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맡긴 돈을 잘 운용해나갔다. 그래서 얼마 뒤에는 아버지의 약속대로 내가 관리할 품목도 늘어났다. 이제부터 나는 필요한 물건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그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 때문에 내가 받는 돈의 액수도 증가했다. 더구나 아버지는 이제부터 돈을 매달 주는 것이 아니라 분기마다 건넸다. 좀 더 긴 기간에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기간을 반년이나 1년으로 늘리지는 않았다. 기간이 너무 길면 내가 무질서 상태에 빠질까 저어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내게 준 돈은 종조부 유산의 이자였다. 그것도 이자의 일부였다. 내가 그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썼음에도 내 전 재산은 나머지 이자와 원금이 합쳐지면서 꾸준히 불어났다. 그런데도 내가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고 식사를 얻어먹는 것은 문제였다. 결국 나는 집값과 밥값 명목으로 분기마다 일정한 액수를 부모님에게 지불하기로 했다. 그 밖에 필요한 것들, 즉 옷과 책, 기구 같은 것은 모두 내 분별력에 따라 재량껏 구입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pp.25-26)


















이 책속의 주인공 하인리히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다. 좋은 집에서 교양있는 부모와 부족함없이 살고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진게 있는 상태로 태어난 것인데 심지어 종조부로부터 어마어마한 유산도 상속 받았다. 어느정도 사리판단이 가능한 나이가 되자 아버지는 그 유산의 이자를 정기적으로 그에게 건네고, 그는 그 돈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다. 그래도 돈이 남는단다. '유산의 이자의 일부'만 받아 썼는데도. 남은돈을 다시 예금해서 자꾸 재산을 불려가는 게 그의 경제활동이고, 그는 '노동'으로 돈을 벌지는 않는다.


아, 이쯤에서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은 '돈 많은 녀석의 유랑기' 를 보여주기 위한 책은 아니다. 물론 돈 많은 녀석이 유랑하긴 한다. 녀석은 해마다 오랜기간 여행을 하며 타지에 머무른다. 그래도 전혀 걱정이 없다. 돈이 많으니까. 녀석이 하는 일이라곤 식물과 동물을 관찰하고 그림 그리며 지식을 쌓아나가는 거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연극을 관람한다. 책을 읽는다. 그래도 밥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부자의 시간보내기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쓰여진 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삐딱하다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것이다. 


녀석이 또 들과 산과 뭐 기타 블라블라 관찰하기 위한 여행을 하다가 뇌우가 올 것 같은 생각에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집에 몸을 피하고자 들어가는데, 허, 여기도 만만찮게 부자다. 그 집의 주인 어른은 그에게 수년간 관찰한 결과 비가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에게 자신의 집과 정원과 땅을 보여준다. 넓고 넓은 땅을 여기서부터 저어어어어어어어어기 까지 가리키며 저게 다 내 땅이네, 한다. 이 방 저 방 보여주며 여기는 서재고 여기는 손님방이고 서재에서 꺼낸 책은 여기서 읽고 여기는 식당이고...한다. 심지어 집 안에 목공예소까지 있다. 그가 하는 일도 뭐 하인리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양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좋은 대리석을 가져다가 뭘 만들고 장미꽃 잘 피게 하고....




날이 퍽 길어졌다. 항상 같은 시간에 차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도 하늘에 석양빛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여 우리는 식사 후에도 정원으로 나갔다. 우리 일행은 큰 벚나무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 벤치에 앉았다. 주인어른과 부인이 가운데에 앉았다. 정원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다. 주인어른 왼쪽에는 내가, 부인 오른쪽에는 나탈리에와 구스타프가 앉았다. 사위가 점점 어두워졌다. (p.263)



하인리히가 그 집에 머무르는 동안 하는 일이라곤 점심 먹고 산책하고 저녁 먹고 산책하는 일이다. 때로는 점심먹고 쉬고 저녁 먹고 쉬거나 점심먹고 이야기하고 저녁 먹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동안 그들의 끼니는 여러명의 하인이 다 해결해준다. 식사 시간이 되면 어슬렁어슬렁 식당으로 가서 하인들이 차려놓은 밥을 먹기만 하면 된다. 다 먹으면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치우는 사람 따로 있으니까. 그리고는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하거나 하면 되는 것이다. 



노파심에 말하는데, 이건 한심한 소설도 아니고 부자 욕하는 소설도 아니다. 시종일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다. 숭고하다고 말해도 좋을 지경이다. 그런데 나는 2권을 사지 않고 1권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책을 그만 읽을까를 고심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가득한 자연에 대한 묘사도 내게 인상깊지 않을 뿐더러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데 불어나는 재산을 가진 녀석을 꼴도 보기가 싫다. 물론 그렇게 여유있는 사람들이 학문에 깊이 열을 올려 열심히 탐구하고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애초에 태어나기를 부자로 태어난 것인데,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2권에 등장하게 될 이 부자들의 사랑이야기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부유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났다. 그렇다고 똥꼬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란 것도 아니다. 갖고 싶은 걸 다 사주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학교 준비물을 못가져 간 적은 없었다. 지금은 내가 필요한 걸 내가 살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명품백을 살 능력은 안되지만 책 오만원어치를 사서 에코백을 받을 능력은 된다.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고가의 와인을 마실 능력은 안되지만, 마트에 가서 2만원에 세 병주는 와인을 살 능력은 된다. 그리고 이만큼이 내 노동의 대가다. 만약 고가의 무엇이 필요하다면 나는 할부를 긁어야 한다. 내게 할아버지가 남겨준 유산 따위는 없다. 심지어 용돈을 주는 할아버지도 없다.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가 내 땅이네, 하는 사람을 나는 건너건너서도 알지 못한다.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 책속의 녀석은 궁금한 식물을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학문을 탐구하는 게 전부인데-그게 별거 아니라는 게 아니다-, 재산은 불어난다. 




나는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그동안 자부해왔다. 그래서 소설을 쓰지는 못할 지언정 '잘 읽는다' 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주인공에게는 도무지 공감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책장이 더디 넘어간다. 노동 없이 재산이 불어나는 녀석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 그에게는 아주 장점이 많다. 상대가 사적인 것에 대해 감추고 싶어하는 듯 하면, 그걸 캐묻지 않고 넘길 만큼의 배려를 가지고 있고, 연극을 보면서 그 연극에 푹 빠질만큼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다. 그러나 그 배려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그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교양있는 부모 밑에서 여유로운 시간에 좋은 교육을 받았다면, 하루에 얼마만큼의 땀을 흘리고 그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람들보다 무언가를 습득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인게 아닌가. 그가 장점을 가졌다면, 그 장점을 갖기 위한 우선순위에 그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야 무엇이든, 어찌되었든, 나는 열등감이 폭발한거다. 





정밀하게 묘사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조화로운 발전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와 더불어 19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성장소설로 평가받는다. 니체에 의해 최초로 그 문학적 진가를 인정받은 후부터 고전으로서 다시금 커다란 주목을 받았고, 1, 2차 세계대전 이후 더욱 많은 작가들이 그의 심오한 예술성을 격찬하였다. [책 소개 中]



열등감이 나를 이렇게 만든것 같다. '19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성장소설' 이라는데, '니체에 의해 최초로 그 문학적 진가를 인정받'았다는데, '심오한 예술성을 격찬' 받았다는데, 나는 이 녀석은 노동없이 재산을 불리는군, 하며 자꾸만 시니컬해지는거다. 독서란 독자의 몫임을 새삼 실감한다. 책을 쓰는 자의 몫이 아니라, 그 책을 읽는 자의 몫. 나는 아직 2권을 살지 말지 읽을지 어쩔지 결정을 하지 못하겠다. 후..





그건그렇고,




나는 요즘 핸드백 대신 이 에코백을 들고다닌다. 출퇴근 시에도 얄짤없이 에코백이다. 유후~ 저렴하고 가벼운 에코백. 게다가 이것저것 쑤셔 넣는대로 많이도 들어간다. 이 에코백을 메고 걸을 때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미셸 윌리암스'가 분한 '마고'가 된 기분이다. 후훗. 이 여름엔 다 필요없고, 이 에코백만 들고다닐테다. 멋져..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멋져서 나 스스로 나한테 반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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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이 시를 쓰는 동안
    from 마지막 키스 2019-02-27 08:42 
    생일날 아침 유코는 은빛 강가에서 말했다."아버지, 저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승려의 미간이 깊은 실망을 나타내며 찌푸려졌다. 태양이 물결무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개복치 한 마리가 자작나무들 사이를 지나 나무다리 아래에서 사라졌다."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 한 편의 시는 한 편의 흘러가는 물이다. 이 강물처럼 말이야."유코는 고요하게 슬러 사라지는 강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했
 
 
Mephistopheles 2013-08-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아 남아돌고 시간 남아 돌면서 자연을 만끽하고 여행을 다니고 여유를 부리는 사람보다 돈과 시간이 부족함에도 알차게 쪼개서 최소치로 모든 여가가 가능한 사람이 능력자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너무 멋져 반할만도 하군! 이랍죠

다락방 2013-08-13 13:15   좋아요 0 | URL
ㅎㅎ 이건 더 많이 가지지 못한 자의 투덜거림이죠. 더 많이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다 저같이 투덜거리기만 하는건 아닐텐데, 분명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작품속에 몰입하고 할텐데, 제 못난이 열등감이 튀어나와 버렸어요. 쩝...많이 가지지 못해서 못난게 아니라 열등감을 가져서 못난것 같아요.

하아- 점심엔 피자와 샐러드를 먹고 살짝 아무도 모르게 낮술 한 잔 했더니 집에 가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아무도 몰라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3-08-1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그날 저 가방안에 타미를 위한 머리띠가 있었겠네요.

2.2권은 사지 말고 언젠가 여유될때 대...출..을.....

3.다락방님 뭘 새삼스레 반하고 그러세요^^


다락방 2013-08-13 13:13   좋아요 0 | URL
1. 우와 아무개님 기억력 짱 ㅋㅋ 네네, 저 가방안에 타미 머리띠가 있었죠.
2. 끝까지 읽을까 어쩔까 진짜 결정을 못하겠는데요, 일단 2권을 읽을거라 결정을 한다해도 그 사이에 다른 책을 한 두권쯤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뭔가 색다른게 필요해요. 흐음.
3. 그렇지만 ㅠㅠ 대체적으로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더 많은걸요. Orz

2013-08-13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3-08-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한 번이라도 한국 드라마를 봤다면, 1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인리히가 사실은 부자상인의 친자가 아니었고, 잘나가던 집은 파산이 날 것이며 2권에서는 나중에서야 나타난 부자상인의 친딸과 사랑(근친?)에 빠질텐데요.
그나저나 가방 참 크네요. 책 다섯 권은 충분히 들어갈 듯. 고기 열 근 정도도 충분히. ㅋㅋ

Mephistopheles 2013-08-13 12:47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요즘은 이런 출생의 비밀도 진부하다고...주인공 남자를 갑자기 죽여버리거나 커밍아웃 시킬수도 있습니다. 물론 죽기 몇 분전 유체이탈은 기본이고요...

야클 2013-08-13 13:06   좋아요 0 | URL
타임슬립을 해서 2013년 한국의 '늦여름'으로 올 수도 있지요. 하인리히가 '하인희'라는 어여쁜 여자로 둔갑하여....

다락방 2013-08-13 13:11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인리히->하인희. 이거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스토리의 탄생을 예고하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야클님. 가방이 크다해도 제가 고기 열 근을 넣을리는 없잖습니까? 네?

Mephistopheles 2013-08-13 14:05   좋아요 0 | URL
왠지 모르게 게르만 여인네들은 무지 억센 분위기인데......


고깃집에서 낭낭하게 여기 삼겹살 5인분 Take out 해주세요. 쌈장에 버무려서요......라고 충분히 포장해서 가방에 넣어 다닐 것 같은 느낌..????? (어 왠지 전혀 실현 불가능은 아닐 것 같다는..)

다락방 2013-08-14 10:10   좋아요 0 | URL
삼겹살 5인분 테이크아웃 이라뇨, 메피스토님. 아놔 ㅋㅋㅋㅋㅋㅋㅋ삼겹살은 구워서 바로 그 자리에서 뜨겁게 먹어야 하는데 테이크아웃 이라뇨. 그럼 맛 없을거 아녜욧!!!!!!!!!!!!!!!!!!!!!!

moonnight 2013-08-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신에게 한 번 반해보고 싶어요. 그럴 수 있는 다락방님 부러워요. ~~~^^

다락방 2013-08-14 10:10   좋아요 0 | URL
반하는 시간보다는 사실 제 자신을 원망할 때가 더 많은걸요 문나잇님. 이렇게라도 가끔 반해주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어요. 흑.

마노아 2013-08-1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쁘네요.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이 표지를 참 잘 뽑았어요.ㅎㅎㅎ
저 에코백이 저번에 제가 본 것 맞나요? 약간 풀빛으로 보여요. 사진이 실물보다 더 근사해요.ㅎㅎㅎ
저도 여름 내내 무크지 부록으로 받은 가방 들고 다니는데, 얘는 가격 대비 좀 비싸구요.
책 사고 받은 에코백이 훨 나은 것 같아요. 근데 저 무크지 한번에 세 개씩이나 사서..;;;;;

다락방 2013-08-14 10:11   좋아요 0 | URL
표지 너무 예쁘죠. 아무래도 2권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있긴해요. 그런데 대체 왜...왜..........일을 안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긴 하지만 말이죠. 아마도 제가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 배부른 자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가 봐요. 아...짜증나.........

감은빛 2013-08-1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죽은 아버지의 저작권료로 먹고 살면서
부족함 없이 편하게 백수 생활을 하는 걸 보고 무척 짜증이 났습니다.
그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와는 별개로 그 설정 하나 때문에 왠지 집중이 안되더군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 집중을 못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멋진 다락방님, 제 생각에는 열등감이 아니라 당연한 불쾌감이 아닐까요?
저들이 저렇게 노동없이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건,
우리같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한 결과니까요.
우리 입장에선 당연하게 불쾌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다락방 2013-08-14 10:1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는 어바웃어보이는 짜증이 났던건 아닌데 그 상황을 보면서 '아 팔자가 늘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나도 뭐 하나 저작권료 계속 받아먹을 수 있는거 대박 터뜨려야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바웃 어 보이를 아주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거기엔 가난하고 아버지도 없는 소년이 나오기도 해서 그런것 같아요.


나는 노동을 하고 있는데 노동 없이 배부른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분노가 차오르죠.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사실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제가 옆으로 시선을 돌려버린 결과인 것 같아 '내가 왜 이러지' 싶어진거에요. 내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고, 그걸 잊지 못하고 있는건가 싶으면서 말이지요. 왜 이 작품을 한 남자의 성장으로 읽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을 한거죠. 주인공은 책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그 성장이 제가 생각하는 성장과는 좀 달라서, 그게 좀 제 마음에 안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yamoo 2013-08-1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심히 공감하는 바입니다..근데, 마지막 한 줄 때문에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ㅎㅎㅎㅎ
마지막 한 줄이 홈런을 날립니다~^^

다락방 2013-08-14 10:15   좋아요 0 | URL
ㅎㅎ 야무님도 야무님한테 가끔 반하고 그러세요. ㅋㅋ 내가 나한테 반해주지 않으면 누가 나한테 반하겠습니까. 하하하하(어쩐지 슬프네요 ㅠㅠ)

비로그인 2013-08-1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가 내 땅이네, 하는 사람을 나는 건너건너서도 알지 못한다.

저는 몇 분 알아요. 우리 친구해요. 다락방님.. ^^ ㅋㅋ


p.s
(그래도 그 분 들 중에는 말 할 수 없는 사연으로 온 인생을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부족한 자아 긍정과 만족을 수백만원 짜리 옷으로 치장하며 사는 분들도 계시죠. -그렇다고 그 분들의 삶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제가 무어라 한 마디로 판단은 못하겠어요..인생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서 봐야하고, 어느 한 기간이 아니라/ 정말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봐야하는 일 같아요. ㅠㅠ)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멋져서 나 스스로 나한테 반하곤한다" 는 다락방님은 다락방님의 가치가 있으시고 저는 그런 다락방님이 좋아요..




다락방 2013-08-14 10:27   좋아요 0 | URL
제가 새벽숲길님과 친구한다면, '저게 다 내 땅이네' 하는 사람을 건너건너서 알게 되는거네요. 하하하하.

네, 다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러니 겉모습 만으로 그 사람의 삶이 어떻다고 감히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없죠. 그래서도 안되는 일이고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내 관점에서 부당해 보일 때, 저 혼자 분노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한다고 상대가 내 생각에 맞장구쳐주지도 않겠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과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확실히 달랐어요. 더 많은 지식을 쌓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주인공은 앞으로 쑥쑥 나가지만, 저는 그게 아닌 다른 걸 보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고싶었던 걸 볼 수 없으니 그래서 화가 났던것 같고요.



인생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서 봐야 한다는 새벽숲길님의 말씀, 참 좋으네요.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한 부분만 보면 확실히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겠죠. 저도 제 인생을 부분부분으로 나눴을 때 감추고 싶고 버리고 싶은 부분들이 확실히 있거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부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3-08-14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다락방님에게 많은 걸 배워요..그래서 참 좋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8-1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에게 반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죠+.+

다락방 2013-08-16 14:52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반하는 시간보다는 열등감을 갖는 시간이 더 많은걸요. Orz
 
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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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가 많이 남았다는 건 그 지역공동체가 건강하다는 뜻이지. 그 가게들 주인이 자식 낳아서 학교 보내고 지방세 내고 자치회도 한단 말이지. 대자본이 침투하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 지역 전체가 죽어. 주민들의 삶이 활기차고 건강한 생태게는 일급수 같아서 다양한 소자본 사업체, 관계망이 발달한 곳이지. 우리 고향이 아직 그런 채로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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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8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8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8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08-09 14:40   좋아요 0 | URL
왜 자꾸 비밀 댓글을 다는 거예요?

다락방 2013-08-09 14:42   좋아요 0 | URL
그..그...그........그러게요? ( ")

네꼬 2013-08-09 15:48   좋아요 0 | URL
비밀댓글 누구예요? 자작나무님이세요? 흥. 샘 나게.

다락방 2013-08-09 15:53   좋아요 0 | URL
아뇨. 비밀댓글은 다른 분이에요. M 님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3-08-10 09:1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엔 M님이 많더라구요. ㅋㅋㅋㅋ

2013-08-10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12 11:28   좋아요 0 | URL
하핫;; 글쎄요. 왜 자꾸 비밀댓글인지는 저도 잘.. ( ")

아무개 2013-08-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의 완승! 보내고 연락드릴께요^^

그런데 왜 자작나무님의 비밀댓글을 제가 볼수 있는걸까요? 이상타~

다락방 2013-08-12 11:43   좋아요 0 | URL
흐음. 그건 아마도 아무개님의 비밀댓글에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ㅎㅎ

아무개 2013-08-12 11:44   좋아요 0 | URL
아하~
 
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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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공감할 수 없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이야기가 있는데, 내게는 '어릴적부터의 사랑이 어른이 되서도 쭉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아무리 공감하려고 해봐도 잘 되질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사실 이해도 잘 되질 않는다. 대체 어떻게 초딩때부터 한눈에 쑝 간 사람에게 내내 그 사랑을 유지하며 나이가 아주 많은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어릴적부터 이어온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여튼, 그런 이야기는 참, 재미가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 이라고 평가 받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로망으로 느껴진다거나 동화의 완성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난 참, 재미없다. 쩝. 그건그렇고,

 

나는 기본적으로 회는 좋아하지 않고(안먹는다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물회'라는 건 먹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지만, 이 부분을 읽고는 '아뿔싸, 겁나게 입맛을 당기잖아!' 했다. 물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었다면 환장했을 듯.

 

 

 

처음에는 집 안의 부엌 딸린 방에 손님을 받았다. 고만고만한 식당이야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만큼 많았기 때문에 단골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어머니는 해녀였다. 어떤 해산물이 싱싱하고 맛있는지, 싸면서도 구하기 쉬울지 누구보다 먼저 알았다.

포항의 항구에는 아침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연안에서 잡은 가자미, 청어, 열기, 삼치, 쥐치, 도미, 오징어 등을 실은 어선들이 즐비하게 정박했다. 어부들은 조업을 나가면서 채소와 물, 초장 등을 배에 실어 가지고 바다로 갔다. 물고기가 일단 잡혀 올라오기 시작하면 굶어도 허기를 모르고 옆에서 인어를 따라 용궁으로 사라져 가도 모르는 게 인지상정이다. 밤중부터 새벽까지 그물을 당기고 물고기를 끌어올리던 그들은 한껏 허기가 지는 새벽에 참을 먹기 위해 갑판에 앉았다. 잡아 올린 물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그릇에 넣고 시원한 오이며 채소를 푹푹 썰어서 더하고 고추장을 넣어서 쓱쓱 비빈 뒤에, 빨리 먹기 위해 물을 그득 부어서 나눠 먹는 것, 그게 어머니가 내놓은 물회의 원래 모습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직접 물질로 잡은 해삼, 멍게, 소라, 성게 같은 해산물까지 물회로 만들어 내놓음으로써 해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명해졌고 손님은 급증했다. (p.57)

 

 

캬- 멍게며 소라 해삼까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참으로 맛깔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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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8-0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회 맛있어요..ㅎㅎ

다락방 2013-08-07 17:41   좋아요 0 | URL
전 시도하기가 어쩐지 겁나요. ㅎㅎ

Mephistopheles 2013-08-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물회를 못드신다..이말이군요.....ㅋㅋㅋㅋㅋ 잘알겠습니다.

다락방 2013-08-07 18:06   좋아요 0 | URL
뭐..뭐죠. 왜 불길한 느낌이 들죠? -_-

2013-08-07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8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08-0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저랑 강릉집 한번 가시죠.

다락방 2013-08-08 17:27   좋아요 0 | URL
물회 파는 곳인가요? 노땡큐에요. ㅎㅎㅎㅎㅎ

2013-08-0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13-08-09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는 솔직히 무슨 맛으로 먹는지 싶네요.;;;

다락방 2013-08-09 11:43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그랬는데 이젠 잘 먹는다능. 와사비 맛으로 드세요, 가넷님 ㅎㅎ

jo 2013-08-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서재네요. 헤헿. 물회는 안 먹어 봤는데...

다락방 2013-08-12 09:35   좋아요 0 | URL
전 아마 앞으로도 안 먹을것 같아요. ㅎㅎ
 

지난주 토요일.

 

외출을 하려는 내게 조카는 '이모 타미도 같이가자' 라고 했다. 나는 '아, 거기는 타미를 데려갈 수 없는 곳이야' 라고 말했고 조카는 서운해했다. 조카의 손에는 망가진 나의 머리띠가 들려있었다. '이모가 오면서 머리띠 새로 사와야겠다' 라고 말했더니 조카가 좋아한다. '타미야, 이모가 오면서 이모 머리띠랑 타미 머리띠도 같이 사올까?' 라고 물으니 '응! 타미는 토끼 머리띠로 사와' 라고 한다. 알았다고 답하고 외출을 했다. 광화문에 내려 제일 처음 눈에 띄는 악세서리 가게로 들어갔다.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갈 때는 머리띠를 미처 사지 못할지도 모르니 일단 미리 사두고 만나자, 고 생각해서였다. 내것은 저렴한걸로 금세 골랐는데 조카의 것은 마땅한 게 없다. 토끼는 커녕 다른 캐릭터도 보이질 않아 리본 장식으로 살까 하다가, 조카가 잠시잠깐 하는건데 저 비싼 리본장식을 굳이 사서 뭘하나 싶어 그냥 내 것과 똑같은 단순한 걸로 샀다. 나는 하늘색 조카의 것으로는 노란색으로 계산을 마치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 여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언니, 타미 머리띠 사온다고 했어? 타미가 계속 이모가 머리띠 사온다고 기다려. 안사오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 오다가 간단한 머리끈이라도 사다줘.] 란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사뒀어. 걱정하지마. 내가 좀 늦을텐데 타미가 잘까봐 그게 걱정이네.] 라고 답을 보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갔다. 타미와 여동생이 자는 방문을 살짝 노크를 하고 빼꼼 열어보니 불이 꺼져있었다. 작게 속삭였다. 타미 자니? 라고. 그러자 여동생은 '타미야 자?' 물었고 조카는 벌떡 일어나더니 "이모!" 라고 부른다. 나는 얼른 불을 켜고 가방에서 머리띠를 꺼내며 내밀었다. 머리띠 사왔어, 타미야. 라고. 조카는 신나하며 해줘, 라고 말한다. 나는 조카의 머리에 머리띠를 꽂아주었고, 조카는 거울을 보며 활짝 웃는다. 아, 사오길 잘했다, 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머리띠인데 조카가 하니 나보다 훨씬 이쁘다. 조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여동생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 가방을 놓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다. 여동생이 조카 잠들었다고 말하길래, 자는 모습을 보고싶어져 들여다보았다. 옆으로 누워 자는 조카의 두 손에는 내가 사준 머리띠가 들려있었다. 하아- 머리띠를 꼭 쥐고 자는 조카라니!!!!!! 사랑스러워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그건그렇고, 그 날.

광화문 교보문고(여기까지 쓰는데 오타냈다. '광화문고' 라고.)에 갔다가 음악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가보았다. 핫트랙스 CD 파는 곳 앞에 진열대가 나와있었고, 거기에서 클래식 CD 를 판매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음악소리도 역시 그곳에서 들리는거였는데, 그 음악이 무척 좋아 나는 스맛폰의 음악검색 어플로 그 앞을 왔다갔다하며 검색해봤다. 그런데 음악검색에서는 인식할 수 없다는 메세지가 자꾸 떴다. 클래식은 인식하지 못하는걸까. 쭈볏거리며 그 앞을 왔다갔다하는데, 그런 나를 눈치채신건지 판매하시는 분이 시디 한장을 들어 내게 건네시며, 지금 나오는 음악은 이겁니다, 하시는거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앨범명을 읽으려고 했는데 영어로 많은 단어들이 써있었다. 가격을 보니 19,000원. 살까, 하다가 인터넷으로 주문하자 싶어 그만두고, 대신 인터넷에서 사기 위해 앨범명을 외워두자 싶었다. 가장 굵게 보이는 단어를 외워야지. 순식간에 가장 굵은 단어를 외워두고는 CD 를 얌전히 제자리에 두었다. 그리고는 그 단어를 까먹을새라 스맛폰의 메모장을 꺼내어 적었다. 그 단어는 이것이었다.

 

 

goldberg variations

 

 

그리고 어제. 이 시디를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검색해봤다. 그리고 기겁했다.

 

 

 

무려 268개!!!!!!!!!!!!!!!!!!!!!!!!!!!!!!!!!!!!! 세상에.

 

그러니까 내가 메모한 저 뜻이 '골드베르크 변주곡' 인거다. 그걸 나는 몰랐고, 그 연주가 아주 여러사람의 시디로 나와있을 거라는 것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젠장. 클래식에 대해 알지 못해 일어난 일. 하아-

 

만약 내가 시디의 재킷 그림을 외워두었다면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처리됐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외우지도 못하는 사람. 그래도 설마, 보면 알겠지 싶어 훑어 내려갔지만 도무지 내가 본 시디가 어떤 시디인지를 모르겠는거다. 지금 틀어뒀다면 최근에 나온게 아닐까 싶어 출간일순으로 정렬해보았지만 그래도 모르겠더라. 제기랄. 그러다 얼핏, 표지에서 '첼로 연주'란 말을 본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들은 게 현악기 소리였다는 것도 기억났다. 그래서 나는 'goldberg variations 첼로' 라고 검색해보았다. 해당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온다. 아, 첼로를 영어로 써야 하나 싶어 영어사전으로 첼로를 검색했다. 첼로는 영어로 cello 였다. 그래서' goldberg variations cello' 검색했다.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온다. 니미..

 

 

다시 goldberg variations 로 검색했다.

 

 

 

하아- 아득하다. 아득하다. 내가 아는건 '글렌 굴드는 확실히 아니다' 라는것. 하아- 아득하고 아득하다. 대체 뭐야, 뭐냐고. 한 네 개쯤 클릭해 보다가 토할것 같아서 관뒀다. 내 방에 미니 콤포넌트가 고장났고, 생일을 맞아 다시 들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첫 시디로 이걸 걸고 싶었다. 하아- 근데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어 살 수가 없잖아. 나는 왜 클래식을 모를까. 내가 이런쪽으로 뭔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연주자의 이름을 외워두었을텐데. goldberg variations 라는걸 외우지 않아도 아, 이거구나, 한 다음에 바로 연주자의 이름을 봐두었을텐데. 아니, 내가 그림을 잘 외우는 사람이기만 해도 검색결과의 자켓을 보고 골라낼 수 있었을텐데.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내 옆에 있었던 적도 없지만, 손에 잡힐듯하다 금세 멀어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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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0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음반은 "레이블"까지 외워둘 필요가 있습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8-07 10:28   좋아요 0 | URL
제가 레이블을 외우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져요. 그래서 와인 레이블도 외우질 못하죠. ㅠㅠ

치니 2013-08-0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예술 MD 님이 이 글을 보시면 왠지 알려드릴 것 같아요!

다락방 2013-08-07 10:28   좋아요 0 | URL
아 누군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치니님. 흑흑 ㅠㅠ

꽃사슴 2013-08-0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광화문 교보문고에 전화문의를 드린 결과
클래식 매장쪽에서 나온 음악이라면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슈투트가르트 실내악단 (Stuttgart Chamber Orchestra) | 굿인터내셔널 | 2000년 10월)

http://music.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513000795

-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 3성 인벤션 BWV787-801 (현악 삼중주 버전) - Nimbus Alliance Series )

http://music.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357619927

둘 중 하나라고 합니다. ^^

다락방 2013-08-07 10:36   좋아요 0 | URL
꺅 >.<
완전 땡큐요!!!!!!!!!!!!!!!!!!!!!!!!!!

저는 왜 전화해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고맙습니다!!

LAYLA 2013-08-08 12:03   좋아요 0 | URL
뭐죠 이 달달한 댓글은.. >.<

다락방 2013-08-08 12:59   좋아요 0 | URL
아 라일라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3-08-08 17:29   좋아요 0 | URL
앗. 혹시 다락방님 팬클럽회장님? ^^
매장에 전화까지 해주시다니. 굉장한 정성. 덕분에 저도 앨범 메모 들어갑니다. 호호 ^^

다락방 2013-08-08 17: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덕분에 저도 앨범 구할 수 있게 되었지 뭡니까. ㅎㅎㅎㅎㅎ

자작나무 2013-08-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은 제 전공이군요.
String version 으로는 Stuttgart Chamber Orchestra 것이 구하기 쉽습니다.
Piano version 은 Glen Gould 가 단연 유명하고, 최근 들어서는 Murray Perahia 반이 가장 호평 받는 것 같네요.

다락방 2013-08-07 17:41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
이 댓글을 읽으니 저는 갑자기 자작나무님이 궁금해지네요.
직업은 요리사이며 전공은 클래식..이란 말입니까?

자작나무 2013-08-0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兩手兼將 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락방 2013-08-08 12:59   좋아요 0 | URL
뭔지 몰라서 검색했잖아요. ㅠㅠ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E5%85%A9%E6%89%8B%E5%85%BC%E5%B0%87&sm=top_hty&fbm=1&ie=utf8

비로그인 2013-08-1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소녀는 어제 핑크 매니큐어를 손에 꼭 쥐고 잠이 들었어요~ㅎㅎ
예전부터 매니큐어 바른 어린이집 친구들을 부러워했는데 엄마가 계속 안 사줘서 ㅠㅠ
드디어,이제서야 좋아하는 핑쿠빛 매니큐어를 손에 넣었네요~

다락방 2013-08-12 09:36   좋아요 0 | URL
조카는 빨리 쑥쑥 자라서 이모처럼 어른이 되고 싶대요. 매니큐어도 바르고 싶고(제 아빠가 매니큐어 바르지 못하게 해요 ㅠㅠ), 아메리카노도 같이 먹고 싶다면서 말이죠. 저도 조카 매니큐어 사주고 싶어요. ㅠㅠ 아 조카 보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가를 떠나려던 7월31일. KTX 에 타자마자 알라딘으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연달아 도착했다. 내가 중고신청했던 『여인들의 행복백화점』1,2권과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 중고로 등록됐다는 알림이었다. 나는 누가 사갈까봐 급한 마음에 KTX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그 중고들을 주문하고, 신간인 『밤이 선생이다』까지 함께 주문을 했다.

 

 

 

 

 

 

 

 

 

 

 

그리고는 유빅컵을 받아서 맥주를 따라 마시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무릎 꿇고 어제 8월5일,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주문했다. 웃기게도 『솔로몬의 위증』1,2권은 해당도서였지만, 3권은 해당도서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3권은 이번주문에서 발생하는 적립금을 보태 사도록 하고 해당도서인 토마스 쿡의 소설을 사자, 하고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오늘. 적립금 보태서 솔로몬의 위증 3권을 사자고 생각하고 나의 계정에 들어왔는데, 와- 마일리지까지 포함해서 한 권 사는게 문제도 안되겠는거다. 내 돈 안보태도 되겠다. 내가 어디서 뭘 어떻게 산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적립금이 팡팡 터져가지고 글쎄, 무려 적립금만, 8,000원이 들어온거다!! 꺅 >.<

 

 

 

뭔가 하나는 밤이 선생이다 때문에 받은 것 같고 나머지는 어제의 주문 때문에 받은 것 같다. 움화화화화화화화화핫. 신나는구나~ 행운의 램프인지 요술 램프인지 거기 갔다가 적립금 발급 도서 란 말 보여서 다 눌렀더니 이런 일이 내게 벌어진 듯. 지난주에 로또 한 줄 샀는데 숫자 한 개 맞아서 시무룩했는데 로또보다는 알라딘이 낫구나. 우하하하핫

 

 

 

음..아닌가? 8천원 받기 위해 내가 쏟아 부은 돈이 더 많은가? 갸웃. 어쨌든 마일리지까지 합치면 솔로몬의 위증 3권을 살 수 있겠다. 우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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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8-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나의 계정에서 6,000원 확인하고는 흐뭇해하는 제 모습이 곧 다락방님 모습?
우린 소시민! 단돈 6천원, 8천원에 행복해하는^^ ㅋ

다락방 2013-08-06 09:37   좋아요 0 | URL
오, 세실님도 6천원 받으셨군요! 히히히히히. 물론 책을 사는 데 제 돈을 들이긴 했지만 아주 좋아요,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13-08-0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소소한 행복!!!
저는 오늘 중고샵 5천원 할인권 당첨!
며칠 전 예매권으로 영화 공짜로 보며 소소하니 행복해, 그러곤 나와서 유료주차장 요금 내고 푸핫~
다락방님, 무더운 여름이랑 친하게 지내고 계신거에요??
전 너무 오래 알라딘을 팽개치고 있었어요. 역시 알라딘! ㅎㅎ

다락방 2013-08-06 11:12   좋아요 0 | URL
앗. 예매권으로 공짜 영화 봤는데 유료주차장 요금...이라니. 반전이네요. ㅎㅎ
무더운 여름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저는 휴가 후 업무 복귀가 너무 힘이 드네요. 바캉스 증후군이라나, 어제 티븨에서 나오던데 저 지금 그거인 것 같아요. 어휴.

적립금이 팡팡 터져서 행복합니다. 적립금 받고 싶어서 책 사고 싶은 심정이라니깐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8-0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로또를 택할래요...(몇주 전 로또가 번호 6개중 5개가 당첨번호와 +1, 혹은 -1 되는 멘붕을 경험)

다락방 2013-08-07 14:08   좋아요 0 | URL
으악 전 이 댓글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로또 한 줄을 산 뒤에 그 앞번호와 뒷번호로 하나씩 더 색칠하고 사자. 라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또 그 앞번호와 뒷번호를 색칠해서 사면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하고 끝이 보이질 않더군요...

moonnight 2013-08-06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빅컵에 무릎을 꿇고 당분간 책 안 사려는 결심을 버렸죠. -_-; 근데, 받아보니 유빅컵이 너무 예뻐서 하나 더 받으려고 클릭질 ㅠ_ㅠ;;;;;;;


다락방 2013-08-07 14: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댓글에 무한공감 합니다. 어제 책 박스 뜯고 유빅컵 본 뒤에 완전 만족스러워서 그래, 하나 더 받자, 하고 말았지 뭡니까! orz

레와 2013-08-0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빅컵과 똑같은 모양의 컵을 찾고 말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8-07 14:08   좋아요 0 | URL
똑같은 모양의 컵을 찾는다한들 그것은 유빅컵이 아니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saint236 2013-08-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알라딘이 기가막힌 증정품을 만드네요. 그 미끼에 그만...

다락방 2013-08-07 14:0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대체로 증정품에 무심하다고 저는 스스로 생각하는데,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진짜 미치겠어요. 흉

2013-08-06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3-08-0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또는 무신, 그게 다 다락방님이 쓰신거에요. 현실을 직시하세요 ㅎㅎ

다락방 2013-08-07 14:10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압니다. 안다구요. 그렇게 말씀해주시 않아도 잘 안단 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매지 2013-08-0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제 솔로몬 1, 2권 밑줄에 들어온 땡투는 다락방님이었군요. (헛다리인가요?ㅋㅋㅋㅋ)

다락방 2013-08-07 14:10   좋아요 0 | URL
헛다리가 아닙니다. 훗.

다크아이즈 2013-08-0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지도 못한 적립금은 확실히 로또보다 기분 좋지요.
(헤헤, 요건 거짓말일세 ~~ 로또 맞아 본 적이 없는 자의 과한 리액션^^*)
다락방님 추카드립니다.^^*

다락방 2013-08-07 14:10   좋아요 0 | URL
전 이제부터 로또를 매주 한 줄 씩 사볼까 해요. 로또를 사야 당첨 될 확률도 생기는거니 말이지요. 하하하하핫

BRINY 2013-08-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8일인데 아직 이번 달은 도서주문을 한번도 안했답니다. 유빅컵에 탐나서 조금 검색해보긴 했지만, 그냥 접었어요.... 제 스스로가 장하네요.

다락방 2013-08-09 14:43   좋아요 0 | URL
유빅컵 마감됐대요. 전 한 번 더 받고 싶었는데...유빅컵 생각하니 자동으로 맥주가 연상되어서 지금 힘들어요. 사무실인데..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