까지 예상외의 사람이였다면
나머지 세개도 모두 예상외의 사람?
인기쟁이 락방씨 ㅋㅋㅋㅋ


다락방 2012-07-01 17:4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기쟁이;;는 아닌것 같구요. 하하하하하하하하(머쓱)
마중물님, 이제 일요일이 저물어가고 있어요. 아..서운해. 흑흑

이진 2012-06-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페이퍼는 읽으면서 침 줄줄.
책도 참 좋고, 빙수도....
안그래도 친구 한 명하고 뚜레쥬르 빙수 먹으러 가기러 했는데 기약없는 약속.
빙수 먹고 시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2-07-01 17:5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는 빙수를 좋아하진 않지만 저 빙수는 부드러운 얼음에 반하긴했어요. 리얼 인절미도 그렇구요. 어떻게 소이진님, 그 사이에 팥빙수는 드셨어요? 혼자서 책 들고 가요, 소이진님. 팥빙수 하나 시켜놓고 책 읽어요. 흣 :)

2012-06-2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린파파야 향기,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D
근데 다락방님처럼 저도 누가 제 신발에 몰래 발 넣어본단 상상하니까 으읔ㅋ

다락방 2012-07-01 17:50   좋아요 0 | URL
저는 고등학생때 꽤 지루하게 봤었는데요, 분명 지루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아직 몇몇 장면들이 또렷이 생각나요. 여운이 꽤 긴 영화인것 같아요.
전 누가 제 벗어놓은 신발 쳐다보는 것도 싫어요. 하핫;;

달사르 2012-06-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고가는 기프트북. ^^ 이거이거, 알라딘이 엄청 훈훈합니닷. ^^

다락방 2012-07-01 17:51   좋아요 0 | URL
기프티북은 정말 굿아이디어에요. 이히히히히히히히히 새록새록 싹트는 애정. 푱푱 ♡

風流男兒 2012-06-2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 저 거대한 팥빙수는 ㅎㅎ 얼음이 저토록 고왔다면 파리크라상인가 싶기도 한데..
그나저나 분명 알라딘의 기프티북이라는 말을 보면서도
왜 기프티콘으로 팥빙수를 먹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안되겠어요. 내일은 팥빙수 맛집을 가야겠어요. 필히.

다락방 2012-07-01 17:52   좋아요 0 | URL
아, 파리크라상 팥빙수도 얼음이 고와요? 전 안먹어봐서...제가 사진에 올린 저 팥빙수는 투썸플레이스의 것이었어요. 훗.

팥빙수는 드셨어요? 그곳에서 맛있고 마음에 쏙 드는 빙수집 찾으셨나요? 홍콩에서의 팥빙수 인증샷 부탁해요!! >.<

blanca 2012-06-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 아줌마 너무 좋으신데요. 저는 어제 1호선 지하철에서 아저씨가 문에 심하게 끼이셨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장면과 등등으로 인해 기분이 저조했거든요. 아, 저도 저 '나란나란'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었는데 다락방님도 그러셨구나! 저 인절미--;; 눈물나네요. 다락방님 기프티콘 받는 여자셨군요. 부러버요^^;; 저는 카카오톡으로 커피 같은 것이 와서 기분좋아 들어갔더니 엉뚱한 사이트 나오게 친구가 보낸 거더라고요--;; 참, 기분 저조해지더라고요 ㅋㅋ

다락방 2012-07-01 17:53   좋아요 0 | URL
으윽, 블랑카님. 저는 일전에 지하철안에서 잠들었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 깨어서 내리려는 아저씨가 문 밖으로 급하게 나가자마자 넘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지하철 안에 있었고 제 행선지는 아직 멀었고, 그 아저씨가 나가자마자 넘어지셨고 문은 닫혔고, 그래서 지하철 안의 누구도 그 아저씨를 도울수가 없었고 바깥에서 누가 돕는지 알지도 못하는채로 지하철은 움직였는데, 그때 아주 기분이 저조했어요. 무섭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구요.


저는 지금이 일요일 저녁이라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저조해져요.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