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스테이크 &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코로나19 덕분에 주말 일상도 바뀌었다. 최근에는 주말이면 늘상 새로운 요리를 시도한다. 거창할 것 없는 것들로 준비하는데, 지난주에는 달고나 커피를 시도했다가 망쳤다. 천 번 저으면 된다고 했는데.... 천 번 저어도 나는 망했고, 엄마는 나에게 천 번 안저였다고 말씀하셨다. 천 번.. 된 것 같은데, 엄마?
의욕 상실되어 다음부터 안만들기로 했다. 역시 돈이 짱이야. 돈 주고 사먹는 게 진리! 남들이 다 해둔 거, 나는 그냥 돈만 주면 마실 수 있잖아?
달고나 커피에 도전하기로 했던 계기는 <밥블레스 유2>의 옥주현 편이었다. 멤버들과 옥주현이 그릇 두 개에 같이 준비하는데, 옥주현이 대화 중에도 계석 저어줬던 그릇이 성공한거다.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아니, 옥주현, 뭘 해도 될 사람이네..크게 성공할 사람이야... 이 사람은 뭘 해도 된다, 같은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나도 뭘 해도 되도록 하자' 하고 시도한 것이 달고나 커피. 해보고 나서, 아 나는 뭘 해도 되는 사람은 아닌가부지? 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렇게 '뭘 해도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이 옥주현 말고도 한 명 더 있는데, '재재' 였다. 이 사람의 방송을 뭐 하나 제대로 본 건 없지만 SNS 를 통해 짤이나 영상을 봤던 봐, 엄청 성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뽝 오는 거다. 인터뷰 하기 일주일 전부터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를 싹 모은다고 했다. 그리고 달달 외운다고. 그러니 인터뷰 할 때에는 막힘이 없는 질문과 드립이 나올 수 있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연애와 결혼'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댄스도 시키지만 하기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이것도 너무 인상적인 거다. 그간 숱한 예능에서 남자들이 여자 연예인들 보고 '애교 부려보라'고 했던 거 생각하면 이 얼마나 깨끗한 인터뷰어 인가. 나는 방송에서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애교 부려보라고 하는게 진짜 너무 싫었다. 다들 미친거 아냐? 뻑큐다 진짜.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옥주현 과 재재 를 보면서 뭘 해도 될사람이다, 크게 될 사람들이야, 같은거 생각하며 즐겁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오늘의 요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SNS 를 통해서 나는 '양배추 스테이크'라는 음식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양배추를 먹는 것이다. 게다가 요리방법도 간단해? 그래서 시도해 보았다.
1. 양배추를 먹고 싶은 스테이크의 크기 만큼 썰어둔다.
2. 썰어둔 양배추에 후추와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고 한쪽 면에 밀가루를 묻혀둔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넣어 달궈준 후 간맞춘 양배추를 올려 중불에 익힌다.
4. 익히면서 양배추 위에 먹고 싶은 치즈를 뿌린다. 나는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 치즈를 얹었다.
5. 프라이팬 한쪽 구석에 버터와 다진마늘을 녹이고, 그 소스를 숟가락으로 퍼서 익어가는 양배추 위에 계속 뿌린다.
완성. 윗면으로 그대로 꺼내면 좀 보기 숭하고... 접시에 낼 때는 뒤집어서 냈다. 비쥬얼 보자.

괜찮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누군가가 생각난다)
저 밑은 치즈로 가득한데, 칼로 썰어먹기 불편해서 저렇게 담아낸 뒤에는 가위로 뎅강뎅강 막 잘랐다. 아빠 엄마 맛보시는데 맛있다고 엄청 잘 드셨다. 그런데 그 맛은 뭐랄까...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가 한 일인듯 하다. 양배추가 한 일이 아니야. 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만 있으면 뭐가 됐든 천하무적 아닙니까?
그리고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1.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와 마늘을 넣어 달달달 볶는다.
2. 아스파라거스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달달달 볶는다.
3. 느낌이 오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 베이컨을 달달달 볶는다.
끝.

후추는 뿌렸지만 소금은 뿌리지 않았다. 베이컨이 짜기 때문에 굳이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좋다. 게다가 아스파라거스의 식감도 좋아서 이 음식도 매우 잘 먹었다. 아빠 엄마도 아주 맛있게 드셨다. 문제는,
내가 저렇게 두 가지 요리를 하고 방전되어 버렸다는 것. 부엌은 초토화가 되고, 이 두 음식을 한꺼번에 내고 싶었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요리하면서 스트레스. 결국 다 끝내고 식탁에 자리잡고 앉았더니 눈에는 다크써클 내려오고..해놓은 음식은 요란한 게 아닌데 나의 정신과 육체 왜때문에 이렇게나 요란한 것인지.. 와인을 따서는 마시는데, 엄마가 내 표정 보고 너무 웃으셨다.
"너 완전 지쳐보여. 이제 요리하지마."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요리만 하면 방전이 된다. 저게 뭐라고. 저거 내 여동생 같은 사람들은 30분도 안되어서 부엌도 정리되고 한꺼번에 두 가지를 같이 내고 맛도 나보다 더 있게 할텐데, 나는.................나는 부엌 정리하다가 빡쳐가지고 엄마가 정리 옆에서 같이 도와주셨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부엌만 보면 출장뷔페 요리 준비한 줄 알겠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두 가지 요리를 놓고 술을 마시면서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모가 찾아오면 이거 해주면 좋겠지? 하고 엄마한테 물었는데, 엄마가 그러셨다.
"그냥 치킨이랑 피자 시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돈 벌어서 다 사먹어야지. 돈 만만세다!!
난 요리 안할거야. 난 돈 벌거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