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적으로도 그리고 업무 외적인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많다. 가슴이 답답하다. 어제부터 한숨을 깊이쉬고 있으며 또 자주 쉬고 있다. 내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여주며 답답한 마음 달래고자 하지만 안된다. 커피향이라도 실컷 맡자 싶어 커피를 한사발 내렸지만, 이 향으로도 풀어지질 않아. 어떡해야 할까, 내가 무언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것이라면 내 마음을 바꿔야 할텐데, 어떻게해야 이 스트레스가 풀어질까. 좋은 것들을 떠올려봐도 대체가 안되는데. 그러다 내게는 글쓰기가 있다는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그래, 글을 쓰자. 글을 써보자. 그렇게 이번달 같이읽기 도서인 여성성의 신화를 끌고 온다.



어제 비연 님이 이 책에 대한 페이퍼를 쓰시면서 '마거릿 미드'에 대한 얘기를 하셨다. 당시에 누구보다 빨리 깨친 사람이었고 여성을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앞서 나간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의 한계에 대한 부분. 그것을 베티 프리단이 지적한 것에 대해 어떤 씁쓸한 마음을 표현한 글이었다. 그 마음이 무언지 너무 잘 알겠는데, 내가 잘 알겠는 까닭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옳기만 할수도 없고 완벽할 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거릿 미드가 자신의 생각을 펼쳐가는데 있어서는 그 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이 있어야 했다. 그건 이런게 잘못됐잖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그러니까 무에서 갑자기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예 없는 일은 아니어도 드물다. 그러나 있던 것에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우리는 다들 그렇게 나아가지 않나. 마거릿 미드는 아마도 그 당시에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최선으로 나아갔을 것이었다. 결국 실망과 백래시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어쨌든 나아가는 과정은 분명히 있었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었다.



베티 프리단이 마거릿 미드의 그런 완벽하지 못함, 결국은 어떤 주저앉음에 대해 지적했다면, 나는 베티 프리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얘기하고 싶다. 우선 완벽한 가정주부가 되어야 하는데, 누가 봐도 부족할 게 없는 상황인데 이름 모를 병을 앓고 있다고 시작하는 이 책, 《여성성의 신화》는 그걸 지적해 풀어냄으로써 또 그에 대해 많은 여성들과 인터뷰를 하고 기록함으로써 너무나 대단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에 내가 살았다해도 이런 책을 기획하고 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바로 이런걸 우리는 고전이라 부르는거다. 베티 프리단의 지적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고 날카로운 것이었다. 그 후의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 이 책을 가져와 덧붙이는 것은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의 나도 그리고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을테니 앞으로의 독자들도 이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에는 이런 너무나 대단한 '베티 프리단'이 젊은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나타나고 나서는 오히려 백래시의 주역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백래시에 대한건 아니고, 베티 프리단이 말하는 '동성애'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 직업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 어떤 중대한 일을 하는 것까지도 주부이면서 어머니인 여성들의 '여성성'의 경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헌신하는 데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쏟아넣을 수 있고, 이런 종류의 헌신은 잠재적이거나 확실한 동성애를 낳을 수 있다. 이런 기생적인 어머니의 사랑에 질식되어 있는 소년은 성적으로나 모든 면에 있어서 성장하지 못했다. 동성애자들은 학교를 마치고 어떤 직업적인 일에 종사하기에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다. (킨제이는 동성애 경향이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 많으며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의 성생활의 특징인 비현실성, 미숙함, 난잡함, 계속적인 만족감의 결여 등은 그들의 생활과 일, 모든 것에 특징적이다. 성 이외의 생활, 교육, 일에 있어서 개인적인 사명 의식의 결여는 '여성적'으로 여겨진다. '여성성의 신화'에 의해 사는 딸들처럼, 그 아들들은 생애 대부분을 성적 공상 속에서 지낸다. 이렇게 슬픈 '게이'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이 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젊은 주부와 유사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 주변에 짙은 안개처럼 퍼져있는 동성애는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 된 조혼 속에서 공격자가 된 젊은 여성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는 성과 마찬가지로 불길한 것이다. (p.482-483)



나는 오늘 아침 지하철안에서 위의 부분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이천개쯤 생겼다. 우선 베티 프리단은 여성성의 신화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이 점은 분명히 옳다. 동의하는 바다. 여성들을 교육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집안에 들어앉히는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전혀 틀림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위의 인용한 문장을 보면, 여성성의 신화 때문에 집에 있는 여자들이 극성적으로 히스테리를 부리면 그 아들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한다. 여자들을 코너로 몰아 넣으면 발생하는 부작용중의 하나가 그 자식의 동성애, 라는거 아닌가. 그렇다면 동성애는 어떤 부작용의 하나인건가. 무언가 잘못 발현되는 것이 동성애라고 말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간거 아닌가 싶은거다.



오래전 연애에서 막 연애를 시작했던 나의 남자친구는 동성애자를 혐오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그들은 아픈거니까'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그 말을 듣고 잠깐동안 고민을 했다. 이 연애를 진행할것인가, 말것인가. 이성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아픈걸로 생각해도 되는것인가? 그것은 이성애만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 나는 위의 문장에서 베티 프리단으로부터 그 때의 당황스러움을 다시 떠올렸다. '니네 그렇게 잘못하면 동성애가 많아진다니까?' 라는 뉘앙스의 저 문장이 걸리적거린다.


어떤 동성애는 그런식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라는 과정에서 이성으로부터 호되게 고통을 당해 꼴도 보기 싫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동성만 사랑하게 되는, 그런 식의 발현. 뭐, 있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저 뉘앙스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덜 자라서, 어딘가 잘못되어서 발현될 수 있다고 하는 것. 이건 너무 불편하지 않은가.



베티 프리단이 마거릿 미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최선의 것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 지점이 나는 베티 프리단에게도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그래, 사람이 완벽할 순 없지. 그 당시에 획기적이고 혁명적이며 또 오래 읽힐 수 있는 고전이어도, 그렇다고 그 안에 담긴 모든것들에 내가 기립박수치며 환호할 순 없을 것이다. 베티 프리단 이후의 학자들이 할 일이 바로 여성성의 신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일테다. 이것봐, 이런 작품이 나왔어, 정말 대단하고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책이지! 하면서도, 그렇지만 말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그 후세대의 학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그런식으로 우리는 점차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동성애 발현에 대한 걱정이 담긴 저 문장을 읽고 내가 베티 프리단 싫다, 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이 책, 여성성의 신화는 베티 프리단이 그 때에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최선이며 동시에 가장 좋은 최선. 최선(最善)의 최선(最先). 혹은 최선(最先)의 최선(最善).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잘못된 사랑이 있다. 아니지,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잘못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인줄 착각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게 맞겠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고 포장하지만 '지극하게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것이라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으로는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계속 자신 옆에 있어달라고, 상대가 '싫다', '아니다' 라고 하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커짓을 하는 게 그렇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그렇게 열 번 찍는게 그 잘못된 사랑의 표현이다. 싫다고, 아니라고 하는데도 도무지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내 사랑을 왜 안받아줘, 이 지극한 내 사랑을 왜 몰라줘, 너를 너무 사랑해'라고 자기 할 말만 하는것. 이건 자기가 상대를 사랑한다는 감정에 취해서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인 자기애의 상태다.


얼마전의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개빡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뒤부터 그 드라마를 안봤는데, 내가 그 드라마에서 빡쳤던 건 데이트폭력남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또 이도저도 못하고 사랑사랑 거리는 그 김희애 남편에 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늘상 사모했던 여자가 남편의 불륜으로 속상한 걸 알고 바로 접근하는 유부남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어라, 이 여자 지금 속상하고 외롭겠네, 그렇다면 바로 이때다! 하고 접근하는 거. 정말 토나오게 싫다. 정말정말 토나온다.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에서도 애인의 죽음으로 상실한 데미 무어에게 그 친구가 대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여자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그 때에 훅- 들어가는 거.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고 한심하고 자존감도 낮은 머저리의 형태다. 너무 싫어. 진짜 토나와.


정반대의 경우는 영화 [러브, 비하인드]를 들 수 있겠다. 여자는 가까스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아파하는데, 이 때 여자에게 새로운 남자가 등장해 대시한다. 여자는 '나는 일단 혼자 서고, 그 후에 너랑 데이트할게'라고 말한다. 정말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외로운 감정이 휘몰아쳐 있을 때 연인이 되는 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최악의 선택이다.


















그리고 또 사랑이 아닌데 사랑인줄 착각하는 건, 상대에 대한 철저한 의존이 있다. 베티 프리단은 이 책에서 바로 그걸 언급한다. 읽다가 답답해서 가슴을 쳐야했던 부분이다. 상대를 숨막히게 하는 이런 사랑.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어리석음. 베티 프리단은 '대리 생활'이라고 연구한 '안드레아 안쥐알Andrea Angyal'의 글을 인용한다. 




대리 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징후는 특히 다른 사람에게 구조적으로 의존하는 것인데, 이것은 자주 사랑이라는 형태로 오인된다. 그러나 그렇게 강하고 집요한 애착은 헌신, 직관적 이해, 자기 자신의 권리와 방식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즐기는 것과 같은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 이러한 애착은 극도로 소유욕이 강하고, 상대방에게서 '그 자신만의 삶'을 빼앗는 경향이 있다. …… 상대방은 자신과 관계를 맺는 사람이 아니라 내면의 공허함과 무無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이러한 무無는 원래 단순한 환상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자기 억압을 통해 실제의 상태가 된다.

대리 생활을 통해 대체 인격을 얻으려는 이런 모든 시도는 그 사람을 막연한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순수하고도 자발적인 충동을 억제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감정적 무의미함(공허함)을 느끼게 하며, 거의 존재감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Andrea Angyal, "Evasion of Growth" 재인용, p.506-507)




나도 저런식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다. 상대는 그것을 나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너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 나는 너의 신이 아니다, 라고 당시에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나에 대한 사랑이 아님을. 그는, 그 자신을 가장 사랑했다. 그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나를 필요한 존재로 생각해 곁에 두려고 했던 거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나를 옆에 두려고 하면서, 그러면서 나를 신인것처럼 생각했다. 위의 안드레아 안쥐알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당연한 듯 '김 숨'의 <당신의 신>을 떠올렸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p.64)













남편은 아내를 신이라 여기고 신이 아니라며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이제는 '나를 버리려는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는 사람. 아내는 그저 아내였을 뿐인데, 그의 영혼을 구원하고 또 파괴하는 사람이 된다. 아내가 한 일이 아니다. 아내를 구원자로 또 파괴자로 몬 남편 자신이 한일이다.


이혼을 원한다는 그녀의 요구를 그는 번번이 묵살했다. 혀가 꼬이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밤, 마침내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무엇을 위해 시를 쓰지?"

"무슨 말이야?"

"시 말이야. 무엇을 위해 쓰지? 응?"

그녀가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자 감정이 격해진 그가 다그치듯 물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아니었어?"

"영혼­……? 나는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날 버리겠다는 거 아니야?"

"버리다니? 누가 누구를?"

"네가, 나를!"

"나는 지금 당신을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과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 (p.58-59)




사랑이라고 입밖으로 낼 때, 그것이 과연 상대에 대한 사랑인지를 수십번 수백번 스스로 물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몇천번 얘기하면서 그러나 거절은 번번이 묵살한다면, 그것이 과연 상대에 대한 사랑인가.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 폭력을 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아무때나 사랑 갖다 붙여 쓰지 말라. 사랑이 너무 엿같은 게 되어버리는 게, 바로 그런 사람들 때문이다. 사랑이라니, 지긋지긋해, 이렇게 되어버린다고.




어휴..폭발하듯 글쓰기하는 아침이었네. 자, 이제는 마음을 좀 가다듬고,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일...일..일..일을 하자. 720쪽 까지 있는 여성성의 신화를 이제 막 5백쫌 넘겼다. 내일 4월 30일까지 이 책을 다 읽어내려면, 나는 오늘도 퇴근하고 까페에 들러야할 것 같다.






새로운 섹스 테크닉을 기술하고 있는 매뉴얼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흥분이 고갈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 P460

성과 지성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이든, 성행위를 뒤로 미루는 것은 고등교육에서 필요로 하며 그 결과물인 정신적 행위의 성장과 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직업의 성취를 동반하는 듯했다. - P484

빠른 성교는 대개 오르가슴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소녀들은 계속해서 교육을 받고 5~10년 또는 15년 뒤에 결혼한 소녀보다 오르가슴을 덜 느꼈고 성적 만족도도 덜했다. 교외의 날라리 소녀들처럼, 이른 성 경험의 편견은 연약한 자아를 나타내며 결혼으로도 자아는 강화되지 않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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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2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뭔가를 얘기할 때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내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닐까. 그런 내 태도가 누구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주장할 것을 주장하지 못하며 사는 건 안 될테니.. 그럼에도 참 조심하면서도 늘 깨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구요.

[부부의 세계]는 보지 않고 있는데.. 우유부단에 비열함을 겸비한 남자도 싫고 그런 남자를 미워하며 복수하느라 아까운 에너지 쓰는 여자도 안스럽고 주변 군상의 가지각색 저 밑바닥 인간상도 싫고 해서 그냥 외면하는 중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듯. 그나저나 [사랑과 영혼] 저 장면, 기억났어요. 급빡...

저도 내일(헉 내일이 4월 30일이에요! ㅜ) 까지 이 책 다 읽으려면 오늘도 내일도 전진해야 할 듯.. 흠냐..

다락방 2020-04-30 16:3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지금쯤은 열심히 읽고 계실까요, 아니면 오후 네 시가 넘었으니 읽기를 마치셨을까요? 저는 좀전에 리뷰 쓰기 까지 마쳤습니다. 음화화핫. 뿌듯합니다. 날이 다 가기 전에 마치다니. 정말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자랑자랑)

맞아요, 비연님. 뭔가를 주장하고자 할 때 조심스러워지죠. 혹여라도 지금 내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닐까 부터 나의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까지. 그렇지만 상처줄 게 무서워 내가 할 말을 하지 못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생각하게 되고요. 그래서 계속게속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또 답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것이 나은가, 이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것이 최선인가, 하고 말이지요.

연휴라서 너무 좋아요. 알람 안 맞춰도 돼서 너무 좋아요. 우리 연휴를 즐깁시다!

잠자냥 2020-04-2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성의 신화> 첫 번째 인용 구절만 보면 이 책 안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하하하하하. -_-;;
남은 200백쪽 내일까지 꼭 읽게 되시길! ㅎㅎ

다락방 2020-04-30 16:39   좋아요 1 | URL
끝까지 다 읽으면 음, 동시대를 살았다면 나랑은 서로 싫어했겠군,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긴 합니다. 하하하하.
어조가 세긴 하지만 또 래디컬은 미워하더라고요? 남자 안챙기는 페미니스트들을 싫어합니다. 남자를 너무 사랑하는 베티 프리단이에요. ㅎㅎㅎㅎㅎ
아무튼 저는 어제 새벽까지 완독했습니다. 꺅 >.<

단발머리 2020-04-3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고전을, 특히 페미니즘 고전을 읽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천천히 두 번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0-04-30 16:41   좋아요 0 | URL
독서중이신가요, 단발머리님? 이 책도 역시 읽기를 잘했어요. 단발머리님은 기존에 읽으신 책이니 아마 아시겠지만, 해법은 교육이라고 하잖아요. 그게 너무 짜릿하더라고요. 맞아, 맞아, 정말 그렇지! 그 부분에 있어서 너무 짜릿했고 다시 한 번 공부 의욕 불태우게 하는 그런 독서였어요. 역시나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훗.

저는 여성성의 신화 다 읽고 리뷰 쓰기를 마쳤고요, 이제 페이퍼를 쓸겁니다. 여성성의 신화로요. 우후훗-

- 2020-05-01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만 쓸 수 있는 책 엮어서 쓰기! 드라마 추가 ㅋㅋㅋㅋ ㅎ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때다 하고 남의 외로움을 이용하는 자들이 많죠. 작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더 빈번한 듯... 사랑도 잘하려면 정말 많이 똑똑(?) 해져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0-05-04 08:13   좋아요 1 | URL
이때다 하고 외로울 때 공략하는 것도 그렇고, 싫다는데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도 그렇고, 상대가 나의 신이라고 추켜세우는 것도 그렇고... 죄다 너무 자존감 낮은 행위들이에요. 자기가 자기 자신을 존중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이죠. 아 너무 싫어요 징그러워. 가끔은 세상에 사랑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랑이란 개념이 없어진다면 다들 사랑이란 이름을 끌고와서 폭력을 저지르는 걸 멈추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니면 남자들이 대부분 사라지던지... 휴.....
 
99% 페미니즘 선언
낸시 프레이저.친지아 아루짜.티티 바타차리야 지음, 박지니 옮김 / 움직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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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선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은 결의에 가득 차있다. 페미니즘이 뭔지 내가 한 번 공부해보겠다, 그리고 실천해보겠다!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입문서가 될 듯.


처음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거 대체 뭘까, 세상은 왜 기울어졌을까, 어떻게 평등하게 만들 수 있나, 무엇이 문제인가 들여다보다 보면 숱하게 많은 문제들을 마주치게 된다. 거대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테두리 안에서 여성들의 가사노동, 돌봄노동, 재생산 노동은 그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따른 임금 역시 후려쳐졌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을 가진 권력자들이 대부분 남성인 탓에 여성들은 진급도 힘들고 동일노동에 동일임금도 받지 못하고, 게다가 성적으로도 이용당한다. 성을 판매하는 고통에 놓이는 것도 여자고, 성을 구매하는 놈들도 판매하는 여자를 욕한다. 게다가 포르노는 어떻고. 포르노의 수위는 점점 더 강화되어 여성의 실생활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여성은 성적 대상화 되어 매스컴에 등장하고, 여성의 미의 기준 역시 그렇게 만들어지고 강제되며, 여성들은 돈으로 다시 또 세상이 원하는 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들은 여성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긁어먹는다. 이건 뭔가 아닌데, 하고 들어갔다가 분노에 분노를 만나게된다. 내가 예상했던 분노가 거기 있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분노도 거기 있다. 



그렇게 여러갈래로 쭉 뻗어나간 분노를 종합해놓은 책이 이 책이라 봐도 틀리지 않다. 그동안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보이지 않는 노동에, 페미사이드에 분노하고 있었다면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종합해주는 책이랄까. 세분화해서 공부하고 분노했다가 이쯤에서 한 번 토탈 정리를 해줄까, 할 때 이 책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입문자에게 더 적합하고. 자, 어떻게 돌아가나 보자, 뭐가 문제인가 보자, 하는 사람이 읽을 때 더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많은 문장을 두 번씩 읽어야 했다. 분량도 얇고 글자도 매우 큰데-정말 크다-, 게다가 내가 페미니즘 책을 적게 읽은 것도 아닌데, 이 얇은 책 한 권을 읽어내기 위해서 미간에 주름을 뽝 잡아야 했다. 나랑 결이 다른 부분들이 수시로 나오지만, 어차피 모든 것에서 의견을 같이할 수는 없을 터. 그런 결이 다른 부분들보다는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개인의 출세에 대한 열광은 페미니즘을 개별 여성의 오르막과 혼동하는 소셜 미디어 유명인social-media celebrity들의 세계에도 똑같이 스며둘었다. 그 속에서 페미니즘은 실시간 인기 해시태그이자 자기 홍보 수단이 되고, 다수를 해방시키기보다는 소수의 지위를 올리는 데 쓰인다. - P47

‘망설임 없이 뛰어들라‘는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내려놓는kick-back‘ 페미니즘이다. 우리는 유리 천장을 부수고, 그래서 대다수가 바닥에 쏟아진 유리 조각들을 치우게끔 만드는 일에 관심이 없다. 전망 좋은 사무실을 차지한 여성 CEO 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게 아니라 CEO와 전망 좋은 사무실이란 것을 없애 버리길 원한다. - P48

가족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성적 해방이라 통하는 것들은 종종 자본주의적 가치를 재활용한다. ‘훅 없hook-up‘과 온라인 데이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이성애 문화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소유own‘하게 하지만 남성에 의해 정의된 기준으로 외모를 평가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하다. 신자유주의 담론은 ‘자기 소유권self-ownership‘을 촉구하는 한편, 남성의 성적 이기주의를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적인 세태로 허가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즐겁게 해 주도록 압력을 가한다. - P114

마르크스의 [자본론Capital]을 읽은 독자는 착취를, 자본이 생산 시점에 임금 노동자에게 가하는 불의를 안다. 그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생활비를 겨우 감당할 정도의 임금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실상 더 많이 생산한다. 요악하면 상관들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 기반 시설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도록 요구하며, 우리가 생산한 잉여를 소유주와 주주를 위한 이윤의 형태로 도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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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4-2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읽기도 쓰기도 쓱싹쓱싹!! 놀라운 속도입니다!!

2020-04-28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8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8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20-04-2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려고 대기 중인 책인데... 다락방님이 먼저 읽으셨구나....ㅎㅎ

다락방 2020-04-28 15:21   좋아요 0 | URL
저같은 노안을 위해 아주 큰 글자로 나온 책입니다, 머큐리님. ㅎㅎ
 

양배추 스테이크 &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코로나19 덕분에 주말 일상도 바뀌었다. 최근에는 주말이면 늘상 새로운 요리를 시도한다. 거창할 것 없는 것들로 준비하는데, 지난주에는 달고나 커피를 시도했다가 망쳤다. 천 번 저으면 된다고 했는데.... 천 번 저어도 나는 망했고, 엄마는 나에게 천 번 안저였다고 말씀하셨다. 천 번.. 된 것 같은데, 엄마?

의욕 상실되어 다음부터 안만들기로 했다. 역시 돈이 짱이야. 돈 주고 사먹는 게 진리! 남들이 다 해둔 거, 나는 그냥 돈만 주면 마실 수 있잖아?


달고나 커피에 도전하기로 했던 계기는 <밥블레스 유2>의 옥주현 편이었다. 멤버들과 옥주현이 그릇 두 개에 같이 준비하는데, 옥주현이 대화 중에도 계석 저어줬던 그릇이 성공한거다.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아니, 옥주현, 뭘 해도 될 사람이네..크게 성공할 사람이야... 이 사람은 뭘 해도 된다, 같은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나도 뭘 해도 되도록 하자' 하고 시도한 것이 달고나 커피. 해보고 나서, 아 나는 뭘 해도 되는 사람은 아닌가부지? 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렇게 '뭘 해도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이 옥주현 말고도 한 명 더 있는데, '재재' 였다. 이 사람의 방송을 뭐 하나 제대로 본 건 없지만 SNS 를 통해 짤이나 영상을 봤던 봐, 엄청 성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뽝 오는 거다. 인터뷰 하기 일주일 전부터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를 싹 모은다고 했다. 그리고 달달 외운다고. 그러니 인터뷰 할 때에는 막힘이 없는 질문과 드립이 나올 수 있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연애와 결혼'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댄스도 시키지만 하기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이것도 너무 인상적인 거다. 그간 숱한 예능에서 남자들이 여자 연예인들 보고 '애교 부려보라'고 했던 거 생각하면 이 얼마나 깨끗한 인터뷰어 인가. 나는 방송에서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애교 부려보라고 하는게 진짜 너무 싫었다. 다들 미친거 아냐? 뻑큐다 진짜.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옥주현 과 재재 를 보면서 뭘 해도 될사람이다, 크게 될 사람들이야, 같은거 생각하며 즐겁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오늘의 요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SNS 를 통해서 나는  '양배추 스테이크'라는 음식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양배추를 먹는 것이다. 게다가 요리방법도 간단해? 그래서 시도해 보았다.



1. 양배추를 먹고 싶은 스테이크의 크기 만큼 썰어둔다.

2. 썰어둔 양배추에 후추와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고 한쪽 면에 밀가루를 묻혀둔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넣어 달궈준 후 간맞춘 양배추를 올려 중불에 익힌다.

4. 익히면서 양배추 위에 먹고 싶은 치즈를 뿌린다. 나는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 치즈를 얹었다.

5. 프라이팬 한쪽 구석에 버터와 다진마늘을 녹이고, 그 소스를 숟가락으로 퍼서 익어가는 양배추 위에 계속 뿌린다.


완성. 윗면으로 그대로 꺼내면 좀 보기 숭하고... 접시에 낼 때는 뒤집어서 냈다. 비쥬얼 보자.



괜찮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누군가가 생각난다)

저 밑은 치즈로 가득한데, 칼로 썰어먹기 불편해서 저렇게 담아낸 뒤에는 가위로 뎅강뎅강 막 잘랐다. 아빠 엄마 맛보시는데 맛있다고 엄청 잘 드셨다. 그런데 그 맛은 뭐랄까...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가 한 일인듯 하다. 양배추가 한 일이 아니야. 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만 있으면 뭐가 됐든 천하무적 아닙니까?




그리고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1.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와 마늘을 넣어 달달달 볶는다.

2. 아스파라거스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달달달 볶는다.

3. 느낌이 오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 베이컨을 달달달 볶는다.


끝.




후추는 뿌렸지만 소금은 뿌리지 않았다. 베이컨이 짜기 때문에 굳이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좋다. 게다가 아스파라거스의 식감도 좋아서 이 음식도 매우 잘 먹었다. 아빠 엄마도 아주 맛있게 드셨다. 문제는,



내가 저렇게 두 가지 요리를 하고 방전되어 버렸다는 것. 부엌은 초토화가 되고, 이 두 음식을 한꺼번에 내고 싶었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요리하면서 스트레스. 결국 다 끝내고 식탁에 자리잡고 앉았더니 눈에는 다크써클 내려오고..해놓은 음식은 요란한 게 아닌데 나의 정신과 육체 왜때문에 이렇게나 요란한 것인지.. 와인을 따서는 마시는데, 엄마가 내 표정 보고 너무 웃으셨다.


"너 완전 지쳐보여. 이제 요리하지마."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요리만 하면 방전이 된다. 저게 뭐라고. 저거 내 여동생 같은 사람들은 30분도 안되어서 부엌도 정리되고 한꺼번에 두 가지를 같이 내고 맛도 나보다 더 있게 할텐데, 나는.................나는 부엌 정리하다가 빡쳐가지고 엄마가 정리 옆에서 같이 도와주셨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부엌만 보면 출장뷔페 요리 준비한 줄 알겠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두 가지 요리를 놓고 술을 마시면서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모가 찾아오면 이거 해주면 좋겠지? 하고 엄마한테 물었는데, 엄마가 그러셨다.


"그냥 치킨이랑 피자 시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돈 벌어서 다 사먹어야지. 돈 만만세다!!






난 요리 안할거야. 난 돈 벌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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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겠어요. 와인에 딱일 듯^^

다락방 2020-04-27 09:12   좋아요 0 | URL
어휴... 그래서그런지 토요일에 만취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0-04-2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배추 스테이크~~신선한데요?
전 양배추 좋아해서...괜찮겠구나!!생각했구요^^
아스파라거스랑 베이컨볶음~~저것도 간단해 보여 한 번 해봐야겠다!!입력했어요.
요리는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장을 보고,다듬고,정리하고,설거지하고,음식물 쓰레기 비우는 것까지!!!!!!
너무나도 험난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먹는 시간은 정말 후딱인데 말이죠ㅜㅜ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또 그맛에 하긴 하는데...저도 요리는 참~힘듭니다ㅜㅜ
옥주현 이름이 나오니까 갑자기 예전에 ‘핑클캠핑??‘제목이 잘 생각나진 않는데 캠핑카 타고 여행다닌 예능이 생각나는군요.
멤버들이 각기 하나씩 담당분야 정해서 넷이서 여행을 하는데 저도 거기서 옥주현을 다시 봤어요.요리를 정말 잘하는 거에요.그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장을 봐서 본인이 가져온 여러가지 양념들로(챙겨온 양념통의 가지수도 엄청나서 놀랐던!!) 대충이 아닌 정말 정성껏 요리를 하는데 예능프로인지라 본인의 분량 챙길 생각없이 그냥 요리에만 집중하는데.. 우와~~옥주현은 정말 본인의 현 시간 맡은 임무에 집중하는 노력파구나!그때 깨달았어요.지금의 정상자리를 그냥 꿰찬 게 아니었구나!!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를 배웠다는데 분야별로 전문적으로 배운 것 같더라구요.
하나에 꽂히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성격??그래서 옥주현은 뭘해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뭐 그런 생각을 저도 해봅니다^^

암튼...주말마다 계속 요리하기에 도전해서 부모님께 상을 차려드리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부모님...말씀은 그리 하셔도 좋으실 듯 합니다^^

다락방 2020-04-27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색다르고 또 건강식인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양배추라니, 위에도 좋고 소화에도 좋고 섬유질 빵빵하잖아. 야채다! 이러면서 먹는 저를 칭찬했지만, 버터와 치즈가 너무 잔뜩 들어가서 과연 제가 먹는게 야채인지 지방인지...모르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즈와 버터를 먹는데 죄책감 덜기 위해 양배추를 굳이 소환한 건 아닌가 싶고 말입니다?

저는 요리를 할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습관도 되고 요령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시간도 줄어들고 더 잘하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하긴 하지만, 저는 좀처럼 실력이 늘지를 않네요, 책나무님... 해도 안되는 분야가 누구나에게 있다면 저에겐 요리가 바로 그 분야가 아닌가 싶어요. 먹는 건 잠깐인데 준비과정도 그렇고 너무 빡세서... 스트레스 받고 방전되고 ㅠㅠ 부엌 초토화 된 거 보면 내가 도대체 뭐하는건가 싶고.. 역시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 다음주에 또 한 번 도전해보고 또 실망하고... 인간이여..... ㅠㅠ


옥주현이 노래도 잘하지만 운동도 잘하잖아요. 요가 영상도 찍었고. 근데 요리까지 그렇게 잘하는 걸 보면, 이 모든게 그냥 뚝딱 되는 것은 아닐텐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엄청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그래서 효과를 보는 사람이요. 너무 멋져요! 뭘 해도 될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이번 주말엔 뭘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20-04-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전 확신합니다. 요리는 창의력의 산물이라는걸요.
양배추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요? 채썰기하셨는지, 아니면 넓은 잎 그대로 겹쳐서 준비하셨는지, 제가 못읽고 지나쳤는지도 ^^
양배추만 삶아도 달큰한데 치즈까지, 맛보장이네요!

다락방 2020-04-27 11:59   좋아요 0 | URL
양배추는 통으로 썰었어요. 제가 보고한 블로그 알려드릴게요.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825165&memberNo=17118548&vType=VERTICAL

통으로 써는데 양배추가 너무 커서 썰기 너무 힘들었어요. ㅎㅎ
치즈와 올리브유, 버터 때문인지 엄마는 드시다가 좀 느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이걸 먹을 때는 피클이나 할라피뇨 같은 거 함께 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psyche 2020-04-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번에 다락방님이 양배추 스테이크 하신다고 해서 스테이크에 양배추를 곁들이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저도 양배추 좋아하는데 한번 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0-04-27 12:00   좋아요 0 | URL
양배추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긴한데, 굳이 이렇게 안하고 오늘 엄마가 해준 양배추볶음으로 먹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양배추 스테이크 한 것보다 더 시간도 안들고 간단해서... ㅋㅋㅋㅋ 엄마는 양배추 굵게 썰어서 고춧가루 넣고 볶으시더라고요. 맛있어요. 그렇지만 색다른 메뉴이니만큼 도전해봐도 좋겠죠!

단발머리 2020-04-2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어느 날... 장보러 가서 아스파라거스를 보게 된다면, 만나게 된다면, 마주치게 된다면...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도전해보고 싶어요. 넘 맛있어 보여요😍

저도 동감합니다. 옥주현은 뭘 해도 크게 풀렸을거에요. 이 모든 것의 원천은 코어힘이라고 생각해요. 옥주현이 배우들 안아주는 거 보셨나요? 힘이 장사에요. 불끈 안아 들어올려요. 그냥 날씬하기만 한게 아니라 아주 힘이 엄청나요. 천하무적이죠.
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랑 친구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다락방 2020-04-27 17:35   좋아요 0 | URL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은 딱히 준비할 게 없고 요란하질 않아서 저도 아마 가끔 해먹게 될것 같아요. 시금치 베이컨 볶음도 좋았는데 아스파라거스가 훨씬 더 깔끔한 느낌이에요. 좋습니다. 으하하하하.

옥주현이 아역 배우들 안아들고 서있는 거 저도 봤어요. 옥주현은 코어의 대마왕이죠 진짜. 어마어마한 코어가 있어서 아이들을 그렇게 번쩍번쩍 안고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휴, 저도 분발해야 해요. 저는 코어가 너무나 힘이 없어서 ㅠㅠ 코어힘 생기려면..역시 노력해야겠죠? 옥주현이 요가 비디오도 찍었었잖아요. 그정도가 되려면 진짜 요가 엄청 했을 거예요. 정말이지 노력 대왕이에요. 성실함의 극치..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본받고 저도 성공할래요! 그런데 뭐로 성공할까요... 흐음..... 그냥 이렇게 사는게 최선일지도... 흐음....


치즈,올리브오일,마늘,버터 너무 다 사랑스럽지 않나요?
아 그나저나 4월이 다 가고 있는데 저 여성성의 신화 너무 많이 남아서 가슴이 답답해요. 이번에 처음으로 제달안에 다 못읽을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ㅠㅠ

보슬비 2020-04-2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배추 스테이크는 정말 아이디어 요리네요. 구으면 더 달큰해지는 양배추의 맛이 상상되는데, 요즘 양배추가 비싸졌지만 고기만큼 아니잖아요. ㅋㅋㅋㅋㅋ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베이컨과 아스파라거스도 맛있는 조합인데, 생아스파라거스 보이면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04-28 07:39   좋아요 0 | URL
베이컨 아스파라거스는 딱히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어서 저도 조만간 다시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간편하게 와인 안주로 먹기에 좋을 것 같아요. 맛도 있고요.
보슬비 님은 워낙 요리솜씨가 뛰어나셔서 아마 양배추스테이크도 저보다 훨씬 근사하게 성공하실 것 같아요. 나름의 기술도 들어가서 원본보다 근사한 요리가 탄생하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하시게되면 꼭 인증사진 올려주세요. 저는 보슬비님의 안주 사진 보는게 세상 좋아요... >.<

블랙겟타 2020-04-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요리 페이퍼에서 ‘재재‘님이 나올줄은. ㅋㅋㅋㅋ 문특에서의 활약, 엄청나죠..
최근엔 전국구급으로 올라가서 다른 방송사에서도 게스트로 나오시더라구요.
저번주엔 티비를 보다가 어? 유퀴즈에 재재님이?
연반인(!) 재재가 왜 대단한지는 그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던데
(게스트에게 애교강요라던지 무례한 요구 시키지 않고 용어선택도 신중히 하는 등말이죠.)
아직 기존의 구식 연예계 종사자들은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는거 같더군요.(쩝..)
 

















아직까지 아무도 4월의 도서인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완독하지 못한 가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여러분 읽고 있긴 한겁니까? ㅎㅎ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이제 5월의 도서를 안내해드립니다.

5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입니다.

이 책 저는 이미 구매했는데, 하아- 분량이 만만치 않고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여러분, 함께해요! 너무 있어보이지 않나요? 으하하하



자, 미리미리 책들 준비하시고요.

6월, 7월 도서도 미리 안내합니다.

















6월은 '마리아 미스' 와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입니다.

'마리아 미스'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로 이미 만나본 저자인데요, 당시에 같이읽는 분들이 그 책을 상반기의 책, 올해의 책, 인생의 책이라며 꼽아주셨습니다. 재밌겠쥬?


















올해 읽는 대부분의 책들이 같이 읽는 분들의 추천으로 선정된 책들인데요, 7월 도서는 '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입니다. 이 책은 어쩐지 읽기에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지만, 자, 잘 헤쳐나가기로 합시다.




개인적으로는 포르노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싶은데요,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책들을 같이 읽고 싶어요. 그렇지만 구할 수가 없어 당장 시작할 수가 없네요. 이 두 권의 책을 한 달에 같이 읽는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분량은 한달에 두 권 함께 해도 충분히 끝낼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욕심대로라면 여기에 《포르노랜드》까지, '반포르노 3종셋트' 맞춰 읽고 싶습니다. 포르노 특집의 달..같은 걸로.. 포르노에 대해서도 다함께 읽고 싶은데, 요건 차차 때를 봐야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르노 관련 책을 앞으로 이렇게 두 권 읽을 예정입니다.


















왼쪽은 구매예정이고 오른쪽은 이미 구매 완료하였습니다. '포르노'라고 알라딘 검색창에 넣으면 정말 많은 책이 나오네요. 뭔가 답답해.. 그 모든 책들이 당연히 '반포르노'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답답해..



자, 어쨌든 4월 남은 시간동안 4월 도서 부지런히 읽으시고요(저도 오늘 가져왔습니다. 엄청 무거워 ㅠㅠ), 5월도서도 함께 합시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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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성의 신화.. 조용히 읽고 있나이다.. =.=;; 그러나 진도는 ... 4/30까지 꼭 다 읽기로!
(5월 책 사야겠다, 휘릭)

다락방 2020-04-27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4/30까지 꼭 읽는 걸로 목표를 정했어요. 이거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은 쳐다도 보지 않으려고요. 빠샤!

비연 2020-04-27 15:15   좋아요 0 | URL
저도요. 다른 책 읽을까봐 (정희진님 책 읽고 있었는데 으힝) 다 집어넣고 이것만 잡고 있어요. 빠샤빠샤!

머큐리 2020-04-28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입하고 멀거니 쳐다보고 있는 책인데... 이번 달이라도 슬쩍 끼어들어서 읽어볼까 힙니다.

다락방 2020-04-28 15:28   좋아요 0 | URL
오오 너무나 대환영입니다, 머큐리님!! 꺅 >.<

- 2020-05-0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찰떡 같은 책 선정에 매달 쉴수가 없어요 ‘ㅜㅜ (지난 달은 쉬었다..ㅋ*)

다락방 2020-05-04 11:11   좋아요 0 | URL
자, 5월달도 열심히 해봅시다. 아, 물론 공쟝쟝님 추천한 책이 있는 6월달도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의 제일 처음 단편,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을 읽었다. 재개발을 앞둔 곳에 사는 '나' 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다가 '너'를 만나는 걸로 시작한다. 길고양이의 밥을 챙기고 구조를 하는등의 따뜻한 행동을 보며 '나'는 '너'에게 조금 호감을 품지만, 낡은 곳은 어서 빨리 재개발 해야 한다, 재개발 될 곳을 찾아 수익을 챙겨야한다고 말하는 '너'에게 낯선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나'가 놀란 만큼 독자인 나도 놀랐다.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병원에 데려다주는 일들은 쉽게 말해 '선한'일일텐데, 그런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사를 가지 않고 버티려는 재개발구역의 사람들을 어리석게 생각하고 '나'에게도 재개발 될 곳을 물색해 차익을 많이 남기라고 말하다니, 이것이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거다. 그러나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픈 고양이들을 구출해 쉼터를 만들어주면서, 빈집에 혹여라도 고양이가 숨어들어있지 않을까 인기척을 내면서, 그러나 재개발 구역을 쫓아다니는 사람.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독자인 나에게도 궁금해졌다. 이것이 왜 한사람이 모두 갖춘 면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든걸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아파트를 팔아 수익을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 안의 내 심리는 무엇인가. 이것이 왜 모순됐다고 생각하는가. 돈을 더 많이 갖고 싶어하면서 그러나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것은, 사실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성질들이 아닌가. 이것이 한 인간에게 모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대체 왜 낯선것인가.


'나'역시 혼란을 느낀다. 호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어?'하는 마음도 느낀다. 이 사람은 나랑은 좀 다른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그런 면에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기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마음을 품는다는 생각이 있으면서 동시에, '나'가 '너'보다 일곱살이나 많은데도 '너'보다 돈이 훨씬 적다는, 재개발 되기전에 집을 빼 다른 집을 알아 봐야 한다는 열등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았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가난하고 너는 그렇게 (재개발 수익으로) 가진 자가 된것일까. 너에게 느끼는 나의 이 감정은 무엇일까. '나'는 나와 다른 모습의 '너'에게 이질감을 느끼지만 그러나 또 호감과 관심도 있다. 자주 만나면서 이 사이가 더 깊어질 것이 두렵고 그래서 이제 그만 만나야지 마음먹지만 매번 부름에 응답하고야 만다. '나'는 그것이 '너'에 대한 이끌림이라고 생각한다. 이끌림이란 게 그렇다. 상대가 선하다고 이끌리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못됐다고 생각해서 훌쩍 돌아서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뒤로 물러나려다가 어느틈에 다시 한걸음 내딛고 있는, 왜이럴까, 내가 왜 이럴까 하는 것. 그리고 '나'는 그렇게 이끌리고 싶지 않다. '너'와 친근한 사이가 되고 싶지 않다. 이쯤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깊어지는 관계는 결국 힘들게 되니까. 그걸 아니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떤 것들을 네가 똑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하면서도 반가웠다. 우리가 이 동네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며 가며 틀림없이 한 번은 만났을 거라는 짐작.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가깝게 여겨졌으므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어떤 식으로든 마음이라고 할 만한 게 한번 생겨나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는 나이였다. -<3구역, 1구역>, p.25




오늘 이 단편을 읽는데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마레 지구>라는 아주 짧은 단편 영화가 떠올랐다. 《사랑해, 파리》라는 옴니버스 영화에 등장하는 단편. 그 영화속에 단편이 여러편이지만, 나는 유독 이 단편의 제목만을 기억한다.

















마레 지구.


아마 기존에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레 지구, 라는 이 단순한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구스 반 산트가 대체 마레 지구로 무슨 말을 할까.


소년과 소년이 우연히 한 가게에서 만난다. 나는 가구를 파는 가게로 기억하는데, 그들은 어쨌든 거기서 처음 만난다. 그리고 호감을 품는다. 한쪽이 유독 호감을 표하고 그러나 다른 한쪽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사람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렇게 둘만있는 그 잠깐동안의 시간에 몇마디 말을 나누고, 그러다 손님으로 온 쪽이 짐을 챙겨 가게를 나가고, 뒤늦게 가게에 남아 있던 소년은 문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영화가 끝나는 거다. 나는 이 단편을 그렇게나 좋아했다. 마레 지구, 라고 떠올릴 때면 이 풋풋함과 설레임, 그리고 처음 만나는 것에 대한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이 단편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그 영화속의 다른 단편들보다 더.



가게 안의 소년은 달려나가 가게 밖의 소년을 마주치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치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데이트를 시작한다고 해서 그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론에 닿을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간 살아오면서 내가 깨달은게 있다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았다'는건  '처음 만난 순간부터 홀딱 반하는 일'이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았다'는 건, 그보다는 '마음먹음', '작정'이 하는 일이라는 거다.


소년과 소년은 젊다. 찬란한 일들이 그들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주보고 웃고 설레이는 일들이 그들에게 분명히 있었고 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당분간' 일 것이다. 내가 비극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반함'이 하는 일이 거기까지기 때문이다.


그 끝이 어떨지 몰라도, 그러니까 끝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첫만남의 강렬함은 매우 축복할만한 일이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 그 우연한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끌릴 수 있다는 것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살면서 한 번도 오지 않을, 그런 일이다. 이 사람 뭐지, 왜 더 얘기해보고 싶지, 이렇게 무작정 끌려가도 좋은 것인가, 이 사람 더 알고싶다, 하는 생각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그리고, 나이들수록 더 적어진다. 나이들수록 경험치도 쌓이고 무수히 많은 인간들을 만나보기 때문에, 첫눈에 반하는 일? 거의 없다. 한 사람 안에 무수히 많은 면들이 담겨져있고, 굳이 드러내지 않는 면도 밖에서 보이기도 하거든. 인간에 대한 기대 자체가 옅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우연히 마주쳐 그 첫만남에 서로에게 끌렸다면, 전화번호를 건넸다면, 그렇다면 마레 지구의 소년처럼 문밖으로 뛰어나가야 함이 옳다. 그런 경험은 살면서 그 때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은 사실 딱히 봄의 느낌이 아닌데, 이 봄의 느낌이 아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 봄같은, 아니지, 찬란한 여름으로 막 넘어가는 듯한 마레 지구를 떠올렸다. 김혜진은 일전에 《딸에 대하여》를 읽어보았더랬는데, 이 책, 《소설 보다 봄 2020》에서 가장 처음의 단편이 김혜진이어서 반가웠다. 사실 이 책에서는 나는 김혜진만 기대하긴 했다. 그리고 아직 김혜진만 읽었고.


출근길에 마레 지구를 떠올린 일이 너무 좋았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지 자신이 없었고 또 다시 보고 싶기도 했다. 짧은 단편이니 어쩌면 유튜브에 있지 않을까,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오! 있었다. 6분의 영상이었다.


기억은 역시나 왜곡되어 있었다. '소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침 다시 보니 소년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것 같다.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작업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한쪽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호감을 표시하는데 다른 한쪽은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았던 청년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그는 상대의 전화번호를 받고, 그리고, 뛰어나간다. 그게, 마레 지구였다.






'나'가 매번 확인하게 되는 '너'라는 사람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며, 결코 '나'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너'라는 사람에게 '나'는 점점 더 속수무책이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혜진, p.46)



같아서, 어쩌면 달라서, 우리는 때로 속수무책이 된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 때 그 순간은, 우리의 다름 때문에 생겨난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숱하게 많이 우리가 이렇게나 다르구나 생각했고, 우리가 너무 달라서 결코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한 날들이 수두룩하다. 낮에도 그리고 밤에도 나는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토록이나 자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내일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속수무책이 되었음에 다름아니다.




4월이 다 가고 있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거기엔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모든 사람 안에는 자신이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이 잠재되어 있는 셈일 텐데요. 물론 제 안에도 저 스스로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라면 원래 사람이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좀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것 같습니다. 당연하다고 말은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늘 얼마간은 체념하게 되는 것도 같고요.
그리고 한 사람의 모순적인 면면 혹은 이중적인 모습들이 드러나는 순간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만으로는 해명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합니다. 시기와 상황, 처지와 형편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이전과 다른 선택과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에 따른 결과나 책임의 양상도 달라질 테고요. 또 그걸 보는 사람들의 입장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혜진)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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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20-04-2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단편 보고 김헤진 작가님 책 더 보고 싶더라고요.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ㅎㅎ

다락방 2020-04-24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가난과 선함을 함께 놓고 가는것 같단 생각을 이 작품 보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웽님, <딸에 대하여>도 봤어요? 그것도 괜찮거든요. 아직 다른 단편들 보기 전인데 이 단편 좋았어요. 사실, ‘나‘의 ‘너‘에 대한 이끌림에 크게 공감하진 못하겠지만요. ‘너‘가 저에게는 호감형 인간이 아닌지라 ㅎㅎ 아무튼 좋은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잠자냥 2020-04-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고양이 밥을 가끔 챙겨주는 저로서도 길고양이 밥주는 분들 ‘이미지‘에 약간의 클리셰랄까 편견이랄까 이런 게 머릿속에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의 그 편견을 깨는 분들을 만나면 좀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ㅎㅎㅎ암튼 흥미로운 단편이군요.

그나저나 마레 지구 저도 엄청 좋아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네요. 구스 반 산트는 어디서 늘 저렇게 예쁘장한 청년과 소년들을 발굴하는지 원 ㅎㅎㅎ 덕분에 잘 봤어요. 집에 가서 또 봐야지. =33

다락방 2020-04-24 09: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저도 저라는 인간 자체가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맞닥뜨릴때면 당황스러워요. 게다가 제 안에 자리한 이 편견.. 잠자냥 님 표현대로 클리셰, 편견 이 적합한 표현인 것 같아요. 저는 왜 길고양이 밥 챙겨주는 사람이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멀거라고 당연히 생각할까요? 당황스러웠어요.

잠자냥 님도 마레 지구를 좋아하신다니. 우앗. 너무나 반가워요 흑흑 ㅠㅠ
저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이 얼마나 신나던지요! 물론 출근하고 나서는 똥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레 지구 좋아요! 막 마음이 살랑거려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