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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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레데릭 라르손'은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예테보리'는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구나. 검색해보니 스웨덴이다. 지난주말 스웨덴을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만났는데, 왜 자꾸 눈에 띄는거지.. 가보고 싶다.


2. 예테보리엔 프레데릭 라르손이 없듯이 쌍쌍바도 없겠지.


3. 난 선수처럼 살지는 않는 걸로... 그냥 슬렁슬렁 사는 걸로...


4.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8번이 어떤 곡인지 궁금하니 찾아서 들어봐야지.




인간이란 한계 속에 가둬놓으면 모두가 똑같이 생겨먹은 군화처럼 고만고만한 존재들이었던 것이고, 군대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타나면 군홧발로 짓밟아 고만고만한 존재로 만드는 곳이었다. 튀어서 재미있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p.64)

군대는 스뽀오츠 정신을 발휘할 최소한의 그라운드도 안되는 곳이었다. 돈 있고 힘 있고 얍삽한 놈들은 복무하지 않는 곳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을 리 없었다. 그곳은 그냥 바보들이 바보 놀음을 경쟁하는 곳이었다. 젊을 때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다한다는 보람을 희박하게 만드는 곳이 군대라니. 싸워야 할 병사들을 최고의 바보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곳이라니. 나는 그 대열에 끼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바보짓을 거드는 셈이었다. 병사들더러 대가리를 박으라고 해서 바보를 만드는 것보다 대가리를 첨예하게 써서 막대한 국방비를 낭비하지 않는 게 나라를 더 잘 지키는 일 아닌가. (p.65)

여전히 답은 알 수 없었다. 지금 내 삶은 참 거지 같아도 언젠가 성공해서 현희를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면 그걸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아름다운 그녀도 내겐 없다. 나는 너무 늦었다. 그 사실이 목을 몹시 따갑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존재인가 보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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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조퇴를 하고 극장으로 달려가 [미라클 벨리에]를 봤다. 벨리에를 제외한 가족-엄마,아빠,남동생-은 모두 듣지도 못하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벨리에는 가족과 세상의 소통의 수단인 셈이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찍 일어나 목장 일을 돕고, 또 치즈를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판매하는 일 모두에 벨리에가 필요하다. 게다가 아빠는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한단다. 벨리에가 할 일이 태산이다. 그러던 벨리에는 짝사랑하는 남자애를 좇아 무작정 합창부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어마어마한 목소리와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되고, 합창반 선생님은 벨리에에게 파리에 가 오디션을 볼 것을 권한다. 벨리에는 노래를 부르면서 신나고, 오디션 볼 생각에 매일 열심히 연습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된 부모님은 이런 벨리에가 못마땅하다. 엄마는 '네가 아직 어린데 어떻게 혼자 파리에서 살 생각을 하냐'고 하지만, 실상 엄마의 걱정은 '벨리에 없이 남겨질 자신들' 이다. 아빠는 '너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한다'며 다른 사람을 세상과의 통역관으로 고용해보기도 하지만, 이 모든일은 순조롭지 못하다.



부모님을 설득하려 해보지만 가족과의 골만 깊어져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삶을 포기하려는 벨리에에게, 친구가 말한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네 부모님들은 잘 살아왔어." 라고. 


벨리에는 파리에 가서 오디션 보는 것을 포기한다. 이에 엄마는 웃음을 찾지만, 합창부의 듀엣 공연에서 벨리에가 얼마나 행복해하며 노래를 불렀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환호를 했는지를 직접 본 엄마와아빠는 생각을 바꾼다.


벨리에가 오디션곡으로 선택한 건 <비상> 이었다. 가사중에는 '나는 도망가려는 게 아니다, 날아오르려는 거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노래는 벨리에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있어, 이 노래를 부르며 수화까지 더불어 하는 벨리에를 보며 결국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부모님의 걱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게 보여, 독립하는 게무섭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앞서 '벨리에 없이 살아가야 하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고. 그러나 자식에게 재능이 있는데, 그 재능을 펼치며 날아오르게끔 지지해주는 것도 역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가족들과 벨리에 본인의 안위를 위해 날아오르려는 것을 포기하기 보다는 말이다.


일전에 보았던 그림책, '진 윌리스'의 [꼭 잡아주세요 아빠] 생각도 났다. "널 놔 준다는 건 끔찍이도 어려운 일이구나" 라던, 아빠의 말이.



정말 어려운 건 혼자 서는 과정 보다 혼자 설 수 있도록 놔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이 그림책을 보고 했었다.
















그런 차에 오늘, 이번호 시사인에서 '정혜신'과 '이명수'의 글을 보게 됐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온전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존재, 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문득 내 여섯살 조카를, 나는 언제부터 견디며 놔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다. 내가 지나치게 이 아이를 염려하는 건 아닐까.
















우앗, 그리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줌파 라히리의 신간이 나왔다!! >.<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에세이집이란다. 아직 영어 번역본도 안나왔단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 공부도 했구나. 아...나도 영어 공부 하고 싶은데....라고 그냥 잠깐 또 생각해본다. 잠깐, 아주 잠깐동안.












접힌 부분 펼치기 ▼

 

서른셋의 나이에 장편소설이 아닌 첫 단편소설집으로, '미국인'의 정체성이 아닌 '미국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 그런 그녀가 모국어라 할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직접 쓴 첫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2015년 출간한 이탈리아어 책을 옮긴 것으로 2016년 발간될 영어 번역판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선보이는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94년 난생처음 피렌체를 방문했던 줌파 라히리는 일주일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여행이었지만 시작부터 그 관계는 청각적으로 긴밀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소음, 대화, 문장, 말 들"이었다는 것.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오랜 열망이 시작되었다. 미국에 돌아와 이후 장장 20년간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던 작가는 가족과 함께 로마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두 번째 장편소설 <저지대>를 집필하는 와중이었음에도 로마로 출발하기 몇 달 전부터는 아예 영어로 된 책을 읽지 않고 오로지 이탈리아어로 된 책만을 읽으며 모국어를 철저히 등지는 작가적 모험을 감행한다. 그리고 바다를 건너는 이 물리적인 횡단이 "인생의 진정한 첫출발이 될 것"임을 직감한다. 

이 산문집은 줌파 라히리가 로마에 머물며 이탈리아어를 발견하고 공부하고 탐색하고 마침내 이탈리아어 작가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특유의 간결한 문장과 깊은 성찰로 기록한 책이다. 더없이 유려하게 정제된 23편의 산문 가운데에는 그녀가 이탈리아어로 쓴 단편소설 2편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는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에 대해 시도한 지극한 사랑의 은유들이다.

 

펼친 부분 접기 ▲


당장 주문하고 싶지만, 적립금을 다 써서 2천점 밖에 없으므로 며칠만 미루는 걸로..며칠 뒤엔 중고책 팔거니까 예치금으로 사야지. 히히힛  ☜ 나한테 오는중임.

나도 속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둔 책을 읽고 싶은데 책읽는 속도가 더뎌...이대로는 저걸(사놓고 안읽은 책들) 일 년이 지나도 다 읽을 수가 음슴. 속독 학원이라도 다닐까.....


머리끈을 깜빡하고 안가져와서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노란고무줄로 묶었다. 이따 풀 때 아프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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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9-1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비행기를 탔었는데 비상시에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보호자가 먼저 쓰고 아이에게 씌워주라고 설명하더군요. 저도 그 대목에서 비슷한 생각들었어요. 사랑으로 아이를 지켜보고 믿어주는 것. 어렵지만 늘 명심해야겠지요.
읽고싶은 책이 많은 건 참 행복한 일이면서도 마음한구석이 무겁-_-;;;;;

다락방 2015-09-17 11:31   좋아요 0 | URL
네, 비행기 타면 내가 먼저 착용한뒤에 어린아이 도와줘라, 라고 하는데, 응 그렇지 그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막상 그런 순간이 오면 본능적으로 아이에게 먼저 씌우려고 하지 않을까, 순간 판단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곤 해요. 아, 저는 진짜 너무 걱정이많은 걱정돌이 ㅠㅠ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좋은데, 그렇지만 이걸 언제 다 읽나를 생각하면 역시 답답하죠. Orz

moonnight 2015-09-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벨리에 좋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vod 있으려나. 보고싶네요^^

다락방 2015-09-17 11:3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좋더라고요. 이게 극장 상영하면서 동시에 다운로드 가능한 영화들도 있던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다운로드 가능하면 여동생에게도 보라하고 싶은데 말예요.

2015-09-16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15-09-1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줌파라히리가 로마에서 집필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 근데 이게 수필집으로 나올줄이야 ~~~짱짱
지난 겨울 올 봄 로마에 갔을때 이곳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또 줌파라히리가 살던 곳이라 생각하니 저로서는 좀더 특별한 도시가 되었버렸어요. 처음갔을때는 유적지만 많은 도시로 느껴졌고 두번째에 갔을때에는 그곳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저역시 이탈리아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걸 줌파라히리가 이탈리아로 썼다구요? 과연 천재네요.
비범함이 전해지면서 평범한 저는 털썩 주저앉습니다.ㅜ 하지만 이가을의 시작에 줌파라히리의 출간은 참 기쁜일이네요 ^^

다락방 2015-09-17 11:33   좋아요 0 | URL
로마에서 집필중이라는 얘기는 저는 듣지 못했었는데(워낙 소문에 어두움..), 여튼 이렇게 산문집으로 나왔네요. 줌파의 산문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일단 샀었는데 분량이 되게 적더라고요? 팔랑팔랑 잘 넘어갈 것 같았어요. 그녀가 산문으로 풀어낼 이야기들이 너무나 궁금해요. 그런데 읽기도 전부터 어쩐지 소설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

가을에 줌파의 신간이 나온건 저 역시 너무나 반갑고 좋지만, 역시 나따위...외국어는 1도 모르는 나따위..하는 생각을 해보긴 합니다. ㅎㅎㅎㅎㅎ

one fine day 2015-09-1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있다보면 가장 아쉬운 것이 보고 싶은 영화를 그때그때 못본다는 것이에요. 미라클벨리에 좋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는데 못보고있네요. 어서 VOD로 올라오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다락방 2015-09-17 11:34   좋아요 0 | URL
윽, 이 미라클 벨리에는 놓치지 말고 보시길 바랍니다. 뻔한 흐름인데도 좋더라고요. 극장에 혼자 앉아서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봤어요. ㅠㅠ

뽈따구 2015-09-1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정말 애쓰고 있구나, 휼륭해˝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온전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존재˝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다락방 2015-09-17 11:34   좋아요 0 | URL
네네, 최근에는 조카 덕분에 아이들이 더 온전하고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존재이구나, 를 실감했습니다. 저도 이제 아이가 잘 자라주길 지지하면서, 간섭은 하지 않되 견디기만 하는 시간들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뽈따구님.

프레이야 2015-09-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클벨리에, 메모리에 담습니다. 요즘 메모리 넘쳐서 과부하지만 락방님 추천이니까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훌륭해요. 똑똑하구요. 어른들이 생각을 바꿔야해요. 동감~

다락방 2015-09-17 11:35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은 제 생각보다 똑똑하고 강하더라고요. 아이들의 존재 자체에, 그 존재의 입을 빌어 나오는 말들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그런 시간을 저도 최근에 보냈어요, 프레이야님.

미라클 벨리에는 프레이야님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놓치지 마세요, 프레이야님!

비로그인 2015-09-2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이들이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에요
제가 열불이 나서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도
언제나 아이들이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질문을 해서 결국 그래 네말이맞다 엄마가 잘못했다 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다락방 2015-09-20 20:52   좋아요 0 | URL
그 무슨 시가 있었는데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라는 구절이 있었던...정확히 이런 구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최근에 여섯살 조카가 제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무척 마음이 놓이면서 동시에 내가 마냥 약하게만 보고 있구나 싶기도 했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더 강하고 합리적이라는 걸 수시로 느끼게 돼요. 고마운 일이죠. 다행한 일이고요.
:)
 

영화나 책 속에 등장하는 나이든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면서, 아, 나도 나이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의 나는 확실히 젊은 주인공들을 좋아하고 또 공감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한 거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등장인물들에 마음이 움직인 걸 보노라니, 나도 세상 모든 책과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나이들어가고 있구나, 싶더라. 이 책 속의 남자 주인공은 62세이고, 이 남자가 잠시나마 화려한 시절을 보내게 해주는 여자는 44세이다. 

















나는 가끔 나의 노년을 생각한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내게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이 있다면 아마도 노년이 여유롭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고독하고 고되겠지. 그때에도 나는 밥벌이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모아놓은 돈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나라에서 주는 적은 돈에 의지할까. 그러나 어떤 삶이었든, 그때가 되면 시간은 느리게 가지 않을까? 지금은 이렇게 출근하고 점심 먹고 퇴근하고 술마시고 씻고 자고 하느라 하루가 금세가고 그렇게 주중과 주말이 후딱 가고, 그렇게 한달이 가고 일 년이 가는등, 시간이 무척 빠르다. 내가 언제 이나이가 됐는지도 모르게 어마어마한 나이를 먹어버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그러니까 쉰이 되고 예순이 되면, 시간은 어떤 형태로 흐른다고 느껴질까? 여전히 빠르게 느껴지고 또 한 살 더 먹는게 안타깝기만 할까? 나는 죽음이 두려운데, 쉰이 되고 예순이 되면 더 두려워질까? 아니면 지금보다는 조금 초연해질까? 잘 모르겠다.




그는 다시금 뒤로 기대고 앉아서 고개를 젖히고 아무것도 응시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는다. 은퇴한 이래 묵직하게 걸려 있었던 시간이 삭제되었다. (p.205)



나의 직장생활은 얼마만큼 더 이어질까. 나는 여기에서 더 어떻게 나아갈까. 그 후의 삶은 어떻게 채워질까. 일을 그만두고 나면 어쩌면 나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묵직하게 시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생활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묵직하게 걸려 있었던 시간, 이라는 문장을 읽고나니, 나도 뭔가 앞에 다가올 시간들이 묵직해지는 것만 같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나이든 등장인물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육십이세의 호지스도 그렇지만 사십사세의 제이니도 그렇다. 사실 사십사세는 많은 나이라기 보다는 이제 곧 내게 들이닥칠 나이인데, 그녀가 고된 결혼을 끝내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면서 '내가 얼마만에 섹스를 하는줄 아느냐'며 적극적인 자세가 될 때 뭔가 나도 덩달아 기뻐지는 거다. 좋았어! 가, 가, 고고씽! 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된달까. 


이 책에서 스티븐 킹은 사실 추리라든가 탐정의 일 같은 것을 잘 썼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추리를 무슨 그렇게 막 하는데 다 맞고 그래? 억지스러워.. 그렇지만 이 책 속에서 인물들은 살아있다. 육십이세의 은퇴한 형사가 비만이 되어간 것, 그렇게 심장에 무리가 온 것, 사십사세의 여자와 섹스를 하고서는 몇 번이나 이것은 꿈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 것, 그녀의 모습을 수시로 떠올리고 기억하던 것, 그리고 옆집의 제롬!! 제롬이 좋은 친구임은 분명하지만, 제롬이 좋은친구임을 알아보는 호지스가 나는 좋았다. 이렇게 말해주다니 참 좋다, 라는 느낌을 호지스는 수시로 받는 것이다. 나도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가도, 늙어가도, 다정한 말 한마디에 기쁨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그러한 것처럼. 이렇게 말해주다니 참 좋네, 라고 생각하는 장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뭔가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호지스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잡는 데 자기보다 더 혈안이 돼 있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바로 홀리 기브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금 그녀는 어쩌면 난생처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를 좋아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p.502)




호지스와 제롬과 홀리는 친구가 된다. 제롬은 대학입학을 앞둔 청소년이고 호지스는 62세, 홀리는 사십대인데, 그간 친구라든가 애인을 전혀 사귀지 않은 채로 살아왔던 사람이다. 강박증과 틱증상을 앓고 있던 홀리는 사십대 후반에야 비로소 엄마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할 수 있게된 데에는 제롬과 호지스의 역할이 크다. 나이도 성별도 인종도 다른 이 셋이 친구가 되어서는, 모든 사건이 끝나고나서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와인을 한 잔씩 할 수 있게되었다. 이게 너무 좋더라. 나도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술 마시며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벗하게 될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적어도 많아도 좋고 성별이 달라도 좋을 것이다. 인종이 달라도 좋................겠지만, 언어는 그쪽이 한국어를 쓰는 걸로......(  ") 나는 다정한 사이가 함께 술 마시는 게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암튼 점심시간까지는 아직도 좀 남았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ㅠㅠ) 사과를 먹고 있다. 어제는 쭈꾸미에 소주를 먹었고 내일은 족발을 먹기로 했다. 금요일엔 청국장과 두루치기 먹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엔 프란세시냐! 아아- 삶이 풍족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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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7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5-09-15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들었더라..이 세상에서 행복이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절대 틀린 말이 아니에요...

다락방 2015-09-17 11:37   좋아요 0 | URL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메피스토님. 맛있는 거 먹을 때, 그리고 좋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저는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좋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다면 그거야말로 행.복. 이겠죠. 헤헷. :)

blanca 2015-09-15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할머니가 된 모습이 궁금해요. 예전에는 절대로 나는 할머니가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 듯(그렇다고 해서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마음으로는 느꼈지만 채 표현 못했던 것들을 충실하게 끌어내는 맛이 있더라고요. 제발 건강하고 명랑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좋은 친구들과 함께.

다락방 2015-09-17 11:38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랑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욕망하고, 그러는 와중에 맛있는 것 계속 잘 씹어먹고 책도 많이 읽고 영화 보다가 줄줄 눈물 흘리기도 하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겠죠? 블랑카님,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지내요. 쉰이 되고 예순이 되도 우리 계속 여기서 지금처럼 함께 읽고 수다 떨어요!!

moonnight 2015-09-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노년의 제 모습을 생각해봐요. 남의 수발을 받아야 할 정도로 병들지 말았으면. 좋은 사람과, 아니면 혼자라도 술 한 잔 할 건강과 경제력은 가졌으면. 등등 생각이 많아져요ㅠㅠ; 지금 상황으로 보면 최대한 오래 일을 해야 하는데, 젊은이들을 위해 더 일찍 은퇴해야하는 압박을 느끼게되면 또 어찌하나 하는 걱정도요. 사는게 만만하지 않아요-_-;;;
사이드웨이. 저도 참 좋아해요^^

다락방 2015-09-17 11:39   좋아요 0 | URL
저도 남의 수발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이 약해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데 과연 내 몸이 내 뜻대로 될지 모르겠어요. 지금부터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꿋꿋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나잇님. 그러기 위해서는 돈도 열심히 모아야겠죠. -0-
역시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산다는 건, 말씀하신 것처럼, 만만한 게 아닌가 봅니다. 훌쩍. ㅠㅠ

사이드웨이는 와인의 국보급 영화죠! >.<

재는재로 2015-09-1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면서 저렇게 마음을 터놓고 지낼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큰 행복이죠 나이가 들면 학교친구 군대친구 다헤어지고 결국 남는 건 그저 비슷한 사람들뿐

다락방 2015-09-17 11:43   좋아요 0 | URL
결국 마음 맞는 사람,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사람을 옆에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제가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학교친구나 동네친구가 아니라 바깥에 나와 다른 관계를 시작하고나서부터거든요. 쉽게 말하면 알라딘을 하고부터... 그래서 제 의지로 만나게 된 친구들이 지금 제 옆에 있는 것 같아요.

감은빛 2015-09-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 들면 어디 조용한 시골 집에서 책 읽으면서 지내고 싶어요.
게으르게 쪼끄만 집앞 텃밭을 왔다갔다 하며 먹을 거리를 장만하고,
하늘이 맑으면 술 한 잔 마시며 책을 읽고,
하늘이 흐려도 술 한 잔 마시며 책을 읽고,
비가 오면 술 마시며 빗소리를 듣고,
눈이 오면 술 마시며 눈을 감상하며 살고 싶어요.

다락방 2015-09-17 11:4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감은빛님 댁에 가끔 놀러가서 날씨가 어떻든 어쨌든 술마셔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가끔 감은빛님의 조용한 시골 집에 놀러가는 도시 할머니가 되겠습니다! 불끈!!! 감은빛님은 가끔 제가 있는 도시로 놀러오세요. 저는 저희 집에서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고 와인을 대접할게요. 꺅 >.<
 
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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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추리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나치게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부분들이 더러 눈에 띄었지만, 확실히 스티븐 킹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다. 재미있어! 그래서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가 쉽지 않더라. 그러니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일요일 밤을 피하시길. 새벽까지 읽다 월요일에 졸게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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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9-1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몇장 읽어보다가 읽고 있던 책 때문에 덮었는데 얼른 읽고 싶어요. 두근두근♥♥♥

다락방 2015-09-17 11:44   좋아요 0 | URL
재미있더라고요. ㅎㅎ 전 캐릭터들도 다 좋았어요. 힛 :)

비연 2015-09-2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에 이거 읽기로 결정...ㅎㅎ

다락방 2015-09-22 16:39   좋아요 0 | URL
술술 읽힐겁니다, 비연님! ㅎㅎ

유부만두 2015-11-0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일요일에 시작해서... 정신없는 월요일을 보내고 있어요. 사실 스티븐 킹 소설로는 처음인데 윽.. 무서워요... 브래디 엄마 죽고 동생 사건 얘기 나오고... ㅠ ㅠ

유부만두 2015-11-0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다 못읽었고 이제그 빅콘서트 직전이에요. 끝까지 맘 졸일거 같아요;;;; 오늘밤 잠은 다 잤...

다락방 2015-11-03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언제 주무셨습니까! ㅎㅎ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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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길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고, 그래서 좀 지루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확실히 해야 할 말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말이었고, 또 해야 할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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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9-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로몬~ 도 너무 길게 늘어지기에 3권은 안 읽었어요. 이것도 그런걸까봐 좀 주저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5-09-15 11:09   좋아요 1 | URL
저는 솔로몬~의 3권이 너무 좋았어요! 중학생들의 재판이라는 설정 자체에 에이 뭐야, 했었는데 읽다보니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등장인물들, 각 상황에 처한 모든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제 경우엔 솔로몬~의 3권을 정말 좋아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15-09-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근데 저 1.2권 내용을 까먹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하는데요;;;

다락방 2015-09-15 11:12   좋아요 0 | URL
그럼 패쓰....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5-09-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미여사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ㅜㅜ 이제 그만 읽어야지 했는데 다락방님 글에 유혹당함^^

다락방 2015-09-16 14:46   좋아요 0 | URL
이건 좀 지루하긴 했어요. ㅋㅋㅋㅋㅋ그렇지만 해야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불끈!