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

"넌 정말이지 낭비가 심해, 아론." 페기가 내게 말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았다.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은 누가 가까이 다가오면 반가워할 거야. 너는 그 여자의 속셈을 알아보느라 분주하지."

내가 말했다. "어떤 여자의 속셈을 말하는 거야?"

"넌 그것조차 보지 못해.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넌 그 여자가 낭비되도록 내버려 두지."

"누가 낭비되게 내버려 둔다는 거냐고? 지금 루이스 얘기를 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pp.264-265)


















이 부분을 읽는데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나도 그에게 '니가 나를 낭비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고 말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물론 그렇지 않겠지만, 낭비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 아주 참신한 표현으로 생각되는거다. 그러니까, 음, 뭐라고 해야하나, 이건 페기가 말한것처럼 '보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보다 더 강한(?) 표현이 아닌가 말이다.  알아채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생생하지 않은가 말이다. 알아채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속상함 그리고 원망까지, '낭비되도록 내버려 두지' 에 다 들어가있지 않은가! 혹여 어떤날 한 사내가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나 역시 이렇게 한 번쯤 말해봐야겠다.



넌 지금 날 낭비되도록 내버려 두고 있어!



이걸 깨닫는 건 물론 그 사내의 몫이겠지만.




남자의 아내가 죽었다. 집 옆에 있던 큰 나무가 집으로 쓰러져서 응접실에 있던 아내가 죽었다. 집도 망가졌다. 남자는 아내를 잃은 상실에 대한 슬픔과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고 그렇게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집을 수리하는 동안 누나네 집에 머무르던 남자는, 차마 자신의 집이 공사중인 동안 들러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집이 다 수리가 되었다고 한 순간, 그래서 남자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던 순간, 나는 이제 그 남자의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느꼈다. 물론, 그 일상은 아내를 잃기 전의 일상과 모습은 같되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슬픔이 담요 같은 것으로 덮여버린 것 같아. 여전히 거기 있지만 가장 아픈 구석은 ‥‥‥말하자면 덮인 거지. 그러다가 이따금 담요 귀퉁이를 들어서 살펴보면 ‥‥‥와아! 칼로 찔린 것 같지! 그게 변할 것 같지 않아."(p.189)



위의 문장들이 너무 절절해서 나는 남자가 말하는 이 기분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을것만 같았다. 슬픔이 하나의 형체가 되어 덮어놓은 담요 부분이 불룩 튀어 나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담요를 들추어 들여다보는 순간 푹- 하고 찔리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그대로 전해지는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슬픔은 그러니까 그래, 이런 것이겠구나.




앤 타일러가 놓치지 않은 것은 남자의 상실과 슬픔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까지도 신경써준다. 그래서 남자의 누나는 남자에게 혹여라도 자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동생을 지켜보는데, 그러면서 남자의 집 수리공과 사랑에 빠진거다! 와- 나는 이 부분이 대단히 유쾌해서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웃어버리고 말았다. 동생에 대한 걱정만 가득했던 여자가, 이 철통 같은 여자가 사랑에 빠지다니. 아주 많이 마음에 드는거다. 미처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남자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래, 수리공은 누나의 집에 처음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옷도 차려입었고, 언젠가부터 화장품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그래, 누나가 그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던 것은 그 수리공을 선택한 남자를 못믿어서가 아니라 그 수리공에 대한 관심이었던 거다. 누나가 다시, 과일 쥬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 수리공은 금주 ..를 한다고 했지! 




앤 타일러는 일상에 대한 섬세함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아마추어 메리지』에서도, 『인생』에서도 그랬다. 앤 타일러는 웅장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았고, 일상적인 얘기를 하는 대신 그 이야기를 아주 섬세하게 보여줬다. 이 책,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도 가슴을 쥐고 흔드는 감동을 주는건 아니지만,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책장을 덮고 앤 타일러를 검색해서 내가 아직 읽지 않은 그녀의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뒀다. 요란한 이야기 대신, 격렬한 흐느낌 대신, 조용한 움직임을 느끼고 싶다면 그때 나는 다시 앤 타일러의 책을 선택해야겠다.





요 며칠간 업무상으로 지식경제부 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모두 두 명과 통화를 했는데 한 명은 여직원이었고 한 명은 남직원이었다. 둘 모두 전화 통화하는데 무척 예의가 발라서 나는 끊임없이 자료를 보완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그리고 오늘은 그 모든 과정들이 마쳐져셔 여직원에게 '제가 서툴러서 고생 많이 하셨죠' 라고 물으니 그 여직원은 내게 '아뇨, 자료 준비를 깔끔하게 해주셔서 저도 편했습니다' 라고 하는거다. 아, 이 여직원도 멋진데 남직원은 대박이다. 전략물자연구원에 소속된 남직원은 아 완전 진짜 짱멋져. 목소리도 짱멋진데 흑흑 말투가 진짜 완전 대박.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음, 그러니까, 첫 통화를 끝내자마자 '전략물자연구원은 국방부 소속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거다. 예의 바르고 정중하고..아, 이게 다가 아닌데. 정말이지 내가 가진 이성의 끈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놓았다면, 혹시 저랑 따로 만나보지 않으실래요, 라고 말걸뻔 했다니까. 이제 더이상 통화할 일이 없다는 게 애석하고 또 애석할 뿐이다. 하아- 너무 오랜만이야, 이토록 정중하고 예의바른 남자는. 흑흑. 나는 그의 이름을 안다. 훗. 뭐, 이름을 안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남직원과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놓자마자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 이 남자 너무좋아 너무좋아,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앞에 앉은 동료직원이 웃었다. 




내가 지금 그를 낭비되도록 두고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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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2-09-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저 "낭비되다"는 원문에서는 "wasteful", "wasted" 인데 "지치게 하다" 정도가 더 적합한 번역 같네요.

"넌 정말이지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 아론"
...
"... 넌 그 여자가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들어버려."

정도로 번역했으면 더 부드럽지 않았을까 싶군요. 다락방님에게 참신하다는 느낌은 못 줬겠지만요;;

다락방 2012-09-26 15:47   좋아요 0 | URL
음 지치게 하다, 라고 하면 좀 더 부드럽긴 했겠지만 말씀하신대로 참신하다는 느낌은 못 줬겠죠. 그런데 뭐랄까, 저들의 대화상으로 저는 낭비되다라고 표현된게 더 적절해보여요. 왜냐하면 그 뒤에 루이스 얘기가 나오잖아요. 루이스는 지칠 대상이 아니잖아요. 이제 막 소개받은 사람이니까요. 페니만으로 설명하자면 지치다가 될 수 있겠지만 루이스의 이름이 언급되기 때문에 지치다는 적절하지 않은것 같아요.

테레사 2012-09-2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나도 멋진 남자와 통화도 하고 데이트도하고 싶으다~ 하고 생각하게 만드시는군요

다락방 2012-09-26 16:27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테레사님. 전략물자연구원 남자직원하고 데이트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네요. 아- 전 정말 정중하고 예의바른 남자앞에 무너져요. 하아-

dreamout 2012-09-26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시계. 였나..어디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찾아 읽고 싶어지네요. 앤 타일러.

다락방 2012-09-27 08:20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종이시계 읽어보려고요! 흣 :)

테레사 2012-09-27 10:43   좋아요 0 | URL
와우, 종이시계도 예전에 읽었어요..그것도 꽤 좋았던 기억..내용은 가물가물한데...저도 찾아서 다시 익어보아야 겠어요..ㅎㅎ

turnleft 2012-09-27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12월에 레미제라블 뮤지컬이 영화화되서 나온다는데 트레일러 봤어요? 책까지 다 봤으니 영화로 나오는거 보면 이제 몇 배로 재밌을 듯 해요 ㅋ


다락방 2012-09-27 08:36   좋아요 0 | URL
저 트레일러를 봤던가 안봤던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휴 잭맨이 쟝 발장인건 알고 있었거든요. 앤 해서웨이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는 쟈베르 경감 역할을 누가할지 완전 궁금해서 일부러 안찾아봤어요. 그러면 뭔가 확 고정되어 버릴까봐요. 이젠 책도 다 읽었으니까(으쓱-)
근데 러셀 크로는..안어울리네요. 좀 더 야비하게 생긴 사람이 해야 되는데..

그나저나 앤 헤서웨이는 꼬제뜨가 아니라 팡띤느였군요!! 꼬제뜨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였어!! 우하하하. 턴님도 레 미제라블 읽어요! ㅎㅎ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멜론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앤 타일러는 일상의 섬세함을 놓치는 법이 없다. 전형적인 결말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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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이 낭비되지 않도록
    from 마지막 키스 2012-09-26 13:59 
    "넌 정말이지 낭비가 심해, 아론." 페기가 내게 말했다.그녀는 책상 앞에 앉았다."내가 뭐라고?""다른 사람은 누가 가까이 다가오면 반가워할 거야. 너는 그 여자의 속셈을 알아보느라 분주하지."내가 말했다. "어떤 여자의 속셈을 말하는 거야?""넌 그것조차 보지 못해.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넌 그 여자가 낭비되도록 내버려 두지.""누가 낭비되게 내버려 둔다는 거냐고? 지금 루이스 얘기를 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pp.264-265) 이 부분을
 
 
 
에밀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34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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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주 적절한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싶을 때에도, 주고싶을 때에도. 누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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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야할 전구가 너무 높은곳에 있어서 의자를 놓고 까치발을 들어도 손이 닿지 않는것도 참으로 무력하지만, 하아-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을때도 나는 너무나 무력하다. 그냥 굴복할 수 밖에 없어. 차라리 장편이나 단편집이 나올것이지, 하아, 왜 다른 작가들하고 같이낸거야.
















오늘 아침 R 님으로 부터 줌파의 신간이 나왔다는 메일을 받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낼름 검색해보니 다른 작가들하고 함께 쓴거라서 흐음, 그런후 일단 패쓰했는데, 참여한 작가들이 또 쟁쟁하다고 R 님이 그런다. 그래서 참여 작가들을 다시 보았다.



병을 옮기는 남자 - 줌파 라히리
카우보이 - 토마스 맥구언
닥터를 위한 솔로 송 - 제임스 앨런 맥퍼슨
어떤 여인들 - 앨리스 먼로
하이 론섬 - 조이스 캐럴 오츠
거위들 - ZZ 패커
사나운 여자 - J. F. 파워스
직업 이력 - 애니 프루
친근한 경찰아저씨 - 루이스 로빈슨
이국의 해변 - 제임스 설터
미노타우로스 - 짐 셰퍼드
약국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외판원의 죽음 - 유도라 웰티
증언 - 토바이어스 울프
패배 중독자 - 리처드 예이츠



아...나는..줌파 라히리 만으로도 이 책을 살거였지만, 저기 저, 밑에서 네번째....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까지 있어. 세상에. 이렇게 모아놓을 수도 있는거구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자 작가 둘을 한꺼번에 모아놓을 수도 있는거였어! 뭔가 패닉이고 멘붕이다. 그런데 이게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전2권) 이란다. 그래서 아니, 그럼 1권도 있나? 하고 검색해봤더니 오, 이 책이 그 책이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진을 보자.



사업 이야기 - 맥스 애플
걸리 - 러셀 뱅크스
나와 맨디블 양 - 도널드 바셀미
부당한 일 - 리처드 바우시
일하는 여자 - 앤 비티
자파토스 - 톰 코라게선 보일
(내 아버지가 프랭클린 D. 루스벨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 조지 챔버스
사과의 세상 - 존 치버
드러먼드와 아들 - 찰스 담브로시오
작가들이 하는 일 - 니컬라스 델반코
뉴저지, 에디슨 - 주노 디아스
배달 - 안드레 더뷰스
사워크라우트 수프 - 스튜어트 다이벡
설계의 결함 - 데보라 아이젠버그
위대한 실험 - 제프리 유제니디스
사각지대 - 리처드 포드
가게 - 에드워드 P. 존스


주노 디아스, 존 치버, 제프리 유제니디스가 눈에 띄고 다른 작가들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부당한 일」과 「일하는 여자」, 그리고 「배달」이 궁금해. 그렇다면 이 시리즈를 두 권 다 사야하는건가. 아니 그리고 이 시리즈가 두 권이 끝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앞으로 또 나올거라면?



아!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금 작가들만 본 게 아니라 그 옆의 제목도 봤다(역시 사람은 침착해야해. 흥분은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어). 




혹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약국」은 이 책의 그 약국인가? 같은 작가가 같은 제목으로 다른 단편을 쓸 리는 없을 것 같은데..그렇다면, 내가 이미 읽은 단편이잖아?






혹시 줌파 라히리의 「병을 옮기는 남자」는 이 책의 단편 「질병의 통역사」 인걸까? 책소개가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관광가이드' 라고 언급되어 있는걸 보면, 어쩐지 이 단편이..이 단편 같은데?





그러니까 새로 쓴 단편들이 아니라 이미 있는 단편들..인건가?





그런데 요즘 왜 이런책이 나오지? 사람 돌게 하는 책? 얼마전에 이 책을 사두었는데!!


















난 여기 작가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닉 혼비… 안 그러면 아비규환 
엘모어 레너드… 카를로스 웹스터가 칼로 이름을 바꾸고 오클라호마의 유명 보안관이 된 저간의 사정 
댄 숀… 벌 
닐 게이먼… 폐점시간
데이브 에거스…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셔먼 알렉시… 고스트 댄스 
스티븐 킹… 그레이 딕 이야기 
캐럴 엠시윌러… 사령관 
마이클 무어콕… 나치 카나리아 사건;명탐정 시턴 베그 경 시리즈 
마이클 크라이튼…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글렌 데이비드 골드… 스퀀크의 눈물, 다음에 일어난 일 
릭 무디… 앨버틴 노트 
크리스 오퍼트… 척의 버킷 
에이미 벤더… 소금후추통 살인사건 
할란 엘리슨… 다들 안녕이다 
켈리 링크… 고양이가죽 
짐 셰퍼드… 테드퍼드와 메갈로돈 
로리 킹… 어둠을 잣다 
커렌 조이 파울러… 개인 소유 무덤 9호
마이클 셰이본… 화성에서 온 요원;행성 로맨스



닉 혼비, 닐 게이먼, 스티븐 킹 만으로도 나는 이 책에 정신줄을 놓아버렸는데 무려 '에이미 벤더'가 있다. 이걸 어떻게 안 사? 에이미 벤더가 쓰는 단편이 너무 궁금하다. 대체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까? 아, 요즘 왜이렇게 작가들이 무리를 지어서 나를 정신사납게 만드는거지?


음, 『안 그러면 아비규환』쪽이 훨씬 나은듯하다. 내가 읽어보지 않은 단편들이라서. 



원래는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한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수리공....이 나와서 ㅎㅎ), 아침에 줌파 라히리랑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때문에 잠깐 정신을 놓아버렸다.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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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2-09-2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세요.
어쩌란 말인지.. 하시길래, 떠밀어 드립니다. ^^

전 '애니 프루'가 눈에 쏘옥!

다락방 2012-09-26 12:05   좋아요 0 | URL
저도 애니 프루가 눈에 띄긴 했지만 줌파 라히리랑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때문에 뒤로 밀렸어요. ㅎㅎ
네, 답은 역시 사는것! 이죠. 후아-

레와 2012-09-2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야, 이미 읽은 단편이였어요?!!
그래도 우선 정확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니깐, 사야하지 않을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2-09-26 12:06   좋아요 0 | URL
읽은 단편인건 맞는데(밑에 scott 님의 댓글 참고하세요~), 그래도 사야겠어요. 대체 왜 '그래도' 사야되는건지 스스로 모르겠지만 여튼 사야겠어요. ㅋㅋㅋ

turnleft 2012-09-2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하느라 소진되는 다락방님 뇌세포의 가치를 고려하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사세욧!

다락방 2012-09-26 12:06   좋아요 0 | URL
어휴, 제 뇌세포는 참 여기저기서 소진되네요. 지금도 머리가 터질것 같아요. 여튼 사야겠어욧. 불끈!

scott 2012-09-2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추측 대로 줌파 라히리의 '질병의 통역사('The Interpreter of Maladies)이고요.(조이스 캐롤 오츠가 편저한 단편집에는 '지옥 천국'이 최고단편으로 수록되었고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약국'은 퓰리쳐상을 받은 단편집에 수록된거 맞아요. 이책 원래 제목은 Blue Collar, White Collar, No Collar: Stories인데 32개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요.(한국어판은 두권으로 쪼개서 출판했네요.)
미국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부교재로도 쓰이고 있는 책이랍니다.이책에 실린 작가들은 단편의 대가들이래요.

다락방 2012-09-26 12:08   좋아요 0 | URL
저도 [지옥 천국]을 가장 좋아해요, 줌파의 단편집에서는요. 무척 좋아서 그 단편집을 다 읽은뒤에 그 단편만 다시 한 번 읽었어요.

미국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부교재로도 쓰이는 책이라니, 단편의 대가들이라니, 역시 답은 사는거네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스콧님. 사야겠어요. 불끈.

heima 2012-09-2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러면 아비규환'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중이었는데, 줌파 라히리까지..!! 다락방님 고민의 결과에 따라 저도 움직이렵니다. ㅋ ^ ^

다락방 2012-09-26 12:08   좋아요 0 | URL
안그러면 아비규환은 마려해두었어요, 이미. ㅎㅎ 읽고 있지도 않고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하고 있다능. ㅋㅋㅋㅋㅋ 전 저 책들 다 사버리겠어욧!!

아무개 2012-09-2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사버리신거 아닌가요? ^^ 저 위에 수많은 작가중에 아는 이름은 딱 둘뿐이군요 에구구구..........

전 어제부로 카씨형제들 완독했어요. 제가 좀 느리게 읽는 편이라 거의 삼주정도 걸렸네요.
여하튼 오늘 평일이지만 회사에서 일도 좀 있고 완독기념으로 퇴근길에 뼈해장국에 소주한잔 할 생각입니다. ^^

다락방 2012-09-26 12:09   좋아요 0 | URL
애초에 이런거 고민한다고 페이퍼 쓴 자체가 사겠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겠죠? 사버려야겠어요. 사버려야 살까말까 고민을 안하죠...(응?)

Jeanne_Hebuterne 2012-09-2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제목 정말!!!

다락방 2012-09-26 12:09   좋아요 0 | URL
윽, 궁금하네요. 어떤 상황인건지.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2012-09-25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6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9-2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독 잔뜩 들이고 침 발라놓고 가요~~~ 특히 안 그러면 아비규환^^

다락방 2012-09-26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비규환 사놓고 완전 만족하고 있어요. 읽기도 전에 이미 만족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2-09-26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벌써 다 사셨죠? ㅋㅎ 축하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독의 시간을 기원합니다~~~

다락방 2012-09-26 12:10   좋아요 0 | URL
쳇. 아직 안샀다구요!! 물론 이제 살 겁니다만. 후훗.

재는재로 2012-09-2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규환밖에 안샀는데 다른책들도 다사셨어요 대단하시네 닉혼비 스티븐킹 닐 게이먼(멋진 징조들)하고 에이미 벤더(치즈케이크의 슬픔 맞나 다른작가들은 좀)

다락방 2012-09-26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아비규환밖에 안샀어요, 재는재로님. 다른 책들은 살 예정입니다. ㅎㅎ

2012-09-28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8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밤에 『레 미제라블 5』를 읽고 자려고 했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피곤했다. 술을 마실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다. 그래서 열한시쯤이었나, 잤다. 그랬더니 새벽 세시에 눈이 떠지는거다. 다시 잘까 하다가 어차피 토요일이니 늦잠이 허락된 날, 나는 불을 켜고 읽지 못했던 레 미제라블을 들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졸리면 다시 자면 되니까,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웬걸,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책이 손에서 놓아지질 않았다. 그리고 중간쯤부터였나 눈물이 핑- 돌더니 이내 흐르기 시작했다. 훌쩍훌쩍 나는 자꾸 콧물을 삼켰고, 눈물 따위, 닦고 싶지 않았는데 눈앞이 흐려져 책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자꾸 눈물을 닦아야 했다. 마리우스가 미웠다. 이해는 되지만 용납은 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흑흑. 입술까지 바르르 떨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은 정말 대단한 책이야. 흑흑. 나는 이걸 매년 한 번씩 다시 읽어야겠어. 흑흑. 다 읽고나니 시간은 새벽 다섯시를 넘겨 있었다. 그래서 여섯시가 다 되어 잤고 당연히 열한 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준비해온 책을 꺼냈고 커피를 시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책 재미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친환경 SF 러브 로망] ㅋㅋㅋㅋㅋㅋㅋ정말 친환경 SF 러브 로망이다. 딱 그렇다. 

















무려 [레 미제라블]을 읽고 운 다음에 읽는 책인데, 너무 가벼워서 짜증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거렸다. 게다가 얇아서 금세 읽히기도 한다. 요즘 책을 통 읽지 않아 책을 읽은 권수로 실적을 얘기하기에 뭔가 좀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택하면 된다. 금세 한 권 추가할 수 있다. 하하하하.



한아가 예쁘냐, 예쁘지 않냐 묻는다면 물론 예쁘기는 하다. 어느 정도 예쁘냐면 ‥‥‥ 평일 오후 2시의 6호선 전철 한 칸에서 가장 예쁠 정도로 예쁘다. 다른 말로는 출퇴근 시간 2호선 한 칸에선 20위권에도 못 들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번쯤 눈길을 던질 만큼의 외모는 되지만 말을 걸거나 번호를 따 갈 정도는 아닌, 딱 고 정도. (p.9)



하하하하. 한아의 미모는 나보단 덜한것 같다. 나는 어떤 날에는 출퇴근 시간 2호선 한 칸에서 제일 예쁜데. 정말 가끔 그렇게 느껴질때가 있다니깐. 이 칸에서 내가 제일 예뻐, 하고 나는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날이 몇 날쯤 있다는거다. 그러니까 한아는 나보다 미모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한 번쯤 눈길을 던질 만큼의 외모' 라니, 그정도면 대단하다 싶은데 그런 외모로 2호선 에서 '가장' 예쁘지 않다고? 여튼 10년간 같은 코스로 출퇴근하는 내게 아무도 전화번호를 따지 않은걸 보면, 뭐, 나랑 비슷한 외모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나도 저렇게 여기에 왔어.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p.96)



그렇다. 한아와 있기 위해 경민이 2만 광년을 날아왔다. 다른 별로부터. 한아만 예뻐보여서. 그런 한아와 함께 있기 위해. 아..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 오랜 시간을 연인으로 지낸 경민의 몸을 빌어 나타난 외계인에게, 한아는 색다른 설레임을 느낀다. 그가 없을 때 보고싶다는 간절함도 생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달디 단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성공한게 아닌가 싶다. 너와 있기 위해 2만 광년을 왔다고 말하는 남자라니. 아우..부러워. 출근길 2호선 한 칸에서 가장 예쁜 내가, 출근길 2호선 한 칸에서 20위에도 못 들 외모의 여자를 부러워하다니. 행복은 그러니까 미모순이 아닌거다. 나는 여태 살면서 한 번도 나와 있기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왔다는 남자를 만난적이 없거등. 제기랄.



"아저씨, 아저씨가 이해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특별한 사람은 별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나한텐 아폴로 오빠가 그래. 은하계건 어디건 난 따라갈 거야. 이해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어요." (p.119)



어떤이들에겐 간혹 그런 존재가 있는 모양이다. 경민이 한아를 만나기 위해 2만 광년을 날아 지구로 왔듯, 주영은 아폴로를 만나기 위해 이제 이 지구에서 살기를 포기한다. 그녀에게 별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남자가 저기, 지구 밖에 있으니까. 별 하나보다 더 큰 의미, 그 의미는 대체 얼마만큼의 힘을 가진걸까.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내게 휘두르는 걸까. 살면서 누구나 다 그런 존재를 만나는 건 아닌것 같다. 


한아와 경민은 결혼식을 자신의 집 옥상에서 치른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일회용접시 대신 자신들이 가진 그릇으로 손님들에게 접대하고, 그것들을 설거지하는데에 있어서는 환경 오염을 시키지 않기 위하여 쌀뜨물과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한다.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사실 보통의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기가 쉽다. 쌀뜨물로 설거지하는 여자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니까. 종이컵대신 머그컵을 쓰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말은 '그걸 설거지하면 어차피 물낭비고 세제로 오염되잖아' 인걸. 그때마다 일일이 반박하고 설득하고 하는 피곤한 과정을 거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일테고 그런 사람들이 뭐라건 말건 걍 내 식대로 하는 나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좀 소극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기본적인 생활패턴은 서로 일치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게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 명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 명은 그걸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한 명은 자연과 호흡하고 싶은데 다른 한명은 도시를 사랑한다면,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피곤해지는 순간이 온다. 설득과 타협은 어쩌다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어야 하는거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일치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 어쨌든 경민은 한아를 어떻게 칭찬해야 한아가 가장 기뻐하는지 알고 있는 남자고(탄소를 정말 덜 만들어낸다고 해야한다), 쌀뜨물로 같이 그릇을 씻기를 주저하지 않는 남자다.






나는 예고편만 보고 이 영화를 보고 싶어 미칠것 같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나 뿐이었나보다. ㅎㅎ 상영관도 별로 없고 상영시간도 참...거시기했다. 그리고 찾아간 극장 안. 관객은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해서 총 아홉명 뿐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생각했다. 이건 이대로 내리겠구나, 상영관이 더 많아지지도 않을것이고 이 관객들이 더 차지도 않겠구나, 하고. 


흥행할 수 없을 것 같은 영화이고, 내 친구도 이 영화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아으, 나는 정말 좋았다. ㅎㅎㅎㅎㅎ 나는 그러니까 이런식의 남자에게 무척 약한거다. 나에겐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걸까. 담을 넘어오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줄 수 있냐고 묻는 여자에게 '물론이죠' 라고 대답하는 남자를, 대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골에서 나랑 사랑에 빠진다면 어떡할래요? 라고 묻는 여자에게 'anything' 이라고 답하고 잠시 후 다시 'everything'을 덧붙이는 남자인데. 게다가 그 남자가 양복을 입으면 정말이지 코피 쏟을 정도로 멋있다. 그리고 그가 지켜준다는 말은 헛말이 아닌것이, 싸움을 엄청 잘하는거다. 내 안의 모순된 감정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나는 폭력이 싫고, 폭력을 쓰는 장면을 볼때마다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남자가 싸움을 잘 하는 게 좋은거다. 물론 여기엔 나만의 명분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혹은 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명분. 약해빠진 남자보다 강한 남자가 더 좋은건 나로서는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다. 난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하고 정신력이 약하고 싸움도 못하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애정이 생기질 않는다. 다른면들에 이끌려 좋아하게 됐다가도 약하다고 생각하면 ...좀......정이 ...............쿨럭.



이 남자는 충분히 강하고, 범죄로부터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고, 충분히 멋지기 때문에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러나 일단 범죄의 수렁에 발을 담갔던 이상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위험한 남자다. 덩달아 그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있는건 나까지 위험해진다. 이 멋진 남자와 함께 있는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니. 제기랄. 왜이렇게 세상은 쉽지 않은걸까. 왜이렇게 어려운걸까. 그가 양복 입은 걸 보지 않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하나, 그래야 조금..멀어질 수 있으려나. 흑흑. ㅠㅠ






좀전에 사무실 형광등이 나가서 갈아 끼우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의자를 갖다 놓고 형광등을 막고 있는 뚜껑을 열었다. 긴 형광등이 아니라 내가 갈아끼우기에도 별 무리가 없는 것인데, 두 개를 갈아 끼우고 세 개째를 갈아끼우려는데, 이건 캡 부분이랑 램프 부분이 분리가 된거다. 그러니 램프 부분을 잡고 뺄 수 없고(그랬다간 끊어진다) 캡 부분을 잡고 빼야 하는데, 하아, 아무리 의자 위에서 까치발을 해봐도 캡 부분에 손이 닿질 않는거다. 이렇게 무력할수가. 형광등 갈아끼우는 걸로 남자 직원을 부르는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부서의 Y 대리를 불렀다. 키가 180이 훌쩍 넘는 Y대리는 너무나 손쉽게 캡 부분을 잡고 빼주었고, 끼는 것도 슝슝 한 방에 잘 껴주었다. 나처럼 고개를 쳐들고 하지 않아도 됐다. 아, 난 더욱더 무력해지고, 반면에 내가 하지 못하는 걸 그토록 손쉽게 하는 그 키 큰 Y 대리가 너무나 멋져보였다. 아, 멋져. 남자는 이래서 키가 커야 하는거구나. 형광등을 손쉽게 갈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너의 형광등을 갈아주기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왔어.



라고 말하는 키 큰 외계인이 있다면 거침없이 나를 맡기겠다고. 하아- 키 큰 남자가 멋있는 건, 형광등 때문이었어!!





마지막으로 이 책의 앞장에 실린, 이토록 애틋하고 귀여운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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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9-2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환경! SF러브로망이라니!!
나는 탄소 대사를 하지 않는데도 네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싶었어. 촉각이 거의 퇴화했는데도 얼굴과 목을 만져보고 싶었어. 들을 수 있는 음역이 아예 다른데도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너를 위한, 너에게만 맞춘 감각 변환기를 마련하는 데 긴 시간이 들었어.
ㅠㅠ...

다락방 2012-09-24 11:12   좋아요 0 | URL
우앗, 아른님 이 책 읽으신거에요? 아니면 이 인용문은 어떻게 알고...책 소개 보신거에요? ㅎㅎ
아주 달콤하지만 전혀 유치하지는 않은 책이랍니다. 살면서 이토록 간질간질해지는 순간이 가끔은 필요한 것 같아요. 재미있어요. 헤헷 :)

비로그인 2012-09-24 15:43   좋아요 0 | URL
ㅎㅎ책소개에서 봤어요~전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ㅋㄷㅋㄷ하면서 볼 수 있는 깜찍한 책인 것 같아요. 누군가 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싶었다고 말해준다면 전 망설임없이 직접적인 흡수경로를 제공할꺼에요!!ㅎㅎ물론 그 누군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ㅋ
뒤늦게 보았는데 저자소개에,"2011년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를 냈지만 덧니는 없다."ㅎㅎ

다락방 2012-09-26 12:13   좋아요 0 | URL
지금쯤이면 아른님은 조조영화를 관람중이실까요? 콜린 파렐에게 흠뻑 빠져계실까요?

저도 『덧니가 보고 싶어』를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어요. 물론, 덧니는 없다, 는 소개글도 보았구요.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더라구요. 헤헷.
:)

moonnight 2012-09-2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첨 보는 책인데, 헌사에서 홀딱 반했어요. 너무 귀엽고 예쁘네요. ^^

저도 런던 블러버드 꼭 보고 말겠어. 생각했는데 정말.. 늘 가는 극장엔 개봉관도 하나밖에 없고, 시간은 밤 열두시 -_- 어쩌라는 건지. ㅠ_ㅠ 콜린 파렐 역시 멋지군요. 이 사람은 나쁜 남자임에 확실한데 참 매력적이에요. +_+;

다락방 2012-09-26 12:14   좋아요 0 | URL
저도 저 헌사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책 내용만큼 예쁜 헌사에요.

콜린 파렐이 영화 [데어 데블]에서도 나오지 않았었나요? 연필이나 접시나 뭐 이런거 슝슝 던지는 남자로? 그때도 되게 멋지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아..멋진 남자...

Kir 2012-09-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을 일은 없는 책이지만, 저 헌사는 정말 사랑스럽네요^^

다락방 2012-09-26 12:14   좋아요 0 | URL
저도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흣.

테레사 2012-09-2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렇다면 이미 레미제라블은 다 읽으셨군요? 그쵸? 전 이제 3권...밤엔 책을 안읽으려고요..주말에만 읽으려 하는데 젠장,,,,사무실에 3권을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1권을 다시 읽었다는...글고..솔직히 2권도 ...수도원은 넘 지루해서..건성건성 읽었어요.ㅠㅠ

다락방 2012-09-26 12:15   좋아요 0 | URL
네, 테레사님. 눈물 닦아가면서 레 미제라블을 다 읽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은 다시 읽어도 좋을 책 같아요. 전 수도원 부분 보다는 워털루 전투 부분이 무척 지루했어요. 읽어도 제대로 이해 못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지금쯤 테레사님은 3권을 열심히 읽고 계실까요?

조선인 2012-09-2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헌사문이라니, 엄마인 저로선 가슴이 찌르르 짜르르 마구 귀뚜라미가 웁니다.

다락방 2012-09-26 12:15   좋아요 0 | URL
혹시라도 제가 책을 내게 된다면 저 역시 한 번쯤 써보고 싶은 그런 헌사에요.

레와 2012-09-2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사에서 오십점 먹고 들어감. ㅎ

다락방 2012-09-26 12:16   좋아요 0 | URL
무려 친환경 로맨스라구요!! ㅎㅎ

감은빛 2012-09-2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퇴근 시간 2호선 한 칸에서 제일 예쁜 다락방님.
출퇴근 시간에 제가 2호선을 탈 일이 없다는 것이 아쉽군요.

친환경 SF 러브 로망은 어떤 분위기인지 좀 궁금하지만,
소개해주신 내용으로는 별로 끌리지는 않네요.

월요일 오후 사장님 눈치보면서 딴 짓 하고 있어요.
정말 일하기 싫은 날이예요.
날씨는 왜 이리 화창하고 좋은지!

다락방 2012-09-26 12:18   좋아요 0 | URL
아..뭔가........내가 이러지 말았어야 했던건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드는 댓글이네요, 감은빛님. 출퇴근 시간 2호선 한 칸에서 제일 예쁜 다락방, 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게 되다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단히 부끄러워요!!

친환경 SF 러브 로망은 정말로 친환경적이며 SF 적이며 러브가 가득가득한 그런 로망입니다. 하핫.

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아요. 대체 옷을 어떻게 입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딴 짓 안하세요?


테레사 2012-09-2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네네...전..3권을 읽고 있어요. 헌데..주중에는 너무 몰입하면 담날 지장이 있어..삼가고 있어요 ㅠㅠ 추석연휴를 기다리고 있어요.(엉? 나 실향민?)아 생각만 해도 뿌듯뿌듯~ 다락방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12-10-08 15:06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 너무 늦은 댓글이라 참 민망한데요 ㅎㅎ (이제서야 봤지 뭡니까!)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